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데볼 된 핸드볼 다시 살려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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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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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순 신화’ 임영철 女국가대표 전임 감독의 독한 도전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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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볼이 위기라는데 어쩝니까. 다시 한 번 살려봐야죠.”

그는 “전임감독으로서 끝없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도 그만큼 무거웠다. 임영철 감독(53·사진).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의 소재가 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대표팀을 이끌고 은메달을 땄던 감독이다. 그가 위기에 놓인 한국 핸드볼을 구하기 위해 다시 나섰다. 그는 동메달을 획득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가족도 말리고 주변에서 다 말렸죠. 나이 들어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는 거지.” 이달 초 여자 대표팀 전임감독을 맡아 달라는 대한핸드볼협회의 제안을 받았을 때 그는 고민이 많았다. “자리가 보장된 팀(국내 실업 최강의 인천체육회)을 맡고 있는데 그걸 포기해야 하니까 고민이 됐죠. 나이 50을 넘겼는데 대표팀 감독 그만두면 그때는 뭘 하나 싶기도 했고….” 임기 4년을 보장받은 임 감독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맥이 끊긴 여자 핸드볼의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핸드볼협회는 지난해 런던 올림픽이 끝난 뒤 대표팀 전임감독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대표적인 올림픽 효자 종목이던 여자 핸드볼은 런던 대회에서 4위에 그쳐 메달을 따지 못했다. 갈수록 힘을 앞세운 유럽 팀에 밀려 세계랭킹은 8위까지 떨어졌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단체 구기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딴 것을 포함해 그동안 올림픽에서 금 2개, 은 3개, 동메달 1개를 딴 예전의 그 핸드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임감독 선임을 위한 경기력향상위원회가 열렸고, 핸드볼을 살릴 적임자는 임영철 감독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어쩝니까. 핸드볼인으로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살았는데 갚아야죠. 꺼져 가는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감독을 맡았어요. 세상 일이 다 마음처럼 되진 않겠지만 한국 핸드볼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만 만들어도 성공이라고 봐요.” 말리는 가족은 어떻게 설득했을까. “‘대표팀 안 맡는다고 핸드볼 안 하는 것 아니다. 실업팀에 있으나 대표팀에 있으나 어차피 나는 평생 핸드볼을 하고 살 사람’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임 감독은 대표팀을 이끌고 23∼26일 서울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리는 서울컵 4개국 국제여자대회에 참가한다. 전임감독을 맡은 뒤 처음 출전하는 대회다. “대회 준비 기간이 2주밖에 안 되고 부상 선수가 많아 큰 기대는 안 해요. 보완할 점을 찾아 장기 계획을 세우는 계기로 삼을 생각입니다.” 한국은 23일 세계 2위 러시아와 첫 경기를 치른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핸드볼#임영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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