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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이상 공석인 주한 미국대사 후보로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 사령관(65)과 미국 내 대표적 친한파 의원인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67·공화·캘리포니아)이 부상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워싱턴발로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두 사람은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던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대북 코피작전’ 등에 대한 이견으로 낙마한 후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 왔다. 공교롭게도 주한 미국대사 물망에 오른 두 사람은 지난달 평창 겨울올림픽 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함께 미 고위급 대표단의 일원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한 소식통은 SCMP에 “대사 후보로 고려되고 있다는 좋은 신호”라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백악관 당국자들이 두 사람을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아무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 참모진(백악관 비서실장,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국방장관, 국무장관)이 모두 군인 출신으로 꾸려진 상황에서 서먼 전 사령관까지 주한 미국대사로 낙점될 경우 대북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한 소식통은 “한국과 미국 군부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 대사가 되면 유용할 것”이라며 “특히 외교가 비효율적인 것으로 드러나 미국이 다시 대북 군사 옵션을 고려하게 될 경우 더욱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서먼 전 사령관은 2011∼2013년 주한미군 사령관을 지내 한국군과의 연합훈련 경험이 풍부하다. 로이스 위원장은 캘리포니아 13선 의원으로 1월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12일(현지 시간) 한국에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사회적 불명예와 편견을 두려워해 피해 사실 신고를 꺼리는 상황에 대한 개선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이 위원회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9일까지 제69차 회기를 열고 한국을 포함한 칠레, 피지, 사우디아라비아 등 총 8개국의 여성 차별 실태를 조사한 뒤 12일 해당 국가별 권고안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최종 권고안에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오명과 제도적 편견, 성폭력 피해 신고가 거짓일 것이라는 광범위한 오해 등은 여성들로 하여금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게 한다”며 “성폭력 피해를 신고하면 오히려 피해자가 명예훼손으로 기소되기도 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직장 내 성폭력 문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고 성폭력 피해 예방에도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세계적 패션 브랜드 ‘지방시’의 창립자인 디자이너 위베르 드 지방시가 타계했다. 향년 91세. 지방시의 동거인 필리페 브네는 12일(현지 시간) “지방시가 10일 잠을 자던 중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지방시는 동성(同性) 파트너 디자이너 브네와 프랑스 파리 근처 고성(古城)에서 살았다. 브네는 성명을 통해 “지방시의 죽음을 알리게 된 것은 큰 슬픔”이라고 전했다. 브랜드 ‘지방시’를 소유하고 있는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그룹 회장은 이날 “지방시는 1950년대 파리를 패션 세계의 정점에 올려놓은 창시자 중 한 사람”이라며 애도의 뜻을 밝혔다. 지방시는 세계적인 배우 오드리 헵번이 사랑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지방시를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알린 작품이 바로 헵번이 1961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첫 장면에서 입고 나온 리틀 블랙 드레스다. 이 드레스를 입은 헵번이 짙은 색 선글라스를 끼고 티파니 매장의 보석을 바라보며 빵과 커피를 들고 아침식사를 하는 모습은 지금까지도 세기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 드레스는 2006년 경매에서 영화 속 의상 사상 최고가인 8억5000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 1953년 시작된 지방시와 헵번의 우정은 40년 이상 지속됐다. 이듬해 헵번의 대표작이기도 한 영화 ‘사브리나’에서 헵번이 입었던 이브닝드레스를 지방시가 직접 디자인하면서 가까워졌다. 이후 헵번이 즐겨 입었던 의상은 대다수가 지방시의 작품이었다. 헵번 외에도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 여사와 윈저 공작부인, 그레이스 켈리 등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들이 지방시를 찾았다. 특히 케네디가(家) 여성들이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의 장례식 때 모두 지방시의 옷을 입으면서 ‘상류층이 입는 우아한 브랜드’로 각인되는 계기가 됐다. 한국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방시의 슈트를 애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방시가 패션의 세계에 매료된 것은 열 살 무렵이었다. 프랑스 파리박람회에서 오트쿠튀르 디자이너의 작품을 본 그는 그날부터 보그 잡지에 나오는 의상을 따라 그리는 것을 취미로 삼았다. 17세 때인 1944년에 그는 파리의 일류 예술학교에서 본격적으로 패션을 공부했다. 여러 부티크에서 경력을 쌓던 그는 1951년 파리 알프레드 드비니 8번가에 자신의 첫 부티크를 오픈했다. 당시 돈이 없어 비싼 원단을 구입할 수 없었던 지방시는 저렴한 흰색 원단을 디자인해 첫 번째 컬렉션을 열었는데, 이것이 지방시의 대표 아이템인 ‘베티나 블라우스’였다. 이 작품의 성공으로 지방시는 명성을 얻게 됐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살았던 지방시는 1995년 패션계에서 은퇴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개헌안이 11일 제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를 통과한 가운데 과거 마오쩌둥(毛澤東)을 보좌했던 비서가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마오쩌둥 비서를 지냈던 전 당 중앙조직부 상무부부장 리루이(李銳)는 이날 홍콩 밍(明)보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은 종신제를 하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서방 국가들은 개인숭배를 경계하지만 중국은 공자의 영향으로 개인숭배가 쉽게 나타날 수 있다”며 “소련은 붕괴했지만 중국은 전통과 문화 덕에 공산당이 보존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오쩌둥에 이어 시진핑이 이 길을 가고 있다”며 “베트남도 변하고, 쿠바도 변하는데 오직 북한과 중국만이 이런 길을 가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관영 매체와 정부 관료들이 개헌안을 맹목적으로 옹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 성의 간부도 시진핑을 옹호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신문에는 (시 주석을) 찬양하는 글뿐이니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다”고 한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에 대해서도 “매일 헛소리만 해 읽지 않은 지 수십 년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시진핑을 포함한 일부 세력들은 마오쩌둥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다”며 “마오쩌둥이 무너지는 순간 시진핑도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국인대는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3차 전체회의에서 ‘국가 주석 3연임 금지’ 조항을 폐기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헌법개정안을 투표에 붙였다. 개정안은 총 2964명 중 2958명이 찬성, 2명 반대, 3명 기권, 1명 무효로 찬성률 99.8%를 기록하며 전국인대를 통과했다. 해당 조항은 1982년 덩샤오핑(鄧小平)이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시절처럼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헌법에 반영됐다. 하지만 이번 전국인대를 통해 압도적인 찬성표를 받아 개헌안이 통과되면서 시 주석의 장기집권이 현실화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미국 주요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충분한 검토 없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 요청을 전격 수락한 데 대해 9일(현지 시간)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협상을 추구해야 하는 건 맞지만 김정은과의 전례 없는 정상회담을 갑작스럽게 받아들인 것은 이미 높아진 실패 확률을 더욱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핵화 검증 수단 등 백악관이 필요하다고 언급해 왔던 조치들과의 맞교환 없이 (북한에) 미국 대통령과의 일대일 만남을 수락한 것은 독재자에게 상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눈 감고 걸어가(walk blindly) 독재자와 대좌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변덕스러운 대통령이 복잡한 국가 안보 이슈에서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김정은의 테이블 맞은편에 앉는다는 사실이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극적인 면에서 재능이 있는 두 지도자의 비전통적인 정상회담은 매우 성공할 수도 있지만 실패로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이 과거에 해왔던 방식으로 김정은이 행동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떠나버릴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의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인 뒤 워싱턴은 기대감과 불안감이 엉키며 소용돌이치고 있다. “북한을 믿는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백악관은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대화의 전제조건을 내세웠다가 철회해 논란을 키웠다. ‘27년간 북한의 비핵화 약속에 속았다’는 미 정부의 트라우마가 정상회담 추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미 회담 전제조건 있다” “아니다, 없다” 백악관도 오락가락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하겠다는) 말과 수사에 일치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볼 때까지 이 만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조금의 양보도 하지 않았지만, 북한은 몇몇 약속을 했다”면서 “우리는 구체적이고 검증할 수 있는 행동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북한의 조치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구체적(concrete)’이라는 단어를 9번이나 사용했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북-미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귀국 길에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샌더스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그런 얘기가 없었는데, 그런 얘기를 했느냐”며 “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직접 들은 것을 바탕으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의 구체적 조치 발언이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이 생겼다”는 논란으로 이어지자 백악관이 언론을 통해 진화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샌더스 대변인이 대화를 위한 새로운 전제조건을 붙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백악관이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백악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정상회담 제안은 수락됐고,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다만 북한이 제시한 약속을 조금이라도 지키지 않으면 회담 자체를 재고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백악관을 겨냥해 “북한은 비핵화가 목표라고 했지 정상회담 전에 비핵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번 논란은 일종의 해프닝처럼 끝났지만, 백악관 내부에 ‘이번만큼은 북한의 대화 전술에 속지 않겠다’는 의견이 많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정상회담 전까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압박해 나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10일(현지 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누가 알겠나. 만약 (타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나는 (협상 테이블을) 금방 떠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태도에 따라 북-미 회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 워싱턴 조야, “북한에 또 속으면 안 된다” 경계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전까지 북한이 비핵화 로드맵 정도를 내놓아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샌더스 대변인의 구체적 조치 발언은 비록 번복됐지만, ‘북한이 대화 전에 비핵화 로드맵을 뛰어넘는 조치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백악관 내부의 인식이 표출된 것이란 분석이다. ‘완전하고 불가역적이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CVID)’를 위해 북한이 움직이고 있다는 걸 미국이 믿게 해줘야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구체적 조치를 언급하면서 ‘검증 가능한(verifiable)’이란 단어도 함께 사용했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직후인 2012년 북-미 간 2·29합의에서 식량 지원을 대가로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두 달 뒤 장거리로켓 은하3호를 발사했다. 앞서 2007년 2·13합의에 따라 2008년 6월 영변 핵시설 냉각탑을 폭파했지만 역시 이듬해 4월과 5월 각각 장거리미사일 도발과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은 동아일보에 보낸 e메일에서 “북한이 2005년 9·19합의 때 비핵화 합의문까지 쓰고도 검증 단계를 거부하며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결과적으로 속인 일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중요한 변수로 고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대화에 앞서 검증 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나와야 신뢰의 고리가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조야에서는 북한이 핵사찰을 수용하는 것과 함께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재가입할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 주요 매체들과 민주당이 충분한 고려 없이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받아들인 것에 우려를 나타낸 반면 공화당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8일 성명을 통해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농락하려 든다면 그걸로 당신과 당신의 집권은 끝”이라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그레이엄 의원의 성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능력에 굉장한 신뢰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위은지 기자}

북한 정권 수립 이후 70년 만에 이뤄질 첫 북-미 정상회담의 명암은 ‘어디에서 열리느냐’로 가려진다. 장소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중 한 사람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고, 회담 성격과 결과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미국과 북한은 둘 다 부담스러울 수도 김정은이 먼저 미국에 대화를 제안한 만큼 평양에서 열릴 가능성이 우선 제기된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 입장에서는 트럼프가 타는 ‘에어포스 원’ ‘캐딜락 원’이 평양에 내렸을 때 ‘쇼 업(Show up)’ 효과도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평양을 방문한 현직 미 대통령은 없다. 지미 카터, 빌 클린턴이 평양을 간 적은 있지만 모두 전직 대통령 신분이었고, 억류된 미국인을 구출하는 인권 문제 해결사 역할이었다. 트럼프가 방북하면 미국 현직 대통령의 첫 평양행을 비핵화 회담의 성공으로 귀결시켜야 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미 테리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과 리사 콜린스 연구원은 9일 ‘긴급질의(Critical Questions)’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란 초강대국 지도자가 평양을 방문하면 북한 지도자의 영향력과 합법성을 대내외적으로 강화시킬 것이다. 과거 평양을 방문한 지도자들이 북한 체제와 지도부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던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이유로 워싱턴도 아직은 반반이다. 김일성 김정일 등 역대 북한 지도자들이 미국 땅을 밟은 적이 없고 “김정은이 한 수 접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초대한 별장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도 거론되지만 “지나친 환대를 베풀었다”는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뉴욕 유엔본부도 있지만 북한이 대북제재의 산실을 회담 장소로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장소를 놓고 북-미가 힘겨루기를 하면서 회담 준비가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승부사적 기질의 두 지도자 중 어느 한쪽이 조속한 회담 개최를 위해 장소 문제도 통 큰 양보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떠오르는 판문점 카드 북한과 미국 땅을 벗어난다면 중매에 나선 한국, 그중에서도 한반도 분단의 상징적 장소인 판문점이 유력 후보지로 꼽힌다.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공간이자 김정은이 한반도를 벗어나지 않고 트럼프의 손을 잡을 수 있는 곳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도 “가장 확실한 장소는 판문점 평화의집” “한국과 북한의 국경지대가 적절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도 유력한 대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바로 다음 달 판문점에서 북-미 회담이 열리면 “한국의 중재외교가 열매를 맺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지난해 방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방문하려다 날씨 때문에 무산돼 안타까워했던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서울과 제주 등도 거론된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1일 “미국과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교섭해 나가는 과정에서 제주를 회담 개최지로 적극 검토해 달라”며 제안했다.○ 스웨덴부터 공해상 선박까지 거론 AP통신은 9일 스웨덴이나 중립국인 스위스 제네바 등 다양한 제3의 장소에서 북-미 정상이 만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스웨덴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조만간 방문할 예정이라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리 외무상이 이곳에서 회담을 준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을 방문하는 미국인의 영사업무를 대행하는 평양 주재 스웨덴대사관이 북-미 간 채널 역할을 하는 장점도 있다. 최근 스테판 뢰벤 총리까지 나서 “스웨덴 정부가 북-미 간 대화를 도울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6자회담 개최지였던 중국 베이징과 북-미 간 트랙 1.5(반민반관) 대화가 활발히 이뤄지는 싱가포르도 후보지로 거론된다. AP통신은 또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 전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서기장이 몰타 인근 해상의 선박에서 만난 사실을 예로 들며 국제 공해(公海)상에 떠 있는 선박에서도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위은지 기자}

“통일 됐으면 좋겠어요. 정말 그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기자가 ‘4월 말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최해군 군(19)은 잠시 고민하다 이렇게 답했다. 2016년 한국에 입국한 최 군의 어머니는 탈북자다. 최 군은 “어머니한테 탈북 이야기를 전해 들었고 학교에도 북한에서 온 친구들이 많다. 다른 사람들보다는 북한이 멀지 않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대북특사단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면담하고 귀국한 지 이틀 만인 8일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60)가 여명학교 2학년 학생과 교사 등 40여 명을 점심식사에 초대했다. 이번 주 부임한 스미스 대사는 한국 사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다 함께’ 캠페인의 일환으로 탈북 청소년들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점심식사에 앞서 본보와 인터뷰를 가진 3명의 학생은 탈북한 어머니 아래서 태어나 2, 3년 전 한국에 왔다. 비록 대부분의 시간을 중국에서 보냈지만 어머니의 고향인 북한을 바라보는 마음은 복잡다단하다. “북한은 김 씨 제국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강문강 군(19)은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이어지고 있는 현재의 대화 분위기에 대한 기대감을 털어놓았다. 강 군은 김정은이 대북특사단을 환대하는 사진을 본 뒤 “북한이 드디어 문을 열고 한국 사람을 맞이하는 걸 보니 김정은도 마음을 좀 바꾼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지은 양(18)도 “남북관계의 새로운 시작이 될 거 같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최 군은 “김정은이 이제 생각을 좀 바꿨으면 좋겠다. 머리를 통으로(통째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학생들의 소망은 하나였다.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고 나아가 통일이 이뤄지는 것이다. ‘통일이 되면 왜 좋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최 군은 이렇게 대답했다. “어머니 친척분들이 아직 북한에 계세요. 어머니가 저보고 제 외삼촌이랑 많이 닮았다고 자주 말씀하시는데 전 외삼촌 얼굴을 몰라요. 통일이 돼 어머니와 함께 고향에 가보고 싶어요.”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오후(현지 시간·한국 시간 9일 오전)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폭스비즈니스TV에 출연해 “대통령이 철강노조 조합원들과 만나 (관세 행정명령을 담은) 성명서에 사인할 것”이라며 “15∼30일 뒤에 효력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대상국이 되면 철강은 25%, 알루미늄은 10%의 관세가 각각 부과된다. 특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국가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예외 가능성이 없을 거라던 기존 방침과 달리, 백악관이 ‘다른 국가들’도 예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예외 대상국에 한국이 포함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캐나다와 멕시코는 국가안보를 근거로 (관세 부과에) 잠재적으로 면제국이 될 수 있고, 다른 국가들도 같은 절차에 근거해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8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오후 3시 30분(한국 시간 9일 오전 5시 30분) 백악관에서 열릴 면담을 고대하고 있다”며 “우리의 철강, 알루미늄 산업을 보호하고 발전시켜야 하지만 이와 동시에 무역과 국방 분야에서 우리를 공정하게 대하는 진정한 친구들(real friends)에게 높은 유연성과 협동심을 보여야 한다”고 적었다. 일부 동맹국에 대해선 관세 부과를 면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의 (예외 대상 국가 확대 가능성) 발표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관세 부과 조치로 동맹관계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백악관에 전달한 직후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윌버 로스 상무장관도 7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는 국가들은 면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바로 국장도 “성명서에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즉각 이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임시 면제를 받는 방안이 거론된다. WP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를 30일간 일시 면제해 주고, 나프타 재협상 상황을 봐가며 최종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여당인 공화당 하원의원의 절반에 가까운 107명이 “포괄적 관세 부과를 재고해 달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낸 것도 막판 변수가 되고 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기대는 하고 있지만 어떤 결과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위은지 기자}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계 미국인 스노보더 클로이 김이 인형으로 탄생했다. 세계적 완구업체 마텔이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여성들의 다양한 역할 모델을 표현하기 위해 6일 공개한 17종의 새로운 바비인형 중 하나다. 클로이 김 외에도 한 손에 대형 카메라를 든 영화 ‘원더우먼’의 감독 패티 젱킨스, 짧은 머리에 가죽재킷을 걸친 여성 비행사 어밀리아 에어하트를 닮은 인형도 공개됐다. 금발에 하얀 피부,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기존 바비인형으로는 더 이상 여성들의 다양한 역할상을 표현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올해 110주년을 맞는 세계여성의날(8일)은 ‘미투’ 바람으로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특히 올해는 20세기 초 영국 여성 참정권 운동인 ‘서프러젯’의 결실로 30세 이상 여성이 참정권을 얻은 국민투표법이 제정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앞서 4일 영국 런던 시내에서 열린 ‘여성을 위한 행진(March4Women)’은 미투 운동으로 고발되고 있는 직장 내 성폭력을 근절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동시에 100년 전 서프러젯 운동을 기리는 자리였다. 서프러젯 운동에 참여했던 여성들의 복장을 하고 당시 운동 슬로건인 ‘말 대신 행동으로(Deeds not words)’라고 쓰인 띠를 두른 여성들은 ‘성폭력을 근절하자’ ‘남녀 임금 격차를 줄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프러젯 운동을 이끌었던 에멀라인 팽크허스트의 증손녀 헬렌 팽크허스트 박사는 최근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서프러젯의 투쟁정신이 미투 운동으로 부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18년은 그 자체로 상징적이고 중요한 해가 되었다”며 “우리는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에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도 최근 서프러젯 운동과 미투 운동의 유사점을 분석하면서 가장 큰 공통점으로 ‘시위의 힘’을 꼽았다. 100여 년 전 영국 여성들은 참정권 획득을 위해 돌과 폭탄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여성들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권력자의 성폭력을 고발하면서 연대하고 있다. 100년이 넘는 시간차를 둔 두 운동 모두 세계적인 규모로 목소리를 키웠다는 것도 닮은 점이다. 팽크허스트 박사는 “여성들이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말하고, 함께 모여 ‘우리가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외치는 것이 두 운동의 공통점이다”라고 말했다. 여성들이 서프러젯 운동으로 정치적 불평등의 시정을 요구했다면 미투 운동은 조직 내 위계질서에 의한 ‘권력형 성폭력’ 문제 해결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미투의 진원지인 미국을 비롯해 영국 등 유럽에서는 ‘조직 내 성평등’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활동 참여 및 기회 분야는 정치적 권한 분야와 더불어 남녀 격차가 가장 심한 편이다. 특히 남녀 간 경제적 차별이 완전히 없어지려면 217년이 걸린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여성이 무임금 노동을 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 데다 직장 내 임금 격차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유엔여성기구 측은 “여성의 권리, 평등, 정의를 위한 전례 없는 세계적 운동에 이어 여성의날이 다가왔다”며 “(변화를 일으킬) 때는 지금”이라고 강조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동의 없는 성관계는 강간(rape)입니다.’ 영국 북부 지역 스코틀랜드의 경찰은 지난달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고조되자 이 같은 문구를 담은 포스터를 도심의 클럽과 술집 곳곳에 걸었다. ‘동의를 얻어라(#GetConsent)’란 표어도 젊은층이 자주 보는 소셜미디어에서 홍보하고 있다. 상대의 동의를 얻지 않은 성관계는 강간죄로 처벌받을 수 있음을 알리는 이 캠페인은 18∼35세 젊은 남성이 주요 타깃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성범죄의 20%가량이 피해자가 잠들어 있거나 술이나 마약에 취해 동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났다. 상대가 동의할 수 없을 때 성관계를 하면 이유가 무엇이든 강간이다”라고 강조했다. 스코틀랜드에선 어린 학생들 성교육에서부터 ‘상대의 동의 얻기가 건강한 성관계의 핵심’임을 가르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투 운동이 세계적으로 번지자 주요국이 성폭력 피해를 막고 가해자를 엄벌할 수 있도록 기존 ‘강간죄(rape law)’를 개정하거나 관련 판례의 재정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로 서구 선진국에서 활발한 강간법과 판례의 수정 방향은 상대의 명시적인 동의를 얻지 않으면 강간죄로 규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기존에는 동의 여부보다 성폭력 피해 당시 얼마나 강하게 저항했는지를 강간죄 적용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피해 여성들은 ‘싫다고 하지 않았으니 결국 잠자리를 받아들인 것 아니냐’ ‘왜 피해 당시엔 거부하지 않더니 이제 와서 문제 삼느냐’는 2차 피해에 시달리곤 했다. 대표적인 여권(女權) 선진국으로 꼽히는 북유럽의 스웨덴은 지난해 12월 성관계 전 상대의 명시적 동의를 얻지 않으면 강간으로 규정하도록 강간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법은 가해자가 성폭력을 가할 때 위협이나 폭행을 사용했음이 입증돼야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이사벨라 뢰빈 부총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투 운동은 새로운 법의 필요성을 보여줬다”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스테판 뢰벤 총리도 “역사적인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는 당신(피해자)들 편이다”라고 선언했다. 프랑스는 성관계에 동의할지 스스로 판단하기 힘든 아동을 철저히 보호하도록 법을 바꾸고 있다. 프랑스는 15세 미만 아동과 성관계를 하면 아동이 관계에 합의하더라도 무조건 강간으로 처벌하는 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AFP통신이 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마를렌 시아파 프랑스 여성부 장관은 “이는 프랑스 사회에서 성폭력과 성희롱을 예방하는 패키지 법안의 일부”라며 추가 법안 발표도 예고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프랑스가 공공장소에서 여성을 향해 휘파람을 불거나 다른 방식의 추파를 보내는 ‘캣콜링(cat-calling)’을 하는 남성에게 즉석에서 최대 750유로(약 1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도 강간죄가 피해자를 더 보호하는 방향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법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강간한 사람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현재 판례는 법에서 말하는 ‘폭행이나 협박’을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반항이 현저히 곤란한 정도’여야 한다고 보는 경향이 짙다. 이 때문에 성폭행 피해자가 다툼을 법정으로 끌고 가도 ‘피해자가 물리적으로 적극 저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패소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강간죄 개정 요구는 ‘미투’ 운동의 전신 격인 ‘아닌 건 아니다(No means no)’ 운동에서부터 시작됐다. 1990년대 초반 미국 일부 주에서는 여성이 확실히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성관계를 하면 강간으로 규정하자는 운동이 있었다. 2014년 캘리포니아주가 미국에선 처음으로 ‘여성의 확실한 동의’를 강간 관련 법률에 명시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위은지 기자}

억만장자 사업가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76·사진)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기후행동 특사’로 임명됐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이 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날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뉴욕 유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에는 따르는 자와 이끄는 자가 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끄는 자 중 한 명이고 사람들을 항상 바른 길로 이끌어왔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세계적으로 상향식 해결책이 기후변화와의 싸움을 주도하고 있다”며 “유엔의 새로운 기후행동 특사로서 탄소배출을 줄이고 회복력을 구축하는 정책을 이행할 수 있도록 정부, 비정부 관계자들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 ‘반(反)트럼프’ 행보를 주도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제2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 행정부의 기조와 상관없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지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총회에는 지난해 최악의 산불 사태 등을 겪으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독자적인 기후변화 대책을 추진 중인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도 함께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2011년 미국의 환경운동단체 ‘시에라 클럽’이 주도한 석탄 화력발전소 감축 운동에 5000만 달러(약 538억 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기후행동 특사는 2019년 유엔 본부에서 열리는 기후정상회의를 준비하고 유엔 회원국들의 파리기후협약 이행을 독려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2014년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으로부터도 기후행동 특사로 임명된 적이 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동의 없는 성관계는 강간(rape)입니다.’ 영국 북부지역 스코틀랜드의 경찰은 지난달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고조되자 이 같은 문구를 담은 포스터를 도심의 클럽과 술집 곳곳에 걸었다. ‘동의를 얻어라(#GetConsent)’란 표어도 젊은층이 자주 보는 소셜미디어에서 홍보하고 있다. 상대의 동의를 얻지 않은 성관계는 강간죄로 처벌받을 수 있음을 알리는 이 캠페인은 18~35세 젊은 남성들이 주요 타깃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최근 성범죄의 20%가량이 피해자가 잠들어 있거나 술이나 마약에 취해 동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났다. 상대가 동의할 수 없을 때 성관계를 하면 이유가 무엇이든 강간이다”라고 강조했다. 스코틀랜드에선 어린 학생들 성교육에서부터 ‘상대의 동의 얻기가 건강한 성관계의 핵심’임을 가르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진다. 미투 운동이 세계적으로 번지자 주요국들이 성폭력 피해를 막고 가해자를 엄벌할 수 있도록 기존 ‘강간죄(rape law)’를 개정하거나 관련 판례의 재정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로 서구 선진국에서 활발한 강간법과 판례의 수정 방향은 상대의 명시적인 동의를 얻지 않으면 강간죄로 규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기존에는 동의 여부보다 성폭력 피해 당시 얼마나 강하게 저항했는지를 강간죄 적용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피해 여성들은 ‘여성도 싫다고 하지 않았으니 결국 잠자리를 받아들인 것 아니냐’ ‘왜 피해 당시엔 거부하지 않더니 이제 와서 문제 삼느냐’는 2차 피해에 시달리곤 했다. 대표적인 여권(女權) 선진국으로 꼽히는 북유럽의 스웨덴은 지난해 12월 성관계 전 상대의 명시적 동의를 얻지 않으면 강간으로 규정하도록 강간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법은 가해자가 성폭력을 가할 때 위협이나 폭행을 사용했음이 입증돼야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이사벨라 뢰빈 부총리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미투 운동은 새로운 법의 필요성을 보여줬다”며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스테판 뢰벤 총리도 “역사적인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는 당신(피해자)들 편이다”라고 선언했다. 프랑스는 성관계에 동의할지 스스로 판단하기 힘든 아동을 철저히 보호하도록 법을 바꾸고 있다. 프랑스는 15세 미만 아동과 성관계하면 아동이 관계에 합의하더라도 무조건 강간으로 처벌하는 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AFP통신이 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마를렌 시아파 프랑스 여성부 장관은 “이는 프랑스 사회에서 성폭력과 성희롱을 예방하는 패키지 법안의 일부”라며 추가 법안 발표도 예고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프랑스가 공공장소에서 여성을 향해 휘파람을 불거나 다른 방식의 추파를 보내는 ‘캣콜링(cat-calling)’을 하는 남성에게 즉석에서 최대 750유로(약 1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도 강간죄가 피해자를 더 보호하는 방향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법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강간한 사람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현재 판례는 법에서 말하는 ‘폭행이나 협박’을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반항이 현저히 곤란한 정도’여야 한다고 보는 경향이 짙다. 이 때문에 성폭행 피해자가 다툼을 법정으로 끌고 가도 ‘피해자가 물리적으로 적극 저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패소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강간죄 개정 요구는 ‘미투’ 운동의 전신격인 ‘아닌 건 아니다(No means no)’ 운동에서부터 시작됐다. 1990년대 초반 미국 일부 주에서는 여성이 확실히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성관계를 하면 강간으로 규정하자는 운동이 있었다. 2014년 캘리포니아주가 미국에선 처음으로 ‘여성의 확실한 동의’를 강간 관련 법률에 명시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우리 정부의 대북 특별사절단 파견과 관련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4일(현지 시간) 특사단 파견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 달성을 위한 최대의 압박작전을 유지할 필요성을 포함한 통일된 대북 반응에 관해 한국 정부와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며 “미국과 한국은 남북관계 진척이 비핵화 진전과 반드시 함께 이뤄지도록 최대의 압박작전을 통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는 타협이 가능하지 않다는 우리의 입장을 강조하고자 북한에 기꺼이 관여할 것”이라며 “우리는 전임 정부들이 한 것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언론들도 이번 대북 특사 파견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올지에 주목하면서도 궁극적으로 비핵화 논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진지한 (비핵화) 협상에 돌입하는 것보다 제재를 약화시키는 데 더 관심이 있을까 봐 걱정하고 있다”며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워싱턴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기 전까지 최대의 압박과 제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AP통신은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와 북한 비핵화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희망을 전달하기 위한 특사가 북한으로 향했다”면서도 “북한이 올림픽 선수단 파견을 통한 한국과의 향상된 관계를 이용해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고 미국 주도의 국제 제재를 약화시키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CNN은 “문 대통령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고수하는 북한 정권과 잠재적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평양의 미사일을 받아들일 수 없는 위협이라고 믿는 미국 사이를 중재하는 어려운 역할을 맡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연기된 한미 군사훈련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많은 분석가들은 올림픽이 끝나면 외교적 해빙기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남에게 조롱 섞인 별명 붙여주기를 즐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엔 반대 입장에 섰다. 3일 중견언론인 모임 ‘그리드아이언 클럽’ 주최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불쾌할 수도 있는 별명 하나를 얻었다. ‘혼란왕(Chaos King).’ 이날 연사로 나선 뉴올리언스 시장 미치 랜드루의 작품이었다. 당혹감을 감추기 위해서였을까. USA투데이에 따르면 평소 자신을 비웃는 자들을 철저히 응징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보기 드문 아량으로 ‘혼란왕’이란 표현을 웃어넘겼다. 이날 만찬 자체가 농담을 주고받는 자리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나는 혼란을 좋아한다”며 자신을 겨냥한 조크를 유쾌하게 받아쳤다. 하지만 뼈가 담긴 표현이었다. ‘혼란왕’의 궁정에서 상처받지 않은 참모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존 켈리 비서실장은 ‘혼란왕’의 방치 속에 무너진 백악관 지휘계통을 세우려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과 마찰을 빚고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트럼프의 ‘일방주의 외교’와 ‘보호무역’ 노선을 완화하려다 대통령과 수차례 갈등을 일으켰다. 30세의 호프 힉스 전 공보국장은 ‘가정폭력 스캔들’로 최근 사임한 롭 포터 보좌관과 사귀다 포터의 혐의가 드러나자 함께 백악관을 떠나야 했다.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백악관에 들어왔다 혼란만 야기한 셈이다. 교통정리를 좋아하지 않는 대통령 때문에 워낙 많은 참모들이 정치적 타격을 입다 보니 트럼프가 누구를 아끼는지, 누구를 싫어하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현지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그의 ‘인사 원칙 1호’로 거론돼온 ‘충성심’을 잣대로 백악관을 들여다봐야 답을 찾을 수 있다고 해석한다. ○ WP “힉스 떠난 백악관엔 이방카와 스카비노뿐” 워싱턴포스트(WP)의 백악관 출입기자 애슐리 파커는 ‘충성심’을 잣대로 평가했을 때 백악관에서 트럼프의 마음을 흔들림 없이 사로잡고 있을 인물은 장녀 이방카와 소셜미디어국장 댄 스카비노뿐이라고 평가했다. “힉스가 떠나면서 대통령이 충성심을 신뢰하는 사람은 이방카와 스카비노 정도가 전부이다”라는 것이다. 결국 백악관이나 선거 과정에서 비즈니스 관계로 처음 만난 부류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이 트럼프의 마음을 끝까지 사로잡을 것이란 주장이다. 켈리 비서실장의 견제 속에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보좌관인 재러드 쿠슈너의 기밀정보 접근 권한이 제한된 가운데 대통령의 절대적 우군으로는 이방카가 최우선으로 꼽힐 수밖에 없다. 이방카는 지난달 말 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불륜관계를 덮기 위해 돈으로 입막음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딸에게 아버지를 범죄자로 모는 사람의 말을 믿느냐고 묻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며 오히려 기자에게 눈총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방카를 가까이 둘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준 장면이다. 트럼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관리하는 스카비노는 16세에 트럼프의 골프장에서 캐디로 아르바이트를 하다 트럼프를 처음 만나 20대 후반부터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 관리자로 일한 오랜 측근이다. 당초 홍보 컨설팅회사를 설립하려 했으나 “모든 걸 포기하겠다”며 대선캠프에 합류해 끝내 백악관에까지 입성한 인물이다.○ ‘45대’ 대통령의 트위터 친구 계정 ‘45개’ 오랜 친분관계가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얻는 핵심 요소라면 그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물들은 사실 백악관 밖에 더 많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45대’ 대통령이라는 것을 과시하듯 자신의 트위터에 총 45개의 계정을 ‘팔로’하고 있다. 이 트위터 친구 명단엔 백악관에서 일하지는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마다 사석에서 식사를 같이 하고, 각종 행사에 초청해 친분을 과시할 만큼 신뢰하는 인물들이 숨어 있다. 이 명단에서 가장 많은 비중(10개 계정·22%)을 차지하는 폭스뉴스 관련자 중 전 폭스뉴스 기자 겸 앵커 제랄도 리베라는 최근까지도 트럼프 대통령과 사석에서 식사를 한 인물이다. 뉴욕타임스(NYT)매거진에 따르면 리베라는 2월 말 ‘겨울 백악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의 아들 도널드 주니어, 에릭과 함께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했다. 켈리 비서실장도 그날 같은 장소에서 식사를 했지만 다른 테이블에 앉았다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 리베라를 비롯한 오랜 친구들을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자신을 전국구 스타로 만들어준 NBC TV 프로그램 ‘어프렌티스’ 관계자에게 느끼는 유대감도 상당하다. 트위터 친구 명단에 포함된 ‘어프렌티스’ 연출자 마크 버넷과 그 아내인 배우 로마 다우니는 매년 2월 개최되는 백악관 조찬기도회에 초대되는 단골손님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연속으로 초대된 이 커플은 트럼프의 ‘특별하고 특별한 친구’로 통한다. ○ ‘무역 강경파’ 상승세 배경엔 펜실베이니아 보궐선거? 이방카 보좌관과 스카비노 국장의 백악관 내 기상도가 ‘언제나 맑음’이라면 스티븐 밀러 정책고문과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등 ‘무역 강경파’는 ‘일단 맑음’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국제주의자’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이들은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펜실베이니아주 연방 하원의원 보궐선거가 약 일주일 뒤인 13일로 예정돼 있어 앞으로도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문 닫은 제철소와 광산이 많아 트럼프의 강경 무역 드라이브를 특히 매력적으로 느낄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먹구름이 드리우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나바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콘 위원장이 이끄는 NEC 산하에서 일하도록 좌천된 바 있다. 밀러는 CNN 등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며 앵커와 말다툼을 벌이는 등 독보적인 충성심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수치스럽다(disgraceful)’고 비난한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의 보좌관으로 과거에 일하며 정계에서 처음 주목받았다는 점이 지금으로선 약점일 수 있다. ‘가족 기업’을 경영하듯 국정을 살피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들이 증명해야 할 것들이 아직 남았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한기재 record@donga.com·위은지 기자}

박물관 전시품 위에 누워 낮잠을 잔 중국 남성이 인터넷에서 질타를 받고 있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베이징청년보 등에 따르면 중국 쓰촨(四川)성 광한(廣漢)시의 싼싱두이(三星堆) 박물관은 소장품인 옥돌 위에 누워 낮잠을 자는 남성의 사진을 온라인상에 공개하며 “이와 같은 행동을 따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당시 박물관 직원들은 남성이 옥돌에 누워있는 것을 발견하고 전시물에서 내려오라고 요청했지만 그가 말을 듣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은 부인이 현장에 나타나 말을 들으라고 꾸짖은 뒤에야 옥돌에서 내려왔다. 해당 사진은 당시 현장에 있었던 다른 관람객이 찍은 것이다. 사진을 접한 인터넷 사용자들은 남성의 이름을 밝혀 망신을 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물관 측은 “방문자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기 때문에 남성의 이름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남성이 누운 옥돌은 문화재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박물관 부근 강에서 발견된 것으로 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관람객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전시되어 있었다. 관람객이 손으로 만질 수는 있지만 눕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박물관 측은 “관람객 중 비문명적 행위를 하는 사람이 흔하다”며 “현재로서는 직원들이 이런 행위를 구두로 저지하는 방법밖엔 없다”고 밝혔다. 해당 박물관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고대 유적지 싼싱두이의 발굴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관세 폭탄’ 발표 이후 행정부 전체가 내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CNBC 방송 등은 참석자들을 인용해 대통령 발표 전날인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진이 관세 부과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관세 조치에 끝까지 반대했던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사진)은 “대통령이 관세 조치를 고수하면 사퇴할 것”이라며 배수진을 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콘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포괄적 관세안이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을 올릴 수 있다며 반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관세 부과로 제품 가격이 오르더라도) 그것은 치러야 할 작은 비용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격론 하루 뒤인 1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방침을 독단적으로 발표하자 콘 위원장은 큰 충격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흥분 상태에서 주변 인사들을 몰아세우거나 통제 불능 상태가 돼 참모들이 겁에 질려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뺀 모든 사람을 비난하며 점점 고립돼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콘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인상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까지는 사퇴하지 않고, 경제학자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일 “어제 오후 콘 위원장을 만나서 대화를 나눴다. 다른 생각(콘의 사퇴)을 할 어떤 이유도 없다”며 교체설을 일축했다. 미국의 저명 경제학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행보에 우려와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3일 ‘누구에게도 도움 안 되는 무역전쟁’이라는 제목의 NYT 기고문을 통해 “미국은 무역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부품산업 보호를 외치면서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있는 산업을 망치는 방식으로 무역전쟁을 개시하려 하고 있다”며 “무역전쟁은 좋은 것이고 이기기도 쉽다고 말한 것은 완전 바보 같은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보복관세의 악순환이 이어지면 세계 전체 무역은 위축될 것이며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더 가난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제프리 색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도 2일 CNN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모함과 무지로 인해 미국 일부 철강업체가 단기적으로 약간 수혜를 볼 순 있겠지만 미국과 세계 경제는 엄청난 시련을 겪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미국 등 전 세계 증시가 하락의 악순환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위은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던진 ‘철강·알루미늄 관세 폭탄’과 관련해 특정국에 면제 혜택을 주는 계획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이 4일(현지 시간) 밝혔다. 로스 장관은 이날 미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은 분명히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것이지만 지금까지 내가 아는 바로는 그가 상당히 광범위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국 면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의 많은 정상들과 (관세 인상 문제와 관련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장도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면제국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면제국을 지정하기 시작하면 결국 다른 나라들의 관세를 올려야 한다”며 “그가 한 나라를 면제하는 순간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기는 다른 나라 정상들이 걸어온 전화들로 울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자가 ‘유럽연합(EU)에 철강 관세 면제를 고려중이냐’고 묻자 그는 “그것은 대통령의 결정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앞서 1일 수입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겠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주 후반이나 다음주 초 중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문고리 권력’으로 불렸던 호프 힉스 백악관 공보국장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에 따르면 힉스 국장은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감사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에 행운을 빈다”고 사임할 뜻을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힉스는 뛰어났고, 똑똑하고 사려 깊었다. 지난 3년간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해 왔다”며 “향후 우리는 다시 함께 일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힉스 국장은 수주 내에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대선 캠프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도왔던 핵심 측근인 힉스의 갑작스러운 사임 발표에 대해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힉스 국장은 러시아 대선 개입 스캔들과 관련해 미 하원 정보위원회 비공개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한 바로 다음 날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청문회에서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해서는 결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때로는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 할 때가 있었다”고 답변했다. 이를 보고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힉스 국장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힉스 국장이 전 부인 폭력 논란에 휩싸인 롭 포터 전 비서실 차장과 지난달 스캔들이 났을 때 처음으로 진지하게 사임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그는 백악관 입성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 곁을 지켜온 참모 중 하나다. NYT는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과 스타일을 잘 이해하며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보좌관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폴리티코는 백악관이 ‘트럼프의 통역사’를 잃게 됐다고 보도했다. 올해 서른 살인 힉스 국장이 트럼프 가족과 인연을 맺게 된 건 2012년이다. 10대 시절 ‘랠프 로런’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뉴욕의 홍보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다 고객이었던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의 눈에 들었다. 2년 뒤 트럼프 재단으로 스카우트돼 이방카의 패션 브랜드 홍보 업무를 맡았다. 그 인연으로 2015년 1월 트럼프 대선캠프 언론 담당 보좌관으로 발탁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뒤 2016년 12월 백악관 전략 공보 책임자로 지명됐다. 2017년 8월 전임자인 앤서니 스캐러무치 전 공보국장이 10일 만에 경질되자 그 자리를 힉스 국장이 차지했다. 공보국장 후임으로는 머시디스 슐랩 백악관 전략커뮤니케이션 선임고문이 거론되고 있다. CNN은 지난 두 달간 슐랩 고문이 힉스 국장의 업무 일부를 맡아 처리해 왔다고 전했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철강·알루미늄 산업은 수십 년간 불공정 무역과 세계 각국의 나쁜 정책으로 인해 쇠퇴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더 이상 우리나라, 우리 기업들과 노동자들이 이용당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영리한 무역을 원한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박한 철강 수입 규제안 발표를 앞두고 이런 내용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의회에 제출한 ‘2018 무역정책 어젠다·2017 연례 보고서’에서 “미국은 중국의 국가 주도 경제모델이 국제 경쟁력을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의 첫 무역정책 보고서가 ‘대(對)중국 무역전쟁 선전포고’를 담은 셈이다. 보고서는 “모든 가용한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된 불공정한 관행을 막기 위해 통상법 301조에 근거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통상법 301조는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행위에 대해 무차별적 보복행위를 할 수 있는 대표적 근거 조항이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위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