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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는 2019학년도 수시모집에서 73.3%(3822명)를 뽑는다. 정시인원 1390명까지 더하면 올해 총 5212명을 선발한다. 수시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51.6%(2691명), 논술우수자전형으로 14.8%(770명), 실기우수자전형으로 6.9%(361명)를 뽑는다. 정시 수능전형으로는 21.9%(1139명)를, 정시 실기전형으로는 4.8%(251명)를 선발한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인 ‘네오르네상스’는 국내·외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로 제한했던 지원자격을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자로까지 확대했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고교연계)은 고교별 최대 6명(인문계열 2명, 자연계열 3명, 예·체능계열 1명)까지 학교장 추천이 가능하다. 고교에서 추천 시 대학의 인재상인 문화인재, 글로벌인재, 리더십인재, 과학인재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전형방법은 학생부 교과 성적 40%, 서류평가 60%로 전년도 대비 교과 성적 비중을 축소했다. 교과 성적 이외에 비교과 활동에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참여한 학생을 선발하고자 함이다. 모든 학종 전형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다. 수시 실기우수자전형에서는 소프트웨어분야 인재를 뽑기 위해 ‘K-SW 전형’을 신설했다. 합격자에게는 장학금도 부여된다. 황윤섭 경희대 입학처장은 “네오르네상스 전형은 합격자의 내신 성적 폭이 넓은 것이 특징”이라며 “내신 성적은 중요 평가기준이지만 당락을 결정하는 절대적 잣대는 아니기 떄문에 학과나 계열에 대한 적합성을 잘 따져 지원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학생부종합전형 평가에서는 학과나 계열에 대한 적합성을 관심 있게 본다. 따라서 내신 성적과 함께 학생부의 기록이 지원하고자 하는 학과나 계열에 유의미한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지난주 교육부에서 내놓은 보도자료 중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묻힌 정책이 있었다. ‘고교 취업연계 장려금, 첫 지원’이란 제목의 자료였다. 교육부는 “올해 처음으로 중소기업에 취업한 현장실습 참여 직업계 고3 학생에게 돈을 줄 것”이라며 “저소득층 학생부터 1인당 300만 원을 일시금으로 주는데 단 6개월 이상 중소기업에 의무적으로 다녀야 한다는 것이 조건”이라고 밝혔다. 총 2만4000명에게 720억 원을 줄 예정이다. 만약 6개월 전에 그만두면 300만 원은 반납해야 한다. 또 돈으로 해결인가. 고구마를 삼킨 듯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직업계고 학생의 중기 취업 장려를 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다. 하지만 이런 일차원적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직업계고 학생들은 300만 원만 주면 중기에 갈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300만 원을 토해 내기 싫으면 마음에 안 들고 부당한 처우를 받더라도 6개월을 버티란 건가?’, ‘만약 학생들이 6개월만 다니고 그만두면 720억 원은 허공으로 날아가는 건가?’ 취업의 질과 일자리의 지속성 측면에서 의구심만 들었다. 교육부에 의도를 물었다. 교육부는 “최근 잇따른 사고로 직업계고 학생의 현장실습 제도가 바뀌었다. 근로 대신 교육만 허용하다 보니 학생들이 월급을 못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실습 대신 아르바이트를 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중기 취업연계 및 국가인력 양성 차원에서 예산으로 당근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돈이야말로 그간 직업계 학교 관계자들이 원했던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얘긴 달랐다. 고졸취업 전문가인 박상현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직업계고들의 가장 큰 고민은 교육부가 직업계고 재정지원 평가를 할 때 취업률과 고용유지율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본다는 것”이라며 “학교들이 이런 장려금이라도 받아 중기 취업률을 높이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업계고 졸업생이든 대졸자든 괜찮은 일자리로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은 똑같다”며 “300만 원을 준다고 중기에 계속 다니는 것도 아니고 고용률을 높일 만한 정책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영민 숙명여대 인적자원개발대학원 교수는 “교육부가 가장 쉬운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기 쪽으로 인력을 보내긴 해야겠는데, 정부 입장에서 가장 쉬운 대상은 직업계고 학생들이란 것이다. 보조금을 줘서 유도하는 방식도 가장 간편하다. 땜질식 ‘대책’이 아닌 고심한 ‘정책’을 내놔야 하지만 교육부가 지난달 내놓은 ‘평생직업교육훈련 혁신방안’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이 장기 마스터플랜은 4차 산업혁명 등 사회 변화에 국민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까지 선정됐다. 하지만 중장기적 취지만 있을 뿐 실효성 있는 구체적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실제 기자가 받아 본 마스터플랜 자료집은 ‘이상적인 거대담론으로 점철된 두툼한 서류더미’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세부과제는 대부분 기존 정책을 짜깁기한 것이었다. 교육부가 산업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도 많았다. 정부는 이런 것이야말로 국가교육회의에 물어 분야별 최고의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댔어야 했다. 하지만 국가교육회의는 ‘수시 대 정시 비율은 몇 대 몇?’ 따위를 위해 온 국민 토론회를 여느라 진짜 마스터플랜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우리 교육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유효기간 6개월짜리 혈세 720억 원을 허공으로 흩날리는 것, 그것이 최선의 대책인 현실이 개탄스럽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대학 살생부’로 불리는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가 공개됐다. 내년부터 덕성여대, 조선대, 연세대 원주캠퍼스 등 일반대 67곳, 전문대 49곳 등 총 116곳은 모두 1만 명가량 학생 정원을 줄여야 한다. 적게는 7%, 많게는 35%까지 감축한다. 이 가운데 일반대 37곳, 전문대 13곳은 정부 재정 지원까지 제한된다. 또 학생에게 지원되는 국가장학금·학자금 대출 지원마저 일부 대학에서 전면 제한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심의한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를 각 대학에 통보한다고 23일 밝혔다. 2012년 시작된 대학기본역량진단은 대학 정원이 학생 수보다 많아지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학 구조조정 차원에서 시행하는 사업이다. 자율개선대학이 못 되면 정원 감축에 정부 재정 지원도 끊어지기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대학 살생부’로 불린다. 전국 323개 일반대 및 전문대 가운데 가장 낮은 그룹인 재정지원제한대학 Ⅱ유형에는 일반대 6곳(경주대 부산장신대 신경대 제주국제대 한국국제대 한려대), 전문대 5곳(광양보건대 동부산대 서해대 영남외국어대 웅지세무대)이 선정됐다. 이들 대학은 내년부터 30∼35%까지 정원을 줄여야 하고 정부 재정 지원도 전면 제한되기 때문에 사실상 폐교 수순을 밟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교육부는 “진단제외대학과 역량강화대학 역시 개선이 요구되는 대학들”이라며 “재정지원제한대학은 학자금 대출까지 제한되는 만큼 내년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조유라 기자}
11월 15일 치러질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응시원서 접수가 23일부터 시작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3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전국 86개 시험지구교육청 및 일선 고등학교에서 수능 원서접수를 한다고 22일 밝혔다. 현재 고교 재학 중인 학생은 학교에서 일괄 접수시키며, 고교 졸업자는 출신고 또는 현재 주소지 관할 시험지구교육청에서 개별 접수시키면 된다. 검정고시 출신 및 기타 학력 인정자도 주소지 관할 시험지구교육청에서 접수한다. 모든 지원자는 여권용 규격(가로 3.5cm×세로 4.5cm) 사진 2장과 응시수수료 납부 영수증,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준비해야 한다. 개별 접수 시에는 졸업증명서 1부, 주민등록초본 1부를 추가로 준비해야 하며 직업탐구 영역을 신청할 경우 전문계열 전문교과 86단위(2016년 3월 1일 이전 졸업자는 80단위) 이상 이수한 것을 증명하는 학교장 확인서 1부가 필요하다. 장애학생 등 시험특별관리대상자는 복지카드 등 관련 증빙서류를 지참해야 한다. 응시수수료는 본인이 선택한 영역 수에 따라 4개 영역 이하는 3만7000원, 5개 영역은 4만2000원, 6개 영역은 4만7000원이다. 원서접수일 기준으로 수험생이 국민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법정 차상위계층이면 응시료를 면제받는다. 장애인, 수형자, 군 복무자, 입원 중인 환자, 원서접수일 기준 해외 거주자 등은 대리접수가 가능하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입에서 대학들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전형(정시모집) 비율 30% 이상 선발’을 권고한 것과 관련해 상당수의 대학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대신 학생부교과전형 및 논술전형 선발을 줄여 비율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30% 룰’을 만든 건 ‘깜깜이 전형’이란 비난을 받았던 학종 선발 쏠림을 막기 위한 것인데 대학들은 다른 방식으로 정시 확대 방침에 대응할 계획이라 정부의 정책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이런 가운데 국립대 법인인 서울대만 학종 선발을 줄여 정시모집을 확대하기로 했다. 20일 각 대학은 정부 권고에 맞게 전형별 선발 비율을 조정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만약 ‘수능 30% 이상 선발’이라는 정부 조건을 따르지 않으면 대학당 10억∼20억 원 정도 지원되던 ‘고교 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수능 선발 비율이 30%에 못 미치는 35개 대학 중 수도권에 있는 17개 대학은 당장 2년 내에 0.6∼13.8%가량 수능 선발 비율을 늘려야 한다. 대학에 따라 최대 600명에 가까운 신입생을 수능 전형으로 더 뽑아야 한다. 대학들은 어느 전형을 줄여 수능 선발을 늘릴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 본보가 이날 수능 비율 30% 미만인 서울대를 포함한 수도권 대학 10곳을 조사한 결과 6개 대학이 학종이 아닌 교과전형이나 논술전형을 줄일 예정이라고 답했다. 3곳은 미정으로 다른 대학의 움직임 등을 고려해 결정할 계획이다. 당초 교육부의 수능 비율 30% 권고는 급격히 늘어난 학종 비율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었지만 대학 현장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 A사립대 입학처장은 “학종 대신 교과전형 선발을 줄일 것”이라며 “학종으로 뽑은 학생들은 학교나 학과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자기 주도적으로 학업을 이끌어 가는 경우가 많아 대학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B대학 입학처장도 “수능으로 들어온 학생들은 반수나 재수 등으로 중도에 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학종은 그렇지 않다”며 “교과전형이나 논술전형 비율이 극히 적은 최상위권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학종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지역 주요 대학 중에는 논술전형을 대폭 줄이는 안을 고려하는 곳도 있었다. C대, D대 입학처장은 “정부가 논술을 폐지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이라 이참에 학종보다는 논술을 많이 줄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교육부의 개편안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들이야 수능 비율을 늘리면 그만이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가는 것”이라며 “입시제도를 흔들 때 웃는 곳은 사교육계뿐”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국립대인 서울대는 정부 방침에 따르기로 했다. 당초 서울대는 2020학년도 기준 학종 선발 비율을 80% 가까이로 늘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비율을 2년에 걸쳐 10%포인트 정도 줄이기로 하고 구체적인 계획 마련을 위한 내부 논의에 착수했다. 서울대는 2020학년도 선발 기준 학종 비율 79.6%, 수능 비율 20.4%이다. 교과전형, 논술, 실기 등 다른 전형으로는 아예 학생을 뽑지 않는다. 따라서 수능 비율을 늘리려면 학종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서울대는 그간 가장 적극적으로 학종을 늘려온 대학이다.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매년 4000억 원 이상의 국민 세금을 지원받는 입장이라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며 “다만 갑작스러운 선발 철학 변경을 두고 학내에서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해 구체적 연도별 조정 비율을 정하는 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박은서 기자}

중3과 초3 자녀를 둔 학부모 현모 씨(45)는 17일 발표된 교육부의 ‘2022학년도 대입제도개편방안’ 기사를 보다 깜짝 놀랐다. 함께 발표된 ‘고교교육 혁신방향’에 △2025학년도 고1부터 고교학점제 전면도입 △고교 내신 완전 절대평가화(성취평가제 도입) 내용 때문이다. 2025년은 초3인 둘째가 고1이 되는 시기다. 현 씨는 “자고나면 바뀌는 첫째 아이의 입시정책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둘째 때 또 바뀐다니 정말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 난데없는 2025년 혁신안에 학부모 ‘혼란’ 교육부는 당초 2022년부터 전국 고교에 적용하겠다던 고교학점제 도입을 2025년으로 늦췄다. 새 교육과정도 이때부터 적용된다. 또 2025년 고1부터 전 과목 내신을 국 영 수는 A∼E 5단계, 진로선택과목은 A∼C 3단계로 절대평가할 계획이다. 현재 석차(등수)를 기준으로 1∼9등급으로 분류하는 상대평가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절대평가 도입 시기를 못 박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절대평가제는 1점을 두고 학생들이 피 말리는 석차경쟁을 벌여야 하는 이른바 ‘내신지옥’을 깰 수 있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학생 개개인의 지력과 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절대평가가 맞는 방향”이라며 “외국도 대부분 절대평가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흥미와 적성에 따라 자유롭게 과목을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라도 내신 절대평가는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절대평가 유리한 강남 학교로 ‘쏠림 현상’ 발생할 듯 문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중장기적으로 절대평가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내신까지 절대평가 되면 대입에서 학생 간 우열을 판별할 변별력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90점만 넘으면 모두 똑같이 A를 받는 식이기 때문에 극단적으로는 한 교실 안에서도 수십 명이 A를 받을 수 있다. 똑같이 A를 받은 학생이더라도 대학들이 지방이나 비명문고 출신 학생보다는 이른바 강남 등 교육특구 지역의 특정 학교 학생들을 우대할 가능성도 높다. 입시업계에서는 벌써부터 “강남 대이동으로 명문고 인근 집값이 상승하고 대학별 고사가 부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교육부가 특목·자사고를 없애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 헌법재판소가 이 같은 정책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린다면 강남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고교학점제에서는 다양한 과목 개설 및 진로 관리 등 교육 프로그램의 질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내신이 절대평가되면 지방이나 소외지역보다 교육특구 학교들이 더욱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초4∼초6은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학군 이동’이 집중되는 시기로 이번 발표가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교별 격차 실존, 현실부합 대책 내놔야 실제 상대평가 체제인 현재도 지역·학교별 대입 격차는 매우 크다. 최근 5년간 전국 고교별 서울대 입학생 수(최종 등록 인원 기준) 분석 결과 입학생 상위 10개 일반고 중 상당수가 서울 강남·서초에 몰려 있다. 2014학년도에는 서울대 입학생 수 상위 일반고 14곳(공동 순위 포함) 중 10곳이 이 지역 고교들이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입시 결과를 놓고 보면 서울대의 경우 매년 상위 50개 학교 명단이 거의 변화가 없다”며 “사실상 대학이 고교별 선발인원을 어느 정도 정해놓고 간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수도권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실제 대학 내부에서 입시 동점자 처리 문제는 매우 어려운 숙제”라며 “정량적 점수가 똑같을 경우 모든 정성적 요소를 따져보게 되는데 마지막까지 변별력이 없을 때 보는 게 출신 지역과 학교”라고 귀띔했다. 절대평가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학교별 교육격차를 줄일 구체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교육부는 격차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특구는 그냥 하는 말이고 현실적으로 교육특구는 지정돼 있지 않다”며 “다만 지역·학교별로 약간의 차이가 나는 부분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는 앞으로 고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김호경 기자}

꼬박 1년간 사회적 논쟁을 불러온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이 17일 발표됐다. 현행과 달라진 게 거의 없어 1년간 갈등과 혼선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대학들에 수능 위주 전형(정시모집) 비율을 30% 이상 하라고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따르지 않는 대학은 총 예산 559억 원 규모의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주로 내신 위주 수시전형으로 학생을 뽑을 수밖에 없는 지방대 사정을 고려해 학생부 교과전형 30% 이상 운영 대학은 ‘수능 30% 선발 룰’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산업대, 전문대, 원격대(사이버대 등)도 이 룰에서 제외된다.○ 수능 비율 30% 미만 대학 35개뿐 현재 전국 196개 대학(4년제 일반대) 중 △수능 선발 비율이 30%가 안 되면서 △학생부교과전형 선발 비율도 30%가 안돼 둘 중 하나를 늘려야 하는 대학은 35개 대학에 불과하다. 사실상 이 대학들만 이번 대입제도 개편의 영향을 받는 셈이다. 35개 대학의 절반 이상은 지방대로, 이들은 수능보다 학생부교과전형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서울지역 주요 대학 중에서는 고려대(16.2%)와 서울대(20.4%), 이화여대(20.6%) 정도만 수능 선발 30%를 크게 밑돌고 나머지 대학은 이미 30%가 넘거나 약간만 상향 조정하면 30% 기준을 맞출 수 있다. 그럼에도 대학들은 수능으로 30% 이상을 뽑아야만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예산을 주겠다는 정부 발표에 당혹해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이 예산은 원래 학생부종합전형을 늘려야 받을 수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정반대로 수능을 늘려야 주겠다니 정부의 교육철학 자체가 없는 것”이라며 “대학 자율성 보장도 말뿐”이라고 꼬집었다.○ EBS ‘70% 직접연계’→‘50% 간접연계’ 수능 과목 구조에서 초안과 달리 기하와 과학Ⅱ를 수능 선택과목에 포함하고 탐구과목에서 문·이과 교차 선택 의무화를 포기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평가이사는 “시험 보지 않겠다는 과목을 다시 보겠다는 것이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사실상 기초과학계의 거센 반발에 교육부가 항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이번 발표로 문·이과 통합은 전혀 의미가 없게 됐다”며 “융합 인재라는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는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교육부는 고3 교실이 EBS 문제집 풀이 현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반영해 EBS 연계율을 현행 ‘70% 직접연계’에서 ‘50% 간접연계’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히려 학생 부담만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양정고 이종한 교사는 “절반을 연계하겠다니 안 볼 수도 없고, 간접방식이다 보니 예전처럼 성적이 오르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공론화 결과 무시” “포퓰리즘 정책” 교육부는 이날 학생부 기재방식 개선 및 2025년 이후 고교교육 혁신 방향도 함께 발표했다. 먼저 학교별 상 남발 및 특정 학생 몰아주기의 원인으로 지적된 학생부 수상 경력 기재와 관련해 수상 경력을 한 학기당 1개 이내로, 고교 재학 중 총 6개까지만 적을 수 있도록 했다. 자율동아리도 한 학년당 1개만 간단히 적도록 했다. 소논문(R&E) 기재는 없앴다. 자기소개서 작성은 현행 4개 문항 5000자에서 3개 문항 3100자로 줄였다. 만약 대필이나 허위 작성이 발각되면 지금은 0점 처리하지만 앞으로는 무조건 탈락이나 입학을 취소할 예정이다. 교사추천서는 폐지된다. 현 정부의 핵심 교육공약이자 고교교육 혁신 방안의 하나인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당초 예정보다 3년 늦은 2025년에 하겠다고 밝혔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생들이 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듣고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따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때부터 전 과목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를 도입하겠다”며 “당장 내년 고1부터 ‘진로선택과목’은 A-B-C 3단계로 구분해 석차등급이 아닌 절대평가 방식으로 성적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는 진보와 보수, 학부모단체와 교사단체를 불문하고 일제히 교육부의 최종 결론에 비판을 쏟아냈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이종배 대표는 “공론화 결과 정시 45% 선발을 요구하는 1안이 1위였는데도 교육부는 아무 근거 없이 30% 이상을 내걸었다”며 “1년간 여론 수렴과 공론화 결과를 모두 무시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천교육교사모임 등 32개 교육 관련 단체도 “이번 안은 민주주의를 가장한 아마추어리즘과 포퓰리즘에 기반을 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박은서 기자}
“대입에서 학생부가 얼마나 중요해졌는데 교사 부모와 학생 자녀가 같은 학교를 다니나. 공정성을 위해 고교만이라도 분리해야 한다.” “부모가 교사라고 자녀의 학교 선택권이 침해받아서야 되겠나. 일부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해석해선 안 된다.” 최근 강남의 한 고교에서 해당 학교 교무부장의 두 자녀가 각각 문·이과 1등을 한 것을 두고 교사인 부모와 자녀가 한 학교에 같이 다니는 것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교사인 부모가 자녀의 평가에 개입할 여지가 있는 만큼 분리를 통해 의혹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이런 주장은 교사 자녀에 대한 학교선택권 역차별이란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부모 교사와 자녀의 같은 학교 배치 문제는 수년간 반복돼 온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다. 특히 학생부에 근거해 선발하는 대입 수시전형의 선발비율이 70%를 넘어서면서 대입과 직결되는 고교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 3년에 걸쳐 아들의 학생부를 수정한 혐의로 A사립고 교사와 동료 교사가 지난해 입건됐다. 지난해 5월 경기 성남의 한 고교에서도 해당 학교 교무부장이었던 엄마가 자녀의 학생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자녀의 대학입학이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 일부 시도교육청은 부모 교사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자체 규정을 두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자녀가 속한 학년의 시험문항 출제 및 검토에서 부모 교사를 배제하고 △부모 교사는 자녀가 속한 학년의 담임이나 교과 담당을 맡지 말도록 한다. 그럼에도 매년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다 보니 드러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의구심도 커졌다. 고1 자녀를 둔 학부모 박모 씨는 “교사 개개인의 양심을 믿고 싶지만 자녀 문제에 흔들리는 교사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김모 씨는 “부모 교사와 자녀를 같은 학교에 두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제도적으로 분리해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교사 이모 씨는 “교사 자녀라고 해서 집에서 가깝고 좋은 학교를 놔두고 부모가 재직하지 않는 다른 학교로 가야 한다는 건 역차별”이라며 “학교선택권 보장 차원에서도 위법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학교 수가 많지 않은 읍면지역의 경우 부모와 다른 학교에 가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교사 주모 씨는 “자녀와 같은 학교를 다니면 보는 눈이 많아 부모도 자녀도 무척 조심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일부 교사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해석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교사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를 다니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실이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3818개 초중고교에서 1만1913명의 학생이 교사인 부모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자체 신고를 해야만 파악이 가능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교육청은 후기 일반고 배정 시 부모와 다른 학교에 가길 원하는 교사 자녀들을 위해 별도 신청제도를 만들어 놨다. 하지만 지난해 신청 학생은 50여 명에 불과했다. 교육부는 “교원과 학생 배치는 시도교육청이 전권을 가진 사안이라 가이드라인 제시가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공정성 강화를 위한 방안 마련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대입에서 학생부가 얼마나 중요해졌는데 교사 부모와 학생 자녀가 같은 학교를 다니나. 공정성을 위해 고교만이라도 분리해야 한다.” “부모가 교사라고 자녀의 학교 선택권이 침해받아서야 되겠나. 일부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해석해선 안 된다.” 최근 강남의 한 고교에서 해당 학교 교무부장의 두 자녀가 각각 문·이과 1등을 한 것을 두고 교사인 부모와 자녀가 한 학교에 같이 다니는 것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교사인 부모가 자녀의 평가에 개입할 여지가 있는 만큼 분리를 통해 의혹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이런 주장은 교사 자녀에 대한 학교선택권 역차별이란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부모 교사와 자녀의 같은 학교 배치 문제는 수년 간 반복돼 온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다. 특히 학생부에 근거해 선발하는 대입 수시전형의 선발비율이 70%를 넘어서면서 대입과 직결되는 고교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 3년에 걸쳐 아들의 학생부를 수정한 혐의로 A사립고 교사와 동료 교사가 지난해 입건됐다. 지난해 5월 경기 성남의 한 고교에서도 해당 학교 교무부장이었던 엄마가 자녀의 학생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자녀의 대학입학이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 각 시도교육청마다 부모 교사의 부정 행위를 막기 위한 규정이 있다. △자녀가 속한 학년의 시험문항 출제 및 검토에서 부모 교사를 배제하고 △부모 교사는 자녀가 속한 학년의 담임이나 교과 담당을 맡지 말도록 한 것 등이다. 그럼에도 매년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다보니 드러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의구심도 커졌다. 고1 자녀를 둔 학부모 박모 씨는 “교사 개개인의 양심을 믿고 싶지만 자녀 문제에 흔들리는 교사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김모 씨는 “부모 교사와 자녀를 같은 학교에 두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제도적으로 분리해야 한다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교사 이모 씨는 “교사 자녀라고 해서 집에서 가깝고 좋은 학교를 놔두고 부모가 재직하지 않는 다른 학교로 가야 한다는 건 역차별”이라며 “학교선택권 보장 차원에서도 위법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학교 수가 많지 않은 읍면지역의 경우 부모와 다른 학교에 가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교사 주모 씨는 “자녀와 같은 학교를 다니면 보는 눈이 많아 부모도 자녀도 무척 조심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일부 교사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해석 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교사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를 다니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실이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3818개 초중고에서 1만1913명의 학생들이 교사인 부모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실제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교육청은 후기 일반고 배정 시 부모와 다른 학교에 가길 원하는 교사 자녀들을 위해 별도 신청제도를 만들어 놨다. 하지만 지난해 신청 학생은 50여명에 불과했다. 교육부는 “부모 교사와 자녀의 같은 학교 배치 문제는 오래된 숙제”라면서도 “교원과 학생 배치는 시도교육청이 전권을 가진 사안이라 가이드라인 제시가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공정성 강화를 위한 방안 마련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 호캉스 기분 취해 뒷정리 나몰라라… 정말 곤란해요 저는 일주일 중 토요일 오후가 제일 무섭습니다. 저뿐 아니라 저와 같은 일을 하는 모두가 마찬가지입니다. 제 직업이 궁금하다고요? 전 호텔에서 ‘메이드’라고 불리는, 객실청소 담당 직원입니다. 저희가 토요일 오후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전날 밤 ‘불금’을 보내는 한국 손님들이 집중되기 때문이에요. 호텔방을 빌려 지인들과 파티를 즐기는 ‘룸파티’나 ‘호캉스(호텔+바캉스)’ 문화가 확산되면서 주말엔 한국인으로 넘쳐나거든요. 이들이 떠난 자리는 충격적일 때가 많아요. 카펫 바닥과 침대 위에 토사물이 있는가 하면, 청소하러 들어갈 공간이 없을 정도로 바닥에 술병이 널브러져 있기도 하죠. 스카치테이프로 붙인 풍선을 떼려 했는지 벽지가 찢어진 방도 있어요. 카펫 위에 케이크가 통째로 짓이겨진 모습도 봤어요. 문을 여는 순간 ‘헉’ 소리가 난다니까요. 한국 손님들은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내가 내 돈 내고 왔는데 뭐가 문제냐.’ ‘대신 치워달라고 비싼 돈 낸 것 아니냐.’ 하지만 같은 돈을 낸 손님 중에 그렇지 않은 손님들도 많답니다. 메이드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라별 투숙객 문화가 비교되더라고요. 이제 우리도 경제력에 걸맞은 숙소 사용 예절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요? ■ ‘떠나면 그만’, 생각 버리고 배려도 챙기세요 직장인 윤호영 씨는 5년 전 대학생 때 해외연수를 갔다가 일본과 대만 등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건 그들의 숙소 사용 매너다. 윤 씨는 “퇴실할 때 사용한 이불을 마치 자신의 침대를 정리하듯 각 잡아 정돈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그동안 내가 숙소를 얼마나 함부로 사용했는지 처음으로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 많은 한국인에게 여행은 삶의 일부다. 지난해 해외여행에 나선 국민은 260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여행이 보편화된 데 반해 숙소 사용 예절은 일천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 가장 피부로 느끼는 이들은 여러 나라 투숙객을 접하는 호텔 직원들이다. 외국계 체인인 서울 I호텔 직원 이모 씨는 “숙소 예절은 예약 단계부터 시작된다”며 “투숙객 인원을 속이고 예약하거나 흡연자이면서 비흡연자로 체크하는 일 등 난감한 상황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흡연자이면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는 상쾌한 방을 얻기 위해 비흡연룸에 투숙한 뒤 담배를 피울 경우 냄새 제거가 쉽지 않아 큰 문제가 된다. 이 씨는 “보통 방 하나를 청소하는 데 40분을 잡는데 이런 방은 3시간 이상 별도의 환기장비를 돌려도 냄새가 완전히 빠지지 않는다”며 “최악의 경우 다음 손님을 받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화장실 사용 매너도 메이드들에겐 골칫거리다. 대다수의 외국 호텔과 외국계 국내 호텔들은 배수관 냄새 등 위생상 이유로 화장실 바닥에 배수구를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이를 무시하고 샤워커튼도 치지 않은 채 샤워를 하다가 화장실을 물바다로 만들기 일쑤다. 서울 M호텔 관계자는 “화장실 밖 객실 카펫까지 다 젖으면 일이 아주 복잡해진다”며 “샤워커튼을 반드시 욕조 안쪽으로 치는 것은 호텔 이용 시 필수 매너”라고 말했다. 메이드들은 이것을 보면 투숙객의 매너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바로 ‘수건’이다. 작은 부분이지만 다 쓴 수건을 어디에 어떻게 놓느냐를 보면 투숙객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H호텔 관계자는 “한국 손님들은 쓰고 난 수건과 샤워가운을 주로 바닥에 던져 놓는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이나 유럽지역 투숙객들은 대부분 사용한 수건을 욕조 안에 넣거나 세면대 위 한쪽에 쌓아둔다. H호텔 관계자는 “수건을 한쪽에 모아놓으면 치우는 사람도 편하고 바닥에 있는 것보다 위생상으로도 좋다”며 “다음 손님을 위한 일종의 배려인 셈”이라고 말했다. 보통 매일 갈게 돼 있는 침대 시트나 이불 커버를 하루 이상 쓰겠다고 의사 표시를 하는 것도 좋은 매너다. 시트를 갈 때 힘이 들기도 하지만 한 번 갈 때마다 나오는 엄청난 양의 빨래를 줄일 수 있어 환경오염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인색한 한국인의 ‘칭찬문화’도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외국인 투숙객의 경우 객실 상태나 서비스에 만족했을 때 적극적으로 감사 메시지를 남기거나 칭찬카드를 쓴다. 외국계 체인인 서울 C호텔 관계자는 “프런트에 남긴 칭찬 메시지는 객실부를 통해 해당 메이드에게 모두 전달된다”며 “그 무엇보다 메이드들이 고마워하는 것이 칭찬이다. 비록 손님은 떠나도 손님의 나라에 대한 이미지는 좋게 남는다”고 말했다. 여행 시 이용하는 숙소는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가정집을 숙소로 공유하는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나의 숙소예절이 단순한 매너를 넘어 다음 숙소 예약 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김지윤 씨는 “숙소 공유 경제의 대표 주자인 에어비앤비의 경우 손님만 집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집주인도 손님을 평가해 별점을 준다”며 “집을 함부로 쓰는 ‘진상 고객’은 다른 집주인들이 꺼려 추후 원하는 숙소 예약에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위은지 기자 ○ 당신이 제안하는 이 시대의 ‘신예기’는 무엇인가요. ‘newmanner@donga.com’이나 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이 느낀 불합리한 예법을 제보해 주세요. 카카오톡에서는 상단의 돋보기 표시를 클릭한 뒤 ‘동아일보’를 검색, 친구 추가하면 일대일 채팅창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 3일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가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 입시개편 공론화 결과’ 말이다. 공론화위는 이날 ‘시민참여단의 공론 과정은 의미 있었다. 하지만 대입제도 개편을 어째야 할진 모르겠다’로 요약되는 결과문을 발표했다. 이로써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국가교육회의가 공론화위에 떠넘긴 일이 다시 원점인 교육부로 되돌아갔다. 1년 동안 ‘교육부와 그의 친구들’은 가성비 최악의 ‘삽질’만 한 셈이다. 아니, 이 정도면 삽질이 아니다. 처참한 교육 현장을 볼 때 ‘포클레인질’ 정도로 불러야 맞다. 4월 교육부가 처음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발표했을 때다. 당시 한 교육당국 관계자는 기자에게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정말 대입제도가 바뀔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이었다. 질문의 의도를 묻자 그는 “어떤 과정을 거쳐도 최종 정책은 현 제도에서 크게 바뀌기 어렵다”고 했다. 그 이유는 이랬다. 첫째, 현 정부의 핵심 교육공약인 고교학점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조만간 다시 대대적으로 대입제도를 뒤집어야 한다. 이번에 크게 바꾸고 나서 몇 년 뒤 또 바꾸면 여론의 역풍을 감당할 수 없다. 둘째, 교육정책이 늘 그렇지만 대입제도는 특히 ‘49 대 51’의 싸움이다. 그런데 어느 한쪽의 입장을 취하면 청와대나 여당은 부담이 돼 브레이크를 걸게 돼 있다. 지난해 대입제도 개편이 어그러진 건 이 때문이다. 셋째, 교육제도란 혈관 같아서 바꾸려 한다고 바뀌지 않는다. 억지로 바꾸면 반드시 다른 한쪽이 막히거나 터지게 돼 있다. 모든 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가 어렵다. 결론적으로 이번 개편은 최소화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당시 “그럼 도대체 왜 이 난리를 치는 거냐”고 묻자 그는 쓴웃음만 지었다. 우린 영문도 모른 채 논쟁이 낳은 또 다른 논쟁을 거듭해 왔다. 지난해 7월 김상곤 부총리가 취임한 뒤 2015개정교육과정에 맞춘 수능 개편 논쟁에 갑자기 김 부총리의 소신인 ‘전(全) 과목 절대평가’라는 거대 변수가 끼어들어왔다. 한 달 뒤 난데없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와 일부 과목 절대평가 중 하나를 고르라’는 수능 개편안이 나왔다. 그러자 ‘수능보다 학종이 문제’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대입제도 개편은 1년 뒤로 미뤄졌다. 그 뒤 교육부와 친구들 사이에 ‘폭탄 돌리기 대작전’이 벌어져 오늘에 이르렀다. 공론화위는 이번 공론화에 들어간 예산이 20억 원이라고 밝혔다. 올해 교육예산 68조5000억 원에 비하면 큰돈이 아닐 수 있다. 시민들의 아름다운 토론 과정을 지켜보는 데 그 정도는 쓸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억 원을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자유수강권 확대에 썼다면 3300명에 이르는 아이들이 1년간 재밌는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20억 원이 자기 주머니에서 나왔다면 아무런 결론도 없는 토론 과정을 보겠다고 그 돈을 썼을까. 그러라고 낸 세금이 아니다.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해도 이건 명백한 정책 실패다. 다만 중요한 자리에 앉은 어느 누구도 이를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학부모들을 인터뷰할 때면 ‘김상곤 부총리는 왜 잘리지 않느냐’는 분기탱천한 질문을 받곤 한다. 일각에서는 누구를 새 부총리로 앉혀도 작금의 상황을 해결할 길이 없어 결자해지 차원에서 김 부총리 카드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제 폭탄은 돌고 돌아 다시 그의 손안에 있다. 이제는 넘길 곳도, 넘길 시간도 없다. 김 부총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게 무엇이든 이젠 책임질 일만 남았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저는 일주일 중 토요일 오후가 제일 무섭습니다. 저뿐 아니라 저랑 같은 일하는 모두가 마찬가지입니다. 제 직업이 궁금하다고요? 전 호텔에서 ‘메이드’라고 불리는, 객실청소 담당 직원입니다. 저희가 토요일 오후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전날 밤 ‘불금’을 보내는 한국 손님들이 집중되기 때문이에요. 호텔방을 빌려 지인들과 파티를 즐기는 ‘룸파티’나 ‘호캉스(호텔+바캉스)’ 문화가 확산되면서 주말엔 한국인으로 넘쳐나거든요. 이들이 떠난 자리는 충격적일 때가 많아요. 카펫 바닥과 침대 위에 토사물이 있는가 하면, 청소하러 들어갈 공간이 없을 정도로 바닥에 술병이 널브러져 있기도 하죠. 스카치테이프로 붙인 풍선을 떼려 했는지 벽지가 찢겨진 방도 있어요. 카펫 위에 케이크가 통째로 짓이겨진 모습도 봤어요. 문을 여는 순간 ‘헉’소리가 난다니까요. 한국 손님들은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내가 내 돈 내고 왔는데 뭐가 문제냐.’ ‘대신 치워달라고 비싼 돈 낸 것 아니냐.’ 하지만 같은 돈을 낸 손님 중에 그렇지 않은 손님들도 많답니다. 메이드 일을 오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라별 투숙객 문화가 비교되더라고요. 이제 우리도 경제력에 걸맞는 숙소 사용 예절을 갖춰야 하지 아닐까요? 직장인 윤호영 씨는 5년 전 대학생 때 해외연수를 갔다가 일본과 대만 등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건 그들의 숙소사용 매너다. 윤 씨는 “퇴실할 때 사용한 이불을 마치 자신의 침대를 정리하듯 각 잡아 정돈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그동안 내가 숙소를 얼마나 함부로 사용했는지 처음으로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 많은 한국인에게 여행은 삶의 일부다. 지난해 해외여행에 나선 국민은 260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여행이 보편화된 데 반해 숙소 사용 예절은 일천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 가장 피부로 느끼는 이들은 여러 나라 투숙객을 접하는 호텔 직원들이다. 외국계 체인인 서울 I호텔 직원 이모 씨는 “숙소 예절은 예약 단계부터 시작된다”며 “투숙객 인원을 속이고 예약하거나 흡연자이면서 비흡연자로 체크하는 일 등 난감한 상황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흡연자이면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는 상쾌한 방을 얻기 위해 비흡연룸에 투숙한 뒤 담배를 피울 경우 냄새 제거가 쉽지 않아 큰 문제가 된다. 이 씨는 “보통 한 방을 청소하는 데 40분을 잡는데 이런 방은 3시간 이상 별도의 환기장비를 돌려도 냄새가 완전히 빠지지 않는다”며 “최악의 경우 다음 손님을 받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화장실 사용매너도 메이드들에겐 골칫거리다. 대다수의 해외호텔과 외국계 국내호텔들은 배수관 냄새 등 위생상 이유로 화장실 바닥에 배수구를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이를 무시하고 샤워커튼도 치지 않은 채 샤워를 하다가 화장실을 물바다로 만들기 일쑤다. 서울 M호텔 관계자는 “화장실 밖 객실 카펫까지 다 젖으면 일이 아주 복잡해진다”며 “샤워커튼을 반드시 욕조 안쪽으로 치는 것은 호텔 이용 시 필수매너”라고 말했다. 메이드들은 이것을 보면 투숙객의 매너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바로 ‘수건’이다. 작은 부분이지만 다 쓴 수건을 어디에 어떻게 놓느냐를 보면 투숙객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H호텔 관계자는 “한국 손님들은 쓰고 난 수건과 샤워가운을 주로 바닥에 던져 놓는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이나 유럽지역 투숙객들은 대부분 사용한 수건을 욕조 안에 넣거나 세면대 위 한쪽에 쌓아둔다. H호텔 관계자는 “수건을 한쪽에 모아놓으면 치우는 사람도 편하고 바닥에 있는 것보다 위생상으로도 좋다”며 “다음 손님을 위한 일종의 배려인 셈”이라고 말했다. 보통 매일 갈게 돼 있는 침대 시트나 이불커버를 하루 이상 쓰겠다고 의사표시 하는 것도 좋은 매너다. 시트를 갈 때 힘이 들기도 하지만 한번 갈 때마다 나오는 엄청난 양의 빨래를 줄일 수 있어 환경오염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인색한 한국인의 ‘칭찬문화’도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외국 투숙객의 경우 객실 상태나 서비스에 만족했을 때 적극적으로 감사 메시지를 남기거나 칭찬카드를 쓴다. 외국계 체인인 서울 C호텔 관계자는 “프론트에 남긴 칭찬메시지는 객실부를 통해 해당 메이드에게 모두 전달된다”며 “그 무엇보다 메이드들이 고마워하는 것이 칭찬이다. 비록 손님은 떠나도 손님의 나라에 대한 이미지는 좋게 남는다”고 말했다. 여행 시 이용하는 숙소는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가정집을 숙소로 공유하는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나의 숙소예절이 단순한 매너를 넘어 다음 숙소 예약 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김지윤 씨는 “숙소 공유 경제의 대표주자인 에어비앤비의 경우 손님만 집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집주인도 손님을 평가해 별점을 준다”며 “집을 함부로 쓰는 ‘진상고객’은 다른 집주인들이 꺼려 추후 원하는 숙소예약에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위은지 기자 wizi@donga.com<글로벌 특급호텔 메이드들이 알려주는 숙소사용예절 10계명>1. 예약 시 객실 당 정원과 흡연 여부를 솔직히 밝히자.2. 화장실 바닥에 배수구가 없으면 샤워 시 샤워커튼을 반드시 치자.3. 사용한 수건은 바닥 말고 세면대나 욕조 한 곳에 쌓아두자.4. 침대 시트를 하루 이상 쓰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청소 수고를 덜뿐 아니라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5. 외출할 시 여행가방을 전용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 바닥 청소가 한결 쉽다.6. 전기포트에 우유를 넣는 것은 금물, 물만 끓인다.7. 수건이나 헤어드라이어, 비상용 플래시 등 공용 비품을 가져가지 않는다.8. 아이를 동반했거나 파티를 할 경우 너무 큰 소리가 나지 않도록 스스로 유의한다.9. 퇴실 시간을 지켜줘야 다음 손님을 위한 객실 청소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10. 퇴실 시 칭찬카드를 작성하거나 메시지를 남겨주면 큰 힘이 된다.}
“중학생 때 서울의 일반 중학교에 다녔어요. 매일 일방적으로 수업을 듣고, 외우고, 1점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죠. 그런데 정작 내 안에는 남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곳에 왔어요.” 27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위치한 A국제학교 입학설명회가 열렸다. 학생과 학부모는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자신의 국제학교 진학 동기를 설명하는 재학생의 이야기를 고개를 끄덕이며 유심히 들었다. 이들은 국제학교의 교육과정과 평가 방식, 입학시험 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의 공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부모와 학생 사이에서 국제학교 대안학교 등 일반 학교의 틀을 벗어난 학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교육계는 “일반 학교에서는 희망을 찾지 못하고, 유학을 보내기엔 걱정이 많은 학부모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다른 교육을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외국어고 국제고의 입지가 불안정해진 것도 국제학교 열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학교는 인가와 미인가로 나뉜다. 현재 국내에서 학력 인정을 받는 인가 국제학교 외국인학교 외국교육기관은 총 46곳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들 학교에 재학하는 내국인 수는 4년 새 1000명 이상 늘었다. 서울지역 학교들조차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별 학급 수를 감축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성장세다. 이들 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유연한 교육과정과 학생 참여 중심 교육, 우수한 시설과 교사진 등을 내세운다. 특히 교육열 높은 학부모들은 국내에서도 학력이 인정되면서 세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IB(Internationale Baccalaureat·국제공통대학입학자격제도) 과정 운영 학교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A학교 관계자는 “지난해 졸업생 전원이 세계 100대 대학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들 학교의 연간 학비가 5000만∼7000만 원에 달함에도 학부모들의 문의가 계속되는 이유다. 인가 국제학교의 높은 학비와 통학 거리가 부담인 학부모들 중에는 수도권 인근의 미인가 국제학교를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인가 국제학교는 정식 통계는 없지만 수십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녀를 미인가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는 윤모 씨는 “한국에서 학력 인정은 못 받지만 영어로 소통할 수 있고 학원에 보내지 않고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아이가 일반 학교에 다닐 때보다 행복해한다”고 말했다.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사람도 늘고 있지만 미인가 국제학교와 더불어 이들은 ‘학교 밖 청소년’(약 39만 명)으로 분류돼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없다. 교육부는 200여 곳의 대안학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지만 교육계에서는 800여 곳으로 보는 등 학교 수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실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밖 청소년은 여성가족부 소관이라 교육부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내용을 교육부가 다룰 수 있도록 올 하반기에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중학생 때 서울의 일반 중학교에 다녔어요. 매일 일방적으로 수업을 듣고, 외우고, 1점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죠. 그런데 정작 내 안에는 남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곳에 왔어요.” 27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위치한 A국제학교 입학설명회가 열렸다. 학생과 학부모는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자신의 국제학교 진학 동기를 설명하는 재학생의 이야기를 고개를 끄덕여가며 유심히 들었다. 이들은 국제학교의 교육과정과 평가방식, 입학시험 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의 공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부모와 학생 사이에서 국제학교, 대안학교 등 일반 학교의 틀을 벗어난 학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교육계는 “일반학교에서는 희망을 찾지 못하고, 유학을 보내기엔 걱정이 많은 학부모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다른 교육을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외국어고·국제고의 입지가 불안정해진 것도 국제학교 열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학교는 인가와 미인가로 나뉜다. 현재 국내에서 학력 인정을 받는 인가 국제학교·외국인학교·외국교육기관은 총 46곳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들 학교에 재학하는 내국인 수는 4년 새 1000명 이상 늘었다. 서울 지역 학교들조차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별 학급수를 감축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성장세다. 이들 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유연한 교육과정과 학생참여중심 교육, 우수한 시설과 교사진 등을 내세운다. 특히 교육열 높은 학부모들은 국내에서도 학력이 인정되면서 세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IB(Internationale Baccalaureat·국제공통대학입학자격제도) 과정 운영 학교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A학교 관계자는 “지난해 졸업생 전원이 세계 100대 대학으로부터 입학허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들 학교의 연간 학비가 5000만~7000만 원에 달함에도 학부모들의 문의가 계속되는 이유다. 인가 국제학교의 높은 학비와 통학거리가 부담인 학부모들 중에는 수도권 인근의 미인가 국제학교를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인가 국제학교는 정식 통계는 없지만 수십 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녀를 미인가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는 윤모 씨는 “한국에서 학력인정은 못 받지만 영어로 소통할 수 있고 학원에 보내지 않고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아이가 일반 학교에 다닐 때보다 행복해 한다”고 말했다.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이들도 늘고 있지만 미인가 국제학교와 더불어 이들은 ‘학교 밖 청소년(약 39만명)’으로 분류돼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없다. 교육부는 200여 곳의 대안학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지만 교육계에서는 800여 곳으로 보는 등 학교 수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실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밖 청소년은 여성가족부 소관이라 교육부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내용을 교육부가 다룰 수 있도록 올 하반기 중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사례1. A사립대 총장은 2015년 겨울 미국의 자매대학에 2주간 출장을 가겠다고 하고는 한 달 동안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딸 집에 머물며 여행을 다녔다. 출장비 명목으로 학교 돈을 1200만 원이나 지급받았다. 자매대학 방문은 없었다. 그해 교육부 회계감사에서 A대는 ‘업무상 횡령’으로 검찰에 고발됐고 비리 사학으로 남게 됐다. #사례2. B사립대는 2015년 학교 안 창업보육센터 신축공사 입찰경쟁에 세세한 제한사항을 걸어두며 사실상 총장의 동생이 대표인 업체만 선정되도록 했다. 총장 동생은 입찰 예정가격을 99.98% 수준으로 맞혔다. B대가 미리 예정가격을 알려줬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B대는 ‘입찰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 됐다. 25일 대학가와 교육부 등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교육부 감사에서 비리 사실이 적발돼 검찰에 고발·수사의뢰 된 사립대는 △일반대 32곳 △전문대 13곳 △대학원대학 1곳 등 총 46곳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현재 대학구조조정을 위해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진행 중이다. 이들 부정·비리 대학들에 제재를 적용해 한 달 뒤 최종 결과를 확정할 방침이다. 이번 진단에서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되지 못하면 학생 정원이 감축되고 정부 재정지원에서 큰 타격을 입는다. ‘대학가 살생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사립대 감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번 비리사학 리스트를 6월 발표된 대학기본역량 진단 가결과 대학 명단과 비교해본 결과 일반대 6곳, 전문대 4곳이 이미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학들은 끝내 대학가 살생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된 대학 중 검찰에서도 확인한 비리는 총 68건이다. 가장 많은 비리가 적발된 대학은 C대(5건)였다. 비리 유형별로는 건축법 위반 등 ‘공사’ 관련이 가장 많았다. 분리발주 규정을 지키지 않거나 전문건설업 면허가 없는 업체와 공사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사례가 68건 중 42건(61.7%)에 달했다. 그 다음 많은 건 ‘업무상 배임·횡령’(15건)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D대의 경우 총장 지시로 61번에 달하는 ‘해외출장’을 진행하면서 여비와 별도로 총장에게 현금 1억8000만 원의 ‘여행경비’가 지급됐다. D대 총장은 이 중 6000만 원을 쇼핑 관광 등에 사용했다. 지난해 9월부터 국민제안센터를 통해 79개 대학 128건의 비리를 접수한 교육부는 최근 30명 규모의 ‘사학비리척결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집중 감사를 진행 중이다. 17일 세계사이버대 감사를 진행한 데 이어 24일부터는 남서울대 감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다음 달 말까지 최소 8곳 이상의 대학에 추가로 공문을 보내고 감사를 벌일 계획이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1만177개. 2016년 말 기준 한양대 동문이 창업한 기업의 숫자다. 한양대는 2008년 국내 대학 1호인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한 데 이어 2009년 창업기업가 양성 전문 기관인 창업지원단을 설립해 창업 지원과 관련된 확실한 기반을 다졌다. 학생창업자 수 역시 3년 연속 국내대학 1위를 기록 중이다. 이런 흐름 속에 2015년 취임한 이영무 총장은 ‘창업, 교육, 사회혁신(StartUp, Smart Education, Social Innovation)’의 3대 가치에 매진해 왔다. 국내 대학으로서는 최초로 3년 연속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참가해 한양대 창업기업의 혁신제품과 대학 우수 기술을 선보였다. 그 결과 몇몇 기업은 50억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 제안 받기도 했다. 이 총장은 “최근 한양대는 재학생부터 동문, 교원들까지 캠퍼스 안팎으로 창업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다”며 “이들의 도전이 세계적인 혁신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247 스타트업 돔’에서 일대일 창업 관리 한양대에는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온종일 창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한 창업전용 기숙사 ‘247 스타트업 돔’이란 공간이 있다. 4월 문을 연 창업전용 기숙사는 국내 대학으로는 최초의 시도다. 스타트업 돔에 입소한 학생들은 팀마다 시니어 멘토, 주니어 멘토, 전담교수 등 총 3명의 전담 멘토진을 배정받는다. 주 1회 이상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 한양대 관계자는 “247이란 명칭은 하루 24시간 주 7일 내내 청년들의 창업을 돕는다는 뜻”이라며 “혁신적 아이디어를 보유한 학생 30명을 매년 선발해 1년 간 기숙사실·전용 창업활동공간·전담멘토 등을 제공 중”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돔은 기숙사실 10개, 코워킹스페이스, 프로젝트룸, 창업멘토실, 창업교수실 각 1개로 구성됐다. 원래 사법고시동으로 사용하던 기존 제1생활관 1개 층 638m² 공간을 리모델링해 마련했다. 스타트업 돔 1기 입사생 최문조 씨(물리학과 4년)는 “창업자들끼리 모여 함께 일하다보니 서로 의지가 될 때도 있고 좋은 자극이 되기도 한다”며 “단순히 창업 공간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정기 교육과 전담 멘토제 등이 있어 창업 역량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교원도 석·박사도 ‘창업 열풍’ 한양대는 교원 및 석박사급 인력의 기술창업 활성화를 위한 노력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교원창업포럼을 열어 실험실 기반 기술창업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이 포럼에서는 실험실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해 코스닥 상장 경험이 있는 교원들을 연사로 초청해 우수 사례를 공유한다. 또 교원들이 창업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어려움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멘토링 시간을 갖는다. 한양대 관계자는 “총장님 역시 매 회 자리에 참석해 교원들의 창업을 적극 장려한다”며 “10명 안팎의 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산업연계 교육자문위원회(IAB) 자문위원도 초청해 교원들과 산업계 동향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주고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올해는 교원들이 기술사업화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학술, 연구 목적으로 제한되어 있는 연구년 제도를 개선했다. 교원 산학(창업) 연구년제를 신설한 것. 올 하반기에는 교원업적평가 산학 영역에 창업 관련 지표도 신설할 예정이다. 한양대관계자는 “최근 실험실 특화형 창업선도대학으로 선정돼 대학 실험실에서 보유한 우수 기술의 사업화를 검증하려 한다”며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선도대학 육성사업과도 연계해 선발된 우수 기술들의 사업화 과정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 다공성 세라믹스 제조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해 최근 벤처캐피탈로부터 30억 원 투자유치에 성공한 박재구 한양대 공과대학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교원 창업, 학생 창업이 성공하려면 학교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며 “교원 뿐 아니라 누구든 아이디어를 토대로 창업에 도전하고, 성공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그 경험을 새로운 기회로 삼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창업기업, 상장기업에 인수합병 사례도 중학교 시절부터 게임을 좋아해 취미삼아 게임을 만들던 소재우 씨(융합전자공학부 12학번)는 2016년 블랙루비스튜디오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게임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소 씨는 “좋아하는 개발을 일로 삼으면서 즐기고 싶었다”며 “평범한 직장인이 되면 직업이 그저 일이 되지만 창업을 통해서는 내가 하는 일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 씨는 초창기에 인력·시간·자본 등 모든 면이 제한적인 스타트업 특성상 소규모 인원으로 큰 게임을 만들기 어려웠다. 시스템의 기반인 엔진부터 만들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동화 시스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소 씨가 자체 개발한 ‘오닉스’ 엔진은 게임제작 용도 외에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만 선별해 중복된 자료는 배제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인공지능(AI)기반 검색기능도 갖췄다. 또 영어로 작성된 기사 원문을 400자 내외로 자동 요약할 수도 있다. 해당 엔진에서 파생된 대표 검색서비스 ‘파인드 빅5(Find Big5)’는 전 세계 30여 개의 언론사에서 IT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한 다음 주요 이슈를 선별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블랙루비스튜디오는 오닉스 엔진의 기술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서버, 스토리지, 보안 솔루션 분야 상장기업인 아이크래프트(대표 박우진)에 인수합병 됐다. 소 씨는 “창업을 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창업동아리, 창업융합전공 등 학교에서 제공하는 창업지원제도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양대는 현재 창업 기업들의 투자 유치율을 높이기 위해 자체 펀드 규모를 확충하는데 전력을 쏟고 있다. 창업지원단 전담인력 등 교직원들이 직접 참여한 투자 펀드부터 한양엔젤클럽, 외부 연계 펀드 등을 통해 기본 투자 재원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또 기술지주회사와 연계해 TIPS(팁스·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프로그램, 27억 원 규모의 대학창업펀드 등을 활용한 창업자 사업 단계별 자금 확보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한양대는 동아일보와 고용노동부, 한국고용정보원, 리서치회사인 마크로밀엠브레인이 함께 실시한 ‘2017 청년드림대학’ 평가에서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2013년 이후 매년 실시해 온 청년드림대학 평가는 2015년 3회 평가 이후부터 격년제 평가로 전환돼 지난해 4회를 맞았다. 한양대는 2014년, 2015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3회 연속 최우수 대학에 선정되는 성과를 보였다. 한양대는 지난해 평가에서 2015년 평가 때보다 학생들의 취업·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한층 정교하게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입학부터 졸업까지 경력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인 ‘HY-CDP(Career Development Program)’에 대한 평가가 우수했다. 한양대 관계자는 “앞으로도 취업·창업지원과 관련된 인프라에 지속적으로 인력과 자원을 투자해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한양대는 최근 한국·중국 대학생들이 협업을 통해 팀 빌딩부터 사업계획수립까지 일련의 창업 과정을 체험하는 ‘해커톤’ 방식의 한중창업경진대회(사진)를 개최했다. 한중창업경진대회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는 창업선도대학 육성사업의 자율프로그램 일환으로 한양대 창업지원단, 한양대 공자아카데미, 중국 지린대가 공동 주최 및 주관했다. 이번 대회에는 중국 지린대 창업동아리, 한양대 창업동아리, 한양대에 재학 중인 중국 유학생 등 40여명이 참가했다. 최우수상은 맞춤형 조리 및 배송 체계를 갖춘 건강식 제공 서비스를 제안한 ‘어른이’ 팀이 수상했다. 이외에도 고객 디자인 참여형 의류 쇼핑몰, 맞춤형 아침식사 배달 및 한·중 요리법 공유 플랫폼, 개인별 퍼스널 칼라 진단 앱 서비스, 노인들을 위한 스마트 호출 서비스 등의 아이디어들이 제출돼 상을 받았다. 한편 한양대는 최근 코맥스 스타트업타운에서 국내 대학 중 최초로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드레이퍼대 운영진과 함께 ‘스타트업 부트캠프’를 개최했다. 드레이퍼대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탈 ‘DFJ(Draper Fisher Jurvetson)’의 설립자 팀 드레이퍼(Draper)가 만든 창업기업가 양성전문 대학이다. 드레이퍼는 스카이프, 테슬라, 바이두 등 시대를 앞서가는 기업에 투자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양대는 드레이퍼대 교수진과 함께 드레이퍼대의 정규 교육과정(7주)을 3일 캠프 과정으로 압축해 진행했다. 이번 캠프에서 영유아용 스마트 교구 및 교재 ‘스텔라 볼’을 개발한 뮤디벨 팀 등 세 팀이 우수팀으로 선발돼 드레이퍼대 정규 교육과정 입학 시 등록금을 지원받게 됐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초등학교 2학년 체육시간 때 학교 운동장에서 달리다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간 적이 있다. 장난기가 많아 ‘손오공’이라 불리던 남자 친구가 내 발을 걸어서다. 몸이 공중에 붕 뜬 뒤 떨어졌는데 바닥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병원에서 의사는 완전히 부러져 어긋난 쇄골이 찍힌 엑스레이를 보여줬다. 양쪽 어깨에 뫼비우스 띠(∞) 모양의 두꺼운 깁스를 하고서야 집에 왔다. 그날 밤 집 초인종이 울렸다. 손오공과 그의 엄마가 서 있었다. 손오공은 이미 무지하게 혼이 난 듯 눈썹이 어깨까지 처져 있었다. 손오공의 엄마는 “너무 미안하다”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우리 엄마가 손오공을 혼쭐 내주겠지’ 하고 기대했는데 엄마는 “너도 많이 놀랐겠다. 다시는 그런 장난 하면 안 돼”라고 손오공을 타일렀다. 손오공의 엄마는 묵직한 유리병에 담긴 훼미리주스를 놓고 떠났다. 손오공은 그 시절의 초등학생이었던 게 다행이다. 지금은 진심 어린 사과와 주스 한 병 정도로 일이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2004년 공포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학생의 신체·정신·재산상 피해를 야기한 포괄적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보고 이런 갈등을 반드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통해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학폭법에 따르면 학폭이 의심되는 상황은 반드시 학교장을 거쳐 학폭위에 통보돼야 한다. 이때 교사에게 중요한 것은 훈육이 아닌 신고다. 만약 즉시 신고하지 않고 양쪽 아이를 불러 대화라도 시도하다 문제가 되면 교육청 감사 등에서 혼이 날 각오를 해야 한다. 학폭위가 학폭이라고 결론 낸 사안은 무조건 선도(징계) 조치가 내려진다. 조치는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사과’부터 ‘퇴학’에 이르기까지 9단계로 나뉜다. 이 사실은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된다. 많은 경우 학폭에서 피해 학생이 원하는 건 가해 학생의 진심 어린 사과와 뉘우침,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과 실행이다. 그러나 엄벌주의의 학폭법 체제에서 가해자들은 뻔뻔해지는 경우가 많다. 부모들은 내 아이가 잘못했다는 걸 알아도 ‘가해 학생’이라는 용어로 규정되는 데 거부감을 느낀다. 학생부 기록 역시 아이의 인생에 ‘빨간 줄’이 그어지는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방어할 생각만 한다. 피해자 부모 입장에선 어처구니가 없다. 가해 학생과 그 부모가 ‘우리도 잘못했지만 그쪽도 문제’란 식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변호사부터 대동하고 나서는 가해 부모도 있다. 소송전도 이어진다. 문제의 본말이 뒤바뀌며 어른 싸움으로 번진다. 가해 학생에 대한 계도나 피해 학생에 대한 치유는 뒷전으로 밀린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같은 반 아이들 모두 상처를 입지만 이를 돌보는 이는 아무도 없다. 최근 언론을 장식하는 요즘 학생들의 극악스러운 학폭 사건들을 보면 학폭법은 물론이고 형법으로 엄단해도 시원찮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똑같이 학교폭력이라 불리는 많은 사건 중 상당수는 엄벌보다는 대화와 지도, 교사의 관심과 친구들의 지지를 필요로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오늘의 학교는 미셸 푸코가 ‘감시와 처벌’ 책에서 했던 말대로 감옥의 모습을 닮아 있다. 재판과 처벌, 낙인과 감시만 있을 뿐 서로의 상처에 공감하고, 용서를 구하며, 그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은 보이지 않는다. 진심 어린 사과와 훼미리주스가 차라리 그리운 이유다.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이런 것까지 국가가 들어갈 이유가 없다. 우리 사회를 보면 국가주의적 경향이 곳곳에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기자간담회에서 국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의 대표적 예로 ‘학교 안 커피 판매 금지’를 예로 들었다. 이 발언으로 9월 14일 시행을 앞둔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특별법(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학교 안 커피 판매 금지는 학생의 건강을 생각한 국가의 ‘배려’일까, 음료 선택권·판매권마저 구속하는 국가의 ‘월권’일까. 19일 법제처와 국회 등에 따르면 개정안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등 의원 13명이 발의했다. 초중고교에서 커피 등 고(高)카페인 식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다. 개정 전 특별법도 이미 고카페인 성분이 포함된 에너지 음료나 커피 성분이 포함된 가공우유 등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었다. 커피는 ‘성인 음료’로 간주돼 교사 등을 위해 커피자판기나 매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문제는 교내에서 커피를 마시는 학생이 많다는 것이다.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일부 중고교생이 공부할 때 각성 효과를 보려고 커피를 마시고 있다. 청소년 건강 증진에 기여해야 한다”며 개정을 요구했다. ‘고카페인 함유 식품’이라는 표현을 ‘커피 등 고카페인 함유 식품’으로 바꾸었다. 교육현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실효성이 없다” “쓸데없는 규제”라는 혹평과 “아이들의 식생활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하려는 노력”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학교 안에 이미 매점도, 자판기도 없다는 서울 J고 교장은 “이미 탄산음료나 카페인 음료를 안 파는 학교가 대부분”이라며 “취지는 알겠지만 불필요한 데 공을 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K고 교장은 “아이들의 카페인 섭취 문제는 학교 안이 아니라 학교 밖이 문제”라며 “카페인의 부작용에 대한 교육이나 학교 밖 판매는 그대로 두고 교내 판매만 금지한다고 무슨 효과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실제 J고 앞 편의점에서 일하는 점원은 “오후 4시 반쯤 되면 학생들이 쏟아져 들어오는데 주로 세일을 하는 에너지 드링크를 많이 사간다”며 “1+1 행사를 하는 에너지 음료 같은 경우에는 학생들이 한 번 왔다 가면 매대에 제품을 다시 채워 넣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진짜 문제는 학교 안 커피가 아니라는 얘기다. 에너지 드링크는 카페인이 다량 포함돼 각성 효과가 크다. 반면 서울 Y고 교장은 “학교 밖에서 마시는 건 어쩔 수 없다. 다만 교육기관인 학교 안에서만이라도 카페인 섭취를 줄여보려는 정부의 노력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K고 교장도 “이번 조치로 선생님들이 좀 불편하게 됐지만 감수할 것”이라고 지지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청소년이 커피 등을 통해 카페인을 과잉 섭취하면 어지럼증, 가슴 두근거림, 수면장애, 신경과민 등에 시달릴 수 있다. 하루 카페인 섭취 권장량은 어린이와 청소년은 몸무게 1kg당 2.5mg 이하로 체중 50kg의 청소년 기준 125mg 이하다. 캔커피 한두 개만 마셔도 권장량을 초과한다.조유라 jyr0101@donga.com·임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