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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6월 열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나설 진보진영 단일화 경선에서 이겨 출마가 확정됐다. 그러나 단일화 경선에 참여한 경쟁 후보 측에서 “온라인 투표 관리 방식을 신뢰할 수 없다”며 경선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만 13세 이상 청소년을 투표에 참여시킨 경선 방식을 두고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중학생을 선거 정치에 활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를 꾀해온 ‘2018 서울촛불교육감 추진위원회’는 조 전 교육감과 이성대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장 간 양자 대결로 치러진 경선에서 조 전 교육감이 승리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경선의 투표는 서울시민과 서울 소재 직장인 등 만 13세 이상은 누구나 홈페이지 신청을 통해 경선단으로 등록해 할 수 있도록 했다. 경선 투표에는 온라인 방식으로 1만2702명, 오프라인 현장 투표로 242명 등 총 1만2944명이 참여했다. 각 후보 득표율 등 구체적인 경선 결과는 후보 간 합의로 공개되지 않았다. 선거 결과 발표 후 조 후보는 “오늘의 승리는 본선 승리를 준비하는 과정”이라며 “경선을 통해 ‘촛불교육감’에서 ‘시민교육감’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후보 측은 “총 투표인 수와 득표수 합산 수치가 42명이나 차이 나는 등 납득할 수 없는 선거였다”며 “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자 온라인투표 관리 업체가 즉시 로그인해 투표 수치를 임의로 수정하는 등 신뢰성이 전혀 없었다”고 반발했다. 또 다른 서울시교육감 선거 예비후보로 중도파인 조영달 서울대 교수는 만 13세 이상 청소년을 경선인단에 포함시킨 방식에 대해 “중학생을 정치 진영의 선거에 활용한 비교육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조 후보는 “이는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심히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경선 선거인단에는 만 13세 이상∼18세 이하 청소년 916명이 포함됐으며 이 가운데 524명(57.2%)이 투표했다. 공직선거법상 교육감 선거에는 만 19세 이상만 참여할 수 있다. 본선거에 참여할 수 없는 청소년들을 경선 선거인단에 포함시킨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열린 경기도교육감 진보진영 단일화 경선에서는 송주명 한신대 교수가 승리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교육부가 2일 공개한 ‘중학교 역사·고교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이 확정될 경우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서도 ‘자유민주주의’란 표현이 사라질 전망이다. 6일 교육부에 따르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최근 교육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이 (새로) 고시될 경우 이미 고시된 초등학교 사회 교육과정도 이에 맞춰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교육과정이란 학교 교육의 ‘헌법’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과목편제 및 교과서 제작, 수업내용 등 모든 교육내용의 근간이 되는 지침이다. 평가원은 “기존의 2015 개정교육과정(박근혜 정부 때)에 따른 중·고교 역사과 교육과정은 교과서 국정화 등을 염두에 둔 교육과정”이라며 “초등학교 사회과 교육과정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어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평가원은 최근 새로운 중·고교 역사과 교육과정 및 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을 내놓으며 △‘자유민주주의’란 표현을 ‘민주주의’로 바꾸고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을 빼는 등 수정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만약 중·고교 역사·한국사 교과서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다면, 용어의 통일성 측면에서 초등 사회교과서도 그에 맞게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교육과정에 따른 사회교과서는 내년부터 초등학교 5, 6학년에 적용된다. 초등학교는 따로 역사 교과서가 없고 사회교과서에서 역사를 배운다. 앞서 교육부는 내년 초등학교 6학년 사회교과서에 처음으로 촛불집회 사진을 싣고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 서술을 강화하는 등 변화를 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솔직히 말해 그간 한 번도 교육감 선거에 참여한 적이 없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투표를 했는지 안 했는지 자체가 기억나지 않는다. 그만큼 교육감 선거에 아무 관심이 없었다. 일단 교육감이 뭘 하는 사람인지를 제대로 몰랐다. 명칭을 보아 교육 관련 감투인 것 같긴 한데 이미 대학까지 졸업한 기자와 무슨 상관이 있나 싶었다. 딱히 교육과 직결되는 나이의 자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출마한 후보 중 ‘찍고 싶다’는 마음이 들 만큼 아는 사람도 없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표를 던지느니 차라리 누구도 찍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잘못됐음을 깨달은 건 2년 전 교육 분야를 맡고서다. 서울시교육청을 출입하며 보니 교육감이란 실로 엄청난 자리였다. 흔히 서울시교육감을 10만 명의 인사권과 9조 원의 예산권을 지닌 사람이라고 한다. 좀 더 생활형으로 설명하면 내 아이의 교사가 될 사람을 얼마나 뽑고 어떻게 배치할지, 내 조카의 교장과 담임을 누구로 할지 최종 결정하는 이가 교육감이다. 내가 낸 세금으로 아이들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놓을지, 아니면 체육관 리모델링을 할지 판단하는 이도 교육감이다. 아이들에게 학교 안 놀이시간을 얼마나 줄지, 시험을 어떤 방식으로 볼지, 학업을 못 따라가는 학생들을 어떻게 끌어줄지, 교사의 수준을 어떻게 끌어올릴지도 교육감이 정할 수 있다. 영어를 어떻게 가르칠지, 공립유치원을 몇 개나 늘릴지, 특수학교 돌봄교실 자유학기제를 어떻게 운영할지, 특목고와 자사고 신입생을 어떻게 뽑을지 등 학부모가 관심 있는 모든 사항이 교육감의 손에 달렸다. 건물에 비유하자면 골조는 교육부가 세울지 몰라도 그 안의 인테리어와 층 배치 등 실질적인 모든 건 교육감이 결정하는 셈이다.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 교육감은 교육부 장관보다 힘이 세다. 학생 시절 ‘한없이 낙후된’ 한국의 학교와 교육에 시시때때로 분개하던 것을 생각하면 아이들의 학교생활과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을 두고 ‘아무나 되세요’란 마음으로 방관한 건 어른으로서 무책임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역대 교육감 선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늘 낮았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경기도교육감에 처음 당선된 2009년 선거의 투표율은 12.3%에 불과했다. 당시 민주노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민주노동당 등 진보진영의 단일후보로 추대된 김 부총리의 득표율은 40.9%였다. 경기도민 100명 중 5명의 지지로 교육감이 정해진 것이다. 교육감 직선제는 2007년 ‘교육자치’를 표방하며 도입됐다. 2010년부터 지방선거와 통합 실시하면서 투표율은 50%대로 올랐다. 그러나 투표자 중 교육감 후보의 면면을 따져보고 심사숙고해 투표한 이가 얼마나 될까. 그렇기에 교육감 후보들은 선거에 무관심한 국민을 신경 쓸 이유가 없다. 뭉텅이 표가 있는 정치세력을 잡는 게 훨씬 남는 장사다. 교육감 선거 때마다 교육 이슈는 온데간데없고 진보니 보수니 하는 ‘색깔팔이’에 열중하는 후보들이 넘쳐나는 이유다. 교육계에서는 교육감 선거가 주민에 의한 교육자치가 아닌, 일부 정치세력에 의한 ‘교육정치’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직선제 폐지론까지 나올 정도다. 그렇다고 당장 교육감 선거가 없어질 것 같지 않다. 결국 최선의 선택은 평범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다. 내 마음에 꼭 드는 후보가 없다는 게 모든 선거의 가장 큰 난제지만 ‘최선의 인물’이 없다면 ‘차악의 인물’이라도 뽑아야 한다. 자꾸 그렇게 따지고 들어야 국민과 교육만 생각하는 진짜 교육감이 나온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 60대인 나를 꼬부랑 노인 취급해 불쾌 “아유, 나 원 참 불쾌해서….” 얼마 전 외출을 다녀오신 어머님이 상기된 얼굴로 집에 들어오셨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아주 기분 나쁜 일을 당하셨다는 겁니다. 놀라서 “무슨 일이냐”고 묻자 이러시더군요. “아니 글쎄, 나보다 다섯 살 정도밖에 안 어려 보이는 여자가 나한테 ‘할머니! 길 좀 물을게요’ 하는 거 아니겠니.” 67세인 어머님은 자신을 할머니라고 부른 그 행인을 ‘예의 없는 사람’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저도 맞장구를 쳐드렸지만 솔직히 의아했어요. 저희 어머님, 손자가 4명이니 진짜 할머니 맞거든요. 조심스럽게 “그렇게 기분 나쁘셨느냐”고 묻자 다시 한번 역정을 내시더라고요. 노인의 기준이 65세인 것도 잘못됐다면서요. 그러고 보면 74세인 아버님 역시 스스로를 노인이라기보다 ‘아저씨’ 정도로 생각하시는 듯해요. 지하철 노약자석에 자리가 나도 절대 앉지 않으시더라고요. 할아버지라는 호칭도 물론 싫어하시고요. 100세 시대, 노인의 기준은 무엇이고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 젊게 사는 실버족 호칭 바꿔보면… 한국에서 법으로 정한 노인은 만 65세 이상이다. “난 젊다”며 아무리 저항해도 피할 도리가 없다. 다만 이 기준은 1964년부터 55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기대수명이 90세를 바라보는 시대에 반세기 전 기준을 그대로 들이대니 ‘젊은 노인’은 불쾌할 수밖에 없다. 경기도에 사는 이숙자(가명·73·여) 씨는 집 근처 노인종합복지관 대신 마을버스를 타고 여성회관까지 가 노래를 배운다. 이 씨는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노인복지관에 가면 그걸 인정하는 꼴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미자 씨(69·여)는 “지하철의 노약자석과 일반석 구분을 없앴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약자석에 앉을 때마다 ‘내가 벌써 노인인가’ ‘왜 노인들을 한구석에 몰아넣나’ 싶어 서글퍼집디다. 그래서 일반석에 앉으면 이번엔 젊은이들이 ‘왜 여기에 앉나’ 눈치를 주는 것 같아 영 불편해요.” 노인에 대한 규정과 호칭이 못마땅하기는 남성 노인들도 다르지 않다. 한기정 씨(76)는 “‘어르신’이라는 호칭도 듣기 거북하다”고 했다. 그는 “60세만 넘겨도 장수했다고 여긴 조선시대에나 65세 이상이 노인이지 지금이 어디 그러냐”며 “내가 생각하는 노인의 기준은 80대 중반 이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78.3%는 적정한 노인 연령 기준이 70세 이상이라고 답했다. 노인들의 인식은 빠르게 변하는데 사회적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니 당장 호칭부터 꼬이기 일쑤다. 노인들을 자주 접하는 공무원이나 서비스직 직원들은 호칭 고민이 만만치 않다. 2004년 당시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는 민원인 호칭 개선안을 발표해 연령과 상관없이 모두 ‘고객님’이라고 부를 것을 권장했다. 호칭으로 인한 복잡한 판단을 미루고 민원인을 존중하겠다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시민들을 고객이라고 부르는 게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서울시 산하 25개 자치구 민원실에 따르면 최근 가장 많이 사용하는 호칭은 ‘OOO님’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방의 나이를 어림짐작으로 미루어 ‘어르신’ 등으로 불렀다가 낭패를 볼 수 있는 만큼 판단을 배제하고 민원인의 이름에 ‘님’자를 붙인다는 것이다. 안면이 있는 나이 지긋한 주민이라면 ‘선생님’ 또는 ‘어르신’ 등으로 상황에 맞춰 혼용해 부른다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노인들은 어떤 호칭을 원할까. 50∼80대 회원들로 구성된 독서모임 ‘메멘토모리’ 멤버인 고광애 씨(81·여)는 “모임에서도 호칭 얘기가 몇 번 나왔는데 대안이 마땅치 않더라”라고 했다. “우리도 ‘미즈(Ms·결혼 여부에 관계없이 여성의 이름이나 성 앞에 붙여 부르는 경칭)’ 같은 표현이 있으면 좋은데 없어요. ‘선생님’은 중국식 표현 같고 프랑스어인 ‘마담’은 술집 마담 같고…. 우리끼리는 ‘누구 엄마’ ‘누구 할아버지’가 아니라 이름을 불러주자고 했어요.” ‘60대 노파’라는 표현을 자주 쓰던 1990년대에는 노인을 일컫는 예의바른 호칭의 대안으로 ‘어르신’ ‘노인장’ ‘노형’ 등이 거론됐다. 노인장이나 노형은 분명 높임말임에도 한 노인에게 노인장이라고 했다간 “버르장머리 없다”는 소리를 들을 게 뻔하다. 국립국어원은 젊은 노인을 호칭하는 말로 ‘선생님’을 추천했다. 국어원은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중국식이라는 건 오해”라며 “조선시대에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의미로 선생이란 표현을 썼다는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다. ○ 당신이 제안하는 이 시대의 ‘신예기’는 무엇인가요. ‘’이나 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이 느낀 불합리한 예법을 제보해 주세요. 카카오톡에서는 상단의 돋보기 표시를 클릭한 뒤 ‘동아일보’를 검색, 친구 추가하면 일대일 채팅창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임우선 imsun@donga.com·노지현·황태호 기자}

“아유, 나 원 참 불쾌해서….” 얼마 전 외출을 다녀오신 어머님께서 상기된 얼굴로 집에 들어오셨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아주 기분 나쁜 일을 당하셨다는 겁니다. 놀라서 “무슨 일이냐” 묻자 이러시더군요. “아니 글쎄, 나보다 5살 정도밖에 안 어려보이는 여자가 나한테 ‘할머니! 길 좀 물을 게요’ 하는 거 아니겠니?” 67세이신 어머님은 자신을 할머니라고 부른 그 행인을 ‘예의 없는 사람’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저도 맞장구를 쳐드렸지만 솔직히 의아했어요. 저희 어머님, 손자가 4명이니 진짜 할머니 맞거든요. 조심스럽게 “그렇게 기분 나쁘셨느냐”고 묻자 다시 한번 역정을 내시더라고요. 노인의 기준이 65세인 것도 잘못됐다면서요. 그러고 보면 74세인 아버님 역시 스스로를 노인이라기보다 ‘아저씨’ 정도로 생각하시는 듯해요. 지하철 노약자석에 자리가 나도 절대 앉지 않으시더라고요. 할아버지라는 호칭은 물론 싫어하시고요. 100세 시대, 노인의 기준은 무엇이고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한국에서 법으로 정한 노인은 만 65세 이상이다. “난 젊다”며 아무리 저항해도 피할 도리가 없다. 다만 이 기준은 1964년부터 53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기대 수명이 90세를 바라보는 시대에 반세기 전 기준을 그대로 들이대니 ‘젊은 노인’은 불쾌할 수밖에 없다. 경기도에 사는 이숙자(가명·73·여) 씨는 집 근처 노인종합복지관 대신 마을버스를 타고 여성회관까지 가 노래를 배운다. 이 씨는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노인복지관에 가면 그걸 인정하는 꼴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미자(69·여) 씨는 “지하철의 노약자석과 일반석 구분을 없앴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약자석에 앉을 때마다 ‘내가 벌써 노인인가’ ‘왜 노인들을 한 구석에 몰아넣나’ 싶어 서글퍼집디다. 그래서 일반석에 앉으면 이번엔 젊은이들이 ‘왜 여기에 앉나’ 눈치를 주는 것 같아 영 불편해요.” 노인에 대한 규정과 호칭이 못마땅하기는 남성 노인들도 다르지 않다. 한기정 씨(76)는 “‘어르신’이라는 호칭도 듣기 거북하다”고 했다. 그는 “60세만 넘겨도 장수했다고 여긴 조선시대에나 65세 이상이 노인이지 지금이 어디 그러냐”며 “내가 생각하는 노인의 기준은 80대 중반 이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78.3%는 적정한 노인 연령 기준이 70세 이상이라고 답했다. 노인들의 인식은 빠르게 변하는데 사회적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니 당장 호칭부터 꼬이기 일쑤다. 노인들을 자주 접하는 공무원이나 서비스직 직원들은 호칭 고민이 만만치 않다. 2004년 당시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는 민원인 호칭 개선안을 발표해 연령과 상관없이 모두 ‘고객님’이라고 부를 것을 권장했다. 호칭으로 인한 복잡한 판단을 미루고 민원인을 존중하겠다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시민들을 고객이라고 부르는 게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서울시 산하 25개 자치구 민원실에 따르면 최근 가장 많이 사용하는 호칭은 ‘OOO님’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방의 나이를 어림짐작으로 미루어 ‘어르신’ 등으로 불렀다가 낭패를 볼 수 있는 만큼 판단을 배제하고 민원인의 이름에 ‘님’자를 붙인다는 것이다. 안면이 익숙한 나이 지긋한 주민이라면 ‘선생님’ 또는 ‘어르신’ 등으로 상황에 맞춰 혼용해 부른다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노인들은 어떤 호칭을 원할까. 50~80대 회원들로 구성된 독서모임 ‘메멘토모리’ 멤버인 고광애(81·여) 씨는 “모임에서도 호칭 얘기가 몇 번 나왔는데 대안이 마땅치 않더라”고 했다. “우리도 ‘미즈(Ms·결혼 여부에 관계없이 여성의 이름이나 성 앞에 붙여 부르는 경칭)’같은 표현이 있으면 좋은데 없어요. ‘선생님’은 중국식 표현 같고, 프랑스어인 ‘마담’은 술집 마담 같고…. 우리끼리는 ‘누구 엄마’ ‘누구 할아버지’가 아니라 이름을 불러주자고 했어요.” ‘60대 노파’라는 표현을 자주 쓰던 1990년대에는 노인을 일컫는 예의바른 호칭의 대안으로 ‘어르신’ ‘노인장’ ‘노형’ 등이 거론됐다. 노인장이나 노형은 분명 높임말임에도 한 노인에게 노인장이라고 했다간 “버르장머리 없다”는 소리를 들을 게 뻔하다. 국립국어원은 젊은 노인을 호칭하는 말로 ‘선생님’을 추천했다. 국어원은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중국식이라는 건 오해”라며 “조선시대에도 선생이란 표현이 상대방을 존중하는 의미로 썼다는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다.서울시 자치구에선 노인 민원인을 어떻게 부르나▽구로구=2000년대 중반엔 ‘고객님’이라고 많이 불렀는데, 지금은 ‘실명(OOO님)’을 기본원칙으로 하고 ‘어르신’이나 ‘선생님’을 상황에 맞게 적용하고 있음▽관악구=할머니 할아버지 구분 없이 ‘어르신’이란 호칭이 기본. 다만 일부 지역에선 젊은 느낌을 준다는 이유로 ‘아버님, 어머님’을 쓰고 있음▽마포구=어르신 민원인을 ‘실명(OOO) 선생님’으로 부르고 있음. 자원봉사하는 시니어들께도 ‘선생님’이라고 부름. 안면이 익숙한 여성분을 ‘여사님’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음▽서초구=구청 민원실은 ‘선생님’으로 통일. 동 주민센터에서는 아직 ‘어르신’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음▽양천구=직원이 현장에서 융통성 있게 판단해 부름. ‘어르신’ 또는 ‘선생님’이 많음▽용산구=어르신을 기본 원칙으로 하되 ‘선생님’ ‘실명(OOO)님’도 사용▽은평구=통일된 규칙은 없으나 연세가 많은 분들은 보통 ‘어르신’이라고 부름※자료: 각 자치구(가나다순)노지현 기자isityou@donga.com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교육의 실타래는 아무도 못 풉니다. 장관은커녕 대통령도 못 풀어요. 하나님은 풀 수 있을까요? 아뇨,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하나님도 못 풉니다.” 예전에 취재 중 만난 한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의 얘기다. 그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었다. 평생을 교육계에서 보낸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니 우울했다. “그럼 어떻게 해요. 저희 애들은 어려서 앞으로 갈 길이 구만리인걸요”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풀 수는 없어요. 그냥 단박에 끊어야지요. 메시아적인 혜안을 지닌 사람이 나타나 앞뒤 양옆 재지 말고 끊고 새로 시작해야지요.” 그걸 누가 하겠냐고 묻자 그는 “아무도 못 하죠. 그러니까 한국 교육은 계속 엉키고 망해갈 수밖에 없죠”라고 말했다. 정말로 우울한 얘기였다. 그날 그가 지적한 한국 교육의 끊겨야 할 실타래는 다음과 같았다. ①교육의 결과로 입시가 정해지는 게 아니라 입시 자체가 교육을 규정한다. ②입시가 유일무이한 현안이 되다 보니 모두가 입시 정책만 들여다볼 뿐 어느 누구도 교육을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가르치는 내용과 수업을 하는 교사는 계속 30년 전 수준이다. ③대학과 아이들은 바뀐 세상에 맞는 새 교육을 원하는데 학교가 고인 물 신세다 보니 아이들은 사교육으로 간다. 이 과정에서 경제력에 따라 입시가 갈라진다. ④정부는 사교육으로 도망간 아이들을 붙잡고 대학의 고삐를 죄기 위해 다시 입시제도를 흔든다. 종합하면 결국 ①번부터 ④번까지가 계속 ‘무한 반복’되는 셈이다. 16일 열린 국가교육회의의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 추진 방안 브리핑’을 보며 잊고 있던 교장선생님과의 오래된 대화가 떠오른 이유는 국가교육회의의 움직임이 정확히 교장선생님의 분석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당초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의 공약을 통해 이해한 국가교육회의는 ‘대한민국 교육의 백년지대계를 짜는 교육 브레인’ 정도의 위상이었다. ‘입시’라는 꼬리에 ‘교육’이라는 머리를 잡아먹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교육해야 할지 고민하지 못하는, 자꾸만 왔다 갔다 하는 미시정책만 내놓는 교육부를 대신해 한국 교육의 크고 긴 그림을 그릴 조직이 국가교육회의였다. 하지만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던진 첫 질문은 ‘학종과 수능 비율을 몇 대 몇으로 할까요’였다.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학교가 불만이고 교사가 미덥잖다는데 ‘비율’이나 물으려고 국가교육회의를 만들었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하긴, 교육계에서는 처음부터 “애초에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백년지대계를 그릴 요량이었다면 교육계가 인정하는 전문가 한 명 없이 ‘장관의 정치적 동지’만으로 위원을 구성하진 않았을 것”이란 자조적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 과정을 엄정하게 관리할 공론화 관리 조직을 구성하고 객관적이고 투명한 공론화 추진을 통해 입시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제고하겠다’는 의장님의 ‘머리말씀’을 내놨다. 한자 한자 따져보면 나쁜 말이 하나도 없는데, 합쳐서 읽어보면 몇 번을 읽어도 대체 뭘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는, 흡사 여론조사기관의 다짐인가 싶기도 한, 그런 머리말씀이었다. 벌써부터 교육계에서는 “국가교육회의는 교육부가 내놓는 정책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주는 조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교육부 안에서조차 “새 입시제도는 논쟁만 일으키다 결국 현행 제도랑 비슷한 선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말이 들린다. 결국 또 교육이 입시에 먹혔다. 한국 교육에 메시아는 없었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는 하고 싶은데 국민 여론을 보니 정시 확대는 해야겠고, 절대평가 방식의 수능으로는 변별력이 없어 정시 확대가 힘들다 보니 결국 13년 전 없앤 수능 원점수 제공 카드까지 꺼낸 것 아니겠나.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교육부가 11일 발표한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에 대한 교육계의 해석은 대체로 이같이 요약된다. 교육전문가들은 “이렇게 모순적이고 혼란스러운 정책은 처음”이라며 “뭘 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 절대평가-정시확대-원점수 부활 ‘모순 세트’ ‘수능 절대평가’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신념과도 같은 정책이다. 김 부총리는 11일 “장관이 된 후에는 (수능 절대평가 지지에 대해) 말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그가 수능 폐지론자에 가깝다는 것은 교육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2014년 출간한 저서 ‘뚜벅뚜벅 김상곤 교육이 민생이다’에서 “수능 같은 방식의 입시는 우리에게 익숙한 대학 진학 방식 중 하나일 뿐이며 그것도 아주 나쁜 방식”이라며 “수능은 대입 자격고사처럼 운영하고 대입 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교육부가 지난해 8월 공개했다가 철회한 수능 개편안은 1안과 2안 모두 절대평가 확대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10점 단위로 등급을 끊는 절대평가 방식 수능은 변별력이 매우 낮아 사실상 수능으로 뽑는 정시 전형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이라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큰 상황에서 김 부총리의 수능 정책이 여론을 급속하게 악화시켰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시 확대 주문이 이어졌다. 그러자 교육부는 전혀 예정에 없던 수능 원점수 카드까지 들고나왔다. 절대평가 체제에서 동점자가 발생할 경우 예외적으로 대학에 원점수를 제공해 변별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능 원점수가 문제가 많다는 이유로 이미 2005년에 없어졌다는 점이다. 원점수란 수능 시험지에 적힌 문항별 배점을 채점 결과에 따라 그대로 더한 것이다. 점수에 따라 이른바 ‘한 줄 세우기’가 가능해 변별력 확보가 쉽다. 그러나 과목 간 난이도 유·불리를 반영할 수 없는 게 문제다. 예컨대 생물 70점(응시자 평균점수 90점)을 받은 A학생과 물리 50점(응시자 평균 40점)을 받은 B학생 중 진짜 시험을 잘 본 학생은 B인데도 원점수만 보면 A의 점수가 더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평가전문가인 이규민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는 “원점수 체제에서는 어떤 선택과목을 고르느냐에 따라 합격 여부가 결정돼 공정성 문제가 생긴다”며 “수능 원점수를 수능 절대평가의 대안인 것처럼 제시한 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대학의 선발 방식 비율을 국민에게 정하라니”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공론화를 통해 결론 내 달라고 요청한 ‘학종-정시 간 적정 비율’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어떻게 국민에게 물어서 정하느냐는 것이다. 서울지역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대학의 학생 선발 방식 비율 조정은 대학이 정하도록 고등교육법에 명시돼 있다”며 “이걸 교육전문가도, 교육부도 아닌 국민에게 물어 결정하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사립대 부총장 역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며 “국민들이 답할 수 없는 걸 답하라고 요구하는 꼴”이라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우경임 기자}
내년 신학기부터 초중고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부모의 이름과 생년월일 등 학부모 정보를 적을 수 없다. 수상경력 항목도 삭제된다. 교육부는 11일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 방안’ 시안을 발표하고 “사교육 경쟁을 유발하는 항목은 없애고 정규 교육과정 중심으로 학생부가 기록되게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학생부 기록을 바탕으로 학생을 뽑는 학생부종합전형 등 대입전형이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이란 비판을 받아온 데 따른 조치다. 시안에 따르면 먼저 학생부의 ‘인적사항’과 ‘학적사항’ 항목은 ‘인적·학적사항’이라는 하나의 항목으로 통합되며 기존에 적던 부모의 이름과 생년월일 및 가족 변동사항 등은 삭제된다. 수상경력 항목도 삭제된다. 교육부는 “여론 수렴 과정에서 학부모와 교사 모두 가장 삭제돼야 할 항목으로 꼽은 게 수상 경력”이라며 “과도한 경쟁 및 사교육 유발 문제가 있다고 봐 모든 대회 관련 사항은 기재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기존의 진로희망사항 항목도 삭제된다. 초중고 학생부의 총 11개 기재항목에서 3개 항목씩이 줄어들 예정이다. 교과학습 발달상황 항목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지역 간 편차가 큰 방과후 학교활동은 기재하지 않기로 했다. 또 창의적체험활동상황(창체)에 포함됐던 자율동아리 활동도 기재하지 않도록 했다. 소논문(R&E)활동은 정규수업 중에 지도한 경우에만 적을 수 있게 했고, 청소년 단체활동 역시 학교 안에서 이뤄진 것만 단체명을 적도록 했다. 봉사활동은 실적만 적고 특기사항은 적지 않는다. 자격증 및 인증 취득 상황은 기재는 하지만 대입자료로는 제공하지 않는다. 교육부는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이라는 항목 이름을 ‘성취기준 및 세부능력(성세)’으로 바꾸기로 했다”며 “앞으로 교사들은 모든 학생에 대해 성세를 적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신 창체 항목의 특기사항 글자수를 3000자에서 1700자로 줄여 교사들의 기재 부담을 줄였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마지못해 따라가는 신부들시가에 가면 현관문을 열자마자 정면에 등장하는 대형 사진이 있어요. 바로 저희 부부의 폐백 기념사진이지요. 사진 속에서 저와 남편은 임금과 왕비 복장을 하고 시부모님 사이에서 환히 웃고 있어요. 아버님은 “최고로 마음에 드는 사진”이라며 대형 인화를 해 걸어 두셨죠. 근데 전 그 사진을 보면 한숨부터 나와요. 사실 처음부터 폐백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파트 전세금을 남편과 반씩 나눠 마련하고 혼수랑 예단까지 하느라 경제적인 여유가 전혀 없었거든요. 폐백까지 하면 음식비, 수모(도우미)비, 촬영비, 대여료 등 200만 원 가까이 추가 비용이 들더라고요. 결혼식 했으면 됐지 무슨 폐백까지 하나 싶었죠. 무엇보다 싫은 건 폐백이 친정은 쏙 빼놓고 시집 식구들만 받는 행사라는 점이었어요. 딸 키우는 정성이 아들 못지않은, 아니 그 이상인 시대인데 왜 시가만 받아야 하죠? 하지만 결혼이란 게 저희 뜻대로 되진 않더라고요. “기본은 해야 한다”는 시부모님 말씀에 어쩔 수 없이 폐백을 드렸거든요. 대체 왜 결혼식에서 폐백이 ‘기본’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 학자들도 이젠 안해도 된다는데…“신부님 빨리 뛰세요! 시간이 없어요. 드레스 조심하시고요.” 오호라, ‘다다다다’ 뛰는 발소리를 들어보니 오후 1시 예식 신부가 오고 있구먼. 이 신부는 어떤 얼굴을 하고 폐백실에 들어설지 궁금하네 그려. 아, 여러분께 내 소개 하는 걸 잊었네요. 나는 ○○웨딩홀 폐백실에 사는 병풍귀신이올시다. 수백 년 전부터 폐백 하는 방 병풍에 붙어살면서 수천, 수만 쌍의 폐백을 지켜봐 왔지. 신랑 신부의 마음속도 훤히 읽는다오. 어디, 지금 들어선 커플 좀 볼까? 흐음. 웃고는 있는데 역시나 두 달 전 폐백을 하네 마네 하다가 대판거리로 한바탕했구먼. 요즘 이 방에 들어오는 십중팔구는 그렇다오. 이들이 폐백을 두고 제일 성내는 이유가 뭔 줄 아시오? 왜 폐백을 시집 식구들만 받느냐는 것이외다. 그 사정을 내가 알려 드리지. 원래 우리나라는 신랑이 신부 집에 가서 처가살이하는 게 전통이던 나라라오. 남자 중심의 유교가 정착된 조선 중기 전까지 1000년 이상을 그랬지. 당연히 결혼식도 처가에서 올렸고. 그러다 보니 신부가 시집 식구를 볼 일이 없거든. 그래서 결혼식 3일 뒤 신부가 친정에서 정성을 들여 만든 음식을 들고 신랑 집에 찾아간 게 폐백의 유래라오. 신랑 집에서 하는 행사니 당연히 시집 식구만 받았지. 그땐 꽤 합리적인 의례였다오. 요즘은 신랑 신부 가족이 같이 모여 결혼식을 하는데 왜 폐백이 필요하냐고? 안 그래도 한국학 학자들조차 “이젠 폐백을 드릴 이유가 없다”고 하더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폐백이 필수로 여겨지는 건 이 땅에 뿌리 내린 가부장제 유교문화에 장사치들의 상술이 더해진 탓일 게요. 아이고, 수다 떠는 사이 신랑 신부가 임금 왕비 혼례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네. 임금도 아니면서 왜 저런 옷을 입나 몰라. 아무튼 이제부터 신랑 신부 옆에 서 있는 수모가 폐백의 의미를 설명해 줄 것이니 잘 들어보시오. 수모가 말할 때 신부의 표정 변화가 제일 재미난 포인트니 눈여겨보시길. “자, 신부님은 폐백상에 올린 육포를 시어머니 앞에 드립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어머님을 정성껏 모시겠다는 뜻입니다.” 낄낄. 저 보시오. 신부 눈썹이 살짝 올라가지 않았소? “자, 이제 시어머니는 육포에 살며시 손을 얹어 만져 주십니다. ‘며느리의 부족함을 내가 먼저 감싸 주겠다’는 뜻입니다.” 깔깔깔. 저 봐, 저 봐. 신부가 방금 마음속으로 ‘헐!’이라고 외쳤소. “자, 이제 밤과 대추를 시아버지께 드립니다. ‘밤처럼 대추처럼 자식을 많이 낳겠다’는 다짐이요, ‘어렵고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살아가겠습니다’라는 의미입니다.” 하이고, 저 커플은 맞벌이인데 대체 몇 명을 낳으라는 건지. 자, 이제 신랑 신부가 시집 식구들에게 절을 할 시간이오. 신랑 쪽 친척들이 저마다 흰 봉투 하나씩을 들고 입장하는구먼. 절을 받고 절값을 주는 문화는 원래 우리 법도에 없던 것인데 언제부턴가 ‘룰’이 돼 버렸지. 저기 저 팔순에 가까운 큰아버지라는 사람은 한 달에 100만 원도 안 되는 연금에 의지해 사는 양반인데…. 명색이 큰아버지라고 절값 100만 원을 만들어 오려니 얼마나 힘들었겠소. 참, 친정 부모는 어디로 갔나. 어디 보자. 저기 복도 끝에서 이제나 저제나 딸 걱정을 하며 기다리고 있구먼. 쯧쯧쯧. 신부 입장에선 미안하고 서운키도 하겠네. 요새는 열 커플 중 한두 커플은 친정 부모도 같이 폐백을 받는다는데, 저 집은 ‘처가가 기가 세다’란 뒷말을 들을까봐 안 받기로 한 모양이야. 하이고, 드디어 끝났네. 자, 이제 수모에게 10만 원, 20만 원씩 수모비를 드려야 할 시간이지. 신부는 머리장식 벗기도 전에 정산하느라 바쁘네 그려. 신식 결혼식은 결혼식대로 하고 왜 또 전통 폐백까지 하겠다고 사서 고생인지 몰라. 하긴, 그래도 폐백이 계속돼야 내가 살겠지? 자, 다음 오후 3시 예식 신부 입장∼! ○ 당신이 제안하는 이 시대의 ‘신예기’는 무엇인가요. ‘’이나 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이 느낀 불합리한 예법을 제보해 주세요. 카카오톡에서는 상단의 돋보기 표시를 클릭한 뒤 ‘동아일보’를 검색, 친구 추가하면 일대일 채팅창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임우선 imsun@donga.com·이지훈·위은지 기자}

서울 주요 10개 대학의 2020학년도 정시 모집 인원 비중이 30% 가까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가 9일 2020학년도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이상 가나다순) 등 서울 주요 4년제 사립대의 정시 모집 인원을 확인한 결과 10개 대학 모두 2019학년도보다 정시 모집 인원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일부 대학에 전화로 정시 확대를 요청한 지 약 열흘 만에 서울 주요 대학들이 일제히 정시 확대로 방향을 튼 셈이다. 국립대인 서울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고려대는 이날 정시 모집 인원이 전년 대비 58명(9.7%) 늘어나는 2020학년도 대입전형계획을 확정했다. 앞서 연세대는 전년 대비 125명 늘어난 1136명(정시비율은 33.1%)을 정시에서 뽑기로 했다. 성균관대는 가장 많이 정시 인원을 늘렸다. 2019학년도 705명에서 2020학년도에는 무려 372명을 늘려 전년 대비 52.7% 증가했다. 2020학년도에 정시 선발비율이 가장 높은 학교는 한국외국어대(36.2%), 가장 낮은 학교는 고려대(17.3%)였다. 현재 고2 학생들이 대입을 치르는 2020학년도에 서울 주요 10개 대학 평균 정시 비율은 29%가 된다. 정시 비율이 25.8%인 2019학년도 대입보다 953명 늘어난다. 현재 고2 학생들에게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정시 확대로 방향을 바꾸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서울 A대학 입학처장은 “고교 교실을 정상화하겠다면서 10년간 수시를 확대하라던 교육부가 정시 확대로 방향을 틀었다”며 “사회적 합의도, 교육철학도 담기지 않은 이번 방침으로 입시 현장만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시가 확대되면 수능점수가 높은 강남지역 재학생들과 수시전형 지원이 제한적이라 수능에 사활을 거는 재수생들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우경임 woohaha@donga.com·임우선 기자}
국내 대학교수들이 자신의 논문에 자녀를 공저자로 끼워 넣기를 한 사례가 없는지 재조사를 한 결과 56건이 추가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1월 관련 조사를 하고 총 29개 대학에서 82건을 적발했다고 발표했지만, 그 후 추가 사례가 계속 발견돼 부실 조사란 비판을 받았다. 4일 교육부가 1, 2차에 걸쳐 진행한 실태 조사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2007∼2017년 발표된 논문 가운데 49개 대학이 심사한 138개 논문에서 자녀의 논문 끼워 넣기 사례가 발견됐다. 이들 논문에 관련된 교수는 총 86명이었다. 적발 사례를 대학별로 보면 서울대가 14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성균관대(10건), 연세대(8건), 경북대(7건), 국민대(6건)가 이었다. 대부분 교수가 1, 2건의 논문에 자녀 이름을 올렸다. 심한 경우 한 교수는 총 5건의 논문에 3명의 자녀 이름을 ‘무더기 등재’ 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검증 과정에서 부당하게 자녀를 끼워 넣기 한 정황이 확인되면 해당 교수에 대해 징계를 내리고 관련 논문 지원금도 환수할 계획”이라며 “이런 논문을 대입에 활용한 학생은 입학 취소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현재 논문에 저자의 소속 기관만 표시하게 돼 있어 저자가 학생인지 교사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점을 보완하기 위해 미성년자가 논문 저자인 경우 이를 드러내는 학년이나 연령을 표시하게 할 예정이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부모님 떠나시면 어떡하죠부모님과 함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35세 싱글녀입니다. 요즘 머릿속이 복잡해요. 얼마 전 상가(喪家)에서 본 친구의 모습이 잊히질 않네요. 상을 당한 친구는 저처럼 미혼인 외동딸이에요.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를 혼자 치르는 모습이 너무 가엽고 힘겨워 보이더군요. 마치 미래의 제 모습 같았죠. 친구는 막상 장례를 치러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감당할 게 너무 많았다고 해요. 조문객 식사 상에 편육을 올릴지 말지와 같은 사소한 문제부터 빈소 꽃 장식을 1단으로 할지 3단으로 할지, 화장(火葬)을 할지 매장을 할지, 장지는 어디로 할지 등 모든 게 막막했다는 거예요. 가까운 친척도 몇 없어 운구할 사람은 물론이고 상주를 구하는 데도 애를 먹었대요. 여자는 상주를 맡지 않는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요즘 외동딸들이 얼마나 많은데…. 친구는 정신없이 삼일장을 치르느라 정작 아빠 얼굴은 몇 번 보지도 못했다며 울먹였어요.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면서요. 부고를 전했어야 할 사람들이 뒤늦게야 생각나 아쉬움도 많이 남았다고 하네요. 저보고 미리 준비해 자기처럼 후회하지 말라는데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부모님께 여쭈려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네요. 어쩌면 좋을까요. ■ 돌아가신 아버지 옷장속엔…외동 자녀가 많고, 결혼하지 않는 성인이 보편화된 2018년 한국 사회에서 장례는 많은 가정의 걱정거리다. 노년을 향해 가는 수많은 부모의 마지막을 책임져야 할 막중한 임무가 한 자녀의 어깨 위에 오롯이 얹혀 있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준비가 뭐예요. 걘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해요.” 미혼인 39세 외아들을 둔 주부 박인자 씨(67)는 장례 계획을 묻자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박 씨는 “강아지만 아파도 애가 타서 어쩔 줄 모르는 녀석인데 혼자서 우리 둘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면 벌써부터 걱정”이라면서 “예전엔 형제도 많고 친척도 많아 도움을 받았지만 요샌 어디 그러냐. 교회라도 다녀야 하나 싶다”며 말끝을 흐렸다. 생사학(生死學) 전문가인 오진탁 한림대 철학과 교수는 “이젠 더 이상 장례를 자녀에게만 맡겨서는 안 되는 시대”라고 말했다. 혼자 남을 자녀를 배려하고 자신의 마지막을 더 뜻깊게 하기 위해서라도 죽음을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장례(葬禮) 희망’을 적는 것이다. 장례 희망서란 장례 과정의 세부 내용을 미리 자신이 결정해 놓는 일이다. 어디서 며칠 장으로 장례를 치를지, 부고는 어디까지 돌릴지, 빈소는 어떻게 꾸미고 영정사진은 무엇으로 할지, 매장을 할지 화장을 할지, 장지는 어디로 할지 등을 사전에 정해 놓으면 자녀의 짐을 크게 덜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서동환 소장은 “장례는 후회가 안 남게 치르는 것이 중요한데 제일 좋은 건 고인이 정리를 해주고 가는 것”이라며 “고인이 장례 계획을 세워 주면 상조서비스 같은 걸 들지 않아도 유족의 혼란이 훨씬 줄고 불필요한 호화 장례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영정사진 주변을 꾸밀 꽃 장식 하나를 고르더라도 단 수와 꽃의 종류에 따라 가격이 40만 원에서 200만 원 이상까지 천차만별이다. 고인이 이를 미리 정해주면 자녀의 선택에 큰 도움을 준다. 박종헌 씨(81)는 자식이 넷이나 있지만 최근 직접 자신의 장례 희망을 적었다. 박 씨는 “둘은 외국에 살고 나머지 둘도 바빠 내가 직접 장례 계획을 짰다”며 “요새는 그렇게 하는 게 부모의 도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검소한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박 씨의 장례 희망은 매우 구체적이다. ‘화장하면 유골함을 너희들 승용차에 싣고 장지까지 가라. 리무진 같은 데 태울 것 없다’는 식이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미진(가명·53) 씨의 아버지도 그랬다. “5년 전 암 투병 끝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돌아가시기 전 옷장을 열어보라 하시더라고요. 문을 여니 영정사진은 물론이고 ‘수의로 하라’며 평소 아끼시던 양복에, 와이셔츠, 넥타이까지 골라 옷걸이에 걸어 놓으셨어요. A4용지 한 장에 부고 때 연락해야 할 동창회장 전화번호부터 선산 묘지기 연락처까지 정리하셨더라고요.” 그는 “통장 정리는 물론이고 사망신고 때 필요한 주민번호까지 적어두셨다”며 “우린 그대로만 하면 됐다. 가족들이 아직도 그때 일을 떠올리며 아버지를 추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한국의 장례문화에서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한 장례지도사는 “12년간 장례 일을 하면서 장례 희망서를 가져오는 경우는 1%도 보지 못한 것 같다”며 “자녀들이 부모님 뜻을 모르다보니 꽃 장식 하나를 두고도 ‘싼 걸 하네, 비싼 걸 하네’ 언쟁을 하다가 급기야 유족끼리 싸움이 나기도 한다. 고령화로 고인이 급증할 텐데, 앞으로 더더욱 장례 희망을 써두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직접 나서서 장례 희망서 작성 운동을 펼치기도 한다. 서울 서대문구의 경우 관내에서만 1200여 명의 노인이 장례 희망서를 썼다.▼“삼베수의 대신 평소 입던 옷 입고 이별을”▼전문가들 “삼베옷은 일제 잔재… 의미있는 평상복 입는게 전통”한국인이 언젠가 닥칠 장례를 대비해 가장 많이 준비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수의’다. 특히 높이 치는 건 국산 삼베 수의로, 종류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호가한다. 하지만 삼베 수의는 우리나라 전통이 아니다. 장례 전문가들은 ‘일제의 잔재’라고 입을 모은다. 원래 우리나라에서는 평소 입던 옷 중 가장 뜻깊고 멋진 옷을 수의로 입었다. 여성들의 수의는 혼례복, 남성들은 관복인 식이다. 한국복식사를 연구해 온 이민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선임연구원은 “별도로 만든 수의가 등장한 건 조선 후기”라며 “그 시기 여성들의 저고리가 작아져 수의로 쓰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당시 수의는 비단 등 곱고 아름다운 색감의 소재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조선의 장례법은 구태의연하고 개선할 여지가 많다’며 가장 저렴한 삼베옷을 고인에게 수의로 입히도록 했다. 한국 장례를 격하하려 한 일제의 정책이 마치 우리의 전통인 것처럼 왜곡된 것이다. 장례지도사 고세환 씨는 “수의 대신 평상복을 입는 게 우리 전통이기도 하고 화장률이 90%가 넘는 지금의 세태와도 맞는다”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당신이 제안하는 이 시대의 ‘신예기’는 무엇인가요. 으로 여러분이 느낀 불합리한 예법을 제보해 주세요.}

삼육대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창업 활성화’를 대학의 핵심 사업으로 삼고 전폭 지원하고 있다. 삼육대는 2016년 대학 내에 분산돼 있던 창업 관련 기능을 하나로 모아 ‘창업지원단’을 신설했다. 창업지원단 산하에는 창업지원센터, 창업교육센터, 창업보육센터를 뒀다. 창업지원단은 대학의 창업교육 기능을 총괄 지원하며 학생들의 기업가 마인드 제고 및 이에 필요한 지식·기술 등을 교육하고 있다. 삼육대만의 창업 특화 프로그램은 기존 창업교육에 소셜, 모바일, 빅데이터 등 최신 4차 산업혁명 트렌드를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학생들은 창업 계획서를 작성할 때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고 분야별 전문가와 집중 멘토링을 받으면서 발표자료 시각화를 꾀한다. 또 전문기관 현장견학을 다니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창업 시야를 확대할 기회도 제공받고 있다. 삼육대 관계자는 “특히 지난 학기 시행한 ‘3D 프린팅 교육’은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고 전했다. 기초과정과 심화과정으로 나뉘는 이 교육은 아이디어 구상단계부터 3D 디자인(설계), 시제품 제작, 구현, 양산 그리고 정부지원 활용방법과 해외진출까지 관련 스킬로 창업까지 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최근 3D 프린터에 대한 관심이 단순 하드웨어를 넘어 설계, 제작, 교육 등 소프트웨어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삼육대는 ‘수-스타트업 클럽(SU-Startup Club)’이라는 창업동아리도 운영하고 있다. 교내 기존 창업동아리 중 우수 창업 아이템을 보유한 동아리를 선발한 것이다. 기수제를 도입해 체계를 갖추고, 동아리 간 네트워킹을 활성화해 아이디어 발굴과 인적·물적 자원 교류를 강화한다. 삼육대는 이들이 최종적으로 전국대회에서 입상하거나 정부과제를 수주할 수 있도록 하고, 아이템이 실제 창업으로까지 이어지도록 지원하고 있다. 창업지원단은 교내 창업분위기 확산을 위해 ‘창업 아이디어 전략수립 오디션’을 개최하고 장학금도 지급한다. 기존의 공모전이 아이디어와 보유 기술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데 그쳤다면 삼육대의 오디션은 시장타당성을 분석해 실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사업화 가능성도 타진하는 게 특징이다. 삼육대의 ‘창업 여행 프렌즈 글로벌업(Global-Up)’은 글로벌 창업역량 강화를 위한 해외연수 프로그램이다. 최근 창업 오디션에서 입상한 학생 20명을 선발해 중국 항저우와 상하이 연수를 지원했다. 연수단은 4박 5일 일정 동안 중국 항저우 대학 알리바바스쿨과 세계 최대 도매시장인 이우시장, 상하이바폴크스겐 등을 견학하고, 현지에서 비즈니스 아이템 발굴 미션 등을 수행하며 글로벌 기업가정신을 함양했다. 삼육대는 창업 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해 학사제도도 개편했다. 학생이 창업을 할 경우 학업과 병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반영해 창업휴학제도를 도입해 2013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창업을 위한 휴학이 인정되면 최대 2년(4학기)까지 연속으로 휴학할 수 있다. 학생들의 창의적인 도전을 지원하기 위해 ‘챌린지 프로젝트’도 실시하고 있다. 학사일정과 별도로 한 주를 챌린지 주간으로 지정하고 자율적으로 해외기업 탐방이나 창업 캠프에 참여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에는 국내 58팀과 해외 42팀 총 100팀 424명이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참가자 전원에게는 장학금이 50만 원에서 70만 원까지 지급됐다. 오덕신 대학일자리본부장은 “삼육대만의 특화된 교육을 강화해 창업선도대학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경희대는 대학이 지식 전달뿐만 아니라 상상과 영감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 발달이 가져올 문명의 변화를 예측하고, 미래학과 인문학, 과학·예술의 다양한 관점에서 통섭적 시각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희대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교육·학습 및 연구 환경 마련을 위해 융합연구 분야를 창출하는 한편 미래를 선도하는 인재 양성을 위한 학제 개편도 추진했다. 경희대만의 고유의 융합교육 모델인 ‘KHU-CEM(KyungHee University Convergence Education Model·경희대 융합교육모델)’을 정립했고 지난해에는 소프트웨어융합학과를, 올해는 소프트웨어융합대학을 신설했다. 컴퓨터공학과와 소프트웨어융합학과를 포함하는 새로운 단과대학은 융합형 특성화 교육 등 ‘경희 공학’ 새 교육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융합학과 학생들은 1학년 2학기 학과를 떠나 예술디자인대학이나 산업디자인학과에서 디자인적 사고(전공필수)를 수강한다. 여러 학과의 전공수업을 들으면서 융합교육을 받는다. 이 학과 학생들은 1학년 말이 되면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게임콘텐츠, 데이터사이언스, 미래자동차·로봇 등 배우고자 하는 트랙을 선택한다. 원하는 트랙이 없을 시에는 융합리더 트랙을 선택해 새로운 융합 분야를 창조할 수 있다. 2018년 2학년이 되는 학생들은 트랙에 맞춰 공과대학의 기계공학과와 산업경영공학과, 전자정보대학의 전자공학과, 예술디자인대학의 산업디자인학과와 디지털콘텐츠학과, 그리고 소프트웨어융합대학의 컴퓨터공학과 융합 전공 관련 수업을 듣고 캠퍼스를 넘나드는 교육을 받는다. 경희대는 후마니타스칼리지를 통해 특성화·융합형 전공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후마니타스칼리지는 2016년에 중핵교과3 ‘문명 전개의 지구적 문맥Ⅲ: 빅뱅에서 문명까지’를 개설해 우주와 자연에 대한 미래를 고민할 기회를 제공했다. 선택과목으로는 시민교육2를 개설해 에너지, 핵 문제, 평화, 난민, 세계 민주주의 등 지구적 이슈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학생들의 사회 진출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미래혁신원’도 설립했다. 미래혁신원은 취업·창업, 시민사회, 학계, 문화예술계, 국제기구, 프리랜서, 대안적 삶을 포괄하는 다양한 사회진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경희대의 ‘독립심화학습(Independent Learning & Research)’ 프로그램도 눈길이 가는 과목이다. 독립심화학습은 미래 세대가 급변하는 시대환경 속에서 자기 삶을 기획하고 공동체에 기여하는 성숙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과다. 주인공은 학생과 교수다. 학생이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교수의 지도 아래 학문의 영토를 확장한다. 올해 개설된 이 강좌에는 총 130명의 학생이 71개의 주제로 참여하고 있다. 경희대 관계자는 “독립심화학습은 학생 1인 이상이 지도교수의 승인하에 개설할 수 있다”며 “도전 정신에 불타는 학생과 새로운 교육방식에 관심 있는 교수들을 위한 교과”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희대는 학생들의 자아실현과 도전을 위해 각종 장학금을 운영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2017학년도 2학기부터 운영되고 있는 ‘경희 꿈도전 장학생’이다. 학생들의 창의적 도전 정신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장학제도로, 도전 분야는 창업, 봉사, 탐방, 연구, 기타 등 5개 분야다. 선발되면 선지급으로 300만 원, 이후 결과보고서를 통해 100만 원을 추가 지급받을 수 있다. 경희대는 “성적이나 소득분위 위주의 장학이 아닌 학생들의 목표와 도전을 통한 장학으로 장학제도의 새로운 모델”이라고 평가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이어지는 요즘, 자녀 성교육에 학부모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우리 아이들이 누군가로부터 피해를 보거나 혹은 피해를 주지 않도록 올바른 성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하지만 답을 얻기가 쉽지 않다. 지금의 부모 세대는 애초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학교가 제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 2015년 교육부가 내놓은 ‘성교육 표준안’은 데이트 성폭력을 두고 ‘여성이 데이트 비용을 내지 않아 남성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원하는 것’이라는 등 황당한 내용이 많아 논란만 일으키다 폐기됐다. 미투 운동에 걱정이 앞서는 학부모들은 최근 자녀의 성교육까지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5, 6명의 학부모가 20만∼30만 원을 주고 전문 강사를 섭외해 자녀에게 그룹 성교육을 하는 식이다. 27일 경기 김포 아라마리나컨벤션에서 열린 ‘아름다운 우리의 성’ 공개강좌에는 이런 고민을 가진 학부모 300여 명이 모였다. 이날 강연에는 국내 성교육 전문가인 구성애 푸른아우성 대표가 나와 학부모들의 궁금증에 답했다. ―요즘 미투 열풍이 거세다. “미투 운동부터 데이트 성폭력, 야동(야한 동영상) 문제까지 맥락이 일맥상통한다. 바로 남성의 쾌락이 성 문제의 중심에 있다는 점이다. 이 기본 축을 ‘관계 중심의 성’으로 바꿔야 한다. 성관계는 남녀가 서로 대화하고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과 영혼 세 가지가 하나가 될 때 이뤄지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미투로 바닥을 치고 있어 오히려 기본 축을 바꿀 절호의 기회다. 잘못을 다 까발리고 정리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섹스가 아닌 관계 중심의 성을 알도록 키우자.” ―어린 자녀에게 성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10세까지 성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이 시기 성교육의 큰 목표는 ‘오버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걸 ‘가르쳐야 할지’ 디테일에 집착하지 마라. 아이가 굳이 묻는다면 몰라도 성교육을 하겠다며 일부러 자세한 성기 그림이 그려진 그림책을 보여 줄 이유는 없다. 10세까지는 지식으로 성을 아는 게 아니라 감으로 느껴야 한다. 특정 상황에서 어떤 게 좋은 행동인지 대강의 느낌으로 아는 게 중요하다. 보통 부모들은 아이가 싫다는데도 뽀뽀하고 만지고 하는 경우가 있다. 애가 ‘싫어’ 하고 분명한 의사표현을 하면 아이에게 ‘어 그래, 미안’ ‘네가 싫다면 나도 안 할게’라고 상대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스마트폰 관리’다. 10세까지는 절대 아이 손에 스마트폰을 쥐여 줘선 안 된다. 성인 인증이 필요 없는 부모 스마트폰은 더 위험하다.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보다가 어떤 게 뜰지 모른다. 10세 이전에 ‘음란광고’나 ‘야동’으로 성을 접하면 평생 아이의 성 인식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준다.” ―11세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요즘 아이들은 11세면 거의 다 야동을 접한다. 그게 현실이다. 부모의 성교육이란 야동과의 싸움이다. 이 시기에 본 야동은 뇌리에 박힌다. 그게 성이라고 생각한다. 이걸 깨줘야 한다. 성에 대한 호기심이 폭증하는 시기인 만큼 야동에 대한 관심을 내 몸에 대한 관심으로 돌려줘야 한다. 자위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니 아이를 책망하지 마라. 딸은 엄마가, 아들은 아빠가 교육하는 게 이 시기에 효과적이다. 이미 아이가 야동을 봤다면 빨리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줘야 한다. 남자아이는 운동이 필수다. 여자아이는 춤이 좋다. 두 번째로 좋은 건 틈날 때마다 무조건 자연에 풀어놓는 것이다. 바닷가에 가서 모래를 만지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는 부모와 눈을 마주치며 사랑하는 관계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 추가로 초등학교 고학년 여학생들에겐 ‘채팅에 속지 말라’는 교육을 반드시 해야 한다. 최근 성인 남성들이 초4∼6학년 아이들에게 접근해 성관계를 맺는 범죄가 폭증하고 있다. 명백한 성폭행인데, 아이들은 사랑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 ‘아저씨에게 속지 말라’는 교육을 받으면 80%가 당하지 않는다. 디지털 세상에서 부모가 아이를 늘 보호할 수는 없다. 스스로 대처하게 교육해야 한다.” ―초경이나 몽정 이후 필요한 성교육은…. “피임 교육을 확실히 해야 한다. 제일 잘하는 나라가 네덜란드다. 피임 교육이 성 관심을 높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네덜란드가 30년 동안 시행한 결과 첫 성경험 평균 연령이 12.4세에서 17.8세로 늦춰졌고, 첫 관계 때 피임하는 비율이 95%에 이르게 됐다. 또 첫 경험 역시 남자가 원해서가 아니라 서로 원해서라는 응답이 95%에 달한다.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한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서울시교육청이 휘문중고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휘문의숙의 38억 원대 공금 횡령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자 중징계 및 수사 의뢰, 임원승인 취소 요구를 하기로 했다. 시교육청 감사 결과, 휘문의숙 이사장은 학교 법인카드로 유흥비를 쓰는가 하면 모친인 명예이사장은 법인카드로 억대 개인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9일까지 휘문의숙 특별감사를 벌인 결과 △학교(법인) 공금 횡령 의혹 △법인 예산의 부당 사용 △법인 재산의 부당한 관리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휘문의숙 명예이사장 김모 씨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법인 사무국장과 공모해 학교발전 후원금 명목으로 들어온 기탁금 중 총 38억2500만 원을 횡령했다. 교회에 강당과 운동장을 예배 장소로 빌려주고 받은 임대료를 빼돌린 것이다. 휘문고의 야구부와 농구부 학생들은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체육관과 운동장을 사용할 수 없어 학교가 아닌 경기 남양주까지 가서 훈련을 해야 하는 등 학교의 체육시설 임대로 학습권을 침해받았다. 김 씨는 학교 법인카드 사용 권한이 없었지만 이를 늘 갖고 다니며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2억3900여만 원을 개인적으로 썼다. 카드대금은 학교 법인회계 및 학교회계에서 빠져나갔다. 김 씨의 아들인 현 이사장 민모 씨는 학교 법인카드로 단란주점 등에서 900만 원을 쓴 정황이 포착됐다. 설립자와 전 이사장 등 일가의 묘소 보수비, 성묘 비용 등 3400만 원도 학교 법인회계로 처리했다. 휘문의숙이 학교 수익용 재산인 건물 등을 특정인에게 시세보다 싸게 임대해 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시교육청은 명예이사장과 이사장, 이사 1명과 법인 사무국장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했다. 휘문의숙이 횡령한 38억2500만 원은 회수할 예정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휘문의숙이 적극적인 변제 의사를 밝혔다”며 “이미 2억6400만 원은 갚은 상태”라고 말했다. 또 시교육청은 휘문의숙 측에 횡령을 주관한 법인 사무국장은 파면을, 휘문고 교장 및 행정실 소속 직원은 감봉조치 할 것을 요구했다. 이사장과 이사 1명, 감사 2명에 대해서는 임원승인 취소를 요구할 예정이다. 시교육청은 “4명의 임원승인을 취소해도 이사회 의결정족수에 문제가 없어 임시이사 파견은 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대다수 한국 여성이 공감하는 학창 시절의 기억이 있다. 바로 ‘변태 교사’에 대한 기억이다. 출신 지역과 학교는 다르지만 학창 시절 대부분 한 번쯤은 그렇게 불리는 ‘문제적 선생님’을 봤거나 경험했을 것이다. 그들이 이렇게 불렸던 이유는 다양하다. 복장검사를 빌미로 자꾸 교복 치마 속을 들춰서, 툭하면 ‘이름표가 삐뚤어졌다’며 학생들의 가슴을 만져서, 여름철 ‘속옷은 제대로 갖춰 입은 거냐’며 여학생들의 등을 쓸어내리고 다녀서다. 졸고 있는 학생을 깨운다는 명목으로 허릿살을 꼬집거나 귓불을 만지고 속옷 끈 튕기기를 즐기기도 했다. 교복을 입고 두 손을 들면 배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매 시간 각종 이유로 교실 뒤에 손들기 벌을 세우고 ‘관람’하는 교사도 있었다. 여성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문제적 교사’의 유형은 실로 다채롭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계속해서 불거지는 교사 성폭력 사건들을 보고 있노라면 수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그 뻔한 패턴에 놀란다. 엄마, 이모, 언니들이 겪었던 일을 딸, 조카, 동생들이 여전히 겪고 있다. 재작년 서울 S여중 사건부터 최근 경기 H여중고교 사건에 이르기까지 지난 수년간 논란이 된 수십 건의 사건이 모두 그렇다. 교육의 공간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반복될까. 학교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위계구조상 절대적 하위에 있는 학생들은 문제 제기를 하기가 쉽지 않다. 어린 학생들은 성폭력의 범주도, 고발 방법도 잘 모른다. ‘문제 제기를 했다가 불편해져 전학이라도 가면 어쩌지’ 걱정하기도 한다. 민원이라면 질색인 학교 관리자와 교육청은 최대한 문제가 불거지지 않길 기원하며 사건을 처리한다. 본격적인 조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고발을 통해 문제가 알려지고,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며, 더 이상 덮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야 시작된다. 과거 성폭력 문제가 불거진 한 학교 교장을 취재했을 때 그는 “중학생은 아빠가 안는 것도 싫을 나이라 민감한 것” “젊은 교사였으면 애들이 먼저 뛰어와 안겼을 텐데”라고 황당한 답변을 했다. 이런 학교를 조사하면 십중팔구 ‘아주 오랫동안 다수의 교사가 집단적으로’ 학생들을 성추행한 것으로 나타난다. 교육당국은 ‘교사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비교육적’이라며 학내 성폭력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나 매뉴얼 마련을 눈감아 왔다. 하지만 ‘스쿨미투’가 끝없이 터지는 상황에서 이젠 교육청이나 교육부가 명확한 ‘두낫리스트(Do Not List)’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학내 성폭력은 학생들이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게, 아주 미묘하게, 훈육과 추행의 경계선을 묘하게 넘나들며 습관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해서는 안 될 말과 행동을 교사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반값 등록금’ 정책 이후 대학 교육의 질은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재정난 속에서 사립대들은 강사와 연구비를 줄이고 있다. 개설 과목 수가 줄면서 학생들은 과목 선택 기회마저 뺏겼다. 수강 시간표 짜기가 힘들 정도라는 호소가 나온다.”(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 국내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 입학금 폐지의 ‘3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법 제정을 통해 사립대들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16일 ‘고등교육 재정 확대를 위한 입법 방향’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사립대 재정을 위해 대학들이 힘을 모아 행동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송 교수는 대학 등록금 동결에 학생 수 감소까지 겹치면서 사립대 재정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송 교수는 “국공립대는 공무원 보수인상률에 준해 교직원 보수가 지원되고 있고 운영경비 지원금 역시 연평균 4.5%씩 늘고 있다”며 “반면 사립대는 재정결손을 보전할 방법이 없어 적립금을 헐어 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경상비 충당에 적립금을 쓰다 보면 3, 4년 안에 대학 적립금은 반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교육부가 계속 새로운 재정지원 사업을 내놓지만 실상은 예전에 있던 사업의 이름만 바꾼 것이라 결국 똑같은 재정을 두고 대학 간 경쟁만 계속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사립대에 대한 안정적인 정부 재정 지원을 위해 사립대학지원특례법 및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제안했다. 송 교수는 “정부 정책에 따른 그간의 사립대 재정결손을 보상하는 데 최소 1조4400억 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우리나라의 인구절벽이 갈수록 가팔라지면서 그 여파로 국내 유치원생 수가 향후 4년 내 10만 명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국내 출생아 수는 35만7700명으로 정부 예상보다 더 빨리 40만 명 선이 무너졌다. 초등학교에 앞서 유치원이 더 빨리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4일 교육부에 따르면 20년 전인 1997년 한때 38만 명에 육박했던 유치원 입학생은 최근 5년간 31만∼33만 명 선을 오르내리다 지난해 30만8648명까지 떨어졌다. 그 사이 유치원 학비에 대한 정부 지원이 늘고 맞벌이 가정이 많아지면서 유치원에 가는 학생 비율(취원율)은 전체 만 3∼5세 아동의 50%까지 올랐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동 비율은 늘었는데, 유치원 입학생은 줄어드는 ‘저출산 쇼크’가 본격화된 셈이다. 지난해 태어난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는 2021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1970년 100만 명을 넘은 연간 출생아 수는 지난해 35만 명 선으로 급락했다. 2002년 50만 명 선이 무너진 지 15년 만에 30만 명 선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만든 지난해 정부 예상치(40만 명)보다도 5만 명이나 적었다. 최근 몇 년간 계속 연간 출생아 수가 줄면서 만 3∼5세 전체 유치원 학생 수는 지난해 69만4631명에 그쳐 70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지금 같은 저출산 기조가 이어진다면 4년 뒤인 2022년 유치원 적령기 어린이는 110만 명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유치원 취원율이 50.7%인 것을 감안하면 이 시기 전체 유치원생 수는 50만 명대에 그치게 된다. 국내 인구절벽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가팔라지자 교육계에서는 학교와 교원 수 관리에 있어 범정부 차원의 장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유치원 수를 포함해 학교시설 수급 계획을 짜는 교육청들은 대부분 3년 단위로 계획을 세울 뿐 장기적 추이는 보지 않는다. 만 3∼5세가 다니는 기관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돼 있는 점도 부처 간 세심한 정책 조율이 필요한 대목이다. 교육부가 관할하는 유치원은 현재 사립유치원의 반발로 국공립유치원 증설이 매우 더딘 반면 보건복지부 소관인 어린이집은 최근 국공립어린이집을 대폭 늘리는 등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공립어린이집 입소난이 가장 심한 서울의 경우 올해에만 263곳이 국공립으로 전환한다. 교육계 관계자는 “유치원은 초등학교와 달리 사립의 비중이 매우 높아 민간 유치원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며 “공영형 유치원으로의 전환 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여러분, 이번 학기에 우리는 어떤 책을 골라 읽어볼까요?” 올해 초등 3, 4학년 및 중1, 고1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국어교사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새 교육과정에 따라 새롭게 개발된 국어 교과서에 ‘한 학기 한 권 읽기’ 활동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국어 교과서와 더불어 자신들이 고른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토론하는 활동을 벌이게 된다. 초등학생의 경우 국립어린이도서관이 발표하는 추천도서 등이 대상 도서가 될 예정이다. 교육부가 2일 초중고교의 개학을 앞두고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새 교과서를 1일 공개했다.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새 교과서는 순차적으로 개발돼 지난해 초 1, 2학년에 적용됐고 올해는 초 3, 4학년과 중1, 고1에게 적용된다. 새 국어 교과서의 가장 큰 특징은 매 학기 한 권의 책을 읽고 쓰기, 말하기 등 관련 활동을 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기존처럼 짧은 단편적 지문을 읽는 게 아니라 실제로 학기 초에 △책 고르는 법 △읽는 법 등을 익히고 책을 정해 읽게 된다. 책은 교사의 수업방식에 따라 학생이 직접 고를 수도 있고, 학급 단위에서 정할 수도 있다. 교육부는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초3부터 고3까지 약 10개 학년에 걸쳐 지속할 국어수업 혁신 프로젝트”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글의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고, 친구들과 토론하며 생각을 나누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 부담은 적어진다. 수학 과목이 갑자기 어려워져 ‘엄마도 못 푼다’는 말까지 나온 초등학교 3, 4학년의 학습 난도가 이전에 비해 낮아졌다.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초3 교과서에 있던 ‘도형의 이동’ 단원이 4학년으로 옮겨졌고, 초4 교과서에 있던 ‘혼합계산’ ‘어림하기’ ‘규칙과 대응’ 단원은 5학년으로 이동했다. 교육부는 “실생활에서 수학을 활용한 사례를 예시로 제시해 수학의 유용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초3부터 시작되는 영어 역시 올해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새 교과서가 나왔다. 그러나 최근 교육부는 초등 1, 2학년 방과 후 영어 폐지 강행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초등 영어교육 내실화 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해 내년에 적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현재 학교 영어교육이 수업만으로 따라잡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진도가 빠르다는 게 중론인 만큼, 내년에 또다시 교과서가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개학을 앞두고 전국의 초등학교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기존에 운영하던 초 1, 2학년 대상 영어 방과 후 수업을 없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대부분 원어민 수업을 없애고 예체능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체 수업을 짰다”고 전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