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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급인 중국 국가통계국 수장(首長)이 기자회견을 마친 몇 시간 뒤 공안당국에 돌연 연행돼 비리 혐의를 조사받고 있다. 왕바오안(王保安·52·사진) 국가통계국장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증시가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폭락은 없을 것이며 위안화 환율 급등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이 끝나기도 전에 상하이(上海)증시가 6.4% 떨어지며 13개월 만에 최저치로 폭락했다. 이어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요원들이 왕 국장을 연행해 갔다. 기율위는 이날 오후 6시 반 홈페이지를 통해 국가통계국 당서기를 겸하는 왕 국장이 엄중한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왕 국장은 천쉐펑(陳雪峰) 뤄양(洛陽) 시 서기, 궁칭가이(공淸槪) 국무원 대만판공실 부주임에 이어 올 들어 기율 위반 혐의로 낙마한 세 번째 ‘부패 호랑이(고위 공직자)’가 됐다. 중국 당국이 기율 위반 혐의를 강조함에 따라 그의 낙마는 비리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중국 경제성장률 부풀리기 의혹 등 서방에서 제기해 온 ‘경제지표 조작설’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경제성장률 등 각종 통계를 발표해 온 국가통계국 수장의 갑작스러운 낙마로 중국 통계 신뢰성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발표될 때마다 전문가들은 수치가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대북 제재 수위를 결정짓는 중대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은 양측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별 성과 없이 끝났다. 케리 장관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실시한 지 21일 만인 27일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양제츠(楊潔지) 국무위원,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두루 만나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결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은 새로운 제재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지정학적인 이해관계와 국가 이익이라는 옛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케리 장관은 4시간이 넘도록 왕 부장과의 마라톤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은 북한 문제를 다시 회담의 탁자 위로 올리고 북한의 핵계획을 끝내는 목표를 위해 행동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두 나라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데 동의했으며 빠른 시간 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서 의견 일치를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 옆에 선 왕 부장도 “양측은 북핵 문제에 대해 아주 깊이 있고 전면적인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케리 장관은 “양측이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의 필요성에는 합의했으나 어떤 구체적인 조치를 할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해 핵심 쟁점에 대해선 합의하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에 대해 ‘위험하다’고 평가한 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영역에는 북-중 교역도 포함된다. 미국은 중국이 북한에 대해 특별한 능력을 가진 것으로 믿는다”고 호소하듯 말하기도 했다. 토머스 섀넌 미국 국무부 정부차관 내정자도 전날 일본 도쿄에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간여할 방법을 모색하겠다”며 중국을 압박했지만 허사였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시적인 문제(一時一事)나 희로애락에 따라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보다는 김정은 정권 유지를 선택한 중국의 태도는 향후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 과정에 험로를 예고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은 지금까지 만장일치로 채택돼 왔다. 미국이 제안한 강력 제재안은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협조 없이는 빛을 볼 수 없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는 사실상 중국이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입맛에 맞추다 보니 하나마나한 결의안에 그친 1, 2, 3차 핵실험 이후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도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결연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며 과거와 달라진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이 다시 원래의 미온적인 자세로 돌아선 것은 북한의 핵개발에는 미국도 책임이 있으며, 가장 큰 책임을 중국에 물으려는 미국의 태도는 부당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가 27일 사설에서 “조선(북한) 핵 문제의 본질은 북-미 대결”이라며 “북한은 ‘잘못된 방식’으로 미국의 ‘부당한 군사적 압력’에 저항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은 그런 맥락이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도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핵 제재와 관련해 미국 등이 ‘중국 책임론’을 제기한 데 대해 “그런 발언은 도리에 매우 어긋난 것이며 건설적이지도 않다”고 강하게 반박했었다. 또 중국이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반대하는 것은 미국과 일본, 한국 등이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대중 압박에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듯한 분위기에 대한 반감도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일 3국은 안보 동맹을 강화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공론화하는 모양새다. 환추시보는 27일자 사설에서 “한국의 사드 배치는 중국의 안전 이익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한국이 정말로 그렇게 한다면 중한(中韓) 간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을 입게 될 것이고 한국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제재안이 북한 정권을 위협해 대규모 난민 사태 등 인도적 재난 사태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를 중국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점도 북한에 대한 고강도 제재에 반대하는 이유다. 북한 핵 개발 저지도 중요하지만 북한이 붕괴되지 않고 미국과의 완충지대로 남는 지정학적 필요성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 외교부가 26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당일에 맞춰 “다른 사람에 대해 함부로 이래라저래라, 이러쿵저러쿵하지 말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또 케리 장관 등이 최근 중국의 대북 접근법을 ‘실패’로 규정하고 추가 압박을 촉구한 데 대해 오히려 6자회담 중단 책임을 미국에 돌리며 역공을 가했다. 케리 장관은 26일부터 이틀간의 방중 기간 중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강도 높은 제재 방안을 중국 측과 논의할 계획이나 난항이 예상된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관리들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겨냥한 발언들을 했다’는 질문에 대해 “(그런 발언은) 도리에 매우 어긋난 것이며 건설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과 평화 안정 수호는 중국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유관 ‘각방(各邦)’이 마음을 모아 협력하고 함께 나아가야 할 문제”라며 “6자회담이 정체된 중요한 원인은 개별 당사국이 바로 그것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서‘개별 당사국’은 미국을 지칭한 것으로 중국 정부가 ‘미국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케리 장관은 중국 방문에 앞서 들른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가진 25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 “판단력이 의문시되는 사람(김정은)의 손에 있는, 명백히 무모하고 위험한 안보 위협이며 중국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핵실험을 통해) 증명됐다”고 밝혔다. 북핵은 중국에도 골칫거리인 만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대만 중남부에 정치적 기반을 둔 민진당 출신의 차이잉원(蔡英文) 주석이 지난 16일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뒤 중남부 지방으로 수도를 옮기자는 ‘천도론(遷都論)’이 다시 나오고 있다고 중국 관영 런민(人民)일보 해외판이 26일 보도했다. 민진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인 가오슝(高雄)의 천쥐(陳菊) 시장은 최근 중앙 부처와 국영기업의 본사를 타이베이(臺北)에서 가오슝으로 옮길 것을 요구했다. 석유 철강 화학 등 오염배출 공장은 가오슝에 두고, 본사가 있는 타이베이에 세금을 내고 있다며 이는 불공평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타이중(臺中)의 린자룽(林佳龍) 시장은 타이베이의 수도 기능 압력을 분산하자며 입법원(국회 격)의 타이중 이전을 제안했다. 공론화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타이중의 고속철 ‘우르(烏日)역’ 부근의 땅을 입법원 부지로 제시했다. 타이난(臺南)의 레이칭더(賴淸德) 시장은 “총통부를 타이난으로 옮겨 정치 중심으로 삼자”고 주장했다. 런민일보는 이같은 수도 이전 주장에 대해 선거 후 ‘논공행상’ 성격도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차이 주석이 이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만도 없다고 전했다. 타이난은 이번 선거에서 최고의 득표율을 올린 도시이고, 타이중과 주변 도시는 대만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현 집권세력인 국민당 정부가 ‘중북경남(重北輕南 북쪽을 중시하고 남쪽을 경시)’한 것을 민진당이 줄곧 비판해왔다는 정치적 명분도 있다. 민진당 측은 “지역 균형 발전은 차기 정부에서도 중점을 두는 사안”이라고만 말할 뿐 천도론에 대해 명확한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대만에서는 과거 민진당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시절인 2005년 리슈롄(呂秀蓮) 부총통이 ‘천도’ 혹은 ‘두 개 수도(雙國都)’론을 제기되기도 했다.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

16일 대만 총통선거에서 친중(親中) 성향의 국민당을 꺾고 압승을 거둔 민진당과 차이잉원(蔡英文·사진) 당선자가 반중(反中) 노선을 택하지 않도록 중국 정부가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카드가 ‘대만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 할당량 감축’이다. 대만의 핑궈(빈果)일보는 23일 중국 여행사들이 대만에 보내는 대륙의 관광객 수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독립’ 성향의 민진당 출신 차이 당선자는 중국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기본으로 여기는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선거 기간에는 물론이고 당선 후에도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자 중국이 구체적인 압박에 돌입한 것이다. ‘중화민국(대만)여행공회전국연합회’의 쉬가오칭(許高慶) 전 비서장은 핑궈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의 여행사들이 구두로 중국 여행사들로부터 대만행 관광객을 줄인다는 계획을 통지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객 감축 시기는 3월 20일부터 6월 30일까지이지만 춘제(설) 연휴가 끝난 후인 2월 15일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내 11개 성(省)과 직할시가 대만행 관광객 축소 통지를 받았으며, 이 중 산둥(山東), 허베이(河北), 장쑤(江蘇) 성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분의 1 수준으로 관광객 수를 줄일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 자격으로 오는 ‘자유여행’(自由行)이 허용된 47개 도시도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샤먼(廈門) 등 4곳만 남기고 나머지는 자유여행이 일시적으로 금지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만 여행업 관계자는 “중국이 총통선거 한 달 전부터 한 달간 대만행 관광객을 30% 이상 줄일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실제론 거의 절반이 줄었다”며 “중국이 관광객을 3분의 1로 줄이면 대만 여행사와 호텔이 폐업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대만의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중 중국 관광객이 415만 명으로 40%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 관광객으로 인한 외화 수입은 2310억 위안(약 41조5000억 원)으로 추정됐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미국에는 ‘스노질라’, 중국엔 ‘패왕급’ 한파가 몰아닥쳤다. 미 동북부에는 눈 폭풍 ‘조너스’가 22일(현지 시간)부터 이틀간 몰아쳐 주요 대도시의 기능을 일시 마비시켰다. 현지 언론은 위력적인 눈 폭풍을 ‘스노질라’(snowzilla·‘snow(눈)’와 괴수 ‘고질라’를 합친 말)라고 표현했다. 뉴욕 주를 포함해 11개 주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교통사고 등으로 지금까지 최소 18명이 사망했다고 CNN이 24일 보도했다. 최대 8500만 명이 폭설의 영향권에 들었고, 20만 가구 이상에 동시다발적인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미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워싱턴과 그 주변엔 24일 오전 1시 현재 이틀간 최대 시속 80km의 강풍과 더불어 65cm 안팎의 눈이 쌓였다. 약 100년 만에 가장 많은 적설량이다. 워싱턴과 주변을 연결하는 지하철은 23일부터 중단됐고 덜레스 국제공항도 24일까지 이틀간 대부분 항공편이 취소됐다. 워싱턴∼인천 대한항공 직항 노선도 취소됐다. 뉴욕에도 지역에 따라 최대 70cm의 눈이 내려 맨해튼 시내는 23일 오후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일반인들의 차량 운행이 전면 통제됐다. 브로드웨이 뮤지컬극장은 대부분 공연을 취소했다. 뉴저지 주 남단 동부 해안 케이프메이에서는 강풍으로 바닷물이 넘쳐 인근 주택가로 흘러들었다. 중국 대륙도 폭설과 강풍을 동반한 ‘패왕급(覇王級)’ 한파로 얼어붙었다. 수도 베이징(北京)은 23일 1월 기온으로는 30년 만에 최저치인 영하 17도로 떨어졌다. 중국에서 가장 추운 지역인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의 다싱안링(大興安嶺) 지역은 영하 45.4도까지 떨어졌다. 네이멍구의 어얼구나(額爾古納)는 22일 영하 49.1도였다. 관영 CCTV는 끓는 물을 공중에 뿌려 땅에 떨어지기 전에 결빙되는 장면을 내보냈다. 중국은 주요 고속도로가 폐쇄되고 항공편과 고속철도 결항 사태가 빚어진 가운데 24일 춘제(春節·설날) 특별운송기간(춘윈·春運)이 시작됐다. 춘제 연휴는 다음 달 7일부터 7일간이지만 춘윈은 이날부터 3월 3일까지 40일 동안이다. 이 기간 연인원 29억1000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16일 실시된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주석이 당선되면서 대만에서도 여성 지도자 시대가 열렸다. 차이 당선자는 사상 첫 여성 총통이자 중화권 최초의 여성 지도자가 됐다. 8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민진당은 1986년 창당 이후 처음으로 입법원(국회 격)의 다수당 지위도 확보했다. 친중 성향의 국민당에서 독립 성향의 민진당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어떻게 바뀔지가 관심사다. 차이 당선자는 당선 일성으로 “중화민국은 민주국가로서 민주 공간이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 (대만의 주권을) 억압하는 것은 양안 관계의 안정을 파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對)중국 정책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그는 또 “지금처럼 평화롭고 안정된 상황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만 과거 정책의 착오를 원상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마잉주(馬英九) 정부 8년의 친중 정책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세계가 경제 대국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위해 혈안이 돼 있는데 대만은 거꾸로 가고 있다. 차이 주석은 마잉주 정부의 경제 실정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으로 압승을 거뒀다. 경제 정책 실패의 핵심에는 집권 후 펼친 ‘친중 정책’이 있다. 중국과 지나치게 가까워져서 대만이 경제적으로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양날의 칼’ 된 ‘양안 밀월’ 마 전 총통이 2008년 처음 당선됐을 때 대만은 글로벌 금융 위기의 파고에 휩싸였다. 중국과의 협력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겠다는 마 총통의 호소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실제로 중국이라는 큰 시장이 열리면서 부품 소재 산업을 중심으로 활력을 찾기 시작했다. 전임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시절은 ‘소삼통(小三通·통항 교역 우편왕래)’ 등 일부 양안 교류가 있었지만 천 총통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아 긴장 관계가 계속됐다. 마 총통은 ‘양안 협력’의 성과로 재선에도 성공했다. 2012년 선거에서 마 총통이 얻은 득표율 58.5%는 역대 최고였다. 하지만 마 총통 집권 8년의 ‘양안 밀월’은 현재 ‘양날의 칼’이 됐다. 국민당 저우리룬(周立倫) 후보가 총통 선거 사상 최대인 308만 표 차로 패배한 것도 현 정부의 ‘양안 밀월’에 대한 심판 때문이었다.중국에서 최적 조건 갖춘 대만이 왜? 영국 호주 등이 전통 우방인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지난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가한 것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의 실크로드)에는 아시아와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 국가들까지 참가하려고 아우성이다. 오직 대만만이 좀 더 멀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만의 ‘중국 거리 두기’ 현상이 나타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1989년 6월 중국 베이징(北京)의 민주화 시위를 군대가 유혈 진압한 톈안먼(天安門) 사태가 발생하자 서방 기업들은 불안정한 사업 환경을 이유로 썰물처럼 중국을 떠났다. 하지만 대만 기업들은 대륙에 남았다. 오히려 물밀듯이 중국 본토로 진출했다. 현재 ‘타이상(臺商)’으로 불리는 대륙의 대만 기업은 줄잡아 30만 개에 이른다. 대만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깝고 언어가 같다. 1949년 이전 대만에 온 내성인(內省人)은 전체 인구 중 85%를 차지한다. 이들은 대륙에 친인척과 친구들이 있다. 대만 기업은 이처럼 중국에서 사업하기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왜 대만은 중국과 멀어지려 할까. 대만정치대 시장예측연구중심 훙야오난(洪耀南) 대표는 “친중국 정책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라 ‘잘못된 친중국 정책’을 썼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지나친 중국 의존으로 중국 경제가 침체하자 대만 경제도 동반 침체하게 됐고 ‘정경 유착 기업’들만 양안 협력의 과실을 차지했다. 타이상들이 마 총통 집권 초기에는 대만 경제를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륙과의 교류에 부정적인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주범이 돼 버렸다. 대만 경제부 산하 중화경제연구원 류멍쥔(劉孟俊) 대륙경제연구소장은 “타이상들이 대륙에서 번 돈을 대만으로 갖고 들어오면 재산세를 대폭 내리는 조치를 2009년 실시했다”며 “들어온 돈이 부동산으로 몰려 거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탈중국 인식’의 현주소 이런 ‘양안 협력의 부작용’은 양안 관계 여론조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만의 대표 여론조사 기관인 ‘타이완즈쿠(臺灣智庫·타이완 싱크탱크)’가 지난해 11월 실시해 최근 공개한 발표에 따르면 양안 간 경제 통합으로 ‘희생자가 됐다’는 응답이 39.9%로 ‘수혜자가 됐다’(21.1%)는 답보다 높았다. 대만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다고 한 응답은 62%로 절반을 넘었다. 응답자들은 향후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기(17.6%)보다 다른 나라와의 경협을 늘려야 한다(63.2%)고 밝혔다. 심지어 대만으로 오는 중국 관광객이 ‘너무 많다’(44.5%)가 ‘적당하다’(30.6%) 또는 ‘너무 적다’(8.5%)보다 많았다. 중국 관광객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삶의 질이 떨어질 것이 우려된다’(66.9%)는 응답이 많았다. 따라서 중국이 관광객을 줄이는 조치를 하면 ‘이익이 더 많다’(9.9%)와 ‘이익이 된다(25.8%)’ 등 ‘좋다’가 35.7%로 ‘나쁘다(27.2%)’보다 높았다. 한국 일본 등이 중국인 관광객을 지칭하는 ‘유커(遊客)’ 유치에 목을 매는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중국의 투자에 대해서도 첨단 산업 인수합병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된다’는 응답이 60%였다. 특히 중국 자본이 대만의 신문과 방송에 투자하면 언론 자유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 조사기관의 라이이중(賴怡忠) 부사장은 “세계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일본 필리핀 등이 선전한 반면 대만만 죽을 쑨 이유가 중국과 너무 가까웠기 때문이라고 유권자들이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대만의 對중국 수출의존도 40% 육박 대만 전문가들은 대만의 ‘양안 협력’ 경험은 중국과의 경협에 큰 비중을 두는 국가들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도 여기에 포함된다. 먼저 지나친 중국 의존도는 주도권을 넘겨주게 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6일 ‘하나의 중국’을 분명히 밝히지 않는 차이 주석이 당선되자 “대만 경제의 향방은 대륙의 경제가 어떠냐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대만의 대중국(홍콩 포함) 수출의존도는 40%에 육박한다. 중국 기업에 부품 소재 등을 공급하는 ‘홍색(紅色) 공급망에만 의존했다가 중국 현지 기업이 성장하면 언제든지 팽 당할 수 있다는 점도 여러 대만 기업의 사례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KOTRA 타이베이무역관의 박한진 관장은 “중국은 기존에 수입품으로 형성된 중간재 시장 구조를 국산품으로 대체하며 자국 내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관장은 대만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한 뒤 ‘중국 기업화’해 홍색 공급망에 편입됐다가 현지 기업의 가격 기술 경쟁력이 올라가면서 헌신짝처럼 버려진 사례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물건을 납품하는 대만 중소기업들이 비용 절감에만 주력했지 창의적인 신성장 사업과 제조업 육성을 하지 않은 것도 경제의 기초 체력을 허약하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이 부사장은 “대중 수출의존도가 25%인 한국은 대만을 보고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일자리 없고 임금은 거꾸로… 경제실패에 중산층 보복”▼[전문가 분석]대만, 8년만의 정권교체 배경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 당선자가 이끄는 민진당이 8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하면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는 물론이고 대만의 정치·경제·사회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타이베이(臺北) 현지에서 만난 전문가 4명 중 1명인 주리시(朱立熙·62) 지한(知韓)문화협회 이사장은 이번 선거가 ‘국민당 8년에 대한 심판’인 이유에 대해 “마잉주(馬英九) 정부 8년 이후 대만은 중국 의존적인 절름발이가 됐다. 중국 경제 상황이 안 좋으니 같이 추락했다. 대륙에 진출한 소수의 ‘정경 유착 기업’만 이득을 봤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말했다.이번 선거에서 쟁점이 된 ‘부의 불균등’에 대해 훙야오난(洪耀南·47) 국립정치대 교수 겸 예측시장연구센터 대표는 “2007년 상위 5%와 하위 5%의 소득 격차가 66배였는데 2013년 99배로 늘었다. 소득 불균형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이번 선거는 중산층의 보복”이라고 지적했다.라이슈루(賴秀如·52) ‘샤오잉(小英)교육기금회’ 산하 ‘사상논단’의 주필은 젊은 세대일수록 민진당 지지가 높은 이유에 대해 “수년째 일자리 창출이 되지 않는 데다 2014년까지 3%가량 경제가 성장했는데도 임금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직장 잡기도 어렵고, 박봉으로 결혼도 집 장만도 어려워 절망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라이이중(賴怡忠·50) 여론조사 및 연구기관 ‘타이완즈쿠(臺灣智庫·타이완 싱크탱크)’의 부사장 겸 정치학 박사는 “지난해 중국과의 서비스협정 반대 시위를 벌였던 대학생 등 젊은층을 ‘해바라기 세대’라고 부른다”며 “민주화 이후 태어난 이들은 ‘대만의 독립’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 이들이 대만 독립 성향의 민진당을 지지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분석했다.주 이사장은 “전체 유권자 1881만여 명 중 올해 처음 투표하는 129만여 명의 ‘서우터우쭈(首投族)’들이야말로 독립 지향적”이라며 “이번 투표는 이들의 반란으로 볼 수 있고, 연령상으로는 1981년 이후 태어난 20, 30대인 ‘딸기 세대’의 반란이라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차이 당선자 간 ‘시차이후이(習蔡會)’가 열릴 가능성에 대해 라이 주필은 “중국 정부도 차이 후보의 당선을 염두에 두고 비판 수위를 조절해 왔다. 하지만 중국이 양안 관계의 기본으로 여기는 ‘92공식(共識·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의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1992년 합의)’을 차이 후보가 인정하지 않는 한 당분간 만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타이베이=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북핵 6자회담 무용론’을 제기하며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제안했다.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외교 무대에서 북한을 고립시키고, 6자회담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22일 외교·국방·통일부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6자회담은 8년여간 열리지 못하고 있다”며 “회담을 열더라도 북한의 비핵화에 도움이 안 된다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6자회담만이 아니라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시도하는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관련해선 “중국 측의 협조가 중요하다”며 “이번에야말로 북한이 이란과 같이 국제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효과 있는 조치를 해 주기를 (중국에)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조속히 6자회담을 재개하고 동북아 지역의 장기적 안정을 도모하기를 희망한다”며 6자회담 고수 의지를 밝혔다. 오히려 중국 측이 5자회담 실효성에 대해 반박하는 모양새를 취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대북정책 기조를 두고 “당장 북한과 급하게 대화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통일 환경을 조성해 북핵을 궁극적으로 해결하는 게 훨씬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 분명하면서도 일관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야 한다”며 ‘단호한 대응’을 강조했다. 지난해까지 교류협력을 강조해온 통일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방향을 완전히 바꿔 ‘선(先)제재 후(後)대화’ 기조를 내놓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비핵화가 최우선이다. 이를 흐리거나 희석시키는 대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독자 대북 제재 조치로 5·24조치를 철저하게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익 차원에서 5·24조치를 우회한 나진-하산 물류 프로젝트와 교류 협력도 잠정 중단된다. 한편 박 대통령은 테러방지법 제정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대통령이 더이상 국회에 부탁하고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인데 결국은 국민이 나서고 있다”며 국회를 거듭 비판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윤완준 기자/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20일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접경 상공. 4대의 사우디 전투기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탄 중국국제항공(CA) 전용기를 호위하며 이집트 영공으로 접근했다. 이어 이집트 전투기 8대가 하늘에서 정렬한 채 다가가 호위하며 시 주석이 탄 비행기를 수도 카이로 공항으로 안내했다. 시 주석이 탄 비행기는 오후 5시 35분 카이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정부 고위 관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중국 국가주석의 이집트 방문은 2004년 1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이후 12년 만이다. 이집트 국영 TV는 시 주석의 도착 장면을 생중계했다. 시시 대통령은 공항에서 환영사를 통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이집트와 아프리카에 중요하다”고 말해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를 잇는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시 주석을 흐뭇하게 했다. 시 주석은 현지 신문 ‘알 아람’ 20일자 1면 기고문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랜 문명을 지닌 중국과 이집트 국민은 고대부터 육로와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친근하게 교류하고 상호 이해를 돈독히 했다”며 각각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고대 문명 발상지인 양국의 문명사적 유사성을 강조했다. 양국의 문화 교류는 21일 저녁 나일 강 중류 기원전 14세기 테베의 수도 룩소르의 룩소르 신전에서 열리는 수교 60주년 및 ‘중국 문화의 해’ 기념식에서 절정에 이른다. 룩소르 시내에는 시 주석의 사진과 오성홍기가 물결치고 행사장인 룩소르 신전은 “‘홍색의 중국 옷’을 입었다”고 관영 환추(環球)시보가 전했다. 이집트는 1956년 아랍권에서는 처음으로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었다. 시 주석은 시시 대통령과 민간 항공 및 전력 프로젝트, 새 행정수도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51개의 협약을 맺고 양해각서(MOU)에 서명한다. 중국은 이집트에 10억 달러(약 1조2100억 원)의 차관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이집트 의회 연설도 예정돼 있다. 법원 판결로 해산됐다 3년 6개월여 만에 문을 연 의회에서 외국 정상이 연설하기는 처음이다. 이어 카이로에 있는 아랍연맹 본부에 들러 중국의 중동정책을 연설한다. 이집트 일정을 마친 시 주석은 중동 3국 순방의 마지막 목적지인 이란으로 향한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해제 이후 해외 정상이 이란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시 주석은 양국의 경제협력 관계에 집중할 예정이다. 시아파 성직자 처형으로 국교를 단절한 이란과 사우디 관계에 중재 역할을 할지도 주목된다. 시 주석의 중동 3국 방문으로 중국의 중동 문제 개입 의지가 확인됐다. 시 주석은 ‘알 아람’ 기고문을 통해 “중동이 불안하면 세계가 평안하지 않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이 없는 것처럼 모두에게 통용되는 발전 방식은 없다”고 밝혔다. 환추시보는 이날 “시 주석의 중동 방문을 통해 아랍 현지에서 ‘동쪽을 보라(向東看)’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자신들은 아랍의 동쪽에 있고 미국은 서쪽에 있음을 빗댄 것이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지난해 성장률이 곤두박질친 중국이 얼어붙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중앙은행을 동원해 하루에 72조 원어치의 단기 채권을 사들였다. 다음 달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대규모 자금을 풀어 경기를 띄우겠다는 취지다. 런민(人民)은행은 21일 공개시장에서 28일짜리 역(逆)환매조건부채권(역RP) 2900억 위안, 7일짜리 1100억 위안 등 총 4000억 위안(약 72조 원)어치 단기 채권을 각각 이자율 2.60%와 2.25%에 사들였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역RP는 런민은행이 일정 기간 후 되사가는 조건이 달린 채권으로 이 기간 금융시장에 돈을 빌려주는 효과가 있다. 중국 중앙은행이 하루에 4000억 위안어치의 단기 채권을 사들이는 것은 2013년 2월 이후 가장 많은 규모라고 중국증권왕(網)이 이날 전했다.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19일에는 3개월 및 1년짜리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 채권 4100억 위안어치도 매입했다. 이번 런민은행의 자금 풀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조 위안의 내수 진작 자금을 투입한 것보다는 규모가 작다. 하지만 성장률 하락에 따른 심리적 동요가 큰 데다 단기적으로 유동성도 크게 부족할 것에 대비한 것으로 어떻게든 경기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중국 대표처 양평섭 소장은 “중국 정부가 아직 이자율이나 지급준비율 인하, 재정 확대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경기가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는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시장 동향을 본 뒤 필요하면 추가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세계 경제 성장률이 내년에는 올해에 비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중국은 반대로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했다.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의 세계 경제 성장 동력의 기능이 약해지는 것을 보여준다. IMF가 19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세계 경제 전망’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3%, 내년에는 6.0%로 떨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세계 경제가 올해 3.4% 성장에서 내년 3.6%로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과는 다른 방향이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올해는 6.2%, 내년에는 5.8%로 ‘바오류(保六·6% 성장률 유지)’도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19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중국의 GDP 성장률이 6.9%로 2014년의 7.3%에 비해 떨어지고 1990년 이후 25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세계 경제가 당면한 주요 리스크로 신흥시장의 전반적인 성장 둔화,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락, 미국 기준금리 인상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불확실성과 함께 중국의 경제구조 개혁과정에서 나타나는 불안감을 지목했다. 중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이같은 보고서 내용을 전하면서 “경제에서도 슈퍼 파워가 된 중국의 세계 경제 및 금융시장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다”며 “중국이 미래에 직면하게 될 문제들은 다른 국가들에 의해 공유될 것”이라는 전문가의 의견을 소개했다. 중국 경제의 침체가 세계 경제에 파급될 것임을 전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공급측 개혁’을 추진하면서 개혁 개방의 총설계사인 덩샤오핑(鄧小平)이 아닌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나 영국의 마가렛 대처 전 총리에게서 더 많은 영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19일 시 주석이 둔화되는 중국 경제성장에 자극을 주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과 영국의 대처 전 총리의 ‘공급 위주 경제정책’ 도입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급격하게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철강과 석탄, 조선 등 중공업 대신 소비재 및 서비스 분야의 산업을 육성해 중국 경제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복안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레이건 전 대통령과 대처 전 총리의 정책처럼 세금을 감면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폐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중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함으로써 내수 진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차오허핑(曹和平) 베이징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부족한 게 아니다. 이제까지 중국은 자국민들이 원하는 상품들을 만들어내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 중산층들은 한국이나 일본 등 해외로 나가서 화장품이나 비데 등을 사오고 성형수술을 한다. 중국 국가여유국(CNT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여행객들이 해외에서 쓴 돈은 모두 1조1000억 위안(약 198조 원)으로 중국 GDP의 1.6%에 해당한다. 중국 정부는 국민들이 해외에서 구매하는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면 엄청난 경기 부양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추진하려는 공급 위주의 개혁은 레이건 전 대통령이나 대처 전 총리의 정책과는 핵심적인 측면에서 다르다.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금은 내리지만 민영화로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이 많은 분야에서 민간 및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고 있으나 주요 기간산업은 여전히 국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다르다. 교통과 통신, 전기 분야 등에서 대대적인 민영화를 취했던 레이건 전 대통령과 대처 전 총리의 방식과는 다르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민간경제조사기관인 ‘컨퍼런스 보드(Conference Board)’의 앤드류 폴크는 “중국이 공급 위주의 경제 개혁을 한다고 하지만 똑같은 오래된 가방에 이름만 새로 붙이는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며 “따라서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중국 경제가 25년 만에 ‘바오치(保七·연 7% 성장) 시대’의 막을 내린 것이 공식 지표로 확인되면서 한국 경제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이 본격적인 ‘중속(中速) 성장’ 기조로 진입한 것은 물론이고 수출에서 내수로, 전통 제조업에서 첨단산업으로 전환하는 구조 개혁을 함께 추진하고 있어 한국 경제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중국발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중국의 경기 둔화가 불러온 국제유가 급락과 신흥국의 도미노 위기 같은 ‘2차 충격’에도 대비해야 해 부담이 더 큰 상황이다. ○ 중간재, 완제품 수출 모두 충격 중국의 성장 둔화는 전체 수출의 25% 이상을 대중(對中)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은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도 둔화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은 완제품과 중간재 수출이 동시에 타격을 받고 있다.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0∼70%나 돼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당장 석유화학·철강 등 중간재 수출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중국이 높아진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간재 자급률을 점차 올리고 있어 한국 기업은 ‘중국 시장 축소’와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석유화학, 철강업종의 수출량이 지난해 15∼20% 감소한 데 이어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생산기지인 중국의 경기 둔화로 국내 기업의 디스플레이나 반도체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수요 부진으로 나타난 공급과잉 현상이 조선 철강 화학 반도체 등 중간재를 넘어 자동차 휴대전화 같은 소비재로 확산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형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중국을 발판으로 성장동력을 회복했지만 이제는 이런 ‘중국 보너스’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로 한중일 분업 구조가 깨지고 있다”며 “한국 기업은 기술력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강화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여파, 한국 3%대 성장률도 힘들어 중국 경제의 감속(減速)에 따른 국제유가 급락은 한국 경제에 2차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 원유 소비량의 12%를 차지하는 중국 경제가 가라앉으면서 국제유가는 12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20달러대에 진입했다. 국내 조선·플랜트·건설업계는 이미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약 410억 달러로 전년보다 31% 이상 급감했다. 중국 경기 둔화와 국제유가 급락의 ‘더블 쇼크’가 장기화하면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계 경제의 성장률이 내려가는 만큼 한국 경제가 3%대 성장률을 사수하는 것도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의 경착륙 우려에 자원 수출국의 리스크도 확대되는 데다 내수 회복도 기대하기 힘들다”며 “2%대 저성장이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 성장률이 최대 0.6%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 중국 성장률 5%대로 추락할 수도”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증시 폭락을 겪은 중국은 성장률마저 부진하게 나오면서 최근 실물과 금융 부문이 동시에 난조를 보이고 있다. 중국 경제의 위기는 △수출 부진 △공장의 과잉설비 △부진한 투자 △부동산시장 침체 △국영 기업 및 지방 정부의 과도한 부채 등이 동시 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발생했다. 제조업 분야의 투자 증가율은 2014년 13.5%에서 2015년 8.0%로 줄었고, 부동산개발 투자 증가율은 10.5%에서 1.0%로 떨어져 사실상 정체 상태에 진입했다. 주된 성장동력이었던 대외 무역은 오히려 국내총생산(GDP)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수출은 1.8%, 수입은 13.2% 줄어 수출입 총액이 24조5849억 위안으로 전년보다 7.0%나 쪼그라들었다. 부채도 중국 경제의 뇌관이다. 2008년 중국 정부 및 기업·가계부채는 GDP 대비 148%였지만 작년에는 244%로 치솟았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더 떨어진 6.5%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일부 해외 투자은행(IB)은 5%대까지 전망치를 낮췄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관행적인 통계 조작을 감안하면 실제 성장률은 이미 2%대로 떨어졌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다만 이날 상하이 증시는 중국 정부가 경기 하강에 맞서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3.2% 급등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서동일 기자}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5년 만에 가장 낮은 6.9%에 그쳐 ‘바오치(保七·7%대 성장률 유지) 시대’가 막을 내렸다. 세계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중국의 경기 침체로 미국이 금리 인상 시기를 늦추는 것을 검토하는 등 글로벌 경제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한국 경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 수출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대중(對中) 수출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9일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67조6708억 위안으로 2014년보다 6.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당초 목표로 정했던 7.0%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전년 성장률 7.3%에 비해 0.4%포인트 떨어졌다. 연간 성장률로는 3.8% 성장에 그친 1990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왕바오안(王保安) 중국 국가통계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6.9%는 낮지 않은 성장 속도”라며 “이 수치를 달성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경제가 4반세기 만에 빈혈(貧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표현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GDP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6.8% 늘어나는 데 그쳐 시장 전망치(6.9%)를 밑돌았다. 2009년 1분기의 6.2% 이후 분기 기준으로 7년 만에 최저치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중국의 경기 둔화세 못지않게 중국 정부가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로 대표되는 구조 개혁을 통해 산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하는 것도 한국에 큰 부담”이라며 “중국이 자체 기술력을 키우면서 중국에 부품소재를 많이 수출하는 한국 기업의 수출 기회가 점점 줄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수 경제가 내리막길에 들어서자 중국 기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려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자금난에 허덕이는 해외 기업들이 저렴한 값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935억 달러(약 114조 원)어치의 해외 기업을 사들였다. 전년도 577억 달러보다 62%나 늘어났고 2011년 364억 달러와 비교하면 4년 만에 2.6배로 급증한 것이다. ‘차이나머니’의 M&A 바람은 연초부터 거세게 불고 있다. 삼성전자가 노리던 GE가전 부문을 칭다오하이얼이 인수하는 등 벌써 111억 달러(약 13조 원)어치의 해외 기업을 사들였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허진석·정임수 기자}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인 멤버 쯔위(17)가 한국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고 폭로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를 급속도로 악화시킨 대만 출신 가수 황안(黃安·53·사진)이 대만에 이어 중국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황안 자신도 과거 중국 TV 프로그램에서 대만 국기를 열심히 흔들었던 것으로 확인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쯔위 사건’이 양안 관계에 악재로 작용하자 적극 개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관영 런민(人民)일보 해외판의 소셜미디어 매체인 ‘샤커다오(俠客島)’는 17일 “누리꾼의 쯔위 성토는 광적인 포퓰리즘”이라며 쯔위에 대한 비난 자제를 촉구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에서는 쯔위의 공연 장면이 예전처럼 소개되고 중국의 유튜브인 ‘유쿠’에서도 그의 공연 장면 등이 그대로 검색된다. 황안의 행동이 일견 중국을 도운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민진당을 유리하게 한 것으로 나타나자 중국에서는 음모론까지 퍼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사건을 대만 총통 선거 일주일 전쯤에 제기하는 바람에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후보의 당선을 도왔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민진당과 공모해 (손자병법의 36계 중 8번째인) ‘암도진창(暗渡陳倉·허위 정보를 흘려 역으로 이용함)’의 술수를 썼다”며 “선거 전날 터뜨려 부동층이 차이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훙야오난(洪耀南) 대만 양안정책협회 비서장은 “쯔위의 사과로 차이 후보가 얻은 689만 표의 19.5%에 해당하는 134만 명이 투표장으로 향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광둥(廣東) 성에서 발행되는 일간지인 난팡두스(南方都市)의 전 평론위원은 “모함꾼 황안은 양안의 정치적 상호 신뢰를 파괴하고 17세 소녀를 정치적으로 박해했다”고 비난했다. 황안은 자신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다음 달 3일 대만으로 돌아가 이번 사태의 전말을 공개하고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에서는 황안이 ‘모함꾼’ ‘반간(이중 스파이)’ 등으로 불리며 역사상 ‘가장 짜증나는 인물’이 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24일 타이베이에서는 1만여 명이 참석해 반(反)황안 시위를 한다. 황안은 지난해에도 대만 가수 크라우드 루의 대만 독립 지지 발언을 문제 삼아 루가 출연할 예정이던 뮤직페스티벌이 취소됐다.타이베이=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16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야당인 민진당의 주석 차이잉원(蔡英文·60) 후보가 압승을 거두며 8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차이 당선자는 대만 사상 첫 여성 총통이자 중화권 최초의 여성 지도자가 됐다. 차이 당선자는 지지표 56.1%를 얻어 31.0%에 그친 국민당 주리룬(朱立倫) 후보를 308만 표라는 압도적인 차로 승리했다. 역대 총통 선거에서 가장 큰 표차다. 민진당은 입법원 선거에서도 전체 의석의 60.1%를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 아래로 떨어지는 등 심각한 경기 침체에다 빈부 격차 확대, 그리고 현 마잉주(馬英九) 정부의 지나친 친중 노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냉엄한 심판이었다. 차이 당선자는 당선이 확실해진 16일 밤 타이베이(臺北) 당사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중화민국은 민주국가로서 민주 공간이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며 “(대만의 주권을) 억압하는 것은 양안관계의 안정을 파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 대(對)중국 정책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에 대해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16일 밤 성명에서 “대만에 관한 중국의 원칙들과 정책들은 일관되고 명확하며, 대만 선거 결과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영 신화통신도 “민진당 집권으로 양안관계는 엄중한 도전을 맞았다”며 “대만 독립을 반대하는 민심을 거스르면 양안관계에 풍랑(興風作浪)이 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과 대만은 1992년 단교 이후 대사관을 폐쇄하고 대표부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2012년에는 두 나라 사이에 무비자협정을 맺는 등 관계가 회복되고 있다. 대만은 한국의 6위 교역국으로 한국에 입국하는 대만인 수는 네 번째로 많다. 중화경제연구원 류멍쥔(劉孟俊) 중국연구소장은 “차이 정부가 들어서면 중국에 치우친 외교를 다원화함으로써 현 정부보다 한국과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타이베이=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대만 국민당 정부의 친중(親中) 노선을 비판해온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후보가 차기 총통으로 선출되면서 ‘양안(兩岸)’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차이 당선자도 원칙적으론 양안 간 평화로운 교류와 협력을 강조하지만 방점은 대만의 자유민주주의, 대만의 정체성 확립에 찍혀 있다. 마잉주(馬英九) 총통 8년간의 양안 밀월 관계는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차이 당선자는 16일 밤 기자회견에서 “중화민국(中華民國·Republic of China)이 하나의 민주국가라는 점, 그리고 2300만 대만 인민이 이를 함께 굳게 지키고 있음을 이번 선거는 보여줬다”고 말했다. 중국이 예의주시하는 ‘92공식(共識·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의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1992년 합의)’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양안 관계와 관련해 차이 당선자는 △일치성 △예측가능성 △지속가능한 관계라는 3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처럼 평화롭고 안정된 상황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만 “과거 정책의 착오를 원상회복하겠다”고 밝혔다. 발끈한 중국은 의례적인 당선 축하 메시지도 보내지 않고 ‘독립노선 추구’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차이 당선자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 가능성도 요원해졌다는 평가다. 중국의 대만 주무 부처인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16일 차이 주석의 당선 확정 발표 후 성명에서 “지난 8년 동안 92공식을 바탕으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 왔다”며 “타이두(臺獨·대만 독립) 추구를 위한 어떤 형태의 분열적 행동도 결연히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같은 날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內政)”이라며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으며 선거 결과가 이런 기본 사실과 국제사회의 공통 인식을 바꾸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일본은 차이 당선자의 승리를 축하했다. 미국 마일스 캐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16일 성명에서 “미국은 양안 간 평화에 큰 이해를 갖고 있다”며 “미국은 건강한 민주적 제도의 힘을 보여준 대만 국민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선거 이후 심상치 않은 양안 간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전현직 국무부 고위 관리를 중국과 대만에 보내 ‘예방 외교’를 펼칠 예정이다. 일본은 친중 성향의 국민당을 대신해 독립 성향의 민진당이 집권하게 된 것을 반겼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16일 밤 담화를 통해 “대만은 기본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소중한 친구”라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7일 “정부 내에서는 중국이 참가하지 않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만의 참가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선거가 국민당 집권 8년의 경제 실정(失政)에 대한 강력한 문책이라는 점에서 차이 당선자는 ‘경제 살리기’라는 무거운 짐을 떠안게 됐다. 아울러 빈부 격차를 완화하고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되찾아주는 노력도 해야 한다. 차이 당선자는 16일 밤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오늘부터 개혁의 제1보가 시작됐다. 개혁은 2월 1일 새 국회가 열리고, 5월 신정부가 출범하면 실천에 들어갈 중요한 사명”이라고 밝혔다. 당선 축하 행사장에서 만난 왕즈하오(王子豪·33·회사원) 씨는 “국민당은 친중국, 경제, 분배 등 모든 면에서 심판을 받아야 했다”며 “하지만 중국과 원만하게 지내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민진당 집권으로 한국과 대만 관계가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리시(朱立熙) 지한(知韓)문화협회 집행이사장 겸 국립정치대 강사는 17일 “국민당은 대(大)중화주의 의식으로 한국에 대해 우월감을 가졌다”며 “민진당이 집권하면 보다 친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진당 지지층이 많은 중남부에서는 여행 온 한국인 관광객을 환대한다. 주 이사장은 “그러나 한-대만 관계가 진전되기 위해서는 중국에 치우친 한국도 대만을 중시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타이베이=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대만의 사상 첫 여성 총통이 된 차이잉원(蔡英文) 당선자는 부모로부터 아무런 정치적 자산을 물려받지 않고 스스로 앞길을 개척했다. 그의 부친 차이제성(蔡潔生)은 자동차 수리업체를 운영해 돈을 번 뒤 부동산 건설 호텔 사업을 일군 기업인으로 부인과 첩 4명을 두었다. 차이 당선자는 다섯 번째 부인의 막내딸이자 11명의 형제자매 중 막내다. 아버지가 한때 대만의 납세 순위 상위 10위 안에 들 정도로 집안이 부유했지만 차이 당선자는 서민층의 아픔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차이 당선자는 미혼인 데다 다른 형제자매들도 지금까지 별다른 구설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차이 당선자가 2008년 부패 스캔들로 침몰하던 민진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배경이 됐다. 미국 코넬대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런던정경대(LSE)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대만 국립정치대 법학과 교수를 지내던 차이 당선자는 2004년 민진당 입당과 함께 비례대표 6번으로 입법위원이 돼 정치에 입문했다. 2008년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이 국민당에 참패해 아무도 주석직을 맡지 않으려는 상황에서 이 자리를 맡아 성공적으로 당을 재건했다. 차세대 지도자로 떠오른 차이 당선자는 2012년 1월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의 마잉주 후보에게 패배했다. 이번에 재수 끝에 뜻을 이뤘다. 차이 당선자는 조부가 푸젠(福建) 성 하카(客家)족이고, 조모는 산악 거주 대만 원주민인 파이완(排灣)족 혈통을 지닌 내성인(內省人·1949년 이전 대만 이주)이다.타이베이=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멤버 쯔위(周子瑜·16)의 ‘국기(國旗) 사건’이 대만 총통 선거에 큰 파장을 미치는 등 대만과 중국, 한국 3개국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쯔위는 지난해 11월 한국의 한 방송 녹화에서 대만기를 흔들었는데 이 모습은 방송되지 않고 인터넷으로만 공개됐다. 하지만 최근 중국에서 활동하는 대만 출신 가수 황안(黃安)이 쯔위의 ‘대만 독립 활동’ 의혹을 제기하면서 뒤늦게 공론화됐다. 중국의 반발이 커지자 쯔위는 15일 동영상을 통해 공개 사과하면서 “중국은 하나다. 내가 중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수척한 쯔위의 모습을 본 대만 누리꾼들은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인질을 살해하기 전 유언을 읽게 하는 것 같다”며 분노했다. 대만 롄허(聯合)보는 17일 “‘쯔위 사건’이 차이잉원(蔡英文) 당선자의 득표율을 1∼2% 상승시켰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친중 성향의 국민당 정부가 대만 주체성과 관련된 이번 사건을 가벼이 다룬 반면 민진당의 차이 당선자는 선거일인 16일 하루에만 4번이나 이 사건을 거론하며 쯔위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대만의 페이스북에서는 ‘국민당 8년간 중국과 가까워졌다더니 16세 소녀 한 명도 보호해 주지 못하느냐’, ‘정치적 희생물’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분노한 젊은이들이 대거 투표소로 몰려갔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15일 “한국의 ‘독도 문제’처럼 중국의 주권 문제는 가지고 놀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국에선 17일 쯔위가 소속된 JYP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국내 누리꾼들은 “미성년자 혼자 사과 영상을 찍도록 내세운 JYP가 잔인하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한편에선 “회사 이익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대처였다”는 의견도 있었다. LG유플러스는 쯔위가 광고 모델로 나온 스마트폰 ‘Y6’ 광고를 중단하기로 했다.타이베이=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임희윤 기자}

“차이잉원(蔡英文) 당선, 차이 당선.” 대만 총통 선거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7시 수도 타이베이의 총통부(청와대 격) 앞 대로. 가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2만 명 이상의 차이 후보 지자자들이 여성 총통의 당선을 축하하듯 함성을 질렀다. “나는 4년 전 다시 돌아온다고 했는데 더 강한 차이잉원으로 돌아왔다. 내일 이곳 총통부는 국민의 손으로 돌아갈 것이다.” 차이 후보가 말하자 지지자들이 환호로 답했다. 이날 집회는 법정 시한인 오후 10시에 끝났다. 16일 대만 전역에서 실시되는 총통 및 입법위원(국회의원) 동시 선거에서 민진당 차이 후보의 승리가 확실시되고 있다. 차이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집권 국민당의 주리룬(朱立倫) 후보를 2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어 승부는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에 이어 대만에서도 여성 총통(한국의 대통령 격)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민진당으로선 2008년 국민당에 정권을 내준 지 8년 만에 다시 정권을 되찾는 것이어서 앞으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차이 후보는 친중(親中) 성향인 현 마잉주(馬英九) 정부와는 달리 집권하면 독자적인 대만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여 양안(兩岸)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차이 후보의 승리가 확실해지자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한결같이 하나의 중국, ‘대만독립 반대’를 견지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반면 미국은 조만간 윌리엄 번스 전 국무부 부장관을 중국과 대만에 보내 양안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한 ‘예방 외교’를 펼칠 예정이다. 대만의 전문가와 언론은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른 3대 키워드로 ‘경제’와 ‘양안 관계’ ‘세대 갈등’을 꼽았다. 우선 경제 문제다. 마잉주 정부 8년을 거치면서 성장률이 추락해 지난해에는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한 분배 불평등마저 심화해 집권 국민당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현 정부의 친중 정책 때문에 대만 경제가 오히려 악영향을 받았다는 점도 쟁점이 됐다. 마 총통이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양안 협력을 추진해 지지를 받았던 사실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 든다. 차이 후보는 앞으로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경제 전략을 펼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재정부 산하 중화경제연구원의 류멍쥔(劉孟俊) 제1연구소 소장은 “마 정부 시절 대륙으로 진출한 대기업(臺商·타이상)들만 양안 협력으로 혜택을 봤다는 불만이 높고, 타이상들이 번 돈을 대만으로 가져와 부동산 투자에 집중해 집값만 앙등시키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국민당의 패색이 짙어진 데에는 젊은 세대가 등을 돌린 것 역시 크게 작용했다. 평생 벌어도 집을 살 수 없을 정도로 뛰어오른 부동산 가격에 대한 좌절감, 초임이 월 2만2000대만달러(약 79만 원) 수준으로 정체된 임금에 대한 불만, 그리고 국민당의 친중 정책에 대한 거부감 등이 청년층의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민주화 시기에 태어난 ‘해바라기 세대’는 대만의 독립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여긴다. 총통 선거와 같이 열리는 입법위원 선거에서 민진당과 국민당 중 어디가 의회 다수당이 될지도 관심거리다. 현재 입법위원 113석 중 40석을 가진 민진당은 이번 선거에서 57석 이상 획득하는 것이 목표다. 차이 후보도 15일 “입법원 과반도 달성해 ‘완전집정(完全執政)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타이베이=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16일 실시되는 대만 총통 및 입법원 선거에서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이 페이스북과 함께 후보들의 정책과 선거 유세 일정을 알리는 미디어로 활용되고 있다. 여당인 국민당 주리룬(朱立倫)과 야당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여), 친민당의 쑹추위(宋楚瑜) 총통 후보는 물론이고 558명 입법위원 출마자 중 상당수가 공식 계정으로 라인을 쓰고 있다. 차기 총통 당선이 확실시되는 차이 후보 라인 계정의 친구 목록에는 10만 명 이상의 이름이 등록돼 있다. 북부지역 이란(宜蘭) 현에서 재선을 노리는 천어우포(陳歐珀) 민진당 후보는 라인을 통해 자신의 업적을 알리고 지역 맛집과 관광지 정보도 올린다. 대만의 스마트폰 이용자는 전체 인구(2300만 명)의 74%인 1700만 명. 라인 가입자도 1700만 명으로 스마트폰 이용자 수와 비슷하다. 대만인들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197분으로 세계 상위권이어서 선거 운동을 위해선 라인을 비롯한 모바일 서비스 이용이 반드시 필요한 형편이다. 온라인 선거운동이 활발한 반면 수도 타이베이(臺北) 거리에서 후보를 홍보하는 현수막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국민당과 민진당의 중앙당 선거대책본부 건물 앞에도 현수막 한두 장이 덜렁 걸려 있을 뿐 대부분 온라인 홍보를 하고 있다.타이베이=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