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

김윤종 부장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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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먼 나라’ 같지만 한국의 미래상이 담겨있는 ‘이웃나라’입니다. 저와 함께 뉴스의 ‘배낭여행’을 함께 떠나실까요?

zozo@donga.com

취재분야

2024-03-26~2024-04-25
유럽/EU44%
칼럼30%
국제경제7%
러시아7%
인사일반3%
국제인물3%
국제일반3%
경제일반3%
  • ‘93 대 24’ 러, 유엔기구서 쫓겨나… WTO 배제도 추진

    우크라이나에서 자행한 민간인 학살로 7일(현지 시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퇴출된 러시아는 외교 무대에서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러시아는 올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유엔 총회 규탄 대상이 된 적은 있지만 산하 기구 퇴출은 처음이다. 인권이사회 퇴출은 2011년 반정부 시위를 무력 진압한 리비아 이후 두 번째다. 그만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드러낸 인권 유린과 잔학성에 국제사회가 분노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친러 국가 반대에도 압도적 표차 퇴출 러시아의 인권이사회 자격 정지 결의안은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러시아군의 민간인 집단 학살 증거가 드러난 것을 계기로 추진됐다. 이날 결의안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인권 침해와 국제법 위반 사례를 열거했다. 세르히 키슬리차 주유엔 우크라이나대사는 표결 전 연설을 통해 “우리 배는 안개속에서 치명적인 빙산을 향해 나가고 있다. 이 배를 인권이사회가 아닌 타이태닉이라 불러야 할 것 같다”며 “인권이사회를 침몰에서 구하려면 행동해야 한다”고 결의안 찬성을 호소했다. 반면 겐나디 쿠지민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는 “오늘 결의안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실제 인권 상황과 관련이 없다”며 민간인 집단 학살을 거듭 부인했다. 장쥔 중국대사는 “양쪽으로 갈라 선택을 강요하는 이런 성급한 행동은 유엔 분열을 심화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김성 북한대사도 결의안을 “정치적 책략”이라고 비난하는 등 친러시아 성향 회원국들은 반대했다. 하지만 결의안은 찬성 93표, 반대 24표라는 넉넉한 표차로 가결됐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지속적이고 극심한 인권 침해국은 유엔 인권기구를 이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난달 유엔 총회에서 140개국 이상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된 러시아 규탄 결의안 2건에 비해 후퇴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美, WTO-G20서도 러 ‘배제’ 압박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의 유엔 상임이사국 지위 박탈을 요구했다. 하지만 유엔 규정상 러시아가 스스로 제명하지 않는 한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은 다른 주요 국제기구에서 러시아 고립을 시도하고 있다. 7일 미 상원을 통과한 러시아 제재 법안은 미 정부가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퇴출을 추진하도록 규정했다. WTO는 회원국 4분의 3인 148개국 이상이 찬성하면 회원국을 퇴출시킬 수 있다. 현재 WTO 회원이 아닌 국가는 북한과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등에 불과하다. 퇴출된다면 러시아로서는 치욕적이다. 미국은 7월과 11월 의장국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러시아가 참석하면 보이콧하겠다고도 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6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질서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모욕”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러시아의 국제통화기금(IMF) 퇴출도 요구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때가 되면 (입장을) 대중에게 알리겠다”며 고심 중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8일 러시아 외교관 8명 추방을 밝힌 일본을 포함해 프랑스 독일 유럽연합(EU) 등 세계 36개국에서 약 400명이 추방됐다. 루이비통 샤넬 프라다 구찌 등 명품 브랜드, 맥도널드 코카콜라 같은 식음료업체, 폭스바겐 벤츠를 비롯한 자동차업체 등 수십 개 업종의 세계적 기업 600곳 이상이 러시아에서 사업을 접거나 생산을 중단했다.○ EU, 첫 러시아 에너지 제재전체 석탄 수입의 45%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EU가 7일 합의한 석탄 금수(禁輸) 조치는 유럽의 첫 번째 러시아 에너지 제재다. 원유 25%, 천연가스 40%도 러시아에 의존하는 EU는 에너지 제재를 꺼리다 7일 우크라이나 보로s카에서 민간인 시신 26구가 발견되는 등 참상이 더 드러나자 석탄 수입을 금지했다. 이번 조치는 회원국이 대체 공급처를 찾도록 120일 유예기간을 둔 뒤 8월 발효된다. 러시아 석유, 천연가스 수입 금지는 회원국 간 이견으로 합의가 불발됐지만 관련 제재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7개국(G7)도 7일 성명을 내고 “러시아 주요 경제 부문에 대한 신규 투자를 금지하고 러시아에 대한 수출 금지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8일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단계적으로 줄여 최종적으로 금지하는 제재 조치 등을 다음 주 시행한다. 지난달 비축유 442만 배럴 방출에 동의한 한국 정부도 723만 배럴을 추가 방출한다고 밝혔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 2022-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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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우크라에 무기 무제한 지원’ 법안 통과… ‘핵’ 빼고 다 허용

    미국 상원이 6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 군수 물자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지원할 수 있는 ‘무기대여법(Lend-Lease Act)’ 일명 ‘렌드리스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1년 미국이 연합군에 대규모 군수 물자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법을 81년 만에 다시 발동한 것이다. 이날 상원은 이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전쟁 물자를 지원할 때 필요한 각종 제약을 한시적으로 완전 면제한다고 밝혔다. 집권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이 초당적으로 합의한 만큼 남은 하원 통과 및 대통령 서명 절차 또한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침공 후 미국과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군사 물자를 지원해 왔지만 주로 대전차 미사일 등 ‘방어용’ 무기가 주류였다. 이에 전세를 뒤집기 위해 ‘공격용’ 무기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 법안은 핵무기를 제외한 모든 무기 지원을 허용하고 있다. 사이버전 물자, 식량 및 의료 기기, 경공업 및 중공업 장비 등도 포함돼 우크라이나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차대전 당시 미국은 “민주주의의 무기고가 되겠다”며 영국, 소련 등 연합군에 전투기, 폭격기, 수송기, 탱크, 장갑차, 구축함 등을 전폭 지원했다. 당시 소련이 지원받은 미 항공기만 1만 대가 넘어 연합군의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절대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 또한 바이든 행정부의 무기 무제한 지원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승리할 수 있다고 서방이 판단했다는 신호’라고 평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또한 이날 하원 청문회에서 “러시아가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참석하면 보이콧하겠다”며 러시아의 국제통화기금(IMF) 퇴출을 촉구했다. 올해 G20 의장국인 인도네시아가 7월 장관급 회의, 11월 정상회의에 러시아를 초청할 뜻을 밝히자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 스베르은행과 최대 민간은행 알파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했다. 이 제재로 자산 규모 1조4000억 달러(약 1708조 원)에 이르는 러시아 은행의 3분의 2 이상이 SWIFT에서 전면 차단됐다고 밝혔다. 영국도 이날 스베르은행과 모스크바신용은행의 해외 자산을 동결하고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석유와 석탄 수입을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 202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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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이동식 화장장비로 시신 소각… 민간인 학살 은폐 시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가운데 지난달 2일부터 한 달 넘게 러시아군이 봉쇄 중인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에서만 최소 5000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우크라이나 측이 밝혔다. 러시아가 학살을 은폐하기 위해 트럭들에 이동식 화장 장비를 싣고 급히 시체를 소각했으며 시신에도 폭발물을 설치해 시신을 수습하려는 이들까지 노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수도 키이우에서 퇴각한 러시아군이 친러 세력이 많은 동부 돈바스 장악에 집중하면서 돈바스 주민 또한 민간인 학살 위험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즉각 돈바스를 떠나라”며 대피령을 내렸다. 유엔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7일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 특별회의를 열고 러시아의 인권이사회 이사국 퇴출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표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표결에 앞서 주유엔 러시아 대표부는 다른 회원국에 “결의안 찬성뿐 아니라 기권 및 불참도 비우호적 태도로 간주할 것”이라며 반대표를 던지라고 협박했다. 이전까지 인권이사회 이사국에서 퇴출된 국가는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반정부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했던 2011년의 리비아가 유일했다.○ 마리우폴 시장 “새로운 아우슈비츠” BBC에 따르면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6일(현지 시간) “수주간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어린이 210명을 포함해 최소 5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숨졌다. 도시 전체가 ‘죽음의 수용소’가 됐다”고 밝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이후 마리우폴 정도의 비극을 본 적이 없다며 “마리우폴이 새로운 아우슈비츠 유대인 수용소”라고 규탄했다. 러시아군이 대규모 학살을 숨기기 위해 이동식 화장장비를 통해 시신을 소각했으며 폭격을 맞은 한 병원에서만 50명이 숨졌다고도 했다. 마리우폴은 인구 45만 명 중 12만 명이 러시아군의 봉쇄로 수도, 전기, 식량 보급이 끊어진 상황이다. 이날 우크라이나 의회 역시 키이우 인근 소도시 호스토멜에서도 러시아군 점령 기간에 400명 이상의 주민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포로로 잡힌 우크라이나 여성 군인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더타임스 등은 러시아가 키이우 인근에서 퇴각하면서 사망자 시신에도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수도 키이우, 북부 체르니히우에서 모든 병력을 철수했다. 해당 병력은 러시아 본토와 침공 조력자 노릇을 하고 있는 벨라루스에서의 보급을 거쳐 돈바스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바이든 “전쟁 나가야 하면 함께 갈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 북미건설노동조합 행사에서 “미국은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 (러시아에) 맞설 것”이라며 “내가 전쟁터에 나가야 한다면 여러분과 함께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에 선을 그어온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이다. 논란이 되자 백악관은 “대통령은 미 지상군을 우크라이나에 투입하거나 미군이 러시아와 맞서 싸우도록 할 의도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저지른 민간인 집단 학살을 계기로 러시아를 단순히 우크라이나에서 물러나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 러시아의 전쟁 패배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전쟁이 생각보다 장기화할 것이며 미국이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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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옐런 美재무 “러 참석땐 G20 보이콧”…EU, 러 재제안 합의 실패

    “러시아가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참석하면 보이콧하겠다.” ‘부차 민간인 학살’ 이후 미국 영국 등 서방 대(對)러시아 제재가 한층 강화된 가운데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6일(현지 시간) 미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옐런 장관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질서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모욕”이라며 “(G20 회의를 개최하는) 인도네시아 측에 러시아가 나오면 참석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국제통화기금(IMF) 퇴출도 요구한 그는 “미국과 동맹국에 경제적 피해가 없는 범위에서 (러시아에) 최대한 고통을 주겠다”고 했다. 다만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옐런 장관의 언급은 장관 및 실무 회의로 정상회의는 아니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은 “러시아가 G20에서 퇴출돼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올해 G20 의장국 인도네시아는 7월 장관급 회의, 11월 정상회의에 러시아를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이라고 비판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유럽연합(EU) 정상들이 G20 정상회의에 불참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 스베르방크와 최대 민간은행 알파뱅크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추가 금융제재로 총 자산규모 1조4000억 달러(약 1708조 원)에 이르는 러시아 은행의 3분의 2 이상이 SWIFT에서 전면 차단됐다고 설명했다. 영국도 이날 스베르방크와 모스크바신용은행의 해외 자산을 동결하고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석유와 석탄 수입을 모두 중단한다는 제재안을 발표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은 “강력한 제재로 푸틴의 군수(軍需)를 박살내겠다”고 밝혔다. 전체 석탄, 천연가스 공급의 각각 50%, 40%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유럽연합(EU)은 에너지 수입 금지를 망설이고 있다. EU는 이날 연간 40억 유로(약 5조3000억 원) 규모 러시아 석탄 수입 금지를 논의했지만 기간 등 이견이 있어 결정은 미뤄졌다. 하지만 러시아 에너지 제재에 반대하던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날 연방하원에서 “러시아 석유와 가스에 예속되지 않게 하겠다”고 밝히는 등 EU 차원의 전면적 에너지 제재가 이뤄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조셉 보렐 EU 외교정책 대표는 성명을 통해 “EU 27개국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연료 수입에 쓴 돈은 350억 유로(46조 원)인 반면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10억 유로(1조3000억 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7일 화상연설을 통해 “서방 제재는 화려해 보이지만 충분하지 않다. 러시아산 석유를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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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이동식 화장터로 학살 은폐…마리우폴 시장 “새로운 아우슈비츠” 규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가운데 지난달 2일부터 한 달 넘게 러시아군이 봉쇄중인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에서만 최소 5000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우크라이나 측이 밝혔다. 러시아가 학살을 은폐하기 위해 이동식 화장터에서 급히 시체를 소각했으며 시신에도 폭발물을 설치해 사체를 수습하려는 이들까지 노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수도 키이우에서 퇴각한 러시아군이 친러 세력이 많은 동부 돈바스 장악에 집중하면서 돈바스 주민 또한 민간인 학살 위험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즉각 돈바스를 떠나라”며 대피령을 내렸다. ●마리우폴 시장 “새로운 아우슈비츠” BBC에 따르면 바딤 보이쳰코 마리우폴 시장은 6일(현지 시간) “수주간 러시아군 공격으로 어린이 210명을 포함해 최소 5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숨졌다. 도시 전체가 ‘죽음의 수용소’가 됐다”고 밝혔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이후 마리우폴 정도의 비극을 본 적이 없다며 “마리우폴이 새로운 아우슈비츠 유대인 수용소”라고 규탄했다. 러시아군이 대규모 학살을 숨기기 위해 이동식 화장터를 통해 시신을 소각했으며 폭격을 맞은 한 병원에서만 50명이 숨졌다고도 했다. 마리우폴은 인구 45만 명 중 12만 명이 러시아군의 봉쇄로 수도, 전기, 식량 보급이 끊어진 상황이다. 이날 우크라이나 의회 역시 수도 키이우 인근 소도시 호스트멜에서도 러시아군 점령기간 동안 400명 이상의 주민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포로로 잡힌 우크라이나 여성 군인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더타임스 등은 러시아가 키이우 인근에서 퇴각하면서 사망자 시신에도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수도 키이우, 북부 체르니히우에서 모든 병력을 철수했다. 해당 병력은 러시아 본토와 침공 조력자 노릇을 하고 있는 벨라루스에서의 보급을 거쳐 돈바스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러시아가 돈바스 장악 과정에서 돈바스 민간에 대해 학살을 자행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텔레그램을 통해 “당장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 바이든 “학살 가해자에 책임 물어야” 러시아의 침공 후 줄곧 미군 투입 가능성을 부인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6일 북미건설노동조합 행사에서 “내가 전쟁에 나가게 된다면 여러분과 함께 나갈 것”이라며 개입 가능성 시사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그는 전쟁이 생각보다 장기화할 것이며 미국이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 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특히 그는 민간인 학살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런 중대 전쟁범죄보다 더한 일은 없다. 책임 있는 국가가 모여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 발언 이후 백악관이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기존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고 진화에 나선 만큼 당장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파병할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러시아를 규탄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대폭 증가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 후 동유럽 주둔 미군을 대폭 늘렸고 현재 유럽에 10만 명이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미국은 러시아와 모두 국경을 접한 폴란드 외에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발트 3국에 미군을 상시 배치할 계획이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2-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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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로댠카, ‘부차 학살’보다 끔찍… 아파트 포격에 200명 넘게 매몰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도시인 부차에서 수백 명이 학살당한 데 이어 또 다른 위성도시인 보로댠카에서 더욱 끔찍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고문 후 살해된 시신이 거리 곳곳에서 발견됐고, 아파트가 포격되면서 200명 이상이 건물 잔해에 깔린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6일(현지 시간) 보로댠카 거리에는 고문당한 흔적과 함께 관자놀이에 구멍이 나거나 심장을 관통당한 민간인 시신이 다수 발견됐다. 주민 페트로 티텐코 씨(45)는 일간 가디언에 “러시아군이 통행금지를 어겼다며 체포한 뒤 옷을 벗기고 3일 내내 고문했다”며 “러시아군이 ‘너는 나치다. 네 몸에서 우크라이나군 문신이 나오면 가죽과 함께 잘라내겠다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인구 1만3000여 명의 보로댠카는 키이우에서 40km 떨어진 위성도시다. 러시아군은 2월 27일 이 지역을 점령한 후 시민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민간 건물도 수시로 폭격했다. 게오르기 예르코 보로댠카 시장대행은 “도심 아파트 4동이 포격되면서 무너진 건물에 깔려 200명 이상이 사망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도시인 트로스탸네츠시 당국도 이날 “러시아군의 고문, 처형으로 얼마나 많은 민간인이 죽었는지 추정조차 어려울 정도”라고 밝혔다. 부차에서도 10대 소녀를 포함해 고문, 살해된 후 불태워진 민간인 시신 6구가 추가로 발견됐다. 국제시민단체인 인폼네이팜은 “부차 학살 책임자는 제64소총여단의 아자트베크 오무르베코프 중령”이라며 그의 얼굴 사진과 주소 등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현재 조사된 전쟁범죄는 총 4468건이며 하루 수백 건씩 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의 집중 공격을 받은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도시의 90% 이상이 파괴되고 시민 12만 명이 고립됐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2-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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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자놀이 구멍-심장 관통…보로댠카선 더 끔찍한 민간인 학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도시인 부차에서 수백 명이 학살당한데 이어 또 다른 위성도시인 보로ㅤ댠카에서 더욱 끔찍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고문 후 살해된 시신이 거리 곳곳에서 발견됐고, 아파트가 포격되면서 200명 이상이 건물 잔해에 깔린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6일(현지 시간) 보로ㅤ댠카 거리에는 고문 당한 흔적과 함께 관자놀이에 구멍이 나거나 심장이 관통당한 민간인 시신들이 다수 발견됐다. 주민 페트로 티텐코 씨(45)는 일간 가디언에 “러시아군이 통행금지를 어겼다며 체포한 뒤 옷을 벗기고 3일 내내 고문했다”며 “러시아군이 ‘너는 나치다. 네 몸에서 우크라이나군 문신이 나오면 가죽과 함께 잘라내겠다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인구 1만3000여명의 보로ㅤ댠카는 키이우에서 40㎞ 떨어진 위성도시다. 러시아군은 2월 27일 이 지역을 점령한 후 시민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민간 건물도 수시로 폭격했다. 게오르기 예르코 보로디안카 시장대행은 “도심 아파트 4동이 포격되면서 무너진 건물에 깔려 200명 이상이 사망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도시인 트로스티아네츠 시당국도 이날 “러시아군의 고문, 처형으로 얼마나 많은 민간인이 죽었는지 추정조차 어려울 정도”라고 밝혔다. 부차에서도 10대 소녀를 포함해 고문 ·살해된 후 불태워진 민간인 시신 6구가 추가로 발견됐다. 국제시민단체인 인폼네이팜은 “부차 학살 책임자는 제64 소총여단의 아자베크 오무르베코프 중령”이라며 그의 얼굴 사진과 주소 등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현재 조사된 전쟁범죄는 총 4468건이며 하루 수백 건씩 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의 집중 공격을 받은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도시의 90% 이상이 파괴돼 시민 12만 명이 고립됐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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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軍, 일가족 고문 - 살해” 우크라 여러 도시서 학살 증언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에서 민간인을 집단 학살해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우크라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러시아가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전쟁범죄 재판에 세우거나 별도의 특별법정 설립을 추진하기 위해 증거 수집에 나섰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4일(현지 시간) 키이우 서쪽에서 45km 떨어진 모티진에서 마을 지도자와 일가족이 숨진 채 모래에 덮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민들은 러시아군이 이 가족에게 “우크라이나군의 포대 위치를 말하라”며 고문한 후 살해했다고 전했다. 키이우 일대의 또 다른 소도시인 보로단카, 노바바산 등에서도 집단 학살로 숨진 민간인들의 시신이 잇따라 발견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동부 수미, 체르니히우 등에서는 더 많은 집단 학살이 있었다는 정보가 있다. 80년 전 나치독일의 점령 기간에도 보지 못한 집단 학살”이라고 러시아를 규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전쟁 범죄를 조사하는 특별 사법기구를 만들고 ICC, 유럽연합(EU)과 전쟁범죄에 대한 공동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전범 재판에 회부하기 위해 “구체적인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주 안에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가 있을 것”이라며 “유럽 동맹국과 에너지 제재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 곳곳서 부차보다 더한 학살”… 시신 불에 그슬리고 묶인 흔적모티진 마을선 이장 일가족 몰살…우크라 정부 “협력 거부하자 처형”테이프로 눈가리고 총 쏘며 위협…젤렌스키, 유엔서 조사 필요성 강조러 “학살, 우크라 자작극” 계속 주장…시신 위성사진 등 통해 거짓말 들통 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서쪽으로 약 45km 떨어진 모티진 마을. 지난달 이곳을 점령한 러시아군이 숙소로 쓴 주택 뒷마당 모래를 걷어내자 마을 이장 올가 수헨코와 남편, 아들 등 일가족을 포함한 5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수헨코는 양손이 뒤로 묶여 있었고 검은 비닐봉지로 눈을 가린 자국이 드러났다. 다른 시신들에서도 고문과 근접사살 흔적이 보였다. 다른 농가에서는 우물에 묶이고 불에 그슬리거나 테이프로 머리를 감아놓은 시신들이 발견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모티진 주민들이 협력을 거부하자 러시아군이 고문,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러시아군의 집단학살 조사 필요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 “다른 지역, 부차보다 집단학살 더 많을 것” 전날 키이우 북서부 소도시 부차에서 학살된 것으로 보이는 민간인 시신 410구가 발견된 데 이어 다른 러시아군 퇴각 지역에서도 고문당하거나 처형된 것으로 보이는 민간인 시신이 속속 발견됐다. 부차의 한 가옥 지하실에서도 손이 뒤로 묶인 민간인 5명의 시신이 새로 발견됐다. 키이우에서 동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노바바산에서도 러시아군의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러시아군 포로로 잡혔다는 남성은 “테이프로 눈을 가리더니 우크라이나군 탄약고 위치를 물으며 머리 위로 계속 총을 쏴댔다”며 “이런 ‘가짜 처형’을 15차례나 당했다”고 말했다. 올렉시 브리즈갈린 씨는 “다리 사이에 수류탄을 낀 채 의자에 30시간 묶여 있었다”고 증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부차를 방문해 “부차에서만 적어도 민간인 300명이 고문당하고 살해됐다”며 “키이우 외곽 지역뿐 아니라 수미, 체르니히우 등 러시아군 퇴각 지역에서 민간인 사망자는 부차보다 더 많이 발견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이날 키이우 북서쪽 70km 지점의 소도시 보로s카에서 부차보다 더 많은 민간인 피해자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웹사이트에 부차에 상주했던 러시아군 2000명의 이름, 생년월일, 여권번호 등 개인정보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전범 조사 특별사법기구를 창설해 국제형사재판소(ICC), 유럽연합(EU)과 함께 집단학살 공동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휴전을 위한 양국 정상회담 개최를 촉구해왔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은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 위성사진으로 들통 난 ‘거짓말’ 러시아는 자국군이 부차에서 철수한 지난달 30일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가 민간인 시신들을 가져다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대사도 이날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살해하지 않았고 부차에서 벌어진 사건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안보리에 제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NYT, 영국 BBC 등이 부차 주민들이 찍은 동영상과 사진, 인공위성 영상을 분석한 결과 약 3주 전인 지난달 9∼11일 부차 시내 거리 곳곳에 검은 비닐포대에 담긴 시신 수십 구가 있는 것이 확인됐다. 미국 상업위성업체 맥사가 공개한 위성 동영상에도 11일 적어도 시신 11구가 포착됐고 20, 21일 영상에서도 다수의 시신이 발견됐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BBC에 “집단학살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탱크, 전투기 등 무기를 추가 제공하는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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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軍 “우크라군 위치 말하라”… 일가족 고문 후 살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에서 민간인을 집단 학살해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우크라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러시아가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 재판에 회부하기 위한 증거 수집에 나섰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4일(현지 시간) 키이우 서쪽에서 45㎞ 떨어진 모티진에서 마을 지도자와 일가족이 숨진 채 모래에 덮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민들은 러시아군이 이 가족에게 “우크라이나군의 포대 위치를 말하라”며 고문한 후 살해했다고 전했다. 모티진 외곽의 파괴된 농장에서도 모래에 덮인 시신이 발견됐고 이중 한 구는 머리에 테이프가 감겨 있었다. 또 다른 농장에서는 묶인 채 우물에 버려진 시신이 발견됐다. 키이우 일대의 또 다른 소도시인 보로ㅤ댠카, 노바바산 등에서도 집단학살로 숨진 민간인이 속속 발견됐다. 4일 부차의 한 가옥 지하실에서도 손이 뒤로 묶인 민간인 5명의 시신이 새롭게 발견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동부 수미, 체르니히우 등에서는 더 많은 집단학살이 있었다는 정보가 있다. 80년 전 나치독일의 점령 기간에도 보지 못한 집단학살”이라고 러시아를 규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전쟁범죄를 조사하는 특별 사법기구를 만들고 유럽연합(EU)과도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공동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전범 재판에 회부하기 위해 “구체적인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푸틴 대통령을 전쟁 범죄를 처벌하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세우거나 특별법정을 만드는 일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주 안에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가 있을 것”이라며 “유럽 동맹국과 에너지 제재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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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멤버 헝가리-세르비아 선거 친러 승리… “대러제재 균열 올 수도… EU 골치 아파져”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헝가리와 발칸반도에 있는 세르비아에서 친(親)러시아 성향의 우파 집권여당이 나란히 총선, 대선에서 승리했다. 대선을 앞둔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45)이 극우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54)와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어 재임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EU가 골치 아픈 상황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3일 치러진 헝가리 총선에서 집권여당 피데스가 53%의 득표율을 기록해 6개 정당이 연대한 야당연합(35%)을 크게 앞질렀다. 이에 따라 4연임에 성공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59)는 2026년까지 집권을 이어가게 됐다. 그는 1998년 35세에 유럽 내 최연소 총리가 된 이후 난민 유입을 거부하는 등 ‘반(反)EU’ 정책을 펼쳐 왔다. 오르반 총리는 승리 연설에서 헝가리 좌파와 EU 관료들, 국제언론과 함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적”이라고 불렀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오르반 총리의 친러 성향이 EU 내에서 러시아 제재 움직임에 균열을 낼 수 있다”고 전했다. 오르반 총리는 2월 1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후 “러시아의 안보를 위한 요구는 합리적”이라며 지지했다. 또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무기가 헝가리를 통과해 이송되는 것을 거부했고, 러시아 에너지 수입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세르비아에서도 이날 치러진 대선에서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52)이 60%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부치치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우파 성향 ‘세르비아진보당’ 또한 친러 노선을 유지해 왔다. 부치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대러 제재에 동참해 달라는 EU의 요청에 “국익에 어긋난다”며 거부했다. 10일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에서는 재선에 도전하는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54)와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2일 IFOP 여론조사에서 마크롱 지지율은 27%로 2주 전보다 2.5%포인트 낮아진 반면 르펜은 22%로 3.5%포인트 상승했다. 결선투표를 상정한 조사에선 마크롱이 53%, 르펜은 47%의 지지를 얻어 2주 전과 비교해 격차가 16%포인트에서 6%포인트로 감소했다. 프랑스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1, 2위 후보 간 결선투표(24일)가 열린다. 마크롱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수차례 통화하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에 나서며 지지율을 높여 왔지만 연금개혁 등 자문 비용으로 미국 컨설팅사 맥킨지 등에 지난해 8억9330만 유로(약 1조2000억 원)의 세금을 쓴 사실이 드러나면서 흔들리고 있다고 일간 르몽드는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 202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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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軍, 부차 집단학살”… 바이든 “푸틴 전범재판 세워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서부 소도시 부차 등 수도 키이우 외곽 점령지에서 민간인을 조직적으로 학살한 정황이 드러났다. 3일(현지 시간) 키이우 일대에서 민간인 시신 410구가 발견되자 국제사회는 일제히 ‘집단 학살(제노사이드)’이라고 규탄했다. 유엔은 전쟁범죄 조사에 나섰고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검찰은 러시아군이 퇴각한 부차 일대에서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시신 280여 구를 수습했다. 곳곳에서 검은 포대 등으로 둘둘 만 시신이 발견됐고 반쯤 타거나 신체가 훼손된 시신, 맨홀에 던져진 시신도 있었다. 특히 대부분의 시신은 손이 뒤로 묶인 상태여서 러시아군이 저항할 수조차 없는 민간인을 고의로 학살했다는 의혹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군이 보이는 민간인을 닥치는 대로 쐈다는 증언도 속출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 CBS 인터뷰에서 “집단 학살이 벌어졌다. 우리를 말살하려는 시도”라고 규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부차에서 일어난 일은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 재판에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CNN과 CNBC 방송이 전했다.“러軍, 민간인 손 뒤로 묶고 총 쏴”… 부차 일대에 시신 410구 러軍, ‘부차 민간인 집단학살’… “교회 마당에 시신 150구 묻혀” 증언젤렌스키 “우리 말살하려 해” 규탄… 유엔, 러의 전쟁범죄 조사 나서美-서방, 대대적인 추가 제재 예고, 獨도 입장바꿔 “러 가스 수입금지” “러시아군이 양손을 뒤로 묶은 후 뒤통수에 총을 쐈다. 곳곳에 머리와 팔다리가 사라진 시신이 널브러져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소도시 부차 등에서 민간인을 조직적으로 학살한 정황이 3일(현지 시간) 드러나자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미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영국 더타임스 및 가디언 등 각국 주요 언론 또한 4일자 1면에 부차 학살 기사와 사진을 실었다. 영국 대중지 메트로와 미러는 각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수니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보다 더 나쁘다’ ‘집단 학살’을 제목으로 달았다.○ 젤렌스키 부차 찾아 러 전쟁 범죄 규탄3일 미 민간위성업체 맥사가 공개한 위성사진에서는 부차의 교회 앞마당에 길이 약 14m, 폭과 깊이가 1m를 넘는 구덩이가 포착됐다. 주민들은 이 구덩이에 러시아군이 살해한 시민 150여 명이 묻혔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 CBS 인터뷰에서 “집단 학살이 벌어졌다. 우리를 말살하려는 시도”라고 규탄했다. 4일 직접 부차를 찾은 그는 참혹한 현장 사진을 텔레그램에 공개했다. 손이 뒤로 묶인 채 뒤통수에 핏자국이 묻어 있는 시신 사진으로 가득했다. 러시아군이 무고한 민간인을 포박한 뒤 살해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광경이었다. 그는 “러시아 병사들의 어머니는 자식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똑똑히 봐야 한다”고 했다. 국제 인권감시단체 휴먼라이츠워치도 “강간, 즉결 처형, 약탈 등 민간인 대상 범죄가 수없이 발생했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3일 밤 대국민 담화에서는 이미 정계에서 은퇴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을 맹렬하게 비난했다. 2008년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을 추진했을 당시 두 사람이 미온적 태도를 보인 것이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침공 및 부차의 집단 학살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두 사람을 부차로 초청한다. 러시아에 대한 14년간의 양보 정책이 무엇을 낳았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라”고 일갈했다.○ 獨 “러 가스 수입 금지해야”…佛·伊도 찬성 서방은 대대적인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아주 이른 시일 내에 대러시아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집단 학살마저 서슴지 않는 ‘전쟁 기계’ 푸틴을 막기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자격 정지를 요청할 뜻을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또한 독립 조사를 촉구했고 국제형사재판소(ICC) 역시 러시아를 전쟁범죄로 처벌하기 위한 각종 지원에 나섰다. 러시아는 ‘미국의 명령에 따른 음모론’ ‘우크라이나의 연출극’이라고 부인했다. 새 제재는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외교장관 회담에서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은 에너지·광물 금수 및 추가 금융 제재,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가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등을 검토하고 있다. 끔찍한 전쟁범죄에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독일조차 추가 제재에 찬성했다.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장관은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수입 금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간 러시아산 에너지 제재에 대해 미온적이었던 이탈리아 또한 찬성으로 선회하고 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러시아산 석유 및 석탄의 전면 수입 중단을 원한다고 CNN 등은 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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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우크라 부차서 민간인 대학살…美-EU 추가 제재 나서

    “양손을 뒤로 묶은 후 뒤통수에 총을 쐈다. 무차별 포격으로 거리에는 머리 팔 다리가 사라진 시신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새가 시신의 눈을 파먹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서부 소도시 부차를 비롯해 수도 키이우 외곽 점령지에서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주장하는 시민들의 증언이다.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부차 등 키이우 외곽 일대에서 3일(현지 시간) 민간인 시신 410구가 발견되자 국제사회가 분노하는 가운데 유엔이 전쟁범죄 조사에 나섰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외신은 “제노사이드(집단학살)가 대러시아 제재 강화의 변곡점”이라고 전했다.● 거리 곳곳에 훼손된 민간인 시신들미 CNN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검찰은 이날 러시아군이 퇴각한 부차 일대에서 민간인으로 보이는 시신 280여 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이곳 거리 곳곳에서는 검은 포대 등으로 둘둘 말은 시신들이 목격됐다. 반쯤 타거나 신체 부위가 훼손된 시신도 많았다. 우크라이나군은 떠돌이 개나 새들이 특정 부위를 파먹기도 했다고 전했다. 미국 민간위성업체 맥사가 이날 공개한 위성사진에는 부차의 한 교회 앞마당에 길이 약 14m, 폭과 깊이가 1m를 넘는 구덩이가 포착됐다. 현지 주민들은 이 구덩이에 러시아군이 살해한 시민 150여 명이 묻혔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 CBS 인터뷰에서 “부차 지역에서 제노사이드가 벌어졌다. 우리 국민을 말살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국제 인권감시단체 휴먼라이츠워치도 “강간, 즉결 처형, 약탈 등 민간인 대상 범죄가 수없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전쟁범죄 입증을 위해 시신 410구 중 150여 구를 수습해 부검에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성명을 내고 “책임 규명을 위해 독립적인 조사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러시아를 전쟁범죄로 처벌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명령에 따른 음모론” “우크라이나 정부의 연출극”이라며 부인했다. ● 獨도 “가스 수입 금지해야”미국과 서방은 대대적인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MSNBC에 출연해 “아주 이른 시일 내에 러시아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집단학살마저 서슴지 않는 ‘전쟁기계’ 푸틴을 막기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제재는 6일 나토 외교장관 회담에서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추가 제재로는 러시아 에너지·광물 금수 제재와 추가 금융제재, 러시아와 무역·금융 거래를 유지하는 국가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등이 거론된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에드워드 피시맨 전 국무부 제재 담당 보좌관은 WP에 “이란식 제재 등 최대 제재에 이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램브레히트 독일 국방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EU는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 금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에너지 수입 금지에 반대하던 독일 이탈리아가 찬성으로 선회해 제재를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발트3국(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는 1일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군의 집단학살이 러시아산 석유, 천연가스 구매를 정당화하기 어렵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2-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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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국민투표로 ‘중립국 여부’ 결정… 러와 합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 결정을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맡기는 데 합의했다고 우크라이나 측이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양국 대통령 정상회담이 터키에서 열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러시아가 침공 전략 목표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장악으로 수정하면서 동부에서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2일(현지 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다비트 아라하미야 우크라이나 협상단 단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중립국 지위에 대한 국민투표가 현재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라는 데 러시아가 동의했다”며 “크림반도 문제를 제외한 (우크라이나의) 모든 입장을 수용한다고 러시아 측이 구두 답변했다”고 말했다. 아라하미야 단장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중재하에 양국 정상회담이 이스탄불 또는 앙카라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도 밝혔다. 반면 러시아 대표단의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보좌관은 “협상이 양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정도로 진전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미국 CNN은 이날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가 요구한 안전보장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대신 중립국화를 받아들이되 서방이 러시아로부터 안전을 보장한다는 조약을 맺자고 제안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일대 등 북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하면서 동남부가 주요 격전지로 바뀌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러시아군이 장악했던 이르핀, 부차 등 수도권 30여 곳을 탈환했다고 밝혔다. 부차 등지에서 시신 300여 구가 발견되는 등 벨라루스 국경 쪽으로 퇴각하는 러시아군이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다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주장했다.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주요 거점 장악에 실패한 푸틴 대통령은 전략 목표를 동부 지역 장악으로 바꾸고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인 5월 9일까지 이를 달성해 ‘전쟁 승리’를 선포하려 한다고 미 정보당국은 전했다. 러시아군은 1일 동부 전선 요충지 이줌을 함락하고 돈바스 도네츠크주 슬라뱐스크로 진격했다. 남부 오데사에도 3일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미국은 유럽과 협력해 소련제 탱크를 돈바스 전선 우크라이나군에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의 탱크 지원은 처음이다. 독일은 옛 동독군 장갑차 58대를, 영국은 러시아 군함 저격용 대함미사일을 지원할 방침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새로운 단계가 시작되는 신호”라고 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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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 푸틴 겨냥 “철없고 시대착오적” 공개 비판

    프란치스코 교황(86)이 2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갈등을 조장하는 ‘시대착오적’ 지도자”라고 비판했다. 교황이 푸틴 대통령을 지목해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황은 조만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방문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지중해 섬나라 몰타 방문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오직 죽음, 파괴, 증오만을 초래하는 전쟁의 차가운 바람이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휩쓸고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는 철없고 파괴적인 침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푸틴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슬프게도 일부 강력한 통치자가 민족주의적 이익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로 인해 (전 세계에) 갈등이 조장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AP통신은 “교황은 그간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을 호소해 왔지만 푸틴이나 러시아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며 “이날 발언은 푸틴에 대해 교황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교황은 이날 몰타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키이우 방문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테이블 위에 있다”고 답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교황이 피란민들이 몰리는 우크라이나 인접국 몰타에 방문했기 때문에 곧이어 키이우 방문도 가능하다”며 “전쟁 중단을 위한 큰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교황은 이날 우크라이나 피란민 증가로 인한 각국의 난민 기피 현상을 의식한 듯 “유럽은 피란민들을 존엄하게 보호하기에 충분한 땅과 국가가 있다”며 인도적 수용 확대를 촉구했다.체르니우치=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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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자유를 위해” 우크라 여인들 총을 들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오전 11시 우크라이나 서남부 도시 체르니우치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는 책상이 있어야 할 자리에 매트리스 2장이 깔려 있었다. 머리를 질끈 묶은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AK47 소총을 잡고 매트리스 위에서 ‘엎드려쏴’ 자세를 하고 있었다. 사격 시 유의 사항과 소총 분해·조립 방법이 빼곡히 적힌 칠판 앞에서 교관이 말했다. “방아쇠를 당기기 전 눈으로만 확인해선 안 됩니다. 귀로 소리를 들어 총의 상태를 점검하고, 몸으로 반동을 느껴 보세요. 자, 발사.” 건축 디자이너인 테이티아나 씨(26)는 “난생처음 총을 잡아 본다”고 했다. 자세는 서툴렀지만 옆으로 세운 책상을 엄폐물 삼아 몸을 낮추고 총을 겨누는 눈빛에 결의가 느껴졌다. “아름다운 건물을 만들고 싶어 건축학을 전공했어요. 그런데 러시아의 포격으로 수많은 건물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총을 들기로 결심했습니다.” 기자도 이날 우크라이나 여성 10여 명과 함께 사격 훈련을 받았다. 군복무 시절 M16 소총을 다뤄 본 적이 있지만 훈련을 따라가기 만만치 않았다. 여성들은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동포들을 생각하며 진지하게 교육에 임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서서쏴’ ‘앉아쏴’ ‘숨어쏴’ 등 자세를 취했다. 총기 분해법을 배울 땐 꼼꼼히 필기했다. 마케팅 회사에서 일하는 다샤 씨(31)는 “사람 죽이는 연습을 하는 나 자신이 못마땅할 때도 있다”고 했다. “무기는 인간의 악함에서 나온 산물이지만 저는 그 악함을 이용해 러시아군과 싸울 겁니다. 우리를 지켜야 하니까요.”우크라 초등교 사격훈련, 절반이 여성… “죽음 두렵지만 싸울것” “내 가족 친구 조국위해 모두 뭉쳐” AK47 소총들고 실전같은 훈련우크라이나軍 소속 훈련 교관 “교육후 금세 익숙… 민병대 합류도”대학생들 “러에 종전 구걸 말아야”… 젤렌스키 “영토 지키기 위해 싸울것”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이 군대 경험이 없고 건강이 안 좋더라도 입대하고 있어요. 언제든 우리 도시도 러시아의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저도 싸우려 합니다.”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체르니우치의 한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사격 훈련에 참여한 언론인 나스차 씨는 “죽음이 두렵고 피를 흘리기 싫지만 내 가족과 친구, 조국, 나아가 자유를 위해 모두가 뭉쳤다”고 했다.○ 대학생들 “러에 종전 구걸 말아야” 훈련을 진행한 우크라이나군 소속 교관 드미트로 씨(42)는 “여기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총을 쏠 줄 모르지만 교육을 받은 후 금세 총기를 다룰 수 있게 돼 민병대에도 합류한다”며 “훈련 인원의 50%는 여성”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와 함께 사격 교육을 받은 훈련생 10여 명도 모두 여성이었다. 드미트로 씨는 군 복무 시절 M16 소총을 다뤄본 경험이 있는 기자에게 “당신 군대에 다녀온 게 맞느냐. 우크라이나 여성들만 못하다”며 “AK-47 소총은 1947년에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신뢰할 만한 동구권의 핵심 무기”라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포위하던 병력의 20% 정도를 동부 돈바스 등 지역에 재배치했다. 러시아가 동부 지역을 점령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한 배경에는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전이 큰 영향을 미쳤다. 13만 명 규모의 민병대가 러시아군에 맞서 게릴라전을 펼친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우크라이나 대학가에도 저항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체르니우치 국립대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은 러시아와의 휴전 협상에 대해 “전쟁으로 너무 많은 피해를 봤다. 러시아에 종전을 구걸하지 말고 협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잔츠나 씨(29)는 “회담이 잘 진행돼 전쟁이 멈추길 바라지만 러시아 측의 요구에 굴종하면 안 된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럽연합(EU) 가입, 중립국화 등을 두고 국민투표를 결정하면 투표장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영토 지키기 위해 싸울 것”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5차 회담 후 “병력을 감축하겠다”고 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우리는 겉만 번지르르한 어떤 문구도 믿지 않는다”며 “우리의 모든 영토를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중립화 등에서는 양보하지만 러시아가 편입을 시도하는 동부 돈바스 문제는 타협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도 러시아가 병력을 재배치하고 있을 뿐 군 철수는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최근 24시간 동안 키이우 주변에 배치한 소규모 군대와 기동부대인 대대전술단을 재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돈바스 지역에 러시아가 지원하는 민간 용병 조직인 와그너그룹 용병 1000여 명이 배치됐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돈바스를 우크라이나에 내주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4월 1일 온라인 형식의 회담을 열어 휴전협상을 재개한다. 2008년 옛 소련 국가인 조지아에서 분리·독립을 선포했던 남오세티야는 이날 공교롭게도 러시아로 편입을 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분리·독립을 시도해 온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한 뒤 이를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켰다. 러시아가 조지아로 전선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체르니우치=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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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란민이 주민보다 많은 우크라 소도시… “집 통째 내준 온정에 눈물”

    “폴란드 등 서쪽 인접국 국경을 넘은 사람들은 자가용도 있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에요. 형편이 안 좋은 사람들은 멀리 대피를 못 가고 국내로 이동할 수밖에 없어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시민 올리하 씨(50)는 가족 5명과 함께 서남부 소도시 비지니차로 피란을 오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올리하 씨 가족은 키이우를 포위한 러시아군이 아파트 등 민간 시설물을 본격적으로 포격하기 시작한 15일 피란을 결심했다. 버스와 기차 등 대중교통으로 오느라 꼬박 이틀이 걸렸다. 기자가 29일 찾은 인구 4000명의 소도시 비지니차는 현재 피란민 수가 5000명이 넘는다. 80km 거리에 인구 26만 명의 체르니우치가 있지만 큰 도시는 러시아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주변 소도시로 몰리고 있다. 비지니차 시내 중심가의 극장은 피란민들에게 줄 헌옷을 모으는 물품 창고가 됐고, 주민들 집에는 피란민들이 함께 살고 있다. 한 주민은 식구가 많은 올리하 씨에게 집을 통째로 내줬다. 그는 “처음에는 떠나온 집을 생각하면 눈물이 났는데 지금은 집을 빌려준 분들에 대한 고마움 때문에 눈물을 흘린다”고 했다. 이 지역 출신 청년들도 피란민들을 돕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우크라이나 인기 밴드 ‘카즈카(Kazka)’ 멤버인 드리트로 씨(24)는 최근 돌아와 피란민에게 물품을 지원하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그가 일주일 전 피란민을 주제로 제작한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10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드리트로 씨는 “자신의 재능으로 피란민들을 도우려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에도 우크라이나 피란민이 폭증하면서 곳곳에서 식량, 의료품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조이스 음수야 유엔 인도주의 담당 사무차장은 CNN에 “첫 번째 유엔 호송대가 의약품 300t 이상, 다량의 음식, 물, 통조림을 피란민들에게 전달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피란민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 약탈, 성범죄 우려도 크다”고 했다. 전쟁이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우크라이나 피란민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는 29일 “지난달 24일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인 1100만 명이 집을 떠났다”고 발표했다. 전체 인구(4400만 명)의 4분의 1에 달한다. 이 중 국경을 넘어 폴란드 헝가리 등 인접국으로 간 피란민은 400만 명. 이들은 언론에도 집중 조명되며 각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650만 명은 더욱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쟁 관리에 집중하고 있어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고 생필품, 의료품도 크게 부족하다. 피란민 200만 명을 받아들인 폴란드를 비롯해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유럽연합(EU)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28일 회원국 내무장관 회의를 열고 피란민으로 인한 국가별 부담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인구 대비 입국한 우크라이나인 수를 나타내는 ‘피란민 지수’를 도입하기로 했다.비지니차=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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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민’ 보다 ‘피란민’ 많은 우크라 소도시…“형편 어려워 국경 못 넘어”

    “폴란드 등 서쪽 인접국 국경을 넘은 사람들은 자가용도 있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예요. 형편이 안 좋은 사람들은 멀리 대피를 못 가고 국내로 이동할 수밖에 없어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시민 올리하 씨(50)는 가족 5명과 함께 서남부 소도시 비지니츠야로 피란을 오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올리하 씨 가족은 키이우를 포위한 러시아군이 아파트 등 민간 시설물을 본격적으로 포격하기 시작한 15일 피란을 결심했다. 버스와 기차 등 대중교통으로 오느라 꼬박 이틀이 걸렸다. 기자가 29일 찾은 인구 4000명의 소도시 비지니츠야는 현재 피란민의 수가 5000명이 넘는다. 80㎞ 거리에 인구 26만 명의 체르니우치가 있지만 큰 도시는 러시아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주변 소도시로 몰리고 있다. 비지니츠야 시내 중심가의 극장은 피란민들에게 줄 헌옷을 모으는 물품 창고가 됐고, 주민들 집에는 피란민들이 함께 살고 있다. 한 주민은 식구가 많은 올리하 씨에게 집을 통째로 내줬다. 그는 “처음에는 떠나온 집을 생각하면서 눈물이 났는데 지금은 집을 빌려준 분들에 대한 고마움 때문에 눈물을 흘린다”고 했다. 이 지역 출신 청년들도 피란민들을 돕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우크라이나 인기 밴드 ‘카즈카(Kazka)’ 멤버인 드리트로 씨(24)는 최근 돌아와 피란민에게 물품 지원하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그가 일주일전 피란민을 주제로 제작한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10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드리트로 씨는 “자신의 재능으로 피란민들을 도우려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에도 우크라이나 피란민이 폭증하면서 곳곳에서 식량, 의료품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조이스 음수야 유엔 인도주의 담당 사무차장은 CNN에 “첫 번째 유엔 호송대가 의약품 300t 이상, 다량의 음식, 물 통조림을 피란민들에 전달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피란민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 약탈, 성범죄 우려도 크다”고 했다. 전쟁이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우크라이나 피란민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는 29일 “지난달 24일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인 1100만 명이 집을 떠났다”고 발표했다. 전체 인구(4400만 명)의 4분의 1에 달한다. 이중 국경을 넘어 폴란드 헝가리 등 인접국으로 간 피란민은 400만 명. 이들은 언론에도 집중 조명되며 각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650만 명은 더욱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쟁 관리에 집중하고 있어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고 생필품, 의료품도 크게 부족하다. 피란민 200만 명을 받아들인 폴란드를 비롯해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에서 포화상태가 되면서 유럽연합(EU)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28일 회원국 내무장관 회의를 열고 피란민으로 인한 국가별 부담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인구 대비 입국한 우크라이나인 수를 나타내는 ‘피란민 지수’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EU 회원국 간에 정해진 비율에 따라 피란민을 받아들이는 쿼터제 도입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윌바 요한슨 EU 집행위원은 “현재로선 자발적으로 피란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BBC는 “자율적인 피란민 배분은 2015년 시리아 난민 사태와 유사한 분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비지니츠야=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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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우크라를 한국처럼 분단국가 만들려고 해… 끝까지 싸울 것”

    “우크라이나가 둘로 쪼개지게 생겼어요. 푸틴이 우리를 한국처럼 분단국가로 만들려 합니다. 한국인인 당신 생각은 어떤가요?” 2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서남부 도시 체르니우치의 시청 앞 광장에는 시민들이 모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동부를 점령하기 위해 전력을 집중시키는 현 상황에 대해 두려움과 분노를 토로했다. 러시아의 집요한 공격을 한 달 넘게 버텨내던 남동부 마리우폴이 이날 러시아군에 사실상 넘어갔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남북이 분단된 한반도처럼 ‘동서 분단’의 아픔을 겪게 될까 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루스라나 씨는 “분단은 절대 있을 수 없다.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세르히 씨는 “우크라이나 남부는 우리 땅이다. 푸틴은 러시아로 돌아가라”고 했다. 시민들은 시청 광장에 우뚝 선 한 동상을 에워싸고 있었다. ‘국민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타라스 셰우첸코(1814∼1861)였다. 러시아의 모진 탄압에도 러시아어가 아닌 우크라이나어로 시를 썼던 그는 우리로 치면 윤동주 시인 같은 존재다. 시민들은 그의 시에서 따온 구절인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구호를 수없이 외쳤다. 한 시민은 기자에게 다가와 셰우첸코의 시 ‘유언’을 읊어줬다. ‘그대들이여, 떨치고 일어나 그대들의 자유를 굳게 지키라. 나 죽거든 그리운 우크라이나 넓은 들판에 묻어다오.’“남동부 마리우폴 함락 임박… 우크라 동서분단 위기 현실화”크림~돈바스 잇는 ‘친러 벨트’ 완성… 러, 準국가 주장 후 분단 시도 전망이스탄불서 러-우크라 5차 협상우크라 “러와 정상회담 할만큼 진전”… 러 “키이우 등서 군사행동 줄일것”“우크라이나가 동서로 나뉜 분단국이 될 수 있다”는 시민들의 우려는 우크라이나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체르니우치로 대피한 시민들을 돕는 자원봉사자 소피아 씨는 기자에게 “마리우폴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음에도 그래도 버텨 왔는데… 남동부의 핵심 지역인 그곳을 러시아군이 거의 점령했다고 하니 분단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을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남북 분단 한국처럼 ‘동서 분단’ 우려”28일(현지 시간)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CNN에 “러시아군의 계속되는 포격으로 너무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불행히도 마리우폴 지역 대부분이 러시아군 통제에 놓이게 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시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계속된 공격으로 마리우폴에서 어린이 210명을 포함해 최소 5000여 명이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사망자가 최대 1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도 했다. 도시 내 주거 건물의 90% 이상이 손상됐고, 완전히 무너진 건물이 40%에 달한다. 러시아군의 포위에 시민 16만 명이 식량과 물, 난방을 차단당했다. 러시아에 마리우폴은 친러시아 세력이 대부분 장악한 동부 돈바스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곳을 손에 넣으면 이미 점령한 남부 도시 헤르손을 비롯해 크림반도-마리우폴-돈바스를 잇는 친러시아 남부 벨트가 완성된다. 러시아는 점령지들을 하나로 이어 준(準)국가라 주장한 뒤 분단을 시도할 것으로 우크라이나는 보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한반도(식 분단) 시나리오’를 구현하려 한다”며 “수도 키이우, 제2도시 북부 하르키우의 병력까지 동남부로 이동시켜 동남부 함락 지역을 연합하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 “러와 정상회담 할 정도 협상 진전”우크라이나인들은 분단 위기를 실감하면서 더욱 결속하고 있다. 기자가 체르니우치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시민 10여 명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분단국가로 만드는 것만큼은 결사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KIIS)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와 맞서 싸우겠다’는 응답은 58%인 반면 ‘피란 가겠다’는 의견은 19%에 그쳤다. 우크라이나군이 28일 키이우 서북부 도시 이르핀을 러시아군으로부터 탈환하는 등 북부에서는 반격이 거세다. 올렉산드르 마르쿠신 이르핀 시장은 이날 “완전히 해방됐다. 이르핀은 반격의 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키이우시는 러시아군이 외곽으로 물러나면서 이날부터 오후 9시∼오전 6시 통금 시간을 2시간 줄이고, 온라인으로 학교 수업을 재개했다. 우크라이나는 29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러시아와 5차 평화회담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하고 중립국 지위를 갖는 대신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터키 등이 우크라이나 안보를 보장하는 새 체제를 러시아에 제안했다. 중립국 지위가 채택되면 우크라이나에 외국 군사기지를 유치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군 철수를 요구했다. 특히 이날 회담이 끝난 뒤 우크라이나 측 협상 대표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보좌관은 “양국 정상회담을 할 정도로 충분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협상 대표단은 러시아군이 집중 공격을 벌여 왔으나 고전해온 키이우와 북동부 체르니히우 등 2곳에서 “군사행동을 대폭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체르니우치=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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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르포]“러 미사일 언제 날아올지, 하늘 보며 공포에 떨어… 어제 저녁만 3차례 경보”

    “자꾸 하늘을 보게 돼요. 언제 머리 위로 러시아군의 미사일이 쏟아질지 모르니까요.” 28일 루마니아 국경과 가까운 우크라이나 서남부 도시 체르니우치 시청 앞 광장. 봄 햇살이 비치는 화창한 날이었지만 거리에 공습경보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자 시민들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사이렌 소리에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들의 얼굴에는 극도의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 시 당국은 우크라이나 서남부 지역 상공에 비행물체가 출몰하거나 도시 주변에서 폭발음이 들리는 등 특이사항이 감지될 때마다 수시로 사이렌을 울리고 있다. 이날 오후 중앙극장에서 화재 신고가 접수돼 소방차 여러 대가 도심을 가로지를 때도 시민들은 굳은 표정으로 바라봤다. 한 시민은 “요즘엔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도 공포”라고 했다. 그는 전날에도 저녁에만 경보가 3차례 울려 지하실 등 대피 장소를 찾아 헤맸다고 했다. 수도 키이우에서 피란을 온 30대 여성 이리나 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열흘 전 체르니우치에서 100km 남짓한 거리의 이바노프란키우스크 지역에도 러시아가 미사일 폭격을 했어요. 단언컨대 우크라이나에서 안전한 곳은 한 군데도 없습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달 24일 침공 이후 약 한 달간 우크라이나 전역에 1100기가 넘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영토 양보 없다던 젤렌스키 “러 점령 돈바스 타협할 수 있다” “땅 중요하지만 많은 생명 구해야”… 영국 주간지와 인터뷰서 강조빠른 종전 위해 현실적 선택 분석… 시민들 “끝까지 싸우겠다” 비장“이제 안전지대 없다” 불안한 나날… 공습 사이렌에 기자도 지하 대피“러, 한미일 국민 입국 금지 예정” 28일 기자가 우크라이나 서남부 체르니우치 도심을 취재하는 동안에도 “이이이이잉” 하는 공습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기자는 시민들을 따라 인근의 지하 은신처로 대피했다. 함께 가던 소피아 씨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쓰고 폐쇄됐던 방공호인데 최근 다시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400명이 대피할 수 있는 이 은신처에는 방이 10개 있었다. 벽면 곳곳에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꽃과 문양 등이 그려져 있었다. 대피한 시민들이 불안감을 달래며 그린 그림이었다. 벽면에 꽃을 그리던 10세 소녀 타냐는 “죽을 수도 있어서 무섭지만 살아야 한다는 희망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체르니우치에는 이런 지하 은신처가 68곳 있다.○ 공습 사이렌에 기자도 함께 대피체르니우치는 루마니아 국경으로부터 40km 떨어진 인구 26만 명의 도시다. 우크라이나 북동부와 달리 러시아군의 공격을 거의 받지 않았다. 헝가리 루마니아 등 인접국 국경을 넘지 못한 피란민들이 이 도시로 몰려들었고,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 임시 사무소를 비롯해 각국의 임시 대사관도 있다. 하지만 ‘그나마 안전할 것’이라는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촬영하면 안 됩니다. 건물 사진이 보도되면 러시아군의 폭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기자가 시청 광장 주변 건물을 카메라로 촬영하려 하자 한 경찰관이 달려와 막아섰다. 그의 목소리에서 경찰로서의 의무감보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시민으로서의 절박함이 느껴졌다. 40대 사업가 유리 씨는 “인근 지역마저 러시아군 최첨단 무기의 폭격을 받고 있다. 너무 불안해서 보드카라도 잔뜩 마셔야 잘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시민들은 “언젠가는 우리 차례 아니겠느냐”며 “우크라이나에 안전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고 했다. 18일 체르니우치에서 100km 거리인 이바노프란키우스크 지역의 델랴틴 일대가 러시아군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에 초토화됐다. 러시아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킨잘’을 실전에서 사용한 것은 처음인 만큼 서남부 지역도 긴장이 높아졌다. 체르니우치 시민들은 “남부까지 전쟁이 번지면 끝까지 싸우겠다”는 비장함을 보이고 있다. 블라디슬라우 아트로시첸코 체르니우치 시장은 러시아군이 도시를 공격할 경우 시민들에게 민병대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러시아군 장갑차와 전차를 파괴하면 15만∼25만 흐리우냐(약 600만∼1000만 원)의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 ○ 젤렌스키 “러와 돈바스 타협 가능”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9일부터 터키에서 5차 평화 협상을 시작한다. 협상에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현재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일부를 장악한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해 러시아와 타협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도 논의 가능하다고 밝혔다. 영토 문제에 대해 양보할 수 없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도 “전쟁에서 승리는 가능한 한 많은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며 “우리 땅은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영토일 뿐”이라고 말했다. 고전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장악하기보다 둘로 쪼개기 위해 동남부에 전력하려 한다는 판단에 따라 현실적으로 빠른 종전을 택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은 “푸틴은 ‘한국형 (분단) 시나리오’를 모색하고 있다”며 “동남부의 러시아군 점령 지역과 나머지 비점령 지역을 분단시키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8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는 한국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비우호국가’ 국민의 러시아 입국을 금지하는 법령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체르니우치=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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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경수비대 “무사히 취재… 살아 돌아오라”

    “저널리스트라 해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취재기자로 당장 등록하세요.” 28일 오전 우크라이나 남부 체르니우치주(州)의 포루브네 국경검문소. 이곳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루마니아로 건너가려는 인파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반면 우크라이나로 입국하려는 사람은 기자를 포함해 3명에 불과했다. 국경수비대원은 기자의 여권과 한국 외교부가 발급한 ‘예외적 입국 허가서’를 유심히 보더니 처음에는 “이 정도로는 통과할 수 없다”고 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남서부 지역은 북부나 동부에 비해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을 들었고 해외 언론 입국에도 비교적 관대했다. 그러나 서부에 미사일 공격이 잇따르면서 체르니우치 쪽 국경 검문이 더욱 까다로워진 것. 기자는 우크라이나 정부 측에 여권 사진과 기자증 등을 따로 보내고 취재 경위를 설명한 후에야 2시간 만에 국경을 통과할 수 있었다. 국경수비대원은 우크라이나 영토로 진입한 기자에게 “무사히 취재를 마치고 살아 돌아오라. 행운을 빈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13일부터 우크라이나를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인의 일반적인 우크라이나 입국은 불가능하다. 무단 입국을 하면 여권법 위반으로 고발된다. 다만 예외가 있다. 여권법 시행령 제29조 1항 ‘공공이익을 위한 취재나 보도를 위한 경우’는 외교부 허가를 받아 입국이 가능하다. 기자는 신청서와 취재활동계획서 등을 작성한 후 외교부 심사를 거쳐 28∼30일 현지에서 취재할 수 있는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를 받은 후 우크라이나에 입국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입국 및 활동의 모든 책임은 당사자가 져야 한다. 정부는 입국하려는 취재진에 ‘우크라이나 방문·체류 중 발생하는 안전상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 재산상 불이익 등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있음을 동의하라’는 서약을 받는다. ‘전쟁특약보험’ 가입도 권고한다. 취재 기간을 총 3일로 제한했고 지역도 체르니우치시 일대로 한정했다. 체르니우치=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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