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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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련 사이트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http://nambukstory.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zsh75@donga.com

취재분야

2025-11-18~2025-12-18
남북한 관계67%
칼럼23%
사회일반7%
경제일반3%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북핵보다 더 두려운 건 북한 붕괴 아닌가

    북한을 보면 웃통 벗고 “배 째!”라며 뻔뻔하게 덤비는 빼빼 마른 조폭이 떠오른다. 얼핏 단순 무식해 보이지만, “날 찌른 후과(後果)를 감당하겠어?”라는 나름 계산 끝에 나오는 행동이다. 매번 이런 식으로 나와도 이웃집 왕 씨네도 건넛집 양 씨네도 속수무책이다. 문제는 이 조폭이 힘이 센 왕 씨와 양 씨에겐 덤비지 못하고 아랫집 남 씨네만 못살게 군다는 것이다. 경찰을 불러도 “현행법으론 감옥에 넣을 수 없다”고 난감해한다. 기가 산 조폭이 요즘엔 사제 폭발물과 발사 장치까지 만들며 동네를 바짝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명분은 평화적 화학 실험이란다. 어쩌면 좋을까. 사람 사는 동네엔 이런 일이 종종 있다. 지난달에 “배 째!”라는 이웃의 배를 정말 5cm 깊이로 ‘째 준’ 사람이 재판을 받았다. 찔린 당사자는 몇 주 치료받고 끝났지만 찌른 사람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찌른 사람이 훨씬 손해가 크다. 하지만 진짜로 찔러 죽였다면 그땐 죽은 사람이 더 손해다.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우는 어떤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당장 한국 생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면, 어설픈 제재 대신 김정은만 증거 안 남게 핀셋으로 쏙 뽑아버리면 된다. 남쪽에는 그럴 능력이 충분히 있다. 문제는 그 이후다. 남쪽엔 북한의 급작스러운 붕괴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너무나 가난한 북한을 먹여 살리느라 세금이 치솟고, 생각이 완전히 다른 북한 난민 수백만 명이 남하하면 한국의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 이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시나리오다. 그런데 지금 한국 정치를 보면 이런 혼란을 미리 예방하고 감당할 능력이 안 돼 한숨이 절로 나온다. 북한이 믿는 구석이 바로 이것이다. “체제 전복? 참수(斬首) 작전? 웃기지 마. 뒷감당할 자신 있어?”라며 등가죽에 달라붙은 뱃살을 한껏 내미는 것이다. 설 직전 북한의 미사일 실험으로 갑자기 한국이 큰 위협에 빠진 것처럼 떠들썩했지만 진짜 본질을 제대로 봐야 한다. 어차피 원자탄이나 수소탄이나 그게 그거다. 한 발만 서울 한복판에 떨어지면 그걸로 끝이다. 이미 한국은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 사거리에 들어있다. 여기에 대륙간탄도미사일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가 추가된다고 해서 위협이 커지거나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북한의 핵미사일보다 몇 배로 더 두려운,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북한 붕괴에 대한 공포만 넘어설 수 있다면 핵과 미사일 문제도 저절로 풀 수 있다. 북한 붕괴를 감당할 수 없다면 북한이 중성자탄을 만들든 우주 횡단 미사일을 만들든 막을 길이 없다. 아무리 대통령이 “북핵과 미사일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외쳐야 북한도 코웃음치고 우리 국민들도 믿지 않는다. 처벌로는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8일 유출된 유엔 기밀 보고서도 “지난 10년간의 대북 제재는 실패”라고 못 박고 있지 않은가. 핵은 북한이 포기할 수 없는 마지막 자존심이다. 올해 말 또는 내년 말까지 북한은 할 수 있는 데까지 온갖 실험을 해댈 것이다. 그러곤 미국과 한국에 새 정권이 들어서면 “이젠 사이좋게 지내자”며 악수를 청할 것이다. 손을 잡지 않으면 또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도발할 것이다. 이웃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봐야 “먼저 치밀하게 계산하고 승산 없는 싸움은 나서지 말라”고 한 손자(孫子)의 후예답게 중국은 북한 문제에 매우 실용적으로 접근한다. 그들의 답은 아직은 김정은 체제 유지가 낫다는 것이다. 미국 역시 북한에 두려움이 없다. 그러니 북핵을 놓고 이해득실을 따질 수밖에 없다. 우리도 북한 문제에 감정을 앞세우지 말고 전략적으로 치밀하게 계산해 접근해야 한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나 다른 제재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없앨 순 없다. 벌로써 김정은 체제를 고사(枯死)시킬 수도 없다.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체제 붕괴가 목적이라면 훨씬 빠른 길은 따로 있다. 나쁜 짓에 대한 대가로 “너 한번 혼나 봐라” 하는 것이라면 서글픈 일이다. 그런 식의 제재는 되레 김정은의 장기 집권에 도움이 될 뿐이다. 궁핍의 책임을 미제(美帝)의 고립 압살 책동에 돌려버리고 내부 독재를 강화할 명분을 준다. 결국 북한 주민들만 피해자가 된다. 자비를 베풀어 장발장을 계몽시킨 미리엘 신부가 될 자신이 없다면 한국이 핵공포에서 벗어나는 길은 하나다. 통일을 각오했다는 국민의 확신을 북한에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이 깔아놓은 핵과 미사일이란 멍석 위에서 따라 춤추면 김정은만 신이 날 뿐이다. 통일이라는 우리만의 새판을 정말 진지하게 깔기 시작하면 북한이 그 위에 올라서지 않기 위해 새 춤을 추게 될 것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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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 10년간의 대북제재 실패 결론”

    2006년 북한의 첫 핵실험 이후 지난 10년 동안 지속된 유엔 대북 제재가 실패했다는 유엔 내부 기밀보고서가 공개됐다. AFP통신이 8일(현지 시간)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엔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의 효용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며 “제재들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확대를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330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북한이 능동적으로 제재를 회피하고 어기는데도 회원국들은 제재를 강화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원인을 진단했다. 일부 국가는 북한의 제재 위반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유엔을 무시하거나 세부 사항이 부족한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재재 대상에 오른 북한 기업들은 외국 기업에 대리인을 파견해 금지된 활동을 했고 외교관들이 중개인 역할을 하며 소수 국가와 거래를 했다고 설명했다. 사례로 거론된 북한 운송업체 ‘오션마리팀매니지먼트’는 2014년 블랙리스트에 등록됐지만 외국 국적 선박을 이용하고 외국 선원 차출과 선박명 재등록 등을 통해 제재를 피하고 영업을 계속했다. 보고서는 실효성 있는 대북 제재가 되기 위해선 모든 회원국의 헌신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새 대북 제재에 추가로 3개의 북한 기업체와 4명의 개인을 대상으로 자금 동결과 여행 금지 등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7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고 안보리 이사국들은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의 언론 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안보리 의장국인 베네수엘라의 라파엘 다리오 라미레스 카레뇨 주유엔 대사는 “안보리는 중대한 추가 제재 내용이 담긴 새 대북 제재 결의를 신속하게 채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가 강도 높은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자세를 보여 결의안 채택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주성하 zsh75@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

    • 201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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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자지라 방송 “한국, 세계 최악 음주문화”

    한국이 세계 최악의 음주 문화를 가진 국가라고 중동의 대표적 방송사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5일과 7일 방영한 ‘만취된 한국’이란 제목의 25분짜리 다큐멘터리에서 한국의 폭탄주 회식 문화를 비판적으로 소개했다. 스티브 차오 알자지라 아시아특파원이 서울에서 취재한 이 기사는 “한국의 음주 문화는 매우 폭력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음주 때문에 치르는 사회적 비용이 연 200억 달러(약 23조9500억 원)에 이른다며 “한국의 알코올 중독자는 150만 명으로 인구 대비 세계 평균의 2배”라고 지적했다. 방송은 또 한국인은 매일 700만 병의 소주를 마시며 1인당 일주일에 평균 14잔을 마신다면서 술을 매우 좋아하는 민족으로 알려진 러시아인의 6잔보다 두 배 이상으로 많다고 꼬집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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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궤도에서 공중제비… 北위성, 제기능 못해”

    CNN 등 미국 언론은 8일(현지 시간)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발사한 ‘광명성 4호’ 위성이 궤도에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CNN은 “북한 위성은 불안정하게 회전하는 텀블링(공중제비) 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불안정해 어떤 유용한 기능도 못 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CBS방송은 “북한이 발사한 새 위성으로부터 어떤 신호도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며 “위성이 마지막 로켓과 분리돼 궤도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위성 자체가 회전하면서 각종 센서가 기능을 못 하는 텀블링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북한이 2012년 12월 위성 ‘광명성 3호’를 궤도에 진입시켰을 때도 광명성 4호와 마찬가지로 공중제비를 돌며 궤도를 이동해 위성으로서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왔다. 북한이 연이은 궤도 진입 성공으로 미사일 신뢰성은 높였지만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기술은 개선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광명성 4호가 지구 관측 위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광명성 4호를 ‘41332’라는 명칭을 붙여 위성 목록에 추가해 정밀 추적 중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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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볼 공연서 ‘흑인 차별’ 고발한 비욘세

    세계적인 팝스타 비욘세(35·사진)가 7일 열린 미국 최대 스포츠축제인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 하프타임 공연에서 흑인 차별을 주제로 한 공연을 펼쳐 논란이 일고 있다. 비욘세는 이날 공연에서 흑인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뮤직비디오를 소개하며 전날 발표한 신곡인 ‘포메이션(Formation)’을 불렀다. 뮤직비디오는 물에 반쯤 잠겨 있는 뉴올리언스 경찰차 위에 비욘세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경찰차는 결국 완전히 물에 잠긴다. 뉴올리언스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흑인들이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또 뮤직비디오에선 한 흑인 소년이 방탄복을 입은 경찰들 앞에서 춤을 추다가 손을 들고 멈춘다. 이어 ‘우리를 쏘지 말라’는 낙서가 적힌 벽이 화면에 나타난다. 미 언론은 이날 비욘세가 입고 나온 의상은 마이클 잭슨이 생전에 좋아했던 군복 패션이었고 그의 백댄서들은 1960, 70년대 게릴라 활동을 한 흑인 인권단체 ‘흑표당’을 상징하는 검정 반바지와 배꼽티를 입었다고 전했다. 1억2000만 명이 지켜본 비욘세의 공연은 미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음악전문매체 빌보드는 “비욘세가 가수가 아닌 흑인 여성운동가로서 정치적 책임을 훌륭하게 해냈다”며 찬사를 보냈다. 반면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비욘세의 공연은 튀어 보이려는 무리의 끔찍한 무대였다”며 “위험을 무릅쓰고 시민들을 보호하는 경찰을 공격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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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일 돈줄’ 막힌 푸틴… 국영기업 매각 추진

    저유가 장기화로 경제난에 빠진 러시아가 대형 국영기업 지분을 민간에 팔아 현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은 1일 7개 국영기업 사장단을 불러 민영화 논의를 시작했다. 지분 매각 대상 국영기업에는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 로스네프트, 러시아 대표 항공사 아에로플로트, 종업원이 90만 명인 러시아철도가 포함됐다. 바시네프트(석유), 알로사(다이아몬드광산), VTB(은행), 솝콤플로트(조선)도 지분 매각 대상이다. 모두들 서방 기업들이 넘볼 수 없었던 러시아의 핵심 산업이다. 로스네프트는 러시아 석유 생산량의 40%, 세계 석유 생산량의 5%를 점유하고 있으며 3년 전만 해도 일일 생산능력이 450만 배럴로 세계 최대의 석유회사로 꼽혔다. 유가 하락으로 시가총액이 많이 줄긴 했지만 1일 현재 가치는 2조8600억 루블(약 45조 원)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 회사 지분 69.5%를 갖고 있다. 러시아는 2014년까지 재정 수입의 절반 이상을 석유와 가스 수출에 의존해 왔지만 배럴당 30달러대 유가가 지속되면 올해는 석유 및 가스에서 재정 수입의 35%밖에 얻지 못한다. 올해에만 약 260억 달러(약 31조4000억 원)의 예산 결손이 예상된다. 이 부족분을 국영기업 지분 매각으로 채우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국영기업 지분을 매각하기로 한 것은 상당한 궁지에 몰려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16년 동안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철권 통치할 수 있었던 비결은 주요 돈줄인 기업과 기간산업을 꽉 틀어쥐고 포퓰리즘(인기영합적) 정치를 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유가로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마저 매물로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됐다. 러시아는 2013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4000달러대였지만 지난해엔 8000달러대로 반 토막 가까이 났다. 올해 국민 소득이 더 줄게 되면 푸틴 대통령의 인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푸틴 대통령은 궁지에 몰려 울며 겨자 먹기로 기간산업의 지분을 매물로 내놨지만 100% 민영화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는 1일 “국가가 전략적 기업들의 통제권을 잃거나 헐값에 매각하는 것은 안 된다”며 “국영회사는 러시아에 등록된 구매자들에게만 팔아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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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대 싱글맘, 7일간 7대륙 7개 마라톤…‘인간의 한계’ 도전한 15인

    7일 동안 7개 대륙에서 열리는 7개 마라톤 대회를 완주해야 하는 ‘월드 마라톤 챌린지’ 대회에서 미국인 싱글맘 베카 피치 씨(35)가 여성부 우승을 차지했다. 어린이집 운영자 겸 아이스크림 가게 매니저인 피치 씨는 8세 된 어린 딸에게 어떤 난관에도 주저앉지 않고 도전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대회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7게임 합산 기록은 27시간 26분 15초로 평균 완주 기록은 3시간 55분 11초다. 지난달 23일 영하 25도를 오르내리는 남극에서 시작한 대회는 이후 칠레 미국 스페인 모로코 두바이 호주로 이동하며 30일까지 진행됐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15명의 지구인이 모였다. 남자부에선 미 해병대원인 대니얼 카티카 씨와 캘럼 램 씨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둘은 지난해 7월 테네시 주에서 발생한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때 희생된 5명의 전우를 위해 뛰었다고 말했다. 총기 난사 당시 숨진 해병대원들은 수백 발의 자동소총을 쏘며 기지에 침입한 범인에 맞서 동료들이 피신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카티카 씨와 램 씨는 대회 내내 서로를 격려하며 나란히 달렸다. 두바이에서 16분 먼저 들어온 카티카 씨가 3시간 32분 25초의 평균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암을 극복한 호주 50세 여성 히더 호킨스 씨도 전 구간을 완주해 눈길을 끌었다. 두 아이의 엄마인 그는 3년 전 난소암에서 완치된 이후부터 마라톤을 시작했다. 호킨스 씨는 “암에 지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육체적인 한계에 도전했다”며 “난소암 투병자들이 힘을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회 기간 참가자들이 항공기를 타고 이동한 거리는 3만8000㎞. 비행시간은 59시간이다. 2009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의 참가비는 3만6000달러(약 4336만 원). 대다수가 외부 후원을 받아 해결했다. 올해 대회에선 남녀부 모두 대회 신기록이 나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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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내가 젊으니까 우습게 보여?”

    2013년 10월 23일. 평양체육관. 이틀 일정의 북한군 중대장 및 중대정치지도원 대회 둘째 날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주석단 오른쪽으로 서류철을 낀 김정은이 등장하자 2만여 명의 참가자들은 일제히 일어나 열광적으로 만세를 불렀다. 김정은 뒤로 최룡해 당시 군총정치국장, 황병서 당시 북한군 대장 등이 눈을 깔고 조심스럽게 따라 들어왔다. 하지만 정작 참가자들이 궁금했던 것은 서류철이었다. 권위를 중시하는 북한에서 지도자가 직접 서류철을 끼고 나타나는 장면은 보기 힘들다. 서류철을 책상 위에 ‘쾅’ 하고 놓은 김정은은 잠시 뒤 장내가 조용해지자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이름을 부르는 군관들은 앞으로 나오라. ○군단 ○사 ○연대 중대장 김○○….” 살기가 서린 목소리였다. 호명된 이들에게 곧 큰 불행이 닥칠 것이라는 기분 나쁜 예감이 체육관을 휘감았다. 금방까지 열띤 환호성으로 떠나갈 듯했던 체육관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침 삼키는 소리도 들릴 정도의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공포에 사로잡힌 10여 명의 군관이 호명 순서대로 앞에 나섰다. 그중엔 사단 정치위원과 간부부장 등 사단급 고위 군관도 2명 포함됐다. 김정은이 서류철을 열었다. 그가 꺼내든 것은 사진 몇 장이었다. “야! 너 이거 기념으로 가져.” 김정은은 10여 명에게 한 장 한 장 사진을 던져주듯 넘겨주었다. 당시 대회에 참가했던 참가자의 증언에 따르면 사진을 받아들고 돌아서는 군관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모습이 멀리서도 보였다고 한다. 주석단 아래서 대기하던 군인들이 사진을 받아들고 내려오는 군관을 차례로 양팔을 잡고 밖으로 끌어냈다. 사단급 간부 두 명은 그 자리에서 견장을 뜯어냈다. “저 사진 뭐지?” 궁금증에 답이라도 해주듯 김정은이 고래고래 분노를 터뜨렸다. “저놈들은 어제 내 앞에서 잔 놈들이다. 내가 젊으니까 우습게 보여?” 전날 김정은이 참석한 회의에서 존 것이 죄였다. 보이지 않는 카메라들이 자신들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수만 명이 꼼짝없이 앉아 지루한 연설을 몇 시간이나 듣다 보면 조는 사람이 없을 리 없다. 예전엔 대회에서 조는 것이 죽을죄라고 여겨지던 풍토도 아니었다. 하지만 김정은은 단단히 벼르고 졸았던 군관의 사진과 신상까지 직접 챙겨들고 나온 것이다. 고함 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야, ○군단장. 저 자식이 당신 군단 소속이지. 똑바로 관리해.” 김정은의 눈길이 닿는 곳마다 군관들이 머리를 숙이고 사시나무 떨듯 부들부들 떨었다. 증언자 역시 “떨려서 죽는 줄 알았다”고 고백했다. 이후 이어진 회의에서 무슨 연설이 있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끌려 나간 군관들이 처형됐는지 아니면 강등이나 제대로 끝났는지 이후 운명 역시 알 수 없었다. 김정은은 군기만 잡진 않았다. 회의가 끝난 뒤 당근도 하나 던지고 나갔다. “참가자들을 일주일 평양 견학시켜!” 그제야 참가자들은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대장 이상급 군 간부들을 모아놓은 김정은은 이런 식으로 “내가 어리다고 무시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날렸다. 그리고 한 달 반 뒤 보란 듯이 고모부 장성택조차 잔인하게 처형했다. 이후 김정은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조는 사람은 눈을 씻어도 찾을 수 없었다. 목숨이 두 개가 아닌 이상. 그런데 큰 사고가 터졌다. 지난해 4월 열린 군 훈련일꾼 대회에서 다름 아닌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김정은 옆에 앉아 졸아 버린 것이다. 김정은이 몇 번이나 고개를 돌려 노기가 잔뜩 실린 눈으로 쳐다보는 것도 모른 채…. 회의에 참석한 군관들은 누구나 현 부장이 곧 끔찍한 일을 당할 것을 예감했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며칠 뒤 현영철 부장은 잘 알려진 것처럼 숱한 부하들 앞에서 본보기로 잔인하게 처형됐다. 그가 죽은 뒤 북한엔 이런 소문이 돌았다. “현 부장이 1호 행사에서 깜빡 졸까 봐 잠을 막는다는 각성제(필로폰)를 먹었다고 하더만. 그런데 그만 너무 먹어 자버렸대. 살자고 먹은 약 때문에 마약 중독자로 몰려 죽은 거야….” 하지만 주민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북한 중앙급 기관에서 일하다 최근 탈북한 인사는 고령의 김정은 측근에겐 각성제가 의무적으로 공급된다고 증언했다. 각성제를 복용하지 못하면 나이든 간부들이 김정은을 따라다니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현영철이 죽어야 했던 가장 큰 죄는 김정은에게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가 됐다는 점일 것이다. 혹 황병서처럼 김정은 앞에서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였다면 운명이 또 달라지진 않았을까.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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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유가 장기화, IS 격퇴에도 악영향

    석유 밀거래가 가장 큰 수입원인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는 저유가 현상이 역설적으로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가 하락으로 IS도 손해를 보지만 반(反)IS 진영이 더욱 큰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중동 전문 아리시안 국제뉴스통신에 따르면 IS 수입의 40%는 석유 밀거래에서 나온다. IS는 매일 시리아에서 3만 배럴, 이라크에서 1만∼2만 배럴씩 생산해 국제 시세의 반값에 판다.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였던 지난해 6월엔 30달러에 팔았지만 30달러로 떨어진 지금은 15달러밖에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IS는 올 초 시리아 출신 대원들의 월급은 월 400달러에서 200달러로, 외국인 대원은 800달러에서 400달러로 깎았다. 하지만 점령지 내 세금, 유물 거래, 인질 몸값 등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건재해 월 2회 식량배급은 유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IS가 내심 유가 하락을 원할 수도 있다. 세계적인 위기관리 컨설팅업체인 유라시아그룹 이언 브레머 회장은 “저유가가 장기화하면 IS에 대한 압박이 느슨해져 IS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IS가 가장 두려워하는 쿠르드족 페시메르가 민병대가 와해되고 있다. 쿠르드 자치 지역은 원유 판매가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페시메르가 민병대는 석유 시세가 좋을 때 세력이 확대돼 IS 퇴치에 절대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은 유가 폭락으로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한다. 이 때문에 탈영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라크 정부도 최근 “유가 하락으로 인한 수입 감소로 IS와의 전투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미군이 주도하는 동맹군에 지원을 요청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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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캄보디아 박물관서 조용한 외화벌이”

    “전 세계가 북한의 핵실험에 주목하는 동안 은둔의 왕국에서 멀리 떨어진 캄보디아에선 조용한 달러벌이가 이뤄지고 있다.” 북한 최고의 예술가 단체인 만수대창작사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 옆에 건설한 파노라마 박물관을 뉴욕타임스가 25일 집중 분석했다. 북한이 1000만 달러(약 120억 원) 넘게 투자해 지난달 문을 연 박물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초대형 파노라마 그림이다. 가로 120m, 세로 12.5m로 대형 농구장 4개를 합쳐 놓은 크기다. 북한은 예술가 63명을 파견해 꼬박 4개월 동안 그림을 그리게 했다. 이 대형 그림은 앙코르와트가 건설된 12세기 크메르 문화 전성기를 보여 주는데 무려 4만5000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은 한국인을 닮았고, 특히 여성은 한국 미인처럼 보인다. 북한은 2011년 박물관을 짓기 시작해 2014년 완공했다. 하지만 정식 개관하기까지 1년 넘게 캄보디아 정부와 운영권을 놓고 다툼을 벌였다. 북한은 앙코르와트 매표소를 박물관 옆으로 이전하고 앙코르와트 입장료 20달러에 박물관 입장료 5달러를 추가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캄보디아 당국이 거절했다. 결국 북한은 박물관 입장료를 따로 받고 내부에서 북한 미술 작품을 많이 팔아 수익을 내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 입장료는 외국인 15달러, 캄보디아인 8달러다. 캄보디아 물가를 감안하면 비싼 편이다. 북한은 캄보디아 박물관을 10년간 운영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후 캄보디아 정부에 단계적으로 운영권을 넘기기로 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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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아공 ‘처녀 장학금’ 도입 논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여성 시장이 성경험이 없는 10대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순결 장학금’ 제도를 도입했다. 남아공 콰줄루나탈 주 우투켈라 시의 두두 마지부코 시장은 “정기 검진을 통해 처녀성을 입증하는 여학생들에게 3년 동안 학비 일부를 보조하는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달 11일 여학생 16명이 대상자로 선정돼 장학금을 받았고 앞으로도 매년 100여 명의 여고생과 여대생이 장학금을 받게 된다. 처녀성을 입증하는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며 성관계 사실이 확인되면 장학금 지급은 중단된다. 우투켈라 시정부 대변인은 24일 “순결 장학금은 마지부코 시장의 아이디어”라며 “여학생들이 순결을 지켜 학업에 전념하도록 독려할 뿐 아니라 이들을 에이즈와 같은 성병에서 지킬 수 있다”고 밝혔다. 남아공 여성 및 인권 단체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여학생들이 장학금을 받기 위해 처녀인지를 정기적으로 검사받는 것이 끔찍할 뿐만 아니라 성관계 여부와 학업에 전념하는 일은 무관하다는 것이다. 임신과 순결을 기준으로 여성을 차별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남아공 여성부 대변인도 “제도의 문제점을 밝혀내고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지부코 시장의 의도 자체는 순수했다는 옹호론도 적지 않다. 남아공 공영방송인 SABC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에 아이를 가진 여학생은 2만 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223명은 초등학생이었다. 2013년 남아공 통계청 조사에서도 만 14세부터 19세 사이 여성 가운데 5.6%가 임산부였다. 남아공은 650만 명의 에이즈 보균자가 살고 있는 세계 최악의 에이즈 창궐 국가다. 전문가들은 철이 들기도 전인 어린 나이에 무분별하게 성관계를 갖는 악습이 에이즈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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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양 53층 주상복합아파트, ‘세계 초고층빌딩’에 이름 올려

    북한 건물 최초로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의 53층 주상복합아파트(사진)가 세계 초고층 빌딩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22일 세계초고층도시건축협회에 따르면 ‘은하’로 불리는 이 아파트는 지난해 11월 210m 높이로 완공돼 작년 전 세계에서 건설된 높이 200m 이상 건물 106개 중 높이를 기준으로 71위를 차지했다. 북한 언론에 따르면 김정은은 미래과학자거리를 조성하라고 지시하면서 200m가 넘는 주상복합아파트도 건설할 것을 특별히 주문했다. 이 지시에 따라 은하는 9개월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설계에서 완공까지 끝났다. 꼭대기에는 높이 24m, 무게 40t이 넘는 상징탑이 세워졌다. 북한은 은하에 대해 “금시라도 지구를 박차고 오르는 위성처럼, 다시 보면 이슬 맺힌 꽃잎처럼 건물을 설계했다”며 자화자찬했다. 세계가 인정하는 고층 빌딩을 갖는 것은 북한의 오랜 꿈이었다. 특히 남북이 체제 경쟁을 벌이던 시절 북한은 평양에 서울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짓기 위해 돈을 쏟아부었다. 105층에 330m 높이의 유경호텔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이 건물은 1987년 착공돼 1989년 골조가 완공됐지만 아직까지 내부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2008년 미국 패션잡지 에스콰이어는 ‘세계에서 가장 흉물스러운 빌딩’으로 유경호텔을 꼽았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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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수저… 심술궂은 표정… 김정은-트럼프 쏙 닮았네”

    미국 패션잡지 배니티페어가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닮은꼴’을 분석하는 풍자성 기사를 최근 호에 실었다. 잡지는 19개 항목으로 나눠 공통점을 분석했다. 먼저 둘 다 ‘금수저’다. 트럼프는 부친에게서 수백만 달러를, 김정은은 나라를 물려받았다. 스스로를 과대 포장하는 점도 닮았다. 트럼프는 화려한 빌딩 옆에 자기 이름을, 김정은은 북한 전역의 건물에 자신의 얼굴을 내건다. 외모도 공통점이 적지 않다. 심술부리고 조롱하는 듯한 표정이 닮았고,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는 점도 비슷하다. 트럼프의 급하게 빗어 올린 앞머리는 1960년대 지어진 케네디국제공항 TWA 터미널의 곡선을, 김정은의 위쪽만 두툼하게 남겨둔 머리는 1960년대 미국의 힙합 아이콘인 ‘키드 엔 플레이’를 떠올리게 한다. 트럼프의 발언은 시청률에 쫓기는 CNN 앵커들이, 김정은의 말은 놀란 표정의 장성들이 받아 적는다. 가족 분쟁 과정에서 조카의 아이가 아픈데도 지원을 끊은 트럼프, ‘배신한 고모부를 처형해 개들의 먹잇감으로 던져준’ 김정은은 차가운 피가 흐르는 리더들이다. 여가를 즐기는 스타일도 둘 다 공격적이다.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주로 공격하고, 김정은은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한다. 미국 전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의 극찬을 받은 인물이라는 점도 닮았다. 로드먼은 “우리에겐 다른 정치인이 필요 없고 트럼프 한 명만 있으면 된다”고 했고, 김정은에 대해선 “대단하다. 나는 그를 좋아한다”고 평가했다. 잡지는 “두 사람이 트럼프의 골프 리조트에 마주 앉아 북-미 간 데탕트의 시대를 이끌 기회가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한편 2006∼2011년 재임했던 로버트 게이츠 전 미 국방장관은 20일 외교협회 초청 간담회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비난하면서 “김정은은 위험한 데다 멍청(stupid)하기까지 해서 걱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을 종국에는 얻을 것”이라며 “김정은은 군에 자신의 강한 면모를 과시하기 위해 과거에도 한국을 겨냥한 도발을 계속 해왔다”고 덧붙였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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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러패권’ 경쟁… 피로 물든 지구촌

    15일(현지 시간) 아프리카 서부 부르키나파소 수도 와가두구에서 알카에다 추종 세력이 4성급 호텔을 겨냥한 무차별 테러를 저질러 테러범을 포함해 최소 32명이 사망하고 56명이 부상했다. 호텔에 투숙하던 인질 176명은 당국의 진압 후 무사히 구출됐다. 국제테러단체들인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가 새해 들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경쟁적으로 테러를 저지르며 주도권 다툼을 벌이면서 세계가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18개국 출신 28명 사망 와가두구 ‘스플렌디드 호텔’에 테러범 4명이 난입한 것은 15일 저녁. 괴한들은 ‘알라는 위대하다’고 외치면서 총기를 난사했다. 테러범들은 호텔에 진입하기 전 인근 카푸치노 카페에 들어가 이탈리아인 주인과 아내, 5세짜리 딸 등 10명을 살해한 뒤 카페에 불을 질렀다. 급작스러운 기습에 사람들은 화장실에 들어가거나 지붕에 올라가 구조를 기다렸다. 테러범들은 정부군이 투입되자 투숙객을 인질로 잡고 대치했다. 이 호텔은 유엔 직원과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 4성급 호텔로 아프리카 주둔 프랑스군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다. 인질극은 미군 특수부대와 인근 말리에서 급파된 프랑스군까지 합세해 다음 날인 16일 인질범 4명을 사살하면서 막을 내렸다. 테러범 중 2명은 여성이었다. 이 테러로 캐나다인 6명, 부르키나파소인 5명, 프랑스인과 스위스인 각 2명, 미국인과 네덜란드인 각 1명 등 모두 28명이 숨졌다고 BBC가 전했다. 이번 테러는 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AQIM)와 알카에다를 추종하는 사하라 사막의 테러 단체 ‘알무라비툰’이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두 단체는 21명이 숨진 지난해 11월 북아프리카 말리 호텔 인질극에서도 공동 작전을 폈다. 알카에다는 테러 이후 공개한 ‘피와 시신으로 서명한 메시지’라는 음성테이프를 통해 “이번 사건은 파리 테러와 유사하게 최대한 많은 이교도들을 죽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IS가 세계 각지의 테러 단체를 조직에 편입시키는 등 공세적으로 세력을 확장하자 알카에다가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 타깃’ 테러로 존재감을 과시하려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평화유지군도 63명 사살 같은 날 아프리카 동부 소말리아 아데 지역에선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테러단체 알 샤바브가 아프리카연합(AU)군 기지를 공격해 최소 63명의 케냐군이 사살됐다. 알샤바브 대변인은 “무자헤딘 전사들의 공격으로 63명의 케냐 기독교인이 사살됐다”고 발표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 6월에도 모가디슈 북서쪽 AU군 진지를 공격해 수십 명의 부룬디군 병사를 사살했다. 또 67명이 사망한 2013년 케냐 나이로비 쇼핑몰 테러와 148명이 숨진 지난해 4월 가리사 대학 테러 등 등 케냐에서도 크고 작은 테러를 자행했다. 알샤바브의 일부 분파는 IS에 충성을 맹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IS는 16일 시리아 동부의 데이르에즈조르 마을을 공격해 민간인 300여 명을 학살했다고 시리아 국영 SANA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5년간 이어진 시리아 내전 동안 하루 사망자로는 최다 숫자다.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테러를 주도한 IS는 1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추가 테러를 노렸으나 미수에 그쳤다. 경찰은 번화가 지하철에서 자살폭탄 테러 공격을 시도하던 IS 추종자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15일 자카르타 테러 관련 용의자 12명을 체포했다. 이 중 1명은 IS로부터 돈을 송금받아 테러를 기획한 자금책으로 밝혀졌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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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호화부동산 실명제… 검은돈 차단”

    미국 재무부가 세계에서 몰려드는 ‘검은돈’을 차단하기 위해 호화 부동산의 실소유주를 파악하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 보도했다.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는 3월부터 뉴욕 맨해튼과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를 시작으로 실구매자의 신원을 확인하기로 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미 정부는 또 맨해튼에선 300만 달러(약 36억 원) 이상, 마이애미에선 100만 달러(약 12억 원) 이상 부동산 거래 때 구매자 신원을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하도록 할 방침이다. 뉴욕과 마이애미는 해외 부자들이 선호하는 미국 내 대표적 부동산 매입 지역이다. 주요 조사 대상은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이용해 전액 현금으로 거래되는 호화 부동산이다. 미국에선 페이퍼컴퍼니로 부동산을 사들이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틈을 타 검은돈이 부동산 시장에 광범위하게 유입되고 있다고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FinCEN의 제니퍼 캘버리 국장은 “부패한 외국 관리나 초국가적 범죄 조직이 부정한 자금을 비밀리에 투자하기 위해 미국 호화 부동산을 이용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맨해튼에선 300만 달러 이상 호화 주택 1045채가 거래됐다. 총액은 65억 달러(약 7조8000억 원)에 이른다. NYT는 지난해 맨해튼 센트럴파크 인근 고급 아파트인 ‘타임워너센터’의 10년간 소유주를 조사한 결과 러시아 정치인, 콜롬비아의 전직 주지사, 영국 금융가, 말레이시아 총리와 가까운 사업가 이름이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부동산 구입은 다른 주요 도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2008년 이후 500만 달러 이상 부동산 거래에서 페이퍼컴퍼니가 활용된 비율은 로스앤젤레스가 51%, 샌프란시스코 48%, 마이애미가 37%나 된다. 맨해튼의 경우 익명으로 거래된 비율이 2008년 39%에서 지난해엔 54%로 뛰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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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몸은 내가 지킨다”…난민 유입 불안감에 총 드는 유럽인들

    지난해 수백만 명의 난민들이 유입된 유럽 각국에서 총기와 호신용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난민 유입에 불안감을 느낀 유럽인들이 “내 몸은 내가 지킨다”는 생각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해 오스트리아 총기판매가 전년에 비해 350% 늘었다고 13일 보도했다. 오스트리아는 난민들이 독일로 들어가는 통로이자 독일에서 범죄를 저지른 난민이 추방되는 나라다. 면허가 필요 없는 산탄총의 경우 오스트리아 총기상들이 보유한 재고가 모두 바닥난 상태다. 지난해 인구의 2%에 해당하는 19만 명의 난민을 수용한 스웨덴에서도 총기 판매가 급증했다. 57만 명이 모두 190만 정의 총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새로 총기를 산 5명 중 1명은 여성이다. 미처 총기를 구입하지 못한 사람들도 사격클럽에 가입해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여성들에 대한 집단 성범죄가 발생한 독일에서도 총기와 호신용 스프레이 등 다양한 경호용품 판매가 급증했다. 난민들에 대한 증오범죄도 늘고 있다. 독일 당국은 지난해 5월 작센 주 보르나 인근 난민 수용소에 폭탄 테러를 모의한 혐의로 극우단체 조직원 4명을 13일 기소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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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산 고슴도치에서 핵 ‘가시’ 뽑기

    북한 TV에서 최고 인기 만화 시리즈는 ‘소년장수’, ‘다람이와 고슴도치’이다. 이 만화가 방송될 때는 거리에서 아이고 어른이고 찾아보기 힘들다. ‘소년장수’는 고구려시대 소년장수 ‘쇠메’가 외적들을 물리친다는 내용으로, 1997년에 50부로 끝났다. 그런데 재작년 김정은이 100부작으로 만들라는 지시를 내려 현재 58부까지 나왔다. 오랜만에 나타난 쇠메는 청년으로 성장해 콧수염까지 길렀다. 적이 벌벌 떠는 용감한 청년 장수인데, 인민의 눈에 그 주인공의 모습으로 비치길 바라는 김정은의 욕망이 담긴 만화다. ‘다람이와 고슴도치’는 다람쥐와 고슴도치 동맹군이 꽃동산(북한)을 노리는 적을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이들의 적은 승냥이 족제비 들쥐 부대인데 각각 미국 일본 한국을 의인화한 것이다. 우두머리 승냥이는 근육질 몸매에 사납고 힘도 세지만 머리가 나쁘다. 족제비는 교활하고 끈질기다. 들쥐는 승냥이와 족제비의 앞잡이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꽃동산 정찰 임무를 도맡고, 전공도 제일 많이 세우고 아이디어도 많다. 꽃동산에는 마을을 지켜준다고 큰소리치던 힘 센 곰도 살았지만, 술주정뱅이 곰은 들쥐 공작원이 머리 조아리며 건넨 독주를 먹고 그만 죽어버렸다. 이 곰은 소련인 듯하다. 다람이와 고슴도치는 만화의 형식을 빌린 인민 세뇌 시리즈이다. 실제 북한 당국은 자신들을 고슴도치에 비유하고 있다. 전국에 온통 땅굴을 파놓은 것도 고슴도치의 습성과 닮아 있다. 내 머릿속에도 김일성대 시절 들었던 중앙당 강연과장의 강연이 생생히 남아 있다. “동산에 살찌고 맛있는 짐승이 널렸는데, 하필이면 호랑이가 가시 세운 고슴도치를 잡아먹으려 하겠냐.”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고슴도치가 1990년대 중반 영양실조에 걸려 죽다 살아났다. 가시도 다 빠지고 힘도 없어졌다. 그래서 새로 비장의 무기로 ‘핵’ 가시를 준비하고 있다. 잔가시는 다 버려도 치명적 가시 몇 개는 갖겠다는 것이다. 자연에서 고슴도치의 생존 방식은 아주 단순하다. 적이 나타나면 가시를 세우고 몸을 웅크릴 뿐인데 호랑이도, 곰도 피한다. 과거 햇볕정책으로 북한의 외투를 벗기겠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건 외투가 아니라 생존이 걸린 가시 껍질이었던 셈이다. 이제 와서 북한의 핵을 폐기시키기엔 너무 늦은 감이 있다. 북한이 원자탄을 수백 개씩 만들 것도 아니다. 핵보유국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선 10개쯤이면 되고, 많아봐야 수십 개면 충분하다. 이 정도 목표는 몇 년 뒤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실험 후 남한은 대북 확성기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북한이 이것 때문에 핵을 폐기할 리는 만무하다. 더구나 겨울은 북풍의 계절이라 대북 전단(삐라)을 뿌리는 사람들도 집에서 쉰다. 확성기 소리가 된바람을 거스르며, 북한의 맞불 방송 소음까지 누르며 당국의 설명대로 낮에 10km, 밤에 24km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북핵 폐기 목표는 화가 잔뜩 난 고슴도치의 등에서 치명적 가시를 뽑아버리겠다고 나선 모습으로 비유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굴에 몰아넣고 통로를 막는 것이 효과적 전략인 듯 여겼지만, 문제는 고슴도치가 굴에 비상구를 아주 많이 만들어 놓는다는 점이다. 통로 하나를 막으면 금방 우회 통로를 뚫어버린다. 더 근본적 문제는 산 채로 고슴도치 가시를 뽑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더구나 굴에 깊이 숨은 고슴도치의 가시는 뽑을 수도 없다. 굴 밖으로 끌어내야 가시를 뽑든 잡든 할 것 아닌가. 고슴도치에서 기름과 비계를 얻는 인도네시아 원주민들이 정글에서 고슴도치를 잡는 방법은 간단하다. 굴 앞을 지키다가 바나나 송이를 던지면 된다. 무거운 바나나가 가시에 박힌 고슴도치는 움직이지 못한다. 역설적으로 그 가시 때문에 붙잡혀 죽는다. 고슴도치를 자처하는 북한의 핵 가시 위에는 어떤 바나나를 던져야 할까. 방법은 분명 있을 것이다. 가령 미국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스리랑카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몇 달 동안 성층권에 머무를 수 있는 기구나 태양광 드론을 띄워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다.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민간 소속의 기구가 평양 상공 성층권에서 인터넷과 방송 전파를 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북한 주민 머리 위에서 외부 정보가 폭포처럼 쏟아진다면 폐쇄된 북한도 굴 안에서 오래 버티긴 어려울 것 같다. 북한의 핵개발 역사는 30년이 넘는다. 이 긴 역사를 몇 년 만에 무효화시키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핵 폐기 정책도 길게 보고 다시 짜야 한다. 고슴도치를 살려두고 가시만 뽑을 것이냐, 공격성을 없애버릴 것이냐, 굴에 가둘 것이냐, 밖으로 끌어낼 것이냐. 결국 선택의 문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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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이라크內 ‘IS 현금 창고’ 공습… “돈줄 차단 주력”

    미군이 11일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현금 보관소를 폭격해 최소 수백만 달러어치의 현금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모술은 이라크 내 IS 거점이다. 10일 IS 서열 3위이자 이라크 IS 총사령관인 아시 알리 무함마드 나세르 알 오베이디를 공습으로 제거했다고 발표한 데 이은 성과다. 12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군은 IS가 원유 밀거래와 약탈 등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보관하는 건물을 며칠 동안 정찰한 뒤 10일 저녁과 11일 새벽 2000파운드(약 907kg)짜리 폭탄 2발을 투하했다. 미군은 최근 IS의 자금줄인 원유 시설, 원유 수송 트럭, 선박 등에 대한 공습을 강화해 ‘돈줄 차단’에 주력해 왔다. IS가 ‘국가’처럼 기능하지 못하도록 만들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군은 민간인 희생을 예상하고도 현금 창고를 폭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미군 관계자들은 “표적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최대 50명의 민간인 희생까지 감수할 만하다고 판단했지만, 통행이 가장 적은 밤과 새벽에 공습해 민간인 5∼7명만 희생됐다”고 밝혔다. CNN은 미국이 앞으로 IS의 현금 보관소를 추가로 공격할 예정이며 표적의 중요성을 감안해 민간인 피해를 감수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전략적 요충지인 안바르 주 라마디를 빼앗긴 데 이어 연일 이어지는 미군과 이라크군의 총공세로 수세에 몰린 IS도 11일 이라크 전역에서 대규모 연쇄 테러를 감행했다. 이로 인해 최소 52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는 100명이 넘는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석 달 동안 하루에 발생한 사망자 수로는 가장 많다고 전했다. 이날 벌어진 수도 바그다드의 쇼핑몰 공격은 1시간 30분 만에 사망자 18명과 부상자 50명을 남기고 끝났다. 이라크군과 경찰이 즉각 투입돼 교전을 벌여 테러범 2명을 사살하고 4명을 체포했다. 경찰도 최소 4명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 날 바그다드 북쪽 90km에 있는 마을 무끄다디야의 카페에서도 2건의 자살 폭탄 차량 공격으로 24명이 숨지고 52명이 부상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또 바그다드 남동부 교외의 상업지구와 북동부 바쿠바에서도 차량 폭탄 공격이 벌어져 각각 7명과 3명이 숨졌다. 사건 직후 IS는 인터넷으로 성명을 발표해 이날 연쇄 테러가 자신들 소행이라고 주장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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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무력시위에… 北 ‘미국인 인질’ 공개

    북한이 미국 국적의 한국인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해 억류하고 있다고 11일 전격 공개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미국이 전날 B-52 전략 폭격기를 동원해 공개적으로 무력시위에 나서자 ‘인질 외교’로 협박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은 이날 평양에 체류 중인 미국 CNN 방송 기자를 한 호텔로 불러 김동철 씨(63·사진)와의 인터뷰를 주선했다. 2014년 11월 케네스 배 씨(47) 등 미국인 3명이 석방된 뒤 북한에 미국 국적자가 억류돼 있는 것이 확인된 것은 김 씨가 처음이다. 김 씨는 CNN에 자신이 미국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에 살았으며 2001년에 중국 옌지(延吉) 시로 이주해 와 북-중 무역과 호텔 사업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또 2013년 4월부터 한국의 ‘보수 인사’들에 포섭돼 북한의 주요 군사 시설과 경제난 상황 등을 담은 사진을 수집해 왔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 전직 북한 군인(35)에게서 북한 내부 상황이 담긴 USB와 사진을 넘겨받던 중 북-중 국경 지역에서 체포됐으며 현재 평양의 한 호텔에 억류돼 조사받고 있다고 말했다. CNN은 김 씨가 하루 세 끼 식사를 하고 있으며 건강해 보였다고 전했다. 김 씨는 “여러 한국인에게서 북한 정권을 증오하도록 세뇌당했고 지금까지 공작금으로 5300달러(약 640만 원)를 받았지만 돈 때문에 스파이 활동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한국 정부가 나의 석방을 위해 노력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김 씨는 “북한이 수소탄을 만든 것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종식시키기 위한 것이며, 지금이야말로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정책을 바꾸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마치 북한 정권을 대변하는 듯했다. 억류된 신분임을 감안할 때 북한이 시켰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에 억류돼 있는 한국계 캐나다인 임환수 목사(61) 인터뷰도 이날 CNN이 보도했다. 특대형 국가전복음모행위로 지난해 12월 무기노동교화형(종신노역형)을 선고받은 임 목사는 인터뷰에서 “일주일에 6일, 하루에 8시간씩 교도소 과수원에서 사과나무를 심을 구덩이를 파고 있다”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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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남중국해 통킹만서 초대형 해저 유전 찾아내

    중국이 베트남과의 분쟁 수역인 남중국해 통킹 만에서 대형 해저유전을 발견했다. 중국 뉴스 사이트인 창충왕(蒼穹網)은 최대 국영 석유개발회사인 중국석유화공(SINOPEC)이 통킹 만에서 매일 고품질 원유 1000t 이상을 분출하는 해저유전을 찾았다고 11일 보도했다. 해저유전의 첫 번째 지층에선 하루 1264t의 원유와 7만1800m³의 천연가스가, 두 번째 지층에서는 일일 1349t의 원유와 7만6000m³의 천연가스가 뿜어져 나왔다. 원유와 천연가스 자연 분출량은 SINOPEC 탐사 사상 최대이다. 중국 전체로도 최근 1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고 사이트는 전했다. 해저유전의 위치는 광시좡(廣西壯)족 자치구 베이하이(北海) 시에서 남서쪽으로 110km 떨어진 해역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견으로 두 나라는 새롭게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베트남이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주장하는 남중국해 해역에서 중국해양석유총공사가 원유 탐사를 일방적으로 진행하자 베트남에서 대규모 반중 시위가 두 달 동안 이어졌다. 당시 시위대는 중국 기업들을 습격해 사상자를 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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