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기초연금 공약 후퇴로 인책 사의설이 나왔던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이 “서울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나와 당황스럽다. 공약 이행에 책임을 느껴서 그렇다느니 이런 건 너무 와전됐다”라고 밝혔다. 의료 정보기술(IT) 수출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진 장관은 24일 마지막 일정을 앞두고 수행기자단에 “보름 전 그런 (사퇴) 생각을 하고 주변에 말한 건 맞다”고 인정했다. 이어 “나에게 기대가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복지부 장관으로 열심히 해보려고 했는데 내가 잘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란 생각에 무력감을 느꼈다”며 사퇴 고민의 배경을 설명했다. 진 장관은 “해보고 싶은 게 많은데 예산은 기획재정부가 꽉 쥐고 있고 인원은 안전행정부가 꽉 쥐고 있고 복지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더라”며 “서울로 돌아가면 잘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26일 발표될 예정인 기초연금 정부안은 소득 하위 70%의 노인들에게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 지급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 원을 지급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보다 축소되는 것으로 야당이 공세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진 장관의 해명과는 달리 인책 사퇴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아내는 파킨슨병 환자였다. 2002년부터 몸의 감각이 둔해졌고 2004년 1월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3개월 뒤엔 걷기가 불편해졌고 2006년부터는 말을 전혀 못 하게 됐다. 이듬해 8월부터는 휠체어 신세를 졌다. 김석규 전 주일대사(77·사진)의 아내 고 송혜옥 씨 얘기다. 아내는 2010년 5월부터 콧구멍으로 밀어 넣은 급식튜브로 영양을 공급받았고 9월부터는 배에 구멍을 내 음식을 위에 직접 주입했다. 인공호흡기를 연결해 특수연명치료를 받은 지 약 20개월 뒤인 올해 1월 결국 눈을 감았다. 김 전 대사는 아내가 희망과 절망을 느끼는 매 순간을 함께하며 간병기록을 남겼다. 그날그날의 상태는 물론이고 진료기록, 의료기기 구입목록, 진료비 지원정책 등을 세세히 남겼다. 그는 이를 모아 ‘파킨슨병 아내 곁에서’(마음풍경)를 출간했다. 김 전 대사는 뻣뻣해진 아내의 옷을 갈아입히고 목욕을 시키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지만 숨을 쉬고 자신의 말을 경청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무엇이 그를 헌신적인 남편으로 만들었을까. 김 전 대사는 책에서 ‘사랑이라기보다는 책임 의무 체면 연민 그리고 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적었다. 하지만 10년간 매일 아내의 손발이 돼 극진히 보살펴 준 힘의 근원은 사랑 이외에 달리 무엇이었을까.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대한노인정신의학회가 유치한 ‘제16회 국제노인정신의학회(IPA)’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10월 1∼4일 열린다. 국내외 석학들이 노인정신의학에 관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나누는 행사다. 올해는 주로 치매의 예방과 진단, 치료에 관한 내용이 발표된다. IPA에서는 고령화로 치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치료법들도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치매의 새로운 치료-비약물적 치료’를 주제로 발표하는 이준영 서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교수로부터 치매 치료의 최신 트렌드를 들어 봤다. 치매는 퇴행성 변화로 뇌가 줄어들면서 발생한다. 뇌가 줄어들면 뇌에서 분비하는 신경전달물질도 줄어든다. 현재까지의 치매 치료는 기억력과 집중력을 담당하는 콜린 성분을 보충해 줘서 치매의 진행을 늦추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치매를 예방하는 약물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운동, 식이요법, 인지훈련을 통해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보고는 있다. 이 교수는 “치매에 안 걸린 사람이 운동을 꾸준히 하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30% 정도 줄어든다”며 “식이요법에 대해선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소식(小食)하는 사람의 뇌가 건강하고 수명이 길다는 논문이 여러 편 있다”고 말했다. 인지훈련에서는 무엇인가를 암기할 때 한 번에 여러 개가 아닌 한 가지씩 집중해 외우는 ‘주의력’을 연습한다. 아울러 다양한 시청각을 이용하는 ‘오감을 이용해 외우기’, 스토리를 통해 기억하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외우기’ 등의 기법도 배우게 된다. 국내에서는 3년 전쯤부터 전국 치매지원센터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인지훈련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씩 모여서 1시간 반∼2시간씩 훈련하고 집에서도 복습하는 프로그램이다. 최소한 3∼6개월 꾸준히 훈련하면 치매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얼마 전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 왼쪽 눈의 시력이 떨어지고 충혈과 통증이 와서 진료실을 찾았다. 현미경 검사를 했더니 감염성 각막염이 의심됐다. 각막 조직을 떼어내 균 배양검사를 하고 바로 점안 항생제 치료를 시작했다. 균 배양검사 결과 녹농균이 원인균으로 밝혀졌다. 환자는 항생제 치료로 상태가 좋아졌지만 결국 몇 개월 뒤 중심부에 생긴 각막 흉터로 인해 시력 저하가 나타났다.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환자에게 물어봤다. 최근 제조 또는 수입 회사를 확인할 수 없는 컬러 콘택트렌즈를 안경업소에서 구입했고 평소 적절하게 렌즈 살균과 소독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반 친구들과 서로 미용 목적으로 렌즈를 돌려썼다고 한다. 최근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눈이 크고 아름답게 보인다는 이유로 컬러 콘택트렌즈가 유행했고 어린 학생이 이를 따라 하다가 피해를 본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콘택트렌즈의 국내 생산량과 수입량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미용 목적의 컬러 콘택트렌즈의 사용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판매시장은 커 가고 있지만 제품이 아직까지 모두 안전한 것은 아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시중에 유통되는 콘택트렌즈들을 수거해 검사한 뒤 7개 제품에서 곡률반경 및 두께 등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넘어서 판매 중지 및 회수 조치를 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곡률반경은 렌즈의 구부러진 정도로 기준치보다 크거나 작으면 안구에 통증 충혈 이물감을 일으킬 수 있다. 렌즈가 기준치보다 두꺼우면 안구의 눈물 순환을 막아 각막부종 등을 일으키고 너무 얇으면 시력교정 능력이 줄고 렌즈가 쉽게 찢어져 각막이 손상될 수 있다. 눈의 안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안과의사의 진단을 받은 뒤 콘택트렌즈를 구입해야 한다. 구입할 때는 제품에 기재된 허가사항 유효기한을 꼭 확인하고 허가 받은 제품인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하드 콘택트렌즈는 안과의사의 세심한 검사와 처방,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 콘택트렌즈 착용 중 통증, 충혈, 과도한 눈물, 시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빼낸 뒤 안과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특히 렌즈를 다른 사람과 돌려쓰면 교차 오염으로 인한 각막 감염이 생길 수 있다. 콘택트렌즈를 사용한 뒤에는 반드시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생리식염수, 렌즈 세척액, 보존액만을 사용해 세척 살균 소독을 철저히 한 뒤 렌즈 전용 보관 용기에 넣어 관리해야 한다. 수돗물로 세척하면 콘택트렌즈 사용으로 인한 가시아메바 각막염에 걸릴 수 있다. 어린 학생들이 무분별하게 콘택트렌즈를 사용하지 않도록 부모가 적절하게 관심을 기울이고 지도해야 심각한 부작용인 감염성 각막염을 막을 수 있다.김재용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

“저희는 한국에서 온 대학생들입니다. 여러분처럼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볼리비아 라파스의 사회복지서비스기관(SEDEGES). 어둑어둑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던 청각장애아동 10여 명 앞에 한국 대학생 5명이 섰다. 지난달 30일이었다. 청각장애 3급 김규리 씨(21·여)가 “저도 청각장애인”이라고 말하자 아동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한국 대학생팀은 고려대에 다니는 장애인 5명, 비장애인 1명으로 구성됐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신한금융그룹이 주관하는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라는 연수프로그램의 하나로 남미의 최빈국을 찾았다. 장애인으로서 느끼는 어려움을 공유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빈곤국 장애인에게 꿈을 전하다 루이스 디에고 군(12)이 수화로 김 씨에게 물었다. “청각장애인인데 어떻게 그렇게 말을 잘하나요? 저도 당신처럼 되고 싶어요.” 현지의 청각장애아는 “안녕” “엄마” 같은 말밖에 하지 못한다. 발성을 제대로 가르쳐줄 만한 인력이나 시설이 부족해서다. 한국에서는 흔한 보청기나 인공와우 시술이 이들에겐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김 씨는 아기 때 복용한 폐렴 약의 부작용으로 고음을 못 듣는 청각장애가 생겼다. 자라면서 상대의 입 모양을 보며 말의 뜻을 읽는 법을 익혔다. 또 언어치료를 통해 또박또박 말하는 법을 배웠다. 지금은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대화가 가능하다. 김 씨에겐 꿈이 있다. 장애인을 위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장애인 보조기구를 제작하는 회사를 차리고 싶어 한다. 한국 대학생들은 이런 꿈과 희망을 담아 티셔츠를 선물하며 말했다. “저희도 장애가 있지만 열심히 공부합니다. 여러분도 꿈을 잃지 마세요.” 볼리비아 아동들은 수화로 “사랑합니다”라고 화답했다.○ 역경을 딛고 미래를 꿈꾼다 방문단은 라파스의 시각장애인 재활작업장도 찾았다. 100m²(약 30평) 남짓한 마당에 장애인이 만든 물품이 보였다. 이들은 뜨개질을 해서 목도리와 옷을 만들고,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우며 자립을 준비하는 중이다. 이곳을 찾은 지체장애 4급 임성수 씨(26)도 한때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꿈 없이 살던 때가 있었다. 그는 고3 여름방학 때 근육통으로 인해 병원을 찾았다가 뼈에 생기는 암인 ‘골육종’을 진단받았다. 의대에 가려던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임 씨는 수술을 받은 직후 휠체어를 타다가 재활운동을 통해 걷는 법을 익혔다. 장애인으로서 제대로 살기 힘들지 모른다며 그의 부모는 전 재산을 털어 모텔을 인수했다. 모텔 주인으로라도 먹고살게 하려고. 한동안 그는 모텔 맨 위층에서 의미 없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도전했고, 23세에 고려대 경제학과에 진학했다. 지금은 세계적인 경제학자가 되는 게 꿈이다. 시각장애 4급 오준엽 씨(21)는 이날 볼리비아시각장애인기관(IBC) 총책임자 레네 우가르테 씨에게 접이식 지팡이를 선물했다. 라파스는 길이 울퉁불퉁해 시각장애인이 다니기 어렵지만, 장애인용 지팡이는 길이가 짧고 튼튼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가르테 씨는 지팡이를 안고 “한국 장애인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싶다”며 웃었다.라파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약국이 아닌 편의점에서도 안전상비의약품을 살 수 있게 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목은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로 조사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1일 발표한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전후 의약품 사용 및 인식변화 연구’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새 제도 시행 이후부터 올 3월까지 판매실적을 집계한 결과 타이레놀 500mg의 판매량이 78만1392개로 1위를 기록했다. 다음은 감기약인 판피린티정(67만5059개), 판콜에이내복액(51만3512개), 소화제 훼스탈플러스(32만5177개), 파스류 신신파스아렉스(20만9861개)였다. 약국 외에서 팔린 안전상비의약품의 판매량은 평일 기준으로 하루 5만4819개였다. 주말에는 이보다 1.9배 수준인 10만5228개가 판매됐다. 올해 설(2월 10일)에는 하루 판매량으로는 가장 많은 수치인 7만9219개의 상비약이 팔렸다. 편의점에서 판매된 안전상비의약품을 종류별로 살펴보면 감기약의 비중이 36.2%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해열진통제(29.3%), 소화제(24.1%), 파스(10.4%) 등의 순이었다. 연구원이 전국 20세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편의점 등 약국 외의 곳에서 상비약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는 비율은 약 12%였다. 이들 중 약국이 열지 않는 심야시간인 오후 9시에서 다음 날 오전 9시 사이에 구매했다는 비율은 66.2%에 달했다. 연구진은 “안전상비의약품의 편의점 판매는 별다른 무리 없이 정착된 것으로 판단되지만, 의약품의 올바른 구입과 복용법에 대해 홍보와 교육을 더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편의점 업주뿐 아니라 종업원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국내 임신부 10명 중 3명꼴로 제왕절개 분만을 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5∼44세 기혼여성 9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에 따르면 65.7%는 자연분만을, 34.3%는 제왕절개를 했다고 답했다. 자연분만 비율은 25∼29세의 젊은 연령층에서 72.8%로 가장 높았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자연분만 비율이 낮았고 35세 이상에서는 55.9%로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제왕절개는 의사가 권유한 비율이 73.7%로 가장 높았다. 제왕절개를 한 이유로는 태아의 머리에 비해 임신부의 골반이 작은 ‘아두골반 불균형’이 22.4%로 가장 많았다. 본인의 의사로 제왕절개를 선택한 사례만 따로 이유를 살펴봤을 때도 아두골반 불균형이 27.0%로 가장 높았지만 ‘출산의 고통에 대한 두려움’도 16.2%로 높은 편이었다. 연구진은 “제왕절개 비율을 줄이려면 임신부 본인이나 가족의 인식을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출산연령을 낮추기 위한 사회적인 지원정책을 실시하고 가임기 여성에 대한 건강관리와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공산국가에 국제학술지를 보냈다. 답장은 아주 드물게 왔다. 극히 일부 국가에서만. 상대방이 곧바로 눈에 띄는 반응을 보이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중앙정보부는 계속 문을 두드렸다. 메아리 없는 외침을 15년 정도 계속하던 어느 날, 커튼이 조금 열렸다. 암호명 ‘푸른 다뉴브 강’. 미지의 세계인 공산권과의 수교 노력은 이렇게 시작됐다. 공작원을 포함한 대표단은 아무 보장 없이 헝가리를 방문했다. 빨라야 1, 2년 내에 영사관 개설 정도가 가능하지 않을까. 다뉴브 강의 물결을 바라보며 이렇게 예상했는데….》 중앙정보부(국가정보원의 전신)가 공산국가에 국제학술지를 처음 보낸 시기는 1972년 초다. 민간의 공산권 접촉을 극도로 통제하던 냉전시대. 중앙정보부는 우편검열부서의 협조를 받아 소련과 동유럽의 여러 국가에 우편물을 발송했다. 한국국제관계연구소가 발간한 '한국국제연구저널(Korean Journal of International Studies)', 한국학술연구원이 만든 '코리아 옵서버(Korea Observer)'였다. 우편물에는 "한국과 학술교류를 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한국에 오라는 초청장을 첨부했다. 이데올로기는 다르지만 서로 이해의 폭을 넓혀보자는 취지였다. '세계의 반쪽'이던 공산국가에 대한민국의 정보기관이 우편물을 보낸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 무슨 의미인지는 더더욱. 공산권을 향한 일방적 구애는 1980년대 중반까지 계속됐다. 답장을 가장 빨리 보낸 국가는 유고슬라비아였다. 일주일쯤 뒤면 회신이 왔다. 헝가리와 체코에서는 6개월 정도가 지나서 보냈다. 내용은 비슷했다. 자료를 잘 받았으니 학술교류를 하자는. 소련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중앙정보부가 공산권에 손을 내민 건 한국외교의 지평을 조금이라도 넓히기 위해서였다. 당시 한국과 수교한 나라는 모두 서방국가였다. 변화의 조짐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서독의 빌리 브란트 정부는 1970년에 동방정책을 추진하면서 3월과 5월에 동·서독 정상회담을 열었다. 동·서독의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약은 2년 뒤에 체결됐다. 한국정부는 이에 자극을 받았다. 박정희 대통령은 평화통일외교정책에 관한 특별성명인 '6·23 선언'을 1973년 발표했다. 언제쯤이면 공산권과 손을 잡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대답할만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중앙정보부 역시 이런 노력이 언제 결실을 맺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냉전의 벽에 금이 가다 한국인에게 1980년대의 공산국가는 미지의 세계였다. 외교관계를 수립하리라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민간인의 공산권 방문은 사실상 힘들었다. 소포를 보내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두터운 커튼 사이를 일부 기업인이 오갔다. 김우중 당시 대우그룹 회장이 그중 한명이다. 그는 가방 하나를 들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다가 헝가리에도 발을 디뎠다. 헝가리는 그를 통해 한국에 메시지를 보냈다. '20억 달러의 차관을 주면 한국정부와 수교교섭을 할 의사가 있다.' 한국이 북방정책을 공식표방하기 전인 1988년 3월경이었다. 수많은 나라 중에 왜 지구 반대편 한국에, 민간기업을 통해 제안했는지는 지금도 미스터리다. 다만 여러 추측이 가능하다. 당시 헝가리는 공산국가 중 개혁개방을 가장 적극 추진하는 나라로 꼽혔다. 개혁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기업을 활용했을 수 있다. 대우가 이를 간파하고 헝가리에 먼저 제안했을 수도 있다. 국제정세 역시 변하던 중이었다. 공산권의 경제력이 추락하자 여러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념만으로는 먹고살 수 없다, 소련 눈치만 보지 말고 먹고살 길을 찾아야 된다…. 소련이 위성국가를 통제하는 힘이 약해지는 가운데, 헝가리는 소련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독립적인 위치에 있었다. 민족도 동양계인 마자르족이어서 한국과 정서가 비슷했다.● 부담스러운 헝가리 협상단장 수교교섭의 길은 열렸다. 하지만 좁고 울퉁불퉁했다. 누구도 그들과 외교관계를 곧 맺을 수 있다고 낙관하지 못했다. 당시 청와대 정책보좌관실 북방정책담당비서관이던 염돈재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은 "교섭을 잘했을 경우 1~2년 내에 경제관계나 영사관계를 맺을 거라고 내다봤다"고 회상했다. 잘 되도 '반쪽외교'란 말이다. 교섭은 해야 하는데 누구도 헝가리에 가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협상에 성공할 가능성이 낮아보였다. 신변의 위협을 무시하기 힘들었다. 헝가리에서 북한요원을 마주칠 가능성까지. 헝가리에 가는 협상단의 단장을 누가 맡아야 하는지가 문제였다. 공식외교 사절이지만 외무부 차관이 나서면 상대방에 이끌릴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왔다. 외교관이 가면 한국이 수교에 적극적이라는 의미이므로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게 된다. 다른 부처의 장관을 보내기도 힘들었다. 정부의 목표는 정식 수교인데, 경제기획원 차관이 가면 경제기관의 수장과 경제문제만 논의하다 돌아올 가능성이 컸다. 안기부 차장을 보내면 헝가리 쪽에서 정보기관장을 보넬테니 정보기관간의 대화로만 좁혀질 수 있었다. 관료들은 박철언 당시 정책보좌관을 추천했다. 그는 노태우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 1970년대 초에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측근인 헨리 키신저를 중국에 밀사로 보낸 전례가 있었다. 이를 참고해 박 보좌관을 추천했고, 그가 협상 단장을 맡게 됐다.● 헝가리에서의 담판 수교 임무는 '푸른 다뉴브강'이라는 암호로 불렸다. 15억 달러 이상의 차관을 주면 수교를 하겠다고 헝가리가 요구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외무부, 경제기획원, 재무부, 상공부, 안기부 직원으로 구성된 대표단은 그해 7월 '푸른 다뉴브강'으로 떠났다. 노 대통령으로부터 12억 달러까지는 허용해도 좋다는 전권을 비밀리에 위임받은 채…. 현지에서 만난 바르타 국립은행 총재와 산도르 데먄 신용은행장은 차관 문제만 거론했다. 수교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수교문제에 대해 전권을 지닌 마르요이 부수상도 경제협력 얘기만 얘기했다. 한국정부의 전략은 경제협력과 외교관계의 일괄타결이었다. 차관액수는 최대한 줄이고, 반드시 상환 받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헝가리는 많은 차관을 요구하면서 "외교문제는 차츰 생각하자"며 소극적으로 나왔다. 북한을 의식해서였다. 대표단은 그로스 카로이 공산당 서기장 겸 수상을 면담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최후통첩에 나섰다.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우린 한국에 돌아가겠다." 박 보좌관은 협상단원에게 짐을 싸라고 지시했다. 숙소에서 단원들의 방에 전화를 걸어 "이 사람들 돈을 목표로 하니 안 되겠다. 비행기 시간을 알아보라"고 했다. 헝가리가 모든 전화를 도청하리가 생각하고 일부러 들으라는 식으로 "보따리 싸라"고 구체적으로 말했다.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도청을 피하기 위해 마당 한 가운데서 했다. 진심으로 한국에 돌아가려는 심산은 아님을 박 보좌관 자신만 알았다.● 피 말리는 협상 과정 엄포의 효과가 나타났다. 헝가리 측은 그로스 서기장과의 면담을 마련했다. 한국의 정부 대표가 처음으로 공산국가의 국가원수를 만나는 순간이었다. 그로스 서기장은 "그간의 회담 경과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다. 그러나 북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보좌관은 '7·7선언(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특별선언)'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노태우 정부가 추진하는 전향적인 대북정책, 북방 수교 정책의 대강을 담았다. "우리는 이런 선언을 하고 모든 공산권 나라와 친구가 되려고 한다. 북한이 미국, 일본과 관계를 맺는 것도 반대하지 않고 지원한다. 시간을 지체할 이유가 뭐 있느냐…." 그로스 서기장은 공산국가의 수장이지만 개혁개방을 얘기하며 소련으로부터 자유로운 노선을 가려고 했다. 수교를 하겠다는 원칙에 합의하며 "헝가리가 한국과 수교하는 첫 동구권 국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 달 뒤에 헝가리의 비밀협상단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안기부의 안가이던 워커힐 펄 빌라에 투숙했다.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됐다. 피 말리는 과정. 오전 내내 회담을 하고, 점심을 먹은 뒤 오후 2시부터 새벽 3시까지 이야기를 계속했다. 헝가리측의 주요 파트너는 바르타 특사였다. 양국의 역사, 철학, 시(詩)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 와중에서 설득을 계속했다. "당신들은 소련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나라 아니냐. 개혁개방을 얘기하는데 경제협력의 첫 규모에 대해 너무 집착하지 마라. 동구에서 가장 먼저 수교하면 경제협력이 활성화돼서 양국의 경제관계에 도움이 된다."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고성이 오갔다. 한국이 차관 액수를 줄이려 하면 헝가리는 "이제 그만 하자"고 나왔다. 양쪽의 감정이 격앙됐을 때, 최계룡 대우 부사장이 나타났다. 김우중 회장과 함께 헝가리를 자주 오갔던 인물이라 헝가리 수석대표와 친분이 깊었다. 해외에선 '무하마드 최'라는 이름을 별도로 지어서 다녔고, 유쾌하고 입담이 좋다는 정평이 나 있었다. 최 부사장은 헝가리에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며 그들을 진정시켰다.● 비판여론이 끓다 차관액수는 6억5000만 달러로 합의했다.8월 26일, 한국은 헝가리와 최종 합의서에 서명했다. 정부는 얼마 후 북방정책협의조정위원회 멤버인 장관들의 서명을 받았다. 정상적으로는 회의를 열고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공산국가와의 첫 수교. 보안이 새거나 시간이 지체돼선 안됐다. 한국이 헝가리에 4년간 차관을 주고 경제협력을 한다는 표현을 문서에 넣었다. 양국의 수도에 영사관계까지 포함하는 상주대표부를 설치하고, 경제협력이 50% 이뤄지면 외교관계를 맺는다는 내용도 담았다. 사인하던 A 장관의 입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수교만 된다면 아깝지 않은 돈이겠지만…. 그런데, 잘 하셔야 합니다." 대다수 장관도 '수교만 된다면 이깟 돈이 문제냐'는 반응이었다. 당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4435달러. 헝가리(2000달러)에 비해서는 많았지만, 부유하다고는 말하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공산권과 교류에 대한 열망은 돈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컸다. 공산권과 관계개선을 하는 과정에서 우방인 미국과 사전협의를 하는 게 도리였다. 한국정부는 민족의 자존감을 지킨다며 협의를 하지 않았다. 정식 발표 48시간 전에 통보했다. 한국에 파견된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는 "한국 정부로부터 통보받기 1주일 전에 헝가리 부다페스트 주재 CIA 거점에서 통보받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얼마 후인 9월 13일, 양국은 무역대표부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서울올림픽(9월 17일)이 열리기 나흘 전이었다. 정부는 가급적이면 발표를 좀더 빨리해 공산국가가 서울올림픽에 많이 참여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었다. 하지만 헝가리는 오랜 우방인 북한의 9·9절 행사에 축하사절단을 파견할 예정이었다. 9월 9일 전에 발표하면 사절단의 입장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컸다. 사절단이 귀국한 뒤 발표하길 원했던 헝가리의 입장을 고려해서 9월 13일로 정했다. 여론은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돈 주고 수교를 사왔다, 차관을 줬는데 공산국가 헝가리가 아무런 변화 없으면 어떻게 되느냐, 괜히 미국과 관계만 나빠지는 것 아니냐, 지금껏 해온 반공교육은 어떻게 되는거냐…. 온갖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 정부 내에서도 불만이 나왔다. 경제기획원의 국장급 간부는 관계기관 실무국장급 만찬을 비공식적으로 마련해 청와대의 북방정책이 무원칙하다며 비판했다. 애써 성사시킨 수교합의였지만 안팎으로는 시끄럽고 날선 소리들이 들려왔다. 대통령의 측근을 통해 '밀실외교'를 했다는 비판이 빠지지 않았다. 이를 의식해 폴란드가 수교교섭을 제의했을 때는 외무부가 담당하겠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외무부 차관보가 이끄는 수교 교섭단이 떠났지만 폴란드 입국마저 거부됐다. 결국 이들은 폴란드 정부관계자를 만나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공산권과는 수교는 첫 걸음 자체가 녹녹치 않았다.● 정식 수교를 향해 신동원 외무부 차관은 그해 12월, 헝가리 외무부의 공식 초청장을 들고 떠났다. 국내 언론은 정식 수교를 맺기 위해 헝가리를 방문한다고 대서특필했다. 일행은 오후 3시경 현지에 도착했다. 헝가리 외무부는 이들을 차에 싣고 어딘가로 달렸다. 숙소로 안내하지 않고 외무부 청사로 향했다. 헝가리 외무부 직원 10여 명이 한국 대표단을 맞았다. 호른 줄라 외무담당 국무비서(차관)은 "헝가리 방문을 환영한다"며 입을 열었다. "한국 신문 봤는데 신 차관이 수교를 하러 간다고 돼 있더라. 아직 이야기도 안 끝났는데 그러면 심히 곤란하다, 이걸 먼저 해명하라." 당시 주 헝가리 북한 대사는 김정일의 동생 김평일이었다. 헝가리의 입장이 곤란할 수밖에 없었다. 해명을 잘못하면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라고 할 기세였다. 당시 외무부에서 '신똘똘'로 불렸던 신 차관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한국과 헝가리는 체제가 다르다. 한국에는 언론의 자유뿐 아니라 추측의 자유도 있다. 모두 '관측통에 의하면'이라고 돼 있지, '신 차관에 따르면' 또는 '외무부 공보관에 따르면'이라고 나온 기사가 있느냐." 헝가리 외무부는 그제서야 "알겠다"고 했다. 어느 날, 줄라 차관이 신 차관을 찾았다. 밤 9시경이었다. 잠깐 가볼 데가 있다고 했다. 그로스 서기장을 만나러 가는 자리였다. 서기장은 "그간의 이야기를 다 들었다. 두 나라가 협력해서 좋은 성과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이 잘 풀렸다. 신 차관은 헝가리에 머물면서 줄라 차관과 가까워졌다. 헝가리가 한국과 수교를 맺으면 한국 대통령을 정식으로 초청한다는 약속을 받았다. 신 차관이 "한국과 수교하는 것에 대해 소련에 양해를 구했느냐"고 물었다. 베테랑 외교관인 줄라 차관은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는 언급하지 않고 씨익 웃었다. 이어 "그쪽에서도 다 알고 있다"고 했다.● 첫 북방외교의 결실 이듬해인 1989년 2월, 한국은 헝가리와 정식으로 수교를 맺었다. 서울올림픽과 더불어 한국의 발전상을 공산권에 알리는 촉매제가 됐다. 온 세계에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며 외교의 지평을 넓혔다. 국제사회에 우릴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박 보좌관은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헝가리가 뚫리자 체코, 폴란드 등 공산국가와 줄줄이 수교를 맺게 됐다. 노 대통령 재임기간에 39개의 공산국가와 외교관계를 맺었다"고 회상했다. 6억5000만 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수교할 가치가 있었을까? 당시 주역들은 그렇다고 말한다. 염 원장은 "전체 차관액 중에서 무상지원은 산업훈련생 훈련지원 등 2000만 달러 정도에 불과했다. 연불수출 기금과 전대차관은 우리 상품 수출을 전제로 했기에 전혀 부담스러운 액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헝가리는 차관을 모두 상환했다. 한국은 수교를 하는 정치적인 소득을 얻고, 수출시장을 확대하는 경제적인 소득을 한꺼번에 얻었다. 한국의 발전상은 동유럽 국가에 큰 충격을 줬다. 이들 국가의 탈 공산 혁명을 촉진시키는 데도 중요한 영향을 줬다고 동유럽 학자들은 여러 논문에서 지적했다. 헝가리와의 수교에는 변화된 국제정세가 도움을 줬다. 1975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결성된 유럽안보협력회의(CSCE)가 대표적이다. 소련과 동유럽 국가를 포함해 전 유럽국의 대표가 CSCE를 통해 평화와 안전을 보장한다는 대의에 합의했다면서 신 차관은 이렇게 말했다. "CSCE가 냉전체제를 허무는 시작이 됐다. 유럽이 이렇게 변해가는 데 있어서 선두주자 역할을 한 게 헝가리였다. 이런 국제정세에 발맞춰 헝가리와의 외교관계를 주도적으로 성사시킨 게 한국이다. 한국과 헝가리는 각각 아시아와 유럽에서 외교 다변화에 앞섰던 선두국가였다." 신 차관은 옛일을 회고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제5회 청년일가상을 받은 지미 팸(문용철·41·사진) 씨는 라이따이한입니다. 지금은 ‘코토(KOTO)’ 레스토랑과 교육센터를 운영합니다. 부모에게서 버려졌거나 노숙하는 어린이들에게 바텐더 요리 서비스를 교육한 뒤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이렇게 취업한 어린이들이 700여 명에 이릅니다. 한국에서도 코토를 열겠다는 꿈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최저생계비 이하 가구에 한꺼번에 지급하던 기초생활보장급여를 생계, 주거, 교육 등 필요항목의 특성에 따라 나눠서 지원하는 기준이 결정됐다. 정부는 10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제4차 사회보장위원회를 열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방안’을 확정했다. 이 방안이 내년 10월부터 시행되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현재 83만 가구에서 최대 110만 가구로 약 30%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급자에게 생계유지에 필요한 생활비를 지원하는 ‘생계급여’는 중위소득의 30%가 기준선으로 4인 가구 기준 월 115만 원이다. 수급자의 ‘부양의무자’(자녀 등 1촌 직계혈족과 배우자) 기준도 완화된다. 주거급여는 중위소득의 43%(4인 가구 기준 월 165만 원) 이하에 준다. 임차 주택에 거주하면 생활비인 생계급여로 임차료를 내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수급자의 소득인정액이 생계급여 기준금액보다 적거나 같으면 ‘기준 임대료’(지역과 가구원수별로 10만∼34만 원으로 책정)를 전액 지원한다. 기초수급자의 학교 입학금과 수업료, 교과서대, 학용품비 등을 지원하는 교육급여는 중위소득의 50% 이하(4인 가구 기준 월 192만 원)에게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 항목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앞으로 고교 무상교육이 시행되는 만큼 지원 범위는 재검토될 수 있다. 의료비를 지원하는 의료급여는 중위소득의 40% 수준(4인 가구 기준 월 155만 원)으로 정해졌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 서울대병원‘난청과 어지럼증’ 건강강좌서울대병원은 9일 ‘귀의 날’을 맞아 오후 3시 본관 지하 1층 B강당에서 ‘난청과 어지럼증’을 주제로 건강강좌를 연다. 이비인후과의 이준호 서명환 교수가 강의한 뒤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누구나 사전 등록 없이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 02-2072-2441■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심장지킴이 2013 체험행사’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14일 오전 9시 동관 6층 대강당에서 ‘심장지킴이 2013 체험행사’를 연다. 심장질환 전문가들이 관상동맥질환 판막질환 부정맥 심부전 및 고혈압 심장병 예방 및 재활에 대해 강의한다. 웃음치료 심폐소생술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02-3010-0600■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 ‘2013 건국 국제 대장암 심포지엄’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는 14일 낮 12시 원내 대강당에서 ‘2013 건국 국제 대장암 심포지엄’을 연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암센터의 정기영 박사와 일본 도쿄 왕실병원의 아카스 박사를 비롯한 국내외 대장암 전문가가 참여해 지식과 정보를 나눈다. 11일까지 사전 등록을 받는다. 02-2030-7222}

얼마 전 중년의 직장 여성이 진료실에 왔다. 유독 왼쪽 얼굴과 팔이 오른쪽보다 탄력이 떨어지고 주름이 많았으며 검버섯이라 불리는 지루각화증도 다수 보였다. 그는 이 때문에 비슷한 연령대의 친구들보다 늙어 보인다고 했다. 이 환자는 20대부터 매일 아침, 저녁으로 운전하면서 출퇴근했다. 자외선차단제는 매일 꾸준히 바르지만 번들거리는 느낌이 싫어서 되도록이면 소량만 바른다고 했다. 차단제를 발랐는데도 다른 이들보다 ‘광노화’가 많이 진행된 이유는 무엇일까? 자외선은 피부에서 비타민D를 합성하고 각종 피부질환 치료에도 유용하게 사용되는 등 이로운 측면이 있다. 반면 과다하게 노출되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단기간 노출될 때는 홍반이나 화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장기간 노출되면 광노화 기미 등의 색소 침착을 일으킬 수 있다. 심각하게는 피부암 발생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 몸에서 자외선B는 주로 일광화상을, 자외선A는 색소 침착을 일으킨다. 따라서 자외선차단제 효능도 두 가지 자외선을 차단하는 지수로 표현한다. 자외선B를 차단하는 정도는 SPF로, 자외선A를 차단하는 정도는 PA로 표현한다. SPF는 자외선 양이 1일 때 SPF15인 차단제를 바르면 피부에 닿는 자외선 양이 15분의 1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최근 피부과학회에서는 일상적인 생활에서 SPF30 정도의 차단제를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다. PA는 뒤에 붙은 +의 개수로 강도를 나타낸다. +가 1개면 차단제를 바르지 않은 때보다 2∼4배, 2개면 4∼8배, 3개면 8배 이상 자외선A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수 있다는 의미다. 차단제를 선택할 때는 자외선B뿐만 아니라 자외선A도 함께 차단할 수 있는 광범위 용도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수치는 모두 차단제 권고량인 체표면적 cm²당 2mg의 양을 바를 때가 기준이다. 실제로는 많은 사람이 피부가 하얗게 되거나 끈적임 등의 불편 때문에 권고량의 25∼50% 정도만 바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어느 정도로 차단제를 발라야 하나요?”라고 환자들이 물을 때 피부과 의사로서 명확한 답변을 해 주기 어려운 때가 많다. 이런 때는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비교적 간단한 ‘티스푼 법칙(teaspoon rule)’이 도움이 될 것 같다. 티스푼 하나는 6mL가 조금 안 되는 양이다. 얼굴과 목 왼팔 오른팔은 각각 티스푼 반 이상을 사용하고 몸통의 앞뒤, 양쪽 다리는 각각 티스푼 하나 이상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 2시간마다 다시 발라 줘야 하고 물놀이를 할 때는 방수 기능이 포함된 제품을 사용해야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차단제는 이제 일상생활에서 빠지면 안 되는 생활필수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차단제를 꾸준하고 올바르게 사용해 건강하고 아름다운 피부를 지키도록 하자.노영석 한양대병원 피부과 교수}
본격적으로 가을날씨가 찾아오면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환절기에는 일교차가 10도 이상 나면서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고 바이러스가 증식하기 쉽다. 감기 독감 등의 호흡기 질환이 급증하는 이유다. 환절기에는 몸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이정권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감기 바이러스는 날이 추워지거나 일교차가 커지면 더 오래 생존하는 특성이 있다. 계절성 독감은 백신이 있지만 모든 감기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약은 없다. 바이러스와 접촉을 피하려면 사람들이 많은 곳은 되도록 피하고 손을 자주 씻어야 한다. 영양과 수면은 건강의 기초이므로 과로하지 말고 피로는 곧장 풀도록 하자. 다이어트를 해 영양 결핍을 부르는 것도 피해야 한다. 신선한 과일이나 물을 많이 마시고 수분과 단백질, 비타민이 많이 든 음식을 먹는 것도 중요하다. 환절기에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려면 낮에 무덥더라도 외출할 때는 꼭 긴소매 옷을 준비해 체온 관리를 하는 게 좋다. 샤워는 체온의 급격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뜨거운 물은 피하고 미지근한 물로 하는 게 좋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봄철보다 가을철에 오히려 심하다. 가을철에는 쑥, 풍매화, 돼지풀 등의 꽃가루가 날린다. 1년 중 8월 말과 9월에 가장 많이 날린다고 알려져 있다. 집먼지진드기도 가을철에 천식환자를 많이 발생시킨다. 집 안 먼지를 털어내고 통풍을 자주 하면서 소파나 카펫 등을 깨끗이 하면 도움이 된다. 이불이나 베개 등을 자주 빨고 햇볕에 말리며 애완동물의 털이나 담배연기도 실내에서 없애야 한다. 날씨가 추워지고 건조해지면 피부염 등도 생기기 쉽다. 피부 관리 원칙은 추위에 노출되는 걸 되도록 피하고 피부에 수분을 유지하는 것이다. 우선 잦은 목욕과 비누칠은 피하자. 매일 온탕 목욕이나 사우나를 하면 피부 보호막이 손상돼 가려움증이 생기고 노화가 촉진된다. 목욕 횟수는 일주일에 두세 번이 적당하며 거친 때밀이 수건으로 박박 문지르는 습관을 버리는 게 좋다. 목욕 뒤에는 유분기가 있는 로션이나 오일을 바르자.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30대 중반의 부부가 상담을 하러 찾아왔다. 결혼 4년 차인 이 부부는 임신이 되지 않아 고민이라고 했다. 결혼 2년 차가 되던 해부터 아이를 갖기 위해 배란일도 계산하고 좋다는 음식도 챙겨 먹었다. 민간요법까지 써가며 많은 노력을 했지만 임신에는 실패했다고 한다. 이 부부는 혹시 자신들이 아이를 아예 갖지 못하는 건 아닌지 불안해했다. 피임을 하지 않은 상태로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한 지 1년이 지났는데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의학적으로 ‘난임’ 이라고 부른다. 난임은 생각보다 흔하게 나타난다. 실제로 아시아 부부 10쌍 중 한 쌍, 한국은 약 7쌍 중 한 쌍이 난임 문제를 겪고 있다. 우리 사회는 초혼 및 초산 평균연령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난임을 겪는 부부가 늘어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남성과 여성 모두 노화가 가임 능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과체중이나 비만 흡연 스트레스 등도 난임을 불러오는 요인으로 꼽힌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자신들이 난임이라는 사실을 아는 부부가 실제 난임 부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다. 난임에 대한 낮은 인식과 오해, 사회적인 분위기나 개인적인 치료 장벽 때문이다. 실제로 효과적인 치료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난임 부부의 20%만이 상담을 받고 그중에서도 일부만이 산부인과나 난임 클리닉을 찾아 치료를 받는다. 나이가 많아지면 난임 치료의 효과 역시 크게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가임능력 문제가 의심되면 당장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난임 치료는 난임의 원인, 환자의 현재 상태와 선호 방법 등에 따라 다르게 진행된다. 최적의 치료방법과 효과를 위해서는 자가 치료를 삼가고 전문의에게 진찰을 받아야 한다. 의학의 발전으로 난임 치료에는 임신 촉진제나 자궁 내 수정, 일반적으로 시험관아기 시술로 알려진 체외수정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현재 정부에서는 비용 문제로 난임 치료를 미루는 환자들을 위해 난임 치료에 수년 동안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치료를 권장하면서 임신을 장려하고 있다. 난임은 장애가 아니며 치료에 성공할 수 있다. 난임을 쉬쉬하거나 방치하는 것이 아이를 갖지 못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일 수 있다. 아이를 원하는 마음만큼 부부가 적극적으로 서로의 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도록 배려하자. 난임이 걱정되거나 의심되면 함께 전문의에게 조언을 구하는 게 치료의 출발점임을 명심해야 한다.최영민 대한생식의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 25∼30일 아시아태평양생식학회가 선정한 ‘난임 바로알기 주간’을 맞아 난임 문제에 대한 전문의의 강의와 질의응답으로 진행되는 난임 관련 최초의 온라인 콘퍼런스가 열린다. 평소 공개적으로 난임 문제를 상담받기 꺼렸던 부부들은 콘퍼런스를 통해 난임에 대한 고민을 푸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콘퍼런스가 열리는 사이트는 www.fertilityasia.com 또는 www.fertilityasia.co.kr이다.}

북한의 가장 큰 사망원인은 영양부족이나 결핵이 아닌 ‘비감염성 질환’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비감염성 질환은 심혈관질환 당뇨병 암 만성호흡기 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망원인의 60%를 차지한다. 북한도 이런 추세에서 예외가 아닌 셈이다. 서울대 의대 통일의학센터는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대강당에서 ‘제3회 통일의학포럼’을 열어 이런 내용을 발표한다고 25일 밝혔다. 포럼은 의사 출신 국회의원인 안홍준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 김춘진 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다. 이날 ‘북한 비감염성 질환의 부담과 대북지원방향’을 발표하는 고려대 보건학 협동과정의 이요한 전문의(예방의학)는 “북한을 전형적인 저소득 후진국형 질병구조를 가진 나라로 봐선 안 된다”며 “비감염성 질환이 가장 큰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북한 사망원인에서 심혈관질환이 33%로 가장 높았다. 감염성 질환과 모자보건·영양은 29%, 암은 13%로 뒤를 이었다. 사망원인 중 비감염성 질환은 모두 65.1%나 차지했다. 북한에서 비감염성 질환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1960∼1991년 사망원인 중 뇌혈관질환은 4%에서 25%로, 심장질환은 7%에서 18%로 부쩍 늘었다. 박상민 서울대 의대 통일의학센터 교수는 “북한은 어릴 때부터 군복무를 시작하고 이때 일찍 흡연을 시작해 담배의 악영향에 많이 노출된다”고 비감염성 질환의 증가원인을 분석했다. 이어 “만성질환은 꾸준히 약을 먹으며 관리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인식도 낮은 데다 진료를 받을 만한 의료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인구구조 변화도 원인으로 꼽힌다. 북한의 가임기 여성은 2000년 53.1%에서 2008년 52.5%로 줄었고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990년 4.7%에서 2011년 9.7%로 늘었다. 경제난으로 영유아 사망률이 높아지면서 생긴 변화다. 박 교수는 “고령인구가 많다는 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으로 인한 질병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북한에 전기가 부족해 냉장시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것도 원인으로 추정한다. 전기가 부족한 상태에서 음식을 보관하려면 짜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염분 섭취량이 늘어나고 만성질환에 걸릴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 이 전문의에 따르면 북한도 비감염성 질환 문제를 인식하고 금연사업에 나서고 있다. 공공기관 곳곳에 금연 스티커를 붙여놓고 공공장소와 대중교통 등을 금연장소로 지정해 위반자를 처벌하는 식이다. 하지만 탈북자들은 실제로는 금연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금연사업도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증언하고 있다. 박 교수는 “현재 국제기구의 지원은 감염성 질환이나 모자보건에 집중돼 있고 비감염성 질환 지원은 비교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가사와 자녀 양육 분담을 두고 남편과 아내의 인식 차가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2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남편은 자신이 집안일을 돕고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아내는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난해 15∼64세 기혼 남녀 8309명을 대상으로 가사와 양육 분담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다. 응답자 중 87.6%는 아내가 주로 집안일과 자녀 양육을 맡는다고 응답했다. 아내가 전적으로 가사를 맡아 한다는 응답은 21.8%였고, 아내가 중심이 돼 집안일을 하고 남편은 도움을 준다는 응답은 65.8%였다. 가사 노동을 절반씩 나눠서 한다는 응답은 10.6%, 남편이 주로 한다는 응답은 1.9%였다. 특히 부부가 절반씩 나눠서 가사를 한다고 응답한 남성은 18.8%였지만 여성은 9.2%로 남성의 절반에 불과했다. 남성은 자신이 가사를 분담한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여성들은 남편이 가사를 돕는다고 느끼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가사 활동 종류별로 보면 부부가 반씩 나눠 식사를 준비한다고 응답한 남성은 14.5%였지만 여성은 6.3%에 불과했다. 청소, 세탁, 설거지를 부부가 분담해서 한다는 남성은 17.9∼24.7% 수준이었지만 여성은 9.3∼16.6% 정도로 낮았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턱관절 장애 환자가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턱관절 장애’로 진료 받은 사람들의 건강보험 진료비를 분석한 결과 진료인원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20만4995명에서 29만2363명으로 연평균 9.3% 늘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연령별 인구 10만 명당 진료인원은 20대(1197명), 10대(915명), 30대(617명) 순으로 젊은층이 많았다. 턱관절은 음식물을 씹거나 말할 때 아래턱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는 관절로 양쪽 귀 앞쪽에 있다. 가만히 있을 때나 턱을 움직일 때 통증이 느껴지거나 입을 벌리고 다물 때 턱관절에서 소리가 나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턱관절 장애를 일으키는 결정적 요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 다양한 원인이 거론되고 있다. 그중 큰 몫을 차지하는 건 스트레스로 꼽히고 있다. 세계 여러 역학조사에 따르면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 턱관절 장애 증상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여성이 남성보다 증상을 더 많이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통증과 관절 부위의 염증을 낮추려면 보통 진통소염제와 근육이완제 등 약물요법을 쓴다. 통증이 심하거나 지속되면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김문기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치과 교수는 “턱을 오래 괴거나 긴장할 때 이를 악무는 등 턱관절에 안 좋은 습관을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박종환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 별세=22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24일 오전 5시 02-2258-5940}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진행될 때마다 나오는 얘기가 있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특수직역연금도 고쳐야 한다는 여론이다. 국민연금은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 식으로 바뀌면서 가입자의 부담이 늘었다. 예를 들어 가입기간의 평균소득과 비교한 연금수령액 비율(소득 대체율)이 60%에서 2028년 40% 수준까지 줄었다. 그나마 이는 국민연금에 40년 꼬박 가입했을 때 가능한 수준이다.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도 60세에서 2033년 65세로 늦춰진다. 반면에 공무원연금은 최대 연한(33년)을 근무했다면 지급률은 최대 62.7%가 된다. 이 비율은 2009년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해 낮춘 수치다. 2010년 이전 공무원이 됐다면 이전 지급률(76.0%)을 보장받는다. 공무원연금 보험료율이 국민연금 보험료율인 9%보다 많은 14%라는 점을 감안해도 높은 수준이다.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문가 과반, “직역연금 개혁 필요” 동아일보가 설문조사한 복지 전문가 50명 중 62%(31명)는 직역연금 개혁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필요하지만 시기상조라는 의견은 18%(9명), 개혁이 필요 없다는 14%(7명)에 불과했다. 김수영 부산복지개발원장은 “직역연금의 재정적인 불안정성은 국민연금보다 훨씬 심하고 (적자를) 국고 보조로 메운다”며 “직역연금을 두고 국민연금만 손대는 일을 국민이 수용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며 지적했다. 2009년의 공무원연금 개혁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급률을 76.0%에서 62.7%로 낮췄지만 2010년부터 공무원이 된 가입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공무원연금 개혁은 2009년 이전과 2010년 이후 공무원에게 지급률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2009년 이전까지 기간에 대해서는 기득권을 주되 개편된 지급률을 신구(新舊) 공무원에게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의 적자 중 일부를 세금으로 충당하는 점도 국민으로서는 불만이다. 직역연금은 1993년에 처음으로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적자가 발생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퇴직자가 급증해 1997년 말 6조2015억 원이었던 기금이 2000년 말 1조7752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08년에는 연간 1조 원이 넘는 적자가 났다. 정부는 2001년부터 연금 수입을 초과해 지출하는 부분에 대해 ‘보전금’을 지급하고 있다.○ 개혁 부작용 우려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내년에 공무원연금은 수익보다 지출이 2조 원 이상 많아지고 적자폭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2014∼2020년에는 보전금도 연평균 17.8% 증가한다. 수입은 연평균 3.3% 증가하지만 지출은 연평균 7.8% 늘어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하지만 직역연금 개혁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무원 교사 군인이 되기 위해 들였던 노력과 직무수행에 따른 노고를 연금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얘기다. 연금 수령액을 줄이면 국가조직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부패 가능성도 커진다는 견해도 있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무원과 군인이 노후를 보장받지 못하면 재직 시절에 부정축재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며 “제대로 보장하는 대신 못된 짓을 못하게 하는 방안이 맞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자칫 정권이 흔들릴 만한 폭발성 있는 현안이므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지방소재 대학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도입으로 충성심을 확보했다”며 “박근혜 정부가 직역연금을 개혁하면 공무원이나 군인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유근형·이샘물 기자 noel@donga.com}

이화여대의료원은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백남선 이대여성암병원장(사진)이 병원장직을 연임한다고 22일 밝혔다.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 2년이다. 2011년 취임한 백 병원장은 유방암 명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