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

김윤종 부장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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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먼 나라’ 같지만 한국의 미래상이 담겨있는 ‘이웃나라’입니다. 저와 함께 뉴스의 ‘배낭여행’을 함께 떠나실까요?

zozo@donga.com

취재분야

2024-04-09~202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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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외교 “3차 대전땐 파멸적 핵전쟁 될 것”

    러시아 전투기와 헬기가 2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 스웨덴 영공을 침범했다. 지난달 28일 러시아 항공기의 자국 운항을 금지한 스웨덴은 중립국임에도 우크라이나에 대전차용 바주카포 등 무기 5000여 점을 지원했다. 스웨덴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나토와 협력해 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나토까지 위협할 수 있음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침범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스웨덴군에 따르면 러시아군 수호이(Su)-27 2대와 Su-24 2대가 발트해 고틀란드섬 동쪽 영공을 침범했고 스웨덴 공군 전투기가 대응 출동하자 러시아 전투기들은 곧 영공을 빠져나갔다. 특히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핵전쟁 가능성을 질문 받고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파멸적인 핵전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핵지휘통제기의 비행 횟수를 늘려 러시아의 위협에 대처하고 있다. 미 CNN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하루 전인 지난달 23일부터 핵지휘통제기 ‘보잉 E-6머큐리’의 비행 횟수가 늘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침공을 적극 돕고 있는 벨라루스의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1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이 표시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도 앞에서 연설을 했다. 이 지도에 우크라이나 서부 국가인 몰도바 내 친러 반군 점령지인 트란스니스트리아까지 점령 목표지로 표시됐다. 외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몰도바까지 침략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비밀계획’을 누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부도미에시=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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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공 1주만에 난민 100만명… “전례 없는 수준”

    “우크라이나 피란민이 동포를 도와야만 한다. 난민이 급증해 폴란드 자원봉사자만으로는 부족하다.” 2일 폴란드 남동부에 위치한 부도미에시 국경검문소를 찾았다. 인근 푸드트럭에서 우크라이나 피란민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있는 우크라이나인 자원봉사자 안나 씨(25)를 만났다. 그는 거듭 “따뜻한 식사와 음료가 모두 공짜”라고 외쳤다. 주변에는 동포들에게 나눠줄 대형 텐트, 생수, 의류, 담요, 기저귀 등 각종 생필품 보관소도 있었다. 안나 씨는 원래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 거주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흘째인 지난달 26일 폴란드로 넘어왔다. 원래 폴란드 내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 했지만 동포들의 어려움을 보자 돕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이에 폴란드인이 조직한 봉사단체에 합류해 피란민 지원에 나섰다. 2일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후 일주일 만에 100만 명이 우크라이나를 탈출했다. 우크라이나 전체 국민(약 4400만 명)의 9%인 400만 명이 떠날 수도 있다고 추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시리아 내전(560만 명)을 넘는 사상 최대의 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필리포 그란디 UNHCR 사무총장은 “이런 수치는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폴란드는 남동부 국경지대뿐 아니라 수도 바르샤바를 비롯해 전국에 27개의 피란민 수용시설, 22개 피란민 정보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피란민에게 필요한 정보 제공을 위한 인터넷 홈페이지도 개설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도보로 폴란드를 통과할 수 있는 검문소는 당초 메디카, 코르초바 두 곳에 불과했지만 현재 부도미에시, 크로시엔코, 돌호비초프 등 8곳으로 늘었다. 피란민들은 일제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성토하고 규탄했다. 부도미에시 국경검문소에서 만난 엠버시 씨는 “가족들이 아직도 국경을 넘지 못해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러시아의 명분 없는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된 것을 생각하면 분노가 차오른다. 러시아인이 나서서 푸틴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부도미에시=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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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3차대전 일어나면 파멸적인 핵전쟁 될 것” 전세계 위협

    러시아 전투기와 헬기가 2일(현지 시간) 스웨덴과 일본 영공을 잇따라 침범했다. 지난달 28일 러시아 항공기의 자국 영공 운항을 금지한 스웨덴은 우크라이나에 대전차용 바주카포 등 무기 5000여 점을 지원했다. 스웨덴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은 아니지만 나토와 협력해온 만큼 러시아가 전선을 나토로 넓힐 수 있다고 위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스웨덴군은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군 수호이(Su)-27 2대와 Su-24 2대가 발트해 스웨덴 고틀란드 섬 동쪽 영공을 침범했다”고 밝혔다. 스웨덴 공군 전투기가 대응 출동하자 러시아 전투기들은 영공을 빠져나갔다. 특히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핵전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파멸적인 핵전쟁이 될 것”이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물어보는 게 낫다. 그는 ‘만일 우리가 (대러) 제재의 길을 가지 않았다면 대안은 3차대전이 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크라이나 핵무장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러시아의 지속적인 핵 위협 속에 미국은 핵지휘통제기의 하루 비행 횟수를 늘렸다. 미 CNN 방송은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하루 전부터 핵지휘통제기 보잉 E-6머큐리 비행 횟수가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이날 러시아 소속으로 추정되는 헬기 1대가 홋카이도 네무로반도 앞바다의 일본 영공을 침범해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긴급 발진했다고 밝혔다. 브워다바=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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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벨라루스 접경 “파병 집결” 軍헬기 굉음… “민간인 떠나라” 검문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습니다.” 1일 오후 4시 폴란드 동부 국경마을 브워다바에 진입하려 하자 경찰이 기자가 탄 차량을 막아섰다. 군사보호구역이 아닌 일반도로인데도 왜 진입을 막느냐고 묻자 경찰은 “지역주민이거나 정부 허가증이 있어야만 접근이 허용된다”고 했다. 경찰은 기자를 차량에서 내리게 한 후 신분증, 프레스카드, 카메라, 스마트폰 등을 꼼꼼히 검사했다. 어딘가와 통화를 한 후 “언론 취재도 국경수비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지역에서 빨리 나가라”며 쫓아냈다.○ 삼엄한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이 마을은 친러시아 국가인 벨라루스 국경과 불과 1km 거리에 있다. 우크라이나와도 10km 거리에 불과하다. 벨라루스군이 이번 주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경비가 삼엄해진 것이다. 기자가 경찰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하늘에서는 계속 군용 헬기가 그 일대를 오가며 굉음을 냈다. 이 지역은 폴란드 정부 시행령에 따라 특별통제 관리구역으로 지정돼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다. 이날 지역 일대에는 벨라루스 군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을 돕기 위해 파병 준비를 마쳤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이날 “벨라루스 군대는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핀스크를 중심으로 집결했다”고 발표했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통하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위험한 사태가 발생하면 우리도 2, 3일 내에 병력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벨라루스 벨타통신은 전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전쟁에 관여하지 말아 달라”고 벨라루스에 호소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이날 트위터에 벨라루스군 33개 부대가 우크라이나에 진입했다는 글을 올렸다. 다만 미국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벨라루스 정부가 상정한 핵무장 허용 개헌안이 지난달 28일 국민투표로 통과되면서 국경지대 긴장이 더욱 높아졌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안토니 씨는 “벨라루스 때문에 이 지역도 한동안 시끄러워질 것 같다. 푸틴, 루카셴코 둘 다 싫다”고 말했다.○ 2일 2차 회담 앞두고 긴장감국가 간 군사력 비교지표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를 보면 벨라루스 군사력은 병사 45만 명(예비군 포함), 전투항공기 100대 이상, 탱크 600대 등으로 세계 53위다. 이라크, 헝가리 등과 유사한 수준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치열한 교전 중인 가운데 벨라루스군이 가세할 경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또 벨라루스가 러시아 동맹의 서부 최전선이라면 폴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부 최전선이다. 양국 간에는 미사일 배치 등을 두고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과의 대리전이 확산될 우려가 크다. 독일 싱크탱크인 유럽외교관계협회(ECFR)의 구스타프 그레셀 수석연구원은 “벨라루스군의 파병 움직임은 푸틴의 계획 중 일부이며 향후 벨라루스 때문에 더 많은 군사 충돌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벨라루스 국경 일대에선 2일 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2차 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 고문은 “2차 회담이 2일 밤 열릴 것”이라며 “이번이 두 번째지만 똑같을 것 같다. 우리는 우리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대표단도 “2일부터 우크라이나 협상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지난달 28일 벨라루스 남동부 고멜 지역에서 1차 회담을 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브워다바=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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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나비지뢰’까지 사용했나…‘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무기’

    “어린이 3명을 포함한 가족 5명이 차에서 산 채로 불탔다. (러시아군의) 공격 하루 만에 민간인이 적어도 9명 숨지고 37명이 크게 다쳤다.”(이고르 테레호프 하리코프 시장)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리코프의 민간인 거주 구역에 러시아군이 미사일 공격과 포격을 가했다. 이 포격에 집속탄이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리코프에서 러시아 군용기가 살포한 집속탄에 이른바 ‘나비 지뢰’가 담겨 있었다는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보도도 나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진공 폭탄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진공 폭탄은 ‘악마의 무기’라고 불린다. 모두 국제법으로 사용이 금지된 무기다. 미국 백악관은 진공 폭탄 사용 여부에 대해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사실이라면 전쟁범죄”라고 했다. 10만 명이 넘는 병력을 투입하고도 초기 고전을 면치 못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민간인에게까지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는 등 공격 강도를 높이면서 침공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과 1일 이틀간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하리코프 중심 ‘자유의 광장’과 주정부 청사 등이 파손됐고 중심가 건물 곳곳이 화염으로 가득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키예프 인근 보로i카의 재활시설을 포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이날 수도 키예프 인근으로 대규모 병력을 이동시켰다. 탱크, 장갑차, 병참 차량 등이 만든 약 64km의 행렬이 미국 민간 위성 기업 맥사의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미국은 키예프에서도 무차별 공격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1일 성명을 내고 “키예프의 보안국(SBU)과 심리특수전(PSO)센터 군사시설을 타격할 것”이라며 인근 주민은 떠나라고 경고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한 민족이라는 푸틴의 주장에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죽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이제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민간인 공격은 침공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자 조바심을 느낀 데서 비롯됐다는 것. 영국 BBC는 “러시아의 ‘좌절’이 더 무자비하게 공격하도록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침공 초이긴 하지만 예상 밖으로 고전 중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침공 나흘 이내에 키예프 등 주요 거점이 함락될 것으로 봤지만 결사 항전에 막혀 애를 먹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료 탄약 식량 등 병참 보급이 원활하지 않아 진격이 늦춰지는 사례도 발생했다. 연료가 없어 멈춰 선 러시아 탱크를 찍은 영상이 여기저기 나왔다. 3월 날씨가 따뜻해지면 얼었던 토양이 진흙탕으로 변해 전차 이동이 쉽지 않아 서두른다는 분석도 있다. NBC는 미 정보당국을 인용해 “푸틴이 침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것에 분노하며 측근들을 맹비난했다”고 전했다. 초기 작전에 실패한 푸틴이 과거 체첸이나 시리아 내전에서처럼 대량살상무기로 민간을 가리지 않는 고강도 공격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CNN은 미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푸틴은 대부분의 참모로부터 단절됐다. 자신의 분노를 달래줄 아첨꾼들과만 대화한다”고 전했다. 이날 첫 휴전회담에서 합의에 실패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조만간 2차 회담을 열기로 했다.진공 폭탄주변 산소를 빨아들인 뒤 일으키는 폭발의 고온 고압 화염이 수백m 반경에서 치명적 살상을 일으킨다.집속탄폭탄 안에 들어 있는 여러 개의 소형 폭탄이 폭발할 때 사방으로 퍼져 일대를 초토화시킨다. ‘모자(母子) 폭탄’으로도 불린다.나비 지뢰옛 소련이 개발한 나비 모양의 지뢰로 파편을 사방으로 터뜨려 살상 효과가 크다. 장난감으로 오인한 아이들이 주로 피해를 입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무기’로 불린다.메디카=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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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병사 “민간인을 목표로 공격… 엄마, 정말 힘들어요”

    ‘우크라이나인들이 우리를 파시스트라고 불러요. 엄마, 정말 힘들어요.’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유엔 우크라이나대사가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작전에 투입됐다가 사망한 러시아 병사의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 병사는 안부를 묻는 어머니에게 “저는 훈련에 참여 중인 게 아니라 진짜 전쟁이 일어나는 우크라이나에 있어요. 우크라이나인이 우리를 환영해줄 거라고 들었지만 그들은 우리 장갑차 아래 죽어가고 있어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러시아군 전차 아래로 우크라이나인들이 몸을 던지는 상황도 전했다. 특히 그는 “우리는 심지어 민간인을 목표로 공격하고 있어요”라며 자괴감을 드러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인을 나치즘으로부터 해방시킨다”는 선전전으로 군인들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지만 전투 현장에 투입된 병사들은 큰 혼란에 빠지며 사기 저하를 겪고 있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필사적인 저항에 직면한 푸틴 대통령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폴란드 국경으로 피란을 온 우크라이나인들은 “침공한 러시아 군인들이 우연히 우크라이나인들을 만나면 ‘나도 이런 전쟁이 싫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피란 온 로만 씨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한 다리만 건너면 가족, 친구, 지인인 경우가 많다”며 “러시아 병사 중 일부는 공격을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같은 슬라브 민족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형제의 나라’로 통한다.메디카=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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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우크라 사람들이 우리 장갑차 아래서 죽어가고 있어요”

    ‘우크라이나인들이 우리를 파시스트라고 불러요. 엄마, 정말 힘들어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세르지 키슬리차 주유엔 우크라이나 대사가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작전에 투입됐다가 사망한 러시아 병사의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 병사는 안부를 묻는 어머니에게 “저는 훈련에 참여 중인 게 아니라 진짜 전쟁이 일어나는 우크라이나에 있어요. 우크라이나인이 우리를 환영해줄 거라고 들었지만 그들은 우리 장갑차 아래 죽어가고 있어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러시아군 탱크 아래로 우크라이나인들이 몸을 던지는 상황도 전했다. 특히 그는 “우리는 심지어 민간인을 목표로 공격하고 있어요”라며 자괴감을 드러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인를 나치즘으로부터 해방시킨다”는 선전전으로 군인들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지만 전투 현장에 투입된 병사들은 큰 혼란을 겪으며 사기 저하를 겪고 있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필사 저항에 직면한 푸틴 대통령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폴란드 국경으로 피란을 온 우크라이나인들은 “침공한 러시아 군인들이 우연히 우크라이나인들을 만나면 ‘나도 이런 전쟁이 싫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피란 온 로만 씨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한 다리만 건너면 가족, 친구, 지인인 경우가 많다”며 “러시아 병사 중 일부는 공격을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같은 슬라브 민족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형제의 나라’로 통한다. 메디나=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 202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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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3대 핵전력’ 위협… 美 “오판 말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간) 서방에 대한 핵 위협을 본격화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핵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전날 핵무기 운용 부대에 특수전 임무 모드에 돌입하라고 명령한 데 이어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관장하는 전략로켓군,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을 보유한 북방·태평양 함대, 핵폭탄 탑재가 가능한 장거리 전략 핵폭격기를 운영하는 항공사령부 등 (3대 핵전력을 포함한) 모든 핵무기 부대가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핵전력을 강화하는 전투준비 태세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협상단이 러시아 침공 4일 만인 이날 우크라이나-벨라루스 국경 지역에서 휴전협상을 벌이던 중에 발표됐다. 전날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국경을 맞댄 친러시아 국가 벨라루스가 자국에 러시아 핵무기 배치를 허용하는 개헌안을 국민투표로 통과시켰다. 사실상 러시아의 핵무기 공식 반입을 허용하고 러시아 군대가 벨라루스에 영구 주둔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고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미국 국방부는 푸틴 대통령의 핵 위협 관련 문제를 논의할 실무급 접촉을 러시아에 요구했지만 러시아가 응답하지 않았다고 미 폴리티코가 전했다. 미 국방부는 전날 푸틴 대통령이 핵 위협 카드를 꺼낸 데 대해 “오판하면 상황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방부는 로이드 오스틴 장관과 마크 밀리 합동참모본부 의장, 토드 월터스 유럽사령관이 대응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벨라루스는 자국에 핵무기 배치를 허용하는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65.2%의 찬성으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국제금융결제망(SWIFT)·에너지 제재는 러시아를 제3차 세계대전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제재의 최종 결과는 핵 충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28일 회담 전 “즉각적인 휴전과 러시아군 철수”를 요구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와 항복을 주장해온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의 거센 저항에 부딪힌 러시아는 휴전협상을 앞둔 이날 오전에도 우크라이나 북부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공세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민간 위성사진 분석 결과 5km에 이르는 러시아 탱크와 자주포, 장갑차 행렬이 키예프 방향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제공권을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키예프 북쪽 29km 부근에서 답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러시아군을 키예프에서 격퇴했다”고 했고 키예프시 당국은 통행금지를 해제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메디나=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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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아있었구나”… 이산가족 상봉장 된 난민캠프

    “살아있었구나!” 지난달 27일 오후 7시경 우크라이나 서부에 접한 폴란드 남동부 메디카 국경검문소. 이미 짙은 어둠이 깔렸지만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태운 45인승 대형버스가 검문소 인근 공터로 들어설 때마다 종이박스를 찢어 만든 팻말을 든 사람들이 버스 주위로 몰려들었다. 버스에 탄 40대 여성 알렉산드라 씨는 창문 밖으로 팻말을 살펴보다 황급히 내렸다. 그는 곧바로 누군가를 껴안고 울먹였다.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고향을 먼저 떠난 남동생이었다. 남매는 울면서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도 같이 눈물을 글썽였다. 메디카처럼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 곳곳은 우크라이나 이산가족 상봉의 장이 됐다. 임시 난민 캠프로 변한 국경 도시의 기차역, 학교, 마을회관, 소방서 등은 우크라이나를 탈출하면서 연락이 끊긴 가족을 찾는 장소가 됐다. 생사를 몰라 애만 태우던 가족을 만난 피란민들이 얼싸안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어디에서든 목격할 수 있다. 피란민을 태운 버스 또한 국경검문소 공터 등에 설치된 임시 캠프까지 돌면서 먼저 국경을 넘은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가족을 찾을 때까지 임시 캠프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도 상당하다.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프에서 왔다는 로만 씨는 “사흘째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그나마 가족을 만난 사람들은 행운”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임시 캠프 주변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숙식 무료 제공’ ‘○○로 이동할 때 교통편 지원’ 등이 적힌 종이박스와 큰 도화지를 들고 피란민에게 다가서는 모습이 보였다. 생수, 의약품, 따뜻한 수프, 과자, 재킷, 아기 기저귀 같은 생활필수품은 물론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을 나눠주는 폴란드인도 적지 않았다. 대부분 우크라이나인을 돕기 위해 폴란드 전역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다. 피란민들에게 간식과 옷을 제공하던 자원봉사자 야신스카 씨는 “우크라이나 상황이 정말 안타깝다. 주변에도 이들을 돕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현장을 경비하는 폴란드 국경수비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후 이날까지 4일간 우크라이나 피란민 약 20만 명이 폴란드로 들어왔다. 마리우스 카민스키 폴란드 내무장관은 “향후 피란민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전국에 수용시설을 건립해 이들을 돕겠다”고 밝혔다. 유엔난민기구(UNHCR) 28일 성명을 통해 “현재까지 총 50만 명이 우크라이나를 탈출했다. 전 세계 모두가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메디나=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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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핵위협속 러-우크라 휴전협상…美 “핵 오판땐 위험” 경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에 대한 핵위협에 나서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핵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28일(현지시간) 휴전 협상을 시작한다. 우크라이나의 거센 저항에 부딪힌 러시아는 외교 협상을 앞두고 벨라루스군을 투입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등 주요 도시에 대한 공격을 쏟아 부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협상단은 이날 벨라루스 국경도시 고멜에서 회담을 연다. 이날 협상에서 러시아 대표단은 휴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금지(NATO·나토) 가입 포기 등을 요구할 전망이다. 서방은 회담 전부터 러시아가 사실상 우크라이나 항복 등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7일 “푸틴 대통령을 믿을 수 없다. 그의 진정성에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협상을 앞둔 이날 오전까지 우크라이나 북부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공세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군이 이날 새벽부터키예프와 하라키우, 체르니히브 등 우크라이나 북부 도시에 미사일 공격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같은 날 오전 민간 위성사진 분석 결과 이날 5㎞에 이르는 러시아 탱크와 자주포, 장갑차 행력이 수도 키예프 방향으로 이동하는 장면에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7일 오후 존슨 영국 총리와 통화에서 “앞으로 24시간이 가장 결정적인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서방은 푸틴 대통령이 27일 핵 운용부대에 특별 전투임무 돌입을 지시하는 등 핵위협 카드를 꺼내든데 대해 “오판하면 상황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한 조작된 위협”이라며 “완전히 불필요한 긴장 고조”라고 비판했다. 미 국방부는 이날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과 마크 밀리 합동참모본부 의장, 토드 월터스 유럽사령관이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를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하거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벨라루스에 배치해 서방에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국제금융결제망(SWIFT), 에너지 제재는 러시아를 3차 세계대전으로 몰아놓고 있다”며 “제재의 최종결과는 핵 충돌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벨라루스는 이날 자국에 핵무기 배치를 허용하는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65.16%의 찬성으로 통과됐다고 밝혔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코르초바=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 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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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5명이 와플 3개로 버티며 52시간동안 700km 피란”

    “전쟁에 대한 공포로 공황장애가 왔습니다. 그래도 살아남아야 된다는 생각에 콜라 2병과 와플 3조각으로 버텼습니다.” 24일(현지 시간) 새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가족 4명을 데리고 수도 키예프를 탈출한 김도순 씨(58·무역업)의 이야기다. 피란길에 오른 김 씨 가족 5명은 이후 52시간 동안 700km를 달려 26일 오전 폴란드 국경을 넘었다. 김 씨는 이날 폴란드 코르초바 국경검문소에서 40km 떨어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설마 했는데, 전쟁이 나서 폭탄이 터지고 총소리가 들리니 무조건 빨리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며 “러시아군이 탄도미사일 발사부터, 헬리콥터 공습 등 여러 공격을 했다. 총소리, 폭탄음이 들려 가족들 모두 공황 상태가 됐다”고 했다. 그는 즉시 자녀 3명과 부인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태우고 키예프를 출발해 서부 도시 리비프를 거쳐 폴란드로 왔다. 김 씨가 털어놓은 탈출 여정은 지옥처럼 험난하게 들렸다. 급하게 차를 타다 보니 먹을거리는 집에서 가져온 콜라 2병, 와플 3조각, 물 1.5L 1개뿐이었다. “탈출 후에는 10분 이상 잔 적이 없다”고 했다. 졸다가 교통사고가 날 뻔하기도 했다. 김 씨는 “가족을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우크라 교민 11명 출국 성공… 아직 57명 남아 김 씨 가족은 약 16시간 동안 600km를 달려 24일 늦은 오후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국경 검문소 인근까지 도착했다. 김 씨는 “거의 다 왔다는 생각에 희망이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희망은 금세 절망으로 변했다. 국경 검문소 일대에 우크라이나 피란민의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도로가 꽉 막히고 입국 수속도 늦어졌다. 김 씨는 “국경 검문소 앞으로 차량 행렬이 12km가량 되면서 대기하는 데만 30시간 걸렸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경찰은 피란민 차량 안을 샅샅이 검사했다.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24일 예비군 징집령 등 국가 총동원령을 내려 18∼60세 남성의 출국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인인 부인의 남동생은 예비군 대상이 돼 생이별을 해야 했다. 김 씨는 “아내가 공황 상태다. 형제자매를 키예프에 두고 나오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느냐”며 “장모님도 키예프에 남고 함께 나오지 못해 헤어질 때 눈물바다가 됐다”고 말했다. 김 씨 가족뿐만이 아니다. 24일 러시아 침공 이후 48시간 동안 국경을 넘어 폴란드로 온 피란민은 최소 11만5000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폴란드 동남부 도시와 마을에는 역사, 소방서 등 곳곳에 난민 캠프가 차려지면서 지역 전체가 우크라이나 피란민촌이 됐다. 피란 행렬을 곁에서 지켜본 폴란드 주민들은 “제2차 세계대전의 상처가 되살아난다”고 탄식했다. 김 씨 가족은 폴란드에서 휴식을 취한 뒤 체코로 넘어갈 계획이다. 김 씨를 포함해 우크라이나에 체류하던 우리 국민 11명은 이날 루마니아와 폴란드 국경을 넘어 출국에 성공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체류 교민은 총 57명이라고 외교부는 밝혔다. 코르초바=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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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2차대전 악몽 되살아나”…폴란드까지 번진 전쟁 공포

    “제2차 세계대전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어요. 다음은 우리 차례일 겁니다.” 26일(현지 시간) 오후 1시 폴란드 동남부 국경 마을 코르초바. 인구 약 600명의 코르초바는 마을 중앙 노란색 성당과 아름다운 전원 풍경을 지녀 평화롭게만 보인다. 하지만 이날 만난 주민들은 착잡한 표정으로 ‘전쟁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며 불안해했다. 러시아군 포화가 리비우 등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까지 확대되면서 국경을 맞댄 폴란드 쪽 마을과 도시에도 전쟁 공포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평화롭던 폴란드 국경마을까지 번진 전쟁 공포 이날 외부에서 군 트럭들을 타고 속속 코르초바에 도착한 군인들은 경찰과 함께 경비태세에 들어갔다. 마을 중심 소방서 앞에는 야전 작전상황실을 방불케 하는 주황색 텐트가 처졌다. 한 폴란드 병사는 텐트로 접근하려는 기자를 막아서며 “국경을 넘은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이 이곳으로 이송되고 있다”며 “소방서 건물에는 난민을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지켜보던 주민 니콜라 씨(20)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다음은 우리(폴란드) 차례일 수 있어 정말 불안하다”고 했다. 같은 시간 코르초바 마을에서 동쪽으로 80㎞가량 떨어진 리비프에서는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교전을 벌이고 있었다. 리비프는 그간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로 꼽히던 곳이다. 러시아의 침공 우려에도 일부 국가들은 키예프 주재 대사관을 리비프로 이전했다. 그럼에도 전쟁이 한 복판이 되면서 통금령이 내려졌다. 25일(현지 시간) 러시아 침공 이후 48시간 동안 국경을 넘어 폴란드로 온 피란민은 최소 11만5000명일 것으로 외신은 보고 있다. 피란 행렬을 곁에서 지켜본 코르초바 주민들은 “제2차 세계대전의 상처가 되살아난다”고 탄식했다. 코르초바에서 국경을 넘어 약 7㎞를 가면 2차대전 당시 폴란드 땅이던 우크라이나 크라코베츠 마을이다. 이곳에서 수천 명이 나치 독일에 학살됐다. 코르초바 주민 코왈스키 씨는 “오스트리아, 체코슬로바키아를 점령한 독일이 1939년 9월 1일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2차대전 시작됐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고 폴란드까지 위협하면 3차대전으로 확산될까 걱정”이라고 했다.● “폴란드 미군기지, 푸틴에겐 눈엣가시” 코르초바에서 서북쪽으로 약 29㎞ 떨어진 도시 야로스와프도 주말 내내 적막이 흘렀다. 인구 3만8000여 명의 이 도시 중앙광장은 이날 텅 비어있었다. 러시아군이 폴란드를 침공한다면 첫 공략 대상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 도시다. 자영업자 토마 씨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도시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불안감은 사재기로 이어졌다. 이날 야로스와프 일대 주유소마다 차량이 10~20대씩 길게 줄을 섰다. 우크라이나가 장악되면 폴란드도 무사할 수 없다는 생각에 대피용 휘발유를 채우러 온 것이다. 20대인 야코페 씨는 “폴란드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어서 러시아가 침공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니 걱정이 된다”고 했다. 자영업자 토마 씨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주변 지인들이 모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도시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폴란드는 과거 옛 소련이 주도해 1955년 창설한 군사동맹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이었다. 폴란드는 소련 붕괴 후 1999년 나토에 가입했다. 러시아는 자신들의 동의 없이 1997년 5월 전까지 나토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에는 추가적인 병력과 무기를 배치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와 동유럽, 중앙아시아 등에서 나토군이 군사 활동을 금지하고, 중·단거리 미사일도 배치하지 말 것을 서방에 요구하고 있다.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됐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의 가장 큰 눈엣가시는 폴란드에 설치될 미군 미사일 기지”라고 보도했다. 올해 가동 예정인 이 미사일 기지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불과 1300여 ㎞ 떨어져 있다. 가제타브보르차 등 폴란드 언론은 “미사일 기지는 서방과 러시아 서로 양보할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고 전했다. 전쟁이 닥칠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폴란드인은 ‘러시아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앞서 유럽외교위원회(ECFR)의 9일 설문조사에서 폴란드인의 65%는 ‘러시아에 맞서 싸우겠다’고 답했다.코르초바=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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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곳곳에 포격소리…무작정 도망나와 어떻게 살지 막막”

    “어린아이 3명을 데리고 죽을힘을 다해 탈출했습니다. 이동 내내 포격 소리가 들려 정말 무서웠습니다.” 25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서부와 인접한 폴란드 남동부 메디카 국경 검문소에서 만난 30대 우크라이나 주부 올가 씨는 생면부지의 기자를 만나자마자 “탈출한 것은 다행이지만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폴란드에서 어떻게 살지 막막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메디카와 인접한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프에 살던 그는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자마자 탈출했다. 이날 검문소는 사실상 마비 상태였다. 우크라이나에서 폴란드로 대피한 사람과 남겨진 가족이 걱정돼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양쪽에서 모두 몰려들면서 입출국 수속 절차에만 5∼7시간이 걸렸다. 검문소 앞에 늘어선 차량 행렬 또한 최소 3km에 달했다. 폴란드 국경경비대 대원은 입국 심사 현장을 보기 위해 검문소 내부로 들어가려는 기자를 강하게 제지했다. 그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통제가 어렵다. 당장 나가라”고 소리쳤다.7시간째 국경 서성인 엄마 “곧 따라온다던 아들, 소식이 없어” “대피못한 사람들 지하실 등 숨어… 러시아군이 집마다 수색 소문도”“벌써부터 곳곳서 식량부족 호소”… 국경도시 숙박시설 모두 만실폴란드정부 “수용장소 세울 것”… EU “우크라인 지원대책 마련”대피 韓교민 “설마했는데 전쟁” 자신은 국경을 넘었지만 미처 가족이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오지 못한 이들도 프셰미실 메디카 검문소 부근에서 애타는 심정을 드러냈다. 국경 지대에 거주해 비교적 쉽게 폴란드에 왔다는 여성 나디아 씨(56)는 “키예프에 사는 아들이 곧 따라오겠다고 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휴대전화도 꺼져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7시간째 검문소를 서성이고 있다고 했다. 침공 당시 러시아군 진격의 주요 통로가 됐던 북동부 하리코프에서 대피한 베르키나 씨(20)는 공습 순간을 ‘악몽’이라고 전했다. 그는 “24일 새벽 5시부터 집 주변에서 폭발 소리가 들렸다. 세상이 뒤집어진 것 같아 정말 무서웠다”고 했다. ‘러시아군이 수색에 나섰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고 있다고 했다. 그는 “타국으로 대피하지 못한 채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지하실 등에 숨거나 산간오지로 갔다”고 했다.○ “우크라는 이미 식량 부족”검문소에 도착한 우크라이나인들은 “대피한 사람들은 대부분 여유가 있는 편”이라며 “남아 있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식량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침공이 시작된 24일 곧바로 생수와 식료품을 사러 슈퍼마켓에 갔지만 진열대가 텅텅 비어 있었다’ ‘당장 먹을 것이 부족하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 세계 밀 수출량의 30%를 생산하므로 이번 사태로 세계 식량난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프셰미실 중앙역에도 기차를 타고 피신한 우크라이나인이 몰렸다. 역 관계자들이 피란민에게 음식을 나눠 줬지만 금세 동났다. 도심의 주요 현금인출기 또한 일제히 작동을 멈췄다. 은행 측은 “우크라이나 피란민이 너도 나도 돈을 뽑으려 해서 순식간에 남아 있던 현금이 바닥났다”고 설명했다. 인근 야로스와프의 숙박시설 또한 전부 만실이다. 이곳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토마스 씨는 “24일 밤부터 숙박을 문의하는 우크라이나인의 전화가 빗발쳤다”며 현재 상당수 투숙객이 우크라이나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폴란드 정부는 25일 성명을 통해 “국경에 피란민 수용 장소를 만들고 우크라이나인에게 부상 시 입원 등 의료 서비스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또한 “우크라이나인을 지원하는 비상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러시아의 침공 전부터 이미 “5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가디언은 침공 첫날인 24일에만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사람이 10만 명 이상이라는 유엔난민기구의 추산치를 전했다. ○ 한국 교민도 목숨 걸고 국경 넘어한국 교민 7명도 목숨을 걸고 폴란드에 왔다. 코르초바 국경검문소에서 만난 김도순 씨는 키예프에서 무역업에 종사했다. 그는 “설마 했는데 진짜 전쟁이 났다. 자동차에 가족 5명이 탑승해 600km 이상을 달렸다”며 “검문소에 도착하기 전부터 차량 대기 줄로 인근 도로가 꽉 막혔다”고 전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67명의 교민이 남아 있다. 이 중 11명은 현재 루마니아 국경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서 한국 정부는 16일 리비프와 프셰미실에 임시 사무소를 설치했고 교민의 육로 대피를 돕고 있다. 이 난리통에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키예프에서 살다 3년 전 돈을 벌기 위해 프셰미실에 왔다는 이반 씨(37)는 “집에 만삭 아내와 3세 아들이 있다. 러시아군이 무섭지만 가족을 위해 무조건 집에 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 후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메디카=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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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軍, 침공 9시간만에 우크라 수도 진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새벽(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기습적으로 감행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한 것을 포함해 동남북 3개 면의 주요 도시와 국경지대를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했다. 북부와 남부에서 탱크 등 지상군이 밀려들었다. 흑해 연안 남부에서는 상륙작전이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면전이 시작됐다고 규정했다. 러시아군은 침공 개시 9시간 만인 이날 오후 키예프 북부에 진입해 그라트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이 불거진 뒤 동유럽에 미군을 증파하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예고하는 등 수차례 경고해 왔지만 러시아군이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은 채 수도에 무혈 입성하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봤다. 바이든 대통령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모두 우크라이나 파병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억지하지 못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침공 직전인 이날 오전 5시경 특별 군사작전을 승인한 뒤 연설에서 “러시아의 움직임에 외국이 간섭하면 즉각 보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정상들은 “현대판 히틀러인 푸틴이 유럽에 다시 세계대전 위험성을 가져왔다”며 3차 세계대전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은 물론이고 수도 키예프, 북동부에 있는 제2도시 하리코프, 흑해 연안 남부 최대 항구 도시 오데사, 남동부 베르i스크·마리우폴, 서부 도시 리비프 등 우크라이나 동남북부 주요 거점도시 15곳 이상에서 미사일 공격 등이 동시에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북부 벨라루스에 배치됐던 러시아 지상군과 벨라루스군도 우크라이나 경비부대를 무너뜨리며 키예프 방면으로 진격했다. 키예프에는 이날 새벽 대통령궁 인근에 중거리미사일 공격이 이뤄졌다. 북부 국경은 수도 키예프에서 90km 거리다. 남부 흑해와 크림반도 국경 방면에서도 포격과 함께 러시아 지상군의 침공이 이뤄졌다. 계엄령을 선포한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침공 1시간 이내에 우크라이나군 40명 이상, 민간인 10명 이상 희생됐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군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전투기 6대와 헬기 1대를 격추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긴급 성명에서 “국제사회가 가혹한 제재를 부과해 죽음과 파괴의 책임을 러시아에 물을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전면 제재를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은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논의한 뒤 나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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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軍 별 저항 안받고 키예프 진격…푸틴 “국제조약 무의미”

    “1980년대 소련은 약해졌고 붕괴됐다. 잠시 자신감을 잃었을 때 세상 힘의 균형이 깨졌다. 이전 조약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오전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 개시를 발표하는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소련 붕괴로 잃은 러시아의 영향력을 복원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집권 22년 내내 소련 부활을 강조해 온 그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이후 탈냉전으로 굳어진 세계 질서에 정면도전을 선언한 것이다. 이를 반영한 듯 푸틴 대통령의 침공 선언은 뉴욕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열리던 중에 나왔다. 러시아 지상군이 침공 개시 9시간 만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무혈 입성한 것은 세계 질서를 뒤엎으려는 ‘스트롱맨’ 푸틴에 대해 미국과 서방의 무기력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고강도 제재 압박은 푸틴 대통령의 야욕을 억지하지 못했다. 강대국에 운명을 맡긴 우크라이나의 저항은 미약했고 전쟁터로 변해버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비서실장인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이날 “서방은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유럽에서 대규모 전면전이 시작됐다”고 호소했다.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지금은 2차대전 종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암울한 시기”라며 3차 세계대전 가능성을 우려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와 중국은 세계 각국이 70여 년간 만들어 온 체제와 정반대되는, 완전히 반(反)자유주의적 질서를 추구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러군, 별다른 저항 없이 키예프 진입” 푸틴 대통령은 이날 “돈바스 지역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을 실시하기로 했다”며 러시아군 직접 개입을 명령했다. 직후 러시아군은 돈바스는 물론 북부와 동부, 남부 등 3면에서 우크라이나를 포위하듯 수도 키예프를 비롯해 주요 도시를 전면적으로 침공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이날 “오전 5시경 포병, 중화기 등으로 무장한 러시아군이 북쪽 벨라루스 접경 지역 우크라이나 국경부대와 순찰대, 검문소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오전 7시경 이곳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로 진입하는 러시아 지상군 차량과 전차들이 목격됐다.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국경수비대 머리 위로 포격이 우박처럼 내렸고 군과 국경수비대가 러시아군과 교전을 벌였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약 7시간 뒤 이곳에서 90km 떨어진 수도 키예프 북부에 진입해 그라트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14명이 탄 우크라이나 군용기가 키예프 인근에서 추락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반면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키예프 인근에서 러시아 헬기 3대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외신은 우크라이나 동남북부 15곳 이상이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고정밀 무기로 우크라이나 군사 기반시설과 방공체계, 군사공항 등을 타격해 항공기 등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주요 도심도 공격받았다. 수도 키예프 대통령궁 인근과 보리스필 국제공항도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키예프 등 주요 도시 상공에선 러시아 전투기도 목격됐다. 남부 크림반도 국경에서도 전차 등 중화기가 국경을 넘었다. 남부 흑해 최대 항구 오데사에 러시아군 수륙양용함이 상륙했다고 밝혔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현지 언론에 “우크라이나 군인 40명, 민간인 10명 넘게 숨졌고 수십 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푸틴 “국제 규범은 서방만을 위한 것”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한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옛 소련의 영향력 회복을 위한 패권 추구 전략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분석이 서방에서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돈바스에서의 비극적인 사건들은 러시아 안전을 보장하는 문제로 돌아가게 한다”며 “서방은 해마다 러시아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련이 붕괴된 뒤 세계 재분배가 시작됐다”며 “2차대전 이후 채택된 국제법 규범은 그들(서방)만을 위한 유리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군사작전’이 사실상 서방과의 정면 대결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장악할 경우 미군 및 나토군과의 군사적 충돌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움직임에 외국이 간섭할 경우 즉각 보복할 것”이라고 위협한 것도 확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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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칼럼/김윤종]마크롱이 원전 폐기 뒤집은 이유

    14일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팡리. 영불해협이 보이는 이 마을 해변에서는 추운 날씨에도 평화롭게 서핑을 즐기는 청년들이 보였다. 인구 300명가량의 이 작은 마을은 최근 프랑스에서 갑자기 유명해졌다. 이곳에 2035년까지 차세대 유럽형 가압경수로(EPR)가 추가 설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해변 쪽으로 가보니 1990년 건립된 기존 원자력발전 시설들이 보였다. 영불해협 바닷물을 냉각수로 쓰는 1330MW급 경수로 2기가 설치돼 있다. 여기에 추가로 차세대 경수로 2기가 세워진다고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0일 “2028년부터 신규 원자로 6기 건설을 시작해 2035년에 새 원전을 가동시키겠다. ‘원전 르네상스’를 시작하기에 최적의 시기”라고 선언했다. 기존 원자로 폐쇄 계획을 중단하고 원자로 8기를 더 건설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4월 대통령선거가 2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마크롱의 발표는 사실상 재선용 핵심 공약에 가까웠다. 현지 언론도 “전 세계가 에너지 대란을 겪는 중에 나온 마크롱의 승부수”라고 평가했다. 지역 주민들은 어떤 생각인지 궁금했다. 기자가 만난 팡리 주민 10여 명은 이구동성으로 “마크롱이 대선을 의식해 정책을 뒤집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7명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주민 에리크 씨는 “원전 위험성은 잘 알지만 전기를 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원전이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마크롱은 2017년 대선에서 탈(脫)원전을 내세워 당선됐다. 프랑스 전체 전력의 75%를 담당하는 원전 비중을 50%까지 낮추겠다는 공약이었다. 이를 위해 운영 중인 원자로 14기를 점진적으로 폐쇄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5년 전 약속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대권 경쟁자들은 일제히 마크롱을 비판했다. 장뤼크 멜랑숑을 비롯한 좌파 후보들은 늘어날 핵폐기물과 안전성 문제를 지적했고, 원전 확대에 찬성하는 에리크 제무르 같은 극우 후보들은 ‘뒷북’ 정책이라고 비아냥댔다. 그럼에도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국민과의 약속을 거스르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여론조사기관 엘라브의 설문조사 결과 ‘풍력 태양열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원전은 폐기해야 한다’고 답한 프랑스인은 37%였다. 반면 ‘친환경에너지와 원전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응답은 53%에 달했다. 프랑스뿐만 아니다. 지난해 말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그해 초보다 최대 400% 폭등했다. 국제유가도 7년 만에 80달러를 넘어서면서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었다. 유럽연합(EU)이 이달 2일 원전 투자를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분류하는 그린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킨 배경이다. 다음 달 9일 대선을 앞둔 한국에서도 후보들은 서로 다른 에너지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탈원전이냐, 원전 회귀냐. 친환경에너지 확대냐, 기존 에너지 체계와의 혼합이냐. 각각 장단점이 명확해 어느 것이 정답인지 단언하기 쉽지 않다. 누가 당선돼 어떤 에너지 정책이 시행될지 모른다. 다만 대통령이 되는 누군가는 국가의 리더라면 때로는 ‘약속을 뒤집었다’는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오류를 인정하고,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길 바란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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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지상군, 9시간 만에 수도 키예프 진입”…유럽 정상들 “푸틴은 현대판 히틀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새벽(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침공을 기습적으로 감행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한 것을 포함해 동남북 3개 면의 주요도시들와 국경지대를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했다. 북부와 남부에서 탱크 등 지상군이 밀려들었다. 흑해 연안 남부에서는 상륙작전이 시작됐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침공 직전인 이날 새벽 5시경 특별 군사작전을 승인한 뒤 연설에서 “러시아의 움직임에 외국이 간섭하면 즉각 보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정상들은 “현대판 히틀러인 푸틴이 유럽에 다시 세계대전 위험성을 가져왔다”고 경고했다. 사태 전개에 따라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과 러시아군이 직접 충돌하는 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 것.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이날 푸틴 대통령이 21일 독립을 승인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은 물론 수도 키예프, 북동부에 있는 제2도시 하리코프, 흑해 연안 남부 최대항구 도시 오데사, 남동부 베르단스크·마리우풀, 서부도시 리비프 등 우크라이나 동남북부 주요 거점도시 10곳 이상에서 미사일 공격 등이 동시에 발생했다. 러시아 지상군도 동남북 방향의 국경 일대 우크라이나 경비부대를 무너뜨리며 우크라이나 영토로 진입했다. 수도 키예프에는 이날 새벽 대통령궁 인근에 중거리미사일 폭격이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북부 벨라루스에 배치됐던 러시아와 벨라루스 지상군이 국경을 넘어 키예프 방면으로 진격에 나섰다. 북부 국경은 수도 키예프에서 불과 90km 거리다. 남부 흑해와 크림반도 국경 방면에서도 포격과 함께 러시아 지상군의 침공이 이뤄졌다. 계엄령을 선포한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침공 1시간 이내에 우크라군 40명 이상, 민간인 10명 이상 희생됐다고 말표했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군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전투기 6대와 헬기 1대를 격추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긴급 성명에서 “국제사회가 가혹한 제재를 부과해 죽음과 파괴의 책임을 러시아에게 물을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전면 제재를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은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논의 뒤 나왔다. 유럽연합(EU) 수장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푸틴이 다시 유럽에 전쟁을 가지고 왔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무력 침공을 억제하고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경제 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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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 5시 ‘플랜Z’ 시작…우크라 “침공 1시간 만에 군인·민간인 50여 명 희생”

    “1980년대 소련은 약해졌고 붕괴됐다. 잠시 자신감을 잃었을 때 세상 힘의 균형이 깨졌다. 이전 조약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오전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 개시를 발표하는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옛 소련 붕괴로 잃은 러시아의 영향력을 복원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집권 22년간 내내 옛 소련 부활을 강조한 그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이후 탈냉전으로 굳어진 세계 질서에 정면도전을 선언한 것이다. 러시아군이 친(親)러시아 반군이 일부 장악한 동부 돈바스 지역을 넘어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역을 침공하면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과 러시아가 무력 충돌할 확률도 커졌다. 외교정책 총괄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지금은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암울한 시기”라며 3차 세계대전 가능성을 우려했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은 현대판 히틀러”라고 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와 중국은 세계 각국이 70여 년간 만들어온 체제와 정반대되는, 완전히 반(反)자유주의적 질서를 추구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 주요 도시 10여 곳 동시다발 공격푸틴 대통령은 이날 “돈바스 지역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독립 승인과 ‘평화유지군’ 파병을 지시한 데 이어 러시아군 직접 개입을 명령한 것이다. 그 직후 러시아군은 돈바스는 물론 북부와 동부, 남부 등 3면에서 우크라이나를 에워싸듯 수도 키에프를 비롯해 주요 도시에 대한 전면적 침공을 개시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이날 “오전 5시경 러시아군이 포병, 중화기, 소형무기 등으로 북쪽 벨라루스 접경 지역의 우크라이나 국경부대와 순찰대, 검문소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미국 CNN방송도 이날 오전 7시경 벨라루스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로 진입하는 러시아 지상군 군용 차량과 전차들을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이곳에서 수도 키예프까지 최단 거리는 약 90km로 차로 2시간 안팎이면 도착할 수 있다. 외신은 우크라이나 동·남·북부 10여 곳에서 러시아군 미사일 공격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고정밀 무기로 우크라이나 군사 기반시설과 방공체계, 군사공항 등을 타격해 우크라이나 항공기 등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주요 도심도 공격받았다. 수도 키예프 대통령궁 인근에 중거리미사일이 떨어져 굉음과 함께 큰 화염이 일었다. 인근 보리스필 국제공항도 포격 당했다. 키예프 등 주요 도시 상공에선 러시아군 전투기도 목격됐다. 남부 크림반도 국경에서도 포격이 벌어지고 전차 등 중화기가 국경을 넘었다고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밝혔다. 또 남부 흑해 최대항구 오데사에 러시아군 수륙양용함이 상륙했다고 밝혔다. 올렉시이 아레스토포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현지 언론에 “러시아 침공 1시간 이내에 우크라이나 군인 40명, 민간인 10명 넘게 숨졌고 수십 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전투기 6대와 헬리콥터 1대를 격추했다”(뉴욕타임스)는 보도도 나왔다. 우크라이나군은 또 벨라루스 접경 도시 체르니이브 및 러시아와의 동부 국경선 맨위쪽에 자리한 카리키브를 노리고 들어오는 러시아 장갑차량의 선두부대를 일단 격퇴했다고 했다. 이미 교전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앞서 DPR, LNR은 “노보로시야(신러시아연방) 탈환을 위한 ‘플랜Z’가 시작된다”며 러시아군사작전을 예고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는 부대 휘장 없이 하얀색 페인트로 ‘Z’ 마크를 표시한 러시아군 탱크와 군용 차량이 다수 발견되기도 했다. 미 정부도 키예프와 하르키프, 오데사 등이 공격 표적이라는 첩보를 공개했다.● 푸틴 “국제 규범은 서방만을 위한 것”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을 넘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한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옛 소련 영향력 회복을 위한 패권 추구 전략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분석이 서방에서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돈바스에서의 비극적인 사건들은 러시아 안전을 보장하는 문제로 돌아가게 한다”며 “서방은 해마다 러시아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련이 붕괴된 뒤 세계 재분배가 시작됐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채택된 국제법 규범은 그들(서방)만을 위한 유리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군사작전’이 사실상 서방과의 정면 대결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장악할 경우 미군 및 나토군과의 군사적 충돌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움직임에 외국이 간섭할 경우 즉각 보복할 것”이라고 위협한 것도 확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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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최소 7개 도시 미사일 공격…지상군도 키예프 향해 진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새벽(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침공을 감행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포함해 북부 동부 남부 3면의 주요 도시들에 동시다발적으로 미사일 공격을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세계가 러시아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전면 제재를 예고했다. 사태 전개에 따라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과 러시아군이 직접 충돌하는 3차 대전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이날 푸틴 대통령이 21일 독립을 승인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은 물론 수도 키예프, 북동부에 있는 제2도시 하리코프, 남부 최대항구 오데사, 남동부 베르단스크 등 우크라이나 동남북부 주요 거점도시 7곳 이상에서 미사일 공격 등이 동시에 발생했다. 수도 키예프에는 이날 새벽 대통령궁 인근에 중거리미사일 폭격이 이뤄진 직후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접경지에 배치됐던 러시아와 벨라루스 지상군이 국경을 넘어 키예프 방면으로 진격에 나섰다. 북부 국경은 수도 키예프에서 불과 90km 거리다. 남부 흑해 방면에서도 포격과 함께 상륙함을 통한 러시아 지상군의 침공이 이뤄졌다. 전방위 공격 직전인 이날 새벽 5시 경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특별 군사작전을 승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위협을 용인할 수 없다”며 친러시아 세력의 거점인 돈바스 지역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 국방부는 “고정밀 무기로 우크라이나의 방공체계, 군공항 등 군사 기반시설을 공격해 파괴 중”이라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기만적이고 냉소적인 침략을 시작했다”며 계엄령을 선포하며 대국민 연설을 통해 결사항전을 촉구했다. 서방은 즉각 대책 마련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긴급 성명을 통해 “푸틴이 치명적 인명 손실과 고통을 초래할 전쟁을 선택했다”며 “국제사회가 죽음과 파괴의 책임을 러시아에게 물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사안을 논의하고 러시아에 대한 전면적 제재를 시행하기로 했다. 추가 제재에는 반도체 등 핵심 기술에 대한 수출통제와 러시아 주요 은행에 대한 추가 금융제재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도 각각 성명을 통해 “정당한 이유가 없는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을 즉각 멈추라”며 강력 대응을 약속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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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회색전술’… 파병 다음날 “당장 보내는건 아니다” 혼란 유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은 우크라이나 동부에 파병 결정을 한 다음 날인 22일(현지 시간) “당장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으로 군대를 보내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진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자신의 의중과 진실 여부를 알 수 없게 해 상대를 압박하는 푸틴 특유의 ‘회색 전술’이라고 평가했다.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원의 파병 승인 후 언론에 “지금 당장 러시아 군대가 돈바스로 간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23일에는 군인의 날 연설에서 “외교적 해결 모색에 항상 열려 있다”면서도 “러시아의 이익과 국민 안전은 무조건적인 것”이라며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았다. 나토와 유럽연합(EU)이 러시아군 진입을 이미 확인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이런 메시지를 내는 것은 서방에 혼란을 주려는 푸틴 특유의 ‘회색 전술’이자 군사작전에 심리전, 가짜 뉴스, 정치 공작 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술’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평가다. NYT는 “푸틴은 대규모 공격과 한 국가를 조각조각 해체하는 방식, 비단뱀처럼 쥐어짜는 전략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며 “큰 비용과 군사력이 필요한 전면전보다 단계별로 우크라이나 내부를 파괴하고, 전차를 동원하지 않고도 서방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15일 우크라이나 국경 일대 러시아 일부 부대를 철수했다고 했지만 실제론 병력을 증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푸틴이 전면전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푸틴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독립 승인 및 파병 결정 직후 러시아 주가지수인 MOEX지수는 10.5%, 러시아 루블화는 달러 대비 가치가 3.4% 급락했다. 러시아 여론조사 기관 레바다센터가 지난해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러시아 통합’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찬성은 25%에 그쳤다. CNN은 푸틴은 “능숙한 기회주의자이자 실용주의자로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다. 이제 푸틴이 다음에 할 일에 모든 시선이 쏠린다”고 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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