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청년드림팀, 남미서 ‘꿈의 대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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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청각-지체장애 고려대생 5명 ‘최빈국’ 볼리비아 복지관 찾아

한국의 ‘장애청년 드림팀’이 볼리비아 라파스의 재활작업장에서 시각장애인들과 춤을 추고 있다. 드림팀은 장애인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볼리비아를 찾았다. 라파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한국의 ‘장애청년 드림팀’이 볼리비아 라파스의 재활작업장에서 시각장애인들과 춤을 추고 있다. 드림팀은 장애인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볼리비아를 찾았다. 라파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저희는 한국에서 온 대학생들입니다. 여러분처럼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볼리비아 라파스의 사회복지서비스기관(SEDEGES). 어둑어둑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던 청각장애아동 10여 명 앞에 한국 대학생 5명이 섰다. 지난달 30일이었다. 청각장애 3급 김규리 씨(21·여)가 “저도 청각장애인”이라고 말하자 아동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한국 대학생팀은 고려대에 다니는 장애인 5명, 비장애인 1명으로 구성됐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신한금융그룹이 주관하는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라는 연수프로그램의 하나로 남미의 최빈국을 찾았다. 장애인으로서 느끼는 어려움을 공유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 빈곤국 장애인에게 꿈을 전하다

루이스 디에고 군(12)이 수화로 김 씨에게 물었다. “청각장애인인데 어떻게 그렇게 말을 잘하나요? 저도 당신처럼 되고 싶어요.”

현지의 청각장애아는 “안녕” “엄마” 같은 말밖에 하지 못한다. 발성을 제대로 가르쳐줄 만한 인력이나 시설이 부족해서다. 한국에서는 흔한 보청기나 인공와우 시술이 이들에겐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김 씨는 아기 때 복용한 폐렴 약의 부작용으로 고음을 못 듣는 청각장애가 생겼다. 자라면서 상대의 입 모양을 보며 말의 뜻을 읽는 법을 익혔다. 또 언어치료를 통해 또박또박 말하는 법을 배웠다. 지금은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대화가 가능하다.

김 씨에겐 꿈이 있다. 장애인을 위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장애인 보조기구를 제작하는 회사를 차리고 싶어 한다.

한국 대학생들은 이런 꿈과 희망을 담아 티셔츠를 선물하며 말했다. “저희도 장애가 있지만 열심히 공부합니다. 여러분도 꿈을 잃지 마세요.” 볼리비아 아동들은 수화로 “사랑합니다”라고 화답했다.

○ 역경을 딛고 미래를 꿈꾼다

방문단은 라파스의 시각장애인 재활작업장도 찾았다. 100m²(약 30평) 남짓한 마당에 장애인이 만든 물품이 보였다. 이들은 뜨개질을 해서 목도리와 옷을 만들고,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우며 자립을 준비하는 중이다.

이곳을 찾은 지체장애 4급 임성수 씨(26)도 한때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꿈 없이 살던 때가 있었다. 그는 고3 여름방학 때 근육통으로 인해 병원을 찾았다가 뼈에 생기는 암인 ‘골육종’을 진단받았다. 의대에 가려던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임 씨는 수술을 받은 직후 휠체어를 타다가 재활운동을 통해 걷는 법을 익혔다. 장애인으로서 제대로 살기 힘들지 모른다며 그의 부모는 전 재산을 털어 모텔을 인수했다. 모텔 주인으로라도 먹고살게 하려고. 한동안 그는 모텔 맨 위층에서 의미 없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도전했고, 23세에 고려대 경제학과에 진학했다. 지금은 세계적인 경제학자가 되는 게 꿈이다.

시각장애 4급 오준엽 씨(21)는 이날 볼리비아시각장애인기관(IBC) 총책임자 레네 우가르테 씨에게 접이식 지팡이를 선물했다. 라파스는 길이 울퉁불퉁해 시각장애인이 다니기 어렵지만, 장애인용 지팡이는 길이가 짧고 튼튼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가르테 씨는 지팡이를 안고 “한국 장애인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싶다”며 웃었다.

라파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장애청년드림팀#볼리비아 라파스#사회복지서비스기관#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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