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연 영상은 또 다른 힘… 영화감독 스트레스 훌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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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작년 첫 사진 개인전
“영화보다 자유롭고 홀가분하다”
민병훈 감독, 미디어아트 작가로
“흥행실패 꼬리표, 풍경으로 치유”

제주의 노을을 담은 민병훈 감독의 영상 작품 ‘영원과 하루’(2022년·위 사진)와 주차장의 찰나를 찍은 박찬욱 감독의 사진 작품 ‘Face 166’(2021년). 호리아트스페이스·국제갤러리 제공
제주의 노을을 담은 민병훈 감독의 영상 작품 ‘영원과 하루’(2022년·위 사진)와 주차장의 찰나를 찍은 박찬욱 감독의 사진 작품 ‘Face 166’(2021년). 호리아트스페이스·국제갤러리 제공
“제 영화적 연출은 수학적인 디자인에 가깝습니다. 저의 첫 생각은 유치하고 감상적인 게 많아요. 하지만 사진은 안 그래도 되죠. 우연한 찰나의 만남을 아무 생각 없이 찍습니다.”

박찬욱 감독(59)이 지난해 10월 국제갤러리 전속 작가가 돼 부산 국제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에는 세계적인 아트페어 아트바젤 온라인 뷰잉룸 ‘OVR:2021’에 주차장의 특정 순간을 포착해 친숙한 대상의 낯선 모습을 부각하는 ‘Face 166’(2021년)을 내놨다.

최근 영화감독들의 ‘부캐’(부캐릭터)는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2009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첫 개인전을 연 팀 버턴 감독은 다음 달 한국에서 스케치, 드로잉을 전시한다. 국내에서도 박 감독과 민병훈 감독(53)이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스크린뿐 아니라 상업갤러리에도 적합한 작품을 창조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지만 이들의 ‘부캐’ 활동이 ‘본캐’ 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흥미롭다.

박 감독에게 사진은 영화로부터의 도피다. ‘박쥐’ ‘아가씨’ 등 정교한 미장센을 자랑하는 영화와 달리 그의 사진은 우연성과 즉흥성이 전부다. 혼자 있기 좋아한다는 그는 여럿이서 만드는 영화가 때론 한없이 힘들다고 했다. 그는 “영화보다 사진은 홀가분하고 자유롭다”며 “영화 일이 아무리 바빠도 카메라를 놓지 못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1999년 ‘벌이 날다’를 시작으로 20년 넘게 독립영화계에 몸담아 온 민 감독은 지난달 미디어아트 작가로 데뷔했다.

“영화의 형태가 흥행과 멀다는 이유로 ‘실패한 영화’라 명명되다 보니 만드는 기쁨이 사라졌어요. 그럼에도 영화는 찍어야죠. 그래서 찾은 극복법이 일상을 찍는 것이었습니다.”

서울 강남구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19일까지 열리는 ‘영원과 하루’에는 민 감독이 4년 전 홀로 제주도로 내려가 자연을 찍은 영상 20점이 출품됐다. “영화로 성공하는 게 너무 소수다 보니 우울감을 안고 살게 된다”던 그가 ‘영화 다이어트’를 하면서 찍은 단편 영상들이다.

민 감독의 작품은 영화의 연장선에 있다. 실제 추후 영화 작업에도 활용할 생각이다. 작품은 파도가 절벽에 부딪히거나 노을이 지는 장면 등을 실제 속도보다 6배 이상 느리게 재생시킨 것이다. 그래서 자연의 질감과 색감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회화적 밀도감이 높은 풍경들은 영화에서 시적인 화면 연출을 중요시해온 민 감독의 궤적과 맞닿아 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박찬욱 감독#첫 사진 개인전#영화감독#부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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