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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 사업으로 대박을 터뜨려 35억 원짜리 건물을 갖게 된 정문호 씨(51)를 소개한다. 야구 선수였지만 열차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그는 수강생별 맞춤형 수업을 하고 털실을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 뜨개질바늘로 홈런을 친 그의 비결을 공개한다.}

“뼈대와 주제만 그대로 두고 완전히 새로 고쳐 썼습니다. 새 책을 쓰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어요.” 김형오 전 국회의장(69)은 2012년 출간한 ‘술탄과 황제’를 전면 개정해 최근 펴낸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21세기북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날을 중심으로 50여 일간 치열한 전쟁을 치른 오스만 제국 술탄 메흐메드 2세와 비잔틴 제국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의 이야기를 담은 ‘술탄과 황제’는 첫 출간 당시 호평 속에 4만 권 넘게 판매됐다. 4년을 들여 치밀하고 방대한 조사를 해 쓴 이 책은 완성도가 높은 데다 당시 현장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 생생하게 묘사돼 읽는 이를 단숨에 사로잡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분에 넘치는 칭찬을 받았어요.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건 없잖아요. 책을 보고 또 보면서 보완할 부분을 찾아냈죠. 터키도 네 번 더 다녀왔고요.” ‘술탄…’에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담은 3장은 해체해 1, 2장에 녹였다. 새 책에서는 마지막 총공세를 벌인 나흘간의 이야기를 담은 1장과 황제의 일기와 술탄의 비망록을 교차시킨 2장으로만 구성했다. 일기와 비망록은 가상이지만 자료를 바탕으로 세밀하고 탄탄하게 써 내려가 사실적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개정판은 첫 책보다 40페이지가량 늘었다. 각주와 QR 코드도 늘려 지도, 사진, 연설문 등을 추가했다. 그는 “어느 한 곳도 새로 쓰지 않은 페이지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 작업을 하느라 몸무게가 줄고 시력도 많이 나빠졌단다. 집 서재는 물론 식탁까지 온통 자료로 뒤덮였다. “아내가 ‘살고 싶으면 책 쓰는 거 그만두라’고 할 정도였어요. 경고 수위가 옐로카드에서 레드카드로 바뀌었다니까요. 역사책을 또 쓰고 싶긴 한데 그러면 (집에서) 쫓겨날 것 같아요. 하하.” 그가 강조한 건 술탄과 황제의 리더십이다. “술탄은 독창적이고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대표합니다. 능력만 있으면 그리스인 불가리아인 이집트인 등 출신지에 관계없이 등용했고요. 황제는 무능하다고 할 수 있지만 포용하고 희생하는 리더십을 가졌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는 지금 한국 리더들에게서 포용도, 희생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들 진영 논리에만 빠져 있어요. 충격적인 난국인데 청와대가 놓아야 할 것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이 기회를 이용하려고만 해선 안 됩니다.” 그는 제국이 새롭게 일어나고 멸망하는 과정을 통해 어떻게 나라가 망하고 흥하는지를 보여 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지금 한국은 비잔틴 제국이 멸망할 때보다 못한 리더십을 갖고 있습니다. 비잔틴 제국은 멸망했을지언정 장렬하게 산화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는 특히 리더와 청년들이 이 책을 읽길 희망했다. “포용과 헌신이 무엇인지, 책임 있는 자세란 어떤 것인지? 리더들은 무엇보다 이런 것들을 깨달아야 합니다. 마음과 생활이 곤궁한 청년들에게는 꿈을 잃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출판사 전화번호를 알 수 있을까요? 책을 사고 싶어서요.” 남자 어르신이 책 소개 기사를 보고 전화했다. 경기 김포시에 산다는 77세의 이 독자는 주변에 서점이 없어 출판사를 통해 책을 구입한다고 했다. 온라인 서점은 이용할 줄 모른단다. 동네 책방이 필요한 이유를 또 한 번 절감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전국 곳곳에 책방이 생기고 있다. 앙증맞게 꾸민 예쁜 책방 가운데는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된 곳도 있다. 그저 책이 좋아서 책방을 열었다는 이들은 셈에 밝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일까. 책방지기들은 손님에게 책을 사라고 잘 권하지 못한다. 책방이 오래 살아남으려면 책을 사는 고객이 꼭 있어야 한다. 이 가을, 책방을 발견했다면 주저 말고 들어가 책에 흠뻑 젖어보길 권한다. 나올 때 손에 쥔 책의 수만큼 책방이 불을 밝히는 날도 늘어날 것이라 믿어본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선생님은 어릴 적 꿈이 뭐였어요?” “동화 ‘내 이름은 나답게’에서 사마귀가 (피부에 난) 사마귀를 먹는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셨어요?” 강원 원주시 지정초교와 장양초교에서 31일 열린 작가와의 만남에서 김향이 동화작가(64)에게 아이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김 작가는 ‘달님은 알지요’, ‘쌀뱅이를 아시나요’, ‘구름 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 집’으로 각종 아동문학상을 휩쓸었다. ‘내 이름은 나답게’, ‘큰일났어요’ 등이 해외에서 출간됐고 ‘비둘기 구구’, ‘마음이 담긴 도자기’ 등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유명 작가다. 학생들은 처음 만난 작가 선생님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날 작가와의 만남은 KB국민은행 후원으로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이 마련한 ‘책 읽는 버스’에서 열렸다. ○ “다르다는 건 배울 수 있다는 것” 김 작가는 어릴 적 ‘왕따’를 당한 경험을 얘기했다. “초등학교 때 전라도에서 서울로 이사 갔는데, 아이들이 사투리를 쓴다고 ‘촌뜨기’라고 놀렸어요. 학교 가기가 너무 싫어서 툭하면 아프다는 핑계로 결석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전교 조회에서 독후감상을 받게 됐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읽고 쓴 글이었다. 친구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그가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도서관에 데려가고 세계문학전집을 사 준 아버지 덕분이다. “‘하이디’를 읽으며 스위스를, ‘소공녀’를 보며 영국을,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보며 미국을 여행했어요. 커서 이 작가들 집을 꼭 가 보리라 다짐했고요. 내 꿈은 책이 만들어 준 거예요.” 아이들은 등나무가 소나무를 타고 올라가며 옥죄다 소나무가 죽고, 솔방울에서 싹이 튼 아기 소나무를 등나무가 지켜 주는 이야기를 담은 ‘사랑나무’에 귀 기울였다. 지정초에는 엄마가 필리핀, 중국에서 온 다문화 가정 학생이 여럿 있었다. 김 작가는 아이들을 앞으로 불러낸 후 말했다. “이 친구들은 엄마 나라 말, 아빠 나라 말을 할 줄 알아. 한 명 한 명이 엄마 나라의 문화를 알리는 외교관이야. 아빠 나라 문화와 엄마 나라 문화를 서로서로 알려 주자.” 아이들은 “네에∼!” 하며 합창하듯 큰 소리로 답했다.○ “책에 대한 궁금증 풀려” 지정초 6학년 홍연정 양은 “선생님 책을 읽다 궁금한 게 많았는데 직접 이야기를 듣게 돼 뿌듯하고 재미있었다”라고 말했다. 장양초 5학년 홍은제 양은 “‘사랑나무’에서 소나무가 죽은 건 가슴 아프지만 아기 소나무가 살아나서 다행이다”라며 안도하는 미소를 지었다. 이 학교 5학년 김예린 양은 “작가 선생님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도 글을 계속 쓰시는 게 대단해 보였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자 우르르 달려들어 사인을 해 달라며 종이를 내밀었다. 김 작가는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고 웃으며 사인해 줬다. 아이들은 그 종이를 상장처럼 들고는 신이 나서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원주=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수업 진행한 김향이 작가 “아이들 만날때마다 에너지와 영감 얻어” “아이들은 만날 때마다 제게 에너지와 영감을 줘요.” 김향이 작가(64)는 31일 세 차례나 이어진 강의에도 지친 기색 없이 웃음이 가득했다. 그는 한국인이 책을 안 읽는 게 너무 속상해 책 읽기 운동에 나섰다고 했다. “생각 없이 살다 보면 작은 일에도 좌절할 가능성이 높아요. 어떻게 살지 계속 자극을 주는 데 책만 한 게 없잖아요.” 그는 올해 5월 서울에서 강원 원주로 이사했다. 1300개 넘게 소장하고 있는 인형으로 인형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다. 아이들이 부모와 인형놀이를 하고 직접 기른 채소로 요리 수업도 하고 싶어 했다. 헌 옷과 각종 재활용품으로 인형과 장난감을 만드는 수업도 할 계획이다. “사랑받다 버려지는 것들을 되살리고 싶어요. 물건뿐 아니라 사람도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작품에서도 삶에서도, 늘 해피 엔딩을 꿈꾼답니다(웃음).”}

커피숍에서 다 마신 음료잔을 치우고, 패스트푸드점에서는 기기를 통해 주문하고 결제까지 마친 뒤 음식을 받는다. 공항에서는 자동화 기기로 탑승권을 출력한 뒤 짐만 항공사 직원을 통해 부친다.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알고 있는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업의 직원이 할 일을 대신 하고 있다는 것을. 저자는 이를 ‘그림자 노동’이라고 부른다. 오스트리아 철학자인 이반 일리치가 임금에 기초한 경제에서 집안일처럼 돈을 받지 않고 하는 일을 ‘그림자 노동’이라고 부른 데서 따왔다. 저자는 그림자 노동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물론이고 사회 구조에 미치는 파장을 함께 짚어낸다. 저자는 현대인이 점점 바빠지는 데는 그림자 노동이 한몫을 단단히 한다고 주장한다. 은행 업무를 인터넷으로 처리하고, 대형마트 무인 계산대에서 결제하는 사례를 떠올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기계치인 기자는 이런 일에 시간이 꽤 많이 걸리고 종종 상당한 참을성을 요구한다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다. 그래서 온라인 쇼핑이나 인터넷 뱅킹은 하지 않는 방식으로 피하려 애쓰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림자 노동을 해야만 하는 상황은 늘어나고 있다. 한국 사례도 눈에 띈다. 제주도에 있는 ‘노을 언덕’이라는 무인 카페에서는 직접 커피나 차를 타고, 간단한 식사를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식기도 닦아야 한단다. 음료 가격은 2∼3달러(약 2300∼3450원)에 불과하다. 기차역에도 승무원이 줄었다. 사람에게 서비스를 받는 것은 이제 사치가 돼버렸다는 서글픈 분석에 200% 동의할 수밖에 없다. 인지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나 노인들은 기계의 장벽에 가로막히게 된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림자 노동은 개인의 시간을 빼앗는 데 그치지 않고 일자리도 위협한다. 사람이 사라지고 기계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항공권, 호텔, 일정을 고를 수 있는 인터넷 여행 사이트의 증가로 1996년 3만3715개였던 미국의 여행사 수는 2010년 1만5564개로 절반 넘게 줄었다. 젊은이들은 그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15∼24세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인 데 비해 실업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0%에 이른다. 회사에서 업무량이 늘었는데도 월급은 제자리라면 역시 그림자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람을 줄였거나, 일이 늘었는데도 고용을 더 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페이스북에 정보를 올리는 건 즐기기 위한 경우가 많지만 페이스북이 데이터를 활용해 광고를 유치하는 순간 이런 활동은 그림자 노동의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단다. 돈을 내지 않고 무언가를 이용하고 있다면 당신이 바로 그 상품이라는 걸 기억하라고 저자는 일침을 놓는다. 그림자 노동의 문제를 해결할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대가 없는 노동의 구체적 사례와 그에 따른 결과를 인식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충격을 준다. 더불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와 불필요한 일을 줄여 나갈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은 그래서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그대는 인생을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사랑하는 사람이 변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형벌이다. 병으로 그렇게 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낯선 이와 느린 춤을’(메릴 코머 지음·윤진 옮김·1만5000원·MID)의 저자는 미국 방송 기자였지만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남편을 간병하기 위해 일을 그만뒀다. 20년간 이어진 간병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의사인 남편은 58세에 알츠하이머에 걸렸다. 저자는 낯선 사람이 돼가는 남편을 지켜보는 아픔과 간병의 힘겨움을 토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억력 좋았던 남편이 무언가를 잘 떠올리지 못하고 평소보다 자주 화를 내는 초기 증세부터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상황까지 세밀하게 기록했다. 68초마다 한 명씩 환자가 생기지만 약도 없는 이 병은 조기 진단과 대처가 필요하다는 걸 호소하고 싶어 글을 썼단다.고통에 매몰되지 않고 다른 이를 위해 행동에 나선 저자의 결정이 고맙다.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소설 ‘상록수’, 시 ‘그날이 오면’으로 유명한 심훈(1901∼1936·사진)의 80주기를 기념해 심훈 전집(글누림)이 출간됐다. 심훈은 문인, 기자이면서 ‘영화 제작을 필생의 천직’으로 삼고 영화계에 투신한 영화인이기도 했다. 음악 무용 미술에 대한 조예도 깊었다. 김종욱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엮은 8권짜리 전집은 시가집과 장편소설 ‘동방의 애인’, ‘불사조’, ‘영원의 미소’, ‘직녀성’, ‘상록수’를 비롯해 영화소설 및 시나리오, 영화 평론 등으로 구성됐다. 문인과 영화인으로 그가 전방위로 펼친 활동을 아우른 것이다. 신문, 잡지에 최초로 발표했던 글을 바탕으로 정리했으며 연재 일자를 표기해 발표 당시의 느낌을 살렸다. 시가집은 작가가 출간을 위해 직접 교정을 봤던 검열본 심훈시가집(1932년)을 기본으로 삼았다. 일제의 검열 때문에 출판되지는 못했지만 시집을 만들기 위해 작가가 고뇌했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영화 관련 글과 함께 당시 사용했던 영화 사진과 감독, 배우의 사진도 실었다. 영화소설 ‘탈춤’에는 스틸사진을 실어 영화소설의 특징을 돋보이게 했다. 출판사는 심훈 사전과 심훈 연구를 각각 전집 9권과 10권으로 낼 예정이다.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숨결이 바람 될 때'못다한 남편의 에세이, 아내가 완성하다. #미국 신경외과 의사인 폴 칼라니티는 폐암 말기 진단을 받습니다. 그는 암 치료가 시작되기 전정자은행에 정자를 보관해딸을 가질 수 있었죠. 그리고 남은 일생 동안 글을 썼습니다. #죽음을 앞둔 그는 삶을 따스하고 깊이 있게 성찰한 에세이를 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끝내 완성하지 못한 채 3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죠. 미완성작 이었던 그의 에세이를 마무리한 건 아내 루시(37)였습니다.#부부가 쓴 책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출간 2개월 만에 7만 권이 판매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뉴욕타임스가 발표하는 논픽션 출판 부문에서 12주간 1위에 오르기도 했죠.#이메일 인터뷰로 전해들은 아내 루시의 심정을 정리해봤습니다." 책이 이렇게 사랑받는 걸 알면 폴은 기뻐서 아무 말도 못했을 거예요. 한국 독자들이 책을 사랑해주신다는 말을 듣고 눈물이 났습니다."#"요즘 의사로, 엄마로, 또 폴의 책을 소개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답니다. 특히 의사의 역할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의료는 사람들이 최선의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믿어요."#"그가 떠난 지 19개월이 됐네요. 지난해 결혼기념일에는 폴의 무덤에서 많이 울었지만 올해는 두 살 된 딸 케이디와 춤을 추며 기념했어요.케이디가 옆에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아빠처럼 재미있는 아이예요.#"폴이 떠난다는 걸 알면서도 아이를 갖기로 결정했을 때 아이와 이별하면 눈을 감는 게 더 고통스럽지 않겠냐고 물었어요.하지만 폴은 '그러면 멋지지 않을까?'라고 했죠.그는 온전한 삶이란 기쁨과 고통 모두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 했어요."#"딸을 연민을 느낄 줄 알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아빠가 자신을 아주 많이 사랑했고, 열심히 사는 게 중요하다는 말도 해줄 거예요.폴에게도 사랑한다고,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폴의 아내 루시 #이 책의 마지막은 어땠을까요?그건 폴이 딸 케이디에게 당부와 고마움을 전하는 유언이었습니다.원본 손효림 기자기획/제작 김재형 기자 · 이고은 인턴}

《 지난해 38세로 세상을 떠난 미국 신경외과 의사가 죽음을 앞두고 삶을 따스하고 깊이 있게 성찰한 에세이 ‘숨결이 바람 될 때’(폴 칼라니티 지음·흐름출판)가 출간 2개월 만에 7만 권이 판매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책은 미국에서 이미 큰 화제가 됐다. 뉴욕타임스가 발표하는 논픽션 출판 부문에서 12주간 1위에 올랐고, 아마존에는 독자 리뷰만 4700여 건이 올라 있다. 레지던트 막바지에 폐암 말기 진단을 받은 저자는 암 치료 전 정자은행에 정자를 보관해 딸을 가졌다. 통증이 진정되자 수술을 하고 글을 쓰며 일상을 담담히 이어갔다. 그가 끝내 완성하지 못한 글은 아내 루시(37)가 마무리했다. 의사인 루시와의 e메일 인터뷰를 그의 육성으로 정리했다. 》 한국 독자들이 책을 사랑해주신다는 말을 듣고 눈물이 났습니다. 미국에서 출간 전, 저작권 대리인에게 책에 대한 반응이 좋을지 물었더니 ‘글쎄요. 독자들이 최근에 죽은 남자의 회고록을 읽고 싶어 하는지에 달렸겠죠’라고 하더군요. 두려웠어요. 책이 이렇게 사랑받는 걸 알면 폴은 기뻐서 아무 말도 못했을 거예요. 그가 떠난 지 19개월이 됐네요. 지난해 결혼기념일에는 폴의 무덤에서 많이 울었지만 올해는 두 살 된 딸 케이디와 춤을 추며 기념했어요. 요즘 의사로, 엄마로, 또 폴의 책을 소개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답니다. 특히 의사의 역할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의료는 사람들이 최선의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믿어요. 폴의 담당 의사는 손 신경을 손상시키는 약을 쓰지 않아 폴이 신경외과 의사로 계속 일할 수 있게 했거든요. 폴은 연명의료를 거부했어요. 몸이 급격히 약해지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으니까요. 그 대신 케이디를 안는 길을 택했죠. 가슴 아프긴 했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맞춰 치료 방법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확신했어요. 출판사에서 에필로그를 써 달라고 했을 때 잘 해낼지 확신이 없었어요. 저는 폴 같은 작가가 아니니까요(폴은 영문학과 철학도 전공했다). 남편은 솔직하고 용감하게 썼어요. 자신이 죽는 과정을 쓸 수 있었다면 아마 썼을 거예요. 저는 에필로그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남편이 죽었다고 내 결혼 생활이 끝난 건 아니다’)에서 제 경험을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제게 책을 쓸 거냐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요, 지금으로선 계획이 없어요. 저는 말하기를 더 좋아하거든요! 참, 폴의 동생이 얼마 전 한국계 미국인 여성과 결혼했어요. 한국에 가족이 생겨 행복해요. 폴이 떠난다는 걸 알면서도 아이를 갖기로 결정했을 때 물었어요. ‘아이와 이별하면 눈을 감는 게 더 고통스럽지 않을까?’ 폴은 답했어요. ‘그러면 멋지지 않을까?’ 그는 온전한 삶이란 기쁨과 고통 모두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 했어요. 케이디가 옆에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아빠처럼 재미있는 아이예요. 유머가 많았던 폴은 차 트렁크에 고릴라 옷을 넣고 다녔어요. ‘비상시에 쓴다’면서요. 케이디는 내 이름을 알게 된 뒤로는 관심을 끌고 싶을 때 ‘엄마’ 대신 ‘루시’라고 부른다니까요. 딸을 연민을 느낄 줄 알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아빠가 자신을 아주 많이 사랑했고, 열심히 사는 게 중요하다는 말도 해줄 거예요. 폴의 글에 담긴 핵심은 ‘사랑과 노력’이니까요. 지금 폴에게 이 말을 너무나 하고 싶어요. ‘사랑해. 잘했어.’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과거 남자 주인공은 카리스마 있고 독단적인 캐릭터가 많았다. 하지만 다정다감하고 한 여성만 바라보는 순정남이 차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까칠하게 굴어도 사랑하는 여성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남성도 선호한다. 예전에는 외모, 조건 등이 완벽하면 바람둥이도 용서가 됐지만 지금은 별로 인기가 없다고 한다. 여자 주인공은 순진무구한 캐릭터에서 할 말을 하는 ‘사이다녀’, 엉뚱발랄한 매력을 지니거나 전문직 커리어우먼이 등장하는 등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여성이 연상인 경우도 과거에는 없었지만 최근에는 나이 많은 여성 상사와 남자 부하 직원이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리디북스에서는 선호하는 캐릭터에 맞는 작품을 추천해 주는데, 남성 캐릭터로는 거만남, 까칠남, 능글남, 연하남, 순정남 등으로 다양하다. 여성 캐릭터로는 커리어우먼, 자상녀, 외유내강녀, 도도녀 등이 있다. ‘로맨스 소설 길라잡이’를 쓴 김은아 리디북스 PD는 “독자들이 여자 주인공에게는 자신을, 남자 주인공에게는 판타지를 대입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판타지적 성격이 있어도 지나치게 허황되고 비현실적인 캐릭터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한국 로맨스 소설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업계에선 로맨스 소설 전문출판사인 신영미디어가 1996년 실시한 공모전에서 당선된 박윤후 작가의 ‘노처녀 길들이기’를 한국 로맨스 소설 1호로 본다. 할리퀸 소설 등이 주류였던 국내 로맨스 소설 시장은 이후 할리퀸 소설과 PC통신에 연재된 로맨스 소설을 읽고 자란 한국 작가들이 탄탄한 작품을 내놓으면서 판세가 뒤집혔다. 성인용 할리퀸 소설은 성 묘사 수위가 높아 부담을 느낀 출판사들이 10대용 작품을 들여오는 데 그친 것도 요인이 됐다. 국내 작품은 ‘구르미 그린 달빛’ ‘해를 품은 달’ ‘성균관 스캔들’ ‘내 이름은 김삼순’ 등 히트 드라마는 물론이고 영화(‘늑대의 유혹’ ‘미스터 로빈 꼬시기’)와 웹툰(‘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으로 제작되며 문화 콘텐츠의 원천이 되고 있다. 독자는 100만 명을 훌쩍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 30대 여성이 많고 40대도 적지 않다. 본보는 20주년을 맞아 전자책 1위 업체인 리디북스와 최근 독자 448명을 대상으로 ‘내 인생의 로맨스 소설 및 작가’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 완성도 높은 명작 사랑받아 독자들은 최고의 로맨스 소설 1위로 하늘가리기 작가의 ‘루시아’를 꼽았다. 공주라는 사실을 모르는 루시아가 비참하게 살다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이야기다. 복잡한 갈등 없이 남녀 주인공의 감정에 집중하며 짜임새 있게 구성돼 몰입하게 만든다는 평가다. 2위는 남장소녀가 천자의 호위무사가 돼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연록흔’(한수영)이었다. 회사원 김희정 씨(27)는 “정신없이 밤새워 읽을 정도로 재미있고 여운이 진하게 남았다”고 말했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원작인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정은궐)은 3위에 올랐다. 작가로는 ‘러닝타임’ ‘닥터의 순정’ ‘어느 전투 조종사의 사랑’ 등 꾸준히 작품을 선보인 장소영 씨가 1위에 올랐다. 장 씨는 전문직의 세계를 세밀하게 보여줘 로맨스 소설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2위는 ‘루시아’ ‘섬’을 쓴 하늘가리기 작가, 3위는 ‘화홍’ ‘국혼’ 등을 쓴 이지환 작가가 차지했다. ‘해를 품은 달’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쓴 정은궐 작가는 4위였다. 응답자의 37.5%는 작품을 고를 때 작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답했다. 시대 배경, 주인공의 캐릭터(29%)를 보거나 댓글(20%)을 참조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처럼 작가의 영향이 절대적이지만 얼굴이 알려진 작가는 박윤후 씨와 ‘구르미 그린 달빛’을 쓴 윤이수 씨 등 손으로 꼽을 정도다. 순문학과 장르문학을 구분하는 한국 특유의 분위기에, 장르문학을 낮춰보는 경향 때문에 작가들이 노출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무궁무진 확장…끝이 어딜까 드라마로 만들어져 최근 큰 화제 속에 종영한 ‘구르미…’는 네이버에서 연재할 때 1위에 올랐다. 카카오페이지에 소개된 로맨스 소설은 매달 10건 이상 드라마, 영화 판권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이문영 파란미디어 편집주간은 “정은궐 작가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신작을 12월에 출간하는데 방송국, 영화제작사에서 벌써부터 연락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장익주 신영미디어 부사장은 “카카오페이지에서 100만 명이 구독한 ‘궁에는 개꽃이 산다’는 드라마로 제작하고 있고 다른 작품들도 꾸준히 제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 스캔들’ ‘미생’ ‘시그널’을 연출한 김원석 PD는 “참신한 캐릭터가 있는 데다 사랑 이야기를 다채롭게 풀어내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로맨스 소설 시장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커지고 있다. 로맨스, 판타지, 무협이 주류를 이루는 전체 온라인 소설 시장 규모는 매년 두 배 이상 성장해 올해만 800억∼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억대 연수입 작가도 100명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로맨스 소설의 비중은 60∼70%로 분석된다. 이진백 네이버 웹소설팀장은 “온라인 연재는 이야기 전개가 빠르고 독자 반응을 그때그때 반영하기 때문에 독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구조”라고 말했다.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책장 사이) 통로가 넓어졌어요. 책상도 새로 생겼네요!” 초등학교 2학년 강하준 군이 21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종합사회복지관에 리모델링해 문을 연 ‘고맙습니다 꿈꾸는새싹 작은도서관’을 둘러보며 말했다. 4세 때부터 매일 도서관에 왔다는 강 군은 이날만 8권 넘게 책을 보고 있었다. 2002년 문을 연 이 도서관은 아이와 엄마가 편하게 이용하는 사랑방 같은 곳이다. 오랜 시간 책을 보면서 노는 아이들이 많아 놀이방 역할도 한다. 방문자는 평일은 하루 평균 50여 명, 주말이나 방학은 70여 명이다. 맞벌이 가정이 많은 이 지역은 교육열이 높지만 문화 시설은 많지 않아 주민들은 도서관을 중심으로 모여 갈증을 풀고 있다. 각종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축제나 문화 모임을 열고 있다. 하지만 도서관은 시설이 낡고 조명이 어두운 데다 서가 사이가 비좁아 개선이 필요했다. 본보와 함께 ‘작은 도서관에 날개를’ 캠페인을 펼치는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은 새 컴퓨터 2대와 원목 책장과 책상, 의자 등을 들여놓고 조명도 더 밝게 바꿨다. 면적도 128m²(약 39평)에서 140m²(약 42평)로 약간 늘었다. 10년 넘게 도서관을 다닌 김희정 씨(42·여)는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은 여기서 자란 셈인데, 환하고 넓어져서 좋다. 컴퓨터가 오래돼 검색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이제 자료 찾기도 수월하겠다”며 반겼다. 도서관에서는 발표회, 무용, 바이올린 연주 등 행사도 종종 열린다. 이미희 씨(47·여)는 “예쁘고 깨끗해진 데다 서가와 책상 사이의 공간이 넓어져 작은 축제를 진행하기에 안성맞춤”이라며 반색했다. 고학년 학생들은 널찍한 책상이 3개나 생긴 걸 좋아했다. 초등학교 5학년 정선민 양은 “앉은뱅이책상만 있어 다리 펴기가 불편했는데 이제 책상에 편하게 앉아 일기랑 독서록도 쓰고 영어 단어 외우기도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알록달록하게 꾸민 별도 프로그램방에서는 5, 6세 어린이 18명이 모여 ‘아기 돼지 삼형제’,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 등 집과 관련된 그림책을 읽은 후 모형 집을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 도서관은 주제에 맞는 책들을 소개하는 큐레이션도 꾸준히 하고 있다. 도서관 입구 오른쪽 벽은 ‘꿈꾸는 새싹 북큐레이션’ 코너로 만들어 ‘직업과 소명’ ‘이웃과 배려’ ‘놀이와 화합’ 등 주제에 맞는 책으로 꾸며 놓았다. 김현미 사서는 큰 도서관과는 차별되게 작은 도서관만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다. 김 사서는 “어린이, 성인, 노년 등 여러 세대가 책을 통해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부천에서 ‘작은도서관…’이 지원한 도서관은 이곳이 세 번째다. 김수연 ‘작은도서관…’ 대표는 “책뿐 아니라 독서 프로그램도 지원해 보다 많은 사람이 도서관을 찾아 다채로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천=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좋은 책은 맑은 물과 같습니다. 영혼에 맑은 물이 흐르게 하고 싶어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61)은 이날 경기 부천시 원종종합사회복지관에 새롭게 개관한 ‘고맙습니다 꿈꾸는새싹 작은도서관’과 ‘책 읽는 버스’를 살펴보며 말했다. KB국민은행은 2008년부터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을 지원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앉거나 엎드려 책 읽는 아이들을 본 윤 회장은 “내가 다 힘이 난다”며 미소 지었다. 국민은행은 군부대에도 책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군 생활을 할 때 책에 대한 갈증이 컸다. 잡지 한 권만 생겨도 반가웠고,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돌려가면서 봤다”고 회고했다. 요즘 군에서도 독서를 장려하고 있지만 민간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책을 통해 밝은 내일을 꿈꾸게 하고 싶습니다. 미래를 위해 작은 심부름을 하는 겁니다.” 부천=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노력이 재능을 이길 수 있을까. ‘그릿·Grit’(앤절라 더크워스 지음·김미정 옮김·비즈니스북스·1만6000원)의 저자인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교수는 10년간의 연구를 토대로 ‘성공=재능×노력²’이라고 제시한다. 성공은 노력의 양과 함께 좌절해도 다시 일어나려는 태도에 달렸다는 것이다. ‘그릿’은 목표를 향해 계속 나아가는 열정적 끈기를 의미한다. 고교 때 수학 점수가 형편없던 학생이 로켓을 만드는 세계적인 공학자가 되고, 문제아들이 모인 학교에 배정된 초임 교사 중 누가 끝까지 남는지 등 여러 사례를 분석했다. 그릿을 기르려면 관심사를 분명히 하고 이를 성과로 연결시키도록 의식적으로 연습해야 한단다. 더 높은 목표 의식을 가지고 역경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한 방법도 제시한다. 중요한 건 실천이다. 늘 그렇듯 가장 어려운 거지만.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튀김소보로, 판타롱부추빵, 카카오순정, 월넛브레드…. 빵 이름을 듣다 보면 “성심당!”을 외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올해 60주년을 맞은 대전의 터줏대감이자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이 토종 빵집이 탄생하고, 고비를 맞았다 다시 일어선 과정을 차근차근 담았다. 6·25전쟁 당시 흥남부두에서 구사일생으로 남으로 내려온 임길순은 1956년 밀가루 두 포대를 밑천 삼아 대전역 앞에 천막을 치고 찐빵 장사를 시작했다. 빠듯한 벌이에도 불구하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빵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임길순은 흥남부두에서 기적적으로 배를 탈 수 있게 되자 “이번에 살아남을 수 있다면 평생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아들 임영진은 단팥빵과 소보로, 도넛이 합쳐진 히트상품 튀김소보로를 개발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고비도 적지 않았다. 성심당이 자리한 대전의 원도심이 쇠락하고 프랜차이즈 빵집이 거세게 공략해왔다. 경영난이 절정으로 치닫던 2005년에는 큰불까지 나 임영진과 가족은 성심당을 접을 생각까지 했다. 한데 다음 날부터 직원들은 복구에 나섰고 대전 시민들은 빵을 사러 몰려들며 재건을 응원했다. 외환위기에도 직원들을 내보내지 않고 수도꼭지 하나를 건물 밖에 설치해 노점상들이 물을 쓰게 하는 등 늘 나누고 배려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식탁에 올라간 빵도 성심당이 맡았다. 직원들에게 이익의 15%를 성과보수로 지급하고 하루 생산량의 3분의 1(매달 3000만 원가량)을 기부하는 성심당은 나눔과 성장이 함께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 ‘모든 이에게 이롭게 하십시오.’ 이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애쓴 과정과 풍성한 결실을 지켜보노라면 빵 하나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은 기적이 가능함을 깨닫게 된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사진)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출판사인 문학세계사는 수상자 발표 후 17일까지 영업일 기준으로 단 이틀 만에 책 주문량이 1만 권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2005년 국내에 번역 출간된 이 책은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기 전까지 11년간 모두 8000여 권이 판매됐다 김요안 문학세계사 기획실장은 “전업 작가가 아닌 가수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니 딜런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그가 직접 쓴 유일한 자서전을 읽고 싶어 하는 독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완벽하고 싶어서’, ‘우아한 세계’는 책 내용을 알리려면 한참 설명해야 해요. 홍보에 비용이 많이 들어요. 뭘 얘기하는지 대놓고 보여줘야 해요.” 서울 마포구 사회평론 출판사에서 13일 열린 회의에서 최연순 편집이사가 다음 달 출간할 에세이의 제목 후보를 보며 입을 열었다. ‘Primates of Park Avenue’(파크 애비뉴의 영장류)가 원제인 이 책은 미국 엄마가 뉴욕 맨해튼의 최상류층이 사는 파크 애비뉴로 들어가 독특한 문화를 관찰하며 그들과 어울리기 위해 고군분투한 경험을 담았다. ‘판타스틱 맨해튼 백서’, ‘맨해튼 여자 보고서’, ‘맨해튼의 엄마들’도 후보에 올랐다.○ 손이 절로 가게 해야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아이를 배웅하다 왕따가 된 저자는 에르메스의 버킨백을 구하려 애쓴다. 오순아 교양1팀 편집장은 “20, 30대 여성이 주로 보고 40대로도 확산될 수 있을 것 같다”며 독자층을 예상했다. 박보람 교양1팀 대리가 “하이힐, 버킨백이 제목에 들어가면 좋겠다”고 말하자 곧바로 반대 의견이 나왔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정도로 완성도 높게 짓지 않는 한 하이힐, 버킨백이 들어가면 독자에게 다가가기 어려워요.”(오 편집장) “‘칙릿’ 느낌을 주는 에세이는 많이 안 팔려요.”(노희선 편집자) ‘영장류’를 넣지 말자는 데는 모두 동의했다. ‘영장류’가 들어가면 서점에서 과학책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책의 배경을 나타내는 표현도 찾기 시작했다. “센트럴 파크, 파크 애비뉴, 렉싱턴 정도? 참고로 파크 애비뉴의 우편번호는 10021이에요.”(노 편집자) 기자를 포함해 참석자들은 ‘맨해튼’, ‘상류층’이라는 단어를 넣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최 이사는 “‘한국이 싫어서’처럼 제목만 봐도 확 공감이 돼서 바로 집어 들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회의를 마무리했다.○ 제목, 판매와 직접 연결 출판계에서는 내용을 잘 드러내면서 한 번만 들어도 기억돼야 좋은 제목이라고 말한다. 눈에 띄는 제목은 독자의 이목을 집중시켜 판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본보가 출판계 대표 10명에게 2014년부터 올해까지 출간된 책 가운데 제목이 좋은 책(3권씩)을 조사한 결과 4명이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꼽았다.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대화와 소통을 위한 최소한의 상식을 갈망하는 독자들의 욕구를 정확히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도 각각 3명이 추천했다.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는 “‘남자들은…’은 저자의 메시지는 물론 뉘앙스까지 정확하게 전달하면서도 귀에 한 번에 꽂힌다”고 말했다. ‘시골 빵집…’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한편 자본주의의 모순과 삶의 진정성을 생각하게 만들고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시를 읽지 않는 독자에게 강렬함을 준다고 분석됐다. 도발적이고 발랄한 제목으로는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가 꼽혔다. 아쉬운 제목으로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풀꽃도 꽃이다’ 등이 나왔다. ‘어떻게…’는 너무 직설적으로 죽음을 표현해 수준 높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친구나 부모에게 선물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것. ‘풀꽃도…’에 대해서는 입시 위주 교육의 병폐를 더 강하게 드러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영화 ‘부산행’이 제49회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2관왕에 올랐다. 연상호 감독(38·사진)의 ‘부산행’은 15일(현지 시간) 스페인에서 열린 시체스 영화제 폐막식에서 감독상과 시각효과상을 받았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촬영상과 포커스 아시아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도 관객상을 받아 한국 영화들이 선전했다. 이 영화제는 벨기에 브뤼셀, 포르투갈 판타스포르투 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스틱영화제로 꼽힌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오후 8시는 신문사에는 ‘잔인한’(?) 시간이다. 여러 개의 기사를 쓰기는 시간이 촉박해 수상 가능성이 높은 작가들별로 각각 기사를 준비한다. 밥 딜런의 수상 소식이 알려진 13일 밤, 준비한 기사는 무용지물이 됐고 부서는 ‘불난 호떡집’이 됐다. 다행인 건 가요 담당 기자가 대기하고 있었다는 것. 노벨상 예측 사이트에 딜런이 당일 10위 안으로 껑충 뛰어오르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은 것이다. 발표 전 몇몇 기자는 수상자 맞히기 내기를 했다. 응구기 와 시옹오가 2표, 무라카미 하루키와 아도니스가 각각 1표였다. 가요 담당기자는 놀랍게도 “밥 딜런”을 외쳤다. 한데 “너무 확률 낮은 데 거는 거 아냐?”라는 한마디에 돈 들릴로로 급선회하고 말았으니…. 문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가장 높다는 ‘10월 둘째 주’는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자기는 나쁜 경영자란다. 10년간 세 번이나 정리해고를 해 1500명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며. 나이키를 창업해 연매출 300억 달러(약 34조2000억 원)의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이의 고백이다. 올해 78세인 저자의 첫 자서전은 솔직하다. 육상 선수를 꿈꿨지만 다른 선수의 등을 보고 달리며 재능이 없음을 인정했다. 미국인 대부분이 비행기를 타 본 적이 없던 1962년, 세계 배낭여행을 나설 정도로 과감하고 엉뚱했다. 당시 24세였다. 배낭여행 중 무작정 일본 운동화 회사 오니쓰카(현재 아식스)를 찾아가 신발 300켤레를 들여와 팔기 시작하며 사업에 뛰어들었다. ‘슈독’은 신발 연구에 미친 사람을 뜻하는 은어로, 저자와 괴짜 동료들에게 딱 맞는 말이다. 운동화와 달리기를 가장 성스럽게 여겼던 제프 존슨, 촉망받던 육상 선수였지만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보브 우델 등이 회사의 멤버가 됐다. 창업 후 6년간 그는 월급 한 푼 가져가지 못하고, 은행 대출을 돌려 막으며 간신히 버텼다. 하지만 와플형 밑창과 에어쿠션을 도입하며 고객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반항아로 구설에 오르내리는 운동선수를 후원하며 혁신적인 브랜드 이미지도 구축한다. 개인사도 책에서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아들을 스쿠버다이빙 사고로 잃은 후 다이버들이 깊은 물속에서 위험에 처한 순간 행복감에 도취된다는 자료를 보며 애써 아픔을 달래는 모습은 여느 아버지와 다름없다. 저자는 불투명한 미래를 불안해했던 젊은 날을 떠올리며 당부한다. “세상 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하더라도 신경 쓰지 말자. 멈추지 않고 계속 가는 거다.” “앞으로 40년 동안의 시간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 누구와 함께 쓰고 싶은지 깊이 고민해보라.” 화려한 성공담보다는 삶의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했던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지혜로운 이웃집 할아버지를 만난 기분이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