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야, 일찍 와야지 왜 이렇게 늦게 왔냐?” 아시안컵 축구대회를 마치고 1일 소속팀 훈련을 위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도착했을 때 최강희 전북 감독이 한교원(25)에게 던진 첫 마디였다. 한교원은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를 완성하려는 최 감독에게 절실한 카드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오른쪽 날개를 맡는 한교원은 빠른 스피드로 공간을 돌파해 올리는 크로스가 일품이다. 전북 공격 축구의 중요한 축이다. 아시안컵 3경기에 출전해 준우승에 힘을 보낸 한교원은 전북에서 최고 인기 선수로 떠올랐다. 대선배 이동국(36)을 포함해 동료들도 열심히 뛴 한교원에게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축하해줬다. 하지만 한교원은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 대표팀에서 특급스타 이청용 이근호와 경쟁한 그는 이젠 특급 외국인 선수 에닝요와 경쟁해야 한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공격 축구를 선언한 최 감독은 에닝요를 다시 불러들여 경쟁에 불을 붙였다. 에닝요는 K리그에서 8시즌을 뛰며 80골 64도움을 기록했다. 한교원은 아시안컵을 통해 값진 경험을 했다. 해외파 선수들과 함께 뛰며 시야가 넓어졌다. “대표팀에 가서 (차)두리 형을 보고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고, 내 지난 축구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고 했다. 11일 전북 완주군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훈련에서 한교원은 이동국을 쳐다봤다. 그의 올해 목표는 이동국보다 더 이타적인 선수가 되는 것이다. 한교원은 지난 시즌 32경기에 출장해 11골 3도움을 올렸다. 최전방 공격수인 이동국은 13골 6도움을 기록했다. 한교원은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게 내 역할인데 동국이 형보다도 도움을 적게 올려 ‘이기적인’ 선수가 됐다”며 “동국이 형보다 무조건 도움을 많이 하는 건 물론이고 올 시즌에는 10골 10도움에 도전해 보겠다”며 활짝 웃었다.유재영 elegant@donga.com·양종구 기자}

태극전사들의 인기가 자선 경매로 이어졌다. 대한축구협회가 옥션 및 월드비전과 함께 진행한 2015 아시안컵 기념 축구사랑나눔경매에서 호주 아시안컵에서 최고 스타로 떠오른 손흥민과 기성용의 유니폼이 최고가를 기록했다. 손흥민과 기성용이 아시안컵에서 입은 유니폼은 395만5000원과 121만 원에 각각 팔렸다. 손흥민이 개인적으로 내놓은 축구화도 전체 3위인 102만 원에 낙찰됐다. 아시안컵 대표 23명의 유니폼과 개별 물품을 대상으로 한 이번 경매는 3차에 걸쳐 진행됐다. 이번 경매로 얻은 2143만2000원은 월드비전을 통해 저소득층 아동 축구동아리 10곳에 보내져 낡은 축구용품을 교체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57→2.55→2.22→? 최근 3년간 프로축구 K리그 경기당 평균 득점이다. 계속 줄어들고 있다. ‘수비축구’가 그라운드를 지배한 결과다. 하지만 올 시즌은 사정이 달라질 것 같다. 상위권 예상 팀들은 모두 ‘공격축구’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2011년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를 선보이며 K리그 공격축구의 대명사로 불리는 최강희 전북 감독은 올해를 “원래의 전북을 찾는 해”로 선언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9일 돌아온 최 감독은 “지난해 우승을 하려고 불가피하게 수비에 치중한 면이 있었다. 이젠 전북을 되찾겠다. 공격축구로 팬들을 즐겁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2013년 중국으로 떠났던 브라질 출신 공격수 에닝요를 다시 불러들였다. 에닝요는 2012년 전북에서 15골 13도움을 올리며 전북의 공격축구를 주도했었다. 최 감독은 스트라이커 이동국을 측면에서 지원할 공격수 에두도 영입했다. ‘스틸타카’ 포항의 공격력 강화도 눈에 띈다. 포항은 지난 2시즌 동안 외국인 선수 없이 경기를 치렀다. ‘쇄국정책’을 썼던 흥선대원군에 빗대 황선홍 감독이 ‘황선대원군’으로 불린 이유다. 황 감독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의 패싱 축구 ‘티키타카’를 접목해 2013년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K리그 클래식 4위에 머물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 티켓을 놓쳤다. 올 시즌 정상 탈환을 위해 황 감독은 미드필더 안드레 모리츠(브라질)와 최전방 공격수 라자르 베셀리노비치(세르비아), 브라질 출신 공격수 티아고를 영입했다. FC 서울 최용수 감독은 8일 전지훈련에서 돌아오며 “우리의 목표는 우승이 아니다. 공격축구로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서울은 2012년 ‘무공해(무조건 공격해) 축구’를 표방하고 정상에 오르며 공격축구를 꽃피웠다. 하지만 2013년 4위로 처지자 ‘스리백’이란 수비축구를 들고 나왔다. 지난해 3위로 ACL 티켓은 따냈지만 리그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다. 최 감독은 “매번 우승할 순 없다. 4년 전 처음 감독대행을 할 때부터 던진 메시지를 5년째 접어드는 이제야 실천하고 싶다. 우린 성적보다는 성장을 지향하면서 시즌을 치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2위를 차지한 수원도 전북에서 공격수 카이오를 영입하고 왼쪽 측면 공격수 레오를 영입하는 등 공격력을 강화했다. 선수 시절 ‘날쌘돌이’로 불린 서정원 감독이 빠른 공격축구를 펼치기 위한 포석이다. K리그 평균득점은 2010년 2.87골로 정점을 찍은 뒤 하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평균관중도 2010년 1만1260명에서 지난해 7731명으로 줄었다. K리그 감독들의 공격축구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신태용 신임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45·사진)은 “올림픽팀은 단 1%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내 운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서 팀을 맡았다. 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신 감독은 “이광종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님이 빨리 쾌차하길 빈다”며 입을 열었다. “20년 가까이 유소년을 키워낸 전문가인데…. 나보다 더 전문가인 분이 끝까지 맡아서 결실을 맺어야 하는데…. 후배로서 가슴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프로 지도자를 마다하고 2000년부터 유소년 전임 지도자로 활약한 이 전 감독은 최근 급성 백혈병이란 진단을 받았다.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을 코치로 보좌하던 신 감독은 지난달 31일 호주 아시안컵 결승에서 호주에 아깝게 져 준우승한 직후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의 부름을 받았다. “‘태용아. 지금 이광종 감독 몸이 좋지 않다. 네가 올림픽팀을 맡아야 할 것 같다. 고민 좀 해봐라’고 했을 때까지만 해도 어떤 판단을 해야 할지 몰랐다”는 게 신 감독의 설명. 하지만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며 많은 생각을 했다. ‘광종이 형이 아픈데 올림픽팀은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본선 진출을 해야 하고…. 얼마나 급했으면 날 불렀겠는가.’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결심했다. 신 감독은 “무거운 짐이지만 광종이 형을 위해, 한국 축구를 위해 내가 나서야 할 수밖에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3월 올림픽 지역 예선이 시작되는데 현실적으로 대안이 신 감독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의 각오는 남달랐다.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했다. 프로축구 성남 일화(현 성남 FC) 감독 시절 ‘신공(신나게 공격해) 축구’를 표방하고 ‘레슬링복 입기’ 등 색다른 승리 세리머니를 했던 때와는 달랐다. 신 감독은 “즐겁고 신나는 축구로 이겨서 광종이 형과 팬들을 기쁘게 하겠다. 무실점으로 2, 3골을 넣을 수 있는 팀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늪 축구’라고 불리는 슈틸리케 감독의 수비축구를 계승하면서도 ‘공격축구’를 접목하겠다는 뜻이다. 신 감독은 2010년 성남 일화를 이끌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는 등 화끈한 공격축구를 선보였다. 신 감독은 3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예선전에 출전한다. 이 대회를 통과하면 내년 1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카타르 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 나간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박태환(26)이 검찰의 발표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27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를 앞두고 국내에서 이미 ‘금지약물이 포함된 것을 알고도 주사를 맞았다’는 결론이 났으면 청문회에 가기도 전에 사형선고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박태환이 FINA 청문회에 참석해 자신의 입장을 표명한 뒤 퇴장하면 바로 징계 여부가 결정된다. 보통 2주 이내에 결과를 통보하게 되어 있지만 관심이 큰 사안이어서 곧바로 통보할 가능성도 있다. 박태환 측은 검찰 수사 결과에서처럼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을 부각해 징계를 최대한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도핑 양성반응이 나올 경우에는 고의성이 없었어도 징계는 피할 수 없다. 청문회가 열릴 때까지 비밀을 지켜야 했지만 관련 내용을 검찰에 알린 점을 FINA 관계자들이 곱지 않게 볼 가능성도 있다. 도핑 양성반응의 경우 보통 2년 이상의 자격정지 징계를 받는다. 박태환이 징계 기간을 6개월 정도 줄이면 대표팀 선발전 기간 등을 감안해 내년 8월에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징계 기준이 지난해 소변을 받아간 9월 3일이기 때문이다. 국내 국가대표 규정에 따르면 약물 관련 징계를 받은 선수는 3년 동안 국가대표에 뽑힐 수 없다. FINA에서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 하더라도 국내 규정 때문에 국가대표로 복귀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여론에 따라 예외적으로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태환으로서는 예외적 조항을 적용받을 수 있느냐에 다시 한 번 올림픽에 출전해 마지막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지가 결정된다. 어쨌든 FINA의 징계를 받으면 박태환이 지난해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획득한 메달을 박탈당한다. 박태환은 인천에서 은메달 1개(자유형 100m)와 동메달 5개(자유형 400m, 200m, 계영 400m, 800m, 혼계영 400m)를 획득했다. 계영 멤버들의 메달도 함께 박탈된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내가 외국인이라서 다행이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61·사진)은 5일 “인터넷에 뜨는 대표팀 관련 기사들을 직접 볼 수 없는 건 장점이자 다행이다”며 이렇게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호주 아시안컵 대표팀의 구자철, 김영권, 정성룡이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에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익명성의 뒤에 숨어 악성 댓글을 쏟아내는 것은 선수들에게 큰 상처가 된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그는 “다행히 이번 대회에서 얻은 소득 가운데 하나는 이 세 명의 선수가 자신감과 명예를 회복했다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언론에 대해서도 “모든 비판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다만 사실에 근거하고 논리적인 보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슈틸리케 감독은 ‘워커홀릭’이자 메모광이다. 와인을 가끔 즐기지만 대회 중에는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 호주 아시안컵 대회 기간에도 숙소인 호텔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았다. 국내 선수들과 상대할 선수들의 경기 동영상을 보면서 일일이 메모를 했다. 이 관계자는 “적어도 메모를 한 국내 선수들에 대해서는 머릿속에 다 입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6일 자택이 있는 스페인 마드리드로 출국해 휴가를 보낼 예정인 슈틸리케 감독은 쉬는 동안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골프를 치고 싶다”며 국내에서 골프를 쳤을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H골프장을 간 적이 있는데 그린을 포함해 코스가 너무 어려웠다. ‘어떻게 이런 골프장을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골프 스코어는 90대 후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다음 달 7일 K리그가 개막하기 전에 휴가를 마치고 귀국해 3월 27일과 31일 A매치 평가전을 준비한다. 아직 상대는 정해지지 않았다.이승건 why@donga.com·양종구 기자 }

박태환(26·사진)에게 금지약물이 포함된 네비도(NEBIDO) 주사제를 투약한 T병원 김모 원장이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으로 모든 책임을 박태환에게만 떠넘기고 있다. 검찰에 의해 이번 주말경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될 처지에 놓인 김 원장은 당초 검찰 조사에서 네비도 주사를 놓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금지약물인지 모르고 투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 일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병원의 안티에이징(노화방지) 프로그램을 받는 사람에게는 남성호르몬 치료를 받는다고 알려준다. 박태환에게도 마찬가지였다”고 주장했다. 박태환에게 책임이 있다는 의미다. ○ 병원장의 책임전가 김 원장이 주장한 남성호르몬 치료제에는 박태환의 도핑 검사에서 나온 테스토스테론이 주요 성분으로 반드시 포함돼 있다. 따라서 김 원장이 금지약물인지 몰랐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준섭 전 축구국가대표팀 주치의(서울제이에스병원장)는 “남성호르몬은 영어로 테스토스테론이다. 의사라면 테스토스테론이 금지약물이라는 것을 당연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박태환은 주사를 맞기 전 김 원장에게 “나는 도핑 검사를 자주 받는다. 남성호르몬이 문제없느냐”고 분명히 말했다. 이 부분은 김 원장도 인정했다. 세계반도핑규약에 따르면 환자가 운동선수임을 의사에게 알렸을 경우 처방할 약품이 금지약물인지 확인하고 이를 환자에게 고지해야 한다. 만약 의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금지약물을 처방한 경우에는 민형사상 책임을 당할 수 있다. 의료정책연구소가 발간하는 운동선수 처방 매뉴얼에도 ‘의사는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 접속해 약품에 대해 검색 후 처방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김 원장은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 원장은 “박태환의 누나가 지난해 11월 병원을 찾아 ‘이 남성호르몬 정말 아무 문제없는 겁니까? 운동하는 애들 맞아도 돼요?’라고 물어 ‘전혀 문제없다. 우리 회원들도 다 맞고 운동하고 골프도 친다’고 대답해줬다”고 밝혔다. 이 병원의 회원들은 일반인이 대부분이다. 결국 노화방지와 재활 전문 병원의 전문의인 김 원장이 박태환의 치료를 일반인 치료 기준에 맞춰서 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박태환도 책임은 있다 도핑 검사에 가장 민감해야 할 운동선수이면서 남성호르몬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T병원을 스스로 찾아갔다는 것에 대해 박태환도 할 말은 없다. 한 재활의학 전문의는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도 고쳐 쓰지 않아야 하는데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병원에 간 것 자체가 문제다”고 지적했다. 송 전 주치의는 “세계적인 선수라면 특정 병원에서 처방한 주사약에 대해 당연히 다른 전문가에게도 금지약물 여부를 물어봤어야 한다. 그럼 단박에 금지약물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듯이 이번 사태의 더 큰 책임은 김 원장에게 있다. 따라서 김 원장의 주장대로 박태환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수영계를 포함한 체육계의 반응이다. 또 27일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를 앞두고 검찰 수사와는 다르게 여론재판식으로 박태환의 잘못을 일방적으로 단죄하는 것 또한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KADA의 관계자는 “지금 아무리 떠들어 봤자 오히려 박태환에게 불리하다”고 말했다. FINA가 국내 언론에 나온 내용을 모두 체크하며 자료를 축적하고 있는데 박태환에게 불리한 일방적인 주장은 ‘박태환을 죽이는 결과’만을 초래할 뿐이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국내 최고의 ‘명품’ 마라톤 대회인 2015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6회 동아마라톤대회가 국내 최초로 국내 선수를 대상으로 ‘타임 보너스’ 제도를 도입한다. 서울국제마라톤 사무국은 대한육상경기연맹과 협의해 3월 15일 열리는 대회부터 국내 선수들에 대해 타임 보너스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타임 보너스는 순위가 아닌 기록에 따라 추가 보너스를 주는 방식이다. 미리 정해 놓은 시간 안에 골인할 경우 순위 상금과는 별도의 상금을 준다. 이에 따라 다음 달 열리는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는 치열한 기록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 대회에서는 선수들이 순위 경쟁에만 몰두해 기록 단축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국제마라톤대회도 지난해까지는 국내 남녀부 한국기록(남자 1억 원, 여자 5000만 원) 포상금과 순위별 상금만 있었다. 남녀부 1위 상금 1000만 원을 포함해 6위까지 상금을 차등 지급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남녀부 우승 상금을 500만 원으로 하는 등 순위 상금을 줄였다. 대신 기록에 따른 세부 보너스를 마련했다. 국내 남자의 경우 2시간 10분 이내에 들어오면 2000만 원, 2시간 12분 이내 1000만 원, 2시간 14분 이내는 500만 원을 각각 지급한다. 국내 여자의 경우 2시간 28분 이내 2000만 원, 2시간 30분 이내 1000만 원, 2시간 32분 이내 500만 원의 상금을 준다. 한국기록 상금은 지난해와 같다. 현재 한국 최고기록은 남자의 경우 이봉주가 2000년 세운 2시간 7분 20초, 여자는 권은주가 1997년 세운 2시간 26분 12초다. 지난해 9월 베를린 마라톤에서 데니스 키메토(케냐)가 2시간 2분 57초의 남자 세계 최고기록을 세우는 등 세계 마라톤은 기록 단축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국내 남자는 2시간 10분 이내에 드는 선수가 2시간 9분 28초의 정진혁(한국전력) 한 명밖에 없는 등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올해 대회는 기록 단축의 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시간 4분 48초로 출전 선수 중 최고기록 보유자인 베르하누 시페라우(22·에티오피아)를 비롯해 2시간 5분대 선수 4명, 2시간 6분대 선수 6명, 2시간 7분대 선수 4명이 출전해 2012년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7·케냐)가 세운 2시간 5분 37초의 대회 기록 경신에 도전한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박태환이 검찰 수사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받았지만 징계를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관계자는 3일 “국제수영연맹(FINA)은 선수가 도핑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더라도 정황을 자세히 따져 보고 판단한다. ‘선수가 어려서 도핑 규정을 잘 몰랐다’ 등의 징계 철회를 위한 판단 기준은 있다. 하지만 박태환은 세계적인 선수라 ‘모르고 주사를 맞았다’는 해명이 통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박태환에게 자격정지 2년이 내려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데 27일 열리는 FINA 청문회에서 박태환의 소명이 일부 받아들여진다면 자격정지 기간이 짧아질 수는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박태환에게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ADA 관계자는 “사실 청문회가 열릴 때까지 해당 단체나 관계자들은 도핑과 관련돼 비밀을 지켜야 한다. 억울하다고 생각한 박태환이 담당 의사를 검찰에 고소해 도핑 적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이상하게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환 측은 검찰 수사 결과를 반기면서도 공식적인 대응은 일절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징계를 피하기 위한 언론 플레이로 비쳐 FINA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태환의 아버지 박인호 씨는 이날 “우리가 하는 모든 말이 기사화되면 FINA로 보고가 올라간다. 우린 검찰의 기소 건에 대해서도 아무 말 못한다”고 말했다. 박태환이 T병원을 자주 찾아갔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솔직히 너무하다. FINA도 태환이 얘기를 듣고 최종 판단하기 위해 청문회 날짜를 잡았는데 국내에선 우리 애를 완전히 죽이고 있다. 완전히 매장시키고 있다. 우린 도핑 건에 대해선 아무 할 말 없다. 검찰 조사와 FINA 소명 기회가 있으니 그때 얘기하겠다”고 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우즈베키스탄축구협회(UFF)가 태국 킹스컵에서 일어난 자국 대표팀의 폭행 사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에 공식 사과했다. 대한축구협회는 3일 UFF로부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1일 태국 킹스컵 경기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며 해당되는 선수들은 UFF와 소속 구단으로부터 엄중 징계에 처해질 것임을 알리고자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UFF는 대한축구협회의 양해를 구하면서 양 협회의 우호적인 관계가 앞으로도 유지되길 희망한다는 뜻을 덧붙였다. 이에 앞서 우즈베키스탄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전원과 심상민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린 토시리온 샴시디노프는 한국 팀 숙소로 찾아와 공식 사과했고, UFF는 샴시디노프를 귀국시켰다. 킹스컵 조직위원회도 2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샴시디노프에 대해 잔여 2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한편 UFF는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에 ‘3월 27일 서울에서 한국과 평가전을 치른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는 “서로 협의 중인 것은 맞지만 세부 조정 사항이 있어 아직 발표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1. 이라크와의 아시안컵 준결승을 하루 앞둔 지난달 25일.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사진)은 선수들에게 동영상을 하나 보여줬다. 소아암 환자를 포함한 난치병 환자들이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과 그들을 돕는 축구선수들의 봉사활동을 담은 영상이었다. 영상에 슈틸리케 감독의 말이 더해졌다. “여러분, 이분들은 축구를 통해 희망을 찾습니다. 여러분이 흘린 땀방울이 이들을 기쁘게 하고 희망도 전해줄 겁니다.” #2. 호주와의 아시안컵 결승전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슈틸리케 감독은 또 다른 영상을 선수들에게 보여줬다. 호주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한국 이민자들의 인터뷰 영상이었다. 살아 온 이야기, 고국에 대한 향수, 호주에서 출전하고 있는 축구대표팀에 바라는 것 등이 담겨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에게 “저분들이 내일 스탠드에서 여러분을 지켜볼 겁니다. 여러분이 뭘 해야 할지 알겠죠”라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이 같은 ‘감수성 자극’ 프로젝트는 태극전사들의 투혼을 불러일으키는 데 큰 몫을 했다. 연장전까지 이어진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으로 체력이 떨어진 선수들을 자극할 방법을 찾던 슈틸리케 감독은 영상을 통한 투혼 자극 카드를 꺼내 들었다. 첫 번째 영상은 슈틸리케 감독의 아이디어였고, 두 번째 영상은 코칭스태프와 지원스태프를 상대로 공모를 통해 짜낸 아이디어였다. 장비담당과 물리치료 등 지원스태프도 힘을 보탰다. 결승전 당일 한국팀 라커룸에 부상으로 조기 귀국한 구자철과 이청용의 유니폼을 대형 태극기와 함께 걸어 놓은 것. 이들이 태극전사와 함께하고 있으니 힘을 내라는 의미였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를 흔쾌히 허락했다. 신태용 대표팀 코치는 “주장 기성용을 비롯한 선수 모두가 승리라는 두 글자를 위해 뛰었다. 중간에 이청용과 구자철이 전력에서 이탈해 힘든 순간이 왔지만 오히려 이 어려움이 선수들을 뭉치게 했고 국민들을 감동시키는 투혼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일 아시안컵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손흥민, 기성용, 곽태휘, 차두리를 호주 아시안컵 베스트11로 선정했다. ‘아시안컵 2015 드림팀’으로 명명된 이번 베스트11에는 한국과 호주 선수가 4명씩 선정된 반면 지난 대회 우승팀 일본은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또 AFC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8강에 오른 팀의 골키퍼들이 선방하는 13개의 장면을 올렸는데 이 중 4개가 이번 대회를 통해 스타로 떠오른 김진현의 선방 모습이었다. 김진현은 “경기 때는 차두리 형에게 ‘두리야 나가, 들어가’라고 반말을 했다”며 “두리 형이 팀의 분위기 메이커였는데, 최고참이 그렇게 팀을 많이 생각하며 하나로 만들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후배들은 오로지 팀만 생각해야 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맏형은 눈물을 참고 훌쩍이는 어린 후배들의 어깨를 다독이며 달래 주기 바빴다. 태극마크를 달고 뛴 마지막 무대에서 준우승에 그쳐 아쉬움은 컸지만 눈물을 흘리는 후배들의 모습이 더 가슴 아팠다. 지난달 31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아시안컵 축구대회 결승에서 한국 축구의 과거와 미래가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차미네이터’ 차두리(35)와 ‘손날두’ 손흥민(23)은 우승이란 ‘이별 선물’을 합작하진 못했지만 한국 축구의 희망을 되살려 냈다. 오른쪽 수비수 차두리는 탄탄한 수비와 빠른 측면 돌파로 호주 선수들을 괴롭혔고, 왼쪽 공격수 손흥민은 0-1로 뒤지던 후반 46분 감각적인 슈팅으로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뜨렸다. 연장 전반 15분 상대에 결승골을 내주며 1-2로 패한 뒤 손흥민은 30분이 넘게 눈물을 흘렸다.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중도 탈락한 뒤에도 펑펑 울었던 손흥민은 “형들에 대한 미안함, 팬들에 대한 미안함이 커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손흥민은 “(차)두리 형에게 더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우승에)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을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눈가에 이슬이 맺힌 차두리는 오히려 “너희들이 태극마크의 자부심을 느껴 정말 좋았다”며 후배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차두리는 1일 자신의 트위터에 “나의 마지막 축구 여행은 끝이 났다!! 비록 원하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정말로 열심히 뛰어 준 사랑스러운 후배들에게 무한 감사를 보낸다! 나는 정말 행복한 축구선수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파이팅!”이라는 글을 올렸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에서 우루과이에 패한 뒤 비가 내리는 그라운드에 누워 뜨거운 눈물을 쏟아 냈던 차두리는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때는 알제리전이 끝난 뒤 중계석에서 눈물을 흘렸다. 차두리와 12년 차 띠동갑인 손흥민은 평소 “삼촌”과 “형”을 번갈아 부르며 차두리를 따랐다. 독일에서 오래 활약한 차두리로선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를 휘젓고 있는 손흥민이 대견하고 귀여웠다. 둘은 23일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멋진 쐐기 골을 합작했다. 2001년 11월 8일 세네갈과의 평가전에 데뷔해 A매치 75경기를 뛴 차두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마지막 남은 대표팀 현역 선수다. 지난달 10일 오만과의 아시안컵 1차전에서는 34세 178일의 나이로 출전해 이운재(은퇴)가 갖고 있던 대표팀의 아시안컵 본선 최고령 출전 기록(34세 102일)도 갈아 치웠다. A매치 40경기에서 10골을 넣은 손홍민은 이번 대회에서 팀 최다인 3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아시안컵 100호 골의 주인공이 됐다. 한편 차두리의 활약상에 누리꾼들은 ‘차두리 고마워’란 키워드를 만들어 인터넷에 띄웠고 이 키워드는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손흥민의 동점 골에 SBS 배성재 아나운서는 “손흥민이 차두리의 은퇴를 30분 늦췄다”고 말했고,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손흥민의) 연봉 올려 줘야 한다. 이런 골은 올려 줘야 한다”고 말했다.양종구 yjongk@donga.com / 시드니=김동욱 기자 }
‘엿 대신 꽃.’ 팬들이 축구대표팀 태극전사들을 대하는 방식은 불과 7개월여 사이에 확연히 달라졌다. 1일 인천공항엔 호주 아시안컵 축구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한국 축구대표팀을 환영하는 인파로 들썩였다. 정성 들여 현수막까지 제작해 귀국장을 찾은 팬부터 우연히 아시안컵 전사들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자리를 잡은 팬까지 다양한 축구팬들로 귀국장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비행기가 도착하고서 약 한 시간 뒤 태극전사들이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귀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팬들은 뜨거운 함성과 박수로 태극전사를 맞았다. 팬들은 꽃다발로 환영했다. 비록 1960년 이후 55년 만의 정상 탈환에는 실패했지만 1988년 이후 27년 만의 준우승 달성에 팬들도 환호했다. 무엇보다 예선부터 4강까지 5경기에서 무실점으로 순항했고 호주와의 결승에서도 0-1로 뒤지던 후반 추가 시간에 동점골을 넣고 연장까지 가서 아깝게 지는 등 확 달라진 태극전사들의 투혼이 팬들을 감동시켰다. 지난해 6월 브라질 월드컵 귀국 때와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당시 홍명보 전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사상 첫 원정 8강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대회에 나갔으나 조별리그에서 1무 2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돌아왔다. 경기력과 결과에 실망한 일부 팬들이 대표팀을 향해 호박엿 사탕을 집어 던질 정도로 귀국장 분위기는 싸늘하고 험악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귀국 인터뷰에서 “브라질 월드컵 이후 선수들이 힘들었다. 그래서 이런 환대가 필요했다.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주장 기성용은 “한 달 동안 응원해 준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다음엔 꼭 우승하겠다”고 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권영후 미국 텍사스여자대학교(TWU) 운동과학과 교수(53)는 지난해 말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덕분에 유명 인사가 됐다. 우즈가 새로 영입한 스윙코치 크리스 코모(36)가 권 교수의 제자라는 사실이 국내외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권 교수는 스포츠와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운동 역학자로 거듭난 스토리까지 갖고 있다. 그의 학부 전공은 천문학이었다. 어려서부터 수학과 물리학을 좋아했다. 1980년 서울대 자연계열에 입학했다. 당시엔 계열별로 1년 공부한 뒤 과를 선택할 수 있었다. 물리학과를 가고 싶었지만 천문학과를 가야 했다. 성적에 따른 결정이었다. 대학 입학 후 “공부를 안 했다”는 게 권 교수의 설명. 천문학은 딱히 싫지도 않았지만 마음을 확 잡아주지도 못했다. 대학 시절 공부보다는 축구에 빠져 보냈다. 축구 명문 대구 청구고를 다닐 때 늘 응원하러 다녔던 추억 때문에 자연대 축구부에 들어가 공 차는 데 온 정신을 쏟아부었다. 국가대표 공격수 출신 변병주 전 대구 FC 감독과 ‘그라운드의 패셔니스타’ 박경훈 전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이 고교 친구들이다. 거의 매일 축구를 했다. 공을 잘 차진 못했지만 이론과 심판 보는 법에는 능했다. 물리학과 역학을 이용해 공을 멀리, 정확히 차는 데 집중했다. 축구를 논할 땐 분석적으로 설명하는 데 열을 올렸다. 2학년 때 체육교육과 개설 교양 축구 수업까지 들었다. 대학 4학년 때였다. 우연히 체육교육과에 개설된 생체역학이란 과목이 눈에 띄어 신청했다. 수업을 듣자 마자 다른 세상이 보였다. 천문학은 숫자도 어마어마하게 크고 지구와 멀리 떨어진 별을 다루기 때문에 비현실적으로 느껴져 흥미를 붙일 수 없었다. 반면 생체역학에서는 평소 축구를 하며 고민했던 역학적 법칙을 배울 수 있었다. 딱 1주일 동안 수업을 듣고 전공을 바꾸기로 했다. 4학년 때 들은 체육교육과 수업만 26학점에 달했고 체육교육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서울대 체육교육과엔 국내 최고의 운동 역학의 권위자 이긍세 교수(작고)가 있었다. 당시 이 교수는 한국체육과학연구소(현 한국스포츠개발원) 소장을 맡아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었다. 권 교수로서는 지도교수인 이 교수가 연구실을 비운 게 큰 행운이었다. 연구실을 혼자 지키며 이 교수가 모아 놓은 모든 역학 책을 탐독할 기회를 가진 것이다. “그때가 가장 행복했다. 혼자서 이것저것 찾아가면서 책을 읽었지만 밤이 새는 것도 잊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책을 모두 읽고 나니 다른 학생들보다 앞서 갈 수 있었다.” 1985년 석사 논문을 쓸 때 동작분석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동작분석은 동작을 영상으로 찍은 뒤 컴퓨터로 동작 하나하나를 역학적으로 분석하는 기법이다. 그때까지 국내엔 동작분석 프로그램이 없었다. 해외에는 있을 수도 있었지만 어떻게 찾아야 할지도 막막했다. 그래서 직접 만들었다. 학부 때 공부했던 포트란(컴퓨터 프로그램 언어)으로 동작분석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비록 2차원 분석 프로그램이었지만 국내 최초였다. 그 프로그램으로 1986년 ‘수행 중 누적되는 근 피로가 400m 단거리 달리기의 역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해 8월 석사장교 입대 전까지 약 4개월간 친분이 있는 교수의 학위논문 분석을 도와주며 3차원 동작분석 프로그램에 대해 공부했다. 석사장교를 마치고 1987년 체육과학연구원에서도 3차원 동작분석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업을 함께했다. 어느 순간부터 동작분석 프로그램은 그를 계속 따라다녔다. 1988년부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국비로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공부하면서도 영상분석 프로그램을 계속 연구했다. 1991년 3차원 동작분석 프로그램 ‘Kwon 3D’ 첫 번째 버전을 내놓았다. 동작분석의 최고 전문가가 되는 첫걸음을 뗀 시기다. 박사학위를 받고 국내와 미국을 오가다 2001년부터 TWU에서 교수를 맡으면서 스포츠 동작분석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Kwon 3D’를 업그레이드(현재 버전 5 준비 중)하던 중 친구가 주고 간 골프채로 골프에 입문했다. 2008년 골프를 연구하는 제자의 논문 주제잡기를 도와주면서 골프 분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골프를 설명하는 이론들에 문제가 많다고 느꼈다. 그래서 제대로 연구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예를 들어 스윙할 때 클럽이 그리는 궤적을 단면으로 표시해 보여주는 스윙평면(Swing Plane)에 대해 전설적인 골퍼 벤 호건은 ‘공과 어깨선을 연결하는 평면’이라고 했다. 골프 지도자 짐 하디는 ‘골퍼의 뒤쪽에서 봤을 때(홀 반대 방향) 백스윙 정점에서 어깨선과 왼팔이 서로 정렬되는 경우를 단일 평면스윙, 그렇지 않으면 이중 평면스윙’이라고 했다. 권 교수는 이런 설명들이 실제 스윙 동작에는 관련이 없다고 보고 있다. 권 교수는 “진정한 스윙평면은 손목을 중심으로 클럽헤드가 톱에서 임팩트, 폴로스루까지 그리는 원운동의 평면이다. 이 평면을 기준으로 스윙 동작의 기울기, 각도 등을 측정한 뒤 골퍼의 비거리, 정확성 등을 분석해 조절할 수 있다. 스윙평면이 나선형이면 불안한 스윙이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2009년 아일랜드 국제운동역학회에 연사로 초청돼 기능적 스윙평면(Functional Swing Plane)을 주제로 한 발표를 했다. 기능적 스윙평면은 임팩트 직전과 임팩트 직후 구간에서 클럽헤드가 그리는 궤적평면인데 이에 따라 구질 등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한다. 이때쯤 코모를 만났다. 권 교수는 “어느 날 코모가 학교로 찾아왔다. 골프 연구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당시 내가 하고 있는 골프 연구의 실험 대상자도 소개해줬다. 그리고 코모는 2009년 석사과정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다. 현재는 과정을 마치고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러 지도자에게서 스윙을 배운 코모는 지도자마다 각기 다른 스윙 이론을 설명하자 만족하지 못했다. 운동역학을 통해 스윙의 진짜 원리를 밝혀내려 했다. 권 교수는 “지난 6년 동안 코모의 현장 정보를 바탕으로 연구를 함께해 골프 스윙의 비밀을 풀어내고 있다. 아직 퍼즐의 조각들을 맞추고 있는 상황인데 조금씩 맞아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코모와 함께 2편의 소논문도 발표했다. 그러면서 코모도 성장했다. 과거엔 골프 기술만으로 레슨을 했다면 이제는 역학적 원리를 가미해 효율적인 힘의 사용법까지 세세하게 지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즈가 코모를 선택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권 교수는 “우즈에 대한 지도는 전적으로 코모의 몫”이라며 “우즈의 스윙 변화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모는 다른 지도자들처럼 이론에 사람을 맞추지 않는다. 코모는 인간 몸의 역학 구조를 잘 이해하고 각 사람에게 맞는 스윙을 제시한다. 이에 따라 우즈의 스윙이 짧은 시간에 매우 좋아졌다”고 말했다. 권 교수와 코모의 만남은 ‘시너지 효과’를 내는 계기가 됐다. ‘권-코모 콤비’가 알려지면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많은 선수가 TWU를 찾고 있다. 권 교수는 2013년부터 프로선수들의 동작을 분석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 우승자 양용은이 그를 찾아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GPA)투어에서 활약하는 최나연도 찾아와 조언을 얻고 갔다. 권 교수는 요즘은 시간이 있으면 한국을 방문해 골프 지도자들에게 강연을 해주고 있다. 지난해 말에도 서울과 부산 등을 오가며 골프 지도자들에게 강연했다. “일부 지도자가 생체역학에 대한 이해 없이 자신의 스윙 이론을 선수에게 끼워 맞추려 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마추어 시절까지 자연스럽고 훌륭한 스윙을 하던 선수가 프로가 돼 비싼 골프 지도자들을 만나게 되면서 스윙이 망가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특정 이론을 강조하는 스윙은 도그마에 빠져 선수를 다치게 할 위험이 있다.” 골프는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지도자가 다리와 허리, 어깨를 꼬아서 내는 힘만을 강조한다. 그것은 역학적으로 잘못된 지도법이다. 우리 몸만으로 힘을 발생시키면 몸이 망가질 수 있다는 게 권 교수의 지론이다. 그는 “바른 자세와 힘을 낭비하지 않는 스윙 등도 중요하지만 역학적으로 효율적인 스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부의 힘을 이용해야 한다. 골프채를 들고 있는 우리가 외부에서 받을 수 있는 힘은 두 발로 버틴 지면이다. 결국 발로 지면에서 반발력을 얻고 이를 스윙으로 이어주는 법을 배워야 한다. 골반이 회전하면서 발이 지면을 차고 거기서 나온 땅의 힘을 원천으로 써야 한다. 체중이동을 하지 않거나 머리를 완전히 고정하거나 골반의 움직임을 제한하면 근육에 무리를 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외부에서 얻은 힘으로 스윙 초반에 운동량을 많이 발생시켜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윙 톱에서 출발해 전체 스윙의 5분의 1도 안되는 구간에서 스윙 스피드를 발생시키고 그 관성을 임팩트 때까지 이어줘야 최고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 교수는 “많은 주말 골퍼가 임팩트 때 힘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그때 힘을 주면 그 힘이 100% 우리 몸쪽으로 향하게 돼 있다. 그럼 스윙의 최고 스피드가 폴로스루 때 나온다. 그렇게 되면 임팩트가 정확하지 않고 힘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골프 스윙의 역학적 원리에 대한 교육과정도 만들고 있다. 가장 기초적인 역학적 원리부터 단계를 높여가는 교육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역학자의 입장에서 골프의 원리를 제대로 설명하려고 한다. 권 교수의 골프 핸디캡은 12, 13개. 지난해 말 국내에서 73타를 쳤다. 그는 “연구할 시간을 스윙 연습에 빼앗기고 싶지 않아 골프를 대충 쳤는데 코모가 우즈의 코치가 된 후 내 이름이 알려져 이젠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역학적 원리에 따라 차분히 쳤더니 스코어가 줄었다”며 웃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이영표 KBS 해설위원의 예측이 또 맞았다. 이 위원(사진)은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8강전을 앞두고 “연장전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의 말대로 한국은 22일 연장까지 가는 120분간의 혈투를 벌였다.》 경기가 막상 연장에 들어가니까 말이 씨가 된 것 같아 좀 미안한 감이 있다. 우승까지 가려면 체력이 중요한데 이날 경기로 선수들 체력이 바닥날 것 같아 아쉽다. 태극전사들은 경기를 할수록 좋아지고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공격과 수비에 짜임새를 갖춰가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는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맥없는 공격과 어이없는 뚫림을 볼 수 없었다. 특히 김진수-김영권-곽태휘-김창수로 이어진 포백 수비라인의 협력 플레이는 지금까지 경기 중에서 가장 좋았다. 토너먼트에서는 정신력이 강한 팀이 이긴다. 조별리그를 치르며 이청용, 구자철 등 팀의 주축이 빠져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난 오히려 이게 약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주축 선수들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선수들의 투지가 살아났다. 이날 들어간 이근호와 남태희, 이정협 등은 정말 열심히 뛰었다. 주축 선수들을 대체하는 선수들이 잘 뛰어주면 팀워크는 더 살아날 수 있다. 2골을 넣은 손흥민이 가장 빛난 선수지만 내가 볼 때 오늘 가장 돋보인 선수는 왼쪽 수비수 김진수다. 고급 축구는 압박할 때 압박하고 기회가 되면 공간을 파고드는 것이다. 김진수는 이날 상대가 공을 잡았을 때 효율적으로 압박해 공을 따냈고 손흥민 남태희 등과 합작플레이로 왼쪽 돌파도 잘했다. 누가 김진수를 ‘제2의 이영표’라고 부르는데 내 전성기 때보다 더 잘한다. 선수들은 나이를 먹으면 체력 하락과 함께 기량도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차두리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후반 25분 김창수를 대신해 들어간 차두리는 ‘차미네이터’답게 거친 몸싸움과 특유의 오버래핑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손흥민의 두 번째 골은 99% 차두리가 만든 것이다. 손흥민에게 골에 대한 지분을 좀 받아야 할 정도다. 이겼지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경기 막판 전술 운영에 대해선 이해가 가지 않은 점도 있다. 손흥민이 연장 전반 막판에 골을 넣자 기성용을 왼쪽 공격수로 올렸다. 기성용은 중앙에서 공수를 조율해야 했다. 연장 후반 6분 이근호 대신 들어간 수비수 장현수도 오른쪽 공격수로 놓았다. 미드필더나 수비라인에 둬야 했다. 왜 그랬을까?정리=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한국은 22일 오후 4시 30분(한국 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아시안컵 8강전을 치른다. A조 1위인 한국은 18일 사우디아라비아를 3-1로 꺾고 B조 2위에 오른 우즈베키스탄과 만나게 됐다. A조 2위 호주는 이날 북한을 2-1로 꺾고 B조 1위가 된 중국과 같은 날 오후 6시 30분 브리즈번에서 맞붙는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에 역대 전적 8승 2무 1패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 준결승에서 0-1로 진 뒤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은 옛 소련에서 분리 독립한 뒤 아시아 축구의 복병으로 떠올라 방심은 금물이다. 아시아 축구계 데뷔 무대였던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에서 7연승으로 금메달을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아시안컵에선 2007년 8강까지 진출했고, 2011년 대회에선 4위를 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지한파’ K리그 선수 세르베르 제파로프(성남)가 핵심이다. 제파로프는 18일 사우디아라비아 경기엔 체력 안배로 벤치를 지켰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선 주장으로 중심축을 맡고 있다. A매치 104경기에 출전해 23골을 터뜨리며 우즈베키스탄 선수 중 A매치 경기 출전과 득점에서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미르잘랄 카시모프 우즈베키스탄 감독은 “제파로프는 여전히 우리 팀의 기둥과 같은 선수”라며 신뢰를 보내고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축구대표팀 유니폼에는 ‘투혼(鬪魂)’이란 두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번 대표팀도 예외가 아니다. 그 투혼이 한국 축구를 잠에서 깨워냈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18일 호주 브리즈번 퀸즐랜드 스포츠 애슬레틱 센터에서 훈련을 마친 뒤 “호주 경기에서 보여준 정신력이나 적극성, 투지를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17일 열린 아시안컵 축구대회 A조 마지막 경기에서 이정협(상주)의 결승골로 호주를 1-0으로 꺾고 3연승을 달리며 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호주전 승리는 대표팀에 단순한 1승의 의미를 넘어서 우승으로 가는 원동력인 투혼을 가져다줬다. 중앙 수비수로 나온 곽태휘(알 힐랄)와 부상으로 쿠웨이트와의 2차전에 나오지 못했던 오른쪽 수비수 김창수(가시와 레이솔)는 호주전에서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상대 공격을 막아냈다. 곽태휘는 호통에 가까울 정도로 목소리를 높여 선수들의 움직임을 독려했다.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은 온 몸을 던져 골문을 지켰고, 전반 32분 이정협은 몸을 던진 쇄도로 결승골을 잡아냈다. 전반 28분 박주호(마인츠)는 공중 볼을 다투다 상대 공격수 팔꿈치에 얼굴을 맞아 그라운드 위를 굴렀고, 구자철(마인츠)은 후반 초반 상대 수비수에게 밀려 넘어지며 오른쪽 팔꿈치를 다쳐 그라운드 밖으로 실려 나왔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체력이 떨어진 상황이라 이제부터 정신력의 싸움으로 봐야 한다. 호주전에서 보여준 투지라면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호주에도 이날 패배는 1패 이상의 충격을 줬다. 6년 만에 처음으로 안방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3만여 명의 안방 관중 앞에서 패배 위기에 몰리자 호주는 스타팅에서 뺐던 팀 케이힐(뉴욕 레드불스)과 매슈 레키(잉골슈타트), 로비 크루스(레버쿠젠) 등 주전 공격수 3인방을 후반전에 모두 투입했다. 하지만 되살아난 한국의 투혼을 무너뜨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경기 중계를 하며 “우리 선수들 정말 대단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같은 대표팀의 변화에는 중국대표팀 감독의 말도 자극제가 됐다. 알랭 페랭 감독은 조별 예선리그에서 2연승을 거둔 14일 “8강에서 한국보다는 호주를 더 피하고 싶다”고 말해 한국 팬들을 분노하게 했다. 18일 장현수(광저우 푸리)는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이 호주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따로 회의를 소집했다. 악화된 여론 등을 설명하며 본때를 보여주자고 했다. ‘우리는 더 잃을 게 없을 정도가 됐다’는 말까지 꺼내 각오를 다졌다”고 전했다. 이전에도 투혼은 위기 때마다 한국 축구를 구해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이임생은 벨기에전에서 ‘붕대 투혼’을 발휘하며 1-1 무승부에 힘을 보탰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코뼈가 부러진 김태영이 보호용 마스크를 쓰고 스페인과의 8강전, 독일과의 4강전에 나섰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축구 대표팀 유니폼에는 투혼(鬪魂)이란 두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번 대표팀도 예외가 아니다. 그 투혼이 한국축구를 잠에서 깨워냈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18일 호주 브리즈번 퀸즐랜드 스포츠 애슬레틱 센터에서 훈련을 마친 뒤 “호주 경기에서 보여준 정신력이나 적극성, 투지를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17일 열린 아시안컵 축구대회 A조 마지막경기에서 이정협의 결승골로 호주를 1-0으로 꺾고 3연승을 달리며 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호주전 승리는 대표팀에 단순한 1승의 의미를 넘어서 우승으로 가는 원동력인 투혼을 가져다 줬다. 중앙 수비수로 나온 곽태휘(알 힐랄)와 부상으로 쿠웨이트와의 2차전에 나오지 못했던 오른쪽 수비수 김창수(가시와 레이솔)는 호주전에서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상대 공격을 막아냈다. 곽태휘는 호통에 가까울 정도로 목소리를 높여 선수들의 움직임을 독려했다.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은 온 몸을 던져 골문을 지켰고, 전반 32분 이정협(상주)은 몸을 던진 쇄도로 결승골을 잡아냈다. 전반 28분 박주호(마인츠)는 공중 볼을 다투다가 상대 공격수 팔꿈치에 얼굴을 맞아 그라운드 위를 굴렀고, 구자철(마인츠)은 후반 초반 상대 수비수에게 밀려 넘어지며 오른쪽 팔꿈치를 다쳐 그라운드 밖으로 실려 나왔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체력이 떨어진 상황이라 이제부터 정신력의 싸움으로 봐야 한다. 호주전에서 보여 준 투지라면 좋은 결과가 기대 된다”고 말했다. 호주에게도 이날 패배는 1패 이상의 충격을 줬다. 6년 만에 처음으로 홈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3만여 명의 홈 관중 앞에서 패배 위기에 몰리자 호주는 스타팅에서 뺐던 팀 케이힐(뉴욕 레드불스)과 매튜 레키(잉골슈타트), 로비 크루즈(레버쿠젠) 등 주전 공격수 3인방을 후반전에 모두 투입했다. 하지만 되살아난 한국의 투혼을 무너뜨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경기 중계를 하며 “우리 선수들 정말 대단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같은 대표팀의 변화에는 중국 감독의 말도 자극제가 됐다. 알랭 페랭 중국 감독은 조별 예선리그에서 2연승을 거둔 14일 “8강에서 한국보다는 호주를 더 피하고 싶다”고 말해 한국 팬들을 분노하게 했다. 18일 장현수(광저우 푸리)는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이 호주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따로 회의를 소집했다. 악화된 여론 등을 설명하며 본때를 보여주자고 했다. ‘우리는 더 잃을 게 없을 정도가 됐다’는 말까지 꺼내 각오를 다졌다”고 전했다. 이전에도 투혼은 위기 때마다 한국 축구를 구해냈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이임생은 벨기에전에서 ‘붕대 투혼’을 발휘하며 1-1 무승부에 힘을 보탰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코뼈가 부러진 김태영이 보호용 마스크를 쓰고 스페인과의 8강, 독일과의 4강에 나섰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한솥밥을 먹었는데 이제는 적으로 만나게 됐다. 한국축구대표팀의 손흥민(23)과 호주의 로비 크루즈(27) 얘기다.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 소속인 둘은 17일 오후 6시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예선 A조 마지막 경기의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13일 쿠웨이트와의 2차전 졸전으로 자존심 회복에 나서는 울리 슈틸리케 한국 대표팀 감독이 손흥민을 투입할 것은 확실하다. 1960년 이후 55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선 호주전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데 현재 대표팀 공격수 중 ‘믿을 맨’은 손흥민밖에 없기 때문이다. 쿠웨이트전이 끝난 뒤 “우리는 이제 우승후보가 아니다”고 말하며 선수들의 정신력을 질타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강력한 우승 후보 호주를 잡으면 충분히 정상에 설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에 맞서 2경기에서 8골을 터뜨리는 화끈한 공격축구로 간단하게 2승을 챙긴 엔제 포스테코글루 호주 감독은 “다른 선수에게도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지만 한국전에서 ‘빅리거’ 크루즈를 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골득실에서 한국에 5골이 앞서 조 1위를 달리고 있는 호주지만 한국에 패할 경우 조 2위로 내려앉아 8강에서 B조 1위와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흥민과 크루즈는 소속 팀에서도 측면 공격수로 주전 경쟁을 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손흥민이 앞서 있다. 올 시즌 손흥민은 리그와 컵 대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 17경기에서 11골을 터뜨린 반면 크루즈는 7경기에 출전해 단 한 골도 잡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아시안컵에서는 크루즈가 더 잘나가고 있다. 크루즈는 13일 열린 오만과의 2차전 때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어 4-0 완승에 한몫했다. 최전방 공격수 팀 케이힐(36·뉴욕 레드불스)과 오른쪽 공격수 매슈 레키(24·잉골슈타트)가 상대를 흔들어준 덕분에 크루즈는 한결 쉽게 골 사냥에 나설 수 있었다. 반면 10일 오만과의 1차전에 출전했던 손흥민은 상대 수비라인을 흔드는 역할에 치중하느라 골을 넣지는 못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손흥민이 골을 넣어야 한국 축구가 산다. 손흥민으로선 상대 수비를 흔들면서 골까지 넣어야 할 상황이라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C조 이란-UAE도 8강 확정 한편 15일 벌어진 아시안컵 예선 C조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가 바레인을 2-1로, 이란이 카타르를 1-0으로 물리치고 각각 2연승으로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란과 UAE는 19일 조 1위를 놓고 다툰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여름에 타는 서핑. 녹색 그린에서 즐기는 골프. 그런데 서핑을 위해 겨울 바다를 찾고, 골프를 치기 위해 하얀 설원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남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이색 스포츠를 즐기고 싶어 하는 마니아들이다. 이들에게 추위는 아무런 장애가 안 된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등 전문 선수들이 하는 겨울올림픽 스포츠를 즐기거나, 동호인이 아닌 반려견과 함께 겨울 산속을 누비는 사람들도 있다. 모두 추운 겨울을 특별하게 보내는 사람들이다. 새해 두 번째 해가 떠오른 2일 강원 양양군 기사문해수욕장. 슈트를 입고 후드를 두른 10여 명의 사람이 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전국에 한파가 몰아쳐 이날 강원도 일부 지역은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졌었다. 오후 2시 양양의 기온은 0도였지만 세찬 바닷바람에 기사문해수욕장의 체감온도는 그보다 훨씬 낮았다. 파도에 올라타려다 실패하기를 여러 차례. 간신히 몇 초 동안 보드 위에 올라 파도를 타는 듯했지만 이내 바닷속으로 고꾸라졌다. 그렇게 파도와 줄다리기를 한 지 2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하나둘씩 해변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파도타기라고 하면 하와이나 호주의 골드코스트부터 떠올려진다. 한여름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그곳의 바다 위에서 젊은 남녀들이 보드 위에 올라타 묘기에 가까운 질주를 하는 것, 바로 그것이 서핑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 대신 겨울에는 눈과 얼음 위에서 하는 스포츠가 단연 인기다. 매년 겨울 스키장과 스케이트장은 스키나 보드, 스케이트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하지만 최근에는 추위와 맞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두꺼운 겨울 외투를 입어도 어깨가 한껏 움츠러드는 차가운 겨울 바다에서 서핑을 하는 사람들도 그들 중 하나다. ▼ 겨울바다 위 서핑… “파도 많아 좋고, 사람 적어 좋고” ▼계절을 뛰어넘는다 패션디자이너 오애리 씨(28)는 요즘 겨울 서핑에 빠져 있다. 2007년 일본 여행 중에 서핑을 즐기는 친구들을 만나 처음 서핑을 알게 됐고, 2012년 12월부터 양양을 찾아 서핑을 배우기 시작했다. 삶의 새로운 활력소를 찾고 싶어서였다. 시간만 나면 서울에서 양양으로 달려가 서핑을 즐기는 오 씨는 “서핑은 자연과의 싸움이다. 파도 위에 오른다는 게 쉽지 않다. 내 맘대로 되지 않아 더 끌린다”며 “이젠 서핑을 하기 위해 돈을 벌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고 말했다. 파도가 좋은 양양은 겨울 서핑의 메카다. 여름엔 남쪽에서 불어오는 태풍으로 제주도 중문이나 부산 해운대가 서핑하기에 좋은 장소지만 겨울엔 동북쪽에서 내려오는 해류로 양양 일대의 파도가 가장 좋다. 특히 겨울에는 바람이 육지에서 바다로 불어 파도의 질이 더 좋아진다. 7년 전부터 양양에서 ‘블루코스트’란 서핑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형섭 사장(45)은 “최근 서핑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서핑 때문에 양양 근처로 이사 온 사람이 최근 2년 새 100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서핑업계에 따르면 서핑을 경험한 사람은 전국적으로 약 5만 명이며 이 중 매주 서핑을 즐기는 사람은 1000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2013년 5월부터 서핑을 즐기고 있는 정규진 씨(34·패션디자이너)는 “사실 서핑은 365일 할 수 있는 스포츠다. 오히려 겨울엔 파도도 좋고 사람도 없어 맘껏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신 슈트를 입고 부츠에 장갑, 후드를 두르고 서핑을 하면 겨울에도 전혀 춥지 않다. 스노보드나 스키를 탈 때 느끼는 추위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 정 사장의 말이다. 겨울 서핑을 즐기기 위해서는 보드 구입까지 포함해 100만∼200만 원이 든다. 장비는 최소 5년 정도 쓸 수 있다. 초보자도 2시간가량 교육을 받으면 혼자 바다에 들어갈 수 있다. 겨울 서퍼들은 보통 자신들을 ‘미쳤다’고 말한다. 박수진 씨(33·온라인기획)는 2013년 여름 서핑을 시작하며 인생이 바뀌었다. 그는 이제 주말만 되면 바다로 떠난다. 겨울에도 서핑을 안 하면 좀이 쑤셔 일이 안 되기 때문이다. 오애리 씨는 “서핑을 하다 보면 세상이 보인다. 요즘 세상에 쉽게 되는 게 없지 않나. 편안하게 맘먹고 파도를 기다리면 기회가 온다. 서핑을 하면서 사회생활에도 여유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반려견과 함께 달린다 설원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손님이 있다. 썰매를 끄는 개들이다. 때로는 인명 구조에 투입되기도 하고, 상금을 건 개 썰매 대회에서 주인공과 함께 우승을 향해 사투를 벌이기도 한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한 번쯤 “나도 개 썰매를 타봤으면…”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개 썰매는 눈이 많이 내리는 캐나다와 미국, 러시아, 북유럽 등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돼 왔다. 교통수단으로 사용되던 개 썰매가 1932년 레이크플래시드 겨울올림픽과 1952년 오슬로 겨울올림픽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돼 경기가 열리기도 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개 썰매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아직은 1000여 명에 불과하지만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매년 2월 경주 대회도 열린다. 겨울뿐 아니라 봄가을에는 바퀴를 단 썰매를 모는 대회가 열리고 있다. 홍현철 씨(50)는 1995년 회사 일로 러시아에 파견을 갔다가 우연히 개 썰매를 한 번 타 본 뒤 개 썰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2년 뒤 귀국하자마자 개를 사들여 개 썰매를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했다. 홍 씨는 “귀국해서 개 썰매를 직접 몰기 위해 러시아에서 타는 방법과 개들을 어떻게 훈련시키는지에 대해 어깨너머로 배웠다”고 말했다. 개 썰매에 적합한 품종으로는 일반적으로 시베리안허스키, 알래스칸 맬러뮤트 등이 꼽힌다. 하지만 가정에서 키우는 일반적인 개도 썰매를 끌게 만들 수 있다. 홍 씨는 “체중이 20kg 이상이면 썰매를 끌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썰매를 타고 500m 정도의 거리를 이동하는 데 개 한 마리면 된다. 중요한 것은 훈련이다. 개가 어릴 때부터 썰매를 끌고 주인의 구령에 맞춰 방향 전환과 속도를 조절하는 훈련을 시켜야만 한다. 특히 개가 목줄에 익숙해지기 전에 먼저 하네스(마구)와 친해지도록 해야 한다. 홍 씨는 “목줄을 경험한 개들은 썰매 등 무엇인가를 끌고 가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개 썰매는 마차를 모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마차는 채찍 등을 이용해 말의 속도 조절과 방향 전환을 한다. 개 썰매는 주인의 구령만으로 모든 것이 이뤄진다. 홍 씨는 “구령으로 개와 교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인 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1년 이상 훈련을 통해 주인과 교감을 쌓으면 그때부터 썰매를 끄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때 개 썰매를 모는 주인의 체력은 필수다. 개와 함께 뛰고 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인만 개 썰매를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들이 몇 번 얼굴을 익힌 사람이면 누구나 탈 수 있다. 홍 씨는 “가족들은 물론이고 지인들도 내 개들이 끄는 썰매를 타 본 적이 있다. 주인만 탈 수 있다면 교통수단으로 이용될 수 없다. 보통 개들이 친화력이 좋기 때문에 얼굴을 익히면 다른 사람도 쉽게 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썰매를 구하는 곳과 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썰매는 수입품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국내에서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제작 단가는 100만 원 정도이지만 경주용 썰매는 400만 원이 넘기도 한다. 홍 씨는 “도시에서 살다가 3년 전 전남 곡성으로 귀농했다. 귀농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가 개 썰매를 실컷 타보고 싶어서다”며 웃었다. 홍 씨는 개 썰매를 타기 좋은 곳으로 눈 쌓인 강변길이나 둔치를 추천했다. 개 썰매의 매력은 무엇보다 개와 교감을 통해 느끼는 쾌감이다. 홍 씨는 “내 구령에 맞춰 4마리의 개가 이쪽저쪽 방향을 틀어 질주할 때 느끼는 쾌감이 짜릿하다. 개들과 한 몸이 된다는 느낌이다. 손짓과 구령만으로 개와 교감을 느낀다는 것은 정말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말했다. ▼ 눈밭 위 스노골프… “코스 짧고 홀인원 확률도 높아” ▼나는 체험이 좋다 눈 위에서도 골프를 친다. 많은 열혈 골퍼들이 겨울에도 골프를 즐긴다. 비수기인 겨울에는 그린피 인하 등 각종 이벤트를 여는 골프장이 많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골프를 칠 수 있다. 하지만 겨울 골프는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딱딱하게 얼어붙은 땅을 때리다가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낮은 기온에 찬 바람까지 부는 날에는 야외에서 꼬박 4시간을 버티는 것 자체가 고역이 되기도 한다. ‘스노골프’라는 게 생겼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잊고 싶었던 기억 한 토막이 되살아났다. 몇 해 전 겨울 강원도의 한 골프장에서 친구들과 겨울 골프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1번홀 티샷 직후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서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함박눈이었다. 문제는 우리 조에 ‘한국 골퍼’들만 있었다는 것. 무모하게도 만장일치로 “고(GO)”를 외쳤다. 4번홀쯤 되자 모든 사람이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간다는 걸 느꼈다. 무엇보다 친 공을 찾을 수 없었다. 흰 눈 속에 파묻히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6번홀에서 마침내 일이 터졌다. 내리막길에서 카트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빙글빙글 돌며 내려온 것이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더이상의 진행은 무리였다. 결국 지프가 코스까지 들어와 우리 일행을 구출(?)해야 했다. 하지만 오리지널 ‘스노골프’는 ‘겨울 골프’와는 차원이 다르다. 말 그대로 눈 위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된 게 스노골프다. 이색 겨울 스포츠로 유럽과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경기 가평군의 ‘아난티 클럽, 서울’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스노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 골프장은 자연 경관이 빼어나고 도전적인 홀이 많은 잣나무 코스(9홀)에서 3년째 스노골프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의 수은주가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8일 스노골프를 경험하기 위해 이 골프장을 찾았다. 클럽하우스는 스노골프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이미 북적이고 있었다. 준비물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추위를 막기 위해 옷을 더 두툼하게 입어야 했고, 골프화 대신 등산화를 신어야 했다. 또 흰 공보다는 눈에 잘 띄는 컬러 볼을 사용하는 게 필요했다. 1번홀(파5·327야드)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했다. 공이 어디에 떨어지는지, 혹시 잃어버리는 건 아닐지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캐디 외에 낙구 지점 부근에 공의 위치를 봐주는 또 한 명의 직원이 배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골퍼들이 잔디밭을 걸으며 마음의 안정과 함께 자유로움을 느낀다. 스노골프에서는 발밑에서 뽀드득뽀드득 하는 소리를 들으며 코스를 걸을 수 있다. 마치 눈 속 트레킹을 즐기는 느낌이었다. 잔디밭에서의 샷과 눈밭에서의 샷은 조금 다르다. 아무래도 거리가 줄기 때문에 코스 길이 역시 보통 때보다는 짧게 만들었다. 샷을 할 때마다 공중으로 떠오른 눈가루가 햇빛 속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숨은 공 찾기 역시 색다른 재미다. 보통 골프에 페어웨이와 러프가 있듯이 스노골프 역시 잘 친 공인지 아닌지에 따라 차별을 뒀다. 페어웨이는 단단하게 다지고 얼린 눈으로 만들어져 공이 눈 속으로 파고들지 않는다. 런(run)도 있고, 공을 찾기도 어렵지 않다. 이에 비해 러프 지역에서는 두껍게 쌓인 눈 속으로 공이 깊숙이 들어가고 만다. 갯벌에서 숨구멍을 보고 조개를 잡듯 눈 속에 푹 파인 구멍을 손으로 헤집어 공을 찾아야 한다. 5번홀을 마치면 그늘집이 기다리고 있다. 이 골프장은 스카치위스키 ‘발렌타인’ 등을 생산하는 페르노리카 코리아와 업무 제휴를 맺고 있는데 그늘집에서는 발렌타인 위스키를 넣은 핫초코와 유자차가 인기다. 호호 불며 한 잔을 다 마시면 눈과 얼음 속에서 굳어졌던 몸이 다시 풀리는 느낌이 든다. 이 골프장의 스노골프는 9홀이 진행되는 동안 곳곳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2번 홀(파3·115야드)에서 홀인원을 하면 발렌타인 17년산 한 병을 준다. 스노골프의 그린은 대개 벙커 위에 만들어져 있고, 벙커의 형태대로 깔때기 모양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홀인원 확률이 높은 편이다. 이 골프장 박준용 차장은 “작년에 꽤 많은 골퍼들이 홀인원을 해 상품을 타 갔다”고 말했다. 7번홀(파4)에서는 임의로 그려놓은 티샷존에 공을 떨어뜨린 골퍼에게 발렌타인 로고 공을 증정한다.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치고는 비용도 크게 부담스러운 편은 아니다. 주중, 주말 모두 10만 원이며 여기에는 9홀 그린피와 카트비, 점심 식사 이용권, 음료 이용권, 컬러 볼 3개 등이 포함된다. 캐디 피 6만 원은 별도다. 올해 스노골프는 이달 말까지만 운영되는데 이 기간에 매일 스코어 1, 2위를 차지한 골퍼들에게는 29일 ‘발렌타인 스노골프 챔피언십’ 출전 자격을 준다. 이 대회 우승자에게는 1000만 원 상당의 발렌타인 40년산 1병을 증정한다. 여기선 나도 올림픽 선수 이현수 군(19·군포 수리고)은 중학생 때인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때 김호준(25·CJ)을 보고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출전한 김호준이 너무 멋있었단다. 바로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수평 곡예비행’이다. 파이프를 반으로 자른 모양의 원통형 슬로프를 지그재그로 내려오며 점프, 회전 등의 기술을 펼친다. 겨울올림픽 종목이지만 일반인들이 즐기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고난도 기술을 요구해 부상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군은 밴쿠버 올림픽이 끝난 뒤 하프파이프에 매료됐고 요즘 강원도 성우리조트(웰리힐리파크)에서 지내고 있다. 하프파이프를 즐기는 사람들과 함께 리조트를 한 달 동안 빌려 매일 즐기고 있다. 하프파이프 슬로프를 개장하고 있는 곳은 성우리조트와 대명비발디파크밖에 없다. 120m 정도 되는 슬로프에서 묘기를 펼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 군은 “솔직히 부상 위험이 높지만 하늘로 뛰어오르며 멋진 기술을 성공하면 말 그대로 하늘을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큰 기술 3, 4개와 잔기술 4, 5개를 펼칠 수 있는데 하루 종일 기술 연마에 빠지다 보면 금세 해가 넘어간다. 요즘 성우리조트에는 하루 30∼40명이 하프파이프를 즐긴다. 선수 출신 강사가 많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많다. 다만 워낙 어렵고 부상 위험이 높아 조심해야 한다. 고 3인 이 군은 중학생 때부터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를 즐기면서 대학도 스포츠계열에 지원해 정시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빗자루질’로 유명한 컬링을 즐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컬링은 쉽게 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겨울올림픽, 겨울아시아경기 종목으로 알려져 있다. 배우기는 쉽지만 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경기장은 서울 태릉컬링장, 경북 의성컬링장 등 단 두 군데에 불과하다. 하지만 틈새를 공략해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컬링은 2012년 세계여자선수권대회 4강 신화와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의 대표팀 선전으로 종목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렸다. 대표팀의 활약에 동호인들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서울시컬링연맹 양재봉 전무이사는 “수백 명에 불과하던 동호인이 이제는 1300명 정도로 늘었다. 이들이 모여 리그 대회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부터 컬링의 매력에 빠져 컬링 동호회에 가입한 박승배 씨(31)는 “처음에 빙판 위에서 무게중심을 잡는 것이 어렵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초보도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가의 장비도 필요 없다. 브러시와 신발만 있으면 즐길 수 있다. 이마저도 컬링장에서 빌릴 수 있다. 4, 5명이 함께 팀을 이루는 스포츠다 보니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기에도 적합하다. 보통 20대부터 40대까지 연령도 다양하고 남녀 성비는 7 대 3 정도다. 박 씨는 “소치 올림픽 뒤 컬링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한두 번 체험하다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꾸준히 나오는 사람이 더 많다”고 밝혔다. 컬링의 매력은 몸과 머리를 다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박 씨는 “컬링이 무슨 운동이 되느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운동량이 꽤 된다. 몸의 균형감도 좋아진다. 특히 머리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대표팀과 실업팀이 컬링장을 함께 쓰는 관계로 동호인들은 보통 주말에 두 시간 정도밖에 사용할 수 없다. 그래도 한 달에 4, 5번씩 훈련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양양=양종구 yjongk@donga.com·가평=이헌재 / 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