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

김윤종 부장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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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먼 나라’ 같지만 한국의 미래상이 담겨있는 ‘이웃나라’입니다. 저와 함께 뉴스의 ‘배낭여행’을 함께 떠나실까요?

zozo@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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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나토무기 공급루트 르비우 주민들 “푸틴 핵공격 두렵다”

    “갑자기 꽝 소리가 나더니 지옥으로 변했습니다.” 13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거점도시 르비우 외곽 셰우첸코 거리. 미사일 폭격을 맞은 일대 건물들은 무너져 내리거나 뼈대만 앙상히 남았다. 차량들은 전소된 채 심하게 파손돼 있었다. 이곳 주민 이반 씨는 열흘 전인 3일의 기억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창백한 얼굴의 그는 “한밤중에 날아온 러시아군의 미사일이 민간인 지역인 이곳을 뭉개버렸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는 우크라이나 국경검문소에서 도로와 철도망을 따라 르비우에 이르는 약 70km를 지나는 동안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처참하게 파괴된 철도, 물류창고, 발전소들을 잇따라 목격했다. 우크라이나는 여행 금지 지역이지만 기자는 이날 한국 외교부가 발급한 ‘예외적 입국 허가서’를 받았다. 기자는 폴란드 동부 국경도시 제슈프와 프셰미실에서 출발해 르비우로 들어갔다. 이 170km의 루트가 바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무기 보급 경로다. 러시아를 고전하게 만든 대전차 자폭 드론 스위치 블레이드,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 등 서방의 무기가 제슈프의 미군 기지를 출발해 우크라이나 서부 수송로로 이동한다. 인구 80만 명의 르비우는 이들 무기를 우크라이나 전역의 주요 전선으로 공급하는 최대 집결지다. 이 때문에 르비우 일대가 최근 러시아 미사일 공격의 새로운 표적이 되기 시작했다. 3일 르비우 주요 발전시설 3곳이 미사일 공격을 받아 한때 시 전체 전기 공급이 끊겼다. 철도 시설 6곳도 파괴됐다. 지난달 18일 르비우의 군 기반 시설이 미사일 공격을 받아 7명이 사망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서부의 교통·물류 요충지, 발전소 등이 러시아군의 새로운 작전 목표”라고 경고했다. 이날 르비우에서 50km 떨어진 마을 수도바 비시니아도 미사일 공격에 대한 공포가 감돌았다. 마을을 관통하는 철로를 오가는 화물열차들 사진을 찍자 역사 직원 4명이 곧바로 뛰쳐나와 소리를 질렀다. “찍지 말아요! 언론에 나오면 당장 오늘 밤에 러시아군 미사일이 날아옵니다. 당장 떠나요!” 이날 국경에서 르비우로 이어지는 도로엔 대형 물류트럭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무기 보급로 거점 지역 주민들은 “민간 지역을 가리지 않고 러시아군의 미사일 세례를 받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날 르비우에서 만난 시민들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공포까지 느끼고 있었다. 로스티슬라프 씨는 “동부 돈바스와 북부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을 퇴각시키고 있는 우리 군의 선전을 들으면 힘이 난다”면서도 “푸틴이 우리를 지원하는 서방의 무기 보급로를 공격하는 핵무기 버튼을 누를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르비우=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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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핀란드 “지체없이 나토가입” 발표… 러 “군사조치로 대응”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은 꼭 해야 했던 결정이에요. 다만 (러시아와의 군사 충돌이라는)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은 됩니다.” 핀란드 정부가 나토 가입 의사를 공식화한 12일(현지 시간)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만난 시민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나토 가입의 결정적 이유”라고 했다. 다만 회사원 발테리 씨는 “러시아와 무작정 대립하기보다는 경제 교류는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핀란드의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과 산나 마린 총리는 이날 공동성명에서 “핀란드는 지체 없이 나토 가입을 신청해야 한다”며 “나토 가입으로 핀란드의 안보가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핀란드가 회원국으로서 나토 전체의 동맹을 강화해줄 것”이라며 “가입 결정을 위한 행정 절차가 며칠 내에 신속하게 처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스웨덴도 나토 가입이 확실시된다. 현지 언론은 스웨덴이 16일 나토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11일 “우리의 선택은 모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이날 헬싱키를 방문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상호 안보협정을 맺었다. 협정엔 “상대국이 위기에 처하거나 공격당하면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영국은 스웨덴과도 같은 협정을 맺었다. 존슨 총리는 “영국의 육해공 전력을 두 국가에 배치할 것”이라며 “스웨덴, 핀란드 방위를 위한 핵전력 배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나토 공식 가입 전 이미 영국과 안보협정을 체결하면서 핀란드와 스웨덴이 각각 74년간, 208년간 유지해온 군사적 중립국 지위를 포기한 셈이다. 핀란드는 1948년 소련과 우호협정을 맺은 뒤, 스웨덴은 1814년 이후 군사적 비동맹 정책을 이어왔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침공 명분으로 삼은 러시아는 자국과 1340km 국경을 맞댄 핀란드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나토 가입을 공식화하면서 역풍을 맞았다. 현재 나토 동맹국과 러시아가 국경을 맞댄 지역은 러시아 전체 국경의 6%이지만 핀란드의 가입으로 2배로 늘어난다. 헬싱키 시민들은 12일 나토 가입 추진을 반기면서도 러시아와의 직접 군사 충돌을 우려했다. 이날 헬싱키 중심부인 원로원 광장에서 만난 시민 칼레 씨는 “나토 가입을 환영한다”며 러시아와의 직접 충돌을 피해 온 핀란드식 실용주의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핀란드 일간지 헬싱인 사노마트는 “1949년 나토에 가입하고도 자국 영토에 외국군 기지를 건설하지 않은 ‘노르웨이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는 논쟁이 시작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의 안보 대격변은 불가피해졌다. 러시아 정부는 이날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에 대한 위협”이라며 “군사, 기술적 조치를 포함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BBC는 “나토의 북유럽 확장이 이득인지, 위협인지 기로에 섰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을 도발로 주장하며 군사 긴장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11일 하원 청문회에서 “푸틴이 나토를 공격하면 상황을 완전히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확실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헬싱키=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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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역 해제 유럽, ‘롱코비드’ 몸살… 기업들 “일할 사람 못 찾겠다”[글로벌 현장을 가다]

    《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중심가 콩코르드 광장에서 레퓌블리크 광장을 관통하는 지하철 8호선을 탔다. 객차 안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승객과 쓰지 않은 승객이 각각 절반 정도 있었다.》 맨얼굴인 대학생 루이즈 씨에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유를 묻자 “식당, 카페 등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지 않았냐. 대중교통에서만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반면 회사원 르베르 씨는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많이 나온다. 주변에는 감염 후 심각한 후유증, 즉 ‘롱코비드(Long Covid)’에 시달리는 사람도 많다”며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벗지 않겠다고 했다. 프랑스는 올해 3월 14일부터 대중교통을 제외한 식당, 카페 등 모든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의료 시설과 요양원을 제외하면 실내에서 코로나19 접종 증명서(백신 패스) 또한 지참할 필요가 없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6, 7월경에는 대중교통 내 마스크 의무화 해제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방역 완화 봇물 프랑스뿐 아니라 이탈리아도 이달 1일부터 백신 패스 제도를 폐지했다. 스페인 역시 의료 시설을 제외한 모든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할 필요가 없도록 했다.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스웨덴, 폴란드, 헝가리 등도 비슷한 조치를 속속 단행했다. 특히 덴마크는 지난달 26일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또한 전면 중단했다. 81%에 달하는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률, 신규 감염 감소, 입원율 안정화 등을 그 이유로 꼽으며 “코로나19가 통제 가능하다”고 선언했다. 덴마크는 올해 2월 1일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중 처음으로 모든 방역 조치를 폐지하며 “코로나19를 더 이상 중대한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근 유럽의 여행 수요 또한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프랑스 에어프랑스, 독일 루프트한자는 각각 5일 “항공권 판매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브리티시에어를 소유한 IAG는 6일 “올해 2분기(4∼6월) 항공 수요가 2019년 수준의 약 80%를 회복할 것이며 올해 4분기(10∼12월)에는 이 수치가 90%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은 방역 해제가 지나치게 섣부른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파리15구 카페에서 만난 60대 시민 카트린 씨는 “오미크론을 넘어선 코로나19 신종 변이도 속속 나오고 있다. 고령층 입장에서는 완전한 방역 해제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프랑스 보건당국 또한 지난달 말 자국 내에서 신종 변이인 ‘BA.4’ 1건, ‘BA.5’ 2건이 새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6월 중순∼7월 초에 이들 새로운 변이의 유행이 시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롱코비드’ 우려 고조 급격한 방역 완화를 우려하는 쪽은 특히 롱코비드를 문제 삼는다. 코로나19에서 완치된 후에도 피로, 호흡곤란, 가슴 통증, 인지장애 등 200여 개에 달하는 후유증을 겪는 현상을 뜻한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으나 소량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완치 후에도 인체 내 폐, 기도 등에 남아 면역 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BBC는 “롱코비드는 원인을 찾아 치료하기 어려운 뇌척수염, 만성피로증후군(CFS) 등 유사한 점이 많다”고 평했다. 최근 파리국립병원연합이 968명의 코로나19 감염자를 분석한 결과, 이 중 10∼15%가 후유증을 겪었다고 밝혔다. 특히 입원 환자의 25%는 감염된 지 1년 후에야 회복됐다. 60%는 “코로나19 후유증이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룩셈부르크 정부 역시 코로나19 감염자 289명을 1년간 장기 추적한 결과, 59.5%가 최소 1년간 후유증을 겪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특히 이들의 평균 연령은 불과 40.2세로 나타났다. 고령층 감염자만 더 위험한 것이 아니라 전 세대 확진자가 후유증을 고르게 겪는다는 뜻이다. 2200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온 영국 정부 또한 3월 기준으로 롱코비드 증세를 겪는 국민이 최소 170만 명인 것으로 추산했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또한 전체 확진자 중 10∼30%가 롱코비드에 시달리고 있다고 봤다.코로나 후유증에 구인난 심화 롱코비드는 한 개인의 건강 상태를 넘어 사회 전체에도 상당한 비용을 야기한다. 특히 각국 경제가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 정상화로 가는 과정에서 더 심각해진 구인난, 임금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최근 영국 런던 공공정책연구소(IPPR)에 따르면 약 150만 명의 영국인이 롱코비드 영향으로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았다. 영국 저비용항공사 이지젯은 최근 항공 수요가 급증했음에도 상당수 직원이 코로나19 후유증을 겪는 바람에 지난달에만 수십 편의 항공편을 취소해야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에 따라 적지 않은 기업들이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이전보다 많은 급여를 지급하거나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따라 각국은 속속 롱코비드 대책 또한 마련하고 있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치료 인력은 물론 심리 전문가, 영양사, 물리치료사 등을 동원해 롱코비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영국 또한 2400만 파운드(약 390억 원)를 투입해 전국에 90여 곳의 롱코비드 클리닉을 설립했다. 증상 진단, 치료, 재활, 정신건강 상담 등의 서비스를 모두 제공한다. 이탈리아 또한 호흡기 관련 코로나19 후유증을 겪는 환자 치료를 위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5600만 유로(약 756억 원)를 투입했다. 롱코비드 진료병원과 일반 병원의 연계도 확대했다. 스페인도 올해 3월 롱코비드 전문 병원을 최초로 개설했다. 노르웨이는 지역별로 최소 1개 이상의 롱코비드 진료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롱코비드 증세를 겪은 1500여 명의 환자가 소셜미디어에 ‘롱코비드 유럽’이란 네트워크를 설립해 치료법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강화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2월 영국 보건당국은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사람은 1차 접종자보다 롱코비드를 겪을 확률이 50% 낮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영국의 일부 노조는 롱코비드 환자에게 일시 휴직 등을 가능케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 중 4분의 1이 해고 등을 의식해 고용주에게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며 롱코비드 환자 20명 중 1명 또한 퇴직 및 권고사직 등을 강요받았다는 이유에서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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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토가입 앞두고 삼엄해진 핀란드 국경…“러에 왜 가냐” 질문 공세

    “왜 러시아 입국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봤나?” 10일(현지 시간) 오후 러시아의 국경을 맞댄 핀란드 동부 접경도시 이마트라. 도심에서 약 6km 떨어진 국경검문소 앞에서 기자보다 머리 하나 정도 큰 국경수비대원 6명이 기자를 둘러싸고 질문을 퍼부었다. 1분 전 기자는 핀란드와 러시아를 오가는 차량이 주로 이용한다는 이곳 국경검문소 사무실에서 “러시아로 여행하고 싶다”며 어느 국경이 폐쇄됐는지 등을 물어봤다. 검문소 직원은 걸어서 러시아에 입국할 수 있는 일대 다른 검문소를 찾아봐 줬다. 그러나 기자가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국경수비대원들이 우르르 쫓아 나와 “신분증을 보자, 어디 머물고 있느냐, 원래 사는 곳은 어디냐”고 캐물었다.○ 핀란드 총리 “나토 가입 신청하려 한다”이들은 기자의 이름, 여권번호 등을 적고는 기자를 놔줬다. 그래도 의심이 남은 듯 이마트라 시내로 돌아가는 기자에게 한 대원이 길을 안내해 준다며 200m가량 따라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임박해 경비가 엄해진 것이냐”고 물어도 대원은 굳은 얼굴로 말이 없었다. 일본을 방문한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11일 도쿄대 강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따른 영향을 주시하면서 안전보장정책을 결정해 나토 가입 신청을 하려 한다”며 “나토의 억지력과 집단방위만큼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12일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이 나토 가입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마린 총리가 하루 앞서 나토 가입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로써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기정사실화됐다. 핀란드는 15일 대통령과 총리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가입을 최종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러 관광객 사라진 국경도시이마트라는 러시아에서 불과 7km 떨어진 인구 2만6000명의 도시다. 동쪽으로 러시아와 총연장 1340km 국경을 맞댄 핀란드 도시 중 러시아와 가장 가깝다. 1948년 핀란드-소련 우호조약 체결 이후 도시가 발달했다. 유럽에서 4번째로 큰 사이마 호수가 있어 매년 러시아 관광객 약 200만 명이 찾아 3억 유로(약 4040억 원)를 쓰고 갔다. 호텔을 비롯한 숙박시설 곳곳에 러시아어 안내문이 붙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이마트라 중심가는 텅 비어 있었다. 러시아 관광객은커녕 핀란드 시민도 찾기 힘들었다. 숙박업을 하는 투오마스 씨는 “객실이 거의 비어 걱정이다. 코로나19 여파가 남은 데다 최근 냉랭해진 양국 정세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쇼핑가에는 영업하지 않거나 폐업한 상점도 보였다. 운송업을 하는 사미 씨는 “나토 가입이 현실화된 영향이 도시에 나타났다”며 “국가끼리 충돌하면 서민이 가장 피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러시아인에 대한 경계 심리 커져”이마트라에서 약 36km 떨어진 인구 7만 도시 라펜란타의 사정도 비슷했다. 킴모 야르바 시장은 핀란드 언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모든 관계가 끊겼다”고 말했다. 핀란드와 러시아를 오가는 트럭 교통량은 3월 들어 2월보다 75% 감소했다. 로이터통신은 “한때 분주하던 국경도시들이 멈췄다. 양국 관계 변화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영업자 율라 씨는 “나토에 가입하는 건 좋지만 (나토에 내야 하는) 군사 분담금 때문에 세금이 오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양국 관계가 악화하면서 핀란드에서 러시아인을 경계하는 심리도 커졌다. 핀란드 국영방송 YLE에 따르면 보안정보국 수포(Supo) 조사 결과 나토 가입이 추진된 3월부터 러시아의 첩보활동과 사이버공격 위험이 커졌다. 수포는 “러시아가 핀란드 정치권과 여론에 영향을 끼치려 한다”며 “핀란드에 대한 첩보 활동을 비롯한 하이브리드 공격이 앞으로 수개월간 증가해 안보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이마트라=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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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남의 일 같지 않아” 핀란드 12일 나토 가입 발표

    “우크라이나 사태는 1939년 핀란드의 판박이예요.” 10일(현지 시간) 핀란드 수도 헬싱키 구시가지의 원로원 광장. 대통령궁이 있는 이곳은 쌀쌀한 날씨만큼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민 엘리아 씨(37)는 “우크라이나를 보면서 83년 전 러시아 침공을 받은 핀란드 역사를 떠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의 군사 위협으로) 복잡한 상황이 될 수 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나토 가입에 대한 공식 입장을 12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침공 빌미로 삼은 러시아가 1948년 이후 74년간 군사적 비동맹 정책을 유지해 온 중립국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라는 역풍을 맞는 셈이다. 핀란드 최대 일간지 헬싱긴 사노마트는 “나토 가입이 불행한 결과(군사 충돌)를 낳는다 해도 반드시 지지해야 하는 역사적 결정”이라고 전했다.“소련에 땅 뺏긴 겨울전쟁 떠올라” 핀란드내 나토가입 찬성 확산 핀란드 수도 헬싱키 르포우크라戰뒤 중립 유지 정서 사라져 “러軍의 민간인 학살도 영향 미쳐좌파에서도 가입 반대 목소리 안내”12일 핀란드 나토 가입 발표 이어 스웨덴도 15일 가입 결정할 듯내달말 나토회의서 최종가입 확정… 러 “발트해에 핵무기 배치” 경고 “러시아로 가는 열차가 완전히 끊어졌습니다.” 10일 핀란드 수도 헬싱키 중앙역의 텅 빈 9번 승강장에서 만난 시민 로라 라이네 씨는 “이곳에서 열차를 타고 종종 러시아로 여행을 갔지만 이제 다 추억이 됐다”고 했다.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핀란드는 헬싱키와 약 380km 떨어진 러시아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오가는 노선을 3월 말 폐쇄했다. 이 역은 핀란드가 러시아 지배를 받던 시절인 1862년 건립됐다. 9번 승강장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오가는 기차가 정차하던 곳이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과거 러시아의 침략을 받았던 핀란드는 열차 노선 폐쇄에 그치지 않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결정까지 앞두고 있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이 12일 나토 가입 방침을 밝히면 외교안보정책 각료위원회가 개최돼 이르면 15일 나토 가입 신청이 최종 공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나 마린 총리도 14일 가입 찬성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1814년부터 200여 년간 어떤 동맹에도 참여하지 않은 중립국 스웨덴도 집권 사회민주당이 15일 나토 가입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중립 전통을 지켜온 두 국가의 연쇄 나토 가입이 이뤄지면 유럽 안보 지형에 대격변이 불가피하다. 두 나라의 나토 가입 움직임에 핵 위협을 가해 온 러시아가 확전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 우크라 사태가 ‘겨울전쟁’ 악몽 되살려이날 기자가 헬싱키에서 만난 10여 명의 시민은 이구동성으로 “나토 가입 찬성 여론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았다.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자던 오랜 전통의 ‘노르딕 밸런스(Nordic Balance)’ 정서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했다. 숙박업소에 근무하는 제나 씨는 “과거처럼 중립국 지위를 유지하자는 반대 의견이 거의 사라졌다”고 했다. 보통 찬반이 반반씩 나오던 여론이 최근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다음은 핀란드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저지른 민간인 학살 등이 나토 가입 찬성 여론을 대폭 증가시킨 원인이라고도 전했다. 의석수 200석인 핀란드 의회도 의원 122명이 나토 가입을 지지하고 있다. 현지 외교 소식통은 “그간 좌파 진영에서는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나토 가입에 부정적이었지만 이런 목소리도 사라졌다”고 전했다. 핀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39∼40년 소련의 침공을 받아 일명 ‘겨울전쟁’을 치렀다. 온 국민이 저항했지만 약소국의 한계가 뚜렷했다. 결국 영토의 11%를 뺏긴 후에야 휴전 협상을 맺었다. 1948년 옛 소련의 우호 조약을 체결한 후 나토 가입을 포기했다. 이런 기억이 생생한 장노년층은 “우크라이나 사태는 80여 년 전 핀란드의 판박이”라며 러시아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핀란드 현지에서는 서구 일부에서 중립주의를 지칭할 때 ‘핀란드화(Finlandization)’라는 단어를 쓰는 것도 모욕으로 받아들인다.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는 대가로 자율성과 독립을 보장받은 탓에 ‘핀란드화’란 말을 굴욕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망설이던 스웨덴도 나토 가입 예상니니스퇴 대통령은 17일경 스웨덴을 국빈 방문해 스웨덴 정부와 나토 동시 가입을 논의할 예정이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면 이미 가입한 노르웨이, 덴마크와 함께 북유럽 4개국이 모두 나토 회원국이 된다. 스웨덴은 1814년부터 208년간 비동맹 및 중립주의를 지켜 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는 집권 사민당은 물론이고 제1야당 보수당도 나토 가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기정사실화한 데다 9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여야 모두 북유럽국 중 유일하게 나토 미가입으로 남기에 정치적 부담이 커졌다. 로이터통신은 “사민당이 15일 나토 가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유력하다고 봤다. 양국이 나토 가입을 발표하면 다음 달 29일부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회의에 신청서가 제출된 후 회원국의 동의를 얻어 최종 가입이 확정된다. 헬싱키=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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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서방이 영토 침략” 침공 정당화… 전승절 승리선언 못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일 수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자국의 제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포함해 우리(러시아) 영토를 침략하려는 서방의 준비가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11분간의 연설 내내 “서방의 공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며 전쟁 책임을 모두 서방에 돌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푸틴의 연설에 (서방 당국이 예상한) 중대 발표는 없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식 (전면전) 선전포고도, (이를 위한) 국민 총동원령도, 핵무기 사용 위협도 없었다”며 “그렇다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승리했다는 선언에 따른 긴장 완화 신호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열병식 뒤 돈바스 전투에서 사망한 대대장의 아버지를 만나 “모든 계획은 이행될 것이고 한 치의 의심 없이 성과를 얻을 것”이라고 했다. 목표 달성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승리로 가는 길은 어렵지만 우리가 이길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서방의 대규모 무기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군과 고전 속 공세를 강화하는 러시아군 간 교착 상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푸틴 연설에 英 “약간 절망한 기색” 이날 열병식 행사장에 들어선 푸틴 대통령은 2차대전 참전용사들과 악수를 할 때나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 때 미소를 잠깐 지은 것 외엔 대체로 어두운 표정이었다. 푸틴 대통령이 점령을 공언한 동부 돈바스 지역 승리 선언마저 나오지 않은 데는 러시아군 일부가 퇴각하거나 점령이 지연되는 등 고전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돈바스의 도네츠크주, 루한스크주를 점령하려는 러시아의 공세 작전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라는 단어를 한 번도 꺼내지 않은 채 러시아군이 “우리 영토에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군이 점령한 동남부 등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 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서 “모든 병사와 장교의 죽음은 우리에게 고통스럽다”고 밝히며 사상자에 대한 보상을 약속했다. 사상자가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민심을 달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2만500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약간 절망한 기색이 보인다”며 “푸틴은 그가 믿고 싶어 하는 것만 믿고 있다”고 평가했다. ○ 러 “핵전쟁 시 나토국 30분 만에 파괴” 러시아는 1만 명 이상 군인이 참가해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열병식에서 등장이 예상됐던 핵전쟁 대비 공중 지휘통제기 ‘둠스데이’(최후의 날)를 선보이지 않았다. 러시아 대통령실 크렘린궁은 열병식에 앞서 기상 악화를 이유로 77대의 전투기를 동원한 에어쇼를 취소했다. 열병식을 생중계한 영국 텔레그래프는 “비가 오지도 않은 날씨를 보면 기상 악화라고 볼 수 없는 것 같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4 야르스’와 전술핵무기 탑재 이스칸데르 등은 열병식에 등장시켰다. 이날 미국 폭스뉴스에 따르면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연방우주공사 사장은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은 30분 만에 파괴될 것”이라고 위협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 202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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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열병식서 ‘절망한 기색’… 전면전 발표도 없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일 수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자국의 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포함해 우리(러시아) 영토를 침략하려는 서방의 준비가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11분간 연설 내내 “서방의 공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며 전쟁 책임을 모두 서방에 돌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푸틴 연설에 (서방 당국이 예상한) 중대 발표는 없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식 (전면전) 선전포고도, (이를 위한) 국민 총동원령도, 핵무기 사용 위협도 없없다”며 “그렇다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승리했다는 선언에 따른 긴장 완화 신호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서방의 대규모 무기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군과 고전 속 공세를 강화하는 러시아군 간 교착 상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승리로 가는 길은 어렵지만 우리가 이길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푸틴 연설에 英 “약간 절망한 기색” 이날 열병식 행사장에 들어선 푸틴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들과 악수를 할 때나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 때 미소를 잠깐 지은 것 외엔 대체로 어두운 표정이었다. 푸틴 대통령이 점령을 공언한 동부 돈바스 지역 승리 선언마저 나오지 않은 데는 러시아군 일부가 퇴각하거나 점령이 지연되는 등 고전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현재까지 남부 크림반도와 돈바스를 잇는 요충지인 마리우폴을 함락시키지 못한 채 최후항전지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집중 폭격하고 있다. 7일 루간스크의 외곽 지역에 학교에 폭탄을 투하해 대피해 있던 민간인 60여 명이 사망한 것도 이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돈바스의 도네츠크주, 루한스크주를 점령하려는 러시아 공세 작전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우리 영토에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군이 점령한 동남부 등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 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서 “모든 병사와 장교의 죽음은 우리에게 고통스럽다”고 밝히며 사상자에 대한 보상을 약속했다. 사상자가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민심을 달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2만500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국경에 투입했던 약 13만 명의 20%에 육박한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약간 절망한 기색이 보인다”며 “푸틴인 그가 믿고 싶어하는 것만 믿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 “핵전쟁 시 나토국 30분 만에 파괴” 러시아는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열병식에서 등장이 예상됐던 핵전쟁 대비 공중 지휘통제기 ‘둠스데이(최후의 날)’을 선보이지 않았다. 러시아 대통령실 크렘린궁은 열병식에 앞서 기상 악화를 이유로 77대의 전투기를 동원한 에어쇼를 취소했다. 열병식을 생중계한 영국 텔레그래프는 “비가 오지도 않은 날씨를 보면 기상 악화라고 볼 수 없는 것 같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MD)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4 야르스’와 전술핵무기 탑재 이스칸데르 등은 열병식에 등장시켰다. 이날 미국 폭스뉴스에 따르면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연방우주공사 사장은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은 30분 만에 파괴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 202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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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 바이든, 우크라 ‘깜짝 방문’… 젤렌스키 부인 만나 “지원” 강조

    러시아가 9일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기리는 ‘전승절’에 핵전쟁을 대비해 개발한 공중 지휘통제기 등이 포함된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해 서방에 사실상 핵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6일 보도했다. 일명 ‘둠스데이(Doomsday·지구 멸망일)’로도 불리는 이 지휘통제기는 지상의 지휘통제센터가 파괴됐을 때 대통령,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가 탑승하는 비행기로 첨단 통신장비와 생존시설을 보유해 핵폭발에도 견디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기가 9일 실제 모습을 드러내면 2010년 전승절 이후 12년 만에 다시 등장하는 것으로 핵무기 사용을 위협한 일종의 최후통첩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일 수도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서 둠스데이, 초음속 전투기, 전략폭격기, 탱크, 로켓,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병사 1만 명 이상을 동원한 열병식을 주재하고 ‘위대한 러시아’를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도 관심거리다. 서방은 전면전을 선언하고 대규모 징집령을 내릴 것이란 관측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등에 대한 장악을 ‘승리’라고 자축할 가능성을 동시에 제기하고 있다. 푸틴의 연설비서관 출신인 정치평론가 아바스 갈랴모프는 7일 BBC에 “푸틴의 승리 전략은 ‘완전한 광인(狂人)’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가 전술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다”고 했다. 러시아는 2014년 강제병합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인 남부 헤르손 지역을 영토로 편입하는 방안에도 착수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6일 터키제 ‘바이락타르TB2’ 드론을 이용해 흑해 즈미니섬 인근의 러시아군 세르나급 상륙정 1척을 격침했다며 관련 동영상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13일에도 러시아 군함 모스크바호에 미사일 공격을 가해 사실상 격침했다. 가디언 등은 우크라이나군이 수도 키이우 탈환에 이어 제2도시인 동부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내고 있다며 곧 장악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부인인 질 여사는 8일 슬로바키아와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 서부 우즈호로드를 찾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여사와 만났다. 우크라이나에 2시간가량 머문 질 여사는 우크라이나 지원 의사를 거듭 강조했다. 질 여사의 이례적인 전격 방문에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가능성도 주목된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또한 이날 키이우 인근 이르핀을 찾아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현장을 둘러봤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 202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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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軍, 마리우폴 제철소 진입 ‘혈전’… 9일 전승절 앞두고 총공세

    “혈전(血戰·bloody battles)이 벌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최후 항전을 벌이는 데니스 프로코펜코 우크라이나군 아조우연대장은 4일 전황을 이렇게 밝혔다. 프로코펜코 연대장은 이날 텔레그램으로 “러시아군이 제철소 단지 안으로 진입했고 이를 막기 위해 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상황이 매우 어렵다”고 호소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동남부를 중심으로 거세게 공격했다. 외신은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인 9일까지 소기의 성과를 올리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의도”라고 분석했다.○ “최후 항전 제철소, 지옥으로 변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이날 아조우스탈 제철소 단지 안에서도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교전이 계속됐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현지 언론에 “제철소 내부에 어린이 30명 등 민간인 수백 명이 있지만 탱크, 자주포에 군함, 전투기까지 동원한 러시아군의 공격에 연락이 끊어져 생사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조우스탈 공격은 밤새 이어져 5일까지 계속됐다. 페트로 안드리우슈첸코 마리우폴 시장 보좌관은 “마리우폴에서 마지막 자유가 남은 11km²(약 332만평·제철소 면적)가 지옥으로 변했다”고 밝혔다.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이날 제철소 내 민간인 300여 명을 대피시켰다. 러시아군은 동부 돈바스 지역뿐만 아니라 수도 키이우, 서부 르비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주요 거점지역의 철도, 발전소 등 인프라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하루 50회 넘게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5일 중남부의 비행장과 탄약고가 파괴되고 우크라이나군 600명이 전사했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외교장관도 “우크라이나를 공포에 떨게 하려는 ‘미사일 테러리즘’”이라고 비난했다. 영국 BBC는 “서방이 지원한 무기 수송에 필수적인 공급망을 파괴해 우크라이나인의 항전 의지를 꺾으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민간인 피해도 더 커지고 있다. AP통신은 “3월 17일 마리우폴 극장 폭격 사망자가 당초 추정의 2배 수준인 600여 명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 러 “돈바스 독립은 이미 확정” BBC는 급격히 거세진 러시아군의 공세는 9일 ‘전승절’을 의식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리우폴을 비롯한 돈바스 지역을 완전 점령해 이날 성과로 발표하려는 계획이라는 얘기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키이우 등에서 퇴각하면서 동부 돈바스 지역 해방이 제2단계 전략 목표라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오히려 점령지 일부를 내주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군이 남부 헤르손과 미콜라이우 외곽 점령지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제2도시인 북서부 하르키우 주변 지역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푸틴은 전승절에 전쟁 성과를 과시해 자국 국민에게 명분 있는 전쟁임을 알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스페인 ABC방송 인터뷰에서 “크림반도 병합과 돈바스 지역 독립은 이미 확정된 현실”이라며 “우크라이나와 국제사회가 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러시아 정부는 푸틴 대통령이 9일 우크라이나와의 전면전을 공식 선포하면서 공격을 강화할 수 있다는 미국 및 서방의 예측은 부인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등의 지원은 더 정교해지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돈바스 작전 계획을 비롯해 러시아군 동향 관련 실시간 군사정보를 우크라이나군에 은밀하게 제공하고 있다”며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 장성이 이례적으로 12명이나 사살된 배경이라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이날 러시아투데이(RT)를 비롯한 러시아 국영 언론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독일 또한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자주포 7대를 공급하기로 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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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軍, 발트해 연안서 전술핵 공격 훈련… “푸틴, 실제 쓸수도”

    러시아군이 4일(현지 시간) 발트해에 있는 자국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서 전술핵탄두 탑재 미사일 공격 시뮬레이션 훈련을 처음 실시했다. 미국 등 서방과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술핵무기를 실제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교착 상태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방의 대규모 군사 지원, 핀란드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을 일거에 타개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칼리닌그라드에서 가상 적군을 상정한 후 핵탄두를 탑재한 이동식 이스칸데르 단거리미사일로 타격하는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병력 100명 이상을 동원한 이번 시뮬레이션에서는 이스칸데르 발사 후 적의 보복 공격을 피하기 위해 발사 위치를 옮기는 훈련도 시행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이번 핵 공격 훈련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70여 일 만에 처음 이뤄졌다. 러시아 서쪽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있는 칼리닌그라드는 이르면 이달 중 나토 가입 신청을 공식 발표할 스웨덴 핀란드와 발트해를 사이에 두고 있다. 이곳에는 핵무기 저장시설을 비롯해 최고속도 마하6(초속 2.1km)인 이스칸데르가 2018년부터 배치돼 있다. 미국 등 서방 당국과 전문가들은 지난달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중북부에서 퇴각하고 동남부 총공세에 나서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빌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 가능성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고 했다. 영국 BBC는 “궁지에 몰리고 있다고 느낀 푸틴이 교착 상태를 깨거나 패배를 피하기 위해 전술 핵무기를 ‘게임체인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푸틴은 핵무기를 사용하면 전략적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보도했다. 전쟁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고 러시아군 피해가 가중될수록 푸틴이 단번에 전황을 뒤집을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었다. 전술핵무기는 작은 규모의 지역에 상대적으로 적은 인명 피해를 내는 소형 핵미사일 또는 핵지뢰 등을 가리킨다. 상대국 기반을 붕괴시키기 위한 전략핵무기와 다르다. 러시아가 핵 공격을 한다면 국제사회 여론과 국경을 접한 자국 피해를 고려해 1kt(킬로톤·TNT 1000t의 폭발력) 이하 소형 핵탄두를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 파괴력의 15분의 1 수준이다. 4일 러시아군 Mi-17 헬리콥터가 핀란드 영공을 5km가량 침범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러시아 정찰기가 스웨덴 영공을 침범했다. 이르면 이달 중순 나토 동시 가입 계획을 발표할 두 나라 견제에 나선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분석했다. 안 린데 스웨덴 외교장관은 4일 “나토 가입 신청서를 제출할 경우 미국이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적어도 1년은 걸릴 나토 가입 절차 과정에서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미국이 함께 방어해준다는 약속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이날 러시아 태평양함대는 동해상에서 적 잠수함을 탐지·파괴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인 일본을 겨냥한 훈련으로 풀이된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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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軍, 핵공격 모의훈련… “궁지 몰린 푸틴, 전술핵 사용 가능성↑”

    러시아군이 4일(현지 시간) 발트해에 있는 자국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서 전술핵탄두 탑재 미사일 공격 시뮬레이션 훈련을 전격 실시했다. 미국 등 서방과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술핵무기를 실제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교착 상태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방의 대규모 군사 지원, 핀란드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을 일거에 타개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칼리닌그라드에서 가상 적군을 상정한 후 핵탄두를 탑재한 이동식 이스칸데르 단거리미사일로 타격하는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병력 100명 이상을 동원한 이번 시뮬레이션에서는 이스칸데르 발사 후 적의 보복 공격을 피하기 위해 발사 위치를 옮기는 훈련도 시행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이번 핵 공격 훈련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70여일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러시아 서쪽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있는 칼리닌그라드는 이르면 이달 중 나토 가입 신청을 공식 발표할 스웨덴 핀란드와 발트해를 사이에 두고 있다. 이곳에는 핵무기 저장시설을 비롯해 최고속도 마하6(초속 2.1Km)인 이스칸데르가 2018년부터 배치돼 있다. 미국 등 서방 당국과 전문가들은 지난달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중북부에서 퇴각하고 동남부 총공세에 나서자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빌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 가능성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고 했다. 영국 BBC는 “궁지에 몰리고 있다고 느낀 푸틴이 교착 상태를 깨거나 패배를 피하기 위해 전술 핵무기를 ‘게임체인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푸틴은 핵무기를 사용하면 전략적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보도했다. 전쟁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고 러시아군 피해가 가중될수록 푸틴이 단번에 전황을 뒤집을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었다. 전술핵무기는 작은 규모의 지역에 상대적으로 적은 인명피해를 내는 소형 핵미사일 또는 핵지뢰 등을 가리킨다. 상대국 기반을 붕괴시키기 위한 전략핵무기와 다르다. 러시아가 핵 공격을 한다면 국제사회 여론과 국경을 접한 자국 피해를 고려해 1kt(TNT 1000t의 폭발력) 이하 소형 핵탄두를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 파괴력의 15분의 1 수준이다. 중립노선인 핀란드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것도 러시아의 전술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3일 러시아군 Mi-17 헬리콥터가 핀란드 영공을 5㎞가량 침범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러시아 정찰기가 스웨덴 영공을 침범했다. 이르면 이달 중순 나토 동시 가입 계획을 발표할 두 나라 견제에 나선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분석했다. 앤 린데 스웨덴 외무장관은 4일 “나토 가입 신청서를 제출할 경우 미국이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적어도 1년은 걸릴 나토 가입 절차 과정에서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미국이 함께 방어해준다는 약속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이날 러시아 태평양함대는 동해상에서 적 잠수함을 탐지·파괴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인 일본을 겨냥한 훈련으로 풀이된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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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 집행위 “연말까지 러 원유수입 전면금지” 새 제재안 발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올해 말까지 러시아 원유와 석유 제품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대러시아 6차 제재안을 4일 발표했다. 같은 날 흑해에 주둔 중인 러시아군 잠수함은 칼리브르 대함 미사일 2발을 발사해 우크라이나의 지상 목표물을 타격하는 동영상을 공개하고, 러시아의 우방 벨라루스 또한 군사 훈련을 시작하는 등 서방과 러시아의 확전 양상이 뚜렷하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군수물자가 표적”이라고 경고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잔인한 공격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러시아 최대 은행 스베르은행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퇴출, 러시아 국영방송 3곳의 EU 내 방송 금지, 러시아의 침공을 지지한 러시아정교회의 수장 키릴 총대주교에 대한 개인 제재 등이 포함된 새 제재안을 제안했다. 다만 27개 회원국 중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 등이 반대하고 있어 유럽의회를 통과할지는 알 수 없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3일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의 ‘재블린 미사일’ 생산 공장을 찾아 현 사태가 “민주주의와 독재의 전쟁”이라며 우크라이나를 계속 돕겠다고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역시 이날 서방 지도자 최초로 우크라이나 의회에서 화상 연설을 하며 지원 의사를 밝혔다. 4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 조력자 노릇을 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가 이날 대규모 군사 훈련을 시작했다. 쇼이구 장관 또한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계속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며 반드시 파괴하겠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3일 폴란드와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 내 발전소 3곳까지 공격해 르비우 일대의 전기 공급이 끊겼다. 역시 폴란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도착하는 서방의 군수물자 지원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의 일부 주민을 8000km나 떨어진 시베리아 등 변방의 극동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켜 노역에 동원한 정황도 드러났다. 옛 소련이 연해주 일대 고려인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킨 것과 판박이다. CNN 등에 따르면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3일 “러시아군이 마리우폴 시민 4만 명을 러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이 중 일부를 시베리아 등으로 끌고 가 강제로 이민 증명서를 발급한 후 노동을 시키고 있다”고 폭로했다. 경제가 낙후된 지역의 부족한 노동력을 보강하고 이들을 인질 삼아 향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려는 의도이며 명백한 전쟁 범죄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수도 키이우 인근 이르핀에서도 290구의 민간인 시신이 추가로 발견돼 러시아군의 만행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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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마리우폴 주민 4만명 시베리아·사할린섬 등으로 강제 이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 주민 4만 명을 8000km 떨어진 시베리아, 사할린섬 등으로 변방의 극동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켜 노역에 동원한 정황이 드러났다. 옛 소련이 연해주 일대 고려인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킨 것과 판박이다. 러시아군이 봉쇄중인 마리우폴 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는 습기찬 지하실에서 시체가 썩어나가는 처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제철소 생존자들이 증언했다. CNN 등에 따르면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3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군이 마리우폴 시민 4만 명을 시베리아 등으로 끌고 가 강제로 이민 증명서를 발급한 후 노동을 시키고 있다”고 폭로했다.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낙후된 지역으로 이주시켜 부족한 노동력을 보강하는 동시에 이들을 인질삼아 추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BBC는 러시아군이 체첸 침공 때도 수천 명의 민간인을 러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며 “강제 이주는 명백한 전쟁 범죄”라고 비판했다. 최근 러시아가 민간인 대피를 허용한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탈출한 시민 127명은 3일 남동부 자포리자에 도착했다. 이들은 나치 독일도 이 정도로 민간인을 탄압하지 않았다며 제철소 상황이 지옥을 방불케 한다고 전했다. 제철소 직원 세르게이 쿠즈멘코 씨는 CNN에 “2개월 째 환기가 되지 않는 습기가 많은 지하 벙커에서 시체가 썩어갔다. 다친 군인도 가득하다”고 참상을 전했다. 아직 200명의 민간인이 통조림, 설탕 등으로 연명하고 있다고도 했다. 3일 수도 키이우 인근 이르핀에서는 290구의 민간인 시신이 추가로 발견돼 러시아의 만행이 거듭 지탄받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날 폴란드와 국경을 접한 서부 르비우 내 발전소 3곳도 공격해 도시 대부분의 전기 공급이 끊어졌다. 폴란드 등을 거쳐 보급되는 서방의 군수물자 지원을 막기 위한 공격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3일 남부 앨라배마주에 있는 록히드마틴 공장을 찾아 현 사태가 “민주주의와 독재의 전쟁”이라며 우크라이나 지원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 이 공장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유용하게 쓰고 있는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이 생산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역시 이날 서방 지도자 중 최초로 우크라이나 의회에서 화상 연설을 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명연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것이며 지금이 ‘최고의 시간(finest hour)’”이라고 강조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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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러 제재 동참국에 상품-원자재 수출 금지”… 보복제재 서명

    러시아가 이달 중순 가짜 주민투표를 통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와 남부 헤르손을 강제 병합하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미국 정부가 밝혔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클 카펜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주재 미국대사는 2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이달 중순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세운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내에서 러시아 연방 가입을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치를 것이라는 매우 신뢰할 만한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점령 중인 헤르손에서 같은 방식으로 주민투표를 치르는 계획을 고려하고 있다. 이 선거들은 조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가짜 주민투표 후 병합” 크림반도 재연영국 가디언은 주민투표 날짜를 14, 15일로 예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점령지에서 주민투표를 조작한 후 자국 영토로 편입시키는 작전은 2014년 크림반도 병합의 재연”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2014년 3월 크림반도 내 친러 세력이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선언하자 며칠 뒤 주민투표를 거쳐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다. 가디언은 “러시아가 동남부 점령지들을 이어 ‘준(準)국가’라고 주장한 후 분단을 시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등 서방 당국자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르면 9일 예비군 총동원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을 공식 선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이 3일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금까지는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을 수행한다고 주장해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에 “지난달 만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러시아가 9일 전쟁을 끝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내용은 엇갈리지만 러시아가 자국의 제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일인 9일부터 어떤 방식으로든 국면을 대전환할 것이라는 징후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韓, 러 보복 대상 되면 타격 불가피푸틴 대통령은 3일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국가들의 기업과 개인들에 러시아산 상품과 원자재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보복 제재 성격의 ‘특별 경제조치 적용에 관한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제재 대상과의 통상, 금융 거래까지 금지해 모든 경제 교류를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앞으로 10일 동안 구체적인 제재 대상 명단을 확정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제재 대상과 목록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한국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석유화학 제품 제조원가의 70%를 차지하는 나프타를 비롯해 유·무연탄과 철강, 반도체 소재 등 원자재와 수산물에 대한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편이어서 이런 품목들에 대한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타격이 예상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량 규모가 43억8302만 달러(약 5조3000억 원)로 가장 컸다. 스테인리스강을 만들 때 필요한 페로실리코크로뮴은 92.9%가 러시아산이었다. 반도체 소재 중에서는 팔라듐의 의존도가 33.2%로 높았다. 수산물도 러시아 의존도가 두드러졌다. 대게(2억3114만 달러)는 수입품의 100%가 러시아산이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제논, 네온 등 반도체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원자재들의 경우 대안들을 마련해 놓았지만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석유 수입 금지를 포함한 EU의 6번째 러시아 제재 구체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러시아는 4일까지 채권자 계좌에 총 6억4900만 달러(약 8200억 원)의 국채 이자 지불 2건을 송금하지 못하면 104년 만의 첫 국가 부도(디폴트) 상태가 된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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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 못쓰는 러 탱크, 포탑 튀어오르는 구조적 결함 탓”

    세계 2위의 군사대국인 러시아의 탱크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졸전을 거듭하는 주요 원인은 탱크에 공격이 가해지면 내부의 포탄이 폭발해 포탑이 튀어 오르는 구조적 결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 러시아군 주력 탱크 T-72에서 ‘잭 인 더 박스(Jack in the box)’ 현상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잭 인 더 박스’는 상자 뚜껑이 열리면 안에 있던 인형이 갑자기 튀어 오르는 장난감이다. 탱크가 공격을 받으면 포와 사수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갑 구조물인 포탑이 통째로 하늘로 튀어 오르는 상황을 빗댄 것이다. 1971년 양산된 소련제 T-72 탱크는 탄환이 포탑과 포격병, 지휘병 바로 아래 저장된다. 미국이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한 재블린 등 대전차 미사일이 T-72의 비교적 얇은 측면 장갑을 관통해 내부에 저장돼 있던 탄환에 맞으면 연쇄 폭발이 일어난다. 탱크 내부에 있던 병사는 사망하고 포탑은 공중으로 날아간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탱크의 이 같은 결함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비해 미국의 M1 에이브럼스, 독일 레오파르트2 등 서방의 최신 주력 탱크들은 발사용 탄환이 운전병과 지휘병의 등 뒤로 떨어져 있고 보호막도 있다. 러시아군에 만연한 방산 비리로 장갑차에 중국산 저가 타이어가 사용되면서 진군이 느려지는 사태가 속출했다고 데일리메일은 보도했다. 러시아군 장갑차에 장착된 중국산 타이어 ‘황해 YS20’은 서방이 사용하는 미슐랭 XZL 타이어를 모방한 ‘짝퉁’으로 가격이 150분의 1에 불과하다. 러시아군의 부진이 이어지자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참모총장은 지난달 30일 동부 최전선이자 점령지인 이줌시를 방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위축된 전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이례적으로 참모총장이 최전방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게라시모프 참모총장이 러시아로 돌아간 직후 이곳을 공격해 장군 1명 등 러시아군 20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데일리메일은 “게라시모프 참모총장이 이줌시에서 다리와 엉덩이에 파편이 박히는 부상을 입고 황급히 귀국했다”고 보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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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軍 졸전 원인은 탱크…진격 느려진 ‘치명적 결함’ 있었다

    세계 2위의 군사대국인 러시아의 탱크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졸전을 거듭하는 주요 원인은 탱크에 공격이 가해지면 내부의 포탄이 폭발해 포탑이 튀어 오르는 구조적 결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 러시아군 주력 탱크 T-72에서 ‘잭 인 더 박스(Jack in the box)’ 현상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잭 인 더 박스’는 상자 뚜껑이 열리면 안에 있던 인형이 갑자기 튀어 오르는 장난감이다. 탱크가 공격을 받으면 포와 사수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갑구조물인 포탑이 통째로 하늘로 튀어 오르는 상황을 빗댄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1971년 양산된 소련제 T-72 탱크는 탄환이 포탑과 포격병, 지휘병 바로 아래 저장된다. 미국이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한 재블린 등 대전차 미사일이 T-72의 비교적 얇은 측면 장갑을 관통해 내부에 저장돼있던 탄환에 맞으면 연쇄 폭발이 일어난다. 그 여파로 탱크 내부에 있던 병사는 사망하고 포탑은 공중으로 날아간다. 미 해군분석센터 사무엘 벤데트 고문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탱크의 이 같은 결함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미국의 M1 에이브람스, 독일 레오파르트2 등 서방 최신 주력 탱크들은 발사용 탄환이 운전병과 지휘병의 등 뒤로 떨어져 보관된다. 연쇄 폭발방지 장치가 설치돼있고, 승무병과 탄환 사이 보호막도 있다. 러시아군에 만연한 방산 비리로 장갑차에 중국산 저가 타이어를 사용되면서 진군이 느려지는 사태가 속출했다고 데일리메일은 보도했다. 러시아군 장갑차에 장착된 중국산 타이어 ‘황해 YS20’은 서방이 사용하는 미슐랭 XZL 타이어를 모방한 ‘짝퉁’으로 가격이 150분의 1에 불과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러시아 탱크 1000대 이상을 비롯해 전투 장갑 차량 2500대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의 부진이 이어지자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참모총장은 지난달 30일 동부 최전선이자 러시아군 점령지인 이지움시를 방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위축된 전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이례적으로 참모총장이 최전방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게라시모프 참모총장이 러시아로 돌아간 직후 이곳을 공격해 장군 1명을 포함해 러시아군 20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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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9일 우크라에 전면전 선언 가능성”… 전쟁 새 변곡점 될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을 맞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전’을 선언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2월 24일 침공 후 줄곧 ‘특별 군사작전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던 그가 지지부진한 전쟁 상황을 뒤집기 위해 공개적으로 계엄령 선포 같은 총력전을 선언할 것이란 의미다. 특히 지난달 25일 친러 세력이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장악하겠다고 선언한 후 맹공격을 퍼붓고 있음에도 돈바스에서조차 우크라이나군에 밀리는 상황이 전면전 선언을 부추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푸틴, 9일 전면전 선언 가능성”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지난달 28일 “푸틴 대통령이 이르면 5월 9일 전면전을 선포할 가능성이 있다. 그가 군사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몇 주 안에 국가총동원령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크라이나 내 나치주의자와의 전쟁을 주장했던 푸틴 대통령이 전면전을 선언하며 전 세계 나치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내세울 것으로도 내다봤다. 월리스 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침공 후 거의 모든 목표에서 실패했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이 국가총동원령 및 계엄령 등을 선포하면 예비군 소집은 물론 의무 징집 기간이 지난 병사에 대해서도 군복무를 연장시킬 수 있다. 러시아 내 반전 여론에 대한 강도 높은 통제 또한 가능해진다. 푸틴의 최측근인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가안보회의 서기 등 강경파들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장악 실패에 따른 러시아군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전면전 불사’를 강하게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러시아군은 지난달 30일 리만, 시예비예로도네츠크, 포파스나 등 돈바스 내 3개 지역을 비롯해 389개 지점을 포격했지만 함락에 실패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00대 이상의 러시아군 전투차량을 격파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남부 멜리토폴 박물관에서 고대 스키타이의 황금장신구 등 각종 유물을 의도적으로 약탈한 정황도 포착됐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행위 또한 중대한 전쟁범죄로 꼽힌다. 러시아군과의 최후 항전이 벌어지고 있는 남동부 마리우폴 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는 기저귀가 부족한 어린이들이 비닐백을 차고 있다고 BBC가 전했다.○ 러, 나토 가입 추진 스웨덴 영공 침범 서방 대 러시아의 확전 우려도 커졌다.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중립국 스웨덴에서는 지난달 29일 러시아 군용기가 무단 침입해 안보 불안 및 나토 가입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페테르 훌트크비스트 국방장관은 “영공 침입은 용납할 수 없다”며 러시아의 의도적 도발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스웨덴과 핀란드가 빠르면 이달 내 동시에 나토에 가입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 CNN은 전했다. 슬로바키아 또한 지난달 29일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군 전투기의 자국 내 영공 순찰을 허용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330억 달러(약 41조5000억 원)의 추가 예산안을 의회에 요청하는 등 우크라이나 지원에 속도를 높였다. 다만 미국이 러시아제 미사일 격파에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재블린 미사일’ 약 7000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면서 미국 내에서도 군수물자 고갈이 일어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미 대통령, 부통령에 이은 권력서열 3위 낸시 펠로시 의장 또한 지난달 30일 키이우를 찾아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났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 후 우크라이나 땅을 밟은 미 최고위 인사다. 펠로시 의장은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감사를 표하고자 왔다. 우리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방과의 확전 가능성이 높아지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양측 간 충돌이 일어나면 핵전쟁의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29일 러시아 국영 ‘페르비카날’ TV 또한 러시아가 핵미사일을 발사한 후 200초 안에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서구 주요 도시가 타격받는 시뮬레이션 영상을 공개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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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팍팍한 삶 앞에는 ‘톨레랑스’도 없다 [특파원칼럼/김윤종]

    ‘톨레랑스(tolerance·관용)’의 나라 프랑스에 ‘극우’가 왜 이렇게 득세하게 됐나?’ 지난달 24일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중도 성향의 마크롱 대통령은 58.5%를 득표해 41.5%를 얻은 극우 마린 르펜 국민연합 후보에 승리했다.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 언론들은 마크롱의 재선보다, 오히려 극우 대선 후보가 프랑스 사상 최초로 지지율 40%를 돌파한 이유를 집중 조명했다. 기자 또한 ‘자유 평등 박애’로 대표되는 시민혁명을 이룬 프랑스, 2차 세계대전 나치 점령으로 인종차별, 배타주의를 혐오했던 프랑스인들이 반(反)이민, 반유럽연합(EU)을 내건 극우 후보를 절반 가까이 선호한 ‘보다 본질적인’ 원인이 궁금했다. 르펜 지지율이 가장 높은 파리 13구부터 찾아갔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질문을 해도 정치적 성향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은 반면 청년들은 거침없이 “르펜이나 마크롱 둘 다 싫다”며 “생활이 힘들다 보니 민생 공약이 많은 르펜이 나아 보였다”고 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 프랑스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8.3%나 떨어졌다. 2차 대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지난해에는 2만7285개 기업이 파산했고, 빈곤층이 100만여 명 증가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5.4%로 유로화를 도입한 2002년 이후 최고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외교에 몰두한 마크롱과 달리 르펜이 팍팍해진 민생을 공략하고 나선 배경이다. 그는 파스타, 휴지 등 생필품 가격 인하를 비롯해 휘발유, 가스, 전기 등 에너지 부가가치세 인하, 저소득층·30대 이하 세금 감면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결선투표를 분석해보니 노동자, 구직자, 월 순소득 1250유로(약 167만 원) 미만 가구에서는 르펜이 56∼65%의 득표를 얻어 마크롱을 제쳤다. 이민 2, 3세대 중 상당수도 오히려 르펜을 지지했을 정도. 프랑스 전체 빈곤율이 8∼10% 초반인 반면 이민자 빈곤율은 20%를 넘는 탓이다. 이민자 실업률도 13∼17%로, 전체 평균(7% 내외)의 2배나 된다. 물론 르펜이 이민자에 대한 적대심리를 악용해 확고한 지지층을 구축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는 르펜만의 점유물이 아니다. 마크롱 또한 임기 중 무슬림 활동에 대한 정부 감독을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아프리카 국가 비자 발급을 대폭 축소했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르펜에게 “당신의 이민 정책은 너무 약하다”고 핀잔을 줬을 정도다. “르펜의 친서민 공약은 극우를 감추기 위한 사탕발림”이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40%가 넘는 득표율은 분명 그의 민생 정책에서 비롯됐다. 현지 언론들도 “반이민 공약이 더 이상 르펜 지지자들의 최고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먹고사는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르펜의 말이 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가올 6월 총선에선 극우정당이 더 약진하고, 차기 대선 혹은 차차기 대선에서 극우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는 예측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극우, 반이민 여부보다는 팍팍해진 서민의 삶을 이해하고 양극화를 줄이는 효율적인 민생 정책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이 차기 대통령에 가까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먹고사는 문제를 등한시하고 이념에 몰두하는 정치 지도자에 대한 프랑스인의 관용이 사라지고 있다. 비단 프랑스뿐만이 아닐 것이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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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번개처럼 보복할것”… 가스관 봉쇄 위협에 유럽 분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 “제3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여하면 번개처럼 빠르게 보복하겠다”며 확전을 위협했다. 러시아가 이날 폴란드와 불가리아로 향하는 가스관을 잠근 가운데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중단을 둘러싼 유럽 내부의 분열 또한 깊어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 나라에 대한 가스 공급 중단이 에너지를 무기 삼아 유럽을 ‘분할 통치(divide and rule)’하려는 러시아의 전략이라고 평했다. 이 여파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등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이 마르지 않아 현 사태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러 에너지 무기화에 유럽 분열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7일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의회 연설에서 “외부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에 개입하면 번개같이 빠르게 대응하겠다. 우리는 보복을 위한 모든 수단을 갖고 있으며 필요하면 사용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대통령실) 대변인은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루블화 결제를 거부하면 다른 유럽국에도 공급을 끊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둘러싼 유럽 내부의 분열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기업 에니, 독일 에너지기업 유니퍼, 오스트리아 석유회사 OMV 등 최소 14개 이상의 유럽 기업이 러시아산 가스 대금을 루블로 이미 지급했거나 러시아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교장관은 “가스의 85%, 석유의 65%를 러시아에서 공급받고 있다. 러시아를 대체할 에너지 공급원을 찾지 못했다”며 루블 결제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함께 러시아 제재에 가장 앞장섰던 영국 또한 분열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영국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2억7600만 달러(약 3450억 원)에 달하는 원유 190만 배럴을 수입했다고 폭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역시 러시아가 침공 후에도 EU에 620억 유로(약 83조 원)어치의 에너지를 판매했고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러시아 정부의 수입 또한 늘었다고 지적했다.○ 천연가스값 급등에 EU 경제 타격27일 EU 내 천연가스 가격은 MWh(메가와트시)당 107.43유로로 전일 대비 4.1% 올랐다. 장중 한때 24% 급등했다. 미 달러에 대한 유로화 가치도 이날 장중 한때 1.0515달러를 기록해 2017년 5월 이후 5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을 포함해 주요국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워낙 높은 탓에 공급 중단 우려가 커지면 EU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독일연방은행은 “러시아산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면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5%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일 정부는 27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2.2%로 낮췄다. 미국과 서방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미 에너지부는 27일 엑손모빌 등 자국 에너지기업에 하루 250만 가구의 난방이 가능한 5억 세제곱피트(약 1415만 m³)의 천연가스 수출을 추가로 허용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8일 미 의회에 우크라이나 지원 추가 예산을 요청하고 다음 달 3일 앨라배마주에 있는 록히드마틴 공장을 찾는다. 러시아 미사일 격퇴에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재블린’ 미사일의 제조 시설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 추가 제재를 시사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또한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체 에너지를 수급했다. EU 회원국 사이에 분열의 씨를 뿌리려는 러시아의 시도는 다시 실패했다”며 회원국에 루블화로 가스값을 지불하지 말라고 권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2-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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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제재 맞서 ‘에너지 무기화’… 폴란드-불가리아 가스공급 중단

    러시아가 27일 폴란드와 불가리아를 상대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지원과 대러 제재에 맞서 ‘에너지 무기화’로 보복을 본격화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주요국에 대한 첫 에너지 차단”이라며 “다른 유럽국들에 대한 경고”라고 평가했다. 이날 가스 공급 중단으로 유럽 가스 가격이 MWh(메가와트시)당 17% 급등해 108.45유로(약 14만5200원)에 거래됐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4월부터 액화천연가스(LNG) 물량 일부를 유럽연합(EU)으로 돌리고 있다. 정부는 한국의 LNG 수급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미국과 EU 등의 협조 요청이 이어지며 일부 물량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이날 폴란드 천연가스 업체 PGNiG에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 중단을 통보했다. 폴란드가 올해 가스프롬과 계약한 천연가스 물량은 약 10억 m³. 폴란드의 연간 천연가스 소비량의 50%에 달한다. 천연가스 수입량의 90%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불가리아 국영 가스업체 불가르가스도 이날 공급 중단 통보를 받았다. 폴란드와 불가리아 측은 가스 대금을 러시아 루블로 결제하기를 거부하자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공급을 중단한 것이라고 26일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받을 때 달러나 유로 대신 루블로 결제하라고 요구하며 이달 22일을 첫 시행일로 못 박았다. 폴란드를 비롯한 EU는 계약대로 유로화나 달러화로 결제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독일 dpa통신은 “가스 대금을 정확히 냈음에도 러시아가 공급을 중단한 것은 사실상 보복 조치”라고 평가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현재 가스 저장고의 76%가 차 있다”며 “러시아의 협박에 맞서 공급처를 다양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은 “독일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비중은 35%였지만 현재는 12%”라며 “러시아산 원유로부터 수일 내 자립이 가능해 수입 금지 조치도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EU도 2027년까지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의존도를 ‘제로(0)’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EU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는 천연가스의 경우 40%가 넘고, 원유는 20%가량이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22-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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