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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오전 10시경 미국 뉴욕 맨해튼 최대 번화가인 5번가 성패트릭 성당 주변 도로가 차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저 근처다. 시민들은 막힌 길을 돌아가야 했다. 주차장으로 변한 길 위 버스에서 내려 헐레벌떡 뛰는 이들도 있었다. 영문을 모르는 관광객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왔느냐고 물었다. 모두 불편했지만 불평은 없었다. 그들의 영웅이 쓰러졌기 때문이다. 이날 성당에선 지난달 23일 할렘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마이클 데이비드슨 소방관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데이비드슨은 불구덩이 속으로 소방호스를 들고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가 홀로 남아 변을 당했다. 동료에게 업혀 나온 그의 산소통엔 산소가 남아 있지 않았다. 캄캄한 현장에서 홀로 산소가 다할 때까지 사투를 벌이다가 쓰러진 것이다. 그가 어떻게 현장에서 동료들과 떨어졌는지는 조사가 진행 중이다. 뉴욕은 15년 경력 37세의 베테랑 소방관을 그냥 보내지 않았다. 고인의 시신은 자택 롱아일랜드에서 맨해튼까지 뉴욕 경찰 오토바이 50대의 호위를 받으며 평소 타던 소방차 위에 실려 성당으로 운구됐다. 백파이프 소방악대의 ‘어메이징 그레이스’ 연주 속에서 4명의 어린 자녀와 젊은 아내가 뒤를 따랐다. 수천 명의 동료 소방관들은 정복 차림으로 도열해 그를 맞았다. 지역 방송국은 이 영결식을 2시간 넘게 생중계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우리 시는 오늘 밤 한 명의 영웅을 잃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세인트루이스에서 온 관광객 데버라 워스트보 씨는 “뉴욕시 전체가 고인을 기리는 걸 보고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며 “세인트루이스에선 이런 일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뉴욕 소방관의 별칭은 ‘가장 용감한 사람들(The bravest)’. 데이비드슨은 153년 뉴욕소방서 역사에서 1150번째 순직한 소방관이다. 2001년 9·11테러 때 테러범이 납치한 항공기가 충돌한 110층 세계무역센터에 가장 먼저 뛰어 들어간 이들도 소방관들이다. 이날 현장에서 343명의 뉴욕 소방관이 한꺼번에 순직했다. 뉴욕시는 그들을 지금도 잊지 않는다. 7일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선 당시 순직한 소방관을 기리기 위해 343명이 참가해 110개 계단을 오르는 행사가 열린다. 뉴욕은 유족들도 잊지 않았다. 9·11테러 관련 재단은 데이비드슨 가족의 주택 대출금 상환을 위해 10만 달러(약 1억500만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뉴욕소방재단은 데이비드슨의 네 자녀를 위한 장학금 모금을 시작했다. 의회도 동참했다. 척 슈머 상원의원(민주·뉴욕)은 “쓰러진 영웅 자녀 장학금법 등의 지원 법률을 마련했다”며 “순직한 소방관 경찰관 응급요원의 자녀들은 어떤 대학을 가더라도 전액 장학금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예방을 위한 투자와 노력, 다치거나 순직한 소방관과 유족 지원만큼 중요한 건 생사의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가장 먼저 뛰어들어 맨 나중에 나오는 ‘제복 입은 이’들에 대한 사회적 존경이라는 걸 뉴욕시민들은 보여줬다. 이날 장례식에서 대니얼 니그로 뉴욕소방서장은 “아이들이 자라서 아빠가 진정한 영웅이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며 ‘69’ 숫자가 새겨진 데이비드슨의 낡은 헬멧을 아내에게 건넸다. 데이비드슨의 부친 로버트는 그가 근무하던 69소방서 소방관으로 은퇴했다. 남동생 에릭도 브롱크스에서 뉴욕 소방관으로 11년째 일하고 있다. 헬멧을 건네받은 데이비드슨의 네 자녀 중 누군가는 영웅 아버지의 뒤를 따르지 않을까. 대를 이어 공동체를 지키는 수호신들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박용 뉴욕특파원 parky@donga.com}
중국이 4일 대두(콩)를 포함한 500억 달러(약 52조8600억 원)어치의 미국산 106개 품목에 대해 관세 25%를 부과하기로 해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난타전으로 치닫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날 미국산 대두와 자동차, 항공기, 화공품 등 14개 분야 106개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 부과 방침을 정했다. 중국 상무부가 밝힌 관세 부과 품목에는 대두를 포함해 옥수수, 신선 쇠고기, 냉동 쇠고기 등 농축산품이 포함됐다. 미국의 대중 수출품 1∼3위인 곡물 항공기 자동차가 모두 포함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은 하루 전인 3일(현지 시간)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500억 달러어치의 1300개 중국산 수입품목을 발표한 데 따른 보복성 조치다. 미국이 자국의 미래 전략산업을 타깃으로 관세 폭탄을 터뜨리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아킬레스건 공략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미국 중서부의 팜벨트(농업지대)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 기반이었다. 미국 대두 생산량의 3분의 1은 중국으로 수출된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산 대두 140억 달러(약 14조9000억 원)어치를 수입했다. USTR는 전날 58쪽 분량의 관세 부과 목록을 공개했는데 여기엔 반도체, 통신장비, 리튬배터리, 항공기 부품, 의료기기 등 중국이 내놓은 첨단산업 육성전략 ‘중국 제조(메이드 인 차이나) 2025’ 품목이 상당수 포함됐다. USTR는 “미국 회사의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중국 기업으로 이전하길 강요하는 중국의 정책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중국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번 관세 부과 조치의 실제 시행 시기에 대해 “중국산 상품에 대한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상황을 봐가며 추후에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다음 달 22일 공청회를 열고 60일간의 조정 기간을 거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후 180일 이내에 관세 부과를 최종 결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우리는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고 있지 않다”며 “그 전쟁은 오래전에 미국을 대표하던 바보 같고 무능력한 사람들이 졌다”고 글을 올렸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시장에서 대두 값은 5.3% 급락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조은아 기자}

“우리는 지난 25년간 중국의 재건을 도왔다. 하지만 (이제는) 무역적자에 대해 상당한 조치를 해야만 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이 또다시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보호주의는 개방의 문을 닫는 것 같아 반드시 쓴맛을 보게 될 것이다.”(중국 외교부) 미국과 중국이 1979년 수교 39년 만에 서로의 ‘아킬레스건’을 정조준하며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미국은 중국의 미래 먹거리인 첨단산업을,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인 농산물을 겨냥해 포문을 열었다. 미국의 보복 관세 조정 기간인 약 60일이 미중 무역전쟁 해결의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정조준 트럼프 행정부가 3일(현지 시간) 발표한 1300개 고율 관세 부과 대상엔 중국이 2025년까지 세계 3위 안에 들겠다고 선언한 반도체, 통신장비, 배터리 등 ‘중국 제조(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정책의 10대 전략 산업이 골고루 포함됐다. 미국 정부의 한 관리는 품목 선정과 관련해 “‘중국 제조 2025’ 정책의 수혜를 본 품목과 미국 소비자와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원칙에 따라 선정했다”고 블룸버그뉴스에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간 3750억 달러(약 399조 원)에 이르는 대중국 적자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이 합작투자 형식으로 외국계 기업에 첨단기술 이전을 강요하거나 미국 기업 인수, 사이버 해킹 등을 통해 기술을 빼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환추시보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중국의 대미 수출을 억제하고 첨단기술 발전에 타격을 주려는 ‘일석이조’를 노린 행위”라며 “미국의 약점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중, 트럼프의 ‘아픈 손가락’ 팜벨트 보복 미국이 중국의 핵심 산업을 겨냥하자 중국은 약 12시간 만에 대두를 비롯해 자동차, 항공기, 화공품 등 106개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중무역전국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현재 미국의 대중 수출품 1위는 유지종자 및 곡물, 2위는 항공기 및 항공기부품, 3위는 자동차였다. 미국의 대중 수출 1∼3위 품목이 타깃이 된 것이다. 중국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텃밭인 농촌의 ‘팜벨트’와 쇠락한 제조업지역인 ‘러스트벨트’의 수출품을 정조준했다. 미국 시카고상품시장에서 대두 값이 급락하고 뉴욕증시도 4일 하락세로 출발했다. 미국 농민단체 ‘자유무역을 위한 농부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수출품에 세금을 낼 여유가 없는 미국 시골 농부들의 말에 정부가 귀 기울여 주길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 ‘60일간 샅바싸움’ 남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5월 공청회와 업계 의견 수렴 등 60일의 조정 기간을 거친 뒤 보복 관세 부과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토대로 180일 이내에 최종 결정을 한다. 중국도 관세 부과 시점을 정하지 않았다. 협상을 위해 2개월에서 최대 7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은 셈이다. 미국이 10%의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0.3∼0.4%포인트 감소한다. 중국도 득이 될 게 없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최근 “무역전쟁에 승자가 없다”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과 협상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월가의 불안감과 제조업계, 농민들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중 양국의 샅바싸움이 길어질 경우다. 양국이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미국은 에너지 금융 통신 분야의 중국 국영기업을, 중국은 미 국채 매각이나 자국 내 미국 자동차 회사 등을 추가로 겨냥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대중 중간재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위은지 기자}
미국이 첨단 산업을 정조준해 1300개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폭탄’을 떨어뜨렸다. 미국산 돼지고기와 농산물 등에 대한 중국의 보복관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고한 대로 강펀치를 날렸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일(현지시간) 25% 관세를 부과할 500억 달러(약 52조8600억 원)어치 중국산 수입품 1300개 품목을 발표했다. USTR이 이날 공개한 58페이지 분량의 관세 부과 목록에는 반도체, 통신장비, 리튬배터리 등 첨단 기술제품부터 중장비, 철강, 금속 및 알루미늄 제품, 발전기, 트랜지스터, 오토바이, 항공기 부품, 무기, 식기세척기, TV 부품, 카세트테이프, 의료기기 등이 골고루 포함됐다. 특히 고율 관세 부과 제품에는 중국이 내놓은 첨단산업 육성전략인 ‘중국 제조(메이드 인 차이나) 2025’ 품목이 상당수 포함됐다. USTR은 이날 “중국은 미국 회사의 민감한 상업 정보와 무역 기밀에 접근하기 위한 컴퓨터 네트워크 무단 침입 및 기술 절취를 지원하고 실행했다”며 “(관세 부과 조치는) 미국 경제에 미친 피해와 중국의 해로운 정책, 절차, 행위를 없애기 위한 두 가지 측면에서 적절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무역적자의 리더”라고 비판하며 “무역적자에 대해 뭔가 상당한 일을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USTR의 관세부과 품목 발표에 즉각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USTR의 발표 후 한 시간여 만에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내고 “중국은 결연히 반대하고 조만간 법에 따라 미국산 상품에 대해 동등한 강도와 규모로 대등한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보복 관세에 맞서 2일부터 돼지고기 등 30억 달러(약 3조1700억 원)어치 미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우리는 지난 25년간 중국의 재건을 도왔다. 하지만 (이제는) 무역적자에 대해 상당한 조치를 해야만 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난 40년간 미중 경제협력의 상생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다.”(중국 상무부) 미국과 중국이 1979년 수교 39년 만에 서로의 ‘아킬레스건’을 정조준하며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미국은 중국의 미래 먹거리인 첨단산업을,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인 농산물을 겨냥해 포문을 열었다. 미국의 보복 관세가 실제 부과되기까지 남은 약 60일간의 시간이 미중 무역전쟁 해결의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미,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정조준 트럼프 행정부가 3일(현지시간) 발표한 1300개 고율 관세 부과 대상엔 중국이 2025년까지 세계 3위 안에 들겠다고 선언한 반도체 통신장비 배터리 등 ‘중국 제조(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정책의 10대 전략 산업이 골고루 포함됐다. 미국 정부의 한 관리는 품목 선정과 관련해 “‘중국제조2025’ 정책의 수혜를 본 품목과 미국 소비자와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원칙에 따라 선정했다”고 블룸버그뉴스에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간 3750억 달러(약 397조 원)에 이르는 대중국 적자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이 합작투자 형식으로 외국계 기업에 첨단기술 이전을 강요하거나 미국 기업 인수, 사이버 해킹 등을 통해 기술을 빼돌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사 브로드컴의 미국 정보기술(IT) 회사 퀄컴 인수를 “국가안보를 해친다”며 금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래 먹거리까지 중국에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 탈취를 막는 국제 공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 중, 트럼프의 ‘아픈 손가락’ 농산물 보복 중국은 “낭떠러지에서 말고삐를 잡아채야 한다”며 미국의 자제를 촉구하는 동시에 “무역전쟁이 벌어지면 미국은 최악의 시가전을 치러야 할 것”이라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하는 동시에 자국 법에 따라 동일한 규모와 강도의 무역보복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환구시보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중국의 대미 수출을 억제하고 첨단기술 발전에 타격을 주려는 ‘일석이조’를 노린 행위”라며 “미국의 약점을 노려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인 미국산 농산물과 미국산 자동차, 항공기가 다음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보복관세에 맞서 2일 미국산 수입품 128개에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는 아이오와와 일리노이 주의 돼지고기, 워싱턴 주의 사과, 캘리포니아 주의 와인과 견과, 위스컨신 주의 인삼 등을 골고루 넣어 보복 시위를 벌였다. ● ‘60일간 샅바싸움’ 남아 USTR은 5월 공청회와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약 60일 뒤 보복 관세 부과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협상을 위해 두 달 정도의 시간이 남은 셈이다. 미국이 10%의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0.3~0.4%포인트 감소한다. 중국도 득이 될 게 없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최근 “무역전쟁에 승자가 없다”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과 협상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월가의 불안감과 제조업계, 농민들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 상공회의소는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이 매일 쓰는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은 공정하고 공평한 무역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미중 양국의 샅바싸움이 길어지는 경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 협상 기간에 무고한 산업계의 제3자와 미국인 소비자, 미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북핵 협상의 연계 의사를 밝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먼저 만나 ‘단계적 비핵화’를 언급하며 미국의 일괄 타결식 비핵화 프로세스를 사실상 거부하고, 청와대 안팎에서 이에 동조하는 듯한 메시지가 나오자 북한 중국과 함께 한국에도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 김정은 방중 후 한반도 비핵화 방정식이 예상보다 빨리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간) 미 오하이오주에서 가진 연설에서 “우리는 한국과 훌륭한 (FTA) 협상을 해냈다”며 “철강, 자동차와 앞으로 수입될 트럭 시장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북한과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그것(한미 FTA 개정 협상 타결)을 미룰 수도 있다”고 했다. 전날 트위터에 한미 FTA와 관련해 “훌륭한 협상을 했으니 이제 안보에 집중하자”고 밝힌 입장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한미 FTA 개정 유보 시사를 미국의 보호무역파를 의식한 대내용 발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이 예상을 뒤엎고 시 주석을 먼저 만나 올해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를 꺼내들면서 핵 담판의 틀을 흔들려고 하자 트럼프 특유의 돌발 메시지로 비핵화 프로세스의 주도권을 쥐겠다고 선언했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트럼프가 비핵화 논의의 장에 통상 문제를 얹으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다음 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은 당장 트럼프와 김정은의 틈바구니에서 이들을 함께 설득해 비핵화 대화 기조를 유지하고 접점을 좁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0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미국 일각에서 주장하는 ‘선(先) 핵 폐기, 후(後) 보상’을 골자로 한 리비아식 해법에 대해 “지금 북한에 적용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북한의 핵 문제가 25년째인데 TV 코드를 뽑으면 TV가 꺼지듯이 일괄 타결 선언을 하면 비핵화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검증과 핵 폐기는 순차적으로 밟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이 단계별 해법을 직접 꺼낸 만큼 미국도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선 조건 없는 비핵화라는 기존 입장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황인찬 hic@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한상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북핵 협상과 연계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은 물론이고 북한과 중국까지 겨냥해 싸잡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에 대북 공조 전선에서 이탈 시 후폭풍이 닥칠 거란 시그널을 주는 동시에 북한과 중국에는 ‘단계별 비핵화 방식’으로 협상 지연을 노리지 말라는 얘기다. 김정은을 가운데 두고 한반도와 주변국 정상들의 셈법이 점차 고차방정식으로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중국은 물론 한국까지 겨냥한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한미 FTA 발언은 북-중 정상회담 직후 미국 외교 전문가들이 “한미 양국이 일치된 전선부터 형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김정은이 중국과의 혈맹 관계를 재확인하고서 ‘단계적 비핵화와 제재 완화’ 카드를 꺼내 들자 일단 한국부터 확실히 단속해 두겠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핵 야심을 포기하게 하는 협상에서 서울(한국)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도 “일부 미국 관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 타결’을 간절히 원한 나머지 허약한 합의에 도달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개정 유보를 시사하면서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대우받길 원한다”고 강조한 대목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대선 때부터 한미 FTA를 ‘끔찍한 협상’이라고 비난하며 재협상을 공언해 왔다. 이 때문에 자동차와 부품, 통관 등에서 한국의 양보를 이끌어 냈음에도 미국 내 여론은 크게 호응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와 북핵 협상을 연계하겠다고 한 건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 방식을 따라오라는 것인 동시에 미국 내 보호무역주의자를 어르고 달랠 카드다. 그만큼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라지 샤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협상을 포함해 모든 관련 내용을 고려한 뒤 최종 합의문에 서명하는 최적의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신(新)밀월관계’를 선언한 김정은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동시에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중국이 ‘경제협력’을 명목으로 대북제재 와해 조짐을 보이자 ‘너희에게도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더 험난한 중재자 시험대 오른 文 정부는 김정은 방중을 계기로 비핵화 로드맵이 복잡해지자 고심이 커지고 있다. 당초 청와대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 개최 확정 직후 “북핵 문제의 일괄 타결도 가능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복잡하게 얽힌 매듭을 단칼에 잘랐다는 ‘고르디우스의 매듭’ 전설까지 꺼내들며 대북제재, 핵 동결 및 폐기 등 북핵 관련 문제들을 ‘원샷 타결’할 가능성도 내다봤다. 하지만 김정은이 단계적 비핵화를 언급하자 청와대 관계자는 ‘고르디우스식 해법’은 물론이고 ‘선(先) 핵 폐기, 후(後) 보상’을 핵심으로 하는 ‘리비아식 해법’에 대해서도 “북한에 적용하기 힘들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의 언급이 나오자 정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단계에 맞춰 적절한 보상을 약속하는 ‘이란식 해법’에 대해 그동안 “최악의 합의”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밝혔다. 당연히 북한에 이를 적용하는 것도 반대한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사는 “미국과 북한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운전자’ 역할을 해야 할 정부의 역량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고 봤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미 공조를 전제로 리비아와 이란식 해법을 섞는 ‘제3의 안’을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한상준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8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 이후 상황에 대해 “우리는 분명히 조심스럽게 낙관적으로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낙관적인데 백악관 분위기는 어떤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고 “우리는 일이 옳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느끼며, 어제 만남(북-중 정상회담)을 최대한의 압박 작전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좋은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미 대화가 5월 안에 (예정대로) 열리는 것이냐’는 질문에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제”라며 “우리는 되도록 빨리 이뤄지도록 하고 싶다. 하지만 제대로 해내길 원한다. 우리는 그 목표를 향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 전까지)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대북 제재와 압박을 유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중국의 대북 제재 완화 우려와 관련해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가는 신뢰할 만한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도록 (중국이) 독보적인 영향력을 사용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중국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는 27일 오후 백악관을 방문해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국가안보회의(NSC)에 브리핑했고, NSC는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한미가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취하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를 위한 조건으로 미국의 ‘단계적 보상’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조건 없는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 주석과의 회담으로 북-중 혈맹을 복원키로 한 김정은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가를 요구하고 나온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그려온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작지 않은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중앙(CC)TV와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시 주석 초청으로 25∼28일 중국을 비공식 방문해 북-중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28일 일제히 보도했다. 김정은은 회담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서기의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우리의 시종 불변의 입장이며 (나는 올해 들어) 평화적인 대화를 제의했다”고 강조한 뒤 “한미가 나의 노력에 선의로 응답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만들고, 평화 실현을 위해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취하면 비핵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를 요구하려면 테러지원국 해제, 평화협정 등 미국의 반대급부가 동시에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시 주석은 “전통적인 중조(북-중) 친선은 ‘피로써 맺어진 친선’으로서 세상에 유일무이한 것”이라고 혈맹 관계 복원을 천명한 뒤 △고위급 교류 △북-중 교류 협력 촉진 △한반도 평화 발전 추진 △인민 교류 왕래 강화 등을 제시했다. 사실상 대북제재 완화에 나설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김정은의 방북 요청을 수락하고 정상 간 상호 방문과 특사 파견 등 ‘북-중 밀월외교’도 복원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단 대북제재 압박 태세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27일(현지 시간)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의) 최대 압박 작전이 북한과의 적절한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추가 증거”라고 자평했다. 청와대는 29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시 주석 특별대표로 방한해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오전(현지 시간) 트위터에 “이제 김정은이 자기 인민과 인류를 위해 바른 일을 할 좋은 기회를 갖게 됐다. 우리의 만남을 기대하시라!”라고 강조했다. 김정은의 중국 방문에 대해 트럼트 대통령이 처음으로 의견을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젯밤 중국의 시진핑으로부터 그와 김정은의 만남이 매우 잘 진행됐고 김(김정은)이 나와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북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베이징=윤완준 / 뉴욕=박용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 오전(현지 시간) 김정은의 중국 방문 뒤 처음으로 트위터에 메시지를 올리고 북한에 대한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감스럽게도 최대한의 (대북) 제재와 압박은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방중을 계기로 북한과의 관계 회복에 나선 중국에 제재 수위를 낮추지 말도록 간접적인 경고를 보낸 것이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중국은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준수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중국이 그것들을 회피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중국이 대북 제재를 느슨히 해서는 안 된다는 미국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트위터에 “지난 수년간, 그리고 많은 정부를 거치는 동안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는 아주 조그만 가능성조차 없다고 모든 이가 말했다. 그러나 이제 김정은이 자기 인민과 인류를 위해 바른 일을 할 호기를 맞았다. 우리 만남을 기대하시라”라고 덧붙였다. 이는 김정은의 통치력을 높이 평가하는 발언으로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7일 김정은의 중국 방문으로 북-미 정상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셈법은 훨씬 복잡해졌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파격적인 북-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을 연결하는 메신저로 나섰다. 한국의 대북특사가 백악관을 직접 찾아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북-미 정상회담 의향 등의 방북 성과를 브리핑한 것처럼 이번엔 중국이 김 위원장의 방중 결과를 알리면서 한반도 문제의 중재자로 명함을 내밀고 나선 것이다.○ 美, ‘비핵화 향한 최대한의 압박’ 약화 우려 백악관은 김 위원장의 방중을 “최대한의 압박작전이 북한과의 적절한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추가 증거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하면서 제재 완화나 추가 제재 무력화에 나설 경우 최대한 압박작전의 전열이 흐트러질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관측을 쏟아냈다. 양시위(楊希雨) 중국 국제문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7일 뉴욕타임스(NYT)에 “김정은은 (중국과의 연대를 통해) 비핵화 협상에서 일부 양보를 하는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기껏해야 잔디를 깎는 수준에 그칠 것이며 (핵 프로그램의) 뿌리를 뽑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NN은 북-중이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핵 동결이나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한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 등의 비핵화 로드맵을 들고 나올 경우 미국이 허를 찔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 예정된 대화에 앞서 ‘중국이 북한 편으로 돌아온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며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가 제재를 약화시키고 더 나아가 미국의 군사 행동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데 북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불리함 느낀 김정은의 시진핑 끌어안기” 분석 전문가들은 한반도 대화 무드에서 소외되다시피 한 중국이 존재감을 다시 과시하기 위해 북한을 세게 끌어당긴 결과물이 이번 북-중 정상 간의 만남이라고 해석한다. 스콧 스나이더 브루킹스 선임연구원은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중국은 (최근의 한반도 대화 무드에서) 약간 밀려나 있었다”며 “중국이 영향력을 다시금 확보하기 위해 노력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도 파이낸셜타임스(FT)에 “김정은의 방중은 북한에 대한 어떤 해결책도 중국의 승인 없이는 어렵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해석했다. ‘초강경 매파’가 트럼프 행정부의 요직을 잇달아 차지하면서 미국의 기세에 휘말릴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낀 김 위원장이 전통의 우군을 찾아 깜짝 방중을 결정했다는 분석도 많다.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 선임연구원은 WSJ에 “북-미 대화가 불리하게 돌아갈 수도 있다는 걸 깨달은 김정은으로선 중국이 자기편이라는 걸 분명히 할 필요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한기재 기자}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중국을 방문했다는 소식이 26일 밤 처음 알려지자 미국과 일본 언론은 저마다의 관측을 내세우며 ‘미스터리 풀기’ ‘수수께끼 맞히기’와 같은 취재 및 보도 경쟁을 벌였다. 가장 먼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름을 단정적으로 거론한 외신은 미국 블룸버그통신이었다. 27일 0시 40분경 이 매체는 “김정은이 베이징을 깜짝 방문했다. 이는 그가 2011년 집권한 후 처음으로 갖는 해외 순방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익명의 소식통 세 명을 인용해 김 위원장을 특정해 보도했다. 이에 해외 매체들은 ‘중국의 미스터리한 손님(CNN)’ ‘베이징에 도착한 열차가 김(김정은 위원장)의 방문이라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워싱턴포스트)’ ‘김정은이 베이징에 있나(뉴욕타임스)’ 등의 보도를 통해 김 위원장의 방중이 확실하진 않지만 그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점을 강조해 보도했다. ‘베이징의 김정은 안개’가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던 27일 오후 CNN은 “김정은이 베이징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북한에 정통한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속보를 전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를 태운 것으로 알려진 열차가 27일 오후 베이징을 떠났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금까지 거론된 관측을 모두 종합해 전하면서도 ‘1호 열차’가 베이징을 떠날 때까지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일본 언론 역시 중국을 방문한 이가 김 위원장인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인지를 두고 혼선을 빚었다. 다만 산케이신문은 27일 오후 1시경 익명의 중국 공산당 당국자를 인용해 “김정은이 베이징을 방문해 여러 공산당 지도부 인사와 회담을 했다”는 속보를 전했다. 이 당국자는 “북-중 양국이 올해 초부터 김정은의 방중 시기를 협의했으며 이 과정에서 중국 측이 북한에 핵 포기를 향해 노력하는 자세를 보일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이번에 방중이 실현된 것은 북한으로부터 전향적인 답변을 얻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후 후지TV와 요미우리신문 등도 김 위원장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중국 인터넷에는 26일 차량 행렬을 찍은 동영상이 나돌다 삭제됐으며 며칠 전부터 중국 내에서는 북한에 대한 보도가 삭제되고, 26일에는 당국에서 북한에 대한 보도를 일절 금지한다는 통보가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일본 정부는 김정은 방중설에 대해 신중한 자세로 말을 아꼈다. 라지 샤 백악관 부대변인은 26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를 확인해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 보도가 사실인지 아닌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줄리아 메이슨 국무부 대변인도 “중국에 알아보라”고 답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최대한의 관심을 갖고 정보 수집 분석을 하는 단계”라면서도 “현 시점에서 하나하나의 보도에 대해 코멘트하진 않겠다”고만 밝혔다. 다만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은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누가 중국을 방문했는지) 지금 정보 수집 분석을 하고 있다”고 말해 사전에 최고위급 방중을 몰랐음을 시사했다. 또 “북-중 관계의 진전에 대해 중국으로부터 제대로 설명을 듣고 싶다”고도 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4월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차이나 패싱’을 우려하던 중국이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콧 스나이더 브루킹스 선임연구원은 로이터통신에 “중국이 (한반도) 게임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시진핑은 자신이 김정은을 만나는 3번째 국가 정상이 된다는 사실을 못 참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도쿄=장원재/ 뉴욕=박용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참모들의 만류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4선(選) 성공’을 축하했다. 그로부터 엿새 뒤인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러시아 외교관 60명을 추방하는 초강경 조치를 내놨다. 종잡을 수 없는 ‘갈지(之)자’ 행보로 상대를 놀라게 하는 트럼프 특유의 반전(反轉) 외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냉·온탕 접근으로 (세계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영국 내의 러시아 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이나 이에 대한 보복 가능성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래서 러시아의 충격은 더 컸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대사는 “추방은 두 정상 간의 통화에 반하는 조치”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표변엔 러시아에 대해 줄곧 강경한 입장을 보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식 반전의 대표적 예가 북핵 문제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태도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미치광이’(2016년 1월)라고 비난하다가 ‘햄버거를 함께 먹을 수 있다’(같은 해 6월)고 말을 바꿨다. 지난해 1월 취임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조롱해 오다가 최근 북한이 한국 특사단을 통해 제안한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극적으로 수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가 자신을 비이성적인 미치광이로 인식하게 해 전략적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이른바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을 신봉하고 있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분석이다. 또 미국의 이익 앞에선 친구도, 동맹도 순식간에 적으로 돌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 보복 관세 면제 대상에서 일본을 쏙 빼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위대한 남자이며 내 친구’라고 치켜세우면서도 “미국을 상대로 미소를 짓던 날은 끝났다”고 경고해 일본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는 ‘중국의 경제적 침략에 대항하는 행정명령’ 서명식 연설에서 “그들(중국)을 친구라고 생각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엄청나게 존경한다”고 칭찬을 늘어놓은 뒤 무역적자와 지식재산권 절취를 해결하라는 냉정한 청구서를 들이밀었다. 동맹국인 한국과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자동차 시장 등을 양보받은 뒤에야 철강 보복관세 면제라는 보상을 내놓았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500억 달러(약 54조 원)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 부과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 연설에서 인사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리는 꽤 짧은 기간에 6만 개 공장, 적어도 600만 개의 일자리를 잃었다”고 강조했다. 무역전쟁의 본질이 ‘일자리 전쟁’이란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콕 집어 겨냥했다. 하지만 ‘사라진 일자리’는 중국을 경제대국으로 키워준 세계화에 따른 공장 이전 및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자동화 기술의 노동력 대체가 주요 원인이라는 게 미국 경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화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기 위한 전쟁부터 시작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무역의 이론가인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장과 무역전쟁의 야전 사령관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보호무역 매파를 전진 배치시켰다. ‘일자리 전쟁의 전시내각’을 가동하고 관세 폭탄을 떨어뜨렸다. 두 번째 전쟁은 자동화된 세계의 미래 첨단 기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정부의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전략의 핵심 산업인 무인자동차, 로보틱스, 반도체 등에 관세 폭탄을 투하해 도전자의 싹을 자를 기세다. 중국 기업의 투자를 제한해 첨단 기술을 지키기 위한 전쟁에 동맹국의 ‘참전’을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마지막 전선은 미국 내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던 날 백악관은 미국 노동력 강화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인들이 고품질 교육과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접근하지 못해 많은 일자리들이 채워지지 않고 있으며, 기업도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식 도제 교육을 대학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관련 예산을 늘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이 같은 ‘스킬 갭(Skill Gap·기술 격차)’ 해결에 나섰다. 이 전선의 최전방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이 뛰고 있다. 최근 아이오아주 워키혁신교육센터를 방문한 이방카 보좌관은 “우리는 너무 오래 실용적인 교육과 ‘기술 기반 학습(Skill based learning)’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악의 청년실업을 겪고 있는 한국은 17년 만의 최저실업률을 보이는 미국보다 훨씬 더 어렵다. 세계화로 인한 일자리 증발과 미국의 보호무역 공세에 맞서 일자리를 지키면서 미국처럼 젊은이들의 ‘스킬 갭’을 줄이는 응전체제를 갖춰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위원장까지 맡았지만,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단기 대책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재정지원 청년일자리 사업 중 직업훈련 예산은 13.7% 줄었는데 정부가 돈을 쥐여줘야 하는 고용장려금은 118.9% 늘었다. “청년실업이 최악이라는데 청년층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왜 높은가요?” 뉴욕에서 일하는 한 주재원은 미국인 동료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 청년들이 경제와 정치를 분리해 사고할 정도로 성숙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청년들의 시험대에 본격적으로 오르지 않았다는 게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비트코인 규제에 청년층의 지지율이 흔들린 걸 보면 시간이 정부의 편만은 아니다. 더 늦어지기 전에 청년 일자리 정책의 영점 조준부터 다시 해야 한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신(新)냉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에 나선 ‘장수’들의 현재 움직임과 면면으로 볼 때 파국 전에 극적으로 타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미국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의 류허(劉鶴) 부총리와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측이 지난주 류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중국 관세 인하 △중국의 미국산 반도체 구매 확대 △미국 기업의 중국 금융 분야 진출 확대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백악관 경제팀과 외교안보팀을 뼛속까지 자신의 대선 슬로건인 ‘미국 우선주의’를 실천한 보호무역주의자와 ‘슈퍼 보수매파’로 ‘전시 내각’을 구성했다. 이에 맞서는 중국의 경제팀과 외교안보팀은 미국과 협상 경험이 풍부한 미국통과 경제통들로 꾸려졌다. 중국이 “전쟁이 일어나면 끝까지 싸우겠다”면서도 무역전쟁을 최대한 피하려는 정책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상무부는 23일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응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의 구체적인 시점을 거론하지 않았다. BBC 중문판은 “미국에 정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대두와 수수 등 농산품을 관세 부과 목록에서 유보한 건 협상할 여지를 남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므누신 장관이 무역문제 협상을 위해 방중할 가능성이 제기된 데 대해 “대화와 협상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다”며 반겼다. ○ 대미 경제통으로 짜인 시진핑의 방패 이런 분석이 나오는 데는 이달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한국의 국회 격)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외교사령탑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 차르’ 류 부총리가 있기 때문이다. 왕 부주석은 2008∼2012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시절 부총리를 맡아 수차례 미중 경제대화를 이끌었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이해와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2012∼2017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1기에서 반(反)부패 선봉장 역할을 맡았지만 사실 그는 칭화(淸華)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 부행장 등을 지낸 경제통이다. 부총리 시절 협상 상대였던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출신 헨리 폴슨 전 미 재무장관은 회고록에서 왕 부주석에 대해 “중국 경제 관료 가운데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가 가장 깊고 명민했다”고 표현했다. 류 부총리는 미중 무역전쟁 국면에서 실질적인 물밑 협상을 진행하는 핵심 인물이다. 양국을 잇는 가장 중요한 고리를 맡고 있는 그는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출신이며, 국제화된 시각을 갖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미국에 대한 반격의 행동대장을 맡고 있는 중산(鐘山) 상무부장은 상무부 부부장과 국제무역협상대표를 거친 통상교섭통이다. 이 때문인지 중국 관차저왕(觀察者網)은 “1991∼2010년 5차례 무역전쟁이 있었으나 모두 1년 안에 화해로 끝났다”며 이번에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시 주석의 인생동지(왕치산), 친구(류허), 측근 부하(중산)로 얽힌 시 주석 측근 그룹이라는 점에서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시 주석의 강경 노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무역보호주의 트럼프 칼이 향한 곳은 류 부총리와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는 므누신 장관은 25일 ‘폭스뉴스 선데이’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중국과 생산적인 대화를 하고 있으며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제기와 중국 기업의 미 정보기술(IT) 기업 인수합병 관련 관리감독 규제를 신설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은 중국시장 개방, 지식재산권 보호를 확보하려는 협상 카드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유력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은 “미중은 (결국) 경제 대화를 열 것이며 (지재권 등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관세 등 위협과 제재는 연기되거나 취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미 백악관과 행정부에 포진한 ‘장수’들의 면면으로 볼 때 중국에 대한 무역전쟁 압력이 빠른 시간 안에 완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슈퍼 매파’로 불리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중국의 패권을 견제하는 새로운 국가안보 전략의 사령탑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의 정치적 군사적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보다 더 광범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볼턴은 25일 뉴욕의 라디오 방송 AM970 인터뷰에서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관세에 대해 “중국은 미국 및 다른 나라들과 맺고 있는 무역협정을 너무 오랫동안 이용해왔다”고 지적했다. 중국과의 통상전쟁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보호무역 삼각 편대’가 이끌고 있다. 특히 나바로 국장은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어바인) 교수로 재직 시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Death by China)’이라는 책까지 펴내며 중국 등 아시아 국가와 미국의 무역 불균형을 강하게 비판한 이론가이자 초강경 보호무역주의자다. 지난해 8월 중국이 철강 보복 관세를 피하기 위해 철강 생산량 축소를 제안했을 때에도 로스 장관은 동의했지만 나바로 국장은 반대하며 관세 부과를 고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금융그룹인 로스차일드 회장을 지낸 월가 출신의 로스 장관은 지난해 1월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중국을 ‘가장 보호무역주의가 강한 나라’ ‘악의적인 무역행위’라고 맹비난하며 통상전쟁의 최후통첩을 보냈던 인물이다. 이런 로스 장관도 “결국에는 협상을 통한 타결로 끝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래리 커들로 신임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자유무역주의자이지만 중국에 대한 무역 보복은 정당화했다. 무역전쟁의 총대는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멨다. 그는 21일 미 하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중국에 (무역정책상의) ‘최대의 압박’을 가하겠다”고 밝혔다. USTR는 15일 안에 1300개 중국산 품목 중 관세 대상 품목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사진)는 25일(현지 시간)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탄두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완성하기 위해 비핵화 협상의 시간을 끌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뉴욕 라디오채널 AM970 ‘더 캐츠 라운드테이블’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고 “북한이 미국 표적까지 보낼 수 있는 핵탄두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일만 남았다. 그들은 지난 25년간 여러 번 그랬던 것처럼 협상을 천천히 진행하며 시간을 벌기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인가, 우리가 어떻게 북한에서 핵무기를 빼낼 것인가 하는 문제들에 대해 이론상 논의가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에 매우 구체적으로,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도록, 바로 본론(비핵화)으로 들어갈수록 더 좋다”고 말했다. 이는 그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뒤 북한에 대한 첫 공개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현재 북-미 정상회담 회의 준비가 진행 중이며 나도 곧 (그 준비에) 합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화에 나선) 북한의 동기를 살펴봐야 한다. 북한은 버락 오바마와는 다른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있다는 것을 매우 걱정하고 있으며, 그 대통령이 이미 가한 압박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 작전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었다는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박한 일정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외교 협상의) 경우라면 수개월간 한참 준비를 거친 뒤에야 (본격적인 협상에) 나서겠지만, (북한의 경우 그렇게 하면) 그들의 각본에 휘말리는 꼴일 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북-미 정상회담 수용이 북한의 기존 협상 전술에 말려들지 않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볼턴 내정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해 대규모의 관세를 부과해 분쟁을 촉발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중국은 특허권을 존중하지도 않고 남의 것을 베껴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사실상 도둑질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은 단지 원칙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한기재 기자}
‘슈퍼 매파’로 불리는 존 볼턴이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사령탑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내정되면서 NSC 관리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전임자인 허버트 맥매스터 보좌관의 색깔을 지우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충성파를 대거 포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북핵 대응과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의 현안에서 손발을 맞춰 온 한미 외교안보 채널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 “버락 오바마와 맥매스터 라인 수십 명 쳐낼 듯” 미 외교안보 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FP)는 24일(현지 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볼턴 내정자가 직원 수십 명을 쳐내고 맥매스터의 NSC를 해체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도 볼턴 내정자의 백악관 입성을 선더볼트(벼락)에 빗대 ‘선더볼턴’으로 표현하며 미 외교안보 라인의 대대적인 변화를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하지 않는 관료, 언론에 정보를 누설한 팀원,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근무한 관료 등이 숙청 대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 백악관 관리는 “맥매스터가 임명한 정무직을 모두 제거할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 재임 중 있었던 모든 이가 짐을 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볼턴 내정자는 임명 직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집행부서의 난쟁이족들이 정보를 흘리기로 작정한다면 외교를 수행할 수 없다”며 인적 쇄신 필요성을 제기했다.○ ‘선더볼턴 충격’에 한미 채널도 흔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 함께 북핵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법을 주도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거취도 관심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22일 볼턴 내정자의 임명을 발표하기 직전 매티스 장관이 주변 사람들에게 ‘볼턴과 함께 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경질설이 나오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역시 볼턴 임명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매파 일색인 백악관에서 오히려 매티스 장관의 권한과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토머스 라이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매티스는 유일한 생존자”라며 “그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에 여전히 있으며 전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측 외교안보 라인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주말 내내 우선 백악관 기류 확인에 초점을 맞췄다. 미 정부 내 ‘매파 라인업’이 꾸려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우선인 만큼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백악관 입장부터 파악하는 게 급선무란 판단에서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25일 “아직 미 측 기류가 기존과 크게 다르진 않은 걸로 보인다. 이번 인사가 대북 협상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물갈이된 이번 인사가 오히려 한반도 문제 해결에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부 관계자는 “당장 미 국무부에서 ‘이제 능동적으로 일해 보자’는 목소리가 들린다”며 “미 측과의 협조가 시원시원하게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기대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신진우 기자}
세계 주요 2개국(G2)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공방을 주고받더니 그 갈등 양상이 남중국해 무력시위, 민감한 대만 문제로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간)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의 경제 침략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중국산 수입품 최대 1300개 품목, 500억 달러(약 54조 원)어치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중국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보복을 천명하고 미국산 128개 품목, 총 30억 달러(약 3조2400억 원)어치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는 23일 오전 7시 “미국산 과일 와인 강관(철강 파이프) 등 120개 품목에 대해 15% 관세를, 지난해 수입액 19억9200만 달러(약 2조1500억 원)에 해당하는 돼지고기 재활용알루미늄 등 8개 품목엔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미국이 무역전쟁을 시작하면 중국은 모든 필요한 수단으로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미중 간 군사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미 해군 구축함이 23일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지역에 접근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벌이자 중국 해군이 곧바로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구축함 USS머스틴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의 인공섬인 미스치프 암초(중국명 메이지자오) 12마일(약 19km)까지 접근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중국군 기관지 제팡(解放)군보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훈련동원령에 따라 해군이 조만간 남중국해 해역에서 실전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국방부 런궈창(任國强) 대변인은 담화에서 “미국의 행위는 매우 쉽게 오판을 야기하거나 아예 의외의 사건을 일으킬 수도 있다”며 군사 충돌을 경고했다. 미국이 자국과 대만 관료 간 상호 방문을 확대하는 ‘대만여행법’ 발표(16일) 이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등을 대만에 보낸 것에 대해서도 중국은 “역사의 징벌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조은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북 선제타격을 주장해온 ‘슈퍼 매파’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를 내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안보팀을 대북 초강경파 중심으로 전면 재편하면서 남북미 평화협정 등 북핵 문제 일괄 타결을 추진하던 문재인 정부의 구상에 비상등이 켜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존 볼턴이 4월 9일부터 나의 새 국가안보보좌관이 된다는 사실을 알리게 돼 기쁘다”고 글을 올렸다.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국무부 차관과 주유엔 대사를 지낸 볼턴 내정자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무장관을 ‘대화론자’였던 렉스 틸러슨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교체한 데 이어 9일 만에 백악관 안보사령탑을 볼턴 내정자로 교체했다. 트럼프 정부 외교안보팀이 사실상 초강경파 일색으로 진용이 바뀐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 내기 위해 대북 압박 강도를 더욱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가 무산되면 한반도 무력충돌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볼턴 내정자는 21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군사적 행동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갖게 하는 것도 실수”라면서 “시간이 별로 없고, 다른 길도 없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앞에 다른 매력적인 선택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볼턴 내정자가 남북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한반도 운전석론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볼턴 내정자가 취임한 뒤인 다음 달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미국을 방문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구상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베트남 비즈니스포럼에서 “평창 올림픽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줬다”며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비핵화와 평화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2002년 8월 28일 방한한 존 볼턴 당시 미국 국무부 차관은 정부 고위 관계자를 만나 미국이 입수한 정보라며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핵개발 계획을 알렸다. 두 달 뒤 미국 백악관은 “‘제네바 기본합의’는 무효화됐다”고 선언했다. 2차 북핵 위기의 출발점이다. 22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한 볼턴은 당시 미국의 대북 강경책을 이끌었던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안보사령탑을 ‘슈퍼 매파’로 불리는 볼턴으로 교체한 것을 두고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美에서도 “트럼프 전시내각 꾸린 것” 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세 번째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볼턴을 ‘단호한 국가안보 전문가’로 소개했다. “북한과의 전쟁이 장기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던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볼턴의 내정은 미국의 적들에게는 나쁜 소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민주당의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맙소사,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의 안보 1인자가 북한과 이란에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고 열정적으로 믿고 있다”고 했다. 미국 내에서도 여야 모두 볼턴 보좌관 내정으로 북핵 협상이 어그러질 경우 미국이 대북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를 데리고 성공적으로 전시 내각을 꾸린 셈”이라고 했다. 볼턴 내정자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은 그가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한 초강경 정책을 이끈 인물이기 때문이다. 볼턴 내정자는 당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주장하며 미국이 이라크전쟁에 나설 명분을 제공한 데 이어 북한의 HEU 개발 의혹을 제기하면서 북-미 대치 국면을 주도했다. 볼턴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5년 9·19공동성명이 채택된 뒤엔 주유엔 대사를 지내며 북한의 ‘슈퍼노트(100달러 위조지폐)’ 의혹과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자금에 문제를 제기하며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 제재 도입을 주도하기도 했다. 볼턴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되자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김정은이 임자를 만난 셈”이라고 말했다. 볼턴이 유엔주재 대사로 있을 당시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천 전 수석은 “당시 볼턴은 우리와 코드가 안 맞았다”고 말했다. 우리 측은 재처리 시설 폐기를 전제로 한 만큼 경수로를 건설해 주는 게 나은 선택지라 판단했지만 볼턴 등 미국 측 강경파들은 북한이 당근만 챙기고 미국을 속이려는 술수라며 강하게 반대했다는 것. 천 전 수석은 “볼턴은 북한 체제라는 건 요즘 말로 ‘적폐’로 인식했다”며 “적폐 청산을 비핵화의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믿었던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볼턴 “북한과 평화조약 체결할 필요 없어” 청와대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대북 강경파로 꼽혔지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허버트 맥매스터 안보보좌관과는 다르다는 평가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제안하면서 비핵화와 북-미 수교, 경제교류 정상화를 일괄 타결하려는 시도에 나선 가운데 볼턴 내정자는 이 같은 구상에 공개적으로 반대해 왔다. 볼턴 내정자는 21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제공할 필요는 없다. 또 미국이 북한과 평화조약을 체결할 필요도 없다”며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는 것이 (김정은의) 행운”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북핵 외교 구상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볼턴 내정자는 또 “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 초청을 수락했을 때 단지 북한 체제 선전을 위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실수”라며 평창 올림픽이 북한의 ‘시간 끌기’에 이용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한국에 대해 “한국 국민들이 북한의 약속에 대해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내건 안보 원칙의 핵심인 ‘전쟁 불가’는 물론이고 ‘한국이 남북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한다’는 한반도 운전석론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청와대는 볼턴 내정자가 트럼프 대통령 보좌 역할을 맡게 되는 만큼 예전처럼 강경 일변도로만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도 볼턴 내정자가 기본적으론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 범위 안에서 움직일 것으로 관측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 길이 열리면 그 길로 가야 한다”며 볼턴 내정자와 긴밀한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대화의 의지를 보이고 직접 테이블에 앉기로 결정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북-미 정상회담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얼마나 충실히 회담을 준비할 수 있을지는 우려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기대 이상의 성의를 보이면 화끈한 반대급부를 내놓을 수 있는 게 지금 트럼프 행정부”라며 “그 대신 김정은이 어물쩍 넘어가려고 한다면 체제를 종식시키는 버튼을 누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신진우 기자}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페이스북 본사. 폴 그루얼 부사장 주재로 비상 직원회의가 소집됐다. 이날 회의에선 2016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선거 캠프를 도운 영국 정치 컨설팅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 페이스북 회원 5000만 명의 개인정보를 넘겼다는 ‘페이스북 스캔들’ 대책이 논의됐다. 하지만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와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참석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페이스북은 17일 “개인정보 침해 주장은 완전히 잘못됐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당국은 페이스북을 상대로 개인정보 유출 관련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저커버그 CEO의 의회 출석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페이스북이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투자자도, 이용자도 등 돌렸다 20일 뉴욕증시에서 페이스북 주가는 ‘개인정보 유출과 규제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이틀째 폭락했다. 금요일인 16일에 비해 주가가 이틀 사이 9.2%나 떨어지면서 페이스북 시가총액 496억 달러(약 53조 원)가 증발했다. 페이스북 일부 주주는 이날 “개인정보 유출 파문으로 큰 손해를 봤다”며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집단소송까지 냈다. 페이스북은 “우리가 속았다는 데 모두 분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알렉산드르 코건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에게 개인정보 사용을 허락한 것은 맞지만 코건 교수가 이용자의 동의를 얻어 정보를 수집한 뒤에 규정을 어기고 제3자인 CA에 5000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책임이 드러나면 천문학적인 벌금과 처벌이 불가피하다. 또한 이용자의 정보를 활용한 광고 판매 모델에 대한 규제 강화로 페이스북의 수익모델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 이용자들은 ‘자신들도 피해자’라며 발뺌하는 페이스북의 태도에 분노하며 탈퇴운동(#DeleteFacebook)을 시작했다. 페이스북이 2014년 190억 달러를 주고 인수한 와츠앱 공동 창업자인 브라이언 액턴까지 이 운동에 가세했다.○ ‘저커버그 나와’ 칼 빼든 정치권·당국 블룸버그통신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이번 주 페이스북에 이용자 개인정보를 CA 측에 넘겨준 과정에 대한 질문지를 보내겠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2012년 도입된 규정에 따라 페이스북은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이를 다른 업체와 공유할 때 사용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규정 위반으로 밝혀지면 거액의 벌금을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주와 매사추세츠주 검찰도 공동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EU도 페이스북의 해명을 요구하기로 했고 캐나다 프라이버시위원회도 조사에 나섰다. 영국 하원 미디어위원회는 저커버그에게 출석해 증언해 달라는 요청서까지 보냈다. 미 의회에서도 저커버그를 청문회에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페이스북은 22일 주 검찰에 소명하고 의회 조사위원회 위원에게도 이번 일과 관련한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최고경영진은 MIA’ 비판 여론 고조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도 회사 1, 2인자인 저커버그와 샌드버그가 침묵하고 있는 것에 대해 페이스북 안팎에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군사작전 중 실종된 군인을 칭하는 ‘MIA(missing in action)’라는 비유까지 등장했다. CNBC는 “페이스북이 최대의 시험에 직면했다”며 “리더십의 실종이 회사를 구렁텅이로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의 보안 정책을 비판한 앨릭스 스테이모스 페이스북 최고보안책임자(CSO)가 8월 회사를 떠날 것으로 알려지면서 페이스북 내부의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페이스북 개발자들이 보안 취약성을 몇 년 전부터 이해하고 있었지만 이해 관계자들이 귀를 기울이려고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저커버그가 24시간 내에 이 사건에 대한 의견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23일엔 저커버그가 참석하는 페이스북 전체 회의가 예정돼 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