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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우경임 논설위원입니다.

woohaha@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칼럼100%
  • [횡설수설/우경임]“따로 자야 금슬 좋다” 수면이혼 유행

    “나는 내 방에서 잔다. 남편은 남편의 방에서 잔다. 그 사이에 둘이 같이 쓰는 침실이 있다.” 2015년 음악가 벤지 매든과 결혼한 할리우드 배우 캐머런 디아즈는 남편과 각방을 쓰는 사실을 고백해 화제가 됐다. 그는 부부가 각방에서 자는 이른바 ‘수면 이혼’이 “수면의 질을 높이고 부부 관계를 돈독하게 한다”고 했다. 코를 골거나 잠버릇이 심한 배우자를 억지로 참고 자느니 침대나 침실을 분리해 따로 자는 것이 낫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미국에서 수면 이혼이 유행한다고 5일 보도했다. 미국 수면의학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성인 남녀 3명 중 1명은 수면 이혼 상태였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이 비율이 높아 밀레니얼 세대에선 43%에 달했다. 이어 X세대의 33%, 베이비붐 세대의 22%가 각방을 쓴다고 했다. 사실 부부가 한방을 쓰는 문화가 오래되진 않았다. 20세기 들어 산업화·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생겨난 문화일 뿐, 이전에는 부부가 각방을 쓰는 문화가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부부의 속사정도 비슷하다. 한 결혼정보업체가 부부간 수면 환경을 조사했더니 3명 중 1명이 각방을 쓰거나, 한방에서 자더라도 침대를 따로 썼다. ‘수면 궁합’이 상극인 부부들이 있다. 남편 코골이가 너무 심하다며 여행 가서 호텔 방을 2개 잡는 사람도 있다. 늘 에어컨을 켜는 남편과 온수매트를 안고 자는 아내는 같이 자기 힘들다. 잠귀가 밝은데 밤새 뒤척이거나 화장실을 자주 가는 배우자랑 자다간 잠을 설친다. 수면 리듬이 현저히 다른 부부도 있다. ▷잠을 잘 자야 배우자에게도 너그러워진다. 수면이 부족하면 사소한 일에 화가 나고 공감 능력이 떨어져 배우자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한다. 건강에도 해롭다. 매일 밤 7, 8시간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당뇨병, 뇌·심혈관 질환 및 치매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수면 이혼을 시작한 미국 부부의 52%가 수면의 질이 개선됐다고 보고했고, 매일 평균 37분을 더 잤다. 따로 자기를 추천하는 전문가들은 “수면 이혼이 아니라 부부끼리 수면 동맹을 맺는다고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부부 일심동체’라거나 ‘부부가 싸워도 한 이불을 덮고 자야 한다’는 결혼 주례사를 듣는 우리나라에선 부부가 각방을 쓰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부부 사이가 소원해진 것 아닌지 실눈을 뜨고 보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돌연사 위험이나 심리적 고립감이 커지므로 같이 자는 것이 낫다는 반박도 한다. 하지만 핵가족을 넘어 핵개인이 출현한 시대다. 서로 억지로 맞춰 살거나 이를 견디지 못해 관계를 단절하느니, 개인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요즘 시대에 맞는 부부 관계인 것 같다.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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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배달비 0원’ 출혈경쟁, 그 끝은?

    배달앱 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배달플랫폼 간 점유율 전쟁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쿠팡이츠는 지난달 ‘배달비 0원’을 선언했다. 업계 막내의 도전에 배달의민족은 “이달부터 우리도 0원”이라며 응수했다. 쿠팡이츠는 와우 멤버십(월 4990원)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배달을 하고, 배민은 동선이 겹치는 곳을 묶어 배달하는 알뜰배달에 무료 혜택을 준다. 지난달 업계 2위 자리를 뺏긴 요기요 역시 배달비 무료 혜택을 받는 멤버십인 ‘요기패스X’의 월 구독료를 2900원으로 2000원 내렸다. ▷지난해 배달 음식 온라인 거래액은 26조4326억 원. 2017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데다 음식값 못지않은 배달비에 배달앱을 지워버린 사람이 늘었다. 한껏 콧대가 높아졌던 배달플랫폼들이 시장이 정체되자 ‘배달비 0원’을 선언하고 고객을 사수하는 생존 게임을 시작했다. 원래 배달비는 소비자와 음식점주가 절반씩 부담한다. 배달플랫폼에서 소비자 몫을 부담해 떠나는 소비자를 붙잡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출혈 경쟁의 원조는 미국 기업 아마존이다.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가격을 낮추는 ‘제로(0) 수익’ 전략으로 소비자와 판매자를 빠르게 흡수했다. 일단 사람이 모이도록 해 시장을 독점한 다음 비용을 회수하는 전략이다. 그 결과가 ‘빅테크’로 성장한 아마존이다. 지난해 10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아마존을 상대로 반(反)독점 소송을 제기하며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남용해 경쟁자를 퇴출시키고, 소비자와 판매자에게 과도한 비용을 부담시켰다”고 했다. ▷배달앱 시장의 90% 이상을 배민, 요기요, 쿠팡이츠가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서 음식점주들은 “팔면 팔수록 손해”라고 호소한다. 지난해 음식점주가 부담하는 건당 배달비는 평균 3473원이었다. 2015년 중개수수료 0원을 내세웠던 배민은 현재 음식값의 6.8%를 수수료로 받고 있고, 2019년 중개수수료 1000원으로 시작했던 쿠팡이츠는 음식값의 9.8%를 떼는 요금제를 내놓았다. 부가가치세를 포함하면 음식점주는 각각 7.48%, 10.78%를 부담해야 한다. ▷소비자도 ‘배달비 0원’ 경쟁 초기에는 참았던 야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배달앱 삼국지가 소비자의 편익으로 결론 날지는 의문이다. 배달비는 슬금슬금 올라 기본이 3000원이고 2km가 넘어가면 7000∼9000원까지 뛴다. 음식점주들이 배달앱의 높은 수수료를 전가하기 시작하면서 외식 물가도 무섭게 올랐다. 앞으로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배달앱이 출현하면 더한 횡포를 부려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감내해야 할지 모른다. 경쟁이 사라지는 시장에서 소비자는 ‘호갱’이 되기 마련이다. 그간의 혜택까지 곱절로 얹어서.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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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사과, 대파 이어 양배추… 두더지 잡기 된 먹거리 물가

    쌈직한 가격에 풍성한 밥상을 차리기엔 양배추만 한 채소가 없다. 크기도 큼직하고 절여 먹어도, 삶아 먹어도, 볶아 먹어도 맛있는 ‘만능 채소’다. 덕분에 흙대파가 금(金)대파가 되고 상추 낱장을 세면서 먹는 수상한 시절에도 듬직하게 밥상을 지켜 왔다. 그랬던 양배추마저 귀해질 모양이다. 지난달 30일 서울시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양배추(특급) 8㎏당 가격은 1만6570원으로 일주일 전인 23일(8696원)에 비해 거의 두 배가 올랐다. 양배추 한 통당 소매 가격은 전국 평균 5300원. 양배추 한 통 값이 지난해 시간당 최저임금(9860원)의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2월 사과, 배 등 과일 물가가 3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차례상 차리느라 가계가 휘청했다. 정부가 할인쿠폰을 뿌리며 과일값이 겨우 진정되는가 싶더니 이번엔 채소값이 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흙대파, 애호박, 적상추가 이달 초에 비해 11∼52%가량 올랐다. 작황이 부진해 올봄 출하량이 급감한 채소들이다. 덩달아 밀가루, 과자, 설탕, 소금 등 가공식품 가격도 오르고 있다. 마치 ‘두더지 잡기’ 게임을 하는 듯하다. ▷인플레이션은 실질 임금을 감소시킨다. 그 고통은 서민에게 더 크게 다가온다. 주부들은 장보기가 겁나고, 식당 주인들 사이에선 곡소리가 난다. 문제는 ‘비싼 채소’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장기적인 추세라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채소값이 오르는 원인으로 기상 이변, 재배 면적 감소, 국제 유가 등 비용 상승을 꼽았다. 기상 이변으로 작황이 부진한 가운데 인건비며, 유가는 오르기만 한다.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고,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재배 면적 감소는 이미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전 세계가 기상 이변으로 인한 ‘푸드플레이션’(음식+인플레이션)으로 떨고 있긴 하다. 코코아, 올리브유, 감자, 오렌지 등이 자고 나면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OECD 식품 물가상승률은 10.5%였다. 한국은 농업 생산 기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기상 이변까지 덮쳐 밥상 물가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민심이 술렁이자 정부는 부랴부랴 세금을 투입해 할인 품목을 늘리고, 납품 단가를 지원하는 등 물가 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일회성 대책은 시장 가격만 왜곡시킬 뿐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지속적인 농업 인구와 재배 면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생산기반 구축엔 별 관심도 없던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은 대형마트를 찾아다니는 ‘보여주기 행정’에 여념이 없다. 평소에 장을 볼까 싶은 정치인들이 ‘대파값 875원 논쟁’을 벌이더니 물가 안정에 역행하는 돈풀기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이쯤이면 누가 물가를 올리고 있는지 되묻고 싶어지는 것이다.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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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부모에게 자녀란 ‘돈 많이 드는 인생의 기쁨’

    한국인은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 그 이유야 차고도 넘치겠지만 한국인의 가치관 측면에서 이를 분석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가임기(20∼44세) 미혼과 기혼 남녀를 대상으로 출산과 자녀에 대한 가치관을 나열하고 동의하는 정도를 물은 것이다. ‘성장기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데 동의한 비율(96%)이 가장 높았다. 이어 ‘자녀를 키우며 정신적으로 성장한다’ ‘자녀의 성장은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이다’라는 데 각각 92%, 83%가 동의했다. 부모에게 자녀란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인생의 기쁨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자녀 양육 비용이 많이 든다’는 데 동의하는 비율은 혼인 여부나 성별에 따른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자녀의 성장이 인생의 기쁨’이라는 데는 기혼 남녀가 높은 비율로 동의했다. 반면 미혼 남성은 82%, 미혼 여성은 77%만 동의했다. ‘자녀=기쁨’에 동의하지 않으므로 출산을 기피한다는 해석도, 자식을 낳아 봐야만 그 기쁨의 실체를 알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선후 관계는 알 수 없으나 자녀에 대한 가치관이 저출산의 변수라는 것은 분명하다. ▷자녀를 낳지 않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자녀가 기쁨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 집단일수록 높았다. 미혼 여성의 21%가 자녀를 낳을 생각이 없었고, 이어 미혼 남성(13.7%), 기혼 여성(6.5%), 기혼 남성(5.1%) 순이었다. 이는 희망 자녀 수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혼 남성은 1.79명을 낳고 싶어 했고 미혼 여성은 1.43명을 낳고 싶어 했다. ▷한국에서 자녀가 주는 정서적 가치를 마음껏 누리기에는 출산과 양육에 드는 비용이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돈 먹는 하마’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자녀를 만 19세까지 키우는 데 2억5200만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한 최근 조사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는 경제적인 부담이 해소되더라도 자녀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지 않으면 출산율이 반등하진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2021년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가 17개국을 대상으로 ‘당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을 물었더니 13개국에서 ‘가족’을 1위로 꼽았다. 한국만 ‘물질적 안녕’이라고 답한 것과 비교된다. ▷흔히 부모의 사랑은 무조건적 사랑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면 그 반대도 성립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식은 부모의 지위나 배움에 상관없이 절대적인 사랑을 주고, 아무 조건 없이 미숙함을 용서한다. 그런 관계를 경험하고 나면 자녀가 인생의 기쁨이라는 데 동의하기 마련이다. 전례 없는 한국의 저출산은 아이를 낳고 기르기 힘든 환경을 개선해 나가되 자녀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답도 다시 찾아야만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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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입 우회로’ 된 검정고시, 10대 응시생 역대 최대 [횡설수설/우경임]

    1950년부터 시행된 고졸 검정고시는 가난해서, 아파서 정규 교육에서 소외된 이들이 제2의 인생에 도전할 기회였다. 주경야독(晝耕夜讀)으로 합격한 신문 배달 소년, 뒤늦게 만학의 꿈을 이룬 어머니, 학교에 다닐 수 없었던 장애인…. 역경을 극복한 검정고시 합격자들의 사연은 절절하고도 치열했다. 가난이나 여식(女息) 차별로 못 배운 한을 풀기 위해 응시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 검정고시는 되레 서울 강남·서초 지역 고교 학생의 응시가 늘고 있다고 한다. ‘고교 자퇴→검정고시→수능’ 코스가 대학 진학의 우회로로 통하고 있어서다. ▷4월 고졸 검정고시에 응시한 10대 학생(13∼19세)이 1만6332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022년 4월 1만2051명에 비하면 2년 새 35%가량 늘었다. 자퇴하고 수능에 올인한 고등학생들이 늘어난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졸 검정고시는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한국사 6과목과 선택 과목 1과목을 포함해 7과목이 출제된다. 학교 내신보다 공부할 과목이 줄고, 한 해 두 차례 응시가 가능하기 때문에 현역 고등학생이라면 어렵지 않게 합격한다. ▷특히 내신 경쟁이 치열한 서울 강남·서초 고교생들이 내신 성적이 부족하다 싶으면 검정고시를 보고 수능에 올인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2022년 전국 고교생의 학업 중단율은 1.9%인 데 반해 서울 강남·서초 지역 고교 중에는 5%에 이르는 곳도 있었다. 상대평가 과목이 몰려 있는 고교 1학년 성적을 2, 3학년에 뒤집기 어렵다 보니 대입 경쟁에서 밀려났다고 판단하면 고1에 일찌감치 자퇴하는 것이다. 이듬해 검정고시와 수능을 보고 성적이 잘 나오면 대학 진학을 앞당기고, 그렇지 않으면 1년 더 공부해 수능을 한 번 더 친다. 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는 인성 교육이나 교우 관계를 포기하고서라도 오로지 대입을 위해서만 내달리는 것이다. ▷국내에서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홈스쿨링, 대안학교, 국제학교가 늘어난 이유도 있다. 이 학교들을 졸업한 학생들이 국내 대학에 진학하려면 검정고시를 치르고 고졸 학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반복 응시도 늘고 있다 한다. 대학마다 다르지만 검정고시 성적이 95점 이상이면 보통 내신 2, 3등급을 받을 수 있다. 중위권 학생들은 반복 응시로 성적을 올린 뒤 내신 위주 수시 전형에 도전한다. ▷그 덕분에 검정고시 전문학원이나 검정고시 코스를 개설한 재수종합학원이 붐비고 있다. 부모가 매달 300만 원에 달하는 재수종합학원 비용을 댈 수 있다면, 아이는 고학의 상징이던 검정고시를 대입에 활용해서라도 학교 밖에서 길을 찾을 수 있다. 공교육이 포섭하지 못한 아이들이 사교육으로 몰려가는 동안, 여전히 학교가 전부인 아이들이 있다. 공교육이 따뜻하게 품고 제대로 가르쳐야 할 대상은 이런 아이들일 것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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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우경임]“부디 환자 곁으로 돌아오라”

    “우리 의료 제도는 급속 성장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불합리한 부분이 존재한다. 하지만 지식인이라면 제도를 바꾸는 과정도 냉철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부디 돌아오라.” 의대 입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20대 후반∼30대 초반, 이른바 MZ 의사들이 일제히 병원을 떠났다. 부정적인 여론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미 1만 명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자칫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와 통화를 한 건 그가 2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 때문이었다. 그는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와 정책 대안을 갖고 정부와 대화하라”고 썼다. 전공의 파업에 암묵적인 지지를 보내던 의료계의 침묵을 처음 깬 것이다. 가감없이 전달하기 위해 대화 내용을 그대로 옮겨 본다. ―공개적으로 전공의 복귀를 촉구했다. “SNS에 쓴 대로 ‘성급한 행동으로 개인에게 큰 피해가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라 안타까워서다. 정부가 보건의료재난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한 것은 처음이고 그만큼 큰 권한을 행사하게 되는데 후배 의사들이 이를 정확히 검토했는지 모르겠다.” 19일 처음 수련 포기를 선언한 박단 전공의협의회장은 “의료 소송에 대한 두려움, 주 80시간 근무, 최저 시급 수준의 임금 등을 견디지 못하겠다”고 했다. 이튿날부터 이에 공감한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내던지듯 제출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나. “전공의들이 많으면 절반까지도 영영 안 돌아올 수 있다고 본다. 의대 증원이 계기가 됐지만, 현재 의료 시스템에 절망한 나머지 떠나고 있다고 본다. 전공의가 없으면 병원이 마비되는 상황이야말로 우리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모순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어떤 모순인가. “지금의 전공의 수련 시스템은 우리가 북한보다 못살던 시절 만들어진 것이다. 정부도, 병원도 돈이 없으니 이들이 싼 인건비로 오래 일하도록 해서 병원을 운영하도록 했다. 2024년을 사는 전공의들에게 이 시스템을 강요한다고 통하겠나. 이런 시스템 개선은 미뤄 둔 채 대폭 증원한다고 하니 뛰쳐나간 것이다. ―그렇다고 환자를 두고 떠나는 것이 납득되진 않는다. “의사의 직업윤리라는 측면에서 환자 생사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행동은 용인되기 어렵다. 전공의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성급했다. 유럽 의사들도 파업은 하지만 정부와 충분한 협상을 하는 과정을 거친다. 대형병원 응급실, 수술실부터 비우지도 않는다.” ―증원은 필요하지 않나. “의사 증원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건강보험의 근본적인 수술이 병행돼야 한다. ‘저부담-저수가’로 설계된 건강보험 내에선 의료 수요가 적은 필수-지역의료부터 무너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내과 몫 뺏어 외과 챙겨 주는 식의 현행 수가제도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 권 교수는 정부와 의료계가 증원 숫자에만 매몰돼 싸울 것이 아니라 낡고 오래된 보건의료 시스템을 제대로 개혁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라도 후배들이 돌아와 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정부는 어제 29일이라는 복귀 시점을 최종적으로 통보하면서도 2000명이라는 숫자는 고수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연간 3000명의 의사가 더 필요하다”며 “2000명은 최소 인원”이라고 했다. 공무원 책상 위에서 1000명이 줄었는데 2000명에 집착해 필수-지역 의료 개혁을 실기할 이유가 있나. 전공의 복귀의 길을 열어줘 더 이상 환자의 피해를 막는 것도 정부의 역할일 것이다.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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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차라리 평교사로” 기피 보직된 교감 선생님

    평교사가 교감 되기는 대기업 평사원이 임원 되는 것 못지않게 어렵다.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 교원(교사·교감·교장) 수는 44만 명쯤 되는데 이 중 교감은 2.5%(약 1만1000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감이 “평교사로 돌려보내 달라”고 요청해 화제가 됐다. 현행법상 학교의 교원 정원이 주는 등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교감 반납은 불가능하다. 자진 강등은 반려됐지만 이 교감을 다시 모셔 오는 데 꽤 애를 먹었다고 한다. ▷요즘 “괜히 승진했다”라며 후회하는 교감이 많다. 과거에는 학교 살림을 총괄하던 ‘파워맨’이었던 교감의 위상과 보상이 예전 같지 않아서다. 학교 구성원이 교사뿐 아니라 강사, 행정직, 공무직 등으로 다양해지고 이들 사이 갈등이 늘었다. 연공서열이 무너져 영도 잘 서지 않는다. 중간 관리자인 교감 생활이 여간 고달파진 것이 아니다. 여기에 교감 업무는 점점 늘어나기만 한다.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대부분 학교에서 학부모 민원 창구가 교감으로 일원화됐고 올 1학기부터는 늘봄학교 지원실장도 겸임한다. 학교폭력대책위원회 등 27개 위원회도 당연직으로 참석한다. ▷교감들끼린 “무엇이든 하는 자”라는 자조가 나온다. 행정 업무는 갈수록 폭증하는 반면, 그에 대한 보상은 늘지 않았다. 올해부터 교사의 담임 수당이나 보직 수당이 대폭 인상됐어도 교감의 직급보조비(25만 원)는 그대로다. 실제 같은 호봉이면 담임 교사, 보직 교사보다 월급이 적어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교감은 방학 때도 출근해야 하고, 대체 수업을 해도 수당을 받지 못한다. 이러니 “평교사가 낫다”고 한다. ▷단지 수당이 낮다고 교감을 마다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평교사가 교감이 되려면 보통 20년 이상 걸린다. 연수도 받고 부장교사도 하고, 오지 근무도 하면서 승진 점수를 쌓아야 가능하다. 학교의 궂은일을 솔선하며 교감이 되었는데 존경받기는커녕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서 시달리기 일쑤다. 온갖 민원을 감당하며 교권 추락의 현실을 절감한다고 호소한다. 교감 기피 현상이 확산하면서 승진 중간 코스인 보직교사도 구인난을 겪고 있다. 지난달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 ‘올해 보직교사를 맡을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교사 10명 중 8명이 ‘없다’고 했다. ▷교감의 비애는 어느 조직에 있든 중간 관리자라면 공감할 것이다. 기업에서도 과거 업무 스타일을 고수하는 상사와 ‘워라밸’이 당연한 팀원 사이에 낀 중간 관리자의 업무가 폭증했고 스트레스 지수도 가장 높다. 고군분투하는 교감 선생님들의 사기를 올릴 다양한 방안이 나왔으면 한다. 교감의 살림 솜씨에 따라 교사와 학생이 행복한 학교가 빚어지는 법이니 말이다.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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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급할 때만 찾는 ‘진료보조(PA) 간호사’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 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투입하겠다고 하자마자 대한간호사협회가 “사전 협의된 바 없다”며 이를 일축했다. 지난해 5월 간호법 사태 이후 의사와 간호사 간 골이 깊은데도, 간협이 의사 파업을 거드는 듯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2020년 전공의 파업 당시, 정부 지시대로 대체 인력으로 일했다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고 의사들로부터 고발당했던 트라우마가 남아 있어서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를 대리하는 PA 간호사의 업무는 불법이다. 4년 전 환자 곁을 지켰다가 봉변을 당한 간호사들은 이번에는 “간호사에 대한 보호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며 정부의 동원령에 발끈했다. 하지만 전공의가 떠난 병원에선 의사 업무가 간호사에게 물밀듯이 넘어오고 있다고 한다. 의료 현장에선 “지시를 거부할 수도 없는데 혹시라도 환자가 잘못되면 불법을 추궁당할까 두렵다”고 아우성이다. ▷PA는 주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가 부족한 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1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의사들조차 “PA가 없으면 수술실이 마비된다”고 할 정도로 관행이 됐다. 다만 존재 자체를 ‘쉬쉬’하다 보니 정확한 집계가 이뤄지진 않는다. 주로 의사들이 기피하는 외과나 흉부외과에 속해서 수술 내용을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고 혈액 검사를 하는 등의 사전 준비부터 절개와 봉합까지 수술 전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부서 이동 없이 수술실에서만 일하다 보니 저연차 인턴·레지던트보다 숙련도가 높은 경우도 많다. ▷전공의를 뽑기 힘든 병원으로선 이들보다 비용이 덜 드는 PA 채용을 늘리지 않을 까닭이 없다. 2020년 보건의료노조 실태조사에 따르면 PA는 약물 처방, 검사, 수술 등 사실상 의사 업무 전반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PA를 제도화하면 될 터인데 의사들이 “간호사가 의사 가운을 입는다”며 반발해 논의조차 쉽지 않다. 석박사 수준의 과정을 밟고 면허를 따서 일하는 미국, 캐나다 등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체계적인 교육과 자격 검증 없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2010년부터 PA 제도화를 시도했지만 “환자 안전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앞세우는 의사 단체에 밀려 번번이 무산되곤 했다. 정부가 ‘PA 카드’로 의사를 달랬다, 간호사를 달랬다 하면서 환자 안전을 도외시한 탓도 크다. 불법인 PA가 관행이 된 것은 그만큼 수술실과 입원 병동의 의료 인력 부족이 심각해서다. 이번에 의대 정원이 늘더라도 의사 양성까지는 10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의사 단체의 벽을 넘지 못한 PA뿐만 아니라 비대면 진료,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확대 등도 논의를 서둘러 의료 공백을 메울 필요가 있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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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의대 증원’ 지역전형 확대… ‘꼼수 지방 전학’ 판칠까 걱정

    올해 고3이 치르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늘어나는 의대 정원 2000명은 “SKY(서울·고려·연세대) 위 대학이 하나 더 생겼다”고 할 정도로 파격적인 숫자다. 의대 증원이 발표된 이튿날인 7일 한 대형학원의 ‘의대 재수, 반수 전략’ 온오프라인 설명회에는 4100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의대 증원에 따른 입시 전략을 세우려는 수요라는 것이 학원 측의 설명이다. 의대 합격이 아슬아슬했던 상위권 고3 학생과 N수생, 의대에 떨어지고 이공계로 진학한 반수생, 심지어 미래가 불안한 직장인까지 의대에 도전하고 있다. ▷정부는 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해 지역 국립대와 정원 50명 이하 미니 의대를 중심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고, 신입생의 60%까지 지역인재전형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의대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이 기존의 두 배인 2018명으로 증가한다. 현재 입학 정원이 49명인 강원대 의대를 예로 들면, 두 배가량 늘어날 정원의 상당 부분을 강원 지역 고등학생으로 뽑아야 한다는 얘기다. 당연히 춘천에 사는 고등학생이 강원대 의대에 합격할 확률이 올라간다. 지금도 지역 의대 수시 전형의 경쟁률은 수도권 의대의 3분의 1 수준인데, 이 경쟁률이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지역인재전형은 고등학교를 해당 지역에서 졸업해야 지원이 가능하다. 3년 뒤인 2028학년도부터는 중학교부터 지역에서 다녀야 한다. 이미 지역 공공기관의 ‘기러기 부부’들이 서울 살림을 접고 재결합했다거나 자녀의 지방 전학을 위해 KTX를 타고 아버지가 서울로 ‘역출근’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강남 학원가에는 아이만 지역 중고교로 진학시키는 ‘지방 유학’ 문의도 늘고 있다. 세종 천안 아산같이 수도권과 가깝고 도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곳이 인기라고 한다. ▷지자체들은 의대 증원 효과로 인구 유입이 늘고 대학 상권에 활기가 돌 것으로 기대한다. 이들이 지역에 남아 의사로 일해준다면 ‘지역 의료 대란’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체리 피커’처럼 각종 보조금을 챙기고, 의대 입시 혜택만 누리는 ‘꼼수 전학’이다. 이를 우려한 지역 대학에선 “중학교가 아닌 초등학교부터 지역에서 졸업하도록 해야 사람들이 정주한다” “지역 의대를 졸업하면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2006년 이후 의대 입학 정원이 동결되면서 의사는 높은 소득과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는 가장 안전한 직업이 됐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이를 홀로 지방 유학을 보내거나 온 가족이 이사를 감수할 만큼 의대 진학이 자녀 교육의 전부가 된 현실은 씁쓸할 따름이다. 의대의 지역인재전형을 확대하려는 본래 취지는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인재를 키워 지역 필수 의료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똑똑한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4-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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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간호사도 필러 시술… ‘무천도사’ 사라지나

    ‘프티 시술’은 보톡스, 필러 같은 주사나 레이저 시술처럼 수술의 통증 없이 살짝 예뻐지는 시술을 지칭한다. 미용·성형 카페에서 ‘프티 시술’ 잘하는 곳을 물으면 무조건 최근 출시된 제품이나 장비를 쓰는 곳으로 가라고 한다. 그다음이 시술 경험이 많은 의사다. 의료 기술의 발전이 의사 손 기술을 앞선다는 경험칙이 통하는 셈이다. 실제 피부과는 인턴·레지던트를 거치지 않은, 즉 임상 경험이 전무한 일반의가 많은 진료 과목이다. ▷일반의로 개원해서 미용 시술을 하는 의사를 ‘무천도사(無千都師)’라고 부른다. 전문의를 따지 않고도(無), 월 1000만 원 이상을 벌고(千), 도시에서 일하는(都) 의사(師)라는 뜻이다. 과거 의료계에선 전문의를 따지 못하면 낙오자로 여겼지만 요즘에는 그런 동료 압력도 사라졌다. ‘워라밸’을 포기하며 고되게 일해 봤자 개원의보다 소득은 낮은 대학병원 의사들이 되레 자괴감을 느낀다고 한다. 일반의는 최근 전체 의대 졸업생의 약 15%까지 늘어났다. ▷갓 의대를 졸업한 일반의뿐만 아니라 다른 진료과목 의사들의 개원 러시도 이어지고 있다. 2022년 기준 전국 성형외과 의원(1115곳)은 10년 전보다 34%, 피부과 의원(1387곳)은 33% 늘어났다. 지난해 6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바로 적용하는 보톡스’ ‘고지혈증 일타 강사의 족집게 강의’ 등 다른 진료과목을 배우는 학술대회를 열었다. 저출산으로 미래가 어두운 소청과 의사 800여 명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뤘다. ▷정부가 ‘프티 시술’ 일부를 의사 면허 없이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을 1일 밝혔다. ‘프티 시술’의 의사 독점 구조를 깨서 레드오션 시장이 되면 의사들의 개원이 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지금은 사람을 살리는 어려운 수술은 싸고, 미용에 가까운 피부과 시술은 비싸다. ‘프티 시술’은 건강보험의 가격 통제에서 벗어난 비급여 진료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의사 공급을 늘리더라도 이런 왜곡된 보상 체계로는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쏠림을 막을 수 없다. 의사들은 부작용 등을 이유로 반발하지만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프티 시술’뿐만이 아니다. 현재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 행위를 보면, 의사가 꼭 해야 하나 싶은 것들이 있다. 문신, 피어싱, 제모 등이 모두 의료 행위다. 반면, 정작 의사가 진료해야 할 아토피 피부염, 건선 같은 피부질환 환자들은 동네 의원서 치료받기가 어렵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 뒤에는 낮은 수가를 벌충하고자 비급여 진료에 치중하게 되는 ‘풍선 효과’가 있다. ‘프티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의사는 의사가 할 일을 할 때 보상과 보람을 얻을 수 있도록 이참에 건강보험 수가 체계도 재설계해야 한다.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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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443조 빚더미 中 ‘부동산 공룡’ 몰락… ‘헝다’로 끝일까

    약 443조 원의 부채를 진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 홍콩 법원이 청산 명령을 내렸다. 올해 우리 정부 예산이 657조 원이다. ‘부동산 공룡’으로 불리던 헝다의 부채가 얼마나 천문학적인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청산에 돌입한다면 중국 역사상 최대 파산이 된다. 2021년 역외 채권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며 ‘중국 경제 위기론’의 진원지였던 헝다가 다시금 중국 경제를 흔들 수 있다는 비관론이 흘러나온다. ▷중국 경제는 ‘콘크리트 GDP(국내총생산)’라고 불린다. 그만큼 주택 및 인프라 투자에 기대 성장했다. 중국 정부는 매년 GDP의 40% 이상을 부동산에 투자했고, 이런 ‘건설 주도 성장’ 덕분에 토지를 소유한 지방정부도, 집을 산 개인도 부자가 됐다. 그런데 2년 전부터 헝다, 완다 계열사, 비구이위안 등 부동산 개발사들이 줄줄이 디폴트 위기에 처했다. 최근에는 이들 기업에 대출해준 중즈그룹이 파산하며 금융시장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40년 고도 성장을 견인했던 중국의 성장 모델이 고장 난 것 같다”고 했다. ▷헝다그룹 회장 쉬자인은 허난성 빈민촌에서 태어나 중국 최고 부자가 됐다. 1996년 선전시에 ‘헝다 부동산’을 차린 그는 저리로 땅을 빌려 건설사에 외상 발주하며 기업을 키워 왔다. 미리 받은 분양대금으로는 축구 영화 생수 등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과열된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대출을 조이면서부터다. 곧바로 유동성 위기가 찾아왔다. ▷“내가 가진 모든 것과 헝다그룹이 이룬 것은 당과 국가, 사회 전체가 준 것이다.” 쉬자인이 중국 공산당에 극진한 감사함을 표한 것이지만, 사실에도 부합한다. 중국에서 토지는 지방정부 소유이고, 은행은 국영이다. 헝다그룹은 정부로부터 토지도, 자금도 빌려 빚잔치를 벌인 셈이다. 헝다의 빚 폭탄을 넘겨받은 데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추가적인 부양 부담도 지게 된 중국 정부야말로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일지 모른다. 지난해 9월 해외로 자산을 불법 유출한 혐의로 구속된 쉬자인과 그의 아들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 때문에 창업주 개인 비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헝다와 은행, 지방정부의 권력형 비리로 보고 중국 정부가 칼을 빼 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홍콩 법원의 결정을 중국 본토 법원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므로 중국 경제에 미칠 여파가 크지 않다고도 한다. 하지만 1위 부동산 개발사인 비구이위안의 ‘도미노 위기설’이 재부상했고, 이들 기업의 직원과 협력업체, 분양받은 집 주인까지 충격이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고심은 깊을 수밖에 없다. 미국과의 경제 전쟁 중에 체력이 떨어지는 것도 부담이다. 여전히 중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한국에도 결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가뜩이나 세계 무역 질서의 재편으로 고전하는 우리 기업들에 숙제가 또 늘었다.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4-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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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우경임]1441일 만에 문 닫은 코로나 선별진료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동안 긴 줄이 늘어섰던 전국의 선별진료소 506곳이 지난해 12월 31일 일제히 문을 닫았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감함에 따라 선별진료소 운영을 종료하고, 확진자를 수용할 격리병상 376개도 모두 지정 해제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2020년 1월 20일부터 1441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운영됐던 선별진료소가 사라진다니 코로나19의 종식이 새삼 실감이 난다. ▷선별진료소는 확진자를 신속히 골라내 격리하고 치료하는 ‘K방역’의 최전선이었다. 거의 4년에 달하는 선별진료소 운영 기간 1억3100만 건의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이뤄졌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약 2.5회씩 검사를 한 셈이다. 주로 컨테이너에 설치됐던 선별진료소는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며 검사를 받는 ‘드라이브 스루’, 공중전화 부스 같은 1인용 음압 부스에 의료진이 손만 집어넣어 검체를 채취하는 ‘워크 스루’ 등으로 진화했다. 대기와 소독 시간이 줄면서 검사 횟수가 최대 10배까지 늘어났다. ▷의료진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던 시기에도 빠른 검사가 가능했지만 지금껏 선별진료소가 차질없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말 그대로 의료진의 헌신 덕분이다. 의료진도 미지의 감염병이 두려웠다고 한다. 혹시 모를 감염 우려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두려움과 싸우면서도 레벨D 방호복을 입고 N95 마스크를 낀 의료진은 묵묵히 밀려드는 검사를 했다. 확진자가 폭증할 때는 끼니도 거르고 화장실도 못 가기 일쑤였다. ▷골목을 돌고 돌아 늘어선 행렬을 안내하던 공무원들은 여름에는 더위, 겨울에는 추위와 싸웠다. 휴일 없이 일하면서도 위험한 근무를 마다하지 않았다. 선별진료소 근무자들이 버틸 수 있었던 건 시민들의 응원 덕분이기도 하다. 시민들은 빵과 커피 등 간식을 보내고 ‘힘내세요’ ‘감사해요’ 손 편지를 남기며 지친 그들을 위로했다. ▷방역당국은 지난해 6월부터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경계’로 하향 조정하고 실내 마스크 착용과 확진자 격리 등을 자율에 맡겨 왔다. 현재 표본 감시로 집계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하루 평균 1000명에 못 미친다. 오미크론이 유행하던 2022년 3월 하루 최대 62만 명까지 확진자가 늘었던 것에 비하면 이제 독감처럼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 된 것이다. 변이를 거듭한 바이러스가 남아있긴 하지만 치명률은 미미하다. 최근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8명이 “코로나19로부터 일상을 회복했다”고 응답했다. 끝이 보이지 않던, 전례 없이 길었던 팬데믹…. 이젠 잘 견뎌냈다고, 잘 헤쳐왔다고 서로서로 등을 두드려줘도 될 것 같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 202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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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우경임]한국 응급실에만 보이지 않던 것

    “의료 강국 아니었나….” 우리나라 응급실이 다른 나라 응급실과 이렇게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 18년째 3058명인 의대 입학 정원 확대, 두 부처 소관인 소방당국과 병원이 협력해야 하는 응급환자 실시간 이송 시스템 도입, 대형병원과 동네병원의 원격 협진…. 하나같이 중증·응급환자의 생사가 달린 정책이지만 우리나라에선 10년 넘게 아무런 진척이 없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다녀온 나라들에선 이미 실행 중이었다. ‘시스템 도입이 어렵진 않았냐’는 질문에는 “환자를 살려야 하니까”라고 답했다. 동아일보는 10월 24∼30일 ‘환자 표류 해법, 해외에서 찾다’ 시리즈를 통해 일본, 독일, 호주, 캐나다, 미국 등의 해외 응급의료 시스템을 상세히 보도했다. 3월 28일∼4월 3일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 시리즈에서 응급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병원을 찾아 떠도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의 실태를 보도한 뒤, 그 후속 작업이었다. 어느 나라에서건 필수의료 분야 의사는 힘들고 고된 직업이었고, 응급실은 피하고 싶은 직장이었다. 그렇지만 한국처럼 환자가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사망하는 ‘표류’ 같은 일은 볼 수 없었다. 장기 전망에 따라 의사들을 길러내고 있었고, 의사와 환자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일본은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가까운 병원에 경보를 울리는 ‘마못테(まもって·지켜줘) 네트워크’와 구급대원 단말기에 이송 가능한 병원을 자동으로 띄워주는 ‘오리온 시스템’을 도입했다. 독일은 중앙구조관리국이, 캐나다 앨버타주는 전원·의료지도센터가 지역 내 모든 병원의 병상과 의료진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환자를 치료할 병원을 찾아준다. 한국에도 이와 비슷한 시스템인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 있다. 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의료진과 병상 현황이 실시간 업데이트되지 않는다. 정부는 상황실 인력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는 예산을 쓰지 않는다. 소방당국은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부담을 피하려 환자 정보를 응급실과 연동하는 것을 꺼린다. 그런데 정부가 법적으로 이를 정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한 한국에서 수동으로 환자가 갈 병원을 찾는 이유다. 우리 정부는 의사 수요 증가에 따른 의사 양성에도 게을렀고 필수의료 의사에 대한 처우 개선은 외면해 왔다. 의사들이 의료사고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호소하는데도 과감한 지원은 없었다. 캐나다는 의사의 책임보험을 의무화했고, 보험료(연간 500만 원)의 80%를 주 정부가 부담한다. 대만은 아예 출산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선 의사 과실이 전혀 없더라도 국가가 배상한다. 독일에서 취재팀이 만난 한 의사는 한국의 응급환자 ‘표류’ 현상을 설명하자 “인간이 만드는 어떠한 법제든 시스템이든 생명에 최우선을 두고 맞춰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서울 한복판에서도 신경외과 의사가 비번인 날 뇌출혈이 일어나고, 휴일에 교통사고를 당한다면 길거리를 헤매다 자칫 생명을 잃는 일을 당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응급실 어디서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려는 정부는 볼 수 없었다. 어쩌면 한국의 정책 당국자들은, 그들의 가족은 응급실 앞에서 내쳐진 적 없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경임 정책사회부 차장 woohaha@donga.com}

    • 20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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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우경임]의약분업 트라우마에 갇힌 의대 입학 정원 3058명

    ‘아이의 심장 수술을 기다린 지 1년이 지났다. 수술 날짜는 아직도 기약이 없다. 해외 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해 주겠다는 브로커를 떠올렸다.’ 이런 디스토피아를 상상하게 된 건 동아일보가 10일 대한소아심장학회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기사를 읽으면서다. 이 보고서는 2035년 소아·청소년 심장 환자를 수술하는 의사가 단 17명이 남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10년이 지나면 심장 수술을 받으러 비행기를 진짜 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필수 의료 ‘의사 대란’을 두고 의료계는 의사 총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의사 배분이 왜곡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사 수가 늘더라도 피부과·안과·성형외과로 쏠릴 뿐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외과는 외면당할 것이라고 한다.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몸이 아플 때 부작용이 있더라도 약을 써서 치료하듯이, 지금의 필수 의료 대란 역시 부작용이 있더라도 의사 증원이란 약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수(한의사 포함)가 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7명에 못 미친다는 통계를 굳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의사가 부족하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병원에 가도 의사를 만나지 못하는 환자가 많아도 너무 많다. 반년을 기다려 3분 진료를 받는다. 뇌출혈 환자가 수술할 의사를 찾지 못해 구급차에 실려 거리를 떠돈다. 수술실에 들어갔더니 의사 대신 간호보조인력(PA)이 수술을 보조하고 있다. 과연 의사 총량 증가 없이 적절한 배분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의대 입학 정원은 3058명으로 17년째 그대로다. 필수 의료 대란이 닥치기까지 단 한 명도 늘리지 못했다. 취재원을 만날 때마다 그 이유를 물어봤다. “의약분업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2000년 병원과 약국의 기능을 분리하는 의약분업 시행을 앞두고 이에 반발하는 의사들이 세 차례 파업을 했다. 전국적인 의료 대란이 벌어졌다. 의사, 약사 직역 갈등에 쩔쩔매던 정부에 국민들까지 등을 돌렸다. 우여곡절 끝에 의약분업이 시행됐지만, 2001년 건강보험 재정이 진료비와 조제료 인상으로 4조 원의 적자를 냈다. 비판 여론에 감사원은 감사에 돌입했고, 대통령의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고자 했던 보건복지부는 차관부터 과장까지 줄줄이 징계를 받게 된다. 당시 사태가 트라우마로 남아 의약계와 대립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정부가 소극적이라는 설명이다. 정책 파트너인 의료계도 같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의약분업 당시 세 차례 이뤄진 수가 인상이 건강보험 적자가 커지면서 없던 일이 됐다.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쌓였다. 정부는 실망한 의료계를 달래기 위해 밀실에서 의대 입학 정원 동결을 약속했다. 2002년부터 단계적으로 의대 정원을 감축해 2006년 3058명이 된 배경이다. 다음 주 정부는 의대 증원 방침과 규모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다음이 더 중요하다. 정부와 의료계가 의약분업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립으로 치닫는다면, 의대 증원뿐 아니라 국민 생명을 위협할 정도가 된 필수 의료, 지역 의료 대란을 풀어갈 길이 없다. 상상 속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의료계가 이번만큼은 부디 대화를 통해 해법을 만들어 가야 한다.우경임 정책사회부 차장 woohaha@donga.com}

    • 202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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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흡연자 10명 중 4명, 전자담배 병용 ‘다중 흡연자’

    국내 남녀 흡연자의 10명 중 4명은 일반 담배뿐만 아니라 궐련형, 액상형 전자담배 등 2, 3개를 섞어 피우는 ‘다중 흡연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20일 ‘덜 해로운 담배? 담배 규제 정책 관점에서 바라본 전자담배’를 주제로 금연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지난해 11월 성인 남녀(20∼69세) 8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자담배 사용 행태 및 조사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에 따르면 남성 흡연자의 40.3%, 여성 흡연자의 42%가 ‘다중 흡연자’였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의 62%는 ‘다중 흡연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마치 금연보조제인 것처럼 홍보하거나 맛과 향을 첨가해 담배가 아닌 것처럼 팔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행법(담배사업법)상 담뱃잎이 아닌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이나 합성 니코틴을 사용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로 정의하지 않아 각종 규제를 피해 판매된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담배 사용 행태가 급변하고 신종 담배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고 있어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담배제품통제센터(CTP) 소장을 맡고 있는 브라이언 킹 박사는 “미국 내에서도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가 확산됨에 따라 지난해부터 연초를 쓰지 않더라도 니코틴을 함유한 제품이라면 동일하게 규제하고 있다”며 “FDA로부터 사전에 판매를 허가받지 않은 담배는 판매할 수 없다”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2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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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흡연자 10명중 4명은 연초-전자담배 ‘다중 흡연’…액상형 규제필요

    국내 남녀 흡연자의 10명 중 4명은 일반 담배뿐만 아니라 궐련형, 액상형 전자담배 등 2, 3개를 섞어 피는 ‘다중 흡연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 규제 사각지대에서 ‘다중 흡연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20일 ‘덜 해로운 담배? 담배규제 정책 관점에서 바라본 전자담배’를 주제로 금연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지난해 11월 한 달간 성인 남녀(20~69세) 8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자담배 사용행태 및 조사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에 따르면 남성 흡연자의 40.3%, 여성 흡연자의 42%가 ‘다중 흡연자’였다. 다중 흡연자의 비율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62%),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58%), 일반담배 흡연자(46%) 순으로 높았다. 이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마치 금연보조제인 것처럼 홍보되거나 다양한 맛과 향을 첨가해 담배가 아닌 것처럼 팔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의 74.2%는 ‘건강을 생각해서 핀다’고 했고 64%는 ‘금연을 위해 핀다’고답했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덜 해롭고, 금연에 도움이 되며, 남에게 피해도 덜 준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담배사업상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사용해야 담배로 정의된다. 즉 담뱃잎이 아닌 줄기·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이나 합성 니코틴을 기화시켜 흡입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각종 담배 규제를 피해 판매되고 있다. 이날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담배 시장과 사용행태가 급변하고 신종 담배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빠르게 유통되고 있어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액상형 전자담배가 신종마약을 흡입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민경 인하대 의대 교수는 “담배가 정의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며 “담배 원료의 종류, 니코틴 종류와 함량 등과 상관없이 담배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미국에서도 다양한 담배 제품이 출시되면서 담배 산업이 팽창하고 있고, 특히 청소년이 가향 전자담배로 흡연을 시작해 중독에 빠져들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담배제품통제센터(CTP) 소장을 맡고 있는 브라이언 킹 박사는 “미국 내에서도 합성니코틴 전자담배가 확산됨에 따라 지난해부터 연초를 쓰지 않더라도 니코틴을 함유한 제품이라면 동일하게 규제하고 있다”며“FDA로부터 사전에 판매를 허가받지 않은 담배는 판매할 수 없다”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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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우경임]국민 눈높이에 맞는 연금 개혁이란 없다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1일 국민연금 개혁안을 제시했다. ‘올해 20세가 90세가 되는 2093년까지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지 않으려면.’ 이런 문제를 내고 모두 18개의 풀이를 썼다. 그중 정답은 5개로 추려진다. ‘내는 돈’인 보험료율을 올리고, 연금 수령 나이를 늦춰 ‘최적의 조합’을 찾으면 된다. 이번 보고서에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은 담기지 않았다. ‘아끼고 모아두자’는 재정안정론자와 ‘당장 쓸 곳이 많다’는 노후소득보장론자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아서다. 노후소득보장론자들은 “연금의 본질은 노후 안정이지 기금 적립이 아니다”고 한다. 다음 날인 2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다음 달 국회에 제출할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해 “수리적·논리적 합리성보다 더 중요한 게 국민적 수용성”이라고 했다. 보험료율을 올리려면 소득대체율을 함께 올려야 개혁을 설득할 수 있다는 논리다. 국민연금은 2028년 소득대체율이 40%에 도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현재 소득대체율은 31.2%다. 소득이 100만 원이었다면 연금을 31만 원 받는다. 국민연금의 낮은 소득대체율은 노동시장의 문제이기도 하다. 늦게 취직해서 일찍 퇴직하는 구조에서는 보험료를 오래 내고 싶어도 낼 수가 없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아 보험료를 꾸준히 내기 힘든 사각지대도 넓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것보다 실제 수령 대상을 늘리고 오래 붓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노후소득보장론자들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42.2%)에 못 미친다는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명 중 7명이 기초연금을 받는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OECD는 한국 기초연금(32만 원)의 소득대체율을 7.8%로 추산하고 있다. 복잡한 공식을 건너뛰고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단순하게 합해 보자면 소득대체율은 38.7%로 뛴다. 내년 기초연금 예산은 20조 원이다. 10년 전에 비해 3.5배가 늘었다. 모두 세금이다. 여기에 국민연금 기금까지 고갈되어 ‘그해 걷어 그해에 주는’ 부과식으로 바뀐다면 다음 세대에는 재앙이다. 2050년이면 가입자 1명이 수급자 1명을 부양하는 구조가 되는데 보험료를 내다 생계를 꾸리기 힘든 수준이다. 더욱이 심각한 저출산 추세를 고려한다면 부과식 전환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상식이다. 소득대체율을 올리려면 보험료율도 올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달콤한 사탕’을 주면서 사탕값을 알려주지 않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소득대체율을 5%포인트, 10%포인트 올린다고 가정하면 각각 2.5%포인트, 5%포인트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고 본다. 보험료율을 단 1%포인트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국민이 수용할 수 있을까. 조 장관이 국민적 수용성을 언급한 인터뷰는 5년 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복지부가 보고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퇴짜를 놓았던 일을 상기시킨다. 결국 지난 정부 내내 국민연금 개혁은 실종됐다.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을 내건 정부라면 달라야 한다. 우리 모두 알고 있둣이, 국민적 수용성이 높거나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이란 없다.우경임 정책사회부 차장 woohaha@donga.com}

    •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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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료조직은 어떻게 잼버리를 망쳤나 [광화문에서/우경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우여곡절 끝에 11일 막을 내렸다. 150여 개국 3만5000여 명의 청소년이 더위 속에서 ‘생존 게임’을 벌이다 사실상 대회가 중단됐다. 잼버리 사태 재발을 막으려면 백서를 남길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동아일보는 관계 기관의 전·현직 책임자를 인터뷰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단 한 명도 반성을 하지 않은 탓에 결국 백서는 쓰지 못했다(본보 8월 14일자 A1면). 여야는 대놓고 ‘네 탓’을 한다. 여당은 “전북도와 전 정부가 새만금 개발에 잼버리를 이용했다”고, 야당은 “여성가족부와 현 정부가 부실하게 준비했다”고 한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새만금 신공항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됐기 때문에 화장실이 더러웠을까. 여가부가 폐지될 부처라 상한 달걀이 제공됐을까. 잼버리 파행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잼버리 조직위원회와 집행위원회, 한국스카우트연맹 관계자에게 두루 물어봤다. 책임을 미루면서도 공통된 답이 있었다. ‘공무원이 할 일을 하지 않더라.’ 잼버리 사태는 관재(官災)라고 했다. 기자와 통화한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문제 해결을 요청해도 조직위원회가 상전처럼 굴며 움직이지 않았다” “전·현 정부를 대리한 두 공동조직위원장 간 갈등이 심했다” “한국스카우트연맹, 전북도, 여가부가 소통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잼버리에서 의료 봉사를 했던 한 의사는 “관료 조직이 그 정도로 경직된 줄 몰랐다. 현장 상황에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데 아무도 책임 있는 답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1년 전 잼버리 파행을 예고했던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화장실 위생 문제가 복잡한 정책인가, 엄청난 예산이 드나”라고 되물었다.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관(官)이 한국스카우트연맹 등 민(民)을 압도하는 기이한 구조로 치러졌다. 원래 세계잼버리대회는 청소년들이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스스로를 단련할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다.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중요한 행사로 관료 조직은 거들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여가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가 참여한 비대한 조직위원회가 꾸려졌다. 집행위원회는 새만금 개발이 시급한 전북도로 별도 구성됐다. 정치적 의도가 끼어들고 나태한 관료 조직이 이를 방관하면서 ‘잼버리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최근 보도된 한국스카우트연맹 회의록을 보면, 독일은 “개영식이 다중 인파 관리 실패로 위험을 초래했다”고 지적하며 조기 철수를 시사했다. 그러자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6일 콘서트에는 500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하겠다”고 했다. 포르투갈은 “증원이 아니라 똑바로 일하는 게 중요하다”고 일갈한다. 공무원들은 왜 움직이지 않았을까. 개막 이틀 차인 4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야영장 변기를 닦았다.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은 “냉방버스와 냉장냉동 탑차를 공급하라”고 지시했다. 그제야 공무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동안 잼버리 현장에 리더십이 부재했다는 방증이다. 조직위원장이 몇 명이든 잼버리 대회 주무 부처는 여가부이고, 그 수장은 김 장관이다. 김 장관은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처음으로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누구의 책임인지는 감사 결과를 지켜보자”고 했다.우경임 정책사회부 차장 woohaha@donga.com}

    •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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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최저임금 보장한 가사근로자 급여 낮춰 달라” 촉구

    정부가 올해 안에 필리핀, 태국 등 외국인 가사근로자 약 100명을 고용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하기로 한 가운데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협)가 “최저임금을 보장한 외국인 가사근로자 급여를 낮춰 달라”고 촉구했다. 여협은 9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한국의 저출산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육아에 대한 부담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에 대한 우려”라며 “서울시가 제안한 외국인 가사 인력 도입은 저출산 해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은 가사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해 월 200만 원 가량의 급여를 줘야 한다면 일반 가정에서 이를 부담하긴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며 “외국인 근로자 급여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비용 부담 감소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협은 외국인 가사근로자 월급이 40만 원~70만 원 수준인 홍콩과 싱가포르 사례를 들었다. 54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여협을 이끄는 허명 회장은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필요로 하는 가정과 외국인 가사근로자 모두를 고려한 적정 비용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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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약 개발에 진료 데이터 활용… 병원이 플랫폼 역할해야”

    한호성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2006년 세계 최초로 복강경 간 절제술, 2010년 세계 최초 간 이식 수술에 성공한 간·담도·췌장암 분야의 명의다. 외과의사인 그가 4월 ‘정보통신의 날’에 의료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녹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는 뜻밖의 소식이 들렸다. 클라우드 기반 빅데이터 센터 구축 및 의료정보 전송 연구(2017년), 블록체인 기반 의료데이터 보안성 연구(2018년) 등 의료 ICT를 연구해 온 성과를 인정받았다. 현재 ‘디지털헬스케어연합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한 교수를 지난달 20일 만나 의료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임상의사로서 의료 ICT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02년부터 ICT를 통해 의학영상·환자기록 등 데이터를 주고받거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원격의료를 시작했다. 2002, 2003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초연결 지능형 연구개발망(KOREN)을 활용해 일본외과학회, 아시아태평양과학회 등에 복강경 수술을 생중계했다. 서울대병원의 사명이 우리나라 국민만의 건강이 아니라 인류의 건강과 행복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의사를 교육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수술 집도 장면을 공유하고 수술법을 전수했다. 덕분에 우리나라 외과 우수성이 알려지며 위상도 많이 올라갔다. 현재 외국 의사들이 공부하러 한국에 많이 오고 있다.” -“디지털헬스케어는 우리나라의 미래 먹을거리 산업이 될 것”이라며 “의료기관이 애플처럼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좋은 TV와 냉장고를 갖기를 원했다. 지금은 건강한 나를 원한다. 바이오기술(BT)은 국운을 걸 만한, 성공 가능성이 있는 미래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병원이 연구자, 기업가들이 모이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병원은 환자를 최선을 다해 진료하고, 이렇게 생산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기기나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뇨 환자를 진료하면 운동이 혈당에 좋다 또는 나쁘다는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통해 디지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식이다. 병원이 이런 생태계를 만드는 플랫폼이 되자는 뜻이다.” -비대면 진료조차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료기관이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2015년 분당서울대병원 부원장으로 있을 적에 비대면 진료를 시도한 적이 있다. 국내 의료 수준이 굉장히 높긴 해도 국민들이 해외로 나가면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들이 있다. 미국·유럽 외 제3세계 국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이나 재외국민이다. 르완다 가나 피지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우리 국민이 갑자기 아프게 되면 화상으로 연결해서 우리 병원 의사들이 진료했다. 바로 그 직전에 르완다 외교관 부인이 복통이 있어서 케냐의 큰 병원으로 가려고 비행기를 탔다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도 들었다. 비대면 진료가 환자에게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지금도 결정이 어려울 때면 ‘내가 환자라면 뭐가 좋을까’ 묻는다.” -인공지능(AI)이 의사를 대체할 것이라고 한다. “AI는 청진기와 같다. 과거에 의사들은 모두 청진기를 갖고 있었다. 지금은 심장내과 외에는 쓰지 않는다. AI로 의사 역할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청진기처럼 의사 진단을 돕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의사가 더 나은 환경에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걸어온 길이 의사과학자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의사과학자 양성 과정이 따로 있다고 보지 않는다. 의사로 지내다가 자연스럽게 컴퓨터 공학자, 디지털헬스케어 기업가 등과 만나게 되면서 지금 디지털헬스케어포럼연합을 이끌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병원이 문을 활짝 열어 플랫폼이 된다면 의사과학자가 줄줄이 배출될 것이다. 블록체인 등 기술을 활용하면 환자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의학 발전에 활용할 수 있다. 언젠가 병원의 담이 허물어질 것이란 믿음이 있다.” -외과의사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7년 전에 췌장암이 큰 혈관 주위로 재발한 65세 여성 환자가 찾아왔다. 진통제를 아무리 써도 듣지 않는 상태로 의학 교과서상으로 보면 수술을 포기해야 할 환자였다.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를 보며 수술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수술하고 나니 감쪽같이 고통이 사라졌다. 5년을 재발 없이, 고통 없이 더 사셨다. 환자에게는 선물이 됐다고 생각한다.” -외과의사로서 새로운 길을 제시해 왔다. 후배 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결정이 어려울 때, 길이 막막할 때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라’고 하고 싶다. 의학 교과서에서 췌장암의 간 전이는 수술 안 된다고 하는데 환자는 수술을 원한다. 그러면 의사는 최선의 의술을 연구해야 한다. 만약 환자가 오지에 살거나 병원에 오기 힘든 상황이라면 비대면 진료를 해야 한다. 의사는 늘 환자의 곁에 서야 한다.” 한 교수는 디지털 건강관리 등 의료의 미래에 대해 “어차피 가게 될 길”이라고 했다. “처음으로 복강경 간 절제술을 했을 때, 복강경 담낭암 수술했을 때 모두가 우려했고, 위험한 수술을 한다고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시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개복 수술보다 복강경 수술이 더 선호되는 것처럼 디지털헬스케어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해도 이 방향이 의학의 미래라고 본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2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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