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中 ‘바오치’…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매서운 한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中경제 두 얼굴, 한국 더블쇼크/성장률]

중국 경제가 25년 만에 ‘바오치(保七·연 7% 성장) 시대’의 막을 내린 것이 공식 지표로 확인되면서 한국 경제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이 본격적인 ‘중속(中速) 성장’ 기조로 진입한 것은 물론이고 수출에서 내수로, 전통 제조업에서 첨단산업으로 전환하는 구조 개혁을 함께 추진하고 있어 한국 경제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중국발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중국의 경기 둔화가 불러온 국제유가 급락과 신흥국의 도미노 위기 같은 ‘2차 충격’에도 대비해야 해 부담이 더 큰 상황이다.

○ 중간재, 완제품 수출 모두 충격

중국의 성장 둔화는 전체 수출의 25% 이상을 대중(對中)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은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도 둔화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은 완제품과 중간재 수출이 동시에 타격을 받고 있다.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0∼70%나 돼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당장 석유화학·철강 등 중간재 수출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중국이 높아진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간재 자급률을 점차 올리고 있어 한국 기업은 ‘중국 시장 축소’와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석유화학, 철강업종의 수출량이 지난해 15∼20% 감소한 데 이어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생산기지인 중국의 경기 둔화로 국내 기업의 디스플레이나 반도체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수요 부진으로 나타난 공급과잉 현상이 조선 철강 화학 반도체 등 중간재를 넘어 자동차 휴대전화 같은 소비재로 확산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형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중국을 발판으로 성장동력을 회복했지만 이제는 이런 ‘중국 보너스’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로 한중일 분업 구조가 깨지고 있다”며 “한국 기업은 기술력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강화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 중국 여파, 한국 3%대 성장률도 힘들어

중국 경제의 감속(減速)에 따른 국제유가 급락은 한국 경제에 2차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 원유 소비량의 12%를 차지하는 중국 경제가 가라앉으면서 국제유가는 12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20달러대에 진입했다. 국내 조선·플랜트·건설업계는 이미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약 410억 달러로 전년보다 31% 이상 급감했다.

중국 경기 둔화와 국제유가 급락의 ‘더블 쇼크’가 장기화하면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계 경제의 성장률이 내려가는 만큼 한국 경제가 3%대 성장률을 사수하는 것도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의 경착륙 우려에 자원 수출국의 리스크도 확대되는 데다 내수 회복도 기대하기 힘들다”며 “2%대 저성장이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 성장률이 최대 0.6%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 “올해 중국 성장률 5%대로 추락할 수도”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증시 폭락을 겪은 중국은 성장률마저 부진하게 나오면서 최근 실물과 금융 부문이 동시에 난조를 보이고 있다.

중국 경제의 위기는 △수출 부진 △공장의 과잉설비 △부진한 투자 △부동산시장 침체 △국영 기업 및 지방 정부의 과도한 부채 등이 동시 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발생했다.

제조업 분야의 투자 증가율은 2014년 13.5%에서 2015년 8.0%로 줄었고, 부동산개발 투자 증가율은 10.5%에서 1.0%로 떨어져 사실상 정체 상태에 진입했다. 주된 성장동력이었던 대외 무역은 오히려 국내총생산(GDP)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수출은 1.8%, 수입은 13.2% 줄어 수출입 총액이 24조5849억 위안으로 전년보다 7.0%나 쪼그라들었다. 부채도 중국 경제의 뇌관이다. 2008년 중국 정부 및 기업·가계부채는 GDP 대비 148%였지만 작년에는 244%로 치솟았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더 떨어진 6.5%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일부 해외 투자은행(IB)은 5%대까지 전망치를 낮췄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관행적인 통계 조작을 감안하면 실제 성장률은 이미 2%대로 떨어졌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다만 이날 상하이 증시는 중국 정부가 경기 하강에 맞서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3.2% 급등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서동일 기자
#중국#경제#성장률#중국 쇼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