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재

이호재 기자

동아일보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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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틈틈이 소설을 쓰며 스토리텔링에 천착한다. 숨소리까지 살아 숨쉬는 생생한 내러티브 기사가 넷플릭스 영상보다 가치 있는 컨텐츠라 믿는다.

hoho@donga.com

취재분야

2025-11-17~2025-12-17
문화 일반51%
인사일반20%
문학/출판10%
기획7%
무용3%
사고3%
칼럼3%
기타3%
  • 꿈에 그리던 외계인이 눈앞에 나타난다면[책의 향기]

    2052년 한국에 사는 젊은 여성 ‘수지’는 대학 선배 ‘위랑’에게 취업 제안을 받는다. 위랑이 설립한 스타트업 ‘비트스페이스’의 직원으로 합류해 달라는 것. 화성 이주자들을 위한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회사 설립 취지가 매력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대기업보다 많은 월급을 준다는 달콤한 말에 수지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러던 어느 날 평범한 직장인인 그에게 외계인이 ‘기밀한 용건’을 지니고 찾아오는데…. 어린 시절부터 외계인 만나기를 꿈꿔온 수지에게 꿈만 같은 일이 벌어진 걸까. 하지만 단편소설 ‘꿈만 꾸는 게 더 나았어요’는 꿈이 현실이 됐을 때 마냥 행복하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이 책은 2019년 데뷔한 1994년생 작가가 쓴 단편소설집이다. 젊은 시각 덕분인지 세 편의 단편에는 톡톡 튀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질문은 가볍지 않다. 단편 ‘대리자들’은 이제는 인기가 사라진 유명 배우 강도영이 자신을 꼭 빼닮은 가상의 캐릭터로 영화를 찍자는 제안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영화 제작사는 강도영의 신체를 스캔하고, 목소리를 녹음해 컴퓨터그래픽(CG)으로 캐릭터를 만든다. 강도영의 목소리와 얼굴을 지닌 ‘가짜 강도영’은 진짜일까 가짜일까. 작품은 기술 발전으로 촉발된 윤리 문제를 파고든다. 단편 ‘문명의 사도’에서는 우주를 지배하는 황제를 대리해 한 행성을 통치하는 집정관 호리타이가 등장한다. 호리타이는 우주를 개척하라는 황제의 명에 따라 새 행성을 찾고, 이곳에 살고 있던 생명체를 제거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호리타이는 다른 행성을 침략하는 일이 과연 옳은지 자문한다. 제국주의는 과거에만 존재하고 역사에 다시 등장할 가능성은 없는지를 묻는 작품이다. 작가는 책 말미에 에필로그 격으로 실은 에세이에서 자신을 ‘책을 몇 권 낸, 출발점에 선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겸손의 표현일 터. 하지만 소설이 던지는 질문의 무게는 독자들에게 묵직하게 다가올 것이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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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상 심사위원, 90년대생이 온다

    내년 1월 당선자를 발표하는 제1회 ‘K-스토리 공모전’ 심사위원 3명 중 2명은 1990년대생이다. 주인공은 작가 이미예(31)와 김초엽(28). 주로 40, 50대 중견작가들이 심사위원을 맡는 다른 문학 공모전과 비교하면 매우 젊은 축에 속한다. 이 공모전을 주관하는 쌤앤파커스의 김명래 디지털콘텐츠팀장은 “판타지, 공상과학(SF) 등 젊은 작가들이 강세를 보이는 부문의 신인을 뽑는 만큼 심사위원의 연령대를 대폭 낮췄다”고 말했다. 올 3월 수상자를 발표한 제1회 ‘문윤성 SF 문학상’도 김초엽이 심사위원장을 맡아 화제가 됐다. 나머지 심사위원은 영화감독 민규동(50)과 작가 이다혜(44) 문목하(29) 천선란(28). 심사위원 5명 중 3명이 1990년대생으로 구성됐다. 공모전에서 젊은 작가들이 심사위원으로 위촉되고 있는 건 최근 장르문학 작품들의 영상화 추세와 관련이 깊다. 1, 2권 합쳐 100만 부가 팔린 이미예의 판타지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은 최근 영상화 판권이 팔렸다. 김초엽이 2019년 펴낸 단편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도 단편 7개 모두 영상화 계약이 체결됐다. 문목하와 천선란의 소설도 영상화가 추진되고 있다. 김명래 팀장은 “심사위원으로 위촉한 젊은 작가들은 영상 문법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장르소설 공모전의 경우 영화 혹은 드라마 제작사들이 지식재산권(IP) 활용 차원에서 주관사 혹은 후원사로 나서고 있다. 웹툰 및 영상 판권을 거래하는 콘텐츠 기업 리디는 K-스토리 공모전 주관사로 참여한다. 영화 배급사 쇼박스는 문윤성 SF 문학상 후원사로 참여해 영상화할 만한 수상작을 우선 검토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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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치연 전 헌법연구관, 시집 3권 펴내…6년간 짓고 번역한 267수

    황치연 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60)이 퇴직 후 6년간 짓고 번역한 시를 3권의 시집으로 엮어 펴냈다. 그가 이달 1일 펴낸 시집은 총 3권. ‘혁명의 기원’ ‘겸허한 사랑’ ‘아름다운 산행’(채문사)이 주인공이다. 황 시인은 연세대에서 헌법학 박사학위를 받고 20여 년 동안 헌법학자로 활동했다. 시에 대한 꿈을 품다 2005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시인이 됐다. 그가 시인으로서 활동하는 필명은 황두승. 그는 필명으로 2015년까지 4권의 시집을 냈다. ‘혁명의 기원’에는 인생과 사회를 폭넓게 성찰한 시 81수가 담겨있다. 그가 말하는 ‘혁명’은 정치·사회적 혁명이 아니라 ‘신이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면서도 안전장치로 심어놓은 양심’을 본래대로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시인의 말’에 “인간의 ‘양심’을 인공지능은 부여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인공지능으로부터의 위협은 기우에 불과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겸허한 사랑’은 동서양의 명시 132수를 직접 번역하고 원문도 함께 수록한 시집이다. 정약용·이이·박은 등 조선시대 학자들의 시와 두보·백낙천·왕마힐 등 중국 시인들의 시가 다수 실려 있다. 또 영어권의 휘트먼·예이츠, 독어권의 하이네·괴테·헤세, 독일연방헌법재판소 판례에도 등장했던 브레히트의 시, 철학자 헤겔이 시인 친구인 횔덜린에게 헌정한 시도 수록됐다. ‘아름다운 산행’에는 산을 좋아하는 그가 국내와 해외 산들을 오르면서 쓴 시 54수가 실려 있다. 그는 “산행하면서 마음껏 그리워하기도 하고, 모든 상처의 슬픔을 날려 버리기도 하고, 희망의 기다림 속에 쌓이는 고뇌와 고통과 고독일랑 떨쳐 버리자고 할 때, 산행을 함께 하는 도반(道伴)이 필요하다”며 “그리움도 슬픔도 고독도 품어주는 산은 한국인의 생명을 품고 치유하는 시공의 자궁”이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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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동아일보 ‘올해의 책’… 팬데믹 시대 위로의 한권

    《코로나에 부동산 급등까지 모두의 어려움이 큰 한 해였습니다. 그래선지 출판인, 학자, 의료인 등 35명이 꼽은 ‘2021년 동아일보 올해의 책’은 유독 공동체나 연대를 다룬 양서들이 많습니다. 선정위원별로 3권씩 추천을 받은 결과, 1표 이상 얻은 책은 총 92권. 이 중 상위 10권을 추려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작은 이정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동아일보 문화부 출판학술팀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등 지음·이민아 옮김·396쪽·디플롯각계 전문가들은 올해 ‘최고의 책’으로 소통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2권을 택했다. 각 4표로 공동 1위.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혐오를 넘어 연대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는 집단 무의식이 책 선정에도 영향을 끼친 게 아닐까. 진화인류학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다윈의 적자생존 이론을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한다. 저자는 육체, 정신적 힘이 아닌 친화력이 인류 생존과 진화의 열쇠라고 강조한다. 호모사피엔스가 자신들보다 몸집이 크고 힘이 셌던 고인류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키고 살아남은 게 대표적이다. 연구에 따르면 100명 이상이 함께 모여 산 호모사피엔스와 달리 네안데르탈인은 기껏해야 10∼15명이 한 무리를 이뤄 수적 열세를 보였다. 이는 호모사피엔스가 같은 집단의 동료들과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사람들 사이가 막힌 지금, 소통과 연대의 능력은 더 각별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추천한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북방고고학)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은 논리와 이성 대신 감성과 친화력으로 향한다. 이 책은 나의 ‘논리’가 아닌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평했다. “최악의 상황에도 우리는 언제나 희망을 꿈꾼다. 이 책은 모든 살아있는 것에 대해 기꺼이 다정한 마음 품기를 포기하지 않도록 북돋운다”(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평도 있었다.작별하지 않는다한강 지음·332쪽·문학동네 2016년 영국 맨부커상 수상 작가이자 2019년 인촌상 수상자인 한강이 5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역시 연대와 사랑을 말한다. 주인공 경하가 제주도에서 태어난 친구를 환영처럼 만나 1948년 4·3사건의 고통을 공유하는 이야기다. 한강은 올 9월 출간 후 인터뷰에서 “사랑이든 애도든 끝까지 끌어안고 나아가겠다는 결의를 제목에 담았다”고 말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소설 속 세 여성은 역사 속 사람들과 살아남은 사람들이 전하는 사랑을 잊지 말자고 말한다. ‘내가 올해 잊고 산 것은 무엇일까. 작별할 수 없는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라는 평을 남겼다. 작가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고 악몽에 시달리는 경하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실제로 한강은 5·18 소재의 소설 ‘소년이 온다’(창비·2014년)를 쓰고 악몽을 꿨다고 밝혔다. 비극적 현대사가 남긴 상처는 작가 자신을 뛰어넘어 독자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어둠에 묻힌 상처를 기억하는 자는 폭력에 길들지 않는다. 그들처럼 우리 또한 한순간 어이없이 거기 누울 수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장은수 출판평론가)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마이클 셸런버거 지음·노정태 옮김·664쪽·부키 “지구 환경과 기후위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뒤엎는다. 책을 읽고 나면 환경 문제에 대한 생각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주연선 은행나무 대표) 환경운동에 30년간 투신한 저자가 기술과 경제발전이 오히려 환경을 지켜줄 수 있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다. 환경운동이 오히려 지구를 망치고 있다는 것. 권은희 까치글방 편집팀장은 “과학적 증거를 토대로 자연보호에 대한 기존 관념을 뒤집는다. 환경을 위한다고 생각한 재생에너지와 생활 속 실천이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우는 책”이라고 평했다. ■일본의 굴레태가트 머피 지음·윤영수 등 옮김·660쪽·글항아리“일본에 대해 안다고 생각한 많은 것들이 이 책을 읽으며 해체되고 재조립됐다.”(김형보 어크로스 대표) 40년간 일본에서 산 미국인 저자가 외부자로서의 시각과 내부자로서의 이해 사이를 절묘하게 줄타기하며 일본 사회를 연구한다. 굴욕적일 만큼 친절한 서비스, 불평할 만한 일이 생겨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일본인의 모습 뒤에 숨겨진 참모습을 깊게 파고들었다. 박정재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포괄적이면서도 전문적인 내용의 충실함은 말할 것도 없고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며 “한국과 일본의 상황이 너무도 유사해 책 속에서 우리 사회의 거울을 보는 느낌”이라고 했다. ■지구의 짧은 역사앤드루 H 놀 지음·이한음 옮김·304쪽·다산사이언스“지구 역사를 짧고 쉽게 압축해 설명하는 훌륭한 입문서다. 현재의 지구를 살아가는 인간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남긴다.”(권은희 까치글방 편집팀장) 미국 하버드대 자연사 교수가 장구한 지구 역사를 보기 쉽게 압축한 교양 과학서. 최신 연구 성과를 담고 있으면서도 어려운 개념을 유머로 쉽게 풀어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구과학자들이 어떻게 조사, 연구하는지 과정을 생생히 보여준다. 올해 이보다 읽기 쉬운 자연사 책이 있었나 싶을 정도. ■한국의 능력주의박권일 지음·344쪽·이데아“한국 사회에서 첨예한 능력주의 문제를 제대로 짚었다. 정치, 경제, 젠더 등 양극화하는 사회문제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다.”(조성웅 유유출판사 대표) 능력주의에 열광하는 한국인의 심리를 파고든 사회과학서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시험에 합격하지 않거나 일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은 사람이 보상을 받는 데 대해 유독 분개한다. 불평등은 참아도 불공정은 못 참는 한국 사회와 한국인에 대한 심층 보고서다. ■전국축제자랑김혼비 등 지음·320쪽·민음사충남 예산부터 경남 산청까지 전국 방방곡곡 지역축제들의 이모저모를 한 권에 담았다. “아무도 관심 없고 있는지조차 몰랐던 지자체 축제들임에도 하루 빨리 일상이 회복돼 가보고 싶게 만든다.”(조재은 양철북 대표) 전작들을 통해 독자층이 탄탄한 저자들인 만큼 말맛이 좋다. 황혜숙 창비 출판1본부장은 “쏟아져 나오는 에세이 중 절반 이상 읽지 못하는 책이 적지 않은데 이 책만큼 공들여 낄낄대며 읽은 경험이 드물다”고 했다. 현장을 답사한 뒤 쓴 여행기라 생생하다. “유쾌하고 정감 넘치며, 때로 우악스럽기도 했던 축제의 현장으로 우리를 옮겨 놓는 책”(박성열 사이드웨이 대표)이라는 평이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조던 스콧 글·시드니 스미스 그림·김지은 옮김·52쪽·책읽는곰이례적으로 그림책이 선정됐다. 캐나다 시인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말을 더듬는 아이가 쉼 없이 흐르는 강물과 마주하며 내면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렸다. 선정위원들은 어린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선물하고 싶은 책이라고 평했다. “타인과의 다름이 틀림이나 나쁨이 아니라 자신만의 고유함이고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나지막하게 이야기하는 책”(최은영 소설가)이기 때문.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나는 무엇에 갇혀 있는지 고민하게 한다. 자신만의 숨겨진 단단한 내면을 발견하게 되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그림책”이라고 호평했다. ■희생자의식 민족주의임지현 지음·640쪽·휴머니스트거의 모든 민족들이 스스로를 희생자로 규정하는 시대다. 예컨대 폴란드인들이 2차대전 당시 예드바브네에서 벌어진 자국민들의 유대인 학살을 외면한 채 자신들이 나치 피해자임을 강조하는 식. 박윤우 부키 대표는 “자신을 희생자로 포장하는 피해자 간 기억의 전쟁은 21세기 민족주의가 어떤 리스크를 짊어지게 할지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론과 실례를 잘 버무린 책을 요즘 만나기 힘든 탓에 더 귀한 책”(설혜심 연세대 사학과 교수)이라는 평이다. ■불편한 편의점김호연 지음·268쪽·나무옆의자서울 용산구 청파동 골목의 작은 편의점을 무대로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희로애락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담았다.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던 남자가 70대 할머니의 지갑을 주워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후 남자는 할머니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뛴다.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는 “평범한 이웃들의 삶을 통해 그들의 애환을 다정한 시선으로 다룬 작품이다. 팬데믹으로 힘겨운 나날을 견디고 있는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 책”이라고 말했다. 달라진 일상… 아픔이 새로운 길이 되길팬데믹 시대, 마음을 위로하는 한 권의 책 장기화된 팬데믹에 대처할 혜안과 위로를 책에서 구할 방법은 없을까. 이와 관련해 동아일보는 감염병 전문의를 포함한 전문가들로부터 유용한 책들을 별도로 추천받았다. 감염병 전문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병원의 밥’(세미콜론)을 추천했다. 흉부외과 의사인 저자가 의사와 환자들이 먹는 밥을 소재로 긴박한 의료현장을 생생히 그린 에세이다. 이 이사장은 “미음에서 죽으로, 죽에서 밥으로 회복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환자들의 이야기가 팬데믹 속에서 고통 받는 우리에게 작은 위안을 준다”고 평했다. ‘바이러스를 이기는 새로운 습관’(프리뷰)은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코로나 시대의 대처법을 담았다. 미국 의학전문기자인 저자는 감염병에 대해 불필요한 공포를 가져오는 가짜뉴스를 구별하는 방법과 운동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당분과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는 식습관을 전한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식이, 운동, 수면 등 신체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담았다”고 말했다. 인간 본성의 따뜻함을 통해 팬데믹에 지친 이들을 위로하는 책도 선정됐다. 네덜란드 언론인이 쓴 ‘휴먼카인드’(인플루엔셜)는 인간 본성이 이기적이라는 건 오해라고 주장하며 타이타닉 침몰, 9·11테러 등 과거 재난 상황에서 사람들이 서로 도운 증거들을 제시한다. 박정재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한 저자의 믿음을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뒷받침한 이 책은 독자에게 희망을 준다”고 평했다. 팬데믹 이후 바뀔 일상공간에 대한 예측을 담은 책도 포함됐다. 건축가 유현준이 쓴 ‘공간의 미래’(을유문화사)는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 등으로 공간의 의미가 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마당 같은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나 회사로 나가지 않고도 업무를 볼 수 있는 ‘거점 오피스’ 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책은 “미래 우리 사회가 시민 다수를 행복하게 할 공간을 어떻게 기획해야 할 것인지 새로운 담론거리를 제시했다”(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평을 받았다.선정위원(35명·가나다순) 강성민(글항아리 대표) 강인욱(경희대 사학과 교수) 권은희(까치글방 편집팀장) 김민정(난다 대표) 김영민(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형보(어크로스 대표) 김홍민(북스피어 대표) 김효형(눌와 대표) 박상준(민음사 대표) 박성열(사이드웨이 대표) 박윤우(부키 대표) 박정재(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설혜심(연세대 사학과 교수) 심채경(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안대회(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안병현(교보문고 대표) 윤범모(국립현대미술관장) 이구용(KL매니지먼트 대표) 이기진(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이왕준(명지병원 이사장) 이종화(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임형주(팝페라 테너) 장강명(소설가) 장은수(출판평론가) 정기석(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조성웅(유유출판사 대표) 조재은(양철북 대표) 주연선(은행나무 대표) 최은영(소설가) 표정훈(출판평론가) 한성봉(동아시아 대표) 황서현(휴머니스트 주간) 황혜숙(창비 출판1본부장)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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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Z세대만 보이나 주도권은 시니어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시니어 세대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동우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센터장은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비즈니스북스)를 7일 펴낸 이유를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MZ세대가 시대 흐름을 이끄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사회적 주도권은 50∼70대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는 것. 시니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끌어들이는 방법, 시니어가 찾는 금융기관의 비결 등을 분석한 이 책은 출간 직후 경제경영서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센터장은 “곧 초고령사회에 들어설 한국 사회에선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주도하는 시니어 세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시니어 트렌드를 분석하는 책을 펴낼 계획”이라고 했다. 최근 시니어 세대를 분석하거나 겨냥한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MZ세대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시니어 세대에 초점을 맞추는 흐름도 생겨난 것. 종이책 독자 중에 시니어 세대가 적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29일 출간된 에세이 ‘나는 액티브 시니어다’(북바이북)는 시니어에게 새 삶을 설계하라고 제언한다. 은퇴 이후에도 새 취미를 만들고 경제활동을 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 백승철 가톨릭대 의대 외래교수가 1일 펴낸 에세이 ‘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쌤앤파커스)처럼 죽음에 초점을 맞춘 책도 많다. 노안으로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글자를 크게 편집하는 흐름도 생겼다. 15일 출간된 에세이 ‘나는 품위 있게 죽고 싶다’(안타레스)가 대표적이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활자에 익숙한 시니어 세대는 출판계의 큰손으로 불리는 만큼 이들을 위한 책은 꾸준히 출간될 것”이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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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춘문예, 참신한 VR-유튜브-넷플릭스 소재 늘어”

    “공동체의 위기를 파고든 진중한 응모작이 많았다. 가상현실(VR)이나 유튜브, 넷플릭스 등을 소재로 한 참신한 작품이 늘었다.” 9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22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의 총평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2년 가까이 이어진 가운데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들이 많았다. 비대면이 일상화된 영향을 반영하듯 온라인 콘텐츠 관련 내용을 담은 작품도 적지 않았다. 올해 9개 모집 부문에 걸쳐 응모작은 총 6154편. 세부적으로는 중편소설 287편, 단편소설 546편, 시 4491편, 시조 440편, 희곡 57편, 동화 232편, 시나리오 53편, 문학평론 20편, 영화평론 28편이었다. 예심 심사위원은 △중편소설 백가흠 정용준 정한아 소설가 △단편소설 손홍규 김성중 김금희 소설가, 강동호 문학평론가 △시 서효인 박준 시인 △시나리오 정윤수 영화감독, 조정준 영화사 불 대표로 구성됐다. 중편소설 부문에서는 집, 자녀, 부모에 대한 걱정처럼 일상의 고민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았다. 표현 방식에서도 은유적 문장보다는 일상에서 쓰이는 날것 그대로의 직설적 언어를 쓰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정한아 소설가는 “가족 간 불화가 벌어지거나 친구 사이가 무너지는 이야기가 눈에 띄었다”며 “가상현실에 머무르는 등장인물을 통해 과연 진실한 인간관계를 찾을 수 있는가를 물어보는 작품도 있었다”고 했다. 단편소설 부문에서는 개인정보를 인터넷에 무차별 공개하는 이른바 ‘신상 털기’나 타인을 혐오하는 ‘낙인찍기’ 등 최근 논란이 된 사회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늘었다. 학교, 군대,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다룬 작품도 많았다. 김성중 소설가는 “아기, 치매노인, 고양이 등을 잃은 뒤 찾으러 가는 이야기들이 눈에 띄었다”며 “대부분 상실한 것을 찾지 못한다는 점에서 세태에 대한 은유처럼 읽힌다”고 설명했다. 시 부문에서는 공동체의 고통을 다룬 작품들이 유난히 많았다. 시인 개인의 내밀한 이야기를 털어놓기보다 주거불안, 정치 양극화, 환경위기 등 우리 사회에 닥친 어려움을 고찰하는 작품이 늘어난 것.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하는 내용을 담은 시들도 눈에 띄었다. 서효인 시인은 “코로나19라는 재앙을 맞아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내몰리게 됐는지를 고민하는 작품들이 늘었다”며 “우리에게 다가온 난해한 현실의 문제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 응모작이 많았다”고 말했다. 시나리오 부문에서는 여성 중심의 서사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남편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주인공이거나 위기에 처한 여성들이 연대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이 있었다. 정윤수 영화감독은 “젠더 문제에 대한 고민을 다룰 때 관객들의 공감을 얻는다는 확신이 창작자들 사이에서 퍼진 것 같다”며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난 영향인지 로맨스 작품은 확 줄었다”고 말했다. 예심 결과 중편소설 9편(9명)을 비롯해 단편소설 11편(11명), 시 65편(13명), 시나리오 10편(9명)이 본심에 올랐다. 시조 희곡 동화 문학평론 영화평론은 예심 없이 본심으로 당선작을 정한다. 당선자에게는 이달 말 개별 통보하며, 당선작은 동아일보 내년 1월 1일자 지면에 소개된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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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징어게임’ 美골든글로브 3개 부문 후보에

    국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과 배우 이정재 오영수가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 후보에 올랐다. 영화 ‘기생충’(2019년)과 ‘미나리’(2020년)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라 본상을 수상한 적은 있지만 한국 드라마와 배우가 이 상 후보에 오른 건 처음이다. 미국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13일(현지 시간)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후보를 발표했다. 이 중 TV 시리즈-드라마 작품상 후보로 오징어게임이 선정됐다. 드라마 ‘뤼팽’(넷플릭스), ‘더 모닝쇼’(애플TV+), ‘포즈’(FX), ‘석세션’(HBO)이 이 부문 경쟁작이다. TV 시리즈 남우주연상 부문 후보에는 오징어게임에서 기훈 역을 맡은 이정재를 포함해 5명이 올랐다. TV 시리즈 남우조연상 부문 후보에는 오징어게임에서 일남 역을 맡은 오영수를 비롯해 5명이 선정됐다. 오징어게임이 골든글로브에서 총 3개 부문 후보에 오른 셈이다. 오징어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내년 1월 9일 열린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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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다르지만 낯설지 않은… 상상의 세계로 떠나시겠습니까

    공상과학(SF)의 시대다. 10월 개봉한 SF 블록버스터 영화 ‘듄’이 국내 관객 150만 명을 끌었고, 배우 공유와 배두나가 출연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고요의 바다’가 이달 24일 공개를 앞두고 화제다. 출판계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SF 소설가 김초엽이 펴낸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자이언트북스·8월), 단편소설집 ‘방금 떠나온 세계’(한겨레출판사·10월) ‘행성어 서점’(마음산책·11월)이 연달아 서점가 베스트셀러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중에게는 SF가 낯선 것이 사실. 특히 엄밀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서사를 펼쳐나가는 ‘하드 SF’는 초심자가 소화하기 쉽지 않다. SF에 관심은 있으나 작품이 어렵지는 않았으면 하는 독자가 읽을 만한 SF 소설이 연달아 출간됐다. 기본적인 과학 지식만 있으면 읽기에 어렵지 않은 ‘소프트 SF’ 작품이라 누구나 읽어볼 만하다. 국내 작품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건 박소영 작가의 장편소설 ‘스노볼’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평균 기온이 영하 41도로 떨어진 혹한기가 찾아온 미래 사회. 권력과 자본을 독점한 특권층은 돔으로 도시를 둘러싼 따뜻한 지역인 스노볼에 산다. 반면 평범한 이들은 스노볼엔 접근하지 못하고 추운 바깥세상에서 버텨야 한다. 우연히 바깥세상에 살던 16세 소녀 전초밤은 스노볼 내부로 들어가는데…. 전초밤은 스노볼을 설계한 과학자 신이채를 만나고 스노볼을 지배하는 이본그룹의 음모를 파헤치게 된다. 작품은 종말에 가까운 위기가 닥친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SF의 하위 장르인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해당한다. 이상 기후로 인해 재앙이 닥친다는 설정만 이해한다면 작품을 읽기에 어렵지 않다. 숨겨진 음모를 찾아내는 이야기를 읽어나가면 미스터리 소설처럼 손에 땀을 쥐게 된다. 종이책으로 출간되기 전 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돼 인기를 끌었을 만큼 쉽게 읽히는 게 장점. 해외 작품 중에선 장편소설 ‘캣피싱’이 눈길을 끈다. 고등학생인 스테프는 아버지를 피해 10년 넘게 도망 중이다. 폭력적인 성향 때문에 어머니와 이혼한 아버지가 끊임없이 스테프를 따라 다니며 괴롭히고 있기 때문. 스테프는 아버지를 피해 벌써 5번째 전학을 다녔다. 이런 스테프에게 유일한 안식처는 익명의 온라인 커뮤니티 ‘캣넷’. 그러던 어느 날 스테프는 캣넷에서 만난 친구 중 하나가 사실 인간인 척 행동하는 인공지능(AI)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저자는 ‘SF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을 2016년 수상한 미국 소설가 나오미 크리처다. 이번 소설은 지난해 미국 추리작가 협회상 영어덜트 부문을 수상했다. 신기술을 다루는 SF 작품인 동시에 스테프가 캣넷에서 AI가 활동하는 이유를 캐내고 아버지로부터 도망 다니는 과정이 추리로도 읽히기 때문이다. 두 작품 모두 현재 우리들이 고민하는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인상 깊다. ‘재난의 시기 특권층과 서민이 다른 공간에 사는 것이 옳은가’(스노볼) ‘인간과 AI가 동등한 위치에서 소통할 수 있나’(캣피싱) 같은 문제를 정면으로 묻고 있는 것. 아직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상상하는 SF가 요즘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도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현실을 놓치지 않아서 아닐까.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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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실이 사무실로… 코로나로 진화한 ‘호텔의 미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최근 호텔 산업은 위기를 겪고 있다. 1일 에세이 ‘호텔에 관한 거의 모든 것’(혜화1117·사진)을 펴낸 한이경 폴라리스 어드바이저 대표(52)에게 팬데믹 이후 호텔의 변화와 전망을 물었다. 그는 미국 미시간대와 하버드대에서 건축학을 공부하고 글로벌 호텔업계에서 20년 넘게 컨설팅을 담당했다. ―코로나19로 호텔 산업이 위기를 맞았다. “확진자가 묵었던 객실에 머물면 감염될 수 있다는 공포가 퍼져 한때 예약이 거의 취소됐다. 여기에 국내를 찾는 해외 여행객도 줄어 매출이 급감했다. 일부 유명 호텔은 살아남기 위해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포기하고 홈쇼핑에서 객실을 팔았다. 하지만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호텔을 이용하는 방식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어떻게 다양해지고 있나. “국내 호텔들이 재택근무자들을 위해 객실을 개인 사무실처럼 제공하는 게 대표적이다. 해외여행 길이 막힌 신혼부부를 위해 고급 요리와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는 허니문 패키지를 선보이기도 한다. 호텔 매출이 조금씩 회복되는 양상이다.” ―신간에서 해외 호텔의 팬데믹 대응을 다뤘는데. “방콕, 마카오에서는 고소득층을 겨냥한 코로나19 상품이 많이 나왔다. 고객 요구를 일대일 맞춤식으로 들어주는 ‘버틀러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프린트를 비롯한 각종 사무를 도와주는 비서 역할을 호텔이 대신 해주는 것이다. 고소득 워킹맘을 겨냥해 아이들을 위한 자율학습용 객실이나 사무실용 객실을 연계해 판매하기도 한다.” ―팬데믹 장기화로 호텔 산업이 붕괴될 수도 있을까. “호텔은 본래 외부 환경에 따라 만실(滿室)과 공실(空室)을 반복하는 산업이라 시대 흐름에 기민하게 반응해 왔다. 이미 스마트폰을 이용한 비대면, 비접촉 체크인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있다. 해외여행 대신 ‘호캉스’를 누리려는 소비자들을 위한 요가 명상 등 힐링 서비스도 강화되는 추세다. 코로나19 이후 호텔은 웰니스(신체, 정신, 사회적 건강이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누리는 공간으로 발전하며 생존할 것이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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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Z세대의 집 장만 분투기… 소설같은 현실? 현실같은 소설!

    “다들 쉽게 돈 벌고 있어. 우리만 빼고.” 어느 날 ‘영주’는 ‘나’에게 더 늦기 전에 아파트를 사야 한다고 말한다. 둘은 막 결혼한 30대 신혼부부로 전셋집에 살고 있다. 영주는 “집값이 오르는데 집주인이 전셋값을 그대로 두겠느냐”며 지금 아파트를 사면 3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고 닦달한다. 부부는 결국 6억6700만 원짜리 아파트를 가까스로 산다. 가격이 뛸 거라는 소문을 듣고 그야말로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을 한 것.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도 모자라 부모님에게 돈을 빌리는 ‘부모 찬스’까지 동원하는 부부의 모습을 비추며 소설은 씁쓸하게 끝난다. 지난달 29일 출간된 소설집 ‘우리는 우리의 최선을’(창비교육)에 담긴 단편 ‘길을 건너려면’의 줄거리다. 최근 결혼 후 지난해 아파트를 산 강석희 작가(35)의 자전적 경험이 녹아 있다. 평소 부동산에 별 관심이 없던 강 작가지만 최근 아파트 대란 속에서 집을 구하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고 한다. 그는 “부모에게 집을 물려받은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이야기”라며 “부동산은 나뿐 아니라 2030세대에게 가장 큰 이슈라 자연스럽게 소설로 쓰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집값 급등으로 고통 받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현실을 반영한 소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부동산 대란을 다룬 경제경영서나 에세이는 지난해부터 출간되고 있다. 이에 비해 집필에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걸리는 소설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 부동산 대란을 다룬 작가들 상당수는 MZ세대다. 지난달 23일 출간된 장편소설 ‘월 200도 못 벌면서 집부터 산 31살 이서기 이야기’(페이지2북스)를 쓴 이서기(필명·30) 작가가 대표적이다. 그는 수도권에서 8급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 작품은 결혼을 앞둔 31세 9급 여성 공무원이 서울 변두리에 22평짜리 주공아파트를 산 뒤 대출금을 갚으려고 분투하는 모습을 담았다. 이 작가는 “소설의 절반 이상은 직접 겪은 일과 친구들에게 들은 내용을 모은 것이다. 소설처럼 결혼을 앞두고 서울에 집을 샀는데 당시 경험을 작품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전업 작가가 아닌 일반인이 쓴 부동산 대란 작품도 주목받고 있다. 올 8월 출간된 장편소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서삼독)는 대기업에 다니는 송희구 씨(38)가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한 글을 모은 것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해 발버둥치는 20대 직장인을 그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는데 책은 10만 부 이상 팔렸다. 송 씨는 “집을 사지 못해 예비 배우자와 갈등을 겪거나 허탈감을 느끼는 젊은 독자들이 이 소설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양선 작가(47)가 지난달 25일 출간한 장편소설 ‘세대주 오영선’(사계절)은 기성세대의 시선에서 MZ세대의 불안을 다뤘다. 이 소설은 29세 여성 주인공 오영선이 집을 구하려고 아파트 청약시장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유튜브처럼 시대상을 즉각 반영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흐름이 최근 출판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며 “청년들을 시름에 잠기게 하는 부동산 대란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이를 다룬 작품들은 계속 출간될 것”이라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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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끌’에 ‘부모찬스’ 쓰는 주인공… MZ작가 소설에도 부동산 바람

    “다들 쉽게 돈을 벌고 있어. 우리만 빼고.” 어느 날 ‘영주’는 ‘나’에게 더 늦기 전에 아파트를 사야한다며 이렇게 말한다. 나와 영주는 막 결혼한 30대 신혼부부로 전셋집에 살고 있다. 영주는 “집값이 오르는데 집주인이 전셋값을 그대로 두겠냐”며 지금 아파트를 사면 시세 차익으로 3억 원은 벌 수 있다고 나를 몰아붙인다. 결국 부부는 매매가 6억6700만 원의 아파트를 구입한다. 곧 이 아파트의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소문을 들은 부부는 당초 예산을 훌쩍 넘겨서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을 한다.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도 모자라 부모님에게 돈을 빌리는 ‘부모 찬스’를 쓰는 부부의 모습을 비추며 소설은 씁쓸하게 끝난다. 지난달 29일 출간된 소설집 ‘우리는 우리의 최선을’(창비교육)에 담긴 단편소설 ‘길을 건너려면’의 줄거리다. 이 소설을 쓴 강석희 작가(35) 역시 소설처럼 최근 결혼한 뒤 지난해 아파트를 샀다. 평소 부동산엔 관심이 없던 강 작가였지만 최근 벌어진 아파트 대란 속에서 집을 구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패닉바잉’(공황구매)을 했다. 그는 “부모에게 집을 물려받은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보편적 이야기”라며 “부동산 이야기는 나뿐만 아니라 20, 30세대에 제일 큰 문제라 자연스럽게 소설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으로 고통 받는 MZ세대(밀리네얼+Z세대)가 등장하는 소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즉각 반응하는 경제경영서나 빠르게 써낼 수 있는 에세이에서 부동산 대란이 다뤄진 건 지난해부터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을 들여 집필해야 하는 문학 부문에서도 이런 흐름이 일어나고 있는 것. 부동산을 주제로 한 소설을 쓴 작가들은 스스로가 MZ세대이기도 하다. 지난달 23일 출간된 장편소설 ‘월 200도 못 벌면서 집부터 산 31살 이서기 이야기’(페이지2북스)가 대표적이다. 이 소설은 31세의 9급 공무원이 결혼을 앞두고 남자친구와 서울 변두리에 있는 22평 주공아파트를 사고 대출금을 갚아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일상을 담았다. 작품을 쓴 이서기 씨(30·필명)는 실제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8급 공무원. 이 씨는 “소설의 절반 이상은 제가 겪은 일들과 친구들에게 들은 사연을 모은 현실”이라며 “소설처럼 결혼을 앞두고 서울에 집을 샀고 그 경험을 녹여 작품을 썼다”고 했다. 전업 작가가 아닌 일반인이 쓴 작품이 대중의 인기를 끌기도 한다. 올 8월 출간된 장편소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서삼독)는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송희구 씨(38)가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한 글을 모았다. 내 집 마련을 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20대 직장인의 모습을 그려 온라인에서 화제가 돼 출간까지 이어졌고 10만 부 이상이 팔렸다. 송 씨는 “집을 사지 못해 예비 배우자와 갈등을 겪거나 허탈감을 느끼는 젊은 세대들이 소설에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최양선 작가(47)가 지난달 25일 출간한 장편소설 ‘세대주 오영선’(사계절)처럼 중년 작가가 MZ세대가 겪는 불안감을 다룬 소설도 있다. 이 소설은 29세 여성 주인공 오영선이 아파트 청약 시장에 뛰어들어 집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담았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유튜브 등 시대의 흐름을 즉각 반영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최근 문화계 흐름이 출판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며 “문학이 현재 사람들이 고민하는 지점을 다루며 대중과 호흡하는 건 긍정적 신호”라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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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토리 탄탄 - 상상력 톡톡 K웹툰, 드라마로 세계 홀렸다

    《‘지옥’부터 ‘Dr. 브레인’ ‘유미의 세포들’ ‘D.P.’에 이르기까지 웹툰 원작의 국내 드라마들이 세계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웹툰과 웹소설이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공략할 원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이들의 인기 비결을 알아봤다. 》K콘텐츠의 힘 ‘K웹툰’프랑스, 인도, 일본, 말레이시아, 멕시코, 필리핀, 폴란드, 태국, 베트남, 대만…. 지난달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이 1위를 차지한 36개국(지난달 23일 기준) 중 일부다. 지옥은 공개 하루 만에 전 세계 종합순위 1위에 올랐다. 지난달 28일까지 총 시청 시간만 1억1100만 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옥은 10년 이상 회자될 만큼 진심으로 예외적인 드라마”라고 극찬했다. 미국 CNN은 “올해 한국 드라마들은 끝내 준다. 지옥은 새로운 ‘오징어게임’”이라고 호평했다. ‘지옥’의 세계적인 성공 요인 중 하나는 탄탄한 원작 웹툰이다. 2019∼2020년 네이버웹툰에 연재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데, 드라마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직접 스토리를 짰다. 드라마의 서사가 대부분 웹툰에 바탕을 두고 있어 드라마 못지않게 웹툰의 작품성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웹툰을 만든 감독이 직접 연출한 만큼 웹툰의 기획의도와 주제의식이 드라마에 잘 녹아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세계적으로 유행한 웹툰 원작 드라마는 지옥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14일 공개된 드라마 ‘Dr.브레인’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를 통해 100개국 이상에 선보였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충격적 반전과 더불어 고급스러우면서도 흡인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올 9월 티빙을 통해 공개된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은 해외 플랫폼사와의 콘텐츠 유통 계약을 통해 유럽, 북미, 동남아시아 등 세계 160여 개국에 방영됐다. 올 8월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D.P.’는 국내에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태국, 베트남에서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그간 축적된 웹툰, 웹소설 기반의 지식재산권(IP)이 뛰어난 드라마로 재탄생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웹툰, 웹소설이 ‘원소스 멀티유스(OSMU)’의 콘텐츠 소비 방식과 맞물려 한국 드라마의 세계적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OTT와 함께 세계로웹툰 원작의 영상 작품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게 최근 일은 아니다. 2014년 웹툰 원작의 tvN 드라마 ‘미생’이 최고 시청률 8.2%를 달성하면서 국내에 웹툰 드라마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카카오TV ‘며느라기’(2020년)도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화제가 된 드라마다. 1, 2편을 합쳐 국내에서 관객 2700만 명 가까이를 동원한 영화 ‘신과 함께’(2017년)도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최근 웹툰 원작 드라마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흥행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OTT의 성장세가 자리 잡고 있다. 넷플릭스, 애플TV, 디즈니플러스 등 세계 각국에 서비스되는 OTT를 통해 작품이 동시에 공개돼 해외에서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희윤 네이버웹툰 IP비즈니스팀 리더는 “과거에는 웹툰 원작 영상 작품이 해외에 진출하려면 해외 제작사나 투자사와 협의하는 게 필수였지만 이제는 복수의 글로벌 OTT들이 있어 상황이 달라졌다”며 “국내에서 영상 작품을 제작한 뒤 곧바로 해외를 공략할 기회가 많아진 만큼 세계적 흥행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들의 성공은 웹툰의 세계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옥’의 원작 웹툰이 연재되고 있는 네이버웹툰은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등 10개 언어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웹툰을 종이 만화책으로 만들 수 있는 판권이 미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 등 11개국으로 팔려 나가기도 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넷플릭스 콘텐츠를 시청한 후 웹툰 등 관련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가 전체의 42%에 달한다”며 “영상 콘텐츠의 인기는 연계된 콘텐츠 산업에까지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왜 웹툰 원작인가드라마 시장에서 웹툰이 각광받는 이유는 무얼까. 무엇보다 웹툰의 어마어마한 성장세가 직접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교보증권이 올 2월 발간한 ‘웹툰이 곧 글로벌 흥행 IP’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210억 원에 불과했던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 원으로 급성장했다. 6년 만에 50배 가까이 성장한 덕에 많은 콘텐츠 창작자가 웹툰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그만큼 탄탄한 이야기가 웹툰 시장에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한송이 카카오웹툰스튜디오 센터장은 “웹툰 플랫폼에서 소비자가 돈을 주고 웹툰을 봤다는 건 작품성과 흥행성이 보장된 작품이라는 뜻”이라며 “인기 웹툰이 드라마 등으로 제작되면 원작 팬을 시청자로 확보할 수 있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웹툰만의 독특한 상상력이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 드라마 시청자를 만족시켰다는 평가도 있다. 예를 들어 ‘유미의 세포들’의 원작 웹툰은 주인공 유미의 감정을 세포들로 표현하는 참신한 발상으로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 제작진도 이를 표현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에 도전해 호평을 받았다. 황혜정 티빙 콘텐츠사업국장은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은 3차원(3D)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 세포의 모습을 실사와 결합해 기존 드라마와 차별화했다”며 “처음 시도하는 형식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 좋았던 게 성공 원인”이라고 말했다. 국내 영상 제작 기술이 최근 급속도로 발전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올 2월 공개된 웹툰 원작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처럼 만화로만 볼 수 있을 것 같았던 2092년 우주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컴퓨터그래픽(CG) 역량을 확보했다는 것.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국내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제작비와 인력이 확충되고 CG 수준도 향상됐다”며 “미국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대작에 밀리지 않을 정도의 영상 수준 덕에 해외 시청자들도 한국 영상 작품에 빠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웹툰이 지닌 시의성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오늘날 사람들이 관심을 두는 이야기를 만들어내 드라마나 영화 제작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이희윤 리더는 “우리가 지금 고민하거나 좋아하는 것들을 가장 잘 반영한 콘텐츠가 웹툰”이라며 “트렌드가 잘 반영돼 있어 웹툰이 영상 작품의 원작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웹툰 IP 전쟁에 웹소설도 가세 웹툰 원작의 영상 작품이 연달아 성공을 거두면서 콘텐츠 업계에서는 웹툰의 IP를 확보하려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드라마의 부가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다. 웹툰 IP 확보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드라마나 영화 제작사들. 스튜디오드래곤은 올 3월 웹툰 스튜디오 와이랩과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와이랩이 보유한 웹툰 IP를 이용할 수 있는 우선 협상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 스튜디오드래곤은 영상화에 적합한 웹툰을 발굴하기 위해 콘텐츠전략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기혁 스튜디오드래곤 사업전략담당 및 기획개발 담당은 “내년에 공개되는 웹툰 원작 드라마 ‘아일랜드’도 다양한 웹툰 IP를 발굴하려는 노력의 성과”라며 “원작 웹툰의 매력을 살리면서 영상만이 보여줄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야 영상화에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웹툰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영상화에 나서기도 한다. 네이버웹툰은 자회사인 스튜디오N을 통해 영상화에 적합한 웹툰을 고르고, 다른 영상 제작사에 이를 소개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자체 웹툰 플랫폼인 카카오웹툰에 연재된 작품들을 카카오TV를 통해 영상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웹소설도 영상화에 적합한 IP로 주목받고 있다. 웹툰만큼 참신하고 작품성이 탄탄한 웹소설이 잇달아 발굴되고 있기 때문. 웹소설 시장 규모가 지난해 60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커질 만큼 이야기꾼들이 웹소설에 몰리고 있다. 글로만 구성된 웹소설은 그림까지 그려야 하는 웹툰보다 제작 속도가 평균 20배 정도 빠른 만큼 시의성을 갖춘 작품이 많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시를 인수한 데 이어 네이버웹툰이 세계 1위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사들이며 웹소설 IP 사냥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올 4월 공개된 웹소설 원작 드라마 ‘그래서 나는 안티팬과 결혼했다’는 아마존 프라임 저팬 등 해외 OTT를 통해 세계 190개국에 소개됐다. 누적 조회수 1억5000만 회를 달성한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 역시 영상화가 진행돼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융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웹소설 창작 전공)는 “웹툰이 영상 작품으로 많이 만들어지면서 이미 IP를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국내 산업 기반이 갖춰진 상태”라며 “최근 웹소설이 양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성장하고 있어 영상화를 통한 성공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 2021-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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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100년 전 세상을 휩쓴 독감의 교훈

    1918년 한 바이러스가 미국 캔자스주에서 발병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이 바이러스로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는 최소 2100만 명. 바이러스가 퍼진 지 24주 만에 24년간 에이즈로 죽은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유행 1년 만에 한 세기 동안 흑사병으로 사망한 사람보다 많은 이들이 죽었다. 이 바이러스는 독감이다. 독감 바이러스가 끔찍한 재앙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이다. 당시 참전을 결정한 미국은 신병 양성을 위해 한 곳당 수만 명씩 수용하는 거대한 군 기지들을 세웠다. 급조한 군 기지에 수용 인원을 초과해 신병들을 욱여넣었다. 그 안에서 독감 바이러스는 손쉽게 숙주를 찾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돌연변이를 일으켰다. 공중보건 전문가인 저자는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독감 바이러스가 퍼졌던 당시 상황을 상세히 전한다. 그가 서술한 1918년 독감 대유행 사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생각나게 한다. 당시 독감의 대유행은 단번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에 걸쳐 퍼졌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병력의 과밀 수용과 군중이 모이는 공개 행사가 불러올 위험을 경고했지만 군 지휘관과 정치가는 이를 무시했다. 지난해부터 전염병의 역사를 다룬 책은 많이 출간됐다. 하지만 이 책처럼 당시 상황을 소설같이 실감나게 복기한 책은 많지 않다. 책이 두툼하고 분량이 만만치 않지만 흥미를 끄는 부분만 발췌독해도 코로나19 상황과 유사해 공감된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밀려오는 지금 이 책은 다시 한 번 정부가 전염병 사태 때 취해야 할 태도를 일깨우기도 한다. 저자는 1918년의 가장 큰 교훈은 정부가 위기 상황에서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부 정책이 아무리 올바르더라도 국민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하면 실패한다는 것. 어떤 변이가 몰려오든 이 원칙은 흔들려선 안 될 것이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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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회장님 자서전, 누가 써줬을까

    매주 쏟아지는 신간들 가운데 이상한 궁금증이 생기는 책들이 있다. 유명 정치인이나 기업인의 이름으로 출간된 자서전들이다. 전업 작가가 쓴 듯 유려한 문장을 볼 때마다 어떻게 이렇게 달필인지, 언제 바쁜 시간을 쪼개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원고를 썼는지 의문이 들었다. 혹시 이들이 따로 대필 작가를 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던 차에 이 책을 읽게 됐다. 이 책은 현직 작가가 자신의 대필 경험을 담은 에세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글 쓰는 솜씨가 남달랐다고 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자기가 쓴 동화를 사람들이 기성 작가의 동화로 착각할 정도란다. 그런 그는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다 우연히 대필 업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출마를 앞둔 정치인이나 경영 철학을 밝히고 싶은 기업인의 자서전을 써 왔다. 이런 작가가 이름을 밝히기는 힘들 터. 작가의 필명인 고스트라이터 역시 유령 작가라는 뜻의 가명이다. 사실 이 책의 주제는 대필하며 만난 부자들에게 배운 부자가 되는 법이다. 하지만 책 곳곳에 녹아 있는 대필 작가가 사는 세상에 더 눈길이 갔다. 업계에서 제법 인정받는 축에 들어간 대필 작가는 원고를 다듬는 윤문 1건당 500만∼1000만 원을 받는다. 기업인이 빠른 대필을 통해 자서전을 내고자 할 때는 대필 비용이 오르고 작가도 여럿 붙는다. 언젠가 한 기업 회장이 죽기 전에 자신의 어록집과 자서전을 꼭 펴내고 싶다고 해서 대필 작가 10여 명이 달려들었다고 한다. 일주일 만에 500페이지짜리 책 두 권을 냈는데, 1인당 1억 원씩 받았다는 소문이 대필 업계에 떠돈다. 그렇다고 대필 작가가 마냥 공돈을 받아가는 것은 아니다. 보통 자서전을 쓰기 위해선 그 주인공이 될 ‘회장님’과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사우나도 다니면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문제는 정작 회장이 바빠서 만나지도 못할 때다. 회장 집에 가서 온 가족들을 취재하고, 비서나 기업의 창업 공신을 붙잡고 에피소드를 샅샅이 찾아내야 한다. 회장이 수십 년 전에 만났다는 지인들의 비위를 맞추며 이야기를 들어야 할 때도 있다. 대필이 마냥 선한 일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스펙에 저자 타이틀을 추가하기 위해 ‘아빠 찬스’를 써서 대필 작가를 구하고 출판사에 출판을 요구하는 청년이 있을 만큼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 대필 업계다. 다만 누군가를 만나 삶의 궤적을 듣고 그들의 삶에서 장점을 찾아내는 대필 작가의 생활을 읽다 보니 누군가에게 들려줄 만한 이야기를 지닌 사람이라면 대필도 결과적으론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인 이야기에 감동을 받은 이들이 새로운 삶에 도전하고, 정치인의 글을 읽은 이들이 올바른 정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듯 말이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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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2년만에 대면공연… LA ‘20만 보랏빛 물결’

    미국 로스앤젤레스(LA)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상징인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27일(현지 시간) LA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BTS의 오프라인 콘서트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LA’가 시작됐다. BTS의 오프라인 콘서트는 2019년 10월 한국 서울에서 열린 ‘2019 BTS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더 파이널’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동안 BTS를 직접 보지 못한 전 세계 팬들이 LA로 몰려들었다. 공연 첫날인 이날 오전부터 스타디움 부근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보라색 티셔츠를 입고 보랏빛 마스크를 착용한 BTS의 팬 ‘아미’들은 서로를 향해 어디서 왔는지 물으며 “보라해”라고 인사했다. ‘보라해’는 아미들 사이에서 ‘사랑해’라는 의미로 쓰이는 말. 아미들은 스타디움 외부에서 즉석 댄스 공연을 펼치며 흥을 돋우기도 했다. 한글을 새긴 옷을 입고 온 아미도 있었다. 이날 스타디움 인근에 모인 아미는 2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연이 시작되자 아미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스타디움 내부 소식을 전했다. 스타디움 내부는 공식 응원봉 ‘아미밤’을 흔드는 팬들로 가득 찼다. BTS 멤버들이 등장하자 각지에서 온 아미들은 멤버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성을 질렀고 노래에 맞춰 ‘떼창’을 불렀다. SNS에는 “헤엄을 쳐서라도 LA에 가고 싶은 마음” 등의 글이 쏟아졌다. 공연이 끝난 뒤 BTS 공식 트위터 계정에는 “이거 꿈 아니죠? 또 만나요 ‘아미’!”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번 콘서트는 27, 28일과 다음 달 1, 2일 나흘에 걸쳐서 열린다. 공연 표는 판매 즉시 매진됐으며, 공연 기간 동안 LA 항공편과 숙박 시설이 동날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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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게 글쓰기는 기적…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

    “이번이 마지막 책이 될 것 같습니다.” 27일 동아일보와 만난 김혜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62·사진)는 휠체어에 앉아 조곤조곤 말했다. 다음 달 8일 펴내는 열 번째 신간 ‘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포르체)가 자신의 마지막 책이 될 거라는 얘기였다. 그는 “2001년 파킨슨병 진단 후 온몸이 점차 굳어가면서도 끊임없이 글을 썼지만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며 “모든 집필활동을 그만두고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에세이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갤리온·2008년)를 비롯해 총 9권의 책을 130만 부 이상 판매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는 뇌 신경세포 손상으로 손과 팔에 경련이 일어나고 걷기가 어려워지는 불치병인 파킨슨병과 21년째 싸우고 있다. “파킨슨병에 걸리면 혼자 생활하는 게 불가능하고 항상 간병인이 곁에 있어야 해요. 혼자 움직이려다가 넘어져 팔이 부러지고 눈이 찢어지기도 했어요. 얼마나 아프냐고요? 온몸이 매일 뒤틀리는 기분입니다. 혼자서 끙끙 앓다가 잠들고, 다시 깨고, 또 잠드는 삶이 이어집니다.” 그는 생사의 문턱에서 힘겹게 버텼다. 처음 진단 당시 의사는 길어야 15년 정도 살 수 있다고 했지만 그는 더 긴 세월 동안 집필을 이어왔다. 그는 “손가락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 매일 ‘독수리 타법’으로 간신히 글을 썼다”며 “30분을 쓰면 하루 종일 누워있어야 할 정도로 힘든 일이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이토록 힘겹게 글쓰기를 고집한 건 “그것만이 세상을 버텨가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상대방과 얘기를 하기도 어려운데 책을 쓴 건 내게는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신간 에세이에서 심리학을 통해 영화를 분석했다. 30, 40대 정신과 전문의들이 모인 정신분석학회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자신의 글에 최근 쓴 글들을 덧붙였다. 그는 영화 ‘기생충’(2019년)을 분석한 ‘아들아, 가장 좋은 계획은 무계획이란다’에서 투병생활을 언급했다. 부잣집에 기생해 살아가는 기택(송강호)의 가족을 보면서 간병인 없이 생활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비춰본 것. 그는 “오랜 간호에 지친 가족들의 짜증 섞인 반응을 볼 때면 내가 가족들의 피를 빨아먹는 기생충 같은 존재가 된 게 아닌지 생각했다”며 “인간으로서 살기 위한 최소한의 존엄성이 있어야 한다는 영화 메시지에 사람들이 열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 빨간 바지 정장을 입고 나왔다. ‘옷이 참 잘 어울린다’는 말을 건네자 그는 씩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내게 여전히 열정이 남아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빨간 옷을 골랐어요. 글쓰기는 그만두지만 삶에 대한 도전은 계속하려고요. 앞으로는 국내 곳곳을 여행하고 싶어요. 최근에는 패러글라이딩을 했는데 래프팅이나 스킨스쿠버에도 도전하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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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생존 불확실한 시대, ‘트렌드 전망서’가 트렌드

    “최근 사회 변화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불확실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이 트렌드 전망서를 찾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58)는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트렌드를 전망하는 책들이 최근 인기를 끄는 요인에 대해 ‘불확실성’과 ‘생존’을 들었다. 김 교수가 쓴 ‘트렌드 코리아 2022’(미래의창)는 지난달 6일 출간 직후 교보문고에서 6주 연속, 예스24에서 4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각각 차지했다. 이 책은 내년 국내 정치와 경제, 사회 등 각 분야 흐름을 전망하고 있다. 김 교수는 “시대가 흔들릴수록 사람들은 변화의 이유를 설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책에 끌리기 마련”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것도 트렌드 전망서가 인기를 끄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기준으로 트렌드 전망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량이 14.1% 늘었다. 강민지 예스24 경제경영 MD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트렌드 전망서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트렌드를 전망하는 책들은 매년 나오고 있지만 올해는 코로나 사태의 후폭풍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채용 전문가 윤영돈 씨가 펴낸 ‘채용 트렌드 2022’(비전비엔피)는 비대면 시대를 맞아 메타버스나 온라인으로 바뀐 새로운 채용 방식을 다루고 있다. 정보기술(IT) 전문가 현경민 씨가 쓴 ‘모바일 미래보고서 2022’(비즈니스북스)는 코로나 사태 후 활황을 맞은 라이브 커머스 시장을 집중 분석하고 있다.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2’도 코로나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개인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원자화 현상이 가속화된 점을 짚는다. 올해 트렌드 전망서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핵심 대상으로 삼고 있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는 신간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2’(위즈덤하우스)에서 MZ세대의 메타버스 플랫폼 소비 규모가 내년에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 씨는 신간 ‘라이프 트렌드 2022’(부키)를 통해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MZ세대에게 흙을 만지고 식물을 키우는 행위가 유행하면서 ‘홈 가드닝’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나연 씨 등 마케팅 전문가들이 공저한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2’(싱긋)는 MZ세대가 즐겨 하는 성격유형검사(MBTI) 유행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출판계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MZ세대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한 트렌드 전망서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은 “트렌드 전망서의 핵심 분석 대상이 기존 중년층에서 MZ세대로 바뀌고 있다”며 “비대면에 익숙한 MZ세대는 타인에게 조언을 구하기보다 책에서 답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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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한 미래에 대한 답 찾고파”…MZ세대 겨냥한 ‘트렌드 전망서’ 인기

    “최근 사회의 변화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불확실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이 트렌드 전망서를 찾고 있습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58)는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올해 트렌드 전망서가 인기를 끄는 건 사람들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라는 것. 김 교수 등이 내년 정치 경제 사회 전망을 담아 펴낸 트렌드 전망서 ‘트렌드 코리아 2022’(미래의창)는 지난달 6일 출간 직후 교보문고에선 6주, 예스24에선 4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위를 차지했다. 김 교수는 “시대가 흔들릴수록 사람들은 변화의 이유를 설명해주고 미래를 예측하는 책에 끌린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것도 트렌드 전망서가 인기를 끄는 이유”라고 했다. 미래를 예측하는 트렌드 전망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 기준 트렌드 전망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량이 14.1%, 출간 종수가 4종(올해 19종) 늘어났다. 강민지 예스24 경제경영 MD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트렌드 전망서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 출간된 트렌드 전망서는 코로나19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코로나 세대’를 겨냥한 게 특징이다. 채용전문가 윤영돈 씨가 펴낸 ‘채용 트렌드 2022’(비전비엔피)는 비대면 시대에 맞춰 메타버스나 온라인으로 바뀐 채용방식을 분석해 취업준비생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정보통신(IT) 전문가 현경민 씨가 쓴 ‘모바일 미래보고서 2022’(비즈니스북스)는 온라인 구매에 익숙한 코로나 세대를 공략하는 방법으로 라이브 커머스(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채널) 시장을 제시한다. 김 교수의 ‘2022 트렌드 코리아’가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놓지 않고 있는 것도 코로나19 이후 개인이 흩어지고 파편화된 현상을 ‘나노 사회’라는 주요 키워드로 짚어 코로나 세대를 분석했기 때문이다. 올해 트렌드 전망서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주요 대상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20대 전문 연구소인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펴낸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2’(위즈덤하우스)는 메타버스의 주 사용자인 Z세대의 구매력이 내년에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 예측한다.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 씨가 펴낸 ‘라이프 트렌드 2022’(부키)는 아파트에서 태어나 성장한 MZ세대에게 흙을 만지고 식물을 키우는 행위가 유행하면서 ‘홈 가드닝’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이라 전망한다. 김나연 씨 등 마케팅 전문가들이 함께 쓴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2’(싱긋)는 MZ세대가 즐겨하는 성격유형검사(MBTI)의 유행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제시한다. 출판계에선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고, MZ세대의 영향력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한 트렌드 전망서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은 “그동안 주요 소비층이었던 중년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던 트렌드 전망서가 코로나19를 거치며 MZ세대를 분석하고 있다”며 “비대면 시대에 익숙한 MZ세대는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를 꺼려하는 탓에 책에서 답을 찾고 있는 만큼 MZ세대도 트렌드 전망서의 주요 독자층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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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1인 출판 창업, 지금이 기회다

    “전 공용오피스나 집에서 일합니다. 직원도 없는데 사무실을 따로 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최근 만난 한 1인 출판사 대표에게 다음 기회에 출판사 사무실에 방문해도 되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날 자신이 일하는 곳 근처에서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실 순 있지만 손님을 초대할 사무실은 없다는 것. 그는 저자 섭외나 원고 정리는 스스로 직접 하고 편집, 디자인, 제작은 외주를 이용하기 때문에 직원을 뽑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아직 매출이 많지 않지만 사무실 임차나 직원 고용에 드는 비용이 없어 수익이 나쁘진 않다”며 “대형 출판사 편집자로 일할 때보다 내가 원하는 책을 기획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 책은 중형 출판사 발행인이자 출판평론가로 활동하는 저자가 자신의 출판 창업의 노하우를 담아 펴낸 출판 안내서다. 저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은 사업이 어려움에 처했지만 출판계는 오히려 기회를 맞았다고 말한다. 이미 많은 출판 업무가 비대면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코로나19에도 사업상 타격이 적었고,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책 판매량이 늘어났다는 것. 이제는 누구나 1인 출판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호기심이 생겨 책을 열었다. 저자는 신생 출판사는 이제 종이책에만 의존하는 기존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만 팔아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것. 그는 특히 책이 지닌 지식재산권(IP)을 영상화, 게임화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예로 드는 건 일본의 대형 출판사 고단샤(講談社). 고단샤는 20년 전보다 종이책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IP로 얻은 부가 수익으로 전체 사업이익은 늘어났다고 한다. 대형 출판사도 변하는 시기에 신생 출판사는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저자는 편집자나 작가가 직접 만나지 않아도 출판 기획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11명의 작가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모아 이야기를 나누게 한 뒤 이를 책으로 펴낸 자신의 경험을 풀어놓는다. 이처럼 온라인으로 작가 섭외와 원고 수정이 이뤄진다면 출판사의 출장비나 인건비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물론 어느 분야나 소규모 사업이 성공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최근 만났던 1인 출판사 대표처럼 다른 방식으로 희망을 가지고 출판업에 도전하는 이들을 만나면 출판업이 맞이하게 될 새로운 미래가 조금이나마 그려진다. 대형 출판사가 기존 방식을 따르느라 하지 못했던 기획, 작가 섭외에 신생 출판사가 도전한다면 출판업의 미래는 밝지 않을까. 앞으로 우린 어떤 출판사가 펴낸 책을 읽게 될까 궁금하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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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엄마가 내 딸이었으면 좋겠어

    우리는 모두 엄마가 임신하고 낳은 존재다. 그런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엄마를 임신하고 싶다. 엄마를 낳고 싶다”고 말한다. 힘든 삶을 사는 엄마를 자신이 처음부터 낳아 키우면 어떨까 상상한 것이다. 엄마의 인생을 이해해 보려 노력한 자는 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작품은 19세 여고생 ‘우짱’과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우짱의 엄마는 집에서 존중받지 못하고 산다. 사랑한다고 믿었던 남편은 폭력을 행사하고 바람을 피운다. 슬픔에 빠진 엄마는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곤 한다. 누군가는 그를 추한 엄마라 부를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짱은 다르다. 엄마의 인생이 기구한 건 엄마의 탓이 아니라 생각한다. 우짱은 엄마가 자신을 책임지기 위해 남편과 이혼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우짱에겐 한없이 사랑을 베푸는 엄마를 보며 우짱은 여성의 인생에 대해 고민한다. 우사미 린은 10대의 아이돌 팬덤 현상을 다룬 장편소설 ‘최애, 타오르다’(미디어창비)로 일본 문학계 최고 권위의 양대 문학상 중 하나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1999년생 작가다. 한국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목소리가 주목을 받고 있듯 일본 독자들도 젊은 작가가 젊은 세대를 그린 작품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이번 소설 역시 주인공이 10대다. 요즘 아이답게 우짱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향한다. 엄마에 대한 우짱의 복잡한 마음을 이해해주는 건 오직 SNS 친구뿐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2019년 발표한 데뷔작임에도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 작가는 우짱의 독백으로 소설을 풀어나가며 엄마를 향한 딸의 애틋한 마음을 잘 담았다. 그 덕에 소설을 읽으며 SNS에서 우연히 우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우짱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우리를 낳은 엄마의 마음을, 엄마를 생각하는 우리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 같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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