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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유석 작가(52·사진)는 드라마 작가로 데뷔하기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냈다. 당시 그는 ‘개인주의자 선언’ ‘판사유감’ 등의 책을 펴내며 판사의 시각에서 현실비판 인식을 드러냈다. 이상적인 법원을 꿈꾸는 초임 판사 박차오름(고아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문 작가의 드라마 데뷔작 ‘미스 함무라비’(2018년)에도 자신의 경험이 반영돼 있다. 최근 종영된 tvN 드라마 ‘악마판사’는 판사가 주인공인 법정물로 전 국민이 참여하는 라이브 법정 쇼, 디스토피아 대한민국 등 흥미로운 가상 요소들이 가미됐다. 문 작가는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드라마 작가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쓴 것일 뿐 코미디, 공상과학(SF), 정치물, 사극, 애니메이션까지 경계 없이 다양한 이야기를 써 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밝혔다. 악마판사는 한 재단이 국가를 장악한 대한민국에서 적폐들과 맞선 판사 강요한(지성)의 이야기를 그렸다. 강요한은 금고 235년형, 태형 등 파격적인 판결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다. 문 작가는 “미스 함무라비 방영 당시 완전히 반대되는 톤의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해 마련한 작품”이라며 “분위기가 다를 뿐 실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이야기다. 박차오름이 당한 핍박과 고난을 떠올리면 세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장밋빛은 아니지 않냐”고 했다. 드라마 속 세계는 시민들의 건강한 연대를 기대할 수 없다. 나라를 휩쓴 역병과 이에 따른 경제 붕괴로 사회 불만이 극에 달해 약탈과 폭동이 벌어진다. 혼란을 틈타 막말을 일삼는 유튜버 허중세(백현진)가 인기를 끌며 대통령이 된다. 문 작가는 “코로나 사태 당시 스페인에서의 요양원 노인 방치, 미국 트럼프 지지 시위대의 국회의사당 습격 등 세계가 한순간에 달라지는 걸 보면서 무서움을 느꼈다”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어떨까를 상상하다 ‘블랙 미러’나 ‘브이 포 벤데타’ 등 근미래 디스토피아물처럼 일종의 사고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재판 장면에는 현실의 사건들이 반영됐다. 역병이 퍼졌다는 이유로 빈민촌 주민들을 탄압하려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주민 폭행에 앞장선 죽창(이해운)에 대한 재판이 대표적이다. 죽창은 재판에 앞서 “신념을 가진 한 사람은 이익만을 좇는 백만 명의 힘에 맞먹는다”는 구절로 시작되는 선언문을 낭독한다. 2011년 노르웨이에서 77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극우 테러리스트 브레이비크의 트위터 글에서 따온 것이다. 극중 ‘사이다 재판’은 통쾌함을 선사하지만 극약 처방이 과연 옳은 방식인지를 자문하게 한다. 허중세 등 적폐는 사라졌지만 그 자리를 대신한 지도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을 보며 “난 이제 무얼 해야 할까? 요한이 필요 없는 세상을 위해서”라고 독백하는 판사 가온(진영)의 대사는 작가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문 작가는 “아직 늦지 않았으니 그런 세상을 만들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시민들은 정치, 사법, 언론 등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 다크 히어로가 되어 주기를 원하는 게 아니다. 그저 자기 할 일을 묵묵히 잘해 다크 히어로가 필요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어주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언어의 마술사’ ‘흥행 보증수표’ 따위의 흔한 말이 붙는 드라마 작가들 사이, 문유석(52)에게는 꼭 ‘판사 출신’이란 수식이 붙는다. 그는 드라마 작가로 데뷔하기 전 ‘개인주의자 선언’, ‘판사유감’ 등의 책을 통해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였다는 사실이 대중에 각인됐다. 드라마 데뷔작인 ‘미스 함무라비’(2018년) 역시 강강약약인 이상적인 법원을 꿈꾸는 초임 판사 박차오름(고아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자신의 경험이 녹아 있는 사례들과 판사들의 고민을 다뤘다. 그런 그가 3년이 지난 올해에는 조금 더 작가적 상상력을 담은 드라마를 만들었다. 지난달 22일 종영한 tvN ‘악마판사’는 “시작하는 입장에서 우선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쓴 것일 뿐, 코미디, SF, 정치물, 사극, 애니메이션까지 경계 없이 다양한 이야기를 써 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는 문유석의 작가적 도전이 더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판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법정물이긴 하지만 전 국민이 참여하는 라이브 법정 쇼, 디스토피아 대한민국 등 가상의 요소가 주가 됐다. 악마판사는 한 재단이 국가를 장악한 대한민국에서 적폐들과 맞선 판사 강요한(지성)의 이야기를 담는다. 강요한은 금고 235년형, 태형 등 파격적인 재판으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다. 문 작가는 서면 인터뷰에서 “미스 함무라비 방영 당시 완전히 반대되는 톤의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해 마련한 작품”이라면서도 “톤 앤 매너가 다를 뿐 사실 그다지 다르지 않은 이야기다. 박차오름이 당했던 핍박과 고난을 떠올려 보시면 세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장밋빛은 아니지 않냐”고 했다. 작품 속 세계는 시민들의 건강한 연대 따위를 기대할 수 없다. 나라를 휩쓴 역병과 이에 따른 경제 붕괴로 사회 불만이 극에 달해 약탈과 폭동이 벌어진다. 급기야 막말을 일삼는 유튜버 허중세(백현진)가 인기를 끌며 대통령까지 된다. 문 작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스페인 요양원 노인 방치 사건, 트럼프 지지시위대의 국회의사당 습격 등 세계가 한 순간에 달라지는 걸 보며 무서움을 느꼈다”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어떨까를 생각하다가 ‘블랙 미러’나 ‘브이 포 벤데타’ 같은 근 미래 디스토피아물처럼 일종의 사고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재판 곳곳엔 우리네들 현실 사건이 반영되기도 했다. 역병이 퍼졌다는 이유로 빈민촌 주민들을 탄압하려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주민 폭행을 앞장선 추종자 죽창(이해운)의 재판이 대표적이다. 죽창은 재판에 앞서 선언문을 낭독하는데, 그 첫 마디인 “신념을 가진 한 사람은 이익만을 좇는 백만 명의 힘에 맞먹는다”는 2011년 노르웨이에서 77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극우 테러리스트 브레이빅의 트위터 내용에서 따 온 것이다. 극 중 사이다 재판은 통쾌함을 선사하면서도 강요한 식의 극약 처방이 옳은 정의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결국 허중세 등 적폐는 사라졌지만, 그 자리를 대신한 자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 그들을 보며 “난 이제 뭘 해야 할까? 요한이 필요없는 세상을 위해서”라 독백하는 판사 가온(진영)의 대사는 작가의 고민과 맞닿아있다. 문 작가는 “아직 늦지 않았으니 그런 세상을 만들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시민들은 정치, 사법, 언론 등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 다크 히어로가 돼주길 원하는 게 아니다. 그저 자기 할 일을 묵묵히 잘 해 다크 히어로가 필요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어주길 바랄 뿐”이라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미술사의 근간이라 평가되는 고전 미술, 미술사의 혁신이라 여겨지는 초현실주의 미술. 이 수식어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일까. 이 수식어를 만들어 온 사람들은 대체 누구일까. 사람들은 흔히 미술이라 하면 고상하고 품위 있는 세계에 속한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고전 미술, 즉 기원전 6세기∼기원전 4세기 그리스 미술은 서구에서 수천 년 동안 아름다움의 기준이 돼 왔다. 이에 대해 한국예술연구소 소장이자 책 ‘벌거벗은 미술관’의 저자는 “고전은 없다”고 말한다. 더 정확히는 “짝퉁”이라며 미(美)에 대한 대개의 관념에 질문을 던진다. 독일 출신 고전주의자 요한 요아힘 빙켈만(1717∼1768)은 ‘벨베데레의 아폴로’와 같은 그리스 고전 조각을 ‘자연과 정신 그리고 예술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것’이라 평했다. 그런데 현대 연구에 따르면 이 조각은 그리스에서 제작된 것이 아니다. 기원전 4세기의 그리스 조각을 로마시대에 재제작한 복제본이다.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밀로의 비너스’(기원전 130년∼기원전 100년)도 기원전 4세기에 제작된 원본을 로마 시대에 복제한 것이다. 즉, 고전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칭송했던 작품들이 알고 보면 복제본이거나 고전기에서 한발 떨어진 시기에 제작된 작품인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 미술교육 체계가 고전 미술을 중심으로 짜여 온 이유는 무엇일까. 드로잉의 기본 모델로 여겨지는 줄리앙의 조각상도 사실 르네상스 시대 화가 미켈란젤로의 조각 ‘줄리아노 데 메디치’를 프랑스에서 본뜬 것이다. 이탈리아를 점령하며 그리스·로마 조각을 대량으로 가져왔던 프랑스 측이 나폴레옹 실각 후 조각을 되돌려 보내는 과정에서 석고로 복제해 팔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것. 당시는 원본을 볼 기회가 적어 프랑스가 제작한 석고상은 귀한 대접을 받으며 전 세계로 팔려나갔다. 한국도 19세기 말 이를 흡수했고 미술교육에 적극 활용했다. 저자는 “고전이라 믿어왔던 것들의 실체는 생각보다 모호했고, 그랬기에 역설적으로 고전 미술을 향한 예찬이 극적으로 이뤄졌을지 모른다”고 설명한다. 책 ‘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은 초현실주의 작가 32명의 작품보다는 삶에 초점을 맞춘다. 초현실주의는 비합리적인 잠재의식과 꿈의 세계를 탐구해 표현의 혁신을 꾀한 예술 운동으로, 1920년대 초 프랑스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퍼졌다. 저자 또한 초현실주의 운동의 마지막 세대 작가로서 직접 그들과 어울리며 얻은 체험을 토대로 책을 만들었다. 그중 한 명이 살바도르 달리(1904∼1989)다. 달리는 25세가 되던 해, 초현실주의 집단의 정회원이던 친구 루이스 부뉴엘과 영화를 찍으면서 프랑스 파리 초현실주의 세계에 알려지게 된다. 하지만 5년 후 달리는 초현실주의를 이끈 작가 앙드레 브르통(1896∼1966)에게 자신이 히틀러에게 매료됐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고, 브르통은 그를 축출하려 했다. 달리는 그런 그를 향해 브르통이 “모든 금기를 금지하라”고 말했음을 상기시키면서 “도덕도, 검열도, 두려움도 자신을 막지 못할 것”이라 말했다. 책에는 작가들이 초현실주의 운동의 전성기 때 그린 작품이 1점씩 포함돼 있는데, 달리 파트에는 작품 ‘욕망의 수수께끼, 또는 내 어머니, 내 어머니, 내 어머니’(1929년)가 있다. 이 시기 달리는 운명적인 뮤즈 갈라를 만났는데, 갈라는 예민하던 달리에게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달리의 어머니는 달리가 태어나기 3년 전 동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아이는 금방 사망했다. 이후 그는 달리를 달리(죽은 형)의 무덤에 데려가곤 했고, 달리는 무덤 앞에 서서 묘석에 새겨진 자기 이름을 바라보곤 했다. 훗날 달리는 자신이 했던 악명 높은 무절제한 행동이 자신이 죽은 형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MBC ‘뉴스데스크’가 전체 뉴스의 70% 이상을 생방송이 아닌 사전녹화로 채워 논란이 일고 있다. 통상 방송사의 메인 뉴스는 생방송일 거라는 시청자 인식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MBC노동조합(3노조)은 ‘창사 이래 처음 녹화물 70%, 시청자 기만한 뉴스데스크’라는 성명을 내고 “24일과 25일 뉴스데스크의 상당수 리포트가 앵커 멘트까지 사전 제작된 녹화물인데도 생방송 뉴스인 것처럼 방영됐다”며 “이는 MBC가 메인 뉴스를 진행하면서 오랜 세월 시청자와 쌓은 ‘생방송 뉴스의 원칙’을 무너뜨린 일”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24일 방송은 19개 뉴스 중 15개(79%), 25일은 23개 뉴스 중 16개(70%)가 앵커 멘트까지 사전 녹화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MBC 본사는 확인 결과 24일 방송은 노조의 주장과 일치하고, 25일은 23개 뉴스 중 15개(65%)가 사전 녹화였다고 밝혔다. MBC 관계자는 “게스트 출연 등 특수한 상황에 따라 뉴스 사전녹화를 진행한다. 컴퓨터그래픽(CG) 등의 효과가 들어가면 앵커 멘트도 미리 녹화한다”고 말했다. 사전녹화 비율이 이처럼 높은 게 처음인지에 대해선 “평소 관련 통계를 내지 않아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다른 방송사 뉴스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메인 뉴스에서 3∼5개 정도를 사전 녹화하기도 하지만 생방송 뉴스의 대부분을 사전 녹화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심의규정 제55조는 ‘시사, 보도, 토론, 운동경기 중계 등의 프로그램 또는 그 내용 중 일부가 사전 녹음, 녹화 방송일 때에는 생방송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5일 뉴스데스크에서 왕종명 앵커가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을 인터뷰하는 장면에서는 오른쪽 상단에 ‘사전녹화’ 문구가 표시됐다. 하지만 다른 뉴스들에는 사전녹화 문구가 없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차렷, 경례!” “충성!” 25일 열린 넷플릭스 드라마 ‘D.P.’의 온라인 제작발표회는 출연진의 우렁찬 경례로 시작됐다. 군 생활반을 연상시키는 세트장에 들어선 이들은 배우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와 한준희 감독. 27일 공개되는 이 드라마는 총 6부작이다. DP는 군무이탈 체포전담조(Deserter Pursuit)를 말한다. 실제 우리나라 육군에 소속된 군사경찰 보직이다. 주로 조장과 조원이 2인 1조로 다니며 탈영병 체포 임무를 수행한다. 소수의 군인만 차출되는데 임무를 위해 머리를 기르거나 사복을 입고 병영 밖을 돌아다닌다. 드라마는 DP에 차출된 이병 안준호(정해인)가 상병 한호열(구교환)과 함께 가정 문제, 폭력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탈영병들을 쫓으며 낯선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최근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D.P.’에 기대를 걸고 있다. 원작 웹툰 ‘D.P 개의 날’(2015년)은 누적 조회수 1000만 뷰 이상을 기록했다. 여기에 영화 ‘차이나타운’(2015년), ‘뺑반’(2019년)을 만든 한준희 감독과 대세배우 정해인 구교환 등 화려한 배우진이 가세했다. 드라마는 원작의 캐릭터와 조금 다르다. 원작에서 상병 계급으로 조장이던 준호를 드라마에선 이등병 조원으로 설정했다. 그 대신 새로운 조장 호열을 투입해 차분한 준호와 상반되는 능글맞은 선임으로 그려 적재적소에 유머를 넣었다. 실제 DP로 군복무를 마친 원작 웹툰 작가 김보통이 공동 각본 작업에도 참여했다. 배우들은 “남자들의 최고 악몽인 ‘두 번 군대 가는 꿈’을 꾸는 느낌일 것 같다”는 제작발표회 MC 박경림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생활반을 옮겨놓은 듯한 리얼한 세트장 등의 영향으로 극 중 캐릭터 이름이 아닌 자신의 본명으로 관등성명을 댄 배우들도 많았단다. 정해인은 “촬영 현장에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이병 정해인’이라고 본명을 말해 NG가 난 적이 있다. 다시 훈련을 받는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며 웃었다. 배우들의 숨은 노력도 빛을 발했다. 권투 이력으로 DP에 차출된 준호를 연기한 정해인은 촬영 전 3개월간 권투를 배웠다. 정해인은 “무술감독님이 원테이크로 찍기를 원해 무더운 여름날 열심히 연습했다”고 했다. 구교환과 손석구는 DP 출신 지인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캐릭터를 연구했다. 헌병대에 새로 부임한 대위 임지섭 역을 맡은 손석구는 “나의 병사 시절을 기준으로 장교 캐릭터를 연기하면 이상할 것 같았다. 군 복무 당시 부대 소대장이던 지인을 자주 찾아가 ‘어떻게 하면 장교처럼 보일 수 있는가’ 등을 비롯해 거의 모든 장면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스토리에 무게를 뒀다. 그는 “원작에 굉장히 많은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 중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순간이나 대사가 있는 에피소드와 인물들을 가져왔다. 건조하고 깊이 있는 다큐멘터리가 원작이라면 저는 확장성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군대를 긍정이나 부정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군대가 저랬구나’를 깨닫고 어떤 순간엔 아파하고 어떤 순간엔 극복하는 지점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MBC ‘뉴스데스크’가 전체 뉴스의 80% 가량을 생방송이 아닌 사전녹화로 채워 논란이 일고 있다. 통상 방송사의 메인 뉴스는 생방송일 거라는 시청자 인식과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26일 MBC노동조합(3노조)은 ‘창사 이래 처음 녹화물 70%, 시청자 기만한 뉴스데스크’라는 성명을 내고 “24일과 25일 뉴스데스크의 상당수 리포트가 앵커 멘트까지 사전 제작된 녹화물인데도 생방송 뉴스인 것처럼 방영됐다”며 “이는 MBC가 메인 뉴스를 진행하면서 오랜 세월 시청자와 쌓은 ‘생방송 뉴스의 원칙’을 무너뜨린 일”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24일 방송은 19개 뉴스 중 15개(79%), 25일은 23개 뉴스 중 16개(70%)가 앵커 멘트까지 사전 녹화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MBC 본사는 확인 결과 24일 방송은 노조의 주장과 일치하고, 25일은 23개 뉴스 중 15개(65%)가 사전 녹화였다고 밝혔다. MBC 관계자는 “게스트 출연 등 특수한 상황에 따라 뉴스 사전녹화를 진행한다. 컴퓨터그래픽(CG) 등의 효과가 들어가면 앵커 멘트도 미리 녹화한다”고 말했다. 사전녹화 비율이 이처럼 높은 게 처음인지에 대해선 “평소 관련 통계를 내지 않아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다른 방송사 뉴스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메인 뉴스에서 3~5개 정도를 사전 녹화하기도 하지만 생방송 뉴스의 대부분을 사전 녹화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심의규정 제55조는 ‘시사, 보도, 토론, 운동경기 중계 등의 프로그램 또는 그 내용 중 일부가 사전 녹음, 녹화 방송일 때에는 생방송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5일 뉴스데스크에서 왕종명 앵커가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을 인터뷰하는 장면에서는 오른쪽 상단에 ‘사전녹화’ 문구가 표시됐다. 하지만 다른 뉴스들에는 사전녹화 문구가 없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차렷, 경례” “충성!” 25일 열린 한 온라인 제작발표회는 출연진들의 우렁찬 경례로 시작됐다. 군 내무반을 연상시키는 세트장에 들어선 이들은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 한준희 감독. 2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6부작 드라마 ‘D.P.’를 알리는 자리였다. DP는 ‘Deserter Pursuit’(군무이탈 체포전담조)의 줄임말이다. 실제 대한민국 육군에 실제로 있는 헌병 보직인데, 주로 조장과 조원 2인 1조로 다니며 탈영병 체포 임무를 수행한다. 소수의 군인만이 차출되며, 임무를 위해 머리를 기르거나 사복을 입은 채 군대 밖을 다니기에 군필자들에게도 낯선 존재다. 이 드라마는 DP에 차출된 이병 안준호(정해인)가 상병 한호열(구교환)과 함께 가정문제, 폭력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탈영병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최근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넷플릭스지만 ‘D.P.’만큼은 기대작이라는 분위기다. 누적 조회수 1000만 뷰 이상을 기록한 원작부터 영화 ‘차이나타운’(2015년), ‘뺑반’(2019년) 등을 만든 감독, 대세배우 정해인 구교환 등 배우진 모두 화려하기 때문이다. 작품은 레진코믹스에서 연재한 ‘D.P 개의 날’(2015년)을 원작으로 한다. 다만 캐릭터는 조금 다르다. 원작에서 조장이던 준호를 상병이 아닌 이등병으로 설정했다. 대신 새로운 조장 호열을 투입해 차분한 준호와 상반되는 능글맞은 선임으로 그리며 적재적소에 유머를 가했다. DP로 군 복무한 경험을 살려낸 원작 작가 김보통이 공동 각본에 참여했다. 배우들은 하나같이 “남자들의 최고 악몽인 ‘두 번 군대 가는 꿈’을 꾸신 느낌일 것 같다”는 제작발표회 MC 박경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무반을 옮겨다놓은 듯한 리얼한 세트장 탓에 극 중 캐릭터 이름 대신 본명으로 관등성명을 한 주조연 배우들도 많았다고 한다. 정해인은 “실제로 현장에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이병 정해인’이라고 본명을 말해 NG가 난 적이 있다. 다시 훈련 받는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며 웃었다. 숨은 노력들도 있었다. 권투를 했던 이력 때문에 DP에 차출된 준호를 연기한 정해인은 촬영 전 3개월간 실제 권투를 배웠다. 정해인은 “무술감독님이 원테이크로 찍길 원하셔서 무더운 여름날 열심히 연습했다”고 했다. 구교환과 손석구는 DP 출신 지인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고증을 채워갔다. 헌병대에 새로 부임한 대위 임지섭 역을 맡은 손석구는 “제 병사 시절을 기준으로 장교 캐릭터를 연기하면 이상할 것 같았다. 실제 군 복무 때 부대 소대장이었던 지인을 자주 찾아가 ‘어떻게 하면 장교처럼 보일 수 있는가’ 등 거의 모든 씬을 함께 논의했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이번 작품에 스토리에 무게를 많이 뒀다. 끄는 “원작에 굉장히 많은 에피소드가 있는데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순간이나 대사가 있는 에피소드와 인물 중심으로 가져왔다. 건조하고 깊이 있는 다큐멘터리가 원작이라면 저는 확장성을 고민했다”고 했다. 이어 “군대를 긍정이나 부정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군대가 저랬구나’를 깨닫고 어떤 순간은 아파하고, 어떤 순간에는 그럼에도 극복하는 지점들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달무리가 진 밤, 색색의 꽃과 풀이 바람에 흩어져 날아간다. 나부끼는 수풀들 사이로 똑바로 선 사람. 아니, 나무. 그는 ‘MY PLANET’라 적힌 티셔츠를 통해 무언가를 넌지시 알린다. 이곳은 실존하는 곳일까. 사람이 살 수는 있는 곳일까. 회화 작품 ‘Lost in Thought 64’(2021년)에서 보듯 히라코 유이치(平子雄一·39·사진)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 같은 거대 담론을 화폭에 끌어들인다. 그의 작품세계에 항상 출연하는 이는 ‘트리맨(Tree Man)’. 인간이 나무를 뒤집어쓴 것 같기도, 인간을 닮은 나무 같기도 한 묘한 이미지다. 히라코는 서울 용산구 갤러리바톤에서 개인전 ‘마리아나 산’을 열고 트리맨을 소재로 한 17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자연이 반영된 작품은 그의 경험에 따른 것이다. 히라코는 산지가 발달한 일본 오카야마현 출신이다. 최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그는 “산기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아버지 집안이 대대로 어부여서 배를 자주 탔다. 자연은 어릴 때부터 나와 매우 가까운 존재”라고 했다. 6년간의 영국 생활도 그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인간의 정신적 위안을 위해 꾸며진 자연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는 것. 그는 “도시에서 자연은 본연의 모습이 아닌 복제품, 혹은 일부만으로 존재한다. 도심 공원을 거닐던 친구가 ‘역시 자연이 좋다’고 이야기했는데 그 말이 수년 동안 신경 쓰였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에서 식물의 처지에 깊이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회화 ‘Gift 15’(2021년)는 꽃의 입장에서 선물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축하할 때 꽃다발을 건네곤 한다. 하지만 이는 꽃 생명의 마감을 뜻한다. 작품에서 꽃다발 뒤에 놓인 액자들은 한때 화려한 생명력을 유지한 꽃들의 영정사진처럼 보인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꽃다발이지만 품에는 또 다른 생명을 끌어안고 있다. 가로 333.3cm, 세로 248.5cm의 큰 캔버스에 담긴 이 역설적인 장면은 관람객들에게 살아있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의미는 다소 무겁지만 작품 자체는 동화적이다. 회색에 가까운 하늘색 등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색감 때문이다. 그렇다고 낭만적이란 뜻은 아니다. 오히려 스산하다. 히라코는 ‘Lost in Thought’ 연작을 통해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지구 저편을 그린다. 연작 중에는 흑백사진 같은 작품도 있어 자연이 주는 색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설화를 연상시키는 설정은 전시 제목에서도 드러난다. ‘마리아나 산’은 실제로 존재하는 지명이 아니다. 지구에서 가장 깊은 태평양 마리아나해구에서 착안한 가상의 공간이다. 히라코는 “식물과 자연에 관한 논문, 뉴스부터 동네 주민들의 화분까지 다양한 곳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환경 문제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지만 그의 작품에 고발의 느낌은 별로 없다. 그는 “내 역할은 환경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작품에 녹여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다음 달 16일까지.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한국 대표 추상화가 이우환(85)의 작품이 국내 생존 작가 중 처음으로 경매가 30억 원을 넘겼다.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은 25일 “전날 열린 경매에서 이우환의 그림 ‘동풍(East winds·사진)’(1984년)이 31억 원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6월 경매시장에서 팔린 그의 다른 연작 ‘점으로부터(From Point)’(1975년)의 기존 최고 낙찰가(22억 원)를 자체 경신한 것이다. 앞서 이우환의 작품들은 주로 20억 원대에 거래됐다. 2012년 홍콩 경매시장에서 ‘점으로부터’(1977년)가 약 21억 원에 팔린 데 이어 2014년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선으로부터’(1976년)가 23억 원에 거래됐다. 이번에 낙찰된 ‘동풍’도 2019년 10월 홍콩 경매시장에서 약 20억 원에 팔렸다. 2년도 안 돼 그림 값이 10억 원가량 오른 것이다. ‘동풍’은 자유로운 운율과 역동적 리듬을 보여주는 이우환의 연작 ‘Winds’ 시리즈 대표작으로 꼽힌다. 2019년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부산시립미술관의 이우환 작품 전시를 방문해 ‘Winds’ 시리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 대중에게도 알려졌다. 이우환은 지난해 추상화가 김환기(1913∼1974)를 제치고 작가별 낙찰 총액 1위(약 149억7000만 원)에 올랐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과거만큼 중독적인 것은 없다.” 25일 개봉하는 영화 ‘레미니센스’의 주요 대사다. 행복했던 과거의 기억은 현재를 견디게 하는 버팀목일까, 아니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족쇄일까. 해수면 상승으로 도시 절반이 바다에 잠긴 미래, 탐정 닉(휴 잭맨)은 고객들이 잃어버린 기억에 다가서도록 도와준다. 두 다리를 잃은 참전 용사는 반려견과 막대 던지기를 하며 보냈던 때를 회상하고, 사랑했던 연인의 감촉을 그리워하는 여성은 그 기억을 반복해 끄집어낸다. 희망이 사라진 도시에서 과거로 회귀하고 싶어 하는 이들을 지켜보는 닉은 단조로운 삶을 살아간다. 사건은 어느 날 잃어버린 물건을 찾기 위해 기억을 살펴보려는 고객 메이(레베카 퍼거슨)가 찾아오면서부터 시작된다. 닉은 메이에게 첫눈에 반하는데, 두 사람의 관계가 깊어져 갈 즈음 메이가 갑자기 사라진다. 닉은 여러 사람의 기억을 헤집으며 메이를 찾아 나서는데, 다른 이들의 기억 속 그녀의 모습은 낯설다. 재벌, 마약, 범죄조직과 연관된 듯한 메이의 정체가 드러날수록 닉의 혼란은 커지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포기하지 못한다. 관객은 닉의 시선을 따라 무질서한 순서대로 나열된 기억의 조각들을 함께 맞춰 나간다. 이 과정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 반전은 관객에게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 영화는 후반부 닉이 메이의 선택과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감정의 고조를 이룬다. 하지만 이를 위해 마련한 오르페우스 신화(오르페우스가 지하세계로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찾아 나서지만 신의 조건을 어기고 뒤를 돌아봐 아내를 잃은 이야기) 등 극 초반의 설명이 길어진 탓에 지루한 면도 있다. 영화는 미국 HBO TV 시리즈 중 대작으로 꼽히는 ‘웨스트월드’의 공동감독 리사 조이가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그의 남편이자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동생인 조너선 놀런은 제작자로 참여했다. 조이 감독은 “대개 어두운 누아르가 아닌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누아르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단순히 기억을 소재로 한 SF(공상과학) 장르는 아니다. 미스터리, 스릴러, 로맨스 모두를 섞어놓았지만 디스토피아적 배경이나 사람의 기억을 읽는다는 조건을 제외하면 비슷한 소재를 다룬 기존 영화들에 비해 차별화 포인트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억 속을 헤매는 방식은 ‘인셉션’(2010년)을, SF 액션 스릴러가 섞인 건 ‘블레이드 러너’(1993년)를 연상시킨다는 것. 미국의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의 신선도 지수도 38%다. 그럼에도 영화를 빛내는 건 영상미와 배우들의 열연이다. 물에 잠긴 미래의 수중도시는 촘촘한 상상력으로 리얼리티를 살렸다. 컴퓨터그래픽(CG) 대신 허물어져 가는 놀이공원 안에 침몰 도시를 재현했다. ‘위대한 쇼맨’(2017년)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휴 잭맨은 “과거를 잊고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주변 조언에도 절절한 사랑 앞에서 과거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섬세한 감정을 능숙하게 연기했다. 영화는 그런 닉을 통해 과거를 어떻게 남겨두느냐에 대해선 정답이 없음을 암시한다. 분명 과거는 지나간 시간이지만, 잊히지 않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는 듯 말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기한을 놓쳐 전시를 관람하지 못한 경험이 있는가.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곳이었다면 작품을 구경할 기회를 날렸을 것이고, 작품 사진을 구했다 해도 갤러리 공간과 어우러진 작품의 분위기만큼은 느끼지 못했을 테다. 전시 공간이 다른 문화 공간으로 기록돼 사용된다면 어떨까. 전시는 끝났지만 그 공간이 재활용되면서 작품이 재조명될 수 있을 것이다. 23일 경기 파주시 갤러리박영에서는 약 한 달간 이어진 특별전 ‘ON SUBLIME’이 마무리됐다. 김동현 정재철 작가 2인전으로 이란의 핸드메이드 페르시안 카펫과 두 작가의 회화 작품을 마주 놓아 강렬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현재 전시장에서 작품은 철거됐지만 10월 9일 다른 공간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다. 바로 온라인 EDM 페스티벌 ‘STAYHERE’다.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999 프로젝트팀의 최우리 DJ(34)는 지난달 22일 갤러리박영에서 3시간가량 디제잉을 했다. 촬영본을 녹화해 페스티벌에 송출하기 위해서였다. 최 DJ는 촬영장 선정 이유로 작품 분위기를 꼽았다. 그는 “김동현 작가 작품이 굉장히 몽환적이고 반추상적인데 제가 하는 음악인 ‘사이키델릭 트랜스’와 느낌이 비슷하다. 다른 분야의 예술이지만 닮았기에 함께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이키델릭 트랜스는 테크노 음악보다 빠른 템포와 켜켜이 쌓인 멜로디가 특징이며 그 분위기가 어둡고 자극적이다. 최 DJ 뒤로 놓인 김 작가의 작품 ‘Fake identity’(2020년)는 디지털 세계를 떠올리듯 푸르른 색감이 눈에 띈다. 실제 김 작가는 작업할 때 일렉트로닉 음악을 주로 듣는다고 한다. 김 작가는 “일렉트로닉 문화계에서 선호하는 화려한 색채들이 작품에 많이 반영됐다. 또 전자악기로만 구성된 일렉트로닉 음악에는 다양한 음이 겹쳐져 있는데, 실제 내 작품도 하나의 선, 면이 아닌 겹겹이 쌓인 층이 캔버스 안에서 하나의 형상을 이룬다”고 했다. 작품과 함께 놓여있는 카펫도 인상적이다. 카펫은 두 작가의 작업 방식에 따라 다른 종류가 배치됐다. 정교한 장인의 카펫은 구상회화에 가까운 김 작가의 작품과, 도면 없이 상상력으로 만들어내는 유목민의 카펫은 추상회화에 가까운 정 작가의 작품과 나란히 걸렸다. 정 작가의 작품 ‘Contradictory boundary’(2019년)는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듯 힘차게 그어놓은 굵고 뭉툭한 선의 생명력이 잘 느껴진다. 영상 속에서 부활한 작품들을 보면 공간 재활용으로 인해 작품 전시 기간은 늘어난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페스티벌이나 축제 등을 앞세우지 않은 일반 갤러리가 떠들썩한 공간으로 변주되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다. 안수연 갤러리박영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예술인의 힘든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예술의 경계를 지우고 복합예술의 의의를 되새겨보고 싶어 촬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파주=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기한을 놓쳐 전시를 관람하지 못한 경험이 있는가.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곳이었다면 작품을 구경할 기회를 날렸을 것이고, 작품 사진을 구했다 해도 갤러리 공간과 어우러진 작품의 분위기만큼은 느끼지 못했을 테다. 전시 공간이 다른 문화 공간으로 기록돼 사용된다면 어떨까? 전시는 끝났지만 그 공간이 재활용되면서 작품이 재조명될 수 있을 것이다. 23일 경기 파주시 갤러리박영에서는 약 한 달간 이어진 특별전 ‘ON SUBLIME’이 마무리됐다. 김동현·정재철 작가 2인전으로, 이란의 핸드메이드 페르시안 카펫과 두 작가의 회화 작품을 마주 놓아 강렬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현재 전시장에서 작품은 철거됐지만, 10월 9일 다른 공간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다. 바로 온라인 EDM 페스티벌 ‘STAYHERE’이다.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999 프로젝트팀의 최우리 DJ(34)는 지난달 22일 갤러리박영에서 3시간가량 디제잉을 했다. 촬영본을 녹화해 페스티벌에 송출하기 위해서였다. 최 DJ는 촬영장 선정 이유로 작품 분위기를 꼽았다. 그는 “김동현 작가 작품이 굉장히 몽환적이고 반추상적인데, 제가 하는 음악인 ‘사이키델릭 트랜스’와 느낌이 비슷하다. 다른 분야의 예술이지만 닮았기에 함께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이키델릭 트랜스는 테크노 음악보다 빠른 템포와 켜켜이 쌓인 멜로디가 특징이며 그 분위기가 어둡고 자극적이다. 최 DJ 뒤로 놓인 김동현 작가의 작품 ‘Fake identity’(2020년)는 디지털 세계를 떠올리듯 푸르른 색감이 눈에 띈다. 실제 김동현 작가는 작업할 때 일렉트로닉 음악을 주로 듣는다고 한다. 김 작가는 “일렉트로닉 문화계에서 선호하는 화려한 색채들이 작품에 많이 반영됐다. 또 전자악기로만 구성된 일렉트로닉 음악에는 다양한 음이 겹쳐져 있는데, 실제 제 작품도 하나의 선, 면이 아난 겹겹이 쌓인 층이 캔버스 안에서 하나의 형상을 이룬다”고 말했다. 작품과 함께 놓여있는 카펫도 인상적이다. 카펫은 두 작가의 작업 방식에 따라 다른 종류가 배치됐다. 정교한 장인의 카펫은 구상회화에 가까운 김동현 작가의 작품과, 도면 없이 상상력으로 만들어내는 유목민의 카펫은 추상회화에 가까운 정재철 작가의 작품과 매치됐다. 정재철 작가의 작품 ‘Contradictory boundary’(2019년)는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듯 힘차게 그어놓은 굵고 뭉툭한 선의 생명력이 잘 느껴진다. 영상 속에서 부활한 작품들을 보면 공간 재활용으로 인해 작품 전시 기간은 늘어난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페스티벌이나 축제 등을 앞세우지 않은 일반 갤러리가 떠들썩한 공간으로 변주되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다. 안수연 갤러리박영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모든 예술인들의 힘든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예술의 경계를 지우고 복합예술의 의의를 되새겨보고 싶어 촬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파주=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에서 오른편으로 1분 정도 걸으면 넓은 마당이 나온다. 담장과 문이 없는, 누구나 가볍게 들를 수 있는 이곳은 지난달 16일 종로구에서 개관한 서울공예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공립 공예박물관이다. 서울시가 공예문화 부흥을 위해 옛 풍문여고 부지를 2017년 매입해 리모델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관식이 무산되는 와중에도 관람객들의 방문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하루 6회, 회당 90명까지 온라인 사전예약을 받고 있는데, 22일 기준으로 다음 달 7일까지 예약이 모두 찼다. 총 6개동, 8개관으로 구성된 박물관에서는 4개의 상설전과 4개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고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공예사를 연대순으로 살피는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를 필두로 한 상설전은 전통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비해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 등의 기획전은 현대공예의 세련미에 주목하고 있다. ‘자수, 꽃이 피다’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 상설전은 한국자수박물관의 허동화 박영숙 씨 부부가 기증한 5000여 점 중 356점으로 꾸려졌다. 자수전에서는 현존하는 자수 유물 중 가장 오래된 4첩 병풍 ‘자수사계분경도’(보물 제653호)를 감상할 수 있다. 고려 말 작품으로 연꽃, 매화 등 사계절을 상징하는 그림이 눈길을 끈다. 보자기 전시에서는 귀중품과 옷, 가구를 싸기 위해 만들어진 다양한 크기와 소재의 보자기를 선보인다. 보자기를 직접 싸보거나 자수를 놓아보는 체험공간도 마련돼 있다. 전시 1동에서 열리는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 기획전도 눈여겨볼 만하다. 1960년대 후반 외국의 도자공예를 배우고 귀국한 도예가들을 중심으로 대학에서 도예 실기교육이 이뤄졌다. 이후 전통 도자기의 형식을 변형하거나, 실용성보다 예술성을 강조한 공예작업이 본격화됐다. 익숙한 듯 새로운 현대공예 작가 80명의 작품 185점을 통해 도자, 목공, 유리공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한 현대공예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같은 건물에서 열리고 있는 ‘귀걸이, 과거와 현재를 꿰다’ 기획전도 빼놓을 수 없다. 한쪽 끝에 홈을 내 사용하는 신석기시대의 고리모양 귀고리, 금과 보석을 더해 길고 화려하게 만든 삼국시대 귀고리, 플라스틱·한지·쌀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든 개성 강한 현대 귀고리까지. 인류가 즐겨 착용한 귀고리의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귀에 구멍을 뚫는 대신 귓바퀴에 거는 조선시대 귀고리를 보면 그 시대의 사회상을 짐작할 수 있다. 조선 전기까지만 해도 귀를 뚫은 흔적으로 조선인과 외국인을 판별할 정도로 남성의 귀고리 착용이 성행했다. 하지만 성리학자들의 반대로 1572년 선조는 남성의 귀고리 착용을 국법으로 금했다. 하루 만에 박물관을 모두 둘러보기는 힘들다. 전시품이 많은 데다 전시장 구조도 초행길에는 다소 복잡할 수 있다. 산책하듯 들러 서서히 익숙해지면 좋을 공간이다. 박물관 중간에 400년 넘은 은행나무 아래에 놓인 이재순 작가의 석문 ‘화합Ⅰ’과 돌벤치 ‘화합Ⅱ’는 언제든 쉬면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박물관 밖에 놓인 의자들도 공예작품이라 일상에 스며든 공예의 소중함을 경험할 수 있다. 모든 전시 무료.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2017년 10월 세계 곳곳에서 미투 물결이 일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8년 현직 여성 검사가 검찰 간부의 성폭력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정계와 문화계 등 각계에서 여러 인사들이 가해자로 지목됐다. 이는 드러나지 않았던 성폭력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동시에 홀로 고통받던 피해자를 끔찍한 과거로부터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 지류의 시작에는 한 기사가 있었다. 2017년 10월 뉴욕타임스(NYT)에 할리우드 거물의 성추행 및 성적 착취에 대한 기사가 나갔다. 와인스틴 컴퍼니의 설립자이자 공동 회장인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이 30여 년에 걸쳐 배우, 영화사 직원 등을 성추행했다는 내용이었다. 충격적인 일로 가득한 세상에서 왜 유독 이 사건이 변화의 진원이 됐을까? 확고하고 압도적인 증거를 제시한 NYT의 두 기자 조디 캔터와 메건 투히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가 말했다’라는 문장이 적히기까지 공포와 싸우며 입을 뗀 피해자들이 있었다. 2017년 5월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캔터의 e메일에 배우 로즈 맥고언은 “성차별 문제에 있어 NYT는 자성이 필요하다”며 거절 답변을 보내왔다. 맥고언이 이전에 한 영화제작자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는데, NYT가 이를 뉴스난이 아닌 스타일난에서 다뤘기 때문이었다. 캔터의 거듭된 부탁 끝에 성사된 전화 통화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기자들은 배우들을 직접 만나고 3년 넘게 수백 건의 인터뷰를 하며 법적 기록, e메일 등을 일일이 확인해 이 책에 담았다. 물론 어떤 여성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변화는 있었다. 에필로그에는 피해자들과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이들을 2019년 한곳에 초대해 미투 이후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소개한다. 이 자리에는 20여 년 전 와인스틴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한 그의 비서 로웨나 추도 있었다. 추는 기자들과 만났지만 침묵을 지키다 이 모임 이후 자신의 이야기를 NYT에 전했다. 끔찍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데는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렸든 상관이 없다고, 더 이상 혼자 고통 속에 살지 말라고 말해주는 듯하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10년 전, “무명에 가까웠던 작가들을 발굴해 키운 것이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말했던 이화익갤러리의 이화익 대표(64)는 개관 20주년을 맞은 올해에도 “젊은 작가들에게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고 했다. 18일 서울 종로구 이화익갤러리가 개관 20주년 기념 전시를 열었다. 이화익갤러리와 인연이 깊은 작가 24명의 작품 약 50점이 두 번에 걸쳐 전시된다. 18일부터 31일까지는 김덕용 김동유 설원기 오치균 이강소 등 12명이, 다음 달 2일부터 15일까지는 김미영 안두진 이이남 이정은 이환권 등 12명이 나선다. 1부에서는 신작 15점을 포함해 총 21점이 전시된다. 2부에서는 신작 20점가량을 포함해 30여 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진 2001년 9월 이 대표는 주변의 만류에도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갤러리를 세웠다. 국립현대미술관 제1기 전문직 큐레이터로 6년, 갤러리현대에서 디렉터로 6년을 일했던 그에게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거장보단 젊은 작가를 발굴해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10년 동안 그는 김동유 김덕용 최영걸 작가를 후원했고 이들은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중진 작가로 성장했다. 또다시 흐른 10년간 그 명단에는 임동식 작가가 포함됐다. 자연을 그려온 임 작가는 지난해 박수근미술상을 받았다. 이 대표는 “미술작가로서 인생의 정점을 찍는 시기를 함께한 화랑으로서 매우 뿌듯하다”고 했다. 이 대표가 임 작가를 알게 된 건 약 15년 전 열린 한 전시의 뒤풀이. 불 꺼진 방 한편에 걸려 있던 작품 4점을 보고 그는 곧장 임 작가의 충남 공주시 작업실로 향했다. “임 작가가 전국으로 시간강사를 다닐 때라 터미널 옆 단칸방 같은 관광호텔에서 작업하고 있었다. 작업실에 있는 대작 38점을 당장 서울로 가져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2008년 이화익갤러리에서 임동식 개인전이 열리며 인연을 쌓았다. 이날 20주년 전시는 이 대표의 작가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 다음 달 2부 전시에 참여하는 김미영 작가는 꽃을 들고 찾아와 “2016년 지서울 아트페어에 이화익갤러리를 통해 참여했다. 그때 인연으로 이만큼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3, 2005년 개인전을 열었던 강운 작가도 방문했다. “화랑과 작가는 결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이 대표의 신념이다. 현재 이화익갤러리의 전속계약 작가는 김미영 안두진 차영석. 이 대표는 이들에 대한 확신이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케이팝 못지않게 우리 작가들이 주목받는 시기가 올 것이다. 제가 후원해 온 작가들이 세계 미술사에 거장이 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홍보대행 업무를 하는 프리랜서 배루디아 씨(32·여)는 요즘 제2의 직업을 가진 것 같다고 한다. 바로 큐레이터다. 그가 꾸미는 공간은 자신의 집. 2019년 하반기부터 원화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는 그는 3개월에 한 번씩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골라 집에 배치하면서 새로운 전시장에 온 기분을 느낀다. 신혼집 인테리어를 위해 구독한 서비스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평소 다니던 미술관에 가지 못하면서 만족도가 더 커졌다. 배 씨는 “미술 작품으로 집 곳곳을 장식해 놓으면 재택근무나 자가 격리로 답답하게 여겨졌던 집이 다르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의 전시, 이른바 ‘갤러리 같은 집’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도 이런 흐름을 가속화시켰다. 관람객들이 전시장에 가길 조심스러워하면서 홈 아트를 즐기는 것. 이에 더해 미술관이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기획전보다 각자의 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의 특성이 홈 아트와 맞물리면서 지난해부터 유행했던 원화 렌털 서비스 이용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원화가 아닌 프린트된 작품도 인기를 얻고 있다. 홈 아트가 주는 만족도는 꽤 커 보인다. 원화 렌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픈갤러리’는 올 상반기 구독자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70% 늘어 총 8만 명가량 된다고 밝혔다. 3개월마다 작품이 바뀌기 때문에 매번 다른 미술관을 방문하는 느낌을 주는 점이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박의규 오픈갤러리 대표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하지 못하고 집에 오래 머물면서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졌다”며 “덜 유명하더라도 자신만의 것을 추구하는 시대에 본인의 취향을 찾기 위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물리적 심리적 제한 없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홈 아트의 장점으로 여겨진다.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제 미술관을 집으로 불러오면 되는 시대다. 미술관에서는 마실 수 없는 커피나 와인과 함께하는 감상 시간이 즐겁다. 코로나19로 통 외출을 못하시는 부모님께도 선물해 드려야겠다. 조금이나마 숨통이 틔실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실제 각종 SNS에 언급되는 지인 선물 추천 목록에도 그림 정기구독 상품이 오르내리고 있다. 원화가 아닌 작품도 수요는 많다. 구독자가 매월 2만 원 정도를 내면 해외 작가의 아트프린트 작품 한 점(종이 A1 사이즈)을 배송해주는 플랫폼 ‘핀즐’은 지난해 대비 구독자가 500명 늘었고 매출도 2배 이상 성장했다. 이는 쉽고 가볍게 작품을 감상해 보는 ‘경험’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트렌드를 반영한다. 진준화 핀즐 대표는 “원작이 주는 감동이 큰 건 사실이지만 비싼 데다 전문 설치 기사가 집을 방문해야 한다. 20, 30대가 고객층의 주를 이루는데, 이들은 누군가 자신의 공간에 들어오는 것보다는 언택트로 해결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홈 아트 트렌드는 새로운 관람 문화로 이어질까. 전시기획사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시대에만 통하는 서비스는 아닐 것으로 전망한다. 전시기획사 로드의 홍용상 기획팀장은 “SNS에 작품 사진을 찍어 올리며 자신의 취향을 기록해 온 세대에겐 소비 욕구가 있다. 포스터 등 미술품의 대안적 소비 시장이 코로나19 시대에 형성된 만큼 홈 아트는 예술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본다”며 “이는 갤러리와 소수 컬렉터에 의존하고 있는 현 국내 미술시장에서 소외된 다수 작가들에게 지속적으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케이팝 아이돌을 다룬 자체 제작 콘텐츠가 팬이 아닌 일반인을 끌어들이고 있다. 과거엔 안무 영상이나 무대 뒷이야기 등 음악 활동과 직결된 콘텐츠가 대다수라 팬들만 소비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예능 요소를 흡수해 콘텐츠의 경쟁력과 대중성이 높아졌다. ‘고잉 세븐틴’은 ‘아이돌계의 무한도전’으로 불리며 다른 아이돌 팬덤과 일반인들을 유입시키는 대표적인 자체 제작 콘텐츠다.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소속 ‘세븐틴’의 정기 영상 콘텐츠인 고잉 세븐틴은 2017년 시작됐다. 초기에는 뒷이야기를 담은 콘텐츠에 가까웠다면 2019년 개편 이후 토론 배틀, 모내기, 추리 쇼 등 아이돌의 정체성을 내려놓은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매주 유튜브와 브이라이브에 동시 공개되는데, 매 회 100만 회 이상 조회수를 올리고 있다. 제작사인 비주얼앤위트의 이은송 PD는 “아이돌 예능과 웹 예능의 경계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의 말마따나 이들의 콘텐츠는 기발하다. 마피아게임과 보물찾기를 섞어 새 게임을 만들고,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활용해 다른 멤버들이 특정 멤버 1명의 감정들로 변신하기도 한다. 이 PD는 “촬영 중간중간 멤버들과 농담처럼 이야기를 주고받다 살이 붙어서 콘텐츠로 기획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멤버들이 본편 공개 전부터 미리 보고 싶다고 연락한다”는 그의 말처럼 자연스레 멤버들이 콘텐츠에 애착을 갖게 된다. 그룹 멤버들만 개성 있게 촬영한 콘텐츠도 눈에 띈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데이식스의 경우 화려한 무대 위의 모습과 대비되는 일상에 주목했다. 자체 제작 콘텐츠가 거의 없던 데이식스는 지난달부터 리얼리티 예능 ‘데이식스의 여름소리’를 방송 중이다. 촬영팀은 없다. 현장에 카메라만 설치해 놓을 뿐 이를 찍는 사람은 따로 없다. 멤버들은 강원도 시골 마을에서 여유롭게 2박 3일을 보내는데, 줄넘기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고 도시락을 준비하는 장면이 주를 이룬다. 기존 방송 예능보단 분위기가 차분하지만 그만큼 힐링된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멤버들의 자연스러운 매력을 극대화해주는 건 제작진의 편집 기술.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소속인 베리베리의 ‘벨만진창 벨벨랜드’의 경우 뜬금없이 고퀄리티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하는 등 B급 감성을 살리는 것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명해졌다. 서로의 얼굴을 그려주는 장면에서는 그림을 본떠 해당 멤버 얼굴에 끼워 넣고, 족구를 하는 장면에서는 발에서 레이저가 나온다. 무한도전의 유명 대사나 SNS에서 유행한 밈을 자막에 활용해 팬덤뿐 아니라 대중의 이목을 끌고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14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광복절 연휴, 침체됐던 극장가가 조금씩 활기를 띠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에도 불구하고 ‘싱크홀’은 개봉 일주일도 안 돼 1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모가디슈’는 올해 개봉 영화 중 ‘블랙 위도우’에 이어 누적 관객 수 2위에 올랐다. 광복절 연휴 기간 박스오피스 승자는 싱크홀이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싱크홀은 14일 25만여 명, 15일 27만여 명을 동원해 일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15일까지 누적 관객 수는 92만2366명. 개봉 첫 주에만 관객 65만 명 이상을 모으면서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첫 주 최고 스코어를 기록했다. 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싱크홀은 개봉 6일째인 16일 오전 11시경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개봉한 모가디슈는 개봉 7일째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바 있다. 싱크홀은 땅 꺼짐 현상을 소재로 한 재난 영화로, 재난이나 코미디 등 국내 상업 영화 시장에서의 전통 흥행 코드를 조합해 관객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개봉 4주차인 모가디슈는 15일 기준 누적 관객 231만여 명을 동원해 흥행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최종 관객 수 215만1530명),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229만2353명)를 뛰어넘고 올해 박스오피스 톱2에 올랐다. 올해 가장 많은 관객을 부른 블랙 위도우(15일 기준 누적 관객 수 294만2560명)의 뒤를 바짝 쫓는 기세다. 지난해 코로나19 시기에도 불구하고 400만 관객을 끌었던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 이어 최고의 화제작임을 입증한 것. 영화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렸다. 15일 일별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싱크홀 뒤로는 모가디슈(15만 명)와 ‘프리가이’(4만2000명)가 각각 2, 3위 자리를 지켰다.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의 프리가이는 자신이 프리시티 게임 속 배경 캐릭터라는 것을 깨닫게 된 은행원 ‘가이’가 곧 파괴될 운명에 처한 프리시티를 구하기 위해 히어로로 거듭나게 되는 이야기다. 4위는 DC코믹스의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1만4000명), 5위는 ‘보스 베이비 2’(1만1000명)였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14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광복절 연휴, 침체됐던 극장가가 조금씩 활기를 띄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싱크홀‘은 개봉 일주일도 안돼 1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모가디슈‘는 올해 개봉영화 중 ’블랙 위도우‘에 이어 누적 관객수 2위에 등극했다. 광복절 연휴 기간 박스오피스 승자는 싱크홀이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싱크홀은 14일 25만 여명, 15일 27만 여명을 동원해 일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15일까지 누적 관객 수는 92만2366명. 개봉 첫 주 관객 수만 65만 명 이상을 모으면서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첫 주 최고 스코어를 기록했다. 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씽크홀은 개봉 6일째인 16일 오전 11시 경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개봉한 ’모가디슈‘는 개봉 7일째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바 있다. 싱크홀은 땅 꺼짐 현상을 소재로 한 재난 영화로, 재난이나 코미디 등 국내 상업 영화 시장에서의 전통 흥행 코드를 조합해 관객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개봉 3주차인 ’모가디슈‘는 15일 기준 누적 관객수 231만 여 명을 동원해 흥행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최종 관객수 215만1530명),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229만 2353명)를 뛰어넘고 올해 박스오피스 TOP2에 등극했다. 올해 가장 많은 관객을 부른 블랙위도우(15일 기준 누적 관객수 294만2560명)의 뒤를 바짝 좇는 기세다. 지난해 코로나 시기에도 불구하고 400만 관객을 끌었던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 이어 최고의 화제작임을 입증한 것. 영화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렸다. 15일 일별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싱크홀 뒤로는 ’모가디슈‘(15만명)와 ’프리가이‘(4만2000명)가 각각 2, 3위 자리를 지켰다.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의 프리가이는 자신이 프리시티 게임 속 배경 캐릭터라는 것을 깨닫게 된 은행원 ’가이‘가 곧 파괴될 운명에 처한 프리시티를 구하기 위해 히어로로 거듭나게 되는 이야기다. 4위는 DC코믹스의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1만4000명), 5위는 ’보스 베이비 2‘(1만1000명)였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서울 종로구 인사동과 삼청동, 평창동, 강남구 청담동, 용산구 한남동…. 주요 화랑가로 꼽히는 지역들이다. 이제 이 리스트에 마포구 서교동과 합정동을 추가해야 할지도 모른다. 최근 들어 신생 갤러리들이 두 곳에 속속 들어서고 있어서다. 본래 서교동, 합정동에는 갤러리 ‘대안공간 루프’를 비롯한 대안공간 성격의 갤러리들이 터를 잡고 있었다. 대안공간이란 미술관과 화랑의 권위주의와 상업주의에서 벗어난 비영리 전시공간을 말한다. 그런데 최근 2, 3년 새 상업 갤러리들이 이곳에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두 지역에 위치한 갤러리는 약 20개로 이 중 한국화랑협회에 가입된 곳은 인사갤러리, 리서울 갤러리, 갤러리 초이 등 3개다. 최근 상업 갤러리들이 서교동, 합정동에 들어서고 있는 건 교통 요지인 데다 구매력이 있는 젊은 수요층을 끌어들일 수 있어서다. 리서울 갤러리는 9년간 인사동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다 지난해 합정동 메세나폴리스몰로 근거지를 옮겼다. 이전 후 총 13개의 기획전을 열었다. 조운조 리서울 갤러리 대표는 “젊고 세련된 지역문화와 더불어 역동적으로 기획전을 여는 신생 갤러리들이 많아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부터 작품 구매자 중 30대가 늘어 핵심 소비층인 40, 50대의 뒤를 잇고 있다”고 말했다. 예술인 양성소로 꼽히는 홍익대 근처인 점과 미술 공연 요식 등 문화자산이 풍부하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2013년부터 서울 강남구에서 구하갤러리를 운영한 권도현 대표는 올 5월 서교동 청년주택 근처로 자리를 옮겨 누아갤러리를 개관했다. 작가들과의 접점이 많은 게 이유였다. 권 대표는 “개관전에 참여한 이훈상 조각가도 이곳으로 이전한 후 만난 작가다. 미술 전공자나 작가들이 홍대 부근에 많이 거주해 전시를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문을 열고 12번의 전시를 개최한 스페이스 자모는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춘임 스페이스 자모 큐레이터는 “홍대는 ‘젊은 예술의 거리’로서의 의미가 존재하는 곳”이라며 “기성 작가보다 젊은 예술가와의 협업을 추구하는 데 적합한 장소”라고 말했다. 관람객들도 젊은층의 비율이 높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서교동과 합정동 갤러리들이 데이트코스로 종종 언급된다. 문화예술업체 트라아트가 운영하는 전시공간 ‘빈칸’이 대표적이다. 트라아트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새로운 미술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합정동의 빈칸을 비롯해 서울시내 3곳에서 전시를 열고 있다. 10∼30대 관람객들이 다수다. 문교빈 트라아트 대표는 “합정동은 전시 형식을 탈피한 다양한 퍼포먼스와 파티, 융합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20대 초중반 관람객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갤러리들이 몰려 있는 인사동에 비해 서교동이나 합정동 화랑가는 갤러리들이 서로 떨어져 있다. 이에 따라 관람객들의 동선을 최대한 확장하기 위해 화랑협회 소속 갤러리를 주축으로 8곳이 연합 행사를 준비 중이다. 최재홍 갤러리 초이 대표는 “내년 봄을 목표로 최근 자취를 감춘 인사미술제, 청담미술제처럼 지역 미술축제나 아트 페스티벌을 기획 중”이라며 “합정동 당인리 문화공간이 조성되면 합정·서교동이 미술문화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인리 문화공간은 내년에 착공돼 2024년 개관할 예정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