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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경주군 주석서기(主席書記)를 지낸 기무라는 후에 ‘조선에서 늙으며’라는 책을 썼다. 그는 책에서 “나의 부임을 전후해, 도둑에 의해 반출된 다보탑 돌사자 한 쌍, 등롱(사리탑)을 되찾아 보존상의 완전을 얻는 것이 죽을 때까지의 소망이다”라고 적었다. 이 구절을 보고 한참 의아해했다. 일본인인 그가 왜 조선의 문화재 보존이 소망인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죽었고, 어떤 다른 기록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진의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오랜 의문 끝에 ‘혹시 이런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국가와 민족, 이해관계와 상황을 떠나 자기 일에 진심을 다하려는 공복(公僕)이라면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는…. 일본인인 그가 조선 문화재에 특별한 애착이 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 조선총독도 문화재를 반출하던 시대에 도난으로 책임을 졌을 리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재를 지키고 보존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였던 한 시골 공무원이 어떤 상황과 관계없이 진심을 다해 일하려 했다면 그런 마음을 가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오래전 본 책을 다시 뒤적인 것은 최근 벌어진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수사개시권 명문화)를 보며 누구를 위해 그토록 시끄럽게 종을 울렸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권력은 국민이 위임한 것이다. 따라서 권력기관 간의 권한 분배는 저의야 어떻든 국민과 국가에 이로워야 한다. 이 때문에 작은 이익집단조차 밥그릇 싸움 때는 말이라도 ‘국민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말조차 들리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 문제는 정치인들의 필요로 시작됐다. ‘사법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논쟁은 의원 후원금 모금에 제동을 건 검찰을 손보기 위해 시작된 면이 강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남은 것이 수사권 조정 문제였다. 시작이 그랬더라도 국민의 공복이라면 “우리가 가져야 한다”고 싸우기보다 “우리가 가지면 이렇게 잘할 수 있다”고 말해야 했다. “저들이 가지면 문제가 생긴다”고 하기 전에 “우리가 이렇게 잘해 왔다”고 밝혀야 했다. 최소한 “중요한 권한을 가지려 하는 만큼 앞으로 이런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해야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공박이 커지면서 국회는 손을 놨고, 총리실의 중재는 실패했다. 급기야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나서서 “타결이 안 되면 (이 방을) 못 나간다”고 으름장을 놔 일단락됐지만 이해득실 때문에 또 시끄럽다. 한 번쯤은 그들이 처음 제복을 입고, 고시에 합격했을 때 마음을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그때는 ‘불의에 맞서 거악(巨惡)을 척결하고, 약자를 부축해 일으키고, 굽은 것을 펴는’ 마음을 다짐했을 것이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논쟁은 얼마나 초라한가. ‘공복’이 이해관계를 떠나 자기 일에 충실하다면 그것이 국민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을 리 없다. 국민의 이익을 먼저 말할 수 없는 ‘소유권’ 논쟁이라면 밥그릇 싸움이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지 않은가. 국회의원의 꿈이 고작 배지를 갖는 것일 수는 없다. 시인이 장식용으로 펜을 사는 것이 아니듯 공복이라면 자신의 권한을 다투기보다 어떻게 그것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먼저다. 또 가진 권한을 남용하지 않고 제대로 사용해 왔는지 자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종(鐘)은 국민을 위해 울려야 하기 때문에.이진구 사회부 차장 sys1201@donga.com}

“그분들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요.” 서울에서 전자제품점을 운영하는 박혜정 씨(45·여)는 4월 1일 갑자기 가슴에 통증을 느끼고 쓰러져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겨졌다. 밝혀진 박 씨의 병명은 대동맥 박리증. 생명을 잃을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인 질병이었다. 게다가 박 씨의 혈액형은 Rh― B형이었다. 수술을 하려면 10팩(1팩은 400mL)이 넘는 혈액이 필요하지만 병원이 보유한 혈액은 4팩뿐이었다. 병원 측은 박 씨의 딸 이민희 씨(19)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일가친척을 부르라”고까지 말했다. 급박해진 이 씨가 찾은 곳은 ‘Rh― 봉사회’. 이 씨는 봉사회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고 이 씨의 소식을 접한 봉사회 회원 6명이 서둘러 병원을 찾았다. 검사 후 조건이 맞는 5명의 헌혈 덕분에 박 씨는 기적적으로 생명을 구했다. Rh― 봉사회는 희귀 혈액형인 Rh― 혈액을 급하게 구하는 사람에게 혈액을 공급하자는 취지로 1973년 2월 발족한 민간 자원봉사단체다. 현재 회원 1700여 명이 활동 중이며 매년 200∼300여 명의 Rh― 혈액형 환자에게 피를 공급한다. 회원은 모두 Rh―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 이들은 ‘위급한 일을 당했을 때 피가 없을 수도 있다’는 위험을 항상 안고 살아간다. 이용섭 Rh― 봉사회 사무국장(47)은 “저 사람의 몸에 내 피가 흐르고 있다고 생각하면 친해지지 않을 수 없다”며 “Rh― 혈액은 가족도 못 주는 것으로 회원들은 모두 피를 나눈 형제인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Rh― 혈액 수급이 항상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국내에 추정되는 Rh― 혈액형은 전 인구의 0.3% 수준인 10만∼15만 명이지만 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응급수혈을 하겠다고 밝힌 사람은 1750여 명이 전부다. 이들 거의 대부분이 Rh― 봉사회 회원이다. 나머지 Rh― 혈액형은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Rh― 백혈병 환자가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다가 사망하는 일도 벌어졌다. 당시 사고 후 보건복지부와 적십자사는 부랴부랴 고객지원(CRM)센터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24시간 운영체제가 아닐뿐더러 여전히 대부분의 혈액공급을 Rh― 봉사회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달 백혈병에 걸린 어머니의 Rh― 혈액을 급하게 구했던 이미애 씨(34·여)는 “당시 병원 측에서 ‘현재 혈액이 부족하니 개인적으로도 혈액을 구해보라’고 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구할 수 없었다”며 “다행히 어머니가 자연적으로 상태가 호전됐지만 언제든 다시 입원할 수도 있어서 불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개인주의적 세태 때문인지 갈수록 Rh―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도 단체 참여와 봉사활동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희귀 혈액형 보유자들이 봉사활동에 더 많이 나서 숭고한 목숨을 많이 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h― 혈액이 필요할 때는 Rh― 봉사회 홈페이지(www.rh.or.kr)나 적십자 CRM센터(1600-3705)를 찾으면 된다.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 Rh― 혈액형 ::카를 란트슈타이너가 1940년 붉은털원숭이의 혈액과 응집반응 여부를 통해 구분한 혈액형의 한 종류. Rh―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에 Rh응집원을 갖고 있지 않은 적혈구를 갖고 있는 혈액형을 말한다. }

‘중세시대 프랑스 부르고뉴 고성(古城)에서 직접 떼온 신부대기실 목문(木門)’ ‘세계적인 고급 꽃 장식 브랜드인 도로스 아넥스(Doro's Annex)가 꾸민 예식장’ ‘트뤼플 푸아그라 캐비아 등 세계 3대 진미(珍味)가 나오는 최고급 식사’.지난주 열린 영국 윌리엄 왕세손의 결혼식장 묘사가 아니다. 국내 한 업체가 최근 서울 강남에 문을 연 대한민국 상위 0.1% ‘귀족’을 위한 예식장의 모습이다. 예식장 옆엔 300석 규모의 회원 전용 공연장도 있다. 연회비만 1000만 원. 이달 초 열리는 첫 공연에는 유명성악가 조수미 씨가 무대에 선다.반응은 제각각. 부자가 돈을 ‘펑펑’ 써야 경제가 돌아간다는 평가와 함께 ‘하늘을 찌르는 졸부 근성’이라는 비난도 있다. 여하튼 한국사회 양극화의 한 단면임은 부인할 수 없다.○ ‘중세 귀족처럼 결혼하라’서울 강남구 논현동 경복아파트 사거리에 위치한 초호화 예식장 ○○은 고대나 중세시대 유럽의 고성을 본떠 만들었다. 안에는 예식장과 함께 공연 홀, 스파, 전시관 등이 있고 뷰티클리닉, 웨딩 아케이드, 레스토랑도 들어설 예정이다. 한마디로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고 업주 측은 말했다. 3년여간 약 2000억 원을 들여 지상 4층 규모(대지 1800여 평)로 지난달 30일 개관한 이곳은 초호화 내장재로 장식됐다. 4층 전체 바닥엔 m²당 50만∼100만 원인 이탈리아산 고급 대리석 트래버틴을 깔았다. 외벽은 트래버틴과 가격이 같은 프랑스의 부르고뉴석 2000여 t을 직접 공수해 장식했다.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과 루브르 박물관 등 최고급 건물에 쓰인 고급 석재다. 곳곳에 설치된 샹들리에는 개당 3000만∼5000만 원. 예식 홀, 공연 홀에 사용된 전등은 대부분 오스트리아 명품 크리스털 브랜드인 스와로브스키사 제품이다.프랑스 고성의 우아한 무늬가 살아 있는 신부대기실의 목문 가격은 비공개. 최고가인 하객 1인당 30만 원 선으로 결혼식을 치르면 코스 요리에 푸아그라 캐비아 트뤼플 등 세계 3대 진미가 제공된다. 버섯 요리인 트뤼플은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에서 생산되는 흰색과 프랑스 페리고르 지역에서 나는 검은색 두 종류가 있으며 kg당 보통 500만∼1000만 원을 호가한다.○ 세계적인 파인아트 아티스트 제니퍼 펄뮤터가 실내 장식전체적인 내부 마감은 미국의 파인아트 아티스트인 제니퍼 펄뮤터가 맡았다. 연회장과 예식 홀 등을 장식한 꽃은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을 스타일링한 도로스 아넥스. 예식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주말에만 이뤄진다. 예식 시간도 1∼2시간 안팎인 일반 예식장과 달리 4∼5시간. 리셉션에서 결혼식과 식사 파티까지 한 곳에서 이뤄지는 콘셉트다. 예식이든, 연회든 끝날 때까지 업체 측이 제공하는 앙상블 팀이 직접 현장에서 연주한다. 이 모든 행사를 치르는 데 드는 돈은 하객 1인당 8만∼30만 원 선. 1000명 기준으로 할 때 8000만∼3억 원이 소요된다. 업체 관계자는 “1인당 8만 원은 연출비 꽃 부대행사 등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오직 밥만 먹는 것”이라며 “실제로는 20만∼30만 원대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10%의 부가가치세와 봉사료 10%가 별도로 붙는다. 기타 잡비까지 포함하면 한 번 예식에 보통 4억 원 가까이 들어간다. 웬만한 서울 아파트 한 채가 하루 예식 값으로 날아가는 셈이다.○ 긍정적? 부정적?이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소비는 개인 자유지만 사회적으로는 건강하지 못한 현상이라는 지적과 함께 소득 차가 이미 벌어진 상태에서 부자의 소비를 억제하면 경제 전체가 위축된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이종훈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2009년 총 소득신고금액 90조2000억 원 중 상위 20%가 총 금액의 71.4%인 64조4000억 원을 납부했다. 이는 사회가 20 대 80의 양극화 사회로 변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부자가 증가했다는 것은 일부 중산층만 상류층으로 이동하고 나머지 중산층은 서민층으로 떨어진 것”이라며 “부자마케팅의 활성화는 아래 계층과는 단절된 그들만의 리그가 자리잡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한동철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자마케팅이 일반인에게는 부정적인 면이 있지만 일종의 모방심리를 자극해 소비시장을 활성화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호흡 곤란 증세로 18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예상보다 일주일이나 빠르게 22일 오전 퇴원했다. 노 전 대통령은 21일 호흡 곤란 증세를 진찰받던 중 기관지에서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침이 발견됐으며 제거 수술을 위해 더 입원할 예정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침을 제거하지 않고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병원 측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았다. 의료계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아스피린을 복용해온 것으로 아는데 아스피린을 먹으면 수술 시 지혈이 잘 안 된다”며 침을 제거하지 않은 이유를 추정했다. 동국대 분당한방병원 신길조 원장은 “한의사가 실수로 침을 기관지에 넣었다면 역사에 남을 의료사고”라고 말했다. 침을 놓은 자리와 놓은 침의 개수를 기억하는 것은 침술의 기본이라 이런 실수를 할 한의사는 없다는 것. 일각에서는 혀 밑에 침을 놓았다가 실수로 삼켰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의학계에선 뇌중풍 같은 병의 경우 혈액 순환을 촉진하기 위해 혀 밑에 있는 ‘금진옥액(金津玉液)’이라 불리는 혈(穴·침을 놓는 자리)에 침을 놓기도 하는데 이 시술을 받던 중 실수로 침이 기관지로 넘어갔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순금을 실처럼 가늘게 만들어 피부 아래에 주입하는 이른바 ‘금침(金鍼) 시술’을 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20여 년 전 처음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사람들은 이름에 ‘고등학교’ 명칭이 없다고 우리 학교를 ‘전수학교’라고 불렀다. 동기 중에는 연합고사에 떨어져 온 친구들도 있었다. 시작은 분명 그랬다. 첫 놀라움은 옆 반 급훈을 보면서였다. ‘전원 합격.’ 다른 한 반은 성적순으로 자리를 배정했다. 1등은 창가 쪽 맨 앞자리, 꼴찌는 복도 쪽 맨 뒤였다. 자리는 한 달마다 모의고사 성적에 따라 바뀌었다. 시험 결과가 나오면 전교 약 200등까지 점수와 이름 등수를 명기해 교무실 옆에 방을 붙여 게시했다. 등수를 확인하려는 친구들은 방 앞에 모였지만 나머지 500여 명이 어떤 심정일지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남학생들은 시험에서 틀린 개수대로 소위 ‘아귀창’을 맞기도 했다. 여학생들 치마 아래 종아리에서 퍼런 두 줄을 보는 것은 흔한 풍경이었다. 매주 월요일 아침 0교시에는 쪽지 시험을 봤다. 이 시험은 내신에 반영됐기 때문에 일요일이라고 쉴 수는 없었다. 월요조회 때는 우리 학교와 당시 명문고였던 강남 8학군 학교의 모의고사 성적 비교가 있었다. ‘우리 학교 상위 5%와 강남 ㄱ고(경기고) 5%를 비교한 결과 우리가 ○○점 차로 우수했다’는 내용이었다. 5% 이하의 학생들은 학교의 관심 밖이었다. 3학년이 되자 국영수 수업에 우열반이 생겼다. 문과 남학생 170여 명 중 우반은 50여 명. 며칠이 지나자 기자를 포함해 우반에서 수업 받던 10여 명을 선생님이 따로 불렀다. 선생님은 “너희 담임선생님이 성적 계산을 잘못했다”며 모두 열반으로 돌려보냈다. 창피함과 자괴감에 ‘죽고 싶다’는 생각을 넘어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학교는 오후 10시경 끝났지만 대부분은 인근 사설 독서실로 자리만 옮겼다. 일부 선생님은 우리가 도착했는지 독서실로 확인 전화도 했다. 유쾌하지 않은 옛 기억을 반추하는 것은 최근 KAIST 사태를 보며 ‘경쟁의 이유’에 대한 물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과도한 입시 및 경쟁 교육이 좋을 리 없다. 학교가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찼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 다시 고등학교를 선택하라면 아주 솔직히 우리 학교를 선택할 것 같다. 그렇게 몸부림친 학교 때문에 스스로는 제 앞가림도 변변히 못했던 학생들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눈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 학교가 지금의 대원외국어고등학교다. 서남표 KAIST 총장의 학교 정책이 옳은지 그른지 구성원이 아닌 기자는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적인 경쟁은 존재하지 않으며, 구성원이 좋아하는 개혁도 없다는 점이다. 연구자는 좋아하는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지만 페이지 수에 한계가 있는 ‘네이처’지는 우수 논문 중에서 게재 순위를 정할 것이다. 한 고등학교의 몸부림은 그 학교와 고작 수백 명 학생의 미래를 바꾸지만 한 대학의 몸부림은 국가와 사회의 미래를 바꾼다. 이 고통은 엘리트라 불리는 사람들에게는 피해서는 안 되는 숙명이다. 비록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프겠지만 그 고통이 클수록 세상이 지금보다 나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는 자기 자식에게만 써도 모자랄 어느 부모의 돈을 세금으로 걷어 그들의 학비를 지원하는 것을 인정한다. 이것이 다른 학생들과 달리 그들에게 보다 과도한 학업과 경쟁을 요구하는 이유인 것 같다.이진구 사회부 차장 sys1201@donga.com}
탈북자 6명과 함께 중국에서 배를 타고 넘어온 중국 동포 3명은 정부 조사 초기에 탈북자 행세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합동심문조는 “자신들이 북한에서 탈출한 남매라고 주장한 이모 씨(42)와 여성 이모 씨(38), 그리고 여성의 딸(6) 등 3명이 처음에는 탈북자라고 주장했으나 조사 과정에서 중국 동포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정부 합동심문조에는 국가정보원, 군, 해경, 경찰,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 등 10여 명이 참여했다. 이에 앞서 합동심문조는 24일 오후 6시부터 4시간 반 동안 전북 군산항 1부두 해경 전용부두 시설에 정박된 군산해경 소속 경비함 271함(250t급) 선실에서 이 씨 등 3명을 조사하면서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 씨 등이 북한 출신 지역이나 출신 학교를 묻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한 것. 합동심문조 관계자는 “이 씨 등이 처음에 탈북자라고 거짓말을 했다가 북한 전문가들의 조사가 진행되자 부모들이 북한 출신이며 자신들은 중국에서 태어났다고 진술을 바꿨다”고 말했다. 또 합동심문조 조사 과정에서 이 씨 등은 자주 말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되는 조사에 이 씨 등은 남매가 아니며 처음 만난 사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동심문조 사이에서 이 씨 등 중국 동포 3명이 탈북자 6명 사이에 끼어 밀입국을 시도하려 했다며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고 전했다. 이 씨 등은 탈북자 행세를 해 한국에 밀입국하거나 정착하기 위해 종교단체에 위장 접근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합동심문조의 다른 관계자는 “이 씨 등을 강제 추방하기 위해 중국 비자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인적사항 등이 확인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모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있는 이 씨 등은 2주일 내에 중국으로 강제 추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씨 등과 함께 어선을 타고 온 탈북주민 6명은 국정원 관계자들과 함께 서울로 가 추가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탈북을 주도한 김성은 갈렙선교회 목사는 “이 씨 등이 북한 자강도 출신으로 남매가 분명하며 중국 산골에서 어렵게 생활하다 남한행을 선택했다”며 “최소한 이 씨 등이 탈북자인지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마친 후 추방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군산=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김성은 목사 “이번 탈북소식에 우리가족도 구해달라 전화 쇄도” ▼기획입국 주도 “최대 30명이 탈북할 예정이었는데 도중에 이런저런 이유로 탈락자가 많이 생겨 참 안타깝습니다.” 24일 서해를 거쳐 전북 군산항에 도착한 ‘기획 탈북’을 주도한 충남 천안의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47)는 “당초 탈북을 희망한 사람이 30명가량이었는데 최종적으로 9명으로 줄었다”며 “탈락자의 상당수는 일반 브로커와 달리 우리가 탈북 비용을 받지 않자 인신매매를 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해 막판에 떨어져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한 가족은 갑작스러운 연락 두절로 결국 함께 오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또 “이번 탈북자 가운데에는 ‘인민열사’의 손자 김모 씨가 포함됐다”며 “김 씨의 조부는 김일성의 부친 김형직과 항일운동을 함께했다는 사실이 북한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탈북자들의 상당수는 두 달 전에, 일부는 며칠 전에 출발지 주변에서 감시의 눈을 피해 흩어져 지내다가 당일 한곳에 합류해 한국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2000년 두만강 유역에 선교하러 갔다가 북한 주민의 어려운 실상을 보고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탈북을 돕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을 돕게 된 이유는 우리 교회에 나오는 탈북자들이 북에 남아 있는 가족들을 걱정하는 것을 덜어주자는 차원인데 일부에서는 나를 대공 용의점이나 있는 것처럼 취급하는 등 순수한 뜻을 왜곡하는 경우가 있어 힘들다”고 말했다. 이번에 입국한 탈북자 가운데 4명은 갈렙선교회에 다니는 국내 탈북자의 가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목사는 천안시 쌍룡동 주택가 상가 건물에서 갈렙선교회를 운영하면서 북한 주민의 탈북뿐 아니라 남한 내 탈북자의 정착도 돕고 있다. 후원자 120여 명과 언론 보도 등을 보고 연락해 오는 기부자들의 도움으로 탈북 비용을 충당하며 교회에 나오는 탈북자 및 자녀들의 교육과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김 목사는 “이번에 대거 탈북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4일 저녁부터 국내 탈북자들에게서 ‘우리 가족도 좀 (북한에서) 구해 달라’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머피의 법칙’은 흔히 재수가 없을 때 사용하는 말이지만 원래 의미는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일은 결국 잘못되고 만다’는 뜻이다. 나쁜 씨는 결국 나쁜 열매를 맺는다고나 할까. 최근 여론의 질타를 받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정치자금법 개정안 처리가 꼭 그렇다. 4일 행안위가 기습 처리한 개정안은 국회의원이 눈치 보지 않고 특정 이익단체의 돈을 받을 수 있는 길을 터줬다. 개정안의 상임위 기습 처리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론은 끓는 물처럼 폭발했다. 더욱이 이 시기는 검찰의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로비 수사로 여야 의원 6명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들 의원에 대한 처벌 근거는 사라진다. 당연히 ‘제 식구 감싸기’를 넘어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난이 일었다. 행안위의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법안 내용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문제가 없는 곳은 없었다. 소위원회 위원도 당일에야 알 정도로 기습작전 같았던 처리 과정, 여론의 질타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본회의 처리 방침, “이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며 이상한 묵비권을 행사한 의원…. 물론 정치자금 기부 금지 범위를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에서 ‘법인 또는 단체의 자금’으로 한정함으로써 이익단체가 ‘쪼개기 후원’ 등 각종 편법을 동원해 금품 로비를 벌일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개정안 내용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진짜 ‘나쁜 씨’는 2004년 도입된 소액후원금제도에 ‘전액세액공제’와 ‘소득공제’라는 ‘독’을 심으면서 이미 뿌려졌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소액후원금제도는 불법 정치자금을 차단하고 개개인의 자발적 정치 후원을 권장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기부활성화’라는 미명 아래 10만 원을 기부하면 세액공제 및 소득공제를 통해 11만 원을 돌려주는 편법을 사용했다. 형식은 ‘기부’지만 사실상 국민 이름을 빌려 나랏돈으로 의원 후원금을 준 셈이다. 그것도 원금만 준 것이 아니라 10%의 ‘재테크’ 효과까지 유발했다. 당시 의원들은 후원금을 모금하면서 팸플릿이나 플래카드에 당당하게 ‘10만 원 내면 11만 원을 돌려받습니다’라고 선전했다. 2006년 전액세액공제를 10만 원까지로 변경했지만 근본은 달라지지 않았다. ‘기부’라는 이름으로 의원들이 이용한 이 제도를 다른 집단이 가만히 놔둘 리는 만무하다. 이 제도는 입법로비 등이 필요한 이익단체에는 참으로 편리한 수단이 됐다. 금전적 손해도 없이 소속 단체의 이익을 반영할 수 있다면 누가 마다할까. 국민의 질타가 거세지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서 개정안 수정, 19대 국회부터 적용 등 온갖 방안이 나왔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소액후원금제도에서 ‘전액세액공제’라는 ‘나쁜 씨’가 제거되지 않는 한 청목회 같은 유사 사건은 끊이지 않을 것 같다. 이 제도에는 본래의 ‘기부정신’이 실종되고 오직 ‘수금’이라는 잿밥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기부는 ‘희생과 대가 없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 낸 돈을 그대로 돌려주는 것이 어떻게 기부가 될 수 있을까. 물이 끓어 넘치는 것을 멈추는 데는 불타는 장작을 들어내는 것보다 나은 방법은 없다. ‘전액세액공제’라는 ‘장작’이 제거되지 않는다면 이번처럼 ‘나쁜 씨’의 결과는 또 나올 수밖에 없다. 이것이 진짜 ‘머피의 법칙’이다.이진구 사회부 차장 sys1201@donga.com}

양찬우 전 내무부 장관(사진)이 14일 오후 2시 반경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 고인은 부산 출신으로 육군사관학교(3기)를 졸업하고 소장으로 예편한 뒤 경남도지사와 내무부 장관, 7∼10대 국회의원, 공화당 사무총장, 자유민주연합 상임고문 등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주명(㈜다울소프트 대표), 현숙, 현미, 현경 씨 등 1남 3녀와 사위 이순영(사업), 정문용 씨(서울보훈병원 신경정신과)가 있다. 빈소는 서울 삼성서울병원 영안실 15호실. 발인은 17일 오전 7시. 02-3410-6915}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원곤 부장)은 31일 1400억 원대의 횡령·배임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사진)을 구속 기소했다. 또 비자금 관리를 맡은 이 회장의 어머니 이선애 태광산업 상무와 오용일 태광그룹 부회장 등 그룹 전현직 고위간부 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13일 태광그룹 본사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검찰 수사는 111일 만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1997∼2005년 태광산업에서 생산되는 섬유제품을 무자료거래를 통해 빼돌리거나 임직원에게 급여를 준 것처럼 회계 처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460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다. 또 2006년 CJ미디어 대표로부터 케이블TV의 좋은 채널을 배정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비상장 CJ미디어 주식 186만 주를 취득해 250억 원가량의 시세차익을 본 혐의도 받고 있다. 태광그룹 계열사 중에는 케이블 채널을 배정하는 종합유선방송사(SO) 티브로드가 있다. 검찰은 이 회장과 어머니 이 상무 등이 총 4400억 원 상당의 출처불명 자금을 만들고 7000여 개의 차명계좌를 관리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태광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직원은 감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회사 자금을 빼돌려 왔다”며 “대법원 양형기준을 적용할 때 단기 7년, 장기 11년 징역형이 선고될 정도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보도자료 말미 ‘수사팀의 바람’이라는 항목에서 전날 한화 비자금 수사가 불구속 기소로 끝난 데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시했다. 검찰은 이 자료에서 다산(茶山) 정약용의 흠흠신서(欽欽新書)를 인용해 “다산 정약용은 흠흠신서를 통해 ‘죄 있는 사람을 석방하고 징역형에 처할 자에게 가벼운 형벌을 내린다면 이는 법을 업신여기는 것’이라며 정의에 합당한 형벌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몇 년 전 오너들이 구속돼 재판을 받았던 재벌기업은 오히려 세계적인 투명 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며 “오너가 구속된 것이 이들 회사에는 독(毒)이 아니라 쓴 약(藥)이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비자금 규모는 밝혀냈지만 비자금을 사용한 태광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규명하지 못했다. 봉욱 서울서부지검 차장은 “로비 의혹은 제기됐으나 이와 관련된 내부고발자 제보나 관련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태광그룹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의무를 다하여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향후 공판 과정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총을 잡은 손에는 쩌릿한 금속 느낌이 피를 타고 전해졌다. 화장을 지운 두 볼은 차가운 칼바람으로 빨갛게 달아올랐다. 훈련이 거듭될수록 호흡은 거칠어졌지만 ‘나라를 지키는 것은 바로 우리’라는 뭉클한 감정에 흔들리는 다리를 곧추세웠다. 저 멀리 지나가는 늙은 군인의 닳은 군화 뒤축은 ‘나라는 입과 머리가 아니라 손과 발, 흘리는 피와 땀으로 지키는 것’이라는 것을 무언(無言)으로 웅변하고 있었다. 》군대는 남자들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나. 대한민국 군(軍) 사상 최초인 여성 ROTC 후보생들과 함께 일일 후보생이 돼 장교 훈련을 받았다. 19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학생중앙군사학교에서 열린 이날 훈련에는 나와 건국 이래 최초인 59명의 고려대, 숙명여대, 충남대 등 7개 대학 출신 여성 ROTC 후보생이 참여했다. 나는 하루지만 10일 입소한 후보생들은 3주간 훈련을 받는다. 그래도 우리는 ‘전우(戰友)’다.○ 국가는 남자와 여자가 함께 지키는 것적의 총알이 여자라고 피해 갈까. 훈련에 남녀 차이는 없었다. 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은 오전 6시. 얇은 티셔츠 안으로 영하 10도 안팎의 칼바람이 파고든다. 도수체조를 끝낸 뒤 남자 ROTC 후보생들과 함께 뛰는 5km 구보. 뛸수록 호흡이 가빠진다. 우리보다 넓은 그들의 보폭을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모두들 아직 훈련이 익숙하지 않지만 지고 싶지는 않다. 2분간 윗몸일으키기 120회, 팔굽혀펴기 70회를 거뜬히 해내는 후보생도 있다. 남자 동료들도 놀라는 기록이다. 여자라고 적이 살살 때릴까. 안에는 분홍색 내복을 입고 작은 입술에는 립글로스를 발랐지만 전투복을 입고 총을 들자 더 이상 여대생이 아니었다.이날 오전은 총검술 훈련이 주를 이뤘다. 작은 강아지 무게만 한 K2 소총(대검 0.27kg 포함 3.53kg)은 10초만 들고 있어도 팔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무거웠다. 강아지는 안 무거웠는데…. 박기은 후보생(21)은 “나중에 소대원들에게 존경스러운 소대장이 되려면 나부터 잘해야 한다”며 “각(자세)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 몸에 배지 않았다”고 자연스럽게 군대용어를 썼다. 박 후보생은 숙명여대 체육교육과 재학생으로 검도, 수영으로 다져져 총 든 자세가 동기 중 가장 군인답게 보였다. 영화 ‘G.I. 제인’의 데미 무어처럼.4시간여 동안 찌르기 막기 때리기 등의 총검술을 익히는 동안 누구도 힘들다고 뺀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은 처음 해봐서인지 오히려 재미있다는 반응.구령으로 목소리가 다 쉰 한정인 후보생(20)은 자세가 잘 잡히지 않는다며 지나가던 교관에게 소나기 질문을 쏟아냈다. “대검 끝을 몇 도로 비스듬히 틀면 적의 가슴을 ‘팍’ 찌를 수 있습니까.”김해빛나 후보생(20)은 “진짜 총으로 총검술을 배우니 진짜 군인이 된 느낌”이라며 “지금까지는 여대생이었지만 내일은 최강의 전투형 소대장이 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그래도 아직은 여대생 그래도 짬짬이 쉬는 동안에는 말똥만 굴러가도 웃는다는 여대생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숙명여대 김유리 후보생(21)은 “오전 훈련을 나가기 전에 무심코 동기들에게 ‘얘들아, 5분 남았다. 얼른 옷 갈아입고 군장 챙기자’고 말했다가 ‘아차!’ 했다”며 “‘얘들’ 대신 ‘동기들’이라는 말을 써야 했는데 깜빡했다”면서 웃었다.그래서인지 후보생들은 말실수를 할 때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용어 사용을 똑바로 하자”를 10번씩 복창하며 팔굽혀펴기를 했다. 쉬는 시간 무심코 누군가 최근 끝난 SBS ‘시크릿 가든’ 결말을 묻자 또 다른 동기가 “우리 지금 장난하러 온 거 아니다”라며 따끔하게 지적했다.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후보생은 “우리는 대한민국 육군 장교 후보생입니다. 수동적으로 누가 혼내기를 기다리기보다 저희가 알아서 고쳐 나가야 합니다”라며 ‘다·나·까’(서술어를 ‘…다’ ‘…나’ ‘…까’로 끝내는 군대식 말투)로 말했다.잘 알 수 없는 교관들의 지시에는 ‘왜 이런 지시를 내리는지’를 한 번 더 고민하는 습관이 들었다고 한다.“지금은 제 앞가림도 겨우 하지만 나중에는 소대원들을 보살피고 나아가서는 군대를 이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We are Soldiers(우리는 군인이다)점심 식사가 끝나고 김세영 후보생(22)이 오후에 있을 영외 훈련에 대비해 몸집보다 더 큰 군장을 둘러멨다. 15kg짜리 완전 군장에는 5kg짜리 모래주머니도 포함된다. 김 후보생은 “소대장이 되면 행군을 갈 때에도 제일 앞장 서야 하고 다치거나 지친 소대원이 있으면 그 몫까지 대신 들어줘야 한다”며 “언젠가는 이런 군장 2개도 거뜬히 들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훈련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여자 후보생들의 생활관 교육을 책임지는 황보정미 대위는 “얼차려를 줄 때 여자 교육생들을 봐주려고 하면 ‘똑같이 해 주십시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며 “여성 남성 후보생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훈련에 임하는 자세도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잠시의 쉬는 시간이 끝나고 다시 훈련 시작을 알리는 호루라기가 날카롭게 울렸다. 인간인지라 여기저기서 “끙∼” 하는 작은 소리가 들린다. 그때 누군가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가자, 우리는 군인이다.”학생중앙군사학교=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상가를 거래할 때 붙는 ‘권리금’은 지역과 업종의 업황을 즉각 반영한다. 2009년과 2010년 서울시내 25개 구에 자리한 점포 매물 3만5192개의 권리금 추이를 비교해 보니 강남 3구는 올랐지만 중구, 강북구 등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 차이도 뚜렷했다. 2010년 뜨고 진 지역, 잘나가는 업종과 쇠퇴하는 업종을 권리금 추이로 알아봤다.■ 무상복지에 거리 두는 박근혜, 왜?민주당의 무상복지 시리즈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재원 마련과 현실성을 놓고 한나라당은 ‘나라 망칠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다. 민주당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정작 복지 이슈 선점에 나섰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조용하다. 그가 침묵하는 이유는 뭘까.■ 다시 희망가 부르는 40대 ‘치킨 아빠’들쉰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오늘도 오전 2시까지 닭을 튀긴다. 20, 30대 잘나가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빚부터 털어내야 할 처지. 때론 “이것밖에 할 게 없다”고 자학하면서도 “닭 튀길 열정은 남았다”며 기뻐할 때도 있다. ‘다시 공존을 향해’가 자영업의 마지막 희망, 치킨 아빠를 만났다. ■ 고교 ‘내신 몰아주기’… 들끓는 교육계“내신 조작이 들통 나지 않도록 거짓말하는 방법까지 알려줍니다.” 고교에서 성적 우수 학생에게 ‘내신 몰아주기’가 횡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육계가 들끓고 있다. 일부 학원가 진학담당 교사는 수행평가 몰아주기, 시험문제 어렵게 내기, 상 몰아주기가 ‘3대 수법’이라고 귀띔했다. ■ 한명숙 5차 공판 현장에 가보니강추위에도 법정은 열기로 후끈거렸다. 17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5차 공판에서 검찰과 한 전 총리 측은 법정에서 파워포인트로 프레젠테이션을 해가며 유무죄 공방을 벌였다. 이날 한 전 총리는 이전과 달리 변호사들이 건네준 서류를 검토하며 때때로 밑줄을 긋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튀니지 혁명… 프랑스 이중적 태도 도마에튀니지의 민중혁명에 대해 전 식민통치국이자 우방인 프랑스가 보여 온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만 생각한 나머지 튀니지 국민의 민주화 요구를 모른 체하고 독재자에게 일방적 지지를 보냈던 ‘인권의 나라’ 프랑스의 이중적 행태가 언론의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홍대 인디밴드 103개팀 27일 ‘동시폭발’ 27일 서울 홍익대 앞에 밀집한 26개 클럽에서 103개 팀의 무대가 펼쳐진다. 이들이 뜻을 모아 수익 없이 자신의 공간과 시간을 내어 공연을 펼치는 일은 흔치 않다. ‘나는 행운아’라는 제목의 공연은 지난해 뇌경색으로 세상을 뜬 1인 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추모 공연이라는데….}

고용노동부가 본부는 물론 산하단체의 외주 홍보 대행에 대해 대대적인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고용부 고위관계자는 13일 “외주 홍보가 홍보 효과에 대한 사후평가가 부실하고, 부적격 업체를 선정하는 등 문제가 많다는 지적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용부와 산하단체들은 기관 차원은 물론 해당 부서 및 팀별로 업무상 필요할 때마다 홍보대행업체를 선정해 관련 내용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홍보 효과에 대한 사전 평가는 물론 사후 점검도 거의 없어 전형적인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았다. 고용부가 외주 홍보 사업의 점검에 나선 것은 최근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홍보대행을 맡은 유니세스 라이브그룹의 행태가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공단의 홍보대행을 맡은 이 업체는 배포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낮은 자료를 작성해 공단 직원이 다시 관련 자료를 작성하는가 하면, 홍보물 배포도 누락시키는 등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단 관계자는 “2억여 원을 주고 홍보대행을 시켰지만 자료가 부실한 것은 물론 홍보 대행 후 공단 이미지가 더 나빠지는 등 문제가 많아 앞으로 입찰을 제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고용노동부가 산하 사단법인인 대한산업보건협회 최모 회장(65)을 10일 업무상 횡령과 배임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최 회장은 2009, 2010년 2년간 141차례에 걸쳐 1억400만여 원의 업무추진비를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 등에서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다. 고용부는 최 회장이 서울 서초구의 한 단란주점에서만 수십 차례에 걸쳐 무려 5600만여 원을 썼지만 업무와의 연관성을 입증하지 못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 회장이 지난해 3월 9일부터 4월 2일까지는 2, 3일에 한 번꼴로 유흥업소를 출입하며 모두 1000만여 원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이 돈을 모두 협회 이름으로 발급된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25일로 예정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차기 위원장 선거가 묘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3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모든 후보가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와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재개정(타임오프 재개정)’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한국노총의 ‘정책연대’는 그동안 노동계 안팎에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순수한 의미의 정책연대가 아니라 지난 대선 직전 갑작스럽게 이뤄진 선거연대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2008년 1월 말 당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작년 12월 10일 한국노총과 한나라당이 정책연대를 체결했고, 여러분이 전 지역을 다니면서 선거운동을 열심히 한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으로 한국노총은 그동안 타임오프(유급근로시간면제제도)와 복수노조 도입의 고비 때마다 ‘정책연대 파기’를 전가의 보도처럼 들고 나왔다. 그때마다 지방선거와 각종 재·보궐선거를 앞둔 한나라당은 놀란 토끼처럼 뛰쳐나와 정부와 한국노총 간 중재역할을 맡았다. 후보들이 건전하고 독립적인 노동운동을 위해 선거연대로 변질된 정책연대를 파기하겠다면 물론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진정성보다는 선거용이라는 의구심이 든다. 당선을 위해 또다시 상투적인 전략을 쓰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위원장은 선거인단 투표로 선출된다. 선거인단 거의 대부분은 각 사업장에서 노조 간부로 활동하는 사람들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유급노조 전임자를 축소한 타임오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타임오프에 대한 감정이 좋을 수가 없다. 이런 성향의 투표인단에게 타임오프 재개정은 가장 효과적인 공약일 수밖에 없다. 또 정부가 꿈쩍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실행하려면 ‘정책연대 파기’를 통해 한나라당을 압박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다. 더욱이 차기 위원장 임기 중인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도 민감했던 한나라당이 직접적인 사활이 걸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한국노총의 요구를 모른 척하기는 쉽지 않다. 각 후보는 저마다 출사표에서 “타임오프·복수노조 투쟁에서 현 집행부의 행태에 실망하고 좌절한 현장 동지들의 뜨거운 눈물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현장 동지’가 전체 조합원인지, 선거인단이 될 극소수의 노조 간부인지 구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타임오프가 그토록 일반 조합원에게 피해를 주는 ‘악법’이라면 왜 지난해 수차례 공언했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총파업이 조합원 참여 저조로 단 한 번도 성사되지 않았을까.이진구 사회부 sys1201@donga.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구제역 파동 속에서 8일 전주에서 열 예정이던 전북지역 시내·외 버스노조 파업 지원 집회를 연기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7일 성명서를 통해 “전북지역 버스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결의대회를 하기로 했지만 구제역에 대한 지역농민의 걱정과 한숨을 외면할 수 없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회사가 불성실한 교섭으로 일관한다면 더 큰 규모의 전국노동자대회 등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음을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당초 민주노총은 구제역 확산 우려에도 “고속버스 등의 대중교통수단을 통해서만 하루에 수십만 명이 오가는데 5000여 명이 참석하는 집회가 구제역을 확산시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강행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구제역을 전파시킬 수 있다는 각계의 우려와 비난이 잇따르자 집회를 연기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올 7월부터 유니언 숍(union shop·종업원이 입사하면 반드시 노조에 가입하고 탈퇴하면 회사가 해고토록 하는 제도)의 폐해가 사라진다. 고용노동부는 6일 복수노조 허용과 관련해 내놓은 시행 지침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7월부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2명 이상만 되면 노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기존 노조가 노조 탈퇴나 미가입을 이유로 해고를 요구해도 다른 노조를 만들어 가입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현대차 노조)의 경우 단체협약에 ‘인사노무 담당 등 일부 보직을 제외한 신규 입사자는 입사와 동시에 조합원이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지부 등 다른 국내 거대 노조도 대부분 단협으로 유니언 숍을 채택하고 있어 근로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혀 왔다. 고용부 측은 “만약 기존 노조가 노조 탈퇴 등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려고 할 경우 새 노조를 만들어 가입하면 유니언 숍을 근거로 불이익을 줄 수 없게 된다”며 “제도적으로는 유니언 숍이 존재하지만 사실상 효력은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가입을 원하지 않거나 탈퇴하고 싶어도 유니언 숍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입하거나 조합원으로 남아 있어야 했던 근로자들에게 선택의 기회가 생긴다는 얘기다. 복수노조 허용으로 그동안 대부분의 거대 노조에서 단협에 명시했던 ‘유일교섭단체’ 조항도 효력을 잃게 됐다. 유일교섭단체란 ‘특정 노조가 해당 기업의 유일한 노동단체이며 다른 어떠한 제2의 노동단체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단협 조항. 현대차 노조의 경우 ‘회사는 조합이 전 조합원을 대표해 임금협약, 단체협약 및 기타 사항에 대해 교섭하는 유일한 교섭단체임을 인정한다’고 단협에 명시하고 있다. 고용부는 “이 조항은 다른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근본적으로 박탈하는 것”이라며 “복수노조 시행으로 이 조항은 앞으로 원천 무효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회사가 이 조항을 근거로 다른 노조와 교섭을 거부할 경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돼 처벌받게 된다. 고용부는 또 회사 내에 복수의 노조가 존재할 경우 근로자가 원칙적으로 두 개 이상의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노사가 합의해 이중 가입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가능하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기능 인력 양성이 곧 국가 경쟁력 강화의 초석입니다.” 내년 1월부터 기존 ‘기능장려법’이 ‘숙련기술장려법’으로 전면 개정돼 시행된다. 개정법은 기능 인력에 대한 각종 지원과 처우를 대폭 개선하는 것이 골자. 유재섭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사진)은 30일 “21세기 무한경쟁 시대에서 우수 기술인력 부족현상은 국가경쟁력의 큰 위협 요인”이라며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각종 기능인 우대정책을 통해 기능인이 제대로 대접받는 사회 분위기 확산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한국은 1960년대부터 기능장려사업을 추진해 산업 발전의 토대가 되는 우수 기능 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공급해왔다”며 “하지만 1990년대부터 서비스업이 발전하고, 기능 관련 종사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지면서 기능인이 설 자리가 점차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이 곧 국가경쟁력인 시대에서 우수 기능인에 대한 지원 및 처우 개선은 당연한 것”이라며 “숙련기술자가 직장에서 능력에 따른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기업이 임금체계와 인사제도를 변경할 경우 이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처우가 개선되면 기능인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뀐다는 점에서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입상자들에 대한 상금을 올림픽 입상자 수준으로 인상했다”며 “그동안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된 숙련기술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앞으로 우수 기능인을 지칭하는 ‘명장’ 칭호가 ‘대한민국명장’으로 바뀐다. 또 우수 숙련기술자와 대한민국명장에 대한 지원금 등 예우도 개선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9일 “기존 ‘기능장려법’이 ‘숙련기술장려법’으로 전면 개정됨에 따라 각종 기능 관련 제도를 이같이 정비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공단은 우선 기존 ‘명장’에게 지급하던 지원금을 크게 인상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명장으로 선정되면 일시장려금 2000만 원과 매년 95만∼285만 원의 기능장려금을 받았다. 공단 측은 “우수 기능인의 처우를 개선한다는 취지에서 내년부터 대한민국명장 및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입상자에 대한 기능장려금을 올릴 방침”이라며 “현재 구체적인 인상폭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명장 추천권도 시도지사 외에 관련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중소기업청장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 대한민국명장의 위상 정립을 위해 관련 규정에 품위유지 의무도 부과하기로 했다. 만약 불미스러운 일로 대한민국명장 자격이 취소된 사람은 명장증서를 비롯해 각종 지원금을 반환해야 한다. 부정한 방법으로 지원금을 받으려다 적발되면 지원 자격이 5년간 박탈된다. 공단 측은 “숙련기술자들이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기술 연마에 매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관련법을 개정했다”며 “기능인들이 대우받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각종 캠페인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사불급설(駟不及舌·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도 혀의 빠름에는 못 미친다). 한번 내뱉은 후에는 주워 담지 못하는 것이 말. 올 한 해도 각 분야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사람들을 웃기고 울렸다. 다사다난했던 2010년. 올 한 해에는 어떤 말들이 세간에 회자됐는지 정리했다.● 정치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장관 딸이라서 더 엄격하게 (심사)했을 것.”(9월 3일·장관 딸 특채 파문이 터진 다음 날 아침 출근하다가 딸의 특채가 공정한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강용석 국회의원=“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 “ 사모님(김윤옥 여사)만 없었으면 (대통령이) 네 (휴대전화)번호도 따갔을 거다.”(7월 16일·제2회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한 대학생 20여 명과 함께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이게 포탄입니다.”(11월 24일·연평도 피격 현장을 방문해 불에 검게 탄 보온병을 들어보이며) “요즘 ‘룸(살롱)’에 가면 오히려 ‘자연산’을 찾는다고 하더라.”(12월 22일·중증뇌성마비 장애아동 요양시설에서 봉사활동을 마친 뒤 동행한 여기자들과 성형수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송영길 인천시장=“이거 진짜 폭탄주네.”(11월 24일·연평도 피격 현장에서 그을음이 묻은 소주병을 집어 들며)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대표직을) 계속 하셔도 좋다.”(12월 23일·당 고위정책회의에서 박희태 국회의장은 예산안 처리 문제로 사퇴해야 하지만 안 대표는 계속 당 대표를 하는 것이 야당에 도움이 된다며)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혹시 ‘통큰치킨’은 구매자를 마트로 끌어들여 다른 물품을 사게 하려는 ‘통 큰 전략’ 아닐까요.”(12월 9일·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이 발매되자 자신의 트위터에 미끼상품 의혹을 제기하며)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비는 내리고 어머니는 시집간다.”(8월 29일·국무총리 후보를 사퇴한 뒤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 ‘각종 의혹은 인정하지 않지만 여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물러난다’는 심경을 중국 고사에 빗대)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 멈춘다.”(이 대통령) “집안에 있는 한 사람이 마음이 변해서 갑자기 강도로 돌변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박 전 대표) (2월 9일·충북 업무보고에서 세종시 문제 관련한 당내 분란에 대해 이 대통령이 ‘잘되는 집안’을 비유하자 박 전 대표가 반박하며) ● 사회▽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내 팔자가 센 거 아닙니까.”(12월 1일·비자금 조성과 위장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검찰에 출두한 자리에서), “이건 좀 심한 것 아니냐?”(12월 15일·2차 소환 조사를 받으러 검찰에 출석하며 불만스럽다는 표정으로) ▽조현오 경찰청장=“노무현 전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뛰어내렸습니까. 뛰어내리기 바로 전날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되지 않았습니까.”(3월 말·서울지방경찰청장 자격으로 경찰간부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한 발언을 하며) ▽이인규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조현오 경찰청장 차명계좌 발언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9월 5일·조 경찰청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가 발견돼 자살했다’는 발언에 대한 동아일보 인터뷰 질문에 답변하며) ▽오세훈 서울시장=“잘 차려진 밥상을 앞에 놓고 수저를 올리지 못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12월 21일·서울시의회가 주요 사업예산을 삭감한 데 항의하는 기자회견에서) ▽김길태 부산 여중생 이모 양(13) 성폭행 살인범=“저는 모르는데요. 라면 끓여 먹은 것밖에 없는데요.”(3월 10일·경찰에 검거된 직후 취재진에게 한 말) ▽이강국 헌법재판소장=“법관이 특별한 소신, 신념을 갖고 있더라도 그러한 것들을 이유로 재판을 한다면 ‘현대판 원님 재판’ ‘로또 뽑기 재판’이 될 수 있다.”(4월 5일·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초청 특강에서 ‘튀는 판결’ 논란에 대해 언급하며) ▽천안함 폭침사건 희생 장병인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씨=“난 일개 촌부(村婦)로 일자무식입니다. 하지만 바보천치는 아니에요. 정치는 몰라도 내 아들이 왜 죽었는지는 압니다.”(5월 12일·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라디오에 출연해 윤 씨가 북한에 왜 퍼주느냐고 자신에게 항변한 것에 대해 ‘대북 퍼주기라고 하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하자 이에 재반박하며)● 경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지금이 진짜 위기다. 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들이 사라질 것이다.”(3월 24일·23개월 만에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하면서) ▽이석채 KT 회장=“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으며 병사들이 피곤하다고 했다고 쉬었다 갔느냐.”(8월 13일·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KT 내부에서 나오는 ‘혁신 피로’와 관련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난감합니다. 국제 전파 미아가 된 기분입니다.”(7월 5일·미국 출장 중 트위터에 삼성전자 갤럭시S가 불통이 되자 문제를 제기하며) ▽이창용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G20 회원국들이) ‘한국이 선진국이 아니면 누가 선진국이냐’고 묻는다.”(10월 23일·G20 경주 재무장관 회의 뒤 성과를 소개하며)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인 캉드쉬처럼 되지 말라.”(4월 22일·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와 만나 1997년 외환위기 시절 IMF가 한국에 일방적으로 초긴축 정책을 강요한 것을 비판하며)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협정문의 점을 지우는 것도 개정이다. 점이든, 콤마든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6월 30일·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정부의 한미 FTA 재협상 불가 방침을 거듭 강조하면서. 이 발언은 나중에 재협상이 이뤄진 후 야당의 공격을 받는 빌미가 됐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옛날에 관행적으로, 습관적으로 밑에 시킨 것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계속 이어져왔다.”(10월 11일·신한은행 본점으로 출근한 라 전 회장에게 기자들이 차명계좌 개설 등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와 소회에 대해 묻자) ▽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큰 배는 빠른 방향 전환이 어려워 미리 조금씩 움직여야 한다.”(3월 11일·임기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조기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문화·연예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아버지의 정에 의해 어쩔 수 없었다.” (8월 24일·국회 문화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5차례에 걸친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딸이 집단따돌림을 당해 학교를 옮긴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타블로(가수)=“못 믿는 게 아니라 안 믿는 거잖아요.”(10월 1일·방송에서 일부 누리꾼이 제기한 학력 위조설에 대해) ▽‘4억 명품녀’ 논란 김모 씨=“직업은 없고 부모가 준 용돈을 받아 명품 생활을 유지한다. 지금 몸에 걸치고 있는 것만 4억, 타고 다니는 승용차는 3억 원이다.”(9월 7일·방송된 케이블채널 Mnet의 ‘텐트 인 더 시티’에서) ▽법정 스님=“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에 가져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주십시오.” (3월 11일·입적 당시 남긴 유서에서) ▽이외수(소설가)=“나는 비록 늙었으나 아직도 총을 들고 방아쇠를 당길 힘은 남아 있다.” (11월 23일·북한 연평도 포격 도발이 일어나자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에서) ▽설도윤(뮤지컬 제작사 설앤컴 대표)=“반찬 가짓수가 너무 많은 밥상을 받다 아예 밥맛까지 떨어지는 셈이죠.”(8월 31일·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소수의 대형 뮤지컬 제작사가 너무 많은 작품을 올리다 보니 작품 귀한 줄 모른다며)● 스포츠▽이승훈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 m 금메달리스트=“지금 나는 가장 밑바닥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빨리 정상에 갈 수 있었다.”(2월 24일·금메달을 따낸 후) ▽김연아 밴쿠버 겨울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2월 26일·금메달 수상 직후 인터뷰에서 그동안 많은 선수들이 경기를 마친 후 느낌이 어떤지 궁금했다며) ▽허정무 남아공 월드컵 축구대표팀 감독=“내가 한 일은 없다.”(6월 23일·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확정한 후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며) ▽이청용 남아공 월드컵 축구대표=“우리 뒤에 국민이 있다는 걸 실감했다.”(6월 29일·월드컵 원정 16강을 달성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종범 프로야구 KIA 선수=“박수 칠 때 왜 떠나나? 더 열심히 뛰어야지.”(8월 3일·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은퇴 등 거취를 묻는 질문에) ▽정다래 광저우 아시아경기 여자 평영 200m 금메달리스트=“가장 생각나는 사람은 부모님, 코치님 그리고 동현이. 동현이는 다래가 좋아하는 사람.”(11월 17일·금메달을 따낸 직후 남자친구가 보고 싶다며. 정다래는 이후에도 많은 돌발 발언을 쏟아내 수영계나 일부 팬들 사이에서 불리던 ‘4차원 소녀’라는 별명이 전국적으로 알려졌다.)정리=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KBS와 MBC가 노사 간의 이면합의를 통해 파트타임 노조전임자를 풀타임으로 쓰고, 회사가 편법으로 노조 운영 재원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 고용노동부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노동계에 따르면 KBS노동조합은 올 10월 말 단체협약(단협)을 통해 기존 24명이던 노조 전임자를 파트타임 전임자 11명, 무급 전임자 12명으로 줄였다. 하지만 고용부 조사 결과 파트타임 전임자 대부분은 실제로는 풀타임으로 노조활동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KBS 사측은 또 그동안 회사가 운영하던 사내 커피숍, 주차장, 자판기 운영권을 올 7월 유급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 시행 이후 노조에 넘겼다. 고용부는 KBS노조가 이 수익금으로 무급전임자 12명의 임금을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관련 자료를 조사 중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회사가 운영하던 수익사업을 노조가 통째로 넘겨받아 활동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고 말했다. KBS노사는 또 울산 목포 등 지방총국 노조지부장(10명)에게 타임오프 한도와는 별도로 매주 하루씩 노조활동 시간을 인정하는 단협을 체결했다가 적발돼 지난달 30일 고용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MBC)본부 서울지부도 8월 단협을 통해 기존 9명이던 전임자를 풀타임 전임자 3명, 파트타임 4명으로 줄였다. 이 과정에서 기존 전임자 1명은 현업에 복귀했다. 하지만 고용부에 따르면 파트타임 전임자 4명은 사실상 풀타임 전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고용부는 또 현업복귀자가 근무하는 ‘인사혁신TF팀’(노사 각 1명으로 구성되며 사측 1명은 겸직)도 실질적 운영 실적이 없어 변칙적으로 운영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부는 KBS와 MBC의 타임오프 위반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본부와 지방고용노동청을 중심으로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대대적인 실태조사에 나섰다. 고용부는 실태조사를 거친 뒤 시정명령을 내리고 시정하지 않을 경우 사법처리할 방침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