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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3일. 평양체육관. 이틀 일정의 북한군 중대장 및 중대정치지도원 대회 둘째 날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주석단 오른쪽으로 서류철을 낀 김정은이 등장하자 2만여 명의 참가자들은 일제히 일어나 열광적으로 만세를 불렀다. 김정은 뒤로 최룡해 당시 군총정치국장, 황병서 당시 북한군 대장 등이 눈을 깔고 조심스럽게 따라 들어왔다. 하지만 정작 참가자들이 궁금했던 것은 서류철이었다. 권위를 중시하는 북한에서 지도자가 직접 서류철을 끼고 나타나는 장면은 보기 힘들다. 서류철을 책상 위에 ‘쾅’ 하고 놓은 김정은은 잠시 뒤 장내가 조용해지자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이름을 부르는 군관들은 앞으로 나오라. ○군단 ○사 ○연대 중대장 김○○….” 살기가 서린 목소리였다. 호명된 이들에게 곧 큰 불행이 닥칠 것이라는 기분 나쁜 예감이 체육관을 휘감았다. 금방까지 열띤 환호성으로 떠나갈 듯했던 체육관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침 삼키는 소리도 들릴 정도의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공포에 사로잡힌 10여 명의 군관이 호명 순서대로 앞에 나섰다. 그중엔 사단 정치위원과 간부부장 등 사단급 고위 군관도 2명 포함됐다. 김정은이 서류철을 열었다. 그가 꺼내든 것은 사진 몇 장이었다. “야! 너 이거 기념으로 가져.” 김정은은 10여 명에게 한 장 한 장 사진을 던져주듯 넘겨주었다. 당시 대회에 참가했던 참가자의 증언에 따르면 사진을 받아들고 돌아서는 군관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모습이 멀리서도 보였다고 한다. 주석단 아래서 대기하던 군인들이 사진을 받아들고 내려오는 군관을 차례로 양팔을 잡고 밖으로 끌어냈다. 사단급 간부 두 명은 그 자리에서 견장을 뜯어냈다. “저 사진 뭐지?” 궁금증에 답이라도 해주듯 김정은이 고래고래 분노를 터뜨렸다. “저놈들은 어제 내 앞에서 잔 놈들이다. 내가 젊으니까 우습게 보여?” 전날 김정은이 참석한 회의에서 존 것이 죄였다. 보이지 않는 카메라들이 자신들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수만 명이 꼼짝없이 앉아 지루한 연설을 몇 시간이나 듣다 보면 조는 사람이 없을 리 없다. 예전엔 대회에서 조는 것이 죽을죄라고 여겨지던 풍토도 아니었다. 하지만 김정은은 단단히 벼르고 졸았던 군관의 사진과 신상까지 직접 챙겨들고 나온 것이다. 고함 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야, ○군단장. 저 자식이 당신 군단 소속이지. 똑바로 관리해.” 김정은의 눈길이 닿는 곳마다 군관들이 머리를 숙이고 사시나무 떨듯 부들부들 떨었다. 증언자 역시 “떨려서 죽는 줄 알았다”고 고백했다. 이후 이어진 회의에서 무슨 연설이 있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끌려 나간 군관들이 처형됐는지 아니면 강등이나 제대로 끝났는지 이후 운명 역시 알 수 없었다. 김정은은 군기만 잡진 않았다. 회의가 끝난 뒤 당근도 하나 던지고 나갔다. “참가자들을 일주일 평양 견학시켜!” 그제야 참가자들은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대장 이상급 군 간부들을 모아놓은 김정은은 이런 식으로 “내가 어리다고 무시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날렸다. 그리고 한 달 반 뒤 보란 듯이 고모부 장성택조차 잔인하게 처형했다. 이후 김정은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조는 사람은 눈을 씻어도 찾을 수 없었다. 목숨이 두 개가 아닌 이상. 그런데 큰 사고가 터졌다. 지난해 4월 열린 군 훈련일꾼 대회에서 다름 아닌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김정은 옆에 앉아 졸아 버린 것이다. 김정은이 몇 번이나 고개를 돌려 노기가 잔뜩 실린 눈으로 쳐다보는 것도 모른 채…. 회의에 참석한 군관들은 누구나 현 부장이 곧 끔찍한 일을 당할 것을 예감했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며칠 뒤 현영철 부장은 잘 알려진 것처럼 숱한 부하들 앞에서 본보기로 잔인하게 처형됐다. 그가 죽은 뒤 북한엔 이런 소문이 돌았다. “현 부장이 1호 행사에서 깜빡 졸까 봐 잠을 막는다는 각성제(필로폰)를 먹었다고 하더만. 그런데 그만 너무 먹어 자버렸대. 살자고 먹은 약 때문에 마약 중독자로 몰려 죽은 거야….” 하지만 주민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북한 중앙급 기관에서 일하다 최근 탈북한 인사는 고령의 김정은 측근에겐 각성제가 의무적으로 공급된다고 증언했다. 각성제를 복용하지 못하면 나이든 간부들이 김정은을 따라다니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현영철이 죽어야 했던 가장 큰 죄는 김정은에게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가 됐다는 점일 것이다. 혹 황병서처럼 김정은 앞에서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였다면 운명이 또 달라지진 않았을까.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전 세계가 북한의 핵실험에 주목하는 동안 은둔의 왕국에서 멀리 떨어진 캄보디아에선 조용한 달러벌이가 이뤄지고 있다.” 북한 최고의 예술가 단체인 만수대창작사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 옆에 건설한 파노라마 박물관을 뉴욕타임스가 25일 집중 분석했다. 북한이 1000만 달러(약 120억 원) 넘게 투자해 지난달 문을 연 박물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초대형 파노라마 그림이다. 가로 120m, 세로 12.5m로 대형 농구장 4개를 합쳐 놓은 크기다. 북한은 예술가 63명을 파견해 꼬박 4개월 동안 그림을 그리게 했다. 이 대형 그림은 앙코르와트가 건설된 12세기 크메르 문화 전성기를 보여 주는데 무려 4만5000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은 한국인을 닮았고, 특히 여성은 한국 미인처럼 보인다. 북한은 2011년 박물관을 짓기 시작해 2014년 완공했다. 하지만 정식 개관하기까지 1년 넘게 캄보디아 정부와 운영권을 놓고 다툼을 벌였다. 북한은 앙코르와트 매표소를 박물관 옆으로 이전하고 앙코르와트 입장료 20달러에 박물관 입장료 5달러를 추가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캄보디아 당국이 거절했다. 결국 북한은 박물관 입장료를 따로 받고 내부에서 북한 미술 작품을 많이 팔아 수익을 내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 입장료는 외국인 15달러, 캄보디아인 8달러다. 캄보디아 물가를 감안하면 비싼 편이다. 북한은 캄보디아 박물관을 10년간 운영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후 캄보디아 정부에 단계적으로 운영권을 넘기기로 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여성 시장이 성경험이 없는 10대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순결 장학금’ 제도를 도입했다. 남아공 콰줄루나탈 주 우투켈라 시의 두두 마지부코 시장은 “정기 검진을 통해 처녀성을 입증하는 여학생들에게 3년 동안 학비 일부를 보조하는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달 11일 여학생 16명이 대상자로 선정돼 장학금을 받았고 앞으로도 매년 100여 명의 여고생과 여대생이 장학금을 받게 된다. 처녀성을 입증하는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며 성관계 사실이 확인되면 장학금 지급은 중단된다. 우투켈라 시정부 대변인은 24일 “순결 장학금은 마지부코 시장의 아이디어”라며 “여학생들이 순결을 지켜 학업에 전념하도록 독려할 뿐 아니라 이들을 에이즈와 같은 성병에서 지킬 수 있다”고 밝혔다. 남아공 여성 및 인권 단체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여학생들이 장학금을 받기 위해 처녀인지를 정기적으로 검사받는 것이 끔찍할 뿐만 아니라 성관계 여부와 학업에 전념하는 일은 무관하다는 것이다. 임신과 순결을 기준으로 여성을 차별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남아공 여성부 대변인도 “제도의 문제점을 밝혀내고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지부코 시장의 의도 자체는 순수했다는 옹호론도 적지 않다. 남아공 공영방송인 SABC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에 아이를 가진 여학생은 2만 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223명은 초등학생이었다. 2013년 남아공 통계청 조사에서도 만 14세부터 19세 사이 여성 가운데 5.6%가 임산부였다. 남아공은 650만 명의 에이즈 보균자가 살고 있는 세계 최악의 에이즈 창궐 국가다. 전문가들은 철이 들기도 전인 어린 나이에 무분별하게 성관계를 갖는 악습이 에이즈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건물 최초로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의 53층 주상복합아파트(사진)가 세계 초고층 빌딩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22일 세계초고층도시건축협회에 따르면 ‘은하’로 불리는 이 아파트는 지난해 11월 210m 높이로 완공돼 작년 전 세계에서 건설된 높이 200m 이상 건물 106개 중 높이를 기준으로 71위를 차지했다. 북한 언론에 따르면 김정은은 미래과학자거리를 조성하라고 지시하면서 200m가 넘는 주상복합아파트도 건설할 것을 특별히 주문했다. 이 지시에 따라 은하는 9개월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설계에서 완공까지 끝났다. 꼭대기에는 높이 24m, 무게 40t이 넘는 상징탑이 세워졌다. 북한은 은하에 대해 “금시라도 지구를 박차고 오르는 위성처럼, 다시 보면 이슬 맺힌 꽃잎처럼 건물을 설계했다”며 자화자찬했다. 세계가 인정하는 고층 빌딩을 갖는 것은 북한의 오랜 꿈이었다. 특히 남북이 체제 경쟁을 벌이던 시절 북한은 평양에 서울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짓기 위해 돈을 쏟아부었다. 105층에 330m 높이의 유경호텔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이 건물은 1987년 착공돼 1989년 골조가 완공됐지만 아직까지 내부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2008년 미국 패션잡지 에스콰이어는 ‘세계에서 가장 흉물스러운 빌딩’으로 유경호텔을 꼽았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국 패션잡지 배니티페어가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닮은꼴’을 분석하는 풍자성 기사를 최근 호에 실었다. 잡지는 19개 항목으로 나눠 공통점을 분석했다. 먼저 둘 다 ‘금수저’다. 트럼프는 부친에게서 수백만 달러를, 김정은은 나라를 물려받았다. 스스로를 과대 포장하는 점도 닮았다. 트럼프는 화려한 빌딩 옆에 자기 이름을, 김정은은 북한 전역의 건물에 자신의 얼굴을 내건다. 외모도 공통점이 적지 않다. 심술부리고 조롱하는 듯한 표정이 닮았고,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는 점도 비슷하다. 트럼프의 급하게 빗어 올린 앞머리는 1960년대 지어진 케네디국제공항 TWA 터미널의 곡선을, 김정은의 위쪽만 두툼하게 남겨둔 머리는 1960년대 미국의 힙합 아이콘인 ‘키드 엔 플레이’를 떠올리게 한다. 트럼프의 발언은 시청률에 쫓기는 CNN 앵커들이, 김정은의 말은 놀란 표정의 장성들이 받아 적는다. 가족 분쟁 과정에서 조카의 아이가 아픈데도 지원을 끊은 트럼프, ‘배신한 고모부를 처형해 개들의 먹잇감으로 던져준’ 김정은은 차가운 피가 흐르는 리더들이다. 여가를 즐기는 스타일도 둘 다 공격적이다.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주로 공격하고, 김정은은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한다. 미국 전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의 극찬을 받은 인물이라는 점도 닮았다. 로드먼은 “우리에겐 다른 정치인이 필요 없고 트럼프 한 명만 있으면 된다”고 했고, 김정은에 대해선 “대단하다. 나는 그를 좋아한다”고 평가했다. 잡지는 “두 사람이 트럼프의 골프 리조트에 마주 앉아 북-미 간 데탕트의 시대를 이끌 기회가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한편 2006∼2011년 재임했던 로버트 게이츠 전 미 국방장관은 20일 외교협회 초청 간담회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비난하면서 “김정은은 위험한 데다 멍청(stupid)하기까지 해서 걱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을 종국에는 얻을 것”이라며 “김정은은 군에 자신의 강한 면모를 과시하기 위해 과거에도 한국을 겨냥한 도발을 계속 해왔다”고 덧붙였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15일(현지 시간) 아프리카 서부 부르키나파소 수도 와가두구에서 알카에다 추종 세력이 4성급 호텔을 겨냥한 무차별 테러를 저질러 테러범을 포함해 최소 32명이 사망하고 56명이 부상했다. 호텔에 투숙하던 인질 176명은 당국의 진압 후 무사히 구출됐다. 국제테러단체들인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가 새해 들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경쟁적으로 테러를 저지르며 주도권 다툼을 벌이면서 세계가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18개국 출신 28명 사망 와가두구 ‘스플렌디드 호텔’에 테러범 4명이 난입한 것은 15일 저녁. 괴한들은 ‘알라는 위대하다’고 외치면서 총기를 난사했다. 테러범들은 호텔에 진입하기 전 인근 카푸치노 카페에 들어가 이탈리아인 주인과 아내, 5세짜리 딸 등 10명을 살해한 뒤 카페에 불을 질렀다. 급작스러운 기습에 사람들은 화장실에 들어가거나 지붕에 올라가 구조를 기다렸다. 테러범들은 정부군이 투입되자 투숙객을 인질로 잡고 대치했다. 이 호텔은 유엔 직원과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 4성급 호텔로 아프리카 주둔 프랑스군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다. 인질극은 미군 특수부대와 인근 말리에서 급파된 프랑스군까지 합세해 다음 날인 16일 인질범 4명을 사살하면서 막을 내렸다. 테러범 중 2명은 여성이었다. 이 테러로 캐나다인 6명, 부르키나파소인 5명, 프랑스인과 스위스인 각 2명, 미국인과 네덜란드인 각 1명 등 모두 28명이 숨졌다고 BBC가 전했다. 이번 테러는 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AQIM)와 알카에다를 추종하는 사하라 사막의 테러 단체 ‘알무라비툰’이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두 단체는 21명이 숨진 지난해 11월 북아프리카 말리 호텔 인질극에서도 공동 작전을 폈다. 알카에다는 테러 이후 공개한 ‘피와 시신으로 서명한 메시지’라는 음성테이프를 통해 “이번 사건은 파리 테러와 유사하게 최대한 많은 이교도들을 죽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IS가 세계 각지의 테러 단체를 조직에 편입시키는 등 공세적으로 세력을 확장하자 알카에다가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 타깃’ 테러로 존재감을 과시하려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평화유지군도 63명 사살 같은 날 아프리카 동부 소말리아 아데 지역에선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테러단체 알 샤바브가 아프리카연합(AU)군 기지를 공격해 최소 63명의 케냐군이 사살됐다. 알샤바브 대변인은 “무자헤딘 전사들의 공격으로 63명의 케냐 기독교인이 사살됐다”고 발표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 6월에도 모가디슈 북서쪽 AU군 진지를 공격해 수십 명의 부룬디군 병사를 사살했다. 또 67명이 사망한 2013년 케냐 나이로비 쇼핑몰 테러와 148명이 숨진 지난해 4월 가리사 대학 테러 등 등 케냐에서도 크고 작은 테러를 자행했다. 알샤바브의 일부 분파는 IS에 충성을 맹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IS는 16일 시리아 동부의 데이르에즈조르 마을을 공격해 민간인 300여 명을 학살했다고 시리아 국영 SANA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5년간 이어진 시리아 내전 동안 하루 사망자로는 최다 숫자다.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테러를 주도한 IS는 1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추가 테러를 노렸으나 미수에 그쳤다. 경찰은 번화가 지하철에서 자살폭탄 테러 공격을 시도하던 IS 추종자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15일 자카르타 테러 관련 용의자 12명을 체포했다. 이 중 1명은 IS로부터 돈을 송금받아 테러를 기획한 자금책으로 밝혀졌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국 재무부가 세계에서 몰려드는 ‘검은돈’을 차단하기 위해 호화 부동산의 실소유주를 파악하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 보도했다.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는 3월부터 뉴욕 맨해튼과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를 시작으로 실구매자의 신원을 확인하기로 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미 정부는 또 맨해튼에선 300만 달러(약 36억 원) 이상, 마이애미에선 100만 달러(약 12억 원) 이상 부동산 거래 때 구매자 신원을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하도록 할 방침이다. 뉴욕과 마이애미는 해외 부자들이 선호하는 미국 내 대표적 부동산 매입 지역이다. 주요 조사 대상은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이용해 전액 현금으로 거래되는 호화 부동산이다. 미국에선 페이퍼컴퍼니로 부동산을 사들이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틈을 타 검은돈이 부동산 시장에 광범위하게 유입되고 있다고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FinCEN의 제니퍼 캘버리 국장은 “부패한 외국 관리나 초국가적 범죄 조직이 부정한 자금을 비밀리에 투자하기 위해 미국 호화 부동산을 이용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맨해튼에선 300만 달러 이상 호화 주택 1045채가 거래됐다. 총액은 65억 달러(약 7조8000억 원)에 이른다. NYT는 지난해 맨해튼 센트럴파크 인근 고급 아파트인 ‘타임워너센터’의 10년간 소유주를 조사한 결과 러시아 정치인, 콜롬비아의 전직 주지사, 영국 금융가, 말레이시아 총리와 가까운 사업가 이름이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부동산 구입은 다른 주요 도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2008년 이후 500만 달러 이상 부동산 거래에서 페이퍼컴퍼니가 활용된 비율은 로스앤젤레스가 51%, 샌프란시스코 48%, 마이애미가 37%나 된다. 맨해튼의 경우 익명으로 거래된 비율이 2008년 39%에서 지난해엔 54%로 뛰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지난해 수백만 명의 난민들이 유입된 유럽 각국에서 총기와 호신용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난민 유입에 불안감을 느낀 유럽인들이 “내 몸은 내가 지킨다”는 생각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해 오스트리아 총기판매가 전년에 비해 350% 늘었다고 13일 보도했다. 오스트리아는 난민들이 독일로 들어가는 통로이자 독일에서 범죄를 저지른 난민이 추방되는 나라다. 면허가 필요 없는 산탄총의 경우 오스트리아 총기상들이 보유한 재고가 모두 바닥난 상태다. 지난해 인구의 2%에 해당하는 19만 명의 난민을 수용한 스웨덴에서도 총기 판매가 급증했다. 57만 명이 모두 190만 정의 총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새로 총기를 산 5명 중 1명은 여성이다. 미처 총기를 구입하지 못한 사람들도 사격클럽에 가입해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여성들에 대한 집단 성범죄가 발생한 독일에서도 총기와 호신용 스프레이 등 다양한 경호용품 판매가 급증했다. 난민들에 대한 증오범죄도 늘고 있다. 독일 당국은 지난해 5월 작센 주 보르나 인근 난민 수용소에 폭탄 테러를 모의한 혐의로 극우단체 조직원 4명을 13일 기소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TV에서 최고 인기 만화 시리즈는 ‘소년장수’, ‘다람이와 고슴도치’이다. 이 만화가 방송될 때는 거리에서 아이고 어른이고 찾아보기 힘들다. ‘소년장수’는 고구려시대 소년장수 ‘쇠메’가 외적들을 물리친다는 내용으로, 1997년에 50부로 끝났다. 그런데 재작년 김정은이 100부작으로 만들라는 지시를 내려 현재 58부까지 나왔다. 오랜만에 나타난 쇠메는 청년으로 성장해 콧수염까지 길렀다. 적이 벌벌 떠는 용감한 청년 장수인데, 인민의 눈에 그 주인공의 모습으로 비치길 바라는 김정은의 욕망이 담긴 만화다. ‘다람이와 고슴도치’는 다람쥐와 고슴도치 동맹군이 꽃동산(북한)을 노리는 적을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이들의 적은 승냥이 족제비 들쥐 부대인데 각각 미국 일본 한국을 의인화한 것이다. 우두머리 승냥이는 근육질 몸매에 사납고 힘도 세지만 머리가 나쁘다. 족제비는 교활하고 끈질기다. 들쥐는 승냥이와 족제비의 앞잡이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꽃동산 정찰 임무를 도맡고, 전공도 제일 많이 세우고 아이디어도 많다. 꽃동산에는 마을을 지켜준다고 큰소리치던 힘 센 곰도 살았지만, 술주정뱅이 곰은 들쥐 공작원이 머리 조아리며 건넨 독주를 먹고 그만 죽어버렸다. 이 곰은 소련인 듯하다. 다람이와 고슴도치는 만화의 형식을 빌린 인민 세뇌 시리즈이다. 실제 북한 당국은 자신들을 고슴도치에 비유하고 있다. 전국에 온통 땅굴을 파놓은 것도 고슴도치의 습성과 닮아 있다. 내 머릿속에도 김일성대 시절 들었던 중앙당 강연과장의 강연이 생생히 남아 있다. “동산에 살찌고 맛있는 짐승이 널렸는데, 하필이면 호랑이가 가시 세운 고슴도치를 잡아먹으려 하겠냐.”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고슴도치가 1990년대 중반 영양실조에 걸려 죽다 살아났다. 가시도 다 빠지고 힘도 없어졌다. 그래서 새로 비장의 무기로 ‘핵’ 가시를 준비하고 있다. 잔가시는 다 버려도 치명적 가시 몇 개는 갖겠다는 것이다. 자연에서 고슴도치의 생존 방식은 아주 단순하다. 적이 나타나면 가시를 세우고 몸을 웅크릴 뿐인데 호랑이도, 곰도 피한다. 과거 햇볕정책으로 북한의 외투를 벗기겠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건 외투가 아니라 생존이 걸린 가시 껍질이었던 셈이다. 이제 와서 북한의 핵을 폐기시키기엔 너무 늦은 감이 있다. 북한이 원자탄을 수백 개씩 만들 것도 아니다. 핵보유국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선 10개쯤이면 되고, 많아봐야 수십 개면 충분하다. 이 정도 목표는 몇 년 뒤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실험 후 남한은 대북 확성기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북한이 이것 때문에 핵을 폐기할 리는 만무하다. 더구나 겨울은 북풍의 계절이라 대북 전단(삐라)을 뿌리는 사람들도 집에서 쉰다. 확성기 소리가 된바람을 거스르며, 북한의 맞불 방송 소음까지 누르며 당국의 설명대로 낮에 10km, 밤에 24km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북핵 폐기 목표는 화가 잔뜩 난 고슴도치의 등에서 치명적 가시를 뽑아버리겠다고 나선 모습으로 비유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굴에 몰아넣고 통로를 막는 것이 효과적 전략인 듯 여겼지만, 문제는 고슴도치가 굴에 비상구를 아주 많이 만들어 놓는다는 점이다. 통로 하나를 막으면 금방 우회 통로를 뚫어버린다. 더 근본적 문제는 산 채로 고슴도치 가시를 뽑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더구나 굴에 깊이 숨은 고슴도치의 가시는 뽑을 수도 없다. 굴 밖으로 끌어내야 가시를 뽑든 잡든 할 것 아닌가. 고슴도치에서 기름과 비계를 얻는 인도네시아 원주민들이 정글에서 고슴도치를 잡는 방법은 간단하다. 굴 앞을 지키다가 바나나 송이를 던지면 된다. 무거운 바나나가 가시에 박힌 고슴도치는 움직이지 못한다. 역설적으로 그 가시 때문에 붙잡혀 죽는다. 고슴도치를 자처하는 북한의 핵 가시 위에는 어떤 바나나를 던져야 할까. 방법은 분명 있을 것이다. 가령 미국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스리랑카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몇 달 동안 성층권에 머무를 수 있는 기구나 태양광 드론을 띄워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다.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민간 소속의 기구가 평양 상공 성층권에서 인터넷과 방송 전파를 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북한 주민 머리 위에서 외부 정보가 폭포처럼 쏟아진다면 폐쇄된 북한도 굴 안에서 오래 버티긴 어려울 것 같다. 북한의 핵개발 역사는 30년이 넘는다. 이 긴 역사를 몇 년 만에 무효화시키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핵 폐기 정책도 길게 보고 다시 짜야 한다. 고슴도치를 살려두고 가시만 뽑을 것이냐, 공격성을 없애버릴 것이냐, 굴에 가둘 것이냐, 밖으로 끌어낼 것이냐. 결국 선택의 문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군이 11일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현금 보관소를 폭격해 최소 수백만 달러어치의 현금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모술은 이라크 내 IS 거점이다. 10일 IS 서열 3위이자 이라크 IS 총사령관인 아시 알리 무함마드 나세르 알 오베이디를 공습으로 제거했다고 발표한 데 이은 성과다. 12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군은 IS가 원유 밀거래와 약탈 등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보관하는 건물을 며칠 동안 정찰한 뒤 10일 저녁과 11일 새벽 2000파운드(약 907kg)짜리 폭탄 2발을 투하했다. 미군은 최근 IS의 자금줄인 원유 시설, 원유 수송 트럭, 선박 등에 대한 공습을 강화해 ‘돈줄 차단’에 주력해 왔다. IS가 ‘국가’처럼 기능하지 못하도록 만들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군은 민간인 희생을 예상하고도 현금 창고를 폭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미군 관계자들은 “표적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최대 50명의 민간인 희생까지 감수할 만하다고 판단했지만, 통행이 가장 적은 밤과 새벽에 공습해 민간인 5∼7명만 희생됐다”고 밝혔다. CNN은 미국이 앞으로 IS의 현금 보관소를 추가로 공격할 예정이며 표적의 중요성을 감안해 민간인 피해를 감수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전략적 요충지인 안바르 주 라마디를 빼앗긴 데 이어 연일 이어지는 미군과 이라크군의 총공세로 수세에 몰린 IS도 11일 이라크 전역에서 대규모 연쇄 테러를 감행했다. 이로 인해 최소 52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는 100명이 넘는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석 달 동안 하루에 발생한 사망자 수로는 가장 많다고 전했다. 이날 벌어진 수도 바그다드의 쇼핑몰 공격은 1시간 30분 만에 사망자 18명과 부상자 50명을 남기고 끝났다. 이라크군과 경찰이 즉각 투입돼 교전을 벌여 테러범 2명을 사살하고 4명을 체포했다. 경찰도 최소 4명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 날 바그다드 북쪽 90km에 있는 마을 무끄다디야의 카페에서도 2건의 자살 폭탄 차량 공격으로 24명이 숨지고 52명이 부상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또 바그다드 남동부 교외의 상업지구와 북동부 바쿠바에서도 차량 폭탄 공격이 벌어져 각각 7명과 3명이 숨졌다. 사건 직후 IS는 인터넷으로 성명을 발표해 이날 연쇄 테러가 자신들 소행이라고 주장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미국 국적의 한국인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해 억류하고 있다고 11일 전격 공개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미국이 전날 B-52 전략 폭격기를 동원해 공개적으로 무력시위에 나서자 ‘인질 외교’로 협박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은 이날 평양에 체류 중인 미국 CNN 방송 기자를 한 호텔로 불러 김동철 씨(63·사진)와의 인터뷰를 주선했다. 2014년 11월 케네스 배 씨(47) 등 미국인 3명이 석방된 뒤 북한에 미국 국적자가 억류돼 있는 것이 확인된 것은 김 씨가 처음이다. 김 씨는 CNN에 자신이 미국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에 살았으며 2001년에 중국 옌지(延吉) 시로 이주해 와 북-중 무역과 호텔 사업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또 2013년 4월부터 한국의 ‘보수 인사’들에 포섭돼 북한의 주요 군사 시설과 경제난 상황 등을 담은 사진을 수집해 왔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 전직 북한 군인(35)에게서 북한 내부 상황이 담긴 USB와 사진을 넘겨받던 중 북-중 국경 지역에서 체포됐으며 현재 평양의 한 호텔에 억류돼 조사받고 있다고 말했다. CNN은 김 씨가 하루 세 끼 식사를 하고 있으며 건강해 보였다고 전했다. 김 씨는 “여러 한국인에게서 북한 정권을 증오하도록 세뇌당했고 지금까지 공작금으로 5300달러(약 640만 원)를 받았지만 돈 때문에 스파이 활동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한국 정부가 나의 석방을 위해 노력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김 씨는 “북한이 수소탄을 만든 것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종식시키기 위한 것이며, 지금이야말로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정책을 바꾸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마치 북한 정권을 대변하는 듯했다. 억류된 신분임을 감안할 때 북한이 시켰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에 억류돼 있는 한국계 캐나다인 임환수 목사(61) 인터뷰도 이날 CNN이 보도했다. 특대형 국가전복음모행위로 지난해 12월 무기노동교화형(종신노역형)을 선고받은 임 목사는 인터뷰에서 “일주일에 6일, 하루에 8시간씩 교도소 과수원에서 사과나무를 심을 구덩이를 파고 있다”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국이 베트남과의 분쟁 수역인 남중국해 통킹 만에서 대형 해저유전을 발견했다. 중국 뉴스 사이트인 창충왕(蒼穹網)은 최대 국영 석유개발회사인 중국석유화공(SINOPEC)이 통킹 만에서 매일 고품질 원유 1000t 이상을 분출하는 해저유전을 찾았다고 11일 보도했다. 해저유전의 첫 번째 지층에선 하루 1264t의 원유와 7만1800m³의 천연가스가, 두 번째 지층에서는 일일 1349t의 원유와 7만6000m³의 천연가스가 뿜어져 나왔다. 원유와 천연가스 자연 분출량은 SINOPEC 탐사 사상 최대이다. 중국 전체로도 최근 1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고 사이트는 전했다. 해저유전의 위치는 광시좡(廣西壯)족 자치구 베이하이(北海) 시에서 남서쪽으로 110km 떨어진 해역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견으로 두 나라는 새롭게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베트남이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주장하는 남중국해 해역에서 중국해양석유총공사가 원유 탐사를 일방적으로 진행하자 베트남에서 대규모 반중 시위가 두 달 동안 이어졌다. 당시 시위대는 중국 기업들을 습격해 사상자를 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서열 3위이자 이라크 IS 총사령관인 아시 알리 무함마드 나세르 알 오베이디가 10일 이라크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다. 이라크 서부와 시리아 동부의 IS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오베이디는 이라크 북부 바르와나 지역에 은신해 있던 중 공습을 받았다. 그는 과거 사담 후세인 대통령 시절 이라크 공화국수비대 특수여단장을 지냈다. 미군이 이라크를 점령한 뒤엔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 수감돼 있다가 2013년 7월 탈출해 IS에 가담했다. 앞서 이라크 당국은 지난해 말 IS 최고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의 후계자이자 대변인인 2인자 아부 무함마드 알 아드나니도 공습으로 중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CNN은 지난해 12월 이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연합군의 공습으로 10명의 IS 지도자급 인사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국 허난(河南)성 통쉬(通許)현 주스강에 건립돼 완공을 앞두고 있던 높이 36m의 거대한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국가주석의 동상이 8일 전격 철거됐다. 중국 인민일보의 인터넷판인 인민망은 8일 “제작사가 허가를 받지 않고 건축했기 때문에 현지 정부가 철거를 강행했다”고 전했다. 동상은 이미 지난해 말에 거의 완공 됐으며 표면이 온통 황금색으로 도색돼 있다. 주스강 주민들은 7일 아침 철거팀이 도착해 주변 도로를 폐쇄한 뒤 8일 아침까지 하루 동안 철거를 완료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철거의 진짜 이유는 당국이 정치적인 부담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상 건립 사실이 중국 소셜네트워크(SNS)에 널리 확산되면서 해외에서도 화제가 되자 중국 내에서는 마오 전 주석 당시의 전제 정치와 고통을 상기시킨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특히 허난성은 1950년대 말 마오가 주도한 대약진 운동 때 300만 명 이상이 굶어죽는 등 극심한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마오 동상 건립에 들어간 돈으로 교육이나 건강보험 등 더 좋은 분야에 쓰는 것이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비난도 줄을 이었다. 동상은 기계제조 회사 리싱그룹의 쑨칭신 회장이 약 300만 위안(5억3823만원)의 사비를 들여 제작했다. 쑨 회장은 마오의 열광적인 지지자로 통쉬현에 있는 리싱그룹 본사 정문 앞에도 10m 높이의 마오 동상을 세웠다. 또 회사 곳곳에 마오 관련 전시물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싱그룹은 기계 제조업 외에도 식품가공업과 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교재단도 갖고 있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용지의 양식을 무시한 매우 가파른 기울기의 글씨는 도전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나타낸다.” 미국필적학회(AHAF) 회원인 구본진 변호사(법무법인 KCL)는 북한이 6일 공개한 수소폭탄 최종 실험 명령서를 바탕으로 김정은의 성격을 분석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장 출신인 구 변호사는 오랫동안 피의자들의 자필진술서를 분석해 성격을 연구해 왔다. 구 변호사는 7일 “김정은은 글씨를 쓰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추정되는데 이는 급한 성격을 나타낸다”며 “가파른 기울기의 글씨는 자기중심적인 성격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화가 앤디 워홀의 글씨체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정은이 직접 사인한 군수공업부 명의의 수소폭탄 실험 관련 보고서가 프린트물이 아닌 필사본인 점도 주목된다. 애플사의 스마트기기를 좋아하는 신세대 김정은이 아날로그식 필사 보고서를 받는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과거 김정일에게 올리는 ‘1호 보고서’는 모두 프린트한 것이었다. 김정은도 취임 초기 프린트된 ‘인공위성’ 발사 요청서에 사인했다. 어느 순간 필사본으로 바뀐 1호 보고서를 통해 김정은의 권위 콤플렉스를 엿볼 수 있다. 쉽게 프린트할 수 있는 서류가 아닌 정성을 담아 손으로 쓴 보고서를 받음으로써 자신이 최고의 권위를 가진 존재임을 드러내겠다는 의미다. 할아버지 김일성 따라 하기에 집착하는 김정은이 서류 결재 형식 역시 김일성의 방식을 흉내 냈을 가능성도 있다. 아날로그 세대인 김일성은 손으로 쓴 글씨가 눈에 익다는 이유로 사망할 때까지 필사된 서류를 고집했다.김준일 jikim@donga.com·주성하 기자}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엿새 전 발표된 김정은의 신년사는 북한의 전형적인 ‘성동격서’ 전략이었음이 드러났다. 신년사를 낭독하기 전 김정은은 ‘수소탄(수소폭탄) 실험을 하라’는 지시를 하달한 상태였음이 6일 북한의 발표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4분의 1가량을 남북관계에 할애했고 “북남 대화와 관계 개선을 위해 앞으로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핵이란 단어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경제 발전을 위한 ‘평화적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는 의견도 밝혔다. 4차 핵실험은 김정은이 직접 낭독한 신년사의 핵심 내용과는 상반되는 행위다. 김일성 주석 이래 북한 최고 지도자의 신년사는 믿을 수 없는 말잔치이긴 했다. 하지만 북한 최고 지도자가 이번처럼 단 며칠 만에 신년사를 부정하는 큰 사건을 스스로 터뜨린 사례는 없었다. 이번 핵실험으로 앞으로 김정은이 발표할 신년사의 권위가 땅바닥에 추락하게 된 셈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발표 역시 과거 3차례의 핵실험 발표들에 비해 분량이 4배 이상으로 늘었다. 1∼3차 핵실험 발표는 4, 5개 문장에 300∼400자 분량으로 짧았다. 이날 발표는 21개 문장에 1778자 분량으로 과거의 4배 정도로 늘었다. 핵실험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이다. 발표문의 60% 정도는 미국의 대(對)북한 정책을 비난하면서 핵실험의 정당성을 설명한 것이었다. 북한은 1차와 2차 핵실험 때는 미국을 거론하지도 않았고, 3차 핵실험 때는 단 한 문장만 거론했을 뿐이다. 이번에는 특히 “핵 관련 수단과 기술을 이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처음으로 내걸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핵무기 판매 및 기술 이전’이라는 마지노선을 넘게 되면 미국이 무력행사에도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북한 당국이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3차 핵실험 발표 때부터 북한은 “주변 생태환경에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핵실험이 백두산 지하 마그마층을 흔들어 화산 폭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외부 비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의 4차 핵실험 발표는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진 이춘희 조선중앙TV 아나운서의 입을 통해 전해졌다. 이 씨는 과거 ‘김정일의 입’이란 별칭까지 얻을 정도로 북한의 중요 뉴스를 도맡아 전달했다. 하지만 2012년 12월 김정일 사망 후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 방송에서 거의 모습을 감췄고 그의 자리는 젊은 여성 아나운서들이 차지했다. 그는 6일 ‘역사적인’ 4차 핵실험 발표를 담당하면서 자신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과시했다. 이 씨가 수십 년 동안 중용된 이유는 그의 목소리 톤을 따라갈 아나운서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백이 있는 목소리’라는 평가를 받으며 이 씨는 “입으로 총을 쏘는 아나운서”로 불렸다. 하지만 올해 73세인 이 씨는 과거에 비해선 목소리가 많이 떨리는 등 특유의 박력을 잃은 모습이었다. 북한이 고령으로 힘이 예전 같지 않은 이 씨를 다시 내세운 이유는 핵실험의 신뢰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씨는 2006년 이후 세 차례 핵실험 발표는 물론이고 김정일 사망과 같은 중대 사건을 대내외에 알려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이슬람 풍자 만평으로 지난해 1월 7일 총격 테러를 당한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테러 1주년 특집호 표지에 ‘총을 멘 신’을 연상케 하는 그림을 실었다. 피 묻은 이슬람 복장에 턱수염을 수북이 기른 남성이 칼라시니코프 소총을 메고 달려가는 그림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 그림에 대해 “살인자는 지금도 도망치고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남자 위에는 눈이 들어간 삼각형이 그려져 있다. ‘섭리의 눈’으로 알려진 이 도형은 세상만사를 살펴보는 신의 눈을 뜻하며 미국 1달러 지폐에도 그려져 있다. 테러범이 아무리 도망쳐도 신의 섭리는 피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림 옆에는 이런 글귀가 나온다. ‘1년 후, 암살은 일상에 존재한다.’ 이 표지 그림은 리스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로랑 수리소 샤를리 에브도 편집장이 그렸다. 만화가인 수리소 편집장은 동료 10명이 숨진 1년 전 테러 당시 수석 편집인으로 회의에 참여했다가 등에 총을 맞았다. 그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도 만화를 4건 그려 일주일 후 발간된 ‘생존자 특별호’에 실었고, 이 특별호는 전 세계에서 750만 부가 팔렸다. 총을 멘 신을 표지에 실은 테러 1주년 특별호는 100만 부가 발행되며 6일부터 가판대에서 팔린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올해부터 정부의 대북정책 담당자들이 상대해야 할 북한의 새 대남 담당 실세로 김완수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 서기국장(77)이 급부상하고 있다. 김 국장은 지난해 12월 29일 사망한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 부장의 장의명단에서 통전부 인사로는 맨 앞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그의 공식 직책은 조국전선 의장 겸 서기국장, 민족화해협의회 의장이지만 조국전선 서기국장은 사실상 통전부 2인자라는 증언도 있다. 통전부에서 근무하다가 2004년 탈북한 장진성 뉴포커스 대표는 1일 “통전부 내부 규약상 부장이 공백일 경우 서기국장이 직무를 대행한다”며 “통전부 서기국장을 겸한 것으로 보이는 김완수 국장이 이미 김양건의 업무를 넘겨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통전부의 서기국장은 제1부부장을 겸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김 국장은 김양건 부장이 있을 때도 이미 통전부의 모든 내부 보고를 종합해 받는 실세였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김 국장이 통전부 서기국장이라고 밝히지는 않지만 조국전선 서기국장과 통전부의 서기국장은 사실상 동일 직책으로 봐야 한다고 장 대표는 설명했다. 2013년 7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6·15민족공동위원회 공동위원장회의에 참석한 김 국장은 자신의 직급을 묻는 남측 기자들에게 조국전선 서기국장은 ‘상급(장관급)’이라고 대답했다. 북한의 통전부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조국전선은 사실상 한 몸이지만 북한은 대남 정책상의 필요에 따라 서로 다른 이름을 번갈아 사용하고 있다. 북한이 대내외에 통일 관련 정책을 발표할 때는 조평통 명의로, 한국을 비난하는 성명을 낼 때는 조국전선 명의로 발표한다. 김완수 국장은 남쪽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1939년 함경북도 김책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진 김 국장의 경력은 다른 통전부 부부장들을 압도한다. 그는 김일성종합대를 졸업한 뒤 1960년대 외무성에서 일을 시작해 1985년 남북적십자회담 대표, 1986년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표를 지낸 관록 있는 외교관이다. 1993년 정무원 통일담당 책임참사를 거쳐 2002년 통전부 부부장에 임명됐으며 2004년부터 조국전선 서기국장의 직책으로 11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9년에는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에, 2013년엔 6·15남북공동선언 실천 북측위원장에 선출됐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지난해 12월 31일 “외교 경험과 나이, 실무 경력 등을 감안했을 때 김 국장이 새 통전부장이 될 것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김 국장은 16년 전인 2000년 10월 제주도에서 열린 제3차 장관급회담에 전략수행원으로 참석해 회담 중인 북측 대표단에게 메모를 전달하는 등 막후 실세로 활동했다. 지금도 통전부에선 김 국장보다 더 높은 실세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다만 김 국장에 대한 김정은의 신임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김양건 부장처럼 김정은과 수시로 동행하며 조언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김 국장이 김정은을 수행하는 장면은 공개되지 않았다. 나이도 비교적 많다. 5월로 예정된 노동당 7차 당대회를 계기로 젊은 신진 인물들로 측근 그룹을 만들려는 김정은이 중용하기엔 나이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외교관 출신인 김양건 부장이 노동당 국제부장을 지낸 뒤 남북 관계를 담당하는 대남 비서 겸 통전부장을 맡은 것처럼 경우에 따라서는 김정은이 다른 분야에 있던 측근을 전격적으로 대남 비서 겸 통전부장에 임명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금까지 남북 회담에는 원동연, 맹경일 등이 통전부 부부장 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또는 실장의 직책으로 많이 등장해 외부에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의 실제 위치는 통전부 특정 부서의 책임과장 정도라고 볼 수 있다. 통전부 소속의 각 과는 대외용 위장 명칭을 활용하는데, 통전부 정책과는 ‘아태’, 연고자과는 ‘조선해외동포원호위원회’, 종교과는 ‘단군민족실천협의회’ 등의 대외 직명을 갖고 있다. 장 대표는 “남북 회담에는 진짜 실세가 나오지 않고 얼굴마담을 내세운다. 남쪽을 오가는 인물은 예외 없이 의혹의 꼬리표가 붙고 결말이 다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쪽배가 갑자기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졸던 나는 물속에서 눈을 떴다. 정신 차려 보니 함께 탔던 다른 두 명도 옆에서 허우적거린다. 나중에 들으니, 키 잡은 사람이 깜빡 졸면서 키가 갑자기 돌아갔단다. 잠긴 배는 미끄러워 잡을 수 없다. 때는 오후 9시경. 파도와 싸우며 상황을 파악했다. 6노트의 속도로 4시간가량 나왔으니 육지로부터 대략 24마일 지점이다. 육지는 보이지도 않았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북쪽 바닷물은 몹시 차서 30분 이상 물에 있기 힘들다. 옷을 입었으니 한 시간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육지에서 40km 넘게 떨어진 망망대해에서 한 시간 안에 구조되지 못하면 물고기 밥이 된다. “누구 없소. 배가 뒤집혔소.” 우리가 지르는 절망의 고함 소리가 밤바다 위로 깔린 짙은 어둠의 장막을 갈랐다. 셋의 거리도 점점 멀어진다. 나는 살 운명이었다. 다행히도 주위에 다른 배가 있었다. 몸이 뻣뻣해질 때쯤 드디어 구조됐다. 그때가 15년 전 9월이었다. 나는 감옥도 7번이나 옮겨다녔고, 총구 앞에도 서 봤다. 생사의 고비를 수없이 넘겼는데, 바다에서 죽을 뻔한 적도 몇 차례 된다. 한번은 바다로 나왔다가 육지로 돌아가는 길에 4마력짜리 엔진이 고장 났다. 부두에서 6시간 이상 나온 데다 밤새 배가 흘러 돌아갈 거리는 100km가 훌쩍 넘었다. 먼바다는 빠르게 흐른다. 쪽배는 강물에 흘러가는 듯하다. 걸어가도 이틀 걸릴 거리를 꼬박 노를 저어 돌아왔다. 뱃가죽이 등에 붙고, 하늘이 노랗게 변해도 살 생각뿐. 땅을 디디고서야 쓰러졌다. 대학 때 나는 여름 방학마다 배를 탔다. 대학 생활에 드는 돈을 얼마라도 벌기 위해서였다. 쪽배에서 나는 김일성대 학생이 아닌 일개 ‘삯발이’, 즉 삯일꾼이었다. 카바이드등을 켜고 새벽까지 잡은 오징어의 70%를 배 주인에게 주어야 했다. 8, 9월 오징어 성수기엔 바닷가에 삯발이가 넘쳐난다. 연줄이 없으면 4m 정도의 작은 쪽배를 얻어 타기도 힘들다. 처음 배를 탔을 때 무심코 휘파람을 불었다가 뺨을 맞을 뻔했다. 휘파람은 바람을 몰고 온단다. 배꾼의 최대 공포는 바람이다. 샛바람이 20분 정도 마구 핥고 지나간 바다가 갑자기 흥분하는 모습을 본 뒤론 나는 휘파람 부는 법을 잊었다. 망망대해에서 쪽배는 가랑잎이다. 갑자기 큰 파도가 일면 높은 마루 위에 올랐던 쪽배가 깊은 골로 뚝 떨어지는 일을 밤새 겪어야 한다. 발밑에선 널빤지가 탕탕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금시라도 쪼개질 듯 부르르 떨고, 머리 위엔 사방팔방 검은 파도의 성난 흰 갈기밖에 보이지 않는 때면 ‘오늘이 제삿날이구나’ 하는 생각밖에 안 든다. 북에선 오징어잡이를 ‘피발이’라고 부른다. 3개월 가까이 하루 서너 시간만 자면서 밤새 고역을 하다 보니 피가 마른다고 붙은 이름이다. 그래도 살아남기만 하면 다행이다. 우리 마을에선 매년 열 명 이상 죽는 것 같았다. 얼마 전 들어보니 북한 바닷가엔 여성만 모여 사는 과부촌도 적잖게 생겨났다고 한다. 지금쯤이면 그럴 만도 하다. 최근 일본 앞바다에서 표류하던 북한 어선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자주 나왔다. 올해만 34척 이상 발견됐다고 해 놀랐는데 알고 보니 지난해엔 65척, 재작년엔 80척이 발견됐다고 한다. 내가 배를 탈 때는 그렇게 많이 죽었어도 일본까지 배가 표류해 가는 경우는 드물었다. 나는 평균 5시간 배를 타고 나왔는데, 지금은 어업자원이 줄어들어 10시간은 나오지 않나 싶다. 멀리 나올수록 더 위험해진다. 북한 앞바다에서 표류하면 극히 일부가 해류를 따라 부산과 일본 사이까지 떠내려왔다가 일본 서해안을 타고 올라간다. 일본에서 발견된 변사체들은 오징어잡이에 나섰다가 두 달 전쯤 조난당한 삯발이가 대다수일 것이다. 그들도 독도 인근 해상을 표류할 때쯤까진 살아 있었으리라. 북한은 일본까지 간 자국민의 시신을 찾아갈 생각도 안 한다. 뒤집히지 않은 채 발견된 배는 십중팔구 질 낮은 중국산 엔진이 고장 났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일본에서 34척이 발견될 정도면 올해 조난당한 북한 어선은 최소 그 숫자의 10배는 넘을 것이다. 한 척당 탑승인원이 최소 3명이니 사망자도 1000명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전기라도 있다면 수천 명이 살 텐데…. 나의 공포는 오래전에 끝났지만 동해의 비극은 언제면 끝날 수 있을까. 난민이 넘치는 지중해에서만 벌어지는 줄 아는 그런 참사가 바로 우리의 눈앞 동해에서 20년 넘게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최소 1만 명의 동포들이 비명도 전하지 못한 채 허망하게 숨졌다. 새해엔 좀 그만 죽었으면…. 이뤄질 수 없는 소망인 줄 나도 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