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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환자들에게 호스피스봉사를 하다 보니 제 자신이 긍정적으로 변하더군요.”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임순 씨(52). 그녀는 2년 전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병원을 찾아 말기 환자들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목욕과 미용을 돕고 있다. 그는 한때 말기 환자의 가족이었다. 2002년 담낭암 말기였던 시어머니는 호스피스병동에 40일 남짓 머물렀다. 자원봉사자들은 책도 읽어주고 미용도 해주면서 “불편한 점은 없느냐”고 자주 물었다. 덕분에 당시 시어머니는 병동에서 편안하게 여생을 마쳤다. 이때의 경험을 간직해 온 김 씨는 2012년에 직장을 그만두면서 마음의 빚을 갚기로 결심했다. 병원에서 3일 동안 교육을 받고 3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친 뒤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호스피스 자원봉사는 쉽지 않았다. 그동안 돌봐온 환자들의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상실감으로 우울해질 때마다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왜 이렇게 힘든 일을 해야 할까. 이 정도면 마음의 빚은 갚은 거 아닐까?’ 먼저 봉사를 시작한 선배들은 “봉사는 남을 위해서 하는 것 같지만 결국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조언해줬다. 끝내 포기하지 않고 환자들을 돌보면서 이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됐다. 김 씨는 세상을 떠난 환자의 유가족을 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 느끼게 됐다. 그는 “살아계실 때 친정어머니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더 자주 찾아뵙게 됐다”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손현열 인턴기자 고려대 사학과 4학년}

“기사는 저희 장관님의 멘트가 많이 들어가도록 해주시는 거죠? 문답형식으로 써주세요. 사진은 장관님과 사무총장님이 나란히 찍은 모습으로 나오게 해주시고요.” 윌리엄 스윙 국제이주기구(IOM) 사무총장과 여성가족부 장관의 면담을 앞둔 13일 여성부 관계자가 기자에게 수차례 이러한 조건을 달며 취재를 요청했다. 1951년 설립된 IOM은 전 세계 155개국이 회원으로 가입된 정부 간 기구다. 이주민 역량개발과 인권보호를 위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해오고 있다. 다문화가족 정책과 관련해 참고할 사례도 많이 축적돼 있다. 스윙 사무총장은 40년간 미국 외교관으로 근무한 뒤 2008년 사무총장 자리에 올라 이 분야의 전문성도 평가 받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17일 면담 주제도 결혼이민자와 다문화가족 관련 정책이었다. 기자는 여성부에 “국민들에게는 정책적인 시사점이 중요하다. 사무총장이 말하는 메시지를 중점적으로 쓸 것”이라고 답했다. 관련 자료도 IOM 한국 대표부를 통해 이미 받아 놓은 상태였다. 여성부가 기자에게 취재를 처음 의뢰한 것은 6일. 그때 기자가 “사무총장과 장관님의 면담 시간이 짧은 것 같다”고 하자 여성부는 “동아일보에 기사가 나갈 수 있다면 두 분의 면담 시간도 늘리겠다”고 말했다. 그러곤 13일, 여성부는 앞서 말한 것처럼 장관 중심으로 취재하고 기사화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자가 “중요한 건 정책이지 장관님 동정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하자 잠시 후 돌아온 대답은 이러했다. “취재는 없던 걸로 하고 장관님은 기자 없이 면담만 하겠습니다.” 여성부는 다문화가족 관련 현안에서 정책보다 ‘장관님 홍보’를 앞세울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여성부는 지난달 관계 부처 합동으로 다문화가족정책 개선방안을 발표한 이후,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여성부가 12일 개최한 ‘2014 지역센터(건강가정지원센터·다문화가족지원센터) 평가설명회’에 전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종사자 수백 명이 “여성부 제발 정신 좀 차려라”라는 피켓을 들고 반발성명을 발표해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IOM 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정책은 다문화가정을 ‘우리와는 다른, 도와줘야 할 사람들’로 인식하게 만든다. 사회통합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이 아직 많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책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도 이번 IOM 사무총장 방한과 관련해 여성부는 오직 장관의 사진이 어떻게 실리고, 발언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지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현장에서 “여성부는 정책 부처가 아니라 장관의 홍보를 위한 조직 같다”는 쓴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샘물·정책사회부 evey@donga.com}

올해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위암 수술로 25일 동안 입원한 김모 씨(71)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로 총 693만 원을 지출했다. 각종 선택진료비가 421만 원, 1인실(2일), 2인실(8일), 4인실(8일) 등 상급병실료로 160만 원, 2주가량 간병인에게 지급한 돈 112만 원 등이다. 하지만 김 씨와 같은 환자의 비급여 진료비는 정부의 개선책이 자리 잡는 2017년엔 대폭 준다. 선택의사 비율이 현재 80% 수준에서 30%로 떨어지게 되면서 선택진료비가 절반 이하인 152만 원으로 준다. 4인실은 건강보험을 적용받기 때문에 상급병실료(1, 2인실)는 46만 원만 납부하면 된다. 건보 적용 여부가 여전히 불확실한 간병비를 제외하더라도 비급여 지출이 절반 이하로 줄게 되는 셈이다 보건복지부가 11일 발표한 3대 비급여 개선안이 계획대로 시행되면 ‘말뿐인 선택진료비’라는 오명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선택진료제도 정비가 완료되는 2017년에는 환자 부담률이 현재의 36%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진료의사가산제’ 신설 놓고 논란 선택의사를 30% 수준으로 남겨두고 전문진료의사가산제를 신설한 것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비선택의사가 현재보다 대폭 늘기 때문에 환자가 어쩔 수 없이 선택진료를 받는 경우는 줄게 된다. 최영현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선택진료비 폐지를 두고 의료계와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지만 약간은 남겨두는 게 국내 의료기술 발전에 순기능을 할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자단체들은 중증 질환의 선택진료비가 줄어드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정부안은 권위있는 명의를 더 축소하는 것인데, 환자들은 선택진료의에게 진료받기 위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가장 진전된 대책이지만 여전히 선택진료를 잔존시키는 건 아쉽다”고 말했다.○ 간병비 대책은 여전히 미흡 4인실까지 일반병실로 인정됨에 따라 상급병실료 부담도 현재의 67%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4, 5인실 병실료는 현행 6인실 기본입원료의 160%, 130%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이럴 경우 6만7000원가량인 4인실 환자 부담분이 현재의 36% 수준인 2만4000원가량으로 떨어지게 된다. 3대 비급여 중 환자 부담이 가장 큰 간병비 대책은 미흡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부는 2017년까지 현재 33개 병원에서 진행 중인 포괄간호서비스제를 지방병원의 70%까지 확대하고 건강보험을 부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2018년부터는 이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범사업 병원은 1개 병동만 이 제도를 운영하면 되기 때문에 혜택을 보는 사람은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2018년부터 총 10만 명 이상의 간호인력이 충원돼야 간병인이 없는 포괄간호서비스가 운영될 수 있는데 인력 수급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건보료 인상 불가피? 3대 비급여를 건강보험체계 안으로 흡수하면 대형병원의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재원 조달도 문제다. 3대 비급여 개선안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올해만 5600억 원이 소요되고 2017년에는 그 규모가 1조7280억 원으로 불어난다. 올해부터 2017년까지만 총 4조5000억 원, 연평균 1조1250억 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이 액수는 건강보험료를 매년 약 1% 추가 인상해야 보전이 가능한 수치다. 정부는 4대 중증 질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이미 약 1조5000억 원을 마련한 만큼 보험료 인상을 최대한 막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복지전문가들은 “현 정부안대로 건강보험에서 보장해주면 이번 정권까지는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정권을 넘어 노인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미래에는 감당이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세종=유근형 noel@donga.com / 이샘물 기자}
올해 안에 일본군 위안부를 추모하는 기념일이 제정된다. 여성가족부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올해 업무추진계획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여성부는 “기념일을 제정해 매년 위안부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전시(戰時)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각종 행사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부는 또 기념일에 학생들이 참여하는 연극 미술전시 음악회 등을 개최하고, 위안부 관련 기록 사료를 국가기록물로 계속 발굴·지정하는 노력도 병행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여성부는 지난해 6월 발족한 ‘위안부 피해자 문제 진상규명 및 기념사업 추진 민관 태스크포스(TF)’에서 이르면 4월에 기념일을 확정하기로 했다. 기념일로는 8월 14일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2012년 대만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8월 14일을 ‘세계위안부의 날’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이날은 1991년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자신의 실명을 걸고 위안부 피해에 대한 실상을 밝힌 날이다. 이 외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가 맨 처음 시작된 1992년 1월 8일도 거론되고 있다. 한편 3월부터는 성폭력 피해자 중 13세 미만 아동이나 장애인이 경찰 조사를 받을 때 화상협력시스템을 통해 검사도 참여하게 된다. 피해 아동이 검찰까지 가서 따로 진술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1년간 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인 보라매원스톱센터에서 화상협력시스템 시범사업을 거친 뒤 전국으로 확대한다.이샘물 evey@donga.com·최지연 기자}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은 수술이나 입원 치료를 한 번 받을 때 비급여 진료비(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검사비 등)를 292만5000원 부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본보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함께 희귀난치성질환자 515명의 진료비 명세서를 분석한 결과다. 재단에서는 월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250%(4인 가족 기준 386만 원) 이하인 사람에게 연간 1인당 최대 500만 원의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번 분석은 지난해 재단의 지원을 받은 660명의 환자 중 수술비나 입원비를 지원받은 환자 515명을 추려 실시했다. 희귀난치성질환은 4대 중증질환(암, 심혈관, 뇌혈관, 희귀난치성질환) 중에서도 특히 비급여 진료비가 많이 든다. 상당수가 선택진료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석쟁 생명보험재단 전무는 “희귀난치성질환은 진단과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진료 경험이 많은 대학병원 조교수급 이상에게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게다가 대학병원은 다인실이 부족해 입원 초기에는 상급병실에 입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급병실료도 환자들에게 큰 부담이다. 분석 결과 환자 515명 중 선택진료비가 발생한 환자는 482명으로 93%를 차지했다. 상급병실료를 낸 환자도 249명(48%)으로 거의 절반에 이르렀다. 환자들이 1회 수술이나 입원 치료를 받을 때 내는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는 각각 117만6000원, 45만 원이었다. 비급여 진료비 중에서도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는 환자의 부담이 가장 큰 ‘3대 비급여’로 불린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4대 중증질환에 대해 비급여 진료비를 모두 건강보험에 끌어들여 급여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정부는 당초 지난해 말까지 3대 비급여 제도개선 방안 최종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11일 연두 업무보고 때 3대 비급여 개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선택진료의사 비율을 현행 80%에서 20∼30% 수준으로 대폭 줄이고,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병실 기준을 현행 6인실에서 4인실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이샘물 evey@donga.com·유근형 기자}

“태아가 심장이 좋지 않습니다. 선택을 하셔야겠습니다.” 동네 산부인과 의사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2011년 여름 주부 김지은(가명·43) 씨가 임신 5개월일 때였다. 초음파 검사를 했더니 아이에게 심장병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법적으로는 아이를 지울 수 있는 상태였다. 김 씨는 그때를 회상하며 말했다. “의사 선생님께 무조건 아기를 낳겠다고 말했어요. 그때부터 대학병원에서 2주에 한 번씩 아이 심장만 관찰했어요. 그런데 막상 낳고 보니까….” 김 씨가 울먹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딸 소희(가명·3)는 출생 직후부터 계속 병원을 들락날락해야 했다. 희귀난치성 질환인 ‘폐동맥판 폐쇄’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김 씨 부부는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를 꼬박꼬박 지불하면서 지금까지 1억 원의 빚을 졌다. 그는 아이를 낳은 것은 후회하지 않지만 진료비 명세서를 볼 때마다 눈앞이 캄캄해진다. 김 씨는 “말이 선택이지 선택진료와 상급병실을 이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아이의 생명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요된 선택’도 선택인가 김 씨는 “동네 산부인과 의사가 태아에게 이상이 있다는 소견서를 주면서 대학병원에 가보라고 했다”며 “출산 직후 아기가 중환자실로 직행해야 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신생아 심장병 치료를 할 수 있는 대학병원에서 태아 관리를 받으며 출산 준비를 해야 했다. 아이를 낳을 때쯤 담당 의사는 심장소아과 교수를 소개해줬다. 아이가 태어나면 심장병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아이의 심장병 수술을 할 수 있는 교수는 1, 2명에 불과했다. 모두 선택진료 의사. 물론 선택진료비를 내야 한다. 김 씨는 “당연히 심장병 수술을 할 수 있는 분으로부터 진료를 받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선택하고 말고 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예상대로 중환자실로 직행했다. 낳고 보니 심장병뿐 아니라 기도폐쇄까지 앓고 있었다. 곧바로 심장수술을 받았지만 완치는 되지 않았다. 폐동맥이 폐쇄되어 수술로 인조 혈관을 집어넣었지만 폐에는 가래가 계속 끼었다. 자주 가래를 뽑아주지 않으면 숨도 못 쉬었다. 그대로 두면 생명이 위험해질 상황. 김 씨는 아이에게서 가래 끓는 소리가 날 때마다 대학병원에 입원시켜야 했다. 담당 교수에게서 진료를 받을 때마다 선택진료비가 나왔다. 아이가 태어난 뒤 김 씨는 계속 아이 옆에 붙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의 가래를 뽑아주고 산소기를 대주는 것은 의사의 몫이었지만 가래가 떨어지도록 온종일 등을 두드려주는 건 부모 몫이었기 때문이다. 산모 혼자서 계속 아이 곁에 붙어서 돌보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아이가 태어난 직후에는 김 씨의 남편도 몇 개월간 일을 쉬면서 간호를 해야만 했다. 아이는 지난해 1월 심장수술을 받았다. 진료비 총액은 8571만7487원. 건강보험에서 부담해주는 금액을 빼고 김 씨 부부가 부담한 돈은 1966만3766원. 이 중 1314만2840원은 상급병실료 차액(환자가 추가로 부담하는 병실료)이고, 352만6626원은 선택진료비였다. 부부가 일을 못 하다 보니 빚이 쌓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병원을 오가면서 아이의 진료비에만 약 7000만 원이 들었다. 벌이는 없고 병원비와 생활비를 지출하다 보니 없던 빚도 1억 원이나 생겼다. 시동생이 병원비를 1000만 원 정도 보탠 적도 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얼마 전 다행히 남편이 일을 시작해 월 200만 원 정도를 벌지만 언제 빚을 갚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급병실 2009년 크론병(만성적으로 재발하는 원인 불명의 염증성 장 질환)을 확진 받은 김현준(가명·37) 씨는 늘어나는 비급여 진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야 했다. 그는 희귀난치성 질환을 확진받기 전까지만 해도 요리사로 일했다. 20대 초반부터 속이 좋지 않아서 동네병원을 찾았지만 오랫동안 염증치료제만 처방 받았다.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입맛이 없고, 먹은 음식의 대부분은 대변을 통해 빠져나갔다. 빈혈기가 심했고 설사도 자주 했다. 결국 동네병원 의사는 “궤양성 대장염 같다”며 큰 병원에 가보라고 권유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간 뒤에야 크론병을 확진 받았다. 크론병을 진료하는 의사는 선택진료 의사뿐이었다. 그는 한 달에 두 번씩 꾸준히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증상이 악화될 때마다 길게는 일주일에서 보름씩 입원을 했다. 매번 입원을 하러 가면 6인실엔 늘 자리가 없었고 1, 2인실에 입원했다가 병실을 옮겨야 했다. 진료비가 무서워 무단 퇴원을 한 적도 있다. 첫 수술을 받고 입원했던 2009년이었다. 원무과에선 당시까지 상급병실료를 포함해 진료비가 300만 원이 넘는다고 했다. 그는 진료비를 감당할 형편이 되지 않아 그날로 병원을 나와 버렸다. 다음 날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장 병원 복지과에 찾아가서 사정을 말한 끝에 공익재단을 소개받았다. 김 씨는 전에는 회사를 다녔지만 병에 걸린 뒤에는 하루 종일 일하기가 어려워 아르바이트만 하고 있다. 하지만 매달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씩 나오는 비급여 진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2012년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그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막노동을 하는 형과 단둘이 살고 있다. 진료비가 많이 나올 때마다 종종 형에게 손을 벌리지만 형도 돈을 보태줄 형편은 안 된다. 더욱 답답한 것은 크론병은 완치가 안 된다는 사실이다. 평생 병원을 오가며 관리하면서 살아야 한다. 비급여 진료비 때문에 어려운 처지에 놓인 환자들은 병원 사회복지 담당부서를 통해 공익재단을 수소문하고 진료비를 지원받는다. 김지은 씨 가족과 김현준 씨도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서 2년간 600만 원을 지원 받아 진료비에 보탰다. 하지만 부담은 여전히 크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제주 서귀포 앞바다에 비친 햇살을 맞으며 눈을 뜬다. 오전엔 제주 천연수를 이용해 수(水)치료를 받고, 오후엔 의사에게 검진을 받는다. 한라산이 바라보이는 힐링센터에선 요가로 몸을 단련한다. 밤엔 5성급 특급호텔의 시설을 갖춘 객실에서 잠을 청한다. 이 같은 하루 일과가 한곳에서 가능한 신개념 메디컬리조트가 탄생했다. 국내 최초로 의료와 휴양시설을 결합한 모델인 제주 메디컬리조트 ‘The WE호텔’이 9일 개장했다. WE호텔은 국내에서 의료기관이 직접 운영할 예정인 메디텔보다 한 단계 진화한 것이다. 박인석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메디텔은 기본적으로 숙박시설이기 때문에 호텔 안에 꼭 의료시설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며 “하지만 WE호텔은 숙박시설과 의료시설, 휴양시설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시설로, 메디텔보다 한층 발전된 단계”라고 말했다. 법적으로 메디텔은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는 3월 1일부터 허용된다. WE호텔이 메디텔보다 진화된 모델이 될 수 있었던 건 제주특별자치도에서 2011년 3월 시행한 보건의료 특례조례 때문이다. 조례에선 제주도에 의료법인이 의료법상의 부대사업 외에 여행업, 관광숙박업, 관광객 이용시설업 등을 추가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법인 한라의료재단은 600억 원을 투자해 3년여간의 준비 끝에 서귀포시에 WE호텔을 설립했다. 대지면적 2만9980m², 건축면적 4830m²에 지상 5층 규모다. 의료기관 병실 30병상, 호텔 객실은 86실에 산후조리센터, 수(水)치료센터 등이 마련됐다. 내부는 크게 △건강증진센터 △미용성형센터 △웰니스센터 △호텔로 구성된다. 건강증진센터에서는 맞춤형 건강검진을, 미용성형센터에서는 미용성형과 항노화클리닉을 제공한다. 웰니스센터에서는 화산암이 걸러낸 지하수를 이용한 스파와 함께 스트레칭 등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투숙객에게는 특급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라의료재단은 WE호텔 설립으로 의료기관에 30명, 호텔에 100명 등 130명을 고용했다. 김성수 WE호텔 사장 겸 제주한라병원장은 “설계 인테리어 가구 치료시설까지 제 인생을 걸고 혼을 담아 후세에 남겨야겠다는 사명감으로 리조트를 세웠다”며 “독일 미국 등 전 세계 수치료센터를 능가하는 시설을 갖췄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WE호텔은 이미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 고소득층 해외 환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날 개관 행사에는 인도네시아의 로빈 메가와티당 의장, 중국의 왕타이핑 중일한경제발전협회장 등 해외인사들이 참석에 관심을 보였다. WE호텔은 연간 5000명 이상의 환자를 유치한다는 1차 목표를 세웠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융복합 의료관광의 모델이 최초로 출범한 만큼 올해를 2020년에 해외 환자 100만 명을 유치하기 위한 일대 도약의 계기로 선언한다고 밝혔다. 한국을 찾는 해외 환자는 2009년 6만 명, 2010년 8만 명, 2011년 12만 명, 2012년 15만9000명, 지난해 20만 명(추정)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2012년엔 약 16만 명의 해외 환자가 유치되면서 진료와 관광수익 3000억 원이 발생했고 약 5000명의 고용이 창출됐다. 복지부는 2020년에 100만 명의 환자가 오면 진료 및 관광 수익으로 2조9000억 원을 벌고, 5만4000명에 달하는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 서귀포=유근형 기자}

정부는 희귀난치성 질환(142종) 중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목에 한해 진료비의 10%만 부담하면 되는 ‘산정특례’를 적용해주고 있다. 일반 환자들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목 중 입원 치료비는 20%, 외래 진료비는 30∼60%를 부담하는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환자들의 부담은 여전히 크다.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비급여 진료비는 환자가 전액 내야 하기 때문이다. 본보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함께 지난해 입원이나 수술 치료를 받은 희귀난치성 질환자 515명의 진료비 명세서를 분석한 결과 총 진료비의 21%가 비급여 진료비였다. 분석 대상 중 환자가 부담한 진료비가 100만 원 미만인 경우는 105명(20%)에 불과했다. 100만 원 이상∼300만 원 미만은 37%였고, 나머지 43%는 300만 원 이상의 진료비를 냈다. 진료비가 1000만 원 이상이었다는 응답도 39명(8%)이나 됐다. 지난해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지원한 입원이나 수술 환자 외에도 외래진료비, 약품비가 필요한 환자는 모두 660명. 이 중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은 368명(56%)으로 절반을 조금 넘었다. 179명(27%)은 이혼, 92명(14%)은 독거 상태였고 21명(3%)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시설에서 살고 있었다. 이혼 환자들은 “장기간 투병하다 보니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져 이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더 큰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희귀난치성 질환 웹사이트인 ‘헬프라인’에 고시된 389종의 질환 중 142종(36.5%)에 대해서만 산정특례를 적용해주고 있다. 나머지 질환엔 ‘급여 진료비의 10%만 부담’이라는 혜택도 없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프리미엄 리포트의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PremiumReport)를 방문해 ‘게시물 작성’ 또는 ‘메시지 보내기’를 하시거나 e메일(ssoo@donga.com)로 제보해주시면 됩니다.}
독감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외래환자 1000명당 계절성 독감 환자는 지난달 19∼25일 기준으로 37명. 유행주의보 수준(12.1명)을 훨씬 넘은 수치다. 보건당국은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환자 수가 50∼60명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독감환자의 약 55%는 H1N1형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A형 독감이다. 이는 2009년에 신종플루로 불리며 유행했던 독감이다. 독감에 관한 우려가 퍼지는 가운데 궁금증을 문답으로 풀어 봤다.Q. 신종플루 사태 때처럼 위험한가.A. 아니다. 2009년에 신종플루가 유행한 뒤 예방백신이 많이 보급됐고 치사율도 일반 독감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유행 당시엔 새로운 바이러스였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세계보건기구도 H1N1형에 의한 독감을 ‘신종플루’가 아닌 ‘계절플루(독감)’로 분류를 바꿨다. A형 독감에 걸리면 대부분 가볍게 앓고 지나가므로 과도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다만 노인 등 면역취약계층에선 폐렴과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지나친 안심은 금물이다.Q. 증상과 치료법은…. A. 고열이 나고 두통, 인후통, 기침, 몸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팔다리가 쑤시고 전신근육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치료를 위해서는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를 복용한다. 우준희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환자의 절반 정도는 아픈 증상도 덜고, 앓는 기간도 준다”고 말했다.Q. 어떻게 예방하나.A. 백신 접종으로 A형 독감을 예방할 수 있다. 보건당국은 앞으로 두 달 정도는 유행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예방접종을 받는 게 좋다. 다만 예방접종을 받더라도 어린이나 노약자의 경우엔 효과가 50%에 불과해 방심해선 안 된다. 손을 자주 씻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피한다. 기침을 할 때는 손으로 입을 가려야 한다.Q. 현재 유행 중인 조류인플루엔자(AI)와의 관련은….A. 관련이 없다. 국내에서 유행하는 H5N8형 AI는 A형 독감과는 다른 바이러스다. 세계적으로 인체 감염이 발생한 사례도 없다. 다른 나라에서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한 H5N1형과 H7N9형도 A형 독감과는 연관이 없다. 다만 2003∼2007년 국내에서 AI가 발생했을 때 질병관리본부가 도살 처분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혈청검사를 해보니 10명에게서 H5N1형 AI 바이러스의 항체가 확인됐다. 항체가 있다는 것은 해당 바이러스가 몸에 침입했고 면역계가 이에 대응하는 물질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이들 10명은 AI 바이러스에 감염은 됐지만 증상은 나타나지 않은 ‘무증상 감염자’로 분류됐지만 인체 감염 사례엔 해당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에선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고 증식해 인체에 ‘증상’이 있을 때 인체에 감염됐다고 정의한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이진한 기자·의사}

“집에 먹을 게 없어 방랑생활을 했습니다. 꽃제비 생활을 한 겁니다.” 탈북 과정에서 인신매매를 당한 뒤 중국에서 살고 있는 박모 씨(33·여)는 함경북도 온성군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훔쳤다. 광원 집안이었던 그의 집은 늘 가난했다. 먹을 게 없으면 이웃집에서 빌려 먹었다. 하지만 옥수수 1kg을 빌려 먹으면 3kg를 갚아야 하는 고리대금에 시달렸다. 14세가 됐을 때 생활은 더 어려워졌다. 남의 집에 가서 꾸어 올 형편도 되지 않았다. 집에는 옥수수는커녕 무시래기도 없었다.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부모 모르게 집을 나왔다. 땅에 떨어진 음식, 사람들이 버린 과일 껍질과 쉰 옥수수를 주워 먹으면서 열흘을 버텼다. 박 씨는 성인이 되면서 탄광에서 일을 시작했다. 탄광 측에서는 “돈이 없어서 봉급 줄 형편이 안 되니, 캔 석탄을 메고 가 팔아서 식량을 사라”고 말했다. 탄광에선 1명당 하루에 석탄 한 배낭을 가져가는 걸 허락했다. 다섯 식구의 한 끼를 해결할 돈밖에 되지 않았다. 박 씨는 밤새 탄광과 집을 오가며 석탄을 도둑질했다. 날이 밝아올 때쯤엔 어깨가 퉁퉁 부어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이웃집 동창생의 집에 들렀다. 동창은 중국에 다녀온 뒤 국수와 밥, 콩기름을 먹고 있었다. ‘나도 중국에 갔다 오면 저렇게 살 수 있겠구나. 내가 고생해서 집을 일으키자’는 생각을 했다. 2004년 박 씨는 브로커를 만나 중국에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북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인신매매였다. 그로부터 10년, 그에게 고향은 ‘돌아갈 수 없는 땅’이 돼버렸다. 투먼=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애새×들이 무슨 돈을 달라고 해. 당장 저리 가!” 북한 함경북도 나진에서 중국인 왕천한(가명·56) 씨를 안내하던 국가안전보위부 요원이 소리를 꽥 지르며 욕을 퍼부었다. 돈을 달라며 왕 씨를 졸졸 따라다니던 꽃제비들을 쫓아내기 위해서였다. 얼굴이 꾀죄죄하고 옷차림이 형편없는 데다 비쩍 마른 아이들은 움츠러들었다. 왕 씨는 함경북도 일대를 매달 드나든다. 중국 훈춘(琿春)의 한 식당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목격담을 전하며 연신 줄담배를 피워 댔다. “길거리의 북한 아이들이 무얼 먹는지 아세요.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북-중 접경지대인 중국 지린(吉林) 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의 옌지(延吉), 훈춘, 투먼(圖們) 일대는 북녘 아이들의 비극이 가장 깊게 배어 있는, 남북한에서 가장 가까운 ‘제3국’이다. 북한 안에서는 처참하고, 그걸 피해 탈북한 중국에서도 비참하다. 탈북 여성들이 인신매매를 당한 뒤 중국 현지에서 낳은 아이들은 국적도, 정체성도 없이 방치된 채 자라고 있다. 북-중 접경지대에서 북녘 아이들을 돕는 활동가들은 “이대로 가면 이 아이들은 ‘통일코리아의 미래’가 아니라 ‘최대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며 입을 모았다. ○ 굶주리고, 배우지 못하는 통일코리아의 미래들 외국인이 많이 찾는 북한 나진의 남산호텔 앞에는 10세 전후의 아이들이 8∼10명씩 무리지어 앉아 있다. 중국인들이 나오면 따라다니며 구걸하기 위해서다. 왕 씨가 종종 이 근처를 지나가면 아이들은 뛰어나와서 말한다. “나 배고파요. 한 끼도 못 먹었어요.” 중국 돈 1위안(약 178원)을 주면 아이의 한 끼가 해결된다. 북한 식당에서 국수 한 그릇이나 밥 한 공기를 먹을 수 있다. 그런 식당에 외국인들은 절대 가지 않는다. 아무 반찬도 없이 덩그러니 밥과 국, 또는 국수만 나오기 때문이다. 왕 씨는 아이들이 손을 내밀어도 돈을 쥐여 주지 못한다. 돈이나 먹을 것을 주려고 할 때마다 보위부 요원이 “어이, 그러면 안 됩니다”라고 가로막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차마 돈을 달란 말은 못 하고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눈빛만 보낸다. 아이들은 왕 씨가 가는 식당에도 나타난다. 손님들이 남긴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다가 식당 주인의 호통을 듣곤 한다. 배고픔은 북한의 교육을 무너뜨렸다. 친척을 만나러 함경북도를 오가는 중국동포 김모 씨는 얼마 전 친척집에 가서 숙식을 하면서, 초등생 조카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학교는 가고 싶으면 가고, 안 가고 싶으면 안 가요. 배고플 때도 안 가고….” 교사도, 급우도, 부모도 아이의 출·결석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김 씨는 “그 동네에서 학교에 매일 가는 아이들은 밥깨나 먹는 애들뿐”이라고 말했다. 교사들도 먹고살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 북한에선 교사 월급이 물가에 비해 적어서 봉급만 갖고는 살 수가 없고, 부업을 해야 생활이 가능하다. 나진의 한 교사는 “차라리 바다에 나가 미역을 주워다 팔면 봉급이 더 많겠다”는 말까지 김 씨에게 했다. 북한의 학교에선 학습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학생들에게서 돈을 걷어 해결하고 있다. 황해도 은율군 출신으로 중국에서 살고 있는 탈북자 김모 씨(43·여)의 아들(13)도 그런 이유로 걸핏하면 학교에 결석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콩, 쌀, 돈을 요구한다. “옛날과 달라서 책이고 학용품이고 나라에서 무상으로 못 줘요. 돈으로 다 해야 됩니다. 교복도 돈 있어야 입고, 없으면 못 입습니다. 다 돈입니다.” 학교는 돈이나 곡식을 가져오지 못하는 학생들을 내쫓았다. 김 씨의 아들도 돈을 못 내서 여러 차례 학교에서 쫓겨났고, 그럴 때마다 울면서 집에 돌아왔다. 갖다 바칠 돈이나 곡식이 마련될 때까지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옥수수 농사를 짓고 농장에서 돼지 닭을 키웠지만 늘 돈이 없었다. 밤마다 군인들이 와서 도둑질해 갔기 때문이다. 아들은 집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동네에서 놀거나, 정 안 되면 빌어먹으러 다녔다. 김 씨는 “학교도 못 가니 그저 집에서 ‘머저리’가 되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관광 상품으로 전락한 ‘접경지대의 꽃제비’들 북한의 국경 경비가 강화되면서 중국으로 나오는 꽃제비가 최근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일부 아이는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중국으로 나온다. 중국까지 오는 아이들은 북한 내부의 꽃제비들에 비해 비교적 배짱이 두둑하고 수완이 좋은 부류다. 머리도 잘 돌아가는 편이다. 먹을 것을 잘 구해 먹어서 얼굴이 통통한 경우도 있다. 중국에 나온 꽃제비들은 몸이 아프거나 잠자리를 마련해야 할 때 가장 힘들어진다. 이 지역에서 탈북자들을 돕고 있는 박모 씨(57)는 “자신들을 돌봐 줄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면 산속 골짜기처럼 외진 지역에 토굴을 만들어서 숨어 지낸다”고 전했다. 길거리에서 주워 온 비닐봉투 등으로 잠자리를 마련한다. ▼ “네 엄마 북한 거지라며?”… 주변 멸시에 상처 안고 자라 ▼누군가가 이 아이들을 데려다가 먹이고 재워 주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야생마 같은 아이들을 집에 두면 적응도 못할 것 같고, 혹시 문제가 생길까 우려해서다. 오히려 이 아이들을 ‘비즈니스 도구’로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박 씨는 “어떤 중국인들은 꽃제비들이 토굴 속에 살도록 내버려 두면서 외국인 등 외부 관광객들을 데려가 구경시켜 주고 사례비를 받는다”고 말했다. 한 중국인 브로커는 “꽃제비들을 구경시켜 줄 때 먹을 것도 갖다 주기 때문에, 우리들이 좋은 일을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북녘 아이들을 마치 ‘이색 사파리 관광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셈이다. 탈북하는 부모와 함께 중국으로 나온 아이들도 있다. 접경지역에서 최근 탈북자들을 만난 활동가들은 북한 어린이의 취학률이 30% 정도에 불과하다고 추산했다. 탈북 아이들을 중국 모처에서 돌봐 온 한 활동가(62)는 “아이들이 10대 중반인데도 받침이 있는 글자를 제대로 읽지도 못한다”며 “북한 교육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 모국과 고향 없이 자라는 아이들 접경지역에서 고통받는 또 다른 아이들은 탈북 여성이 중국에서 낳은 자녀들이다. 많은 여성들이 탈북 과정에서 인신매매를 당해 팔려 가고, 그렇게 만난 중국인 남성 사이에서 아이를 낳는다. 투먼에서 차로 4시간가량 떨어진 한 지역에도 이런 여성이 10명 남짓 살고 있었다. 탈북 여성 최모 씨(45)는 1998년 탈북했을 때 인신매매를 당했다. 지금의 중국인 남편에게 팔려 와 은주(가명·15·여)와 은호(가명·13) 남매를 낳았다. 최 씨가 이 시골 마을에 왔을 때 마을 사람들은 ‘북한 여자가 시집을 온다’며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몰려왔다고 한다. 최 씨를 둘러싸고 동물원 원숭이 보듯 신기해 했다. 그들이 쑥덕대는 중국어를 최 씨는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얼마 후 중국 공안(경찰)이 찾아왔다. 잡혀가서 북송되지 않도록 뒤를 봐 줄 테니, 1년에 500위안(약 9만 원)씩 내라고 했다. 그러지 않으면 잡아가겠다고 했다. 공안은 매년 설날을 며칠 앞두고 찾아왔다. 다음 해엔 1000위안을, 몇 년 뒤엔 2000위안을 요구했다. 15년이 더 지난 지금도 돈을 낸다. 최 씨는 “돈을 줄 테니 받았다는 증서라도 달라”고 요구했지만 공안은 주지 않았다고 한다. 검은 뒷돈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최 씨는 남편에게 “그냥 돈을 안 주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 남편은 “우리가 저 사람들을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그냥 내라면 내야 된다. 돈 안 내서 잡혀간 북한 사람들이 동네에서 얼마나 많은 줄 아나”라며 고개를 저었다. 실제로 이웃의 다른 탈북 여성은 돈을 안 내겠다고 버텼다. 그러자 공안들은 그녀가 만삭의 임신부였을 때 잡으러 와서 북한으로 넘겼다. 그후 마을사람 누구도 그녀의 생사를 모른다. 뒷돈을 줘도 단속은 나온다. 중국 공안들은 비정기적으로 탈북자들을 색출하는데 탈북 여성이 사는 집을 모두 알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 단 돈을 꾸준히 상납한 가정에는 전화로 단속 사실을 미리 귀띔해 줘서 몸을 피하게 한다. 큰딸 은주가 태어났을 때는 또 다른 돈이 필요했다. 공안은 최 씨에게 “법에 걸리는 결혼”이라며 위협했고, 출생 등록을 하고 싶으면 뒷돈 1000위안을 내라고 했다. 최 씨는 사정한 끝에 700위안만 냈다. 둘째 은호가 태어났을 때는 남자라고 2000위안을 요구했다. 또다시 애걸복걸해 1500위안을 냈고 별도의 200위안으로 공안들에게 식사를 접대했다. 공안의 횡포보다 최 씨를 더 힘들게 하는 건 아이들의 심리적인 고통이다. 엄마가 호적도 없이 팔려 온 사람이라는 ‘주홍글씨’를 평생 안고 살아간다. 학교에서는 종종 “너희 엄마는 북조선 거지”라는 놀림을 받는다. 종종 중국인 마을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말조차도 상처만 된다. “네 엄마 북조선 사람이니까 잘 봐 놔라. 도망갈지 모르니까 주시해야 된다.” 이런 까닭에 아이들은 엄마가 북한 사람이라는 걸 되도록 숨기려 하고, 창피해 한다. 은주도 “학교 친구들이 엄마가 북한 사람이란 걸 아는 게 싫다”며 울면서 투정했다. 이때 최 씨는 “그래. 엄마는 북조선 사람인데, 그러면 엄마 다른 데로 갈까?”라고 말했다. 은주는 “엄마가 싫은 게 아니고 학교에서 그런 얘길 하는 게 싫다”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최 씨는 자신들의 자녀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 살다가 아이들을 놔두고 도망간 탈북 여성들 꽤 있기 때문이다. 동네의 한 9세 남아도 그렇게 엄마를 잃었다. “걔는 엄마 있을 때까진 공부 잘했어요. 근데 엄마가 도망간 뒤부터 학교도 안 다녀요.”옌지·훈춘·투먼=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
‘북한 어린이는 통일코리아의 미래다.’ 올해 2년 차를 맞이한 동아미디어그룹 연중 기획 ‘준비해야 하나 된다-통일코리아 프로젝트’의 7대 다짐(과제) 중 하나다. 이수정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어린이들은 사회주의 교육은 받지만 전형적인 사회주의의 혜택은 못 받고 자란 아이들”이라며 “교육 환경만 만들어지면 외부 문화도 빨리 즐기고, 변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세대”라고 말했다. 북한 어린이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 통일 이후의 사회에 대비하는 데 효과적인 이유다. 남북한 어린이들 간의 교육 격차는 매우 크지만, 그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는 사실상 없다. 다만 국내의 북한이탈주민 실태 조사(2012년)에 따르면 탈북 청소년들 중 북한에서 학교를 다녔다는 응답은 53.9%로, 절반을 조금 넘었다. 이렇게 학교에 못 다닌 북한 어린이들이 많아지면 통일이 됐을 때 교육 비용도 많이 들고, 남북한 주민 간 괴리감도 커지게 된다. 통일부에 따르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2만5000여 명(2013년 초 기준) 중 19세 이하는 약 16%(4000여 명)다. 전문가들은 통일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들 탈북 어린이와 청소년이 한국에 잘 정착하고, 한국 청소년들도 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올바른 인식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 당국자는 “자신과 다른 역사와 배경을 사진 사람들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반편견, 반차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정한 사회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 어린이들을 우리와는 다른, 시혜를 받아야 하는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것도 점차 탈피해 가야 한다. 그들은 한국 사회에서 동등한 시민으로 성장하고 싶지, 측은함의 대상이 된 채 지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탈북자들도 우리 국민인데, 이들을 자꾸 별도의 지원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 자체가 구별 짓기이자 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초기 정착 기간이 지나면 탈북자도 남한 주민과 같은 사회복지체계에 편입시켜야 한다”며 “그들만을 위한 프로그램과 시설이 결국은 새로운 장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옌지·훈춘·투먼=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지금처럼 아동복지예산을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면 지자체 상황에 따라 복지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앙정부가 맡아야 아이들에게 차별 없는 지원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이상근 한국아동복지협회 회장(사진)은 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아동복지예산 중앙환원촉구 서명운동’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동복지시설 280여 곳을 회원으로 둔 아동복지협회는 25일 서울역 광장에서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 자리에는 전국의 시설장과 직원 3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는 2005년부터 아동복지예산이 지자체로 넘어가면서 지자체 형편에 따라 지원이 천차만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역에 관계없이 아이들과 시설종사자들이 똑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아동복지사업을 다시 담당해 달라는 것이다. 이혜경 아동복지협회 부장은 “아동복지시설 지원이 지역별로 격차가 크다”며 “간식비만 해도 지원이 되는 곳이 있고 안 되는 곳이 있다. 같은 호봉의 직원이라도 월급이 60만 원씩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처우가 열악한 곳에서는 직원들이 이직을 많이 해 아이들이 안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원도의 A아동복지시설은 매년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할 때마다 교복비가 모자라 발을 동동 구른다. 지자체에서는 생계비와 운영비를 합해 아이 한 명당 매달 약 30만 원을 지원하지만 이는 생활비로 쓰기에도 빠듯한 금액이다. 지난해엔 7명이 중학교에, 5명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교복비만 수백만 원이 들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생활비에서 빼서 지출했다. 이 시설은 아이들의 생활비를 현장학습 비용으로 쓰기도 한다. 시설 관계자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에게 참고서를 사준다거나 용돈을 주기도 쉽지 않다”며 “지자체 지원 예산에는 이런 항목이 없는 데다 시골에 있는 시설이라 후원자도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15년부터 노인, 장애인, 정신요양시설 복지사업을 중앙으로 환원할 예정이다. 복지사업이 중앙으로 환원되면 각 시설은 지자체 재정자립도와 관계없이 동등한 복지를 누릴 수 있다. 이 때문에 협회는 아동복지시설도 함께 중앙으로 환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다음 달부터 컴퓨터단층촬영(CT) 환자는 의료기관에서 본인의 방사선 피폭량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CT는 방사선을 활용해 뼈나 몸속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기기로 기존 X선(가슴 사진)에 비해 피폭량이 20∼130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민의 방사선 피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민 개인별 맞춤형 방사선 안전관리’를 단계적으로 실시한다고 22일 밝혔다. 지금은 일부 영상의학과 전문의만 환자별 방사선 피폭량을 산출할 수 있다. 다음 달부터는 모든 의사가 식약처에서 배포한 ‘환자선량 기록·관리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환자의 정확한 피폭량을 산출할 수 있게 된다. 이 시스템은 CT에서 생성된 방사선 정보를 변환해 환자의 방사선량을 추출하는 것으로, 필요로 하는 병원에 무료로 배포한다. 이를 통해 병원은 원하는 환자에게 피폭량을 알려줄 수 있다. 내년부터는 일반 X선, 치과 X선을 촬영하는 환자도 피폭량을 알 수 있게 된다. 식약처는 X선의 피폭량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에 배포한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13일 과로로 순직한 김남백 강원 동해소방서장(54·사진)의 유족이 김 서장의 각막을 장기이식관리센터에 기증했다. 김 서장은 장기 기증 서약을 하진 않았지만 평소 주위에 장기 기증 의사를 자주 밝혀온 것으로 확인됐다. 부인 원해자 씨(51)는 “남편이 장기 기증 보도를 접할 때마다 ‘우리도 죽으면 장기 기증을 하자’는 말을 자주해 그 뜻을 따랐다. 수혜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인의 영결식은 15일 오전 10시 동해소방서장(葬)으로 거행된다. 김 소방서장처럼 사후에 각막을 기증한 사람은 지난해 76명. 이들의 기증으로 각막이식이 총 140건 진행됐다. 또 뇌사상태가 되거나 사망했을 때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등록한 사람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었다. 14일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누적된 장기기증 희망자는 총 105만3196명(골수 기증 희망자는 제외)이 됐다. 장기 기증 희망자 누적인원은 2004년에 10만1178명으로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어섰다. 9년 만에 10배로 증가한 것이다. 한 해 동안 장기 기증을 하겠다고 등록한 사람은 2009년에 18만4764명으로 가장 많았다.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면서 각막을 기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장기 기중 운동 동참 분위기가 고조됐기 때문. 하지만 그 후 장기 기증을 희망한다며 새로 등록한 사람은 2010년 12만4245명, 2012년 8만7788명으로 꾸준히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엔 장기 기증을 희망한다고 새로 등록한 사람이 16만2명으로 지난해 두 배 수준으로 훌쩍 뛰었다. 정부가 4월부터 장기 기증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도입한 ‘휴대전화 본인인증 서비스’의 영향으로 보인다. 기존엔 직접 등록신청서를 작성하거나 공인인증서를 통해 인터넷에 등록해야 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공인인증서 없이 PC와 모바일에서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할 수 있다. 뇌사자들의 장기 기증 건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엔 416명의 뇌사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장기를 기증했다. 10년 전인 2003년(68명)에 비해 6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고 수치다. 이식된 장기는 심장 간 췌장 신장 폐 췌도 소장 각막 등이다. 정부는 뇌사자의 장기 기증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1년 6월부터 ‘뇌사추정자 신고제’를 실시하고 있다. 뇌사추정자가 되면 의료기관은 한국장기기증원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장기기증원에서는 해당 병원으로 가서 가족들에게 장기 기증에 대해 설득하고 기증 의사가 있는 경우엔 의료적인 지원을 하거나 행정적인 절차를 돕는다. 뇌사 기증자가 꾸준히 늘지만 선진국보다는 여전히 적다. 한국의 뇌사 기증자는 지난해 인구 100만 명당 8.4명이었다. 미국(25.6명), 프랑스(24.9명) 등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샘물 evey@donga.com / 동해=이인모 기자}
내년부터 기초연금 정부안이 시행될 경우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 1인당 올해보다 약 16만 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초연금 정부안은 65세 이상 노인의 70%(464만여 명)에게 월 10만∼2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정부 안대로라면 생산가능인구 1인당 내년에 부담하는 세금은 연 28만 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13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기초연금과 후세대 부담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 분석에 따르면 정부안을 시행하는 데는 내년에만 약 10조3000억 원이 필요하다. 생산가능인구가 아닌 전체 국민으로 환산하면 1인당 20만 원꼴이다. 현행 기초노령연금은 노인의 70%에게 최대 9만6800원을 준다. 기초노령연금에 지출되는 연간 세금은 올해를 기준으로 생산가능인구 1인당 12만 원, 국민 1인당 9만 원꼴이다. 복지부는 “생산가능인구는 15세부터 집계하지만, 이때 일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실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부담해야 할 세금은 더 많아 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올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모두 638만 명. 2040년엔 1650만 명, 2050년엔 1799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의 기초연금안대로라면 생산가능인구 1인당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2040년엔 346만 원, 2060년엔 1043만 원으로 증가한다. 하지만 이 금액은 단순 화폐가치로 계산한 것이어서 현재의 346만 원, 1043만 원과 동일하게 비교하기는 어렵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최근 5년간 남녀 모두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연령대에서 불임 환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8∼2012년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불임은 부부가 피임을 하지 않고 일상적인 성생활을 1년 이상 지속해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남성의 경우 30대 후반∼40대 초반은 물론이고 전 연령대에서 불임환자 수가 늘었다. 인구 10만 명당 진료환자 수는 35∼44세는 2008년 527명에서 2012년 961명으로 연평균 16.2%씩 증가했다. 20∼24세는 4.9%, 25∼29세는 6.1%, 45∼49세는 12.8%가 증가했다. 남성 불임의 원인으로는 업무 스트레스, 고령화, 환경호르몬 등이 꼽힌다. 정재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과거에는 불임을 모두 여성의 책임으로 전가하려는 사회적인 풍조가 있었지만, 불임의 원인 제공은 남성에게도 있다”며 “이런 인식이 확산되면서 불임치료를 받는 남성이 증가해 환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성의 경우 다른 연령대와는 달리 20대에서 불임환자 수가 줄어들었다. 인구 10만 명당 불임환자는 20∼24세가 184명에서 135명으로 연평균 7.5% 줄었다. 25∼29세도 1691명에서 1352명으로 5.4% 줄었다. 반면 35∼39세 불임환자는 1272명에서 1920명으로 연평균 10.8% 증가했다. 40∼44세(10.5%), 45∼49세(4.3%), 30∼34세(3.3%)도 조금씩 늘었다. 여성의 불임 원인에는 난소 기능 저하, 난관 손상, 배란 장애 등이 있지만 종종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20대 불임 환자가 감소하는 이유는 결혼 적령기가 늦춰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대에는 사회생활을 위해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기 때문에 불임 치료를 받을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 정 교수는 “과거와 달리 여성도 결혼 시기가 늦어지면서 불임 치료를 받으려는 기혼 여성 수가 줄어든 것이 결국 20대 여성 불임 환자 수 감소의 원인으로 보인다”며 “30대 이후의 여성 불임이 늘어난 것도 30대에 결혼하는 여성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9일 이사회를 열고 허동수 GS칼텍스 회장(70·사진)을 제8대 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허 회장은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화학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1973년부터 GS칼텍스에서 근무했다. 취임식은 15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열린다. 임기는 3년.}
한국 정부가 이달 말 프랑스에서 열리는 국제 만화축제에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기획 만화를 출품할 예정이었으나 일본 정부가 이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사실이 드러났다.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인하는 일본이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 만화 출품까지 방해하고 나섬에 따라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만화영상진흥원 측은 프랑스 중서부 앙굴렘에서 이달 30일부터 앙굴렘 국제 만화축제에 ‘지지 않는 꽃’을 주제로 위안부 피해자의 실태를 고발하는 만화 작품 20여 점을 전시하고 영상물 4편을 상영할 예정이었다. 한국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보름 전쯤 일본 정부가 프랑스 주재 일본대사관을 통해 ‘민간 만화제에서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것은 부적절하니 한국의 기획 전시회를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무국에서 ‘예민한 주제이긴 하나 다루지 못할 내용은 아니므로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했다”며 “사무국에서 전시를 취소했다면 문제 제기를 했겠지만 차질이 없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따로 대응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이샘물 기자}

▼ 힘겨운 가난탈출 ▼탈출률 6년새 31.7%→23.5%, 고소득층 상승은 2.5%→0.5%서울 강북구에 사는 기초수급자 노모 씨(56)는 보증금 500만 원, 월세 25만 원의 다세대주택에서 살고 있다. 정부가 주관하는 자활사업에 참여해 주5일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월 70만 원. 자활장려금 등 정부 지원금을 추가로 받지만 수입은 월 100만 원이 안 된다. 노 씨는 가정폭력을 일삼던 남편과 2008년 헤어졌다. 딸(13)과 단둘이 살며 일한 지 6년이 지났지만 생활고는 개선되지 않았다. 월급이 나은 곳에 취직하자니 체력도 달리고 자칫 돈을 더 벌다가 기초수급자 기준에서 탈락될까 봐 겁이 나기도 한다. 노 씨는 “겨우 밥은 먹고 사는데 하루하루가 힘들다”며 “가정형편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니 갑갑하다”고 말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노 씨처럼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빈곤층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05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조사에 계속 참여한 5015가구의 소득계층 변화를 분석한 결과다. 빈곤을 탈출한 가구 비율은 경상소득을 기준으로 2005∼2006년 31.7%에서 2011∼2012년 23.5%로 줄었다. 소득계층은 모든 가구를 소득 기준으로 한 줄로 세웠을 때 가운데 지점인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나눈다. 중위소득 50% 이하는 저소득층, 50∼150% 이하는 중산층, 150% 초과는 고소득층이다. 빈곤 탈출률은 저소득층이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으로 이동한 비율을 뜻한다. 저소득층이 1년 만에 고소득층으로 편입된 비율은 2005∼2006년 사이엔 2.5%였지만 2011∼2012년엔 0.5%로 대폭 줄었다. 중산층이 고소득층이 된 비율도 2005∼2006년엔 13.4%였지만 2011∼2012년엔 11%로 낮아졌다. 2005∼2006년 사이엔 저소득층의 68.3%가, 2011∼2012년 사이엔 76.6%가 여전히 저소득층에 머물렀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 서러운 연봉격차 ▼中企 신입사원 평균 2580만원… 대기업보다 1127만원 적어올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신입사원 평균 연봉 격차가 1000만 원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7일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의 좋은일연구소가 40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4년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봉 격차는 올해 1127만 원으로 나타났다. 대졸 기준 신입직원의 평균 연봉은 대기업이 3707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공기업은 3005만 원, 외국계 기업 2980만 원, 중소기업 2580만 원 순이었다. 대기업은 지난해보다 0.3%, 공기업과 외국계는 전년보다 각각 0.4%, 0.3%씩 하락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유일하게 전년보다 10.7% 평균 연봉이 높아졌다. 이 덕분에 최근 몇 년간 급격히 벌어졌던 대기업과 중소기업 신입사원의 평균 연봉 격차는 올해 다소 줄어들었다. 2012년에는 연봉 격차가 1205만 원, 2013년에는 1364만 원까지 났다. 대기업 내에서도 업종에 따라 신입사원 연봉은 1000만 원 가까이 차이를 보였다. 대기업 중에는 조선·중공업(4300만 원)과 섬유·의류(4300만 원) 금융(4189만 원) 업종의 신입사원 평균 연봉이 가장 높았다. 유통(3308만 원), 식음료·외식(3416만 원) 업종은 상대적으로 낮았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부러운 현금부자 ▼금융소득 年4000만원 초과… 2012년 9% 늘어 5만5730명은행 이자와 배당 등 금융소득으로 한 해 4000만 원 넘는 수입을 올리는 고액자산가가 5만5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부터는 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 기준이 4000만 원 초과에서 2000만 원 초과로 강화되면서 과세 대상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7일 국세청 ‘2013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자는 5만5730명으로 전년도(5만1231명)보다 8.8% 늘었다. 이들이 올린 금융소득은 총 10조6512억 원으로 2011년 10조2074억 원보다 4.3% 증가했다. 소득별로는 4000만 원 초과 6000만 원 이하의 금융소득을 올린 자산가가 2만3289명으로 전년도(2만562명)보다 13.3% 늘어나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1억 원 초과 금융소득자는 1만8257명으로 2011년보다 4.1% 늘었다. 이자와 배당만으로 5억 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자산가도 3195명에 이르렀다. 전년의 3063명보다 4.3% 증가한 것이다. 특히 이들이 올린 금융소득은 모두 5조4926억 원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 전체 금융소득(10조6512억 원)의 51.6%를 차지했다. 국세청은 올해 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 기준이 확대되면서 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자가 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2013년에 올린 금융소득은 5월에 신고해야 한다”며 “해외에서 벌어들인 금융소득은 2000만 원 이하여도 종합과세 대상”이라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