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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프로 데뷔 13년 차인 가드 김승현(35·삼성). 1997년 프로농구 출범 후 신인상과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받은 유일한 선수다. 그가 2004∼2005시즌에 세운 경기당 평균 두 자릿수(10.5개) 어시스트는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는 전대미문의 기록이다. 팬들은 차원이 다른 패싱 능력을 보여준 그에게 ‘매직 핸드’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한때 잘나갔지만 지난달 그는 큰 폭의 연봉 삭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연봉 4억 원(인센티브 포함)을 받던 그는 1억5000만 원에 1년간 삼성과 재계약했다. 재계약에 앞서 삼성은 자유계약선수(FA)로 풀어주지 않아도 됐던 그를 FA시장에 내놓았다. 굳이 붙잡을 생각은 없다는 사인을 보낸 것이다. 그는 “구단의 입장을 이해한다. 불만은 없다”고 했다. “지난 시즌에 아무것도 보여준 게 없잖아요. 당연히 연봉이 많이 깎일 줄 알았습니다.” 그는 지난 시즌에 목 디스크 수술과 재활로 전체 54경기 중 절반도 안 되는 23경기에만 출전했다. 성적은 평균 2득점, 2어시스트에 그쳤다. ‘매직 핸드’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예상했던 일이라고는 하지만 막상 겪고 보니 고민이 많았다. “은퇴도 생각했어요. 계속 뛴다고 해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고요.”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그가 마음을 돌린 건 절친한 선배 서장훈(39) 때문이라고 한다. 서장훈은 “이대로 흐지부지 은퇴하면 그동안 쌓아 놓은 게 다 없어진다. 농구 선수 김승현은 없었던 것처럼 되고 만다. 할 수 있을 때까지 해 보라”고 조언했다. 최근까지 그는 3월에 은퇴한 서장훈을 자주 만나 자신의 은퇴 문제를 의논해 왔다. 둘은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때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면서 친해져 지금은 형제처럼 지낸다. 그는 은퇴할 생각을 버리면서 마음도 비웠다. “아무리 잘나가던 선수라도 대부분 내리막을 경험하다 은퇴하잖아요. 저라고 별 수 있나요. 나이를 감안하면 전성기 때 실력을 회복한다는 건 불가능하죠. 욕심을 버리고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뛸 수 있을 때까지 뛰면 된다고 생각해요.” ‘전성기 때 실력’이란 그의 말에 언제가 전성기였는지 물었다. “2004∼2006년 무렵인 것 같아요.” 그는 경기당 평균 두 자릿수 어시스트를 기록한 2004∼2005시즌에 이어 바로 다음 시즌에도 평균 9.4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하며 농구 인생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기를 보냈다. 2001년 프로에 데뷔한 그는 이때까지 6년간 자신의 농구 점수로 100점을 매겼다. “그때는 내가 생각해도 신기할 만큼 마음먹은 대로 다 됐어요.” 하지만 그는 2007년 허리 디스크 부상으로 경기 출전 수가 줄면서 하향세로 돌아섰다. 오리온스 구단과의 연봉 이면 계약 사건이 불거지면서 2010∼2011시즌에는 임의탈퇴 선수로 아예 코트를 떠나 있었다. 2011년 12월 삼성 유니폼을 입고 코트로 돌아왔지만 목 디스크 부상이 또 발목을 잡았다. “목 디스크는 운동을 하다 다친 게 아니에요. 의사가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는 “연봉 문제로 오리온스 구단과 소송을 벌이는 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는 부상과 소송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2007년 이후의 농구는 낙제에 가까운 65점으로 평가했다. 그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앞으로는 조용히 살고 싶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결혼식도 여자 친구의 동의를 얻어 하와이 같은 곳에서 양가 부모님만 모시고 조용히 치를 생각이라고 한다. 농구도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다가 조용히 사라지고 싶다고 했다. “신인 때부터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았고 소송이니 뭐니 해서 그동안 너무 시끄럽게 살았던 것 같아요. 이리저리 휘둘리다 보니 많이 지치기도 했고요.” 다가오는 시즌의 목표를 묻자 그는 “그런 것 없어요”라고 짧게 대답했다. “매년 몸이 달라지니까 언제까지 운동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출전 시간 욕심도, 득점이나 어시스트 욕심도 없어요. 마음을 비웠습니다. 코트 안에서 잡념 없이 최선을 다하다 보면 예전의 모습에 가까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는 합니다.” 용인=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바이에른 뮌헨(뮌헨)이 독일축구연맹(DFB)컵까지 손에 넣으며 ‘트레블’을 달성했다. 트레블은 자국 프로축구 정규리그와 축구연맹(또는 협회)컵, 대륙 챔피언스리그를 한 시즌에 모두 우승하는 것을 말한다. 뮌헨은 2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DFB컵 결승전에서 슈투트가르트를 3-2로 꺾었다. 이로써 뮌헨은 독일 분데스리가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이어 DFB컵 우승까지 차지하면서 트레블을 달성했다. 뮌헨의 트레블은 유럽 프로축구 역대 7번째이자 분데스리가 소속 클럽으로는 처음이다. 뮌헨은 전반 37분 토마스 뮐러의 페널티킥 선제골에 이어 후반 3분과 16분 마리오 고메스의 연속골까지 더해 3-0으로 달아나면서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뮌헨 사령탑으로 고별전을 치른 유프 하인케스 감독은 “트레블은 소중한 업적이다. 선수들이 내게 생애 최고의 선물을 줬다”며 기뻐했다. 스페인 리그 레알 마드리드(레알)로의 이적설이 돌고 있는 하인케스 감독은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거취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한편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FC바르셀로나는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말라가를 4-1로 완파하고 역대 최다 타이인 승점 100(32승 4무 2패)을 채우면서 시즌을 마쳤다. 지난 시즌에는 레알이 승점 100을 기록했다. 박주영의 소속 팀인 셀타비고는 에스파뇰을 1-0으로 꺾고 17위로 시즌을 마쳐 2부 리그 강등을 간신히 면했다. 18∼20위가 다음 시즌에 2부 리그로 떨어진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외국인 선수 없이 올 시즌을 치르고 있는 포항이 주전 3명을 국가대표팀에 내주고도 승리를 따내며 선두 팀으로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포항은 1일 제주와의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방문 경기에서 3-2로 이겨 2연승했다. 지난달 18일 울산에 시즌 첫 패배를 당한 뒤 다시 연승 모드로 돌아선 포항은 승점 29(8승 5무 1패)를 기록하면서 2위 울산(승점 24)과의 격차를 벌렸다. 포항은 수비수 신광훈과 미드필더 이명주, 황지수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나선 대표팀에 차출돼 전력 누수가 컸다. 하지만 ‘해결사’ 조찬호가 건재했다. 포항은 2-2로 맞선 후반 10분에 터진 조찬호의 결승골로 대표팀 차출 선수가 한 명도 없는 제주를 꺾었다. 조찬호는 2009년 프로 데뷔 후 지난해까지 정규리그 통산 11골을 넣는 데 그쳤다. 하지만 올해 벌써 6골을 터뜨리며 득점 4위에 올랐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시즌 개막에 앞서 “포항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한 시즌에 15골 이상 넣는 선수를 보지 못했다. 15득점 이상 기록하는 공격수 2명을 만드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포항과 함께 가장 많은 3명(이동국, 이승기, 정인환)을 대표팀에 보낸 전북은 부산에 1-4로 완패했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정신을 놓고 살았죠.” 그는 지난해 5월 세계 최고의 종합격투기 무대인 UFC에서 퇴출된 뒤 “막 살았다”고 했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잤다. 평소 입에도 대지 않던 튀김, 라면도 실컷 먹었다. 술도 많이 마셨다. 그렇게 7개월을 보냈다. 체중은 한때 115kg까지 늘었다. 그는 미들급(84kg) 파이터다. 경기를 뛰지 않는 평소에도 100kg을 넘긴 적은 거의 없었다. “퇴출되고 나니 돈 들어오는 곳이 없어요. 친구랑 사업을 해볼까 하고 알아도 봤는데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격투기 말고는 답이 안 보였어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격투기로 끝을 보기로 했죠.” 정신을 차렸다. 1월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몸무게를 97kg까지 줄였다. 경기도 잡혔다. 6월 29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KBS스포츠월드에서 열리는 ‘TOP FC’대회에서 김재영을 상대하게 됐다. 13개월 만에 치르는 경기다. 국내 대회부터 차근차근 다시 시작해 1년 안에 UFC에 재입성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1년 정도의 공백이 있었으니 5연승은 해야 UFC의 콜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것도 KO로요.” 5연속 KO 승.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미 해낸 적이 있다. 2007년 6월 종합격투기 데뷔전을 시작으로 UFC 입성 직전까지 그는 9전 전승을 기록했다. 첫 경기에서 삼각조르기로 상대의 항복을 받아냈고, 그 뒤 8경기를 모조리 KO로 이기며 한국, 일본, 사이판 격투기 무대를 평정했다. “UFC에 진출하기 전까지는 일대일로 붙어 누구한테 진다는 건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강자들이 우글거리는 UFC는 달랐다. 그는 UFC에서 1승 3패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쫓겨났다. 2010년 10월 UFC 데뷔전 때는 태어나 처음 패배의 쓴맛을 본 뒤 화장실로 뛰어가 한참을 꺽꺽 울었다. 분한 마음이 한 달 넘게 풀리지 않았다. “준비가 부족했어요. UFC를 너무 쉽게 본 거죠. 최선의 준비를 하고도 졌으면 UFC에 다시 도전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몸속에 힘과 기술을 채울 수 있는 공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또 한 번 도전하는 겁니다.” 양동이(29·코리안탑팀). 깨끗한 물을 양껏 담을 수 있는 양동이처럼 맑고 큰 인물이 되라며 아버지가 지어준 한글 이름이다. “이름값 해야죠. 제가 세상에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길이 격투기 말고 뭐가 있겠습니까. 죽기 살기로 해야죠. UFC, 반드시 다시 갑니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한일 핸드볼 슈퍼매치에서 남녀 대표팀이 모두 이겼다. 세계무대에서는 동네북으로 전락한 한국 남자 핸드볼이지만 일본은 아직 한국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김태훈 감독(충남체육회)이 이끄는 남자 대표팀은 28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SK핸드볼경기장에서 일본에 29-24로 승리했다. 이로써 남자 대표팀은 이 대회가 시작된 2008년부터 7전 전승을 기록하며 일본에 한 수 위라는 것을 입증했다. 한일 슈퍼매치는 양국을 오가며 매년 열리는 교류전으로 원년인 2008년에는 두 경기를 치렀고 이후 한 경기로 줄었다. 한국은 정수영(웰컴론코로사)과 엄효원(상무)이 7골씩을 넣으면서 공격을 주도했다. 한국은 후반 9분을 남기고 23-22로 한 점 차까지 쫓겼지만 내리 3골을 몰아쳐 일본의 추격을 따돌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뒤 5년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친선 경기 성격이지만 이번 승리가 다시 분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남자 대표팀은 지난해 런던 올림픽과 1월 스페인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5전 전패를 당하면서 조별리그도 통과하지 못했다. 여자 대표팀도 일본을 26-23으로 꺾고 지난해 패배를 설욕했다. 26일 끝난 서울컵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여자 대표팀은 임영철 전임 감독 부임 후 치른 4경기를 모두 이겼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농구로 이름을 알려야 하는데….” 27일 만난 이현호(33·전자랜드·사진)는 쑥스러워했다. “프로농구 선수로 10년을 뛰었는데 이번 일로 이름을 더 많이 알린 것 같아요. 신인상을 받았을 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그는 최근 담배를 피우는 중고교생들을 훈계하다 손찌검을 해 폭행 혐의로 입건됐다. 이 일로 그는 ‘훈계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즉결심판에 넘겨졌지만 학생들을 선도하려 한 정상이 참작돼 선고가 유예됐다. 일이 벌어지고 난 그날 밤에 그와 아내는 걱정이 많았다. “덩치(192cm, 95kg)가 산만 한 운동선수가 애들을 때렸다고 기사가 났으니 이제 외국에 나가 살아야 되는 것 아닌가 했죠.” 기우(杞憂)였다. 다음 날 인터넷에서 난리가 났다. “요즘 보기 드문 용감한 어른이다.” “속이 다 후련하다.” 어쨌든 때린 건 잘못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그를 칭찬하는 분위기가 더 강했다. “동장님이 찾아와서 ‘고맙다’고 하고, 부동산 중개소 아주머니는 ‘큰일 했다’고 하시고…. 아직은 대한민국이 아이들을 걱정하는 어른이 많은 괜찮은 나라구나 싶더라고요.” 처음에는 “사고 쳤냐”고 나무라던 두 살 위 친형도 지금은 “현호가 내 동생”이라며 자랑하고 다닌다. 형 친구들은 “내 친구 동생이란 걸 사람들이 안 믿는다”며 직접 찾아와 인증 사진까지 찍어 갔다. 고교 동문회장을 맡고 있는 선배는 “1일 교사로 후배들에게 강의를 해 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아무리 치켜세우는 분위기이지만 경찰 조사에 즉결심판까지 받았는데 앞으로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할까. “아니다 싶은 건 그냥 못 넘기는 성격이에요. 담배 피우는 학생들 보면 또 야단쳐야죠. 때리지는 않고 야단만 쳐야죠.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폭력을 쓰면 안 된다는 걸 이번에 느꼈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때린 건 잘못이죠.” 그도 중학교 때는 속칭 ‘놀았던 아이’다. 형을 괴롭히는 상급생을 한 방에 때려눕힐 정도로 주먹깨나 쓰는 아이였다. 농구를 하게 된 것도 사고뭉치 아들을 바로잡기 위한 아버지의 선택 때문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 키 180cm를 넘긴 아들이 엉뚱한 데 힘을 쓰지 못하게 아버지는 그를 농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시켰다. “학교 다닐 때 봐서 알아요. ‘삐딱선’을 타는 건 한순간이더라고요. 아이들을 훈계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중학교 때는 ‘놀던 아이’였지만 프로에서 그는 ‘성실맨’의 대명사가 됐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기록만 봐서는 현호의 진가를 모른다. 2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군말 없이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고 했다. 이번 일이 큰 탈 없이 마무리됐고 그를 격려하는 분위기 일색이었지만 그의 부모는 조금 달랐다고 한다. “부모님이 ‘주변의 칭찬에 들떠서 잘난 척하지 말고 맞은 학생들 부모 입장에서도 한번 생각해 보라’고 하셨어요.”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여자 핸드볼 대표팀 사령탑 임영철 감독이 전임감독을 맡은 뒤 치른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한국은 23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3 서울컵 국제대회 개막전에서 러시아를 35-31로 꺾었다. 9개의 슛을 던져 모두 성공시킨 최수민(서울시청)이 공격을 주도했고 류은희(인천시체육회)와 권한나(서울시청)도 7골씩 보탰다. 특히 권한나는 허리 아래에서 낮게 깔아 던지는 기습적인 슛으로 여러 차례 재미를 봤다. 최수민은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러시아는 세계 랭킹 2위의 핸드볼 강국이지만 지난해 런던 올림픽 후 대대적인 세대교체의 영향으로 위력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임 감독은 “부족한 게 많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일단 오늘 경기에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준비 기간이 짧아 전술의 완성도가 15%밖에 되지 않는데 그 15%를 러시아전에서 충분히 발휘했다고 그는 평가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전술의 완성도를 3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임 감독은 “레프트윙 포지션에서 좋은 선수를 또 하나 발굴한 것 같다. 실력이 많이 늘었다”며 최수민의 활약을 칭찬했다. 앙골라는 스페인을 22-21로 눌렀다. 한국은 25일 앙골라와 맞붙는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핸드볼이 위기라는데 어쩝니까. 다시 한 번 살려봐야죠.” 그는 “전임감독으로서 끝없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도 그만큼 무거웠다. 임영철 감독(53·사진).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의 소재가 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대표팀을 이끌고 은메달을 땄던 감독이다. 그가 위기에 놓인 한국 핸드볼을 구하기 위해 다시 나섰다. 그는 동메달을 획득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가족도 말리고 주변에서 다 말렸죠. 나이 들어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는 거지.” 이달 초 여자 대표팀 전임감독을 맡아 달라는 대한핸드볼협회의 제안을 받았을 때 그는 고민이 많았다. “자리가 보장된 팀(국내 실업 최강의 인천체육회)을 맡고 있는데 그걸 포기해야 하니까 고민이 됐죠. 나이 50을 넘겼는데 대표팀 감독 그만두면 그때는 뭘 하나 싶기도 했고….” 임기 4년을 보장받은 임 감독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맥이 끊긴 여자 핸드볼의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핸드볼협회는 지난해 런던 올림픽이 끝난 뒤 대표팀 전임감독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대표적인 올림픽 효자 종목이던 여자 핸드볼은 런던 대회에서 4위에 그쳐 메달을 따지 못했다. 갈수록 힘을 앞세운 유럽 팀에 밀려 세계랭킹은 8위까지 떨어졌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단체 구기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딴 것을 포함해 그동안 올림픽에서 금 2개, 은 3개, 동메달 1개를 딴 예전의 그 핸드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임감독 선임을 위한 경기력향상위원회가 열렸고, 핸드볼을 살릴 적임자는 임영철 감독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어쩝니까. 핸드볼인으로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살았는데 갚아야죠. 꺼져 가는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감독을 맡았어요. 세상 일이 다 마음처럼 되진 않겠지만 한국 핸드볼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만 만들어도 성공이라고 봐요.” 말리는 가족은 어떻게 설득했을까. “‘대표팀 안 맡는다고 핸드볼 안 하는 것 아니다. 실업팀에 있으나 대표팀에 있으나 어차피 나는 평생 핸드볼을 하고 살 사람’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임 감독은 대표팀을 이끌고 23∼26일 서울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리는 서울컵 4개국 국제여자대회에 참가한다. 전임감독을 맡은 뒤 처음 출전하는 대회다. “대회 준비 기간이 2주밖에 안 되고 부상 선수가 많아 큰 기대는 안 해요. 보완할 점을 찾아 장기 계획을 세우는 계기로 삼을 생각입니다.” 한국은 23일 세계 2위 러시아와 첫 경기를 치른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스페셜 원’ 조제 모리뉴 감독(50·사진)이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레알)의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레알의 사령탑을 맡은 2010년 5월 이후 3년 만이다. 모리뉴 감독의 후임으로는 레알의 단장을 지낸 ‘아트 사커’ 지네딘 지단(41)이 꼽히고 있다. 레알의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은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시즌을 끝으로 모리뉴 감독이 팀을 떠난다. 지금이 이별할 가장 적절한 시기다”라고 말했다. 2011∼2012시즌 라이벌 바르셀로나를 제치고 레알을 프리메라리가 정상에 올려놓으면서 2016년까지 계약을 연장한 모리뉴 감독은 임기가 3년 더 남아 있었다. 페레스 회장은 “3년간 모리뉴 감독의 지도 아래 많은 발전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리그 2위,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준우승,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고 말해 성적 부진에 따른 경질 성격임을 내비쳤다. 특히 페레스 회장은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다면 이런 얘기를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여 챔피언스리그 4강 탈락이 모리뉴 감독의 지휘봉을 빼앗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레알은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도르트문트(독일)에 져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모리뉴 감독은 포르투갈 리그(포르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첼시), 이탈리아 세리에A(인터 밀란) 등 가는 리그마다 팀을 정상으로 이끌면서 최고의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레알의 지휘봉을 잡은 뒤로도 2011년 스페인 국왕컵과 지난 시즌 리그 우승을 팀에 안기는 등 괜찮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2등은 별 의미가 없다고 보는 ‘갈락티코’ 레알은 모리뉴 감독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갈락티코는 스페인어로 ‘은하수’라는 뜻이다. 은하수처럼 화려한 최고의 선수들로 팀을 구성해 최고의 성적으로 팬들에게 서비스한다는 레알의 팀 운영 방침 같은 것이다. 모리뉴 감독의 후임으로는 예술 축구의 대명사 지단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루이스 피구, 데이비드 베컴 등과 함께 ‘갈락티코’ 1기를 구성했던 지단은 2001∼2006년 레알에서 뛰었고 이 팀의 단장까지 지낸 레알의 상징적인 존재다. 페레스 회장은 “지단은 레알의 가치를 대표했던 인물이자 레알의 자산 중 하나”라고 말해 지단의 영입 가능성에 무게를 더했다. 한편 모리뉴 감독의 다음 행선지로는 첼시가 언급되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더선’은 최근 “모리뉴 감독이 첼시로 다시 돌아온다”고 전하면서 복귀 날짜(7월 1일)까지 구체적으로 거론한 바 있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저 떠나면 감독님이 한강에 빠져 죽겠다는데 어떻게 떠납니까.” 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로 평가되던 조성민(KT)은 돈보다 의리를 택했다. 특정 구단에서 6억 원 가까이 보장해 주기로 했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조성민은 원소속구단인 KT와 연봉 4억 원에 인센티브 7000만 원을 합쳐 보수 총액 4억7000만 원을 받기로 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 같은 계약 사실이 알려지자 “조성민이 구단에 양보를 너무 많이 했다”는 팬들의 의견이 인터넷에 많이 올랐다. 조성민은 16일 당초 만나기로 했던 인터뷰 시간인 오전 11시보다 5시간이나 늦은 오후 4시에야 나타났다. KT와 재계약한 전날 밤새 술자리가 이어져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자리를 지키느라 도저히 약속 시간에 맞추기 힘들다며 양해를 구해 왔다. 만난 시간까지도 술이 덜 깨 얼굴이 붉었다. 팬들은 “손해를 많이 본 재계약”이라고 하는데 뭐가 그리 좋아서 밤새 술을 마셨을까. 조성민은 “계약에 만족한다”고 했다. “손해 본 계약이 아니냐”고 첫 질문을 던졌다. “아니에요. 제가 (전창진) 감독님을 버리고 가기는 어딜 갑니까. 저를 최고의 선수로 키워보고 싶다고 한 감독님입니다. 이런 감독님을 버리고 다른 팀으로 가면 저는 진짜 나쁜 놈이죠.” 조성민은 애당초 KT에 남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FA시장에 나가 저의 가치를 평가받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감독님을 생각하면 도저히 떠날 수가 없었어요”라고 했다. 전 감독은 조성민을 붙잡지 못하면 옷 벗겠다는 엄포를 놨었다. “도대체 전 감독이 뭘 어떻게 했기에 돈 욕심까지 포기하면서 KT에 남기로 했느냐”고 물었다.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감독님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지도자예요.” 전 감독은 조성민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였을까. 조성민은 “아내가 저보다 감독님과 문자를 더 자주 주고받아요”라고 했다. 전 감독은 조성민의 경기력이 마음에 들지 않은 날은 눈물이 쏙 빠질 만큼 야단을 쳤다. 그런 뒤에는 조성민의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다. ‘야단 많이 쳤으니 위로 많이 해주세요’라고. 세심한 감독이다. 이런 전 감독의 배려를 알기에 조성민의 장인 장모도 나서서 KT에 남으라고 설득했다. 장인은 “한번 맺은 인연을 쉽게 버리면 안 된다”고 했다. 전 감독은 “내가 처음 KT 감독으로 왔을 때 성민이 연봉이 6000만 원이었다. 하지만 성실성만큼은 성민이를 따라갈 선수가 없었다. 처음 봤을 때 키워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해마다 발전하는 선수다. 이번에 나 때문에 손해를 본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조성민은 KT와 5년 계약을 했다. 올해 서른인 나이를 감안하면 KT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할 가능성이 크다. “프로로 데뷔한 KT에서 선수생활을 마칠 수 있으면 영광이죠. 앞으로 3년 안에 전성기는 지난다고 봐요. 그 전에 통합 우승도 하고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히고 싶어요.”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멈춰버린 1초’ 때문에 결승 진출이 좌절됐던 신아람(27·계룡시청·사진)이 당시 오심 경기의 상대였던 브리타 하이데만(독일)에게 설욕했다. 신아람은 1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펜싱 월드컵 여자 에페 개인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하이데만을 6-5로 꺾고 정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올림픽 준결승전 연장전에서 하이데만에게 5-6으로 졌던 패배를 그대로 되갚은 셈이다. 올림픽 당시 신아람과 하이데만은 5-5로 맞선 채 들어간 연장전에서 경기 종료 1초를 남기고 서로를 세 차례나 동시에 찔렀지만 이 사이 시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여전히 1초가 남은 것으로 표시됐다. 연장전에서도 무승부로 끝나면 어드밴티지를 확보한 신아람이 결승에 오르는 상황이었다. 신아람은 결국 하이데만의 네 번째 공격을 허용하면서 5-6으로 졌다. 신아람의 결승 진출을 막은 ‘1초 오심 사건’은 당시 외신들에 의해 ‘희대의 오심’으로 기록됐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이제는 내가 골 넣는 수비수!’ 인천의 안재준(사진)이 사우디아라비아 리그로 옮긴 국가대표 수비수 곽태휘(알샤밥)의 뒤를 이어 K리그의 새로운 ‘골 넣는 수비수’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지난해 울산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골 넣는 수비수의 원조 곽태휘는 1월 알샤밥으로 이적했다. 안재준은 1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강원과의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안방경기에서 전반 41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1-0 승리를 이끌었다. 안재준은 이천수의 프리킥 어시스트를 골문 앞으로 달려들며 헤딩 골로 연결해 시즌 3호 골을 기록했다. 안재준은 중앙 수비수이지만 공격수 디오고, 미드필더 이석현과 함께 팀 내 득점 공동 선두로 나섰다. 안재준은 “지난해까지 다섯 시즌 동안 넣은 골을 다 합쳐도 3골밖에 안 되는데 올해 벌써 3골을 넣었다”며 좋아했다. 하지만 그는 “맡은 역할이 수비인 만큼 많은 득점보다는 무실점 경기를 하는 게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안재준은 2008년 인천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으나 2011년 전남으로 트레이드됐다. 당시 인천 팬들은 팀의 유망주를 다른 팀에 넘긴 데 대해 불만이 많았다. 지난 시즌까지 전남에서 두 시즌을 뛴 안재준은 올 시즌 친정 인천으로 복귀했다. 특히 이날 강원전은 그가 인천 유니폼을 입고 뛴 100번째 경기였다. 그는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경기에서 골까지 넣어 기분이 아주 좋다”고 했다. 인천의 설기현은 올 시즌 처음 선발로 나서 원 톱으로 뛰었지만 후반 24분 교체될 때까지 눈에 띄는 움직임은 보여주지 못했다. 인천의 설기현과 이천수, 김남일 등 2002년 월드컵 3인방이 올 시즌 들어 처음으로 함께 선발 출전했다. 안재준의 결승골을 도운 이천수는 시즌 3호 어시스트를 기록했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후 3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김남일은 주장 완장을 차고 풀타임을 뛰었다. 인천은 5승(5무 2패)째를 챙기며 승점 20을 기록해 6위에서 4위로 올라섰다. 대구는 대전과 1-1로 비겨 시즌 첫 승 사냥에 실패했다. 성남은 경남을 2-0으로 꺾었다. 한편 선두 포항은 전날 울산에 1-2로 패하면서 올 시즌 12경기 만에 첫 패배를 당했다.인천=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이동국(전북)은 15일 전주에서 열린 가시와(일본)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을 앞두고 “작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이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같은 조에 속했던 가시와에 두 번 모두 패하면서 16강 진출에 실패했던 것을 두고 한 얘기다. 하지만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전북은 이날 안방경기에서 가시와에 0-2로 완패하면서 8강으로 가는 길이 험난해졌다. 전북은 경기 시작 3분 만에 실점해 출발부터 불안했다. 가시와는 전반 3분 구도 마사토가 강한 헤딩슛으로 첫 골을 뽑았다. 구도는 조별리그에서 3골을 넣어 경계 대상 1호로 꼽혔지만 전북의 수비수들은 골문 앞으로 쇄도하던 구도를 놓쳤다. 전북은 전반 30분 이후 주도권을 잡으면서 가시와의 골문을 세차게 두드렸지만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거나 허공을 가르는 슛으로 득점에 실패했다. 전북은 슈팅 수에서 23-5로 크게 앞섰다. 하지만 슛의 정확도가 가시와에 비해 떨어졌다. 가시와는 5개 모두가 유효 슈팅이었지만 전북은 23개 중 12개만 골문 안쪽을 향했다. 일방적인 공세를 펼치던 전북은 후반 29분 마쓰시마 다쓰야에게 헤딩골을 내주면서 두 골 차 패배를 당했다. 두 팀의 2차전은 22일 일본 가시와에서 열린다.전주=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3월 국내 경주마 경매에서 역대 최고가인 2억9000만 원짜리 말이 나왔다. 국내 프로 스포츠의 웬만한 신인들보다 비싼 몸값이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계약금이 2억9000만 원을 넘는 신인은 둘뿐이다. 계약금이 따로 없는 프로농구에서는 1억 원이 신인 최고 연봉이다. 경마인들은 3억 원짜리 경주마 탄생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몸값이 오르면서 경주마가 받는 처우도 달라지고 있다. 빠른 피로 해소를 위해 차가운 염수(소금물) 스파를 하고, 유연성을 높여주면서 근육통 완화에 효과가 있는 적외선 광열 찜질도 받는다. 레이스를 마친 경주마들이 피로를 풀기 위해 소용돌이치는 염수 욕조에 20분 정도 다리를 담근다. 신경통과 복통 치료에 도움이 되는 전기침을 맞고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는 극초단파 치료도 받는다. 한국마사회가 경주마의 근골격계 재활치료 등을 위해 지난달 문을 연 재활센터에서 볼 수 있는 광경들이다. 말(馬) 팔자가 상팔자인 세상이다. 한국마사회는 재활센터 장비 구입 등에 12억 원을 넘게 썼다. 말 재활치료와 컨디션 조절을 위해 이렇게 큰돈을 들인 이유가 뭘까. 경주마가 몸값이 계속 오르면서 갈수록 귀한 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경주마가 아프거나 다쳐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하면 싼값에 승용마로 팔아 치우는 경우가 많았다. 치료라고 해봐야 약물 치료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도핑검사 때문에 약물 치료를 할 수 있는 날은 1년에 며칠밖에 되지 않았다. 따라서 마주(馬主)들은 무턱대고 기다려야 하는 경주마의 장기 휴양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이제는 좀 다쳤다고 싼값에 팔아넘기기에는 속이 쓰릴 만큼 경주마의 몸값이 올랐다. 무작정 휴양을 보내기도 난감하다. 체력 소모가 커 많아야 한 달에 2번 정도 출전하는 경주마가 몇 달씩 휴양을 가면 1년에 출전할 수 있는 날은 얼마 없기 때문이다. 한국마사회 말보건원의 전형선 수의사는 “경주마의 값이 오르면서 컨디션 관리와 재활치료의 수준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전에는 다리 힘줄 부상을 회복하는 데 최소 6개월 정도가 걸렸지만 이제는 두세 달 만에도 회복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킹’ 르브론 제임스(29·마이애미·사진)가 미국프로농구(NBA) 최고 선수의 자리를 지켰다. 미국의 AP통신과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제임스가 NBA 2012∼2013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고 5일 보도했다.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이자 개인 통산 4번째 수상이다. 제임스는 2009, 2010, 2012년에 정규리그 MVP로 뽑혔다. 그동안 정규리그 MVP를 네 차례 이상 받은 선수는 4명뿐이었다. ‘훅 슛의 달인’으로 불린 카림 압둘자바가 가장 많은 6차례를 수상했고,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과 빌 러셀이 각각 5회, 윌트 체임벌린이 4차례였다. NBA 사무국은 정규리그 MVP를 6일 공식 발표하지만 제임스의 수상에 이견은 없다. 제임스가 기자단 투표에서 사상 처음으로 만장일치의 지지를 받을지가 관심거리다. 제임스는 2012∼2013시즌에 경기당 평균 26.8득점, 8리바운드, 7.3도움을 기록하며 팀을 리그 최고 승률(0.805)로 이끌었다. 밀워키와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평균 24.5점을 넣으며 4연승으로 팀을 2라운드에 올려놓은 제임스는 2년 연속 챔피언 결정전 MVP에도 도전한다. 제임스는 지난 시즌 마이애미의 우승을 이끌며 챔프전 MVP로 뽑혔다. 마이애미는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시카고와 맞붙는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2012∼2013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프로농구 1군 국내 선수 24명 중 최대어는 조성민(KT)이다. 조성민은 2012∼2013시즌에 경기당 평균 13.3점을 넣었다. 외국인, 혼혈 선수를 뺀 국내 선수 중 득점 1위(전체 14위)다. 3점슛 성공률(45.6%)은 전체 1위다. 조성민은 ‘만수(萬手)’ 유재학 모비스 감독이 “탐이 나는 선수”라며 여러 번 칭찬했던 선수로 모든 구단이 욕심을 낼만 한 FA다. 그런데 정작 조성민 영입 경쟁에 나설 수 있는 구단이 몇 곳 안 된다. 10개 구단 중 원소속 구단인 KT를 빼고 나면 4개 구단(전자랜드 오리온스 삼성 LG)만 영입 자격이 있다. 한국농구연맹(KBL)이 프로야구와 축구, 배구 등 국내 다른 프로 리그에는 없는 독특한 규정을 뒀기 때문이다. KBL은 포지션 랭킹 5위 안에 든 가드가 FA 자격을 얻더라도 1∼5위 가드를 보유한 다른 팀으로는 이적할 수 없게 했다. 상위 랭커가 한 팀에 몰리는 걸 막자는 취지인데 FA제도를 무력하게 만드는 좀처럼 보기 드문 규정이다. 포워드도 5위까지, 센터는 3위까지 같은 규정을 적용한다. 이 규정에 따라 2012∼2013시즌 가드 포지션 랭킹 5위인 조성민은 1위 김태술(인삼공사) 2위 김선형(SK) 3위 양동근(모비스) 4위 박지현(동부)이 소속된 구단으로 갈 수 없다. 상무 입대 전인 2010∼2011시즌 5위였다 2012∼2013시즌 4라운드 이후 복귀한 강병현이 소속된 KCC도 마찬가지다. 포지션 랭킹은 출전 시간과 득점, 리바운드, 도움, 실책, 야투 실패 등에 따라 점수를 더하고 뺀 공헌도를 기준으로 정한다. 포지션 랭킹 때문에 조성민 영입 경쟁이 싱겁게 끝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KT는 조성민을 붙잡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조성민은 15일까지 원소속 구단 KT와 협상하고 협상이 결렬되면 다른 구단들이 영입에 나설 수 있다. 한편 전자랜드에서 세 시즌을 뛴 혼혈 선수 문태종 영입 우선권을 갖고 있던 SK는 문태종 대신 미국 국적의 혼혈 선수 데이비드 마이클스(23·198cm)를 뽑기로 했다. 혼혈 선수는 한 팀에서 세 시즌까지만 뛸 수 있다. 문태종은 SK의 영입 포기로 FA 자격을 얻었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슛도사’ 이충희 KBS 해설위원(54·사진)이 프로 사령탑으로 돌아왔다. 프로농구 동부는 승부 조작에 연루돼 물러난 강동희 전 감독의 후임으로 이 해설위원을 29일 선임했다. 계약 조건은 3년간 연봉 3억 원이다. 이 신임 감독으로서는 2007년 12월 오리온스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 5년 4개월 만의 프로 감독 복귀다. 이 감독은 1980년대 한국 농구를 대표했던 간판 슈터였다. 송도고와 고려대를 나온 이 감독은 1981년 실업 현대에 입단해 농구대잔치에서 최초로 개인 통산 4000득점을 기록했고 최우수선수(MVP)로 3차례 뽑혔다. 1986년 스페인 세계선수권에서는 득점 2위에 오르면서 미국 프로농구(NBA) 구단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도자로는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이 감독은 LG 초대 사령탑을 맡아 1997∼2000년 팀을 이끌면서 첫 시즌에 2위, 나머지 두 시즌은 5, 7위를 했다. 2007년 오리온스 지휘봉을 잡았으나 성적 부진으로 시즌 중에 자진 사퇴했다. 이 감독은 “구단과 팬들이 원하는 걸 잘 알고 있다. 우승을 목표로 팀을 이끌겠다. 구단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프로농구단 매각을 추진했던 전자랜드가 팀을 계속 운영하기로 했다. 전자랜드는 홍봉철 구단주가 2013∼2014시즌에도 구단을 계속 운영하기로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전자랜드는 이 같은 내용을 한국농구연맹(KBL)과 선수단에 알렸다. 전자랜드는 2011∼2012시즌이 끝난 뒤 구단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인수 기업이 나서지 않았다. 구단 매각이 불발되면서 2012∼2013시즌에는 KBL로부터 선수단 연봉에 해당하는 20억 원을 지원받았다. 2012∼2013시즌 종료 후 농구계에서는 전자랜드 구단의 운명이 관심사였다. 프로야구가 NC에 이어 KT까지 9, 10구단 창단을 연이어 성사시킨 것과 대조적으로 프로농구는 10구단 체제에서 9구단으로 줄어들 위기에 몰렸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농구 인기가 예전만 못하고 승부 조작 여파로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구단 운영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생기면 프로농구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것으로 판단해 구단 운영을 계속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농구단뿐 아니라 전자랜드 사원들의 사기 문제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랜드가 2012∼2013시즌에 역대 인천 연고 팀 중 정규리그 최다 관중을 기록한 것도 팀을 살리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안방 경기에 13만3459명의 관중이 들어 정규리그 1위 팀 SK(16만4203명)에 이어 관중이 두 번째로 많았다. 유도훈 감독도 구단주의 결정에 화답하는 분위기다. 2012∼2013시즌을 끝으로 전자랜드와의 계약기간(3년)이 만료된 유 감독은 재계약 조건과 관련해 “내가 욕심을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구단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구단과 유 감독은 재계약에 합의한 상태다. 전자랜드는 5월 중순 유 감독을 포함한 선수단 전체가 1박 2일 일정으로 경기 하남시 팔당호에서 강원 춘천시까지 자전거로 이동한 뒤 삼악산을 오르는 단합대회를 갖기로 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 이 두 남자. 코트에서 잘나가고 있다는 점을 빼면 별로 닮은 구석은 없어 보였다. 프로배구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58)은 1995년 11월 창단 감독으로 부임한 뒤 19년째 같은 팀을 맡고 있다. 국내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단일 팀 최장수 사령탑이다. 한전 코치 시절을 포함하면 31년째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실업배구 슈퍼리그 8연패, 2005년 프로 출범 이후 통산 7회에 6년 연속 우승이라는 전인미답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50) 역시 프로농구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다. 프로 원년인 1997시즌 대우증권 코치로 프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이듬해에 감독이 됐다. 정규리그 최다승(425승 358패) 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챔피언결정전 최다 타이인 3차례 우승을 달성했다. 다음 시즌이면 모비스에서만 10년을 채우는 프로농구 단일 팀 최장수 사령탑이다. ‘감독은 파리 목숨’이라는 요즘 한곳에서 두 자리 햇수를 보낸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두 명장(名將)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서로를 향해 “팬이자 존경하는 분”이라는 말로 대화는 시작됐다. 》○ ‘15분 전 문화’…준비된 자가 이긴다 기자가 두 감독을 만나기로 한 시간은 26일 오전 11시였다. 두 사람은 따로 출발했지만 약속이나 한 듯 동아미디어센터 로비에서 조우했다. 10시 40분도 안 됐을 때였다. ▽신 감독=미리 준비해야 직성이 풀린다. 오전 9시에 출발한다고 하면 선수단 모두 8시 45분쯤 버스에 탄다. 늦는 선수가 있으면 9시까지는 기다리다 1초만 지나도 출발한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15분 전 문화’가 모든 준비의 시작이다. 지금은 그런 선수가 없다. ▽유 감독=나도 비슷하다. 한번은 버스가 출발하는데 고참 선수가 뛰어 오더라. “너 필요 없다”고 한 뒤 그냥 갔다. 그 선수가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타고 톨게이트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각한 외국인 선수를 공항에 남겨 둔 채 비행기를 탄 적도 있다. ▽신 감독=작전타임 때 보면 준비가 된 팀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1년 내내 손발을 맞춰 왔는데 무슨 긴 말이 필요한가. ‘야, 너 뭐하는 거야’ 한마디면 선수 본인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를 알 정도가 돼야 한다. 물론 코트를 나누는 배구와 몸싸움을 하는 농구는 다를 것이다. 그래서 유 감독은 ‘만수’(萬手·1만 가지 지략을 갖고 있다고 해서 얻은 별명)이고 나는 천수(千手)쯤 될 거다. 혼자 우승한다고 욕을 바가지로 먹는 나와 비교해 3년에 한 번씩 우승하는 것만 봐도 나보다 한 수 위다(웃음). (실제로 유 감독은 2006∼2007, 2009∼2010, 2012∼2013시즌에 우승했다.) ▽유 감독=신 감독님이 한 인터뷰에서 ‘초보는 자기 팀만 보고 노련한 감독은 상대를 본다’고 말씀하셨는데 전적으로 동감한다. 고스톱을 칠 때도 내 패만 봐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것 아닌가. 중요한 경기일수록 작전과 지시는 간단해야 한다. 이는 철저한 준비가 뒷받침될 때만 가능하다. ○ ‘합리적 악질’…감독은 독재자다 삼성화재 선수들은 취침 전 휴대전화를 반납한다. 간식으로 라면을 먹는 일도 없다. 모비스 선수들은 방문경기 때도 선수단 모두가 아침 식사를 함께 한다. ‘프로가 아니라 고교 팀’ ‘선수 인권 탄압’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신 감독=라면회사에서 싫어할지 모르겠지만 운동선수가 밤에 라면을 먹는 것은 다음 날 몸 상태에 큰 지장을 준다. 휴대전화 역시 마찬가지다. 늦은 밤에 전화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술을 먹고 있을 텐데 그런 통화를 하다 잠을 못 자면 훈련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다. 좋은 생활이 좋은 훈련과 좋은 경기로 이어진다. ▽유 감독=휴대전화까지 통제한다니 정말 치밀하다. 나도 한번 생각을 해 봐야겠다(웃음). 아침에 보면 선수 상태를 안다. 준비가 덜 된 선수들은 운동을 몇 배로 시킨다. 술 냄새를 풍기는 선수는 버스에 안 태우고 뛰게 한다. 간섭은 안 하지만 사생활이 지장을 주면 훈련을 통해 반드시 제재를 한다. ▽신 감독=결국 사생활을 통제하는 것 아닌가(웃음). 나는 유 감독과 달리 훈련을 아예 안 시킨다. ‘다른 선수들에 피해 주지 말고 쉬라’고 한다. 훈련을 안 하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아야 한다. 하루 쉬고, 이틀 쉬다 보면 영원히 쉬게 되는 거다. ▽유 감독=상대 팀과 같은 숙소에 머물 때가 있다. 아침에 그 팀 선수들은 따로따로 식당에 내려오는데 우리는 함께 이동해 같이 먹는다. 선수들이 처음에는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단합된 모습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하더라. ▽신 감독=감독은 악질이어야 한다. 단, ‘합리적 악질’이라야 한다. 선수를 억압하는 듯 보여도 결국은 그게 선수의 미래를 위한 길이다. 선수들을 아끼되 믿으면 안 된다. ▽유 감독=맞다. 선수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문제가 없다. 무조건적인 강압과는 다르다. 단체 종목은 한계를 뛰어넘어야 되는데 혼자서는 못한다. 자율을 주면 다 중간에 포기한다. ▽신 감독=그동안 악질 감독이라고 욕 많이 먹었는데 유 감독도 대단한 악질이다. 동지를 만나 반갑고 기분이 좋다. 그러고 보니 오늘 자리는 ‘악질 단합대회’다. 유 감독이 자신은 악질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에 동석한 기자가 “선수들한테 물어 보니 모두 악질이라고 하던데요”라고 했다. “그래요?” 한바탕 웃은 유 감독이 말한다. “알고 보면 편한 사람인데…. 그래도 신 감독님 악질에는 아직 못 미치죠.”○ ‘진정성이 바탕’…선수의 마음을 잡아라 버스 출발 시간 앞당기고, 선수 사생활 통제하고, 훈련 강하게 시켜 이길 수 있다면 어느 감독이 우승을 못할까. 두 명장에게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빈틈 보이지 않기’와 ‘진정성’이다. ▽신 감독=감독을 하면서 아침 훈련에 늦은 적이 없다. 불가피한 일로 늦게까지 술을 먹으면 사우나에서 뺨을 때려가며 정신을 차린다. 감독이 불성실하면 선수들이 가장 먼저 안다. 프런트와도 잘 협조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감독은 영(令)이 설 리 없다. ▽유 감독=나도 아침 훈련에 가장 먼저 나가려고 노력한다. 술 잘 깨는 체질인 신 감독님과 달리 술 마시면 다음 날 많이 힘들다. 그래도 냄새 안 풍기려고 갖은 애를 쓴다. 사람이 어떻게 빈틈이 없을 수 있나. 그럼에도 빈틈을 안 보이려 노력하면 선수들이 이를 알아주는 것 같다. ▽신 감독=감독의 권위는 진정성에서 나온다. 그것이 전달되면 선수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팀 퍼스트. 프로는 팀이 먼저다. 팀에 대한 헌신과 배려가 없다면 제아무리 스타라도 필요 없는 존재다. 감독부터 헌신해야 한다. ▽유 감독=팀은 작은 사회다. 그 안에서 인간관계 및 협동과 배려를 배운다. 언젠가 선수들이 체육관에 가면서 침을 뱉어 놓은 것을 봤다. 당장 불러 모아 혼쭐을 냈다. 기량은 나중 문제다. 건강한 사회인으로서의 기본이 먼저다. ▽신 감독=유 감독이 배구를 했다면 삼성화재의 6연패는 어림없었을 것이다. 농구를 한 게 정말 다행이다. ▽유 감독=오늘 많이 배웠다. ‘고급 정보’를 너무 많이 알려 주시는 바람에 모든 팀이 다 따라 할 것 같아 걱정된다(웃음). 두 감독 모두 배구와 농구 외의 다른 일에는 눈 돌릴 겨를이 없다고 했다. 무엇인가에 모든 것을 건 이들에게 낭만이란 애당초 기대할 수 없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기에 삼성화재와 모비스는 강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명장의 대화는 네 시간 넘게 이어졌다. 별로 닮은 곳이 없어 보였던 두 감독은 그새 ‘도플 갱어’(분신)라도 된 듯했다. ‘합리적 악질’과 ‘독재자’를 자처하는 두 남자는 조만간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다른 모든 팀이 더 긴장해야 할 것 같다. 이승건·이종석 기자 why@donga.com}
이 두 남자. 코트에서 잘 나가고 있다는 점을 빼면 별로 닮은 구석은 없어 보였다. 프로배구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58)은 1995년 11월 창단 감독으로 부임한 뒤 19년째 같은 팀을 맡고 있다. 국내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단일 팀 최장수 사령탑이다. 한전 코치 시절을 포함하면 31년째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실업배구 슈퍼리그 8연패, 2005년 프로 출범 이후 통산 7회에 6년 연속 우승이라는 전인미답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50) 역시 프로농구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다. 프로 원년인 1997시즌 대우증권 코치로 프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이듬해 감독이 됐다. 정규리그 최다승(425승 358패) 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챔피언결정전 최다 타이인 3차례 우승을 달성했다. 다음 시즌이면 모비스에서만 10년을 채우는 프로농구 단일 팀 최장수 사령탑이다. '감독은 파리 목숨'이라는 요즘 한 곳에서 두 자리 햇수를 보낸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두 명장(名將)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서로를 향해 "팬이자 존경하는 분"이라는 말로 대화는 시작됐다.○ '15분 전 문화'… 준비된 자가 이긴다 기자가 두 감독을 만나기로 한 시간은 26일 오전 11시였다. 두 사람은 따로 출발했지만 약속이나 한 듯 동아미디어센터 로비에서 조우했다. 10시 40분도 안 됐을 때였다. ▽신 감독=미리 준비해야 직성이 풀린다. 오전 9시에 출발한다고 하면 선수단 모두 8시 45분쯤 버스에 탄다. 늦는 선수가 있으면 9시까지는 기다리다 1초만 지나도 출발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15분 전 문화'가 모든 준비의 시작이다. 지금은 그런 선수가 없다. ▽유 감독=나도 비슷하다. 한번은 버스가 출발하는데 고참 선수가 뛰어 오더라. "너 필요 없다"고 한 뒤 그냥 갔다. 그 선수가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타고 톨게이트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각한 외국인 선수를 공항에 남겨 둔 채 비행기를 탄 적도 있다. ▽신 감독=작전타임 때 보면 준비가 된 팀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1년 내내 손발을 맞춰 왔는데 무슨 긴 말이 필요한가. '야, 너 뭐하는 거야' 한마디면 선수 본인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를 알 정도가 돼야 한다. 물론 코트를 나누는 배구와 몸싸움을 하는 농구는 다를 것이다. 그래서 유 감독은 '만수'(萬手·1만 가지 지략을 갖고 있다고 해서 얻은 별명)이고 나는 천수(千手)쯤 될 거다. 혼자 우승한다고 욕을 바가지로 먹는 나와 비교해 3년에 한 번씩 우승하는 것만 봐도 나보다 한 수 위다.(웃음) (실제로 유 감독은 2006~2007, 2009~2010, 2012~2013시즌에 우승했다.) ▽유 감독=신 감독님이 한 인터뷰에서 '초보는 자기 팀만 보고 노련한 감독은 상대를 본다'고 말씀하셨는데 전적으로 동감한다. 고스톱을 칠 때도 내 패만 봐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것 아닌가. 중요한 경기일수록 작전과 지시는 간단해야 한다. 이는 철저한 준비가 뒷받침될 때만 가능하다. ○ '합리적 악질'… 감독은 독재자다 삼성화재 선수들은 취침 전 휴대전화를 반납한다. 간식으로 라면을 먹는 일도 없다. 모비스 선수들은 방문 경기 때도 선수단 모두가 아침 식사를 함께 한다. '프로가 아니라 고교 팀' '선수 인권 탄압'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신 감독=라면회사에서 싫어할지 모르겠지만 운동선수가 밤에 라면을 먹는 것은 다음 날 몸 상태에 큰 지장을 준다. 휴대전화 역시 마찬가지다. 늦은 밤에 전화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술을 먹고 있을 텐데 그런 통화하다 잠을 못자면 훈련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다. 좋은 생활이 좋은 훈련과 좋은 경기로 이어진다. ▽유 감독=휴대전화까지 통제한다니 정말 치밀하다. 나도 한 번 생각을 해 봐야겠다(웃음). 아침에 보면 선수 상태를 안다. 준비 덜 된 선수들은 운동을 몇 배로 시킨다. 술 냄새를 풍기는 선수는 버스에 안 태우고 뛰게 한다. 간섭은 안하지만 사생활이 지장을 주면 훈련을 통해 반드시 제재를 한다. ▽신 감독=결국 사생활을 통제하는 것 아닌가(웃음). 나는 유 감독과 달리 훈련을 아예 안 시킨다. '다른 선수들에 피해 주지 말고 쉬라'고 한다. 훈련을 안 하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아야 한다. 하루 쉬고, 이틀 쉬다 보면 영원히 쉬게 되는 거다. ▽유 감독=상대 팀과 같은 숙소에 머물 때가 있다. 아침에 그 팀 선수들은 따로따로 식당에 내려오는데 우리는 함께 이동해 같이 먹는다. 선수들이 처음에는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단합된 모습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하더라. ▽신 감독=감독은 악질이어야 한다. 단 '합리적 악질'이라야 한다. 선수를 억압하는 듯 보여도 결국은 그게 선수의 미래를 위한 길이다. 선수들을 아끼되 믿으면 안 된다. ▽유 감독=맞다. 선수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문제가 없다. 무조건적인 강압과는 다르다. 단체 종목은 한계를 뛰어 넘어야 되는데 혼자서는 못 한다. 자율을 주면 다 중간에 포기한다. ▽신 감독=그동안 악질 감독이라고 욕 많이 먹었는데 유 감독도 대단한 악질이다. 동지를 만나 반갑고 기분이 좋다. 그러고 보니 오늘 자리는 '악질 단합대회'다. 유 감독이 자신은 악질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에 동석한 기자가 "선수들한테 물어 보니 모두 악질이라고 하던데요"라고 했다. "그래요?" 한바탕 웃은 유 감독이 말한다. "알고 보면 편한 사람인데…. 그래도 신 감독님 악질에는 아직 못 미치죠."○ '진정성이 바탕'… 선수의 마음을 잡아라 버스 출발 시간 앞당기고, 선수 사생활 통제하고, 훈련 강하게 시켜 이길 수 있다면 어느 감독이 우승을 못할까. 두 명장에게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빈틈 보이지 않기'와 '진정성'이다. ▽신 감독=감독을 하면서 아침 훈련에 늦은 적이 없다. 불가피한 일로 늦게까지 술을 먹으면 사우나에서 뺨을 때려가며 정신을 차린다. 감독이 불성실하면 선수들이 가장 먼저 안다. 프런트와도 잘 협조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감독은 영(令)이 설 리 없다. ▽유 감독=나도 아침 훈련에 가장 먼저 나가려고 노력한다. 술 잘 깨는 체질인 신 감독님과 달리 술 마시면 다음 날 많이 힘들다. 그래도 냄새 안 풍기려고 갖은 애를 쓴다. 사람이 어떻게 빈틈이 없을 수 있나. 그래도 빈틈을 안보이려 노력하면 선수들이 이를 알아주는 것 같다. ▽신 감독=감독의 권위는 진정성에서 나온다. 그것이 전달되면 선수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팀 퍼스트. 프로는 팀이 먼저다. 팀에 대한 헌신과 배려가 없다면 제아무리 스타라도 필요 없는 존재다. 감독부터 헌신해야 한다. ▽유 감독=팀은 작은 사회다. 그 안에서 인간관계 및 협동과 배려를 배운다. 언젠가 선수들이 체육관에 가면서 침을 뱉어 놓은 것을 봤다. 당장 불러 모아 혼쭐을 냈다. 기량은 나중 문제다. 건강한 사회인으로서의 기본이 먼저다. ▽신 감독=유 감독이 배구를 했다면 삼성화재의 6연패는 어림없었을 것이다. 농구를 한 게 정말 다행이다. ▽유 감독=오늘 많이 배웠다. '고급 정보'를 너무 많이 알려 주시는 바람에 모든 팀들이 다 따라할 것 같아 걱정된다(웃음). 두 감독 모두 배구와 농구 외의 다른 일에는 눈 돌릴 겨를이 없다고 했다. 무엇인가에 모든 것을 건 이들에게 낭만이란 애당초 기대할 수 없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기에 삼성화재와 모비스는 강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명장의 대화는 네 시간 넘게 이어졌다. 별로 닮은 곳이 없어 보였던 두 감독은 그새 '도플 갱어'(분신)라도 된 듯 했다. '합리적 악질'과 '독재자'를 자처하는 두 남자는 조만간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다른 모든 팀들이 더 긴장해야 할 것 같다.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