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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인공지능(AI) 스피커 ‘기가지니’와 미국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를 결합한 서비스가 새로 나왔다. 10일 KT는 기가지니와 알렉사를 한 대의 AI 스피커에서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기가지니 듀얼브레인 AI’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고객이 ‘지니야’라고 부르면 한국어 기가지니를, ‘알렉사’라고 부르면 영어로 아마존 알렉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아마존 알렉사는 기본적인 대화와 정보검색 외에도 키즈, 스마트홈, 엔터테인먼트 등을 주요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13만 개 이상의 서비스 앱과 14만 개의 연동 가능한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를 확보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음악과 뉴스, 스포츠 중계, 팟캐스트 등의 해외 라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인 튠인(TuneIn)을 기가지니에서 이용할 수 있다. 아마존의 프리미엄 오디오북 서비스인 오더블(Audible)도 제공된다. 기가지니3 고객은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재 상태에서 듀얼브레인 AI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KT는 올해 상반기(1∼6월) 중에 기가지니1과 기가지니2에도 이 서비스를 탑재해 약 310만 명의 기가지니 고객 모두가 알렉사를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국내 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지난해 4조 원을 넘겼다. 기존보다 평균 요금이 더 비싼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각종 신사업까지 호조를 보인 결과다. 9일 KT와 SK텔레콤은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각기 1조6718억 원, 1조3872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공시했다. 지난달 말 실적을 공개한 LG유플러스의 영업이익 9790억 원을 합산하면 국내 통신 3사가 합산 영업이익 4조 원을 넘긴 것이다. KT는 지난해 매출액이 24조8980억 원으로 2020년에 비해 4.1% 증가한 가운데 전년 동기 대비 41.2%에 이르는 영업이익 증가율이 도드라졌다. KT 역시 5G 가입자가 최근 638만 명을 넘기면서 전체 모바일 가입자의 4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간 거래(B2B) 플랫폼 사업 가운데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부문이 용산 IDC 센터를 본격 가동하는 등에 힘입어 전년 대비 매출이 16.6%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B2B 통신사업도 데이터 트래픽 증가와 전용회선 수요 증가로 2020년에 비해 매출이 5.1% 늘었다. SK텔레콤의 지난해 매출은 16조7486억 원으로 2020년에 비해 4.1% 증가했다. 지난달을 기준으로 5G 가입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이동통신사업이 순항하면서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2020년에 비해 8.9% 증가한 1조1143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4∼6월)부터 3분기 연속 인터넷TV(IPTV) 가입자 순증 1위를 달성한 SK브로드밴드는 4조492억 원의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리면서 전년보다 19.4% 늘어난 2756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총 상품 판매액 1조3000억 원을 기록한 SK스토아도 T커머스(TV를 통한 상거래) 시장에서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통신 3사가 안정된 통신 실적을 기반으로 신사업 개척에 나서는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SK텔레콤은 △유무선 통신 △미디어 사업 △엔터프라이즈 사업 △AIVERSE(아이버스·AI+UNIVERSE) △커넥티드 인텔리전스 등 5대 사업군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정의하고 미래성장에 속력을 내고 있다. KT도 디지털전환(DX)과 플랫폼 신사업 확대에 나서는 동시에 출범 4년 만에 지난해 첫 연간 흑자를 달성한 케이뱅크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LG유플러스 역시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모빌리티, 인공지능(AI) 콜센터 등의 신사업 확장 목표를 내놓은 바 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대학생 이지민 씨(23)는 ‘배달음식 공동구매’ 오픈 채팅방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근처 자취생, 기숙사생들이 모여 한번에 음식을 시킨다. 배달비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닉네임을 ‘북문’, ‘쪽문’, ‘동문’ 등으로 설정하고 해당 위치를 기준으로 잡아 배달을 진행한다. 이 씨는 “자주 시켜 먹던 식당들에서 최근 들어 ‘배달료와 음식값을 인상하겠다’는 공지가 심심찮게 올라온다”고 했다.○ ‘단건배달’ 출혈경쟁이 배달비 인상으로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 이용이 크게 늘면서 배달비 부담도 덩달아 늘어 자영업자들과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하소연이 나온다. 소비자들도 ‘배달 공구(공동구매)’, ‘배달 끊기 챌린지’ 등 대안 찾기에 나설 정도다. 업계에선 배달비가 갈수록 높아지는 배경으로 ‘단건배달’(주문 1건당 한 곳만 배달)을 꼽는다. 2019년 쿠팡이츠가 도입했고, 지난해 6월 배달의민족까지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음식이 빨리 오는 단건배달이 인기를 끌면서 라이더들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고, 소비자와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배달비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는 단건배달은 한 번에 여러 집 배송이 가능한 묶음배달에 비해 배달할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하지만, 라이더 입장에선 수익성이 떨어진다. 이에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은 라이더들에게 자체적으로 지급하는 비용을 지속적으로 올려왔다. 그나마 그동안은 플랫폼사들이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해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할인이 종료되면서 배달비 부담이 한꺼번에 커진 것이다. 플랫폼사가 자본력을 바탕으로 라이더들을 흡수하자 묶음배송을 주력으로 처리하는 배달대행업체들도 라이더 확보를 위해 덩달아 배달비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3300원이었던 수도권 기본 배달대행료는 올해 초에는 4400원으로 30%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저가로 고객 모은 뒤 인상…플랫폼 과점의 폐해 지적도최근의 배달비 인상은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을 독과점하면서 나타나는 폐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은 단건배달 도입 당시 기존 서비스에 비해 중개수수료와 배달비를 높게 책정했다. 다만 중개수수료와 배달비 할인 프로모션을 계속 연장해 가면서 낮은 비용을 내세워 고객을 유치해 왔다. 하지만 쿠팡이츠는 이달 초부터(서울 지역 한정) 프로모션을 중단했고, 배달의민족도 다음 달 22일 할인을 종료할 예정이다. 단건배달을 이용하는 업주들은 지금까지 수수료 1000원을 플랫폼에 내고, 배달비 최대 5000원을 소비자와 나눠서 지불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에 따라 수수료율과 배달비 지불 기준이 각기 다른 3, 4가지 요금제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비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배달의민족에서 단건배달을 이용하는 자영업자가 2만 원어치를 팔 경우 현재는 중개수수료와 배달비가 최대 6000원이지만 앞으로는 최대 8000원(기본형 기준) 수준까지 늘어나게 된다. 앞으로도 배달비 부담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라이더들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결국 더 높은 배달료를 받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이동하기 마련”이라며 “단건배달이 계속되면 출혈경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SK텔레콤이 세계적인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기체 제조사와 손잡고 지상과 공중을 아우르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속력을 낸다. 7일 SK텔레콤은 글로벌 UAM 기체 제조사인 ‘조비 에이비에이션’과 UAM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조비 에이비에이션은 UAM에 활용되는 전기 수직이착륙비행체(eVTOL)의 최장 비행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상업 비행용 허가인 G-1 인증을 획득한 UAM 기체 제조 분야 글로벌 선도 기업이다. 현재 개발 중인 4인승 UAM 기체 S4 모델은 한 번 충전으로 4명의 승객을 태우고 최장 240km를 운항할 수 있다. 최고 속도는 시속 320km에 이른다. 두 회사는 앞으로 최고경영자(CEO) 주도의 UAM 사업 관련 정기 협의체를 결성하고 기체·서비스 플랫폼 등 전 분야에 걸친 상호 협력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통신, 티맵(TMAP) 플랫폼 등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에 조비 에이비에이션의 에어택시 실증 경험을 접목할 계획이다. UAM 기체 이·착륙 플랫폼을 기존의 지상 교통수단과 최적의 방식으로 연결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조비 에이비에이션은 SK텔레콤의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해 UAM 특화 서비스의 발전을 모색하고 최적의 실증 환경을 갖춘 한국에서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한다. SK텔레콤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실증 테스트에 성공적으로 참여한 조비 에이비에이션의 노하우가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그랜드 챌린지’ 실증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5년 세계 최초 UAM 상용화를 목표로 내걸고 안전성 검증과 안전기준 마련 등을 위해 내년부터 단계적인 실증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유영상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는 “UAM, 자율주행, 로봇 등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미래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톱 플레이어들과의 초협력이 필수적”이라며 “미래 UAM 산업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조벤 비버트 조비 에이비에이션 CEO도 “첨단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운영 방면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SK텔레콤과 높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4200만 도시 인구가 생활하는 대한민국에서 UAM이 생활의 일부로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2020년 70억 달러(약 8조4000억 원)였던 세계 UAM 시장 규모가 2040년 1조4739억 달러(약 1770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아처 에이비에이션, 오버에어, 릴리움, 이항 등 약 300개 글로벌 기업과 기관이 UAM 기술 개발과 투자에 나서는 이유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 보잉도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설립한 무인 UAM 기업 ‘위스크’에 투자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한화시스템 등과 이미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이 밖에도 현대자동차-대한항공 컨소시엄이 UAM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고, 카카오모빌리티도 지난해 11월 독일의 UAM 제조사 볼로콥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한국형 UAM 개발에 뛰어들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SK텔레콤이 세계적인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기체 제조사와 손잡고 지상과 공중을 아우르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본격화한다. 7일 SK텔레콤은 글로벌 UAM 기체 제조사인 ‘조비 에비에이션’과 UAM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업무 협약을 맺었다고 7일 밝혔다. 조비 에비에이션은 UAM에 활용되는 수직이착륙비행체(eVTOL)의 최장 비행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연방항공국(FAA)의 상업 비행용 허가인 G-1 인증을 획득한 UAM 기체 제조 분야 글로벌 선도기업이다. 조비 에비에이션이 개발 중인 4인승 UAM 기체 S4 모델은 한 번 충전에 4명의 승객을 태우고 240㎞를 운항할 수 있고 최고 속도는 시속 320㎞다. 두 회사는 최고경영자(CEO) 주도의 UAM 사업 관련 정기 협의체를 결성하고 기체·서비스 플랫폼 등 전 분야에 걸친 상호 협력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통신, 티맵(TMAP) 플랫폼 등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에 조비 에비에이션의 에어택시 실증 경험을 접목할 계획이다. 조비 에비에이션은 SK텔레콤의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해 UAM 특화 서비스의 발전을 모색하고 최적의 실증 환경을 갖춘 한국에서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한다. SK텔레콤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실증 테스트에 성공적으로 참여한 조비 에비에이션의 경험과 노하우가 국토교통부가 내년에 실시할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그랜드챌린지’ 실증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CEO 직속 UAM 사업추진TF를 발족해 연구와 투자를 병행해 왔다. 이번 제휴에 앞서 유영상 SK텔레콤(CEO) 등 주요 임원들은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리나 소재 조비 에비에이션 생산시설을 방문해 조벤 비버트 CEO 겸 창립자 등 주요 임원들을 만났다. 유영상 SKT CEO는 “UAM, 자율주행, 로봇 등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미래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톱 플레이어들과의 초협력이 필수적”이라며 “SKT의 기술과 서비스를 바탕으로 미래 UAM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KT는 건물 에너지 설비 최적제어 솔루션인 ‘인공지능(AI) 빌딩 오퍼레이터’가 국내 최초로 정부 녹색기술인증을 획득했다고 6일 밝혔다. 녹색기술인증은 에너지·자원의 절약 및 효율화를 통해 온실가스와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인증하는 제도다.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9개 정부부처로부터 위임을 받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인증을 심의한다. AI 빌딩 오퍼레이터는 빌딩 자동화 시스템에 KT의 지능형 제어 알고리즘을 접목해 에너지 사용량을 효과적으로 줄여준다. 기존 설비에 큰 투자 없이 클라우드 연동만으로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KT는 8곳의 자사 사옥을 비롯해 총 10개 건물에 적용한 결과, 이전보다 에너지 사용량이 평균 10∼15% 줄었다고 설명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기업들의 소프트웨어(SW) 개발자 인력 쟁탈전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연봉 인상과 다양한 복지 혜택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신생 스타트업도 대기업 못지않은 연봉과 혜택을 내세우고 있고 대기업도 인력을 지키기 위해 성과급 인상이나 파격 제도 도입 등에 나서고 있다. SW 개발자나 반도체 등 특정 분야에 혜택이 집중되면서 임금 근로자들의 임금 격차도 벌어지는 추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정보플랫폼 직방은 지난달 말 채용공고를 내면서 신입 개발자에게 초봉 8000만 원을 주겠다고 제시했다. 주요 대기업 신입사원 초봉이 5000만 원 중반대이고 정보기술(IT) 업계 개발자 초봉도 5000만∼6500만 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대우다. 개발자 연봉 인상 경쟁은 지난해 초부터 본격화됐다. 쿠팡이 신입 개발자에게 최고 연봉 6000만 원을 제시하자 넥슨, 크래프톤 등 게임사들이 앞다퉈 신입 초봉 6000만 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말엔 당근마켓이 초봉을 6500만 원으로 올리고 스톡옵션까지 제시했다. 여행 플랫폼 기업 여기어때는 리드(팀장)급 개발자에게 연봉 외에 사이닝 보너스 4000만 원과 스톡옵션 최소 6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기존 제도를 뒤집는 시도도 이어진다. 핀테크 스타트업 핀다는 아예 직원들이 스스로 보상체계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경력 개발자와 데이터 직군 입사자가 연봉과 상여금, 입사 격려금을 스스로 정해 회사에 제안할 수 있다. 추후 이직을 염두에 두고 연봉을 올려 몸값을 높일 수도 있고 반대로 연봉을 낮추고 상여금을 높여 그해 받는 총액을 올릴 수도 있다. 직방은 직원들이 해외 여행지에서 일과 휴식을 함께 하는 ‘워케이션(일+휴가)’을 도입하고 해외 근무 시 체류비 지원도 약속했다. 대기업들도 인재 방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LG CNS는 지난달 기존 직원에게 기본급 24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했고 일부 신입 개발자에겐 1000만 원 안팎의 성과급을 줬다. 평사원들이 평일에 회사 임원의 골프회원권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회사 인근 고급 호텔 숙박권과 주말용 전기차를 확보해 직원들에게 무료 제공한다. 포스코ICT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핵심기술 보유자에게 별도의 ‘핫스킬 수당’을 도입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말 해외법인 근무, 사내 FA(Free Agent)제도 도입 등 근무여건 개선을 포함한 인사혁신안을 발표했다. 기업들의 개발자 확보전이 치열해지는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서비스는 물론이고 기존 서비스 유지·관리에도 우수한 개발자 인력이 계속 필요한데 유통, 금융, 모빌리티 등 다른 산업의 개발자 수요도 커지면서 쓸 만한 인력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반도체, 배터리 전문인력 등에서도 인재 확보전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과 SK하이닉스는 연초부터 기본급의 300% 특별성과급을 앞다퉈 지급하고 연간 초과이익을 나누는 성과급도 연봉의 50% 수준으로 지급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달부터 세 자릿수 이상의 신입·경력 채용을 진행하면서 반도체 인력 쟁탈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도 각각 기본급의 850%, 45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인력 쟁탈전이 특정 분야의 임금 인상을 이끌면서 업종 간의 임금 격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내놓은 ‘한-일-유럽연합(EU) 업종별 임금수준 국제비교’에 따르면 고임금과 저임금 업종 간 격차는 한국이 제일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은 자료 입수가 가능한 EU 15개국과 일본을 한국과 비교했다. 같은 조건으로 비교가 힘든 미국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비교 대상 국가에서 임금이 높은 직종은 금융 및 보험업과 과학·기술 서비스업, 정보통신업 등이었다. 하위 업종은 숙박 및 음식점업, 보건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부동산업 등이었다. 한국은 상위 업종과 하위 업종 간 임금 격차가 일본, EU에 비해 컸다. 국가별 임금 수준 1위 업종의 임금을 ‘100’으로 놓았을 때 EU 임금 최하위 업종은 41.4, 일본은 55.5였다. 반면 한국의 임금 최하위 업종인 숙박 및 음식점업은 36.7에 그쳤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실제 사람이 아닌 아바타(개인을 대신하는 캐릭터)들이 활동하는 가상세계에서 아바타끼리 성희롱 등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등장했다.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는 4일(현지 시간) 가상세계 체험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앱)에 거리두기 기본 설정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메타버스 사업을 미래 역점 사업으로 내세운 메타는 ‘호라이즌 월드’와 ‘호라이즌 베뉴’ 앱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가상세계 서비스(사진)를 제공하고 있다. 메타는 이날부터 이 두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아바타 주위에 ‘개인 경계선(Personal Boundary)’이라는 공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아바타끼리 4피트(약 1.2m)의 거리감이 느껴지도록 서로 침범할 수 없는 개인 영역을 만든 것이다. 이에 따라 한 아바타가 다른 아바타에 접근하더라도 개인 경계선 안으로는 진입할 수 없다. 메타는 이번 거리두기가 정착되면 사용자 각자가 스스로 개인경계선의 범위를 설정하는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외신들은 메타가 가상공간에서 발생하는 성적 괴롭힘과 폭력을 막기 위해 이번 조치를 도입했다고 전했다. 온라인 폭력을 감시하는 비영리단체 디지털 혐오 대응센터에 따르면 이 단체 연구원들이 지난해 12월 메타의 가상세계 앱에 11시간 30분 동안 접속한 결과, 성희롱과 학대 등 100여 건의 앱 정책 위반 사례가 확인됐다. 비벡 샤르마 호라이즌 사업부 부사장은 “개인 경계선 기능이 가상세계라는 새로운 도구에서 적절한 행동 규범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세계 최대의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야심 차게 선언했던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분야에서 지난해에만 10조 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최근 호실적을 공개한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른 빅테크와는 대비되는 역주행이다.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변신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고, ‘틱톡’ 등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플랫폼과의 경쟁 역시 힘든 과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는 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 마감 이후에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과 올 1분기(1∼3월) 실적 전망치를 공개했다. 외신에 따르면 메타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102억9000만 달러(약 12조4400억 원)로 2020년 4분기(112억2000만 달러)에 비해 8.3% 감소했다. AP통신은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증가한 336억7000만 달러(약 40조6000억 원)였지만 지출 비용이 급증하면서 이익이 이례적으로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메타는 애플이 아이폰의 개인정보 소프트웨어를 변경하면서 온라인 광고 영업 활동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밝혔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인력 부족 사태도 광고 매출에 타격을 줬다고 분석했다. 소폭 상승으로 장을 마감한 메타의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거래에서 22% 이상 떨어졌다. 로이터통신은 주가 폭락으로 메타의 시가총액이 약 2000억 달러(약 241조3000억 원) 증발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실적을 통해 메타의 향후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메타는 지난해 10월 사명(社名)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꾸면서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하지만 메타가 역점을 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사업 부문인 ‘리얼리티 랩스’의 지난해 연간 순손실은 102억 달러(약 12조3000억 원)에 달해 2020년 손실액(66억 달러)보다 적자 폭이 훨씬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의 방향은 분명하지만 앞으로 나아갈 길까지 명확하게 정의되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메타는 올해 1분기 매출 증가율도 3∼11%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11% 미만의 매출 증가율은 역대 가장 저조한 수치다. 올 1분기 매출 추정치도 270억∼290억 달러로 월가 전망(301억5000만 달러)에 크게 못 미쳤다. 시장조사업체 인사이더 인텔리전스는 “메타가 틱톡과의 경쟁, 애플의 소프트웨어 변경으로 광고 매출이 난관에 봉착했다”며 “메타버스 사업 수익화에도 불확실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저커버그 CEO 역시 틱톡을 언급하면서 소셜미디어 경쟁 격화가 사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인정했다. 한편, 메타의 ‘어닝쇼크’로 트위터, 스냅을 비롯한 다른 소셜미디어 기업의 주가도 시간외거래에서 큰 폭으로 동반 하락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지난해 LG유플러스가 1조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면서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가 전반적으로 크게 늘면서 LG유플러스 뿐만 아니라 SK텔레콤과 KT도 호실적 발표를 예고하고 있다. 28일 LG유플러스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9790억 원이었다고 공시했다. 2020년 8862억 원에 비해 10.5% 증가한 수치로 LG유플러스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이다. 지난해 매출은 13조8511억 원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고 순이익은 7242억원으로 51.5% 늘었다. LG유플러스는 유·무선 사업의 질적 성장이 실적 증가를 이끈 것으로 분석했다. LG유플러스의 지난해 무선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한 6조 547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요금이 비싼 5G 이동통신 가입자가 2020년에 비해 약 67.9% 늘어난 462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마케팅 비용은 2조2857억 원으로 2020년에 비해 1.9% 줄었다. LG유플러스는 올해부터 배당 성향을 별도 당기 순이익의 30% 이상에서 40% 이상으로 상향해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혁주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지난해 고객 중심 경영으로 질적 성장을 도모한 결과 전체 사업 영역의 고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며 “올해도 가입자에게 차별화된 이용 경험을 제공하고 통신·비통신 사업 성장을 위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다음달 SK텔레콤과 KT 역시 2020년보다 크게 개선된 지난해 실적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통신3사는 지난해에 1~3분기까지 매 분기 3사 합산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긴 바 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온라인, 모바일에 이은 게임의 도약 기회는 블록체인과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입니다.” 넷마블 창업자인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이 회사 전략을 소개하는 ‘넷마블 투게더 위드 프레스(NTP)’ 행사에 4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사업 본격화를 선언했다. 방 의장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메타버스까지 연계한 게임은 더 이상 가상현실이 아니라 ‘두 번째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넷마블은 27일 서울 구로구 넷마블 신사옥에서 행사를 열고 현재 준비 중인 20여 종의 게임을 소개했다. 최근 수년 동안 다소 더뎠던 신작 게임 출시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방 의장은 이날 블록체인과 메타버스를 두 축으로 하는 미래사업 계획을 직접 공개했다. 구체적으로는 돈버는 게임(P2E·Play to Earn)’과 대체불가토큰(NFT), 메타버스 사업이 화두에 올랐다. 방 의장은 넷마블 본사는 게임을 우선시하면서 블록체인을 결합하고, 넷마블에프앤씨는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게임과 디지털 콘텐츠, 전자상거래 등을 연결시켜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넷마블은 출시 준비 중인 게임의 70%를 블록체인과 연계할 계획이다. 대표 NFT 게임으로 ‘모두의마블’에 부동산 투자 기능을 결합시킨 ‘모두의 마블: 메타월드’를 출시하기로 했다. 가상공간에서 부지를 사들여 건물을 올리고 부동산을 사고팔 수 있는 게임이다. 넷마블은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에서 기축통화 역할을 할 코인을 발행하고 상장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메타버스 분야에서는 ‘메타노믹스’와 ‘메타휴먼’이라는 두 가지 방식을 제시했다. 메타버스 기반으로 디지털 자산의 획득과 거래가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가상인간을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영역에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도 만들겠다는 것이다. 방 의장은 “과거의 메타버스가 가상공간에 상품 광고가 붙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두 번째 현실 세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두의 마블: 메타월드’의 경우 NFT 현금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돈을 버는 P2E 게임으로 개발됐지만 국내에서는 P2E 게임 운영이 불법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넷마블은 한국에서는 NFT 게임으로만 출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방 의장은 “이제는 블록체인 기반 게임이 하나의 흐름이 됐는데, 한국에서만 서비스를 못 하는 것이 상당히 안타깝다”며 “P2E 게임 출시 자체는 허용하고 그 뒤에 발생하는 부작용을 잘 살펴서 강하게 규제하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게임업계에서는 지난해 위메이드가 P2E 게임 ‘미르4’로 각광받은 가운데 넷마블이 가세하면서 올해는 본격적인 블록체인 게임 대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으로 변모하고 있는 KT가 AI(인공지능)·빅데이터(Big Data)·클라우드(Cloud) 등 이른바 ‘ABC’를 기반으로 친환경 생활공간 혁신을 주도할 환경DX(디지털전환) 원팀 활동에 나섰다. 최근 KT 송파사옥에 출범식을 가진 AI 그린 생태계 환경DX 원팀에는 KT와 한샘, 국가공인시험연구원(KOTITI), 한국실내환경협회, 한국리모델링협회, 순천향대 그리고 환경분야 제조사인 LG전자, 힘펠, 엔에프, 삼양인터내셔날, 위니케어, 소어택, 센트리 등 국내 14개 기업·기관이 참여한다. 이들은 탄소중립 정책에 부합하는 공간 실내환경 서비스로 ESG(환경, 사회, 기업구조) 경영과 환경분야 디지털 전환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공동 상품·브랜드 개발 및 유통, 친환경 인증협력 등에서 협력할 계획이다. KT는 인공지능과 실시간 환경 빅데이터 분석 등의 노하우를 활용해 친환경 서비스 가치를 확대한다. KT 송파사옥의 업무공간 조성과 실시간 공기질 데이터 제공 같은 노하우를 환경DX 원팀과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환경DX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다. KT의 경우 2018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에어맵 코리아를 활용해 기가지니와 올레tv 등 KT의 주요 서비스는 물론 전국 주요 지방자치단체, 네이버 등을 통해 실시간 공기질 데이터를 제공해 왔다. KT는 이런 노하우를 환경DX 원팀의 각 기관들과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환경DX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이다. 원팀에 참여하는 한샘은 토털 홈 인테리어 전문 브랜드 ‘한샘 리하우스’를 통해 고객에게 친환경 인테리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 상담·설계 단계부터 KT의 환경DX 플랫폼 서비스를 활용한 친환경 서비스를 제안하겠다는 것이다. 또 KOTITI와 실내환경협회 등은 실내공간 관련 친환경 인증을 담당하고 제조사들은 KT의 플랫폼을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송재호 KT AI·DX융합사업부문장(부사장)은 “환경DX 원팀 출범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 KT의 ABC 플랫폼 활용 환경분야 디지털 전환의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회사가 나눠준 주식을 진작 팔았어야 했는데…지금은 너무 떨어져서 기다려 볼 수밖에 없네요.”(IT기업 A사 직원)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과 자사주를 두둑하게 받아 주변 직장인들의 부러움을 샀던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의 직원들이 끝 모를 주가 하락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 폭등했던 IT·게임 기업의 주가가 최근 큰 폭으로 떨어지며 한때 ‘대박’으로 평가되던 우리사주가 거액의 손실로 반전되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전체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 네이버와 카카오는 현재 주가가 스톡옵션 행사가격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때 1인당 수천만 원의 수익이 예상됐지만 주가가 현재 수준에 그칠 경우 스톡옵션으론 한 푼도 벌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초 직원 3253명에게 스톡옵션 111만여 주를 부여했다. 행사 가격은 36만2500원으로 내년 2월부터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45만4000원까지 올랐던 네이버는 26일 31만3000원까지 떨어졌다. 카카오도 지난해 5월 직원 2506명에게 47만여 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행사 가격은 11만4040원이다. 지난해 6월 16만9500원까지 올랐던 카카오 주가는 골목상권 침해 등 연이은 논란에 주식시장 상황까지 나빠지면서 26일 8만6900원에 장을 마쳤다. 한 카카오 직원은 “내년에 행사할 수 있는 스톡옵션이긴 하지만 최근 주가 흐름을 보면 실망스러운 건 사실”이라며 “논란을 극복하고 기업 가치를 다시 인정받을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려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해 주식 투자자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상장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역시 우리사주로 기대할 수 있는 차익이 최근 급격히 줄었다. 지난해 8월 상장한 카카오뱅크는 공모가가 3만9000원이었지만 한때 주가는 9만 원대까지 치솟아 우리사주를 배정받은 직원들이 수억 원씩의 차익을 기대할 정도였다. 하지만 26일 4만550원에 장을 마쳐 거의 공모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공모가 9만 원으로 지난해 11월 상장한 카카오페이 역시 24만 원 안팎까지 올랐던 주가가 26일 13만7000원까지 하락했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업체 크래프톤은 최근 주가가 지난해 8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당시에 비해 절반을 겨우 웃도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당시 공모가에 주식을 배정받은 임직원들은 평균 5000만 원이 넘는 평가손실을 입고 있는 상태다. 공모가 49만8000원이었던 크래프톤은 지난해 한때 58만 원을 넘기기도 했지만 지난해 12월부터 내림세를 보이며 26일 27만6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에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직접 임직원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장 의장은 25일 사내 게시판에서 “저나 회사가 무한책임을 질 수는 없겠지만 경영진의 일원으로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며 “제가 했던 ‘단기간에 주식 올리는 재주는 없지만, 장기간에 걸쳐 회사 가치를 올리는 일은 자신 있다’는 말은 책임질 수 있다”고 밝혔다. IT 업계에서는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주식을 보상책으로 활용하는 흐름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과도한 주식투자 열풍과 언택트 흐름 속에 높은 평가를 받았던 IT 기업의 가치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평가도 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회사가 나눠준 주식을 진작 팔았어야 했는데…지금은 너무 떨어져서 기다려 볼 수밖에 없네요.”(IT기업 A사 직원)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과 자사주를 두둑하게 받아 주변 직장인들의 부러움을 샀던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의 직원들이 끝 모를 주가 하락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 폭등했던 IT·게임 기업의 주가가 최근 큰 폭으로 떨어지며 한때 ‘대박’으로 평가되던 우리사주가 거액의 손실로 반전되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전체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 네이버와 카카오는 현재 주가가 스톡옵션 행사가격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때 1인당 수천만 원의 수익이 예상됐지만 주가가 현재 수준에 그칠 경우 스톡옵션으론 한 푼도 벌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초 직원 3253명에게 스톡옵션 111만여 주를 부여했다. 행사 가격은 36만2500원으로 내년 2월부터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45만4000원까지 올랐던 네이버는 26일 31만3000원까지 떨어졌다. 카카오도 지난해 5월 직원 2506명에게 47만여 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행사 가격은 11만4040원이다. 지난해 6월 16만9500원까지 올랐던 카카오 주가는 골목상권 침해 등 연이은 논란에 주식시장 상황까지 나빠지면서 26일 8만6900원에 장을 마쳤다. 한 카카오 직원은 “내년에 행사할 수 있는 스톡옵션이긴 하지만 최근 주가 흐름을 보면 실망스러운 건 사실”이라며 “논란을 극복하고 기업 가치를 다시 인정받을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려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해 주식 투자자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상장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역시 우리사주로 기대할 수 있는 차익이 최근 급격히 줄었다. 지난해 8월 상장한 카카오뱅크는 공모가가 3만9000원이었지만 한때 주가는 9만 원대까지 치솟아 우리사주를 배정받은 직원들이 수억 원씩의 차익을 기대할 정도였다. 하지만 26일 4만550원에 장을 마쳐 거의 공모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공모가 9만 원으로 지난해 11월 상장한 카카오페이 역시 24만 원 안팎까지 올랐던 주가가 26일 13만7000원까지 하락했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업체 크래프톤은 최근 주가가 지난해 8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당시에 비해 절반을 겨우 웃도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당시 공모가에 주식을 배정받은 임직원들은 평균 5000만 원이 넘는 평가손실을 입고 있는 상태다. 공모가 49만8000원이었던 크래프톤은 지난해 한때 58만 원을 넘기기도 했지만 지난해 12월부터 내림세를 보이며 26일 27만6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에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직접 임직원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장 의장은 25일 사내 게시판에서 “저나 회사가 무한책임을 질 수는 없겠지만 경영진의 일원으로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며 “제가 했던 ‘단기간에 주식 올리는 재주는 없지만, 장기간에 걸쳐 회사 가치를 올리는 일은 자신 있다’는 말은 책임질 수 있다”고 밝혔다. IT 업계에서는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주식을 보상책으로 활용하는 흐름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과도한 주식투자 열풍과 언택트 흐름 속에 높은 평가를 받았던 IT 기업의 기업가치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평가도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네이버가 인공지능(AI)·검색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성과를 낸 젊은 석학들을 영입해 기술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낸다. 네이버는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김윤형 교수와 럿거스대의 칼 스트라토스(한국명 이장선) 교수를 ‘네이버 스칼라’로 영입했다고 24일 밝혔다. 네이버 스칼라는 미국 유럽 등에 있는 대학 및 연구기관의 교수와 연구원 등이 소속기관에 재직하면서 차세대 AI 기술과 검색 서비스 개발을 주도하는 프로그램이다. 김 교수는 하버드대에서 컴퓨터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MIT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4년 딥러닝 기술의 일종인 컨볼루션 신경망(CNN) 기술을 자연어 처리 분야에 적용한 논문을 단독으로 발표해 학계와 AI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스트라토스 교수 역시 AI 분야의 전문가로 현재 미국 럿거스대에서 조교수로 재직하며 비지도 학습방법 및 지식사용 모델 개발을 연구하고 있다. 김광현 네이버 서치 CIC 대표는 “네이버의 빅데이터와 기술, 서비스 운영 노하우에 최신 기술지식을 겸비한 인재들의 경험을 더해서 검색경험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부수적인 과제가 아닙니다. 뒤처지지 마십시오. 사회는 변하지 않는 기업을 받아들이지 않고, 젊은 세대는 그들을 위해 일하지 않을 겁니다.” 폴 폴먼 전 유니레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많은 기업이 최우선 과제로 꼽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의 대표적인 롤 모델이다. 동아일보는 그와 두 차례 e메일을 주고받으며 인터뷰했다. 그는 “과거엔 몇 안 되는 사례를 들어 기업들에 지속가능 경영의 중요성을 설명해야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며 “비즈니스에선 먼지를 먹는 것보다 먼지를 만드는 게 항상 낫다. 변화의 변곡점에서 앞서 나가야 한다”고 독려했다.》2009년 경영 위기에 놓인 유니레버가 경쟁사 출신 폴먼을 CEO에 앉힌 일은 시장에서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취임 직후 지속가능성을 경영 1순위에 놓는 ‘유니레버 지속가능한 삶 계획(USLP)’을 발표하며 더 큰 파격을 실행했다. 이후 10년 동안 그는 주주, 종업원뿐만이 아니라 환경, 사회 전반의 이익을 고려하는 ‘다중 이해관계자 사업 모델’이 단기적 이익 추구보다 더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인도, 방글라데시 등 개발도상국 위생 문제 해결을 도와 비누, 세척제 사업을 성장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덕분에 유니레버는 신흥 시장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지속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폴먼은 “문제 해결에 더 강한 목표를 가진 브랜드가 더 빨리 성장하고 수익을 올리는 걸 분명히 확인했다”고 했다. 폴먼은 유니레버를 경영하며 매출과 이익을 지속적으로 늘렸고, 10년간 주주 수익률 300%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폴먼은 2019년 유니레버를 떠난 뒤 소셜벤처 ‘이매진’을 창업했다. 기업과 단체의 지속가능 경영을 지원하는 단체다. 그는 최근 발간한 책 ‘넷 포지티브(Net-Positive)’에서 지속가능 경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리더의 용기라고 강조했다. “용기는 강한 내적 확신에서 나옵니다. 옳은 일은 항상 어렵고, 잘못을 범하긴 쉽습니다. 하지만 강한 목적의식이 있으면 정반대가 됩니다. 그것이야말로 리더의 역할이죠.” 기업 자신이 아니라 사회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CEO가 아닌 사회 운동가 역할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주주에 봉사하는 것과 사회에 봉사하는 것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폴먼은 “당신의 사업이 직원, 고객, 협력업체, 지역사회, 지구, 다음 세대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위한다면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는 데 믿음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면 결국 주주가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백신 업체 모더나의 주주들이 불평등한 백신 보급에 항의한 사례를 주목했다. “모더나 이야기는 많은 고위 경영진에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투자자는 변하고 있습니다. 주가 상승만 생각하는 주주가 여전히 많지만 기업의 윤리와 가치를 중시하는 주주도 많습니다. 모두가 안전할 때까지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걸 이해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그는 “기후변화, 코로나19 팬데믹 등 위기의 시대에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지킨 회사가 더 큰 보상을 받고 있다. 대체육이나 대안 유제품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게 대표적 사례”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착한 경영’을 하다 보면 손해를 보지 않을까. 이에 대해 폴먼은 ‘경쟁 전 영역’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유니레버는 네슬레, 코카콜라, 펩시콜라와 음료 분야에서 경쟁을 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냉장고 통째로 음료를 사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유해 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냉장고 도입에 서로 협력할 수 있습니다.” 폴먼은 “우리는 인류의 미래를 놓고 경쟁할 순 없다. 그 게임에선 모두가 이기거나 모두가 지거나 둘 중 하나”라고 했다. 또 “경쟁 전 영역에서의 협력은 에너지와 금융, 해운, 항공, 식품, 패션 등 많은 분야에서 점점 더 넓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충분하지 않다”며 “탄소 배출을 중단하더라도 지구 온도는 계속 상승할 것이고, 더 높은 야망을 이끌어내기 위해 새로운 표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먼이 제안한 ‘넷 포지티브’에서 ‘포지티브’(긍정적)의 기준은 무엇일까. 폴먼은 판단 기준을 이렇게 제안했다. “당신의 회사가 있기 때문에 세상은 더 나아질까요? 간단히 측정하긴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대답은 ‘예’라고 확신해야 합니다. 사회 기대치와 기준은 계속 변합니다. 지금은 플라스틱이 문제지만 앞으론 태양광 발전 폐기물이 문제가 될 수 있죠. 내용이 무엇이든 넷 포지티브의 본질은 분명합니다. 기업이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긍정적인 사회 영향을 높이는 것입니다.”김용석 기자 yong@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에너지 대전환 속에서 당신의 기업은 불사조가 될 겁니까, 아니면 (변화에 적응 못 해 멸종한) 도도새가 될 겁니까.”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투자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최근 발송한 연례서한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는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 세계로의 전환은 모든 기업과 산업에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앞장설 것이냐, 끌려갈 것이냐”고 물었다. 블랙록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비롯한 ‘지속가능성’에 집중하는 것은 환경주의자여서가 아니라 자본주의자이자 고객을 위해 일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핑크 회장은 “지금처럼 전 세계가 밀접하게 연결된 상황에서 기업이 주주에게 장기적인 가치를 제공하려면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해 가치를 창출하고 모든 이해관계자가 그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전력기업 에넬은 지속가능성 요구에 선제 대응한 모범사례로 꼽힌다. 석탄발전 중심 사업모델을 갖추고 있던 에넬은 오랫동안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에 공공의 적이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본사 앞으로 몰려가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 투자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기후악당’으로 불리던 에넬은 2014년 재생에너지 전문가 프란체스코 스타라체 CEO 취임을 계기로 변신했다. 재생에너지 중심 발전 포트폴리오를 마련한 스타라체 CEO는 2017년 5월 주주총회에서 “2030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2년 전 에넬은 향후 10년 동안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700억 유로(약 95조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하면서 에넬은 각종 ESG 평가지표에서 최근 수년 동안 단골 우수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스타라체 CEO는 “우리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 환경 그리고 사회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 것을 앞으로도 중요한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변화에 저항하던 전통 기업들 가운데에서도 변신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달 18일(현지 시간) 거대 석유기업인 엑손모빌은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제로(0)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석유 제품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엑손모빌 주주들은 지난해 5월 주주총회에서 이사 3명을 교체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엑손모빌의 소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비판했고, 기관투자가들의 지지를 받아 이사회에 3명의 이사를 진출시킨 것이다. 그 뒤 엑손모빌은 6년간 탄소배출 감축에 150억 달러(약 18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스티븐 강 삼일PwC ESG 플랫폼 리더는 “이제 ESG는 마지못해 구색 맞추기 식으로 챙길 이슈가 아니라 기업 전략의 핵심 축으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소니가 올해 초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2’에서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올봄 ‘소니 모빌리티’를 설립해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세계를 선도하는 전자기업이었던 소니다. 그런데 한국 기업들의 공세에 밀리자 전자·금융·엔터테인먼트를 아우르는 기업으로 변모하며 돌파구를 찾아왔다. 이런 소니지만 대표적인 전통 제조업인 차 산업에 뛰어드는 것은 뜻밖이다. 이 기업은 어떻게 차 산업에 뛰어들 수 있었을까. 그들이 만들겠다는 차가 전기차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소니의 도전은 전기차 시대에 차 만드는 기술이 평준화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오랫동안 엔진과 변속기라는 강력한 기술 장벽으로 고유의 영역을 지켜왔다. 신뢰성·효율성 있는 엔진·변속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과 특허는 다른 기업들이 차 산업을 넘볼 수 없게 하는 핵심 요소였다. 거의 모든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자체적인 엔진 설계·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독일 다임러(메르세데스벤츠)와 폭스바겐, 미국 GM, 일본 도요타, 한국 현대차그룹 등은 변속기 자체 설계·생산까지 할 수 있는 기업이다. 하지만 전기차에서는 이런 능력이 무용하다. 지금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배터리 기술력과 생산력은 차 기업이 아니라 한국, 중국, 일본 배터리 기업들 손에 쥐어져 있다. 전기차에 쓰이는 모터도 기술 장벽이나 간극이 크지 않다. 엔진·변속기를 비롯한 구동 계통의 비중이 컸던 자동차 생산 원가에서 배터리와 전자부품의 비중이 급격히 커지는 상황. 자본과 의지가 있는 기업이라면 전기차 생산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완성차 기업이 마주하는 도전은 내부에도 있다. 전기차는 같은 이유로 차 기업들 사이에서도 서로의 경쟁력 장벽을 허물어뜨리고 있다. 전기차는 더 이상 축적된 기술력이나 장인정신을 요구하지 않는다. 중국 같은 후발 주자는 이를 간파하고 일찌감치 내연기관차 경쟁 대신 전기차 경쟁에 공을 들였다. 노골적인 자국 산업 편들기로 CATL이라는 거대 배터리 기업까지 길러낸 중국은 최근 전기차 수출에 속력을 내고 있다. 외부의 도전과 치열해지는 내부 경쟁 속에 기존 강자들도 응전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차 산업은 가장 많은 고용을 거느린 산업 중 하나다. 차라는 대형 소비재를 대량 생산하던 기존 기업들은 거대한 몸집을 지키고 새로 성장할 수 있는 활로가 절실하다. 소니가 진격해 온 이번 CES에서 현대차는 로봇이라는 새로운 미래를 제시했다. 2년 전에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를 선보였던 현대차다. 지금 만드는 자동차처럼 크고 비싸면서 높은 기술력과 축적된 생산·판매·관리 노하우를 요구하는 제품들이다. 로봇과 UAM의 미래를 지금 명확하게 그리기는 힘들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에 경계를 허무는 거센 도전들을 보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는 노력은 당연해 보인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정부가 2026년 세계 5위의 메타버스 강국을 목표로 생활, 관광 등 분야별 메타버스 플랫폼 발굴을 지원하고 관련 인재 4만 명을 육성한다. 정부는 20일 제53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하는 범정부 합동 ‘메타버스 신산업 선도전략’을 공개했다. 정부는 일상생활과 경제활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존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유형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발굴 및 지원하기로 했다. 한류 콘텐츠의 힘을 메타버스 플랫폼의 경쟁력으로 이어가기 위해 전통문화·예술, 게임·애니메이션,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맞춤형 사업을 지원하는 방식 등이다. 또 전문가 4만 명 육성을 목표로 ‘메타버스 아카데미’를 신설해 올해 실무 전문인력 180명을 양성하고 재직자 등 700명에게 실무역량 강화 교육을 제공한다. 올해 두 곳의 메타버스 융합전문대학원 설립 및 운영도 지원한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게임은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플랫폼 개발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겸 최고경영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82조 원을 들여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블리자드)’ 인수에 나섰다. 스마트폰 운영체계(OS) 경쟁에서 구글과 애플에 밀렸던 MS가 메타버스를 통해 역전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메타버스 사업 기회를 선점하려는 메타(옛 페이스북), 애플 등과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 시간) MS는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약 82조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는 정보기술(IT) 산업 역사상 최고액의 인수합병으로 꼽힌다. 종전 최고액은 2016년 델이 데이터 스토리지업체인 EMC를 인수할 때 지출한 670억 달러였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콜오브듀티’ ‘오버워치’ 등을 제작하며 4억 명에 이르는 월간 이용자를 거느린 세계적인 게임사로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가정용 콘솔 게임기인 ‘X박스’를 보유한 MS가 블리자드를 자회사로 편입하면 단숨에 텐센트, 소니에 이은 세계 3위의 게임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 하지만 MS가 블리자드를 품는 것은 단지 게임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려는 것이 아니라 메타버스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MS는 ‘윈도’를 통해 개인용 컴퓨터(PC) 운영체제(OS) 시장을 장악했지만 모바일 시대에 들어서서는 구글, 애플에 밀려 존재감이 약해졌다. 이를 돌파할 새로운 무기로 메타버스와 게임을 선택한 것이다. 게임은 가상공간에서 놀고 일하고 쇼핑할 수 있는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데 가장 앞선 산업으로 평가된다. 이용자들이 장시간에 걸쳐 몰입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는 게임 자체가 일종의 메타버스라는 것이다. 이번 인수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디지털 세상에서 보낸다는 데 크게 베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MS가 메타버스 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도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PwC는 메타버스 구현의 핵심인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 시장 규모가 2030년 1조5429억 달러(약 184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은 지난해 10월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꾸며 메타버스에 기업의 운명을 걸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메타버스는 우리가 막 (페이스북으로) 출발했을 때의 소셜네트워킹처럼 차세대의 선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는 메타버스 관련 기술 개발과 인력 채용에 100억 달러(약 12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메타가 2014년 23억 달러에 인수한 오큘러스는 VR 기기 시장에서 점유율 75%를 차지하며 독보적 위치를 굳히고 있다. 애플 역시 VR와 AR를 융합한 ‘혼합현실(MR)’ 헤드셋을 개발하며 추격전에 나섰다.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서는 메타버스 인력 쟁탈전까지 벌이지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최근 메타가 MS의 AR 개발 인력을 대거 영입하면서 지난 1년 동안 수십 명의 AR 개발·엔지니어가 메타로 적을 옮겼다. 메타는 애플에서도 100명가량의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MS의 블리자드 인수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빅테크의 과도한 확장 문제를 주시하고 있어 규제 당국의 반독점 심사를 거쳐야 할 가능성이 높다. 사내 성폭력 의혹 묵살로 물의를 빚은 블리자드의 경영 정상화도 숙제로 꼽힌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