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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영국 이셔시 프린세스 엘리스 호스피스. 이곳에 입원 중인 레이철 리베카 씨(60)는 대장암 말기 환자다. 그는 삶의 마지막을 보낼 곳으로 병원, 요양원 등을 살피다 호스피스를 택했다. 호스피스는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완화하고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완화의료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와 시설을 가리킨다. 리베카 씨는 “가족에게도 질병과 아픔에 대해 제대로 말하지 못했는데, 이곳에서 임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며 “집과 가까워서 남편과 자녀들이 자주 방문한다. 마치 집에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현대 호스피스 운동은 1967년 영국 간호사 시슬리 손더스가 처음 제안해 시작됐다. 호스피스의 원조국 격인 영국에서는 입원형과 방문형 등으로 연간 30만 명 이상이 호스피스를 이용할 정도로 보편화돼 있다. 2021년 미국 듀크대 연구팀이 발표한 ‘임종 및 돌봄 전문가 평가’에서 영국은 81개 평가 대상국 중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제2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2024∼2028년)을 의결해 호스피스 전문기관을 2023년 188곳에서 2028년 36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미래 사회 대비를 위한 웰다잉 논의의 경향 및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81.1%는 말기·임종기 환자의 통증 완화 등을 위한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호스피스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호스피스 센터서 통증치료-요가… 마지막 순간까지 ‘일상’ 누려〈2〉 ‘임종-돌봄’ 평가 1위 英 호스피스가정방문 호스피스 등 30만명 이용… 기부금 등으로 전액 무료로 운영유언장 작성-장례 절차도 도와… “심리적 안정감 찾는데 큰 도움”지난달 14일 영국 런던 세인트 크리스토퍼 호스피스. 암 환자 팜 에릿 씨(91)는 정원이 보이는 1층 식당에서 다른 외래 환자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에릿 씨는 “매주 한두 차례 찾아와 진료를 받고 통증 관리를 한다. 여기 오면 마음이 편안해져 내가 죽는다는 게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립샘암을 앓고 있는 마이클 자비스 씨(92)도 “병원 밥이 아닌 일반식을 먹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호스피스는 중세 유럽 여행자에게 숙박을 제공하던 작은 교회를 의미했다. 현대적인 의미에서는 죽음에 가까워진 환자에게 생명의 연장과 완치보다는 현재 ‘삶의 질’에 무게를 두고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한다. 현대 호스피스 운동을 제안한 영국 간호사 시실리 손더스(1918∼2005)는 세인트 크리스토퍼 호스피스에서 환자들이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생애 마지막 고통 줄이는 의료 서비스 호스피스는 입원과 재택, 외래진료 등의 형태로 서비스가 제공된다. 세인트 크리스토퍼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환자에게는 통증 관리, 약물 투여 등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의료 서비스가 제공된다. 자궁경부암 환자 퍼트리샤 화이트 씨(91)는 “새벽에 통증이 심할 때도 버튼을 누르면 24시간 상주하는 간호사들이 바로 달려온다”고 말했다. 화이트 씨의 딸 리즐리 씨(60)는 “애초 의료진은 집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라고 했지만, 집에서 어머니를 돌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다행히 입원했는데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호스피스는 장례 지원, 유언장 작성 등 환자 가족의 장례 관련 절차도 돕는다. 정부가 제공하는 사회복지 서비스를 찾아 환자 가족에게 연계하기도 한다. 사회복지사인 베스 퀘시가 씨는 “환자 임종 직전 ‘버킷리스트’를 실현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며 “아버지가 죽기 직전 딸의 결혼식에서 틀어줄 영상을 녹화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호스피스 운영에는 자원봉사자가 다수 참여한다. 말기 전립샘암 환자 딜리프 바르마 씨(66)는 런던 자택에 거주하며 최근 4년간 세인트 크리스토퍼 호스피스를 찾아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바르마 씨는 “환자들이 임종까지 나 자신으로 살 수 있게 하는 ‘존엄한 죽음’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다양한 죽음에 대해 미리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물리적인 치료나 재활뿐만 아니라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서리주 이셔시 프린세스 앨리스 호스피스에는 ‘웰빙 센터’가 있다. 이곳에서는 환자와 환자 가족이 아로마 세러피, 요가, 보드게임 등을 즐기며 심리적 안정을 취한다. 환자들이 물리치료를 받거나 근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체육관도 설치됐다. 소피아 모나스티리오티 웰빙 매니저는 “누구에게나 (아프기 전) 일상을 살게 하는 건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존엄한 죽음에 대해 토론하는 문화 필요”영국 호스피스 협의체 호스피스UK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약 220개의 독립 호스피스가 운영되고 있다. 호스피스 의료진이 가정에 방문해 진료하는 가정 방문형 호스피스 사례도 많아 호스피스 이용자는 약 30만 명에 달한다. 이용자들은 전액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한다. 운영에 필요한 자금은 기부금, 자선 활동 등을 통해 마련한다. 전문가들은 어떤 죽음이 ‘존엄한 죽음’인지에 대해 미리 활발하게 토론하는 문화를 통해 죽음에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영국에서는 2009년부터 죽음과 임종에 대한 대화를 장려하는 캠페인인 ‘다잉 매터스 캠페인’을 개최됐다. 찰리 킹 호스피스UK 대외협력이사는 “많은 사람들은 죽음과 상실에 대해 말하기 꺼리지만 두려움을 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퀴즈, 광고 등을 만들어 존엄한 죽음과 관련해 대화할 수 있는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런던·이셔=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이상 정책사회부)}

“병원 치료를 시작하기에는 아직 환자 몸무게가 너무 나갑니다. 집에서 체중을 더 감량한 뒤 입원을 고려해야 합니다.”4일 오전(현지 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방문간호센터. 간호사 10여 명이 모여 이날 방문할 환자 상태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환자별 담당 간호사는 정해져 있지만 환자 상태를 공유하고 좀 더 적절하게 치료하기 위해 매일 아침 회의를 갖는다. 회의를 마친 뒤 간호사들은 자신이 맡은 환자 집으로 향했다. 덴마크는 1937년 생후 1년 이내 아동 질병을 줄이고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산모와 아기를 대상으로 간호사 가정 방문 제도를 처음 도입됐다. 유아 사망률이 크게 떨어지며 방문간호의 개념이 덴마크 사회에 자리를 잡았다. 1958년 가사 보조 및 가정 간병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며 고령자를 위한 방문간호 서비스가 법제화됐다. 1960, 70년대 고령화율이 10%를 넘기며 고령자 방문간호 서비스가 확대됐다.● 간호사-약사-간병사 함께 방문간호도방문간호사 멧테 비스고르 씨(41)는 이날 오전 브리핑을 마친 뒤 마레크 푸시오 씨(72)의 자택을 찾았다. 하지만 초인종을 눌러도 아무런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비스고르 씨는 “푸시오 씨는 보통 직접 문을 열어줬는데, 오늘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상태가 많이 나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방문간호사는 환자가 직접 문을 열 수 없는 정도의 상태를 대비해 미리 디지털 열쇠를 받아둔다. 푸시오 씨는 하반신이 부어 작은 상처도 잘 치료되지 않는 상태로 침대에 누운 채 방문 치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스고르 씨는 가져온 의료 상자에서 붕대와 약물 등을 꺼내 엉덩이와 발가락의 상처 부위에 피부 재생 약을 바르고 붕대로 감았다. 푸시오 씨가 “환기하고 싶으니 베란다 문 좀 열어 달라”고 말하자 비스고르 씨는 가족처럼 편하게 문을 열어줬다.코펜하겐시 소속 방문간호사는 24명이다. 간호사 한 명이 하루에 8∼12곳을 방문해 환자를 돌본다. 중증도에 따라 주 1회부터 하루 2차례까지 방문 빈도는 다양하다. 간호사 1명이 순회하며 환자들을 진료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지만 중증 환자의 경우 약사, 간병사 등 최대 4명이 팀을 꾸려 이동하기도 한다. 고령자가 최대한 자택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13년간 대형 병원에서 근무하다 1년째 방문간호사로 일하는 비스고르 씨는 “간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임상 경험 2년을 채우면 방문간호사로 일할 수 있다”며 “의사 없이 많은 것을 스스로 판단해야 하므로 요건보다 긴 임상 경험을 쌓고 방문간호사를 시작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 “적절한 시기 계획해야 자택 사망 준비 가능”덴마크는 자택 돌봄 서비스가 발달해 있다. 2020년 스웨덴 스톡홀름대 조사에 따르면 북유럽 4개국 중에서 65세 이상이 방문간호 등 자택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덴마크가 11.3%로 가장 높았다. 스웨덴 8.4%, 노르웨이가 7.3%, 핀란드는 5.8% 등의 순이었다.덴마크는 오랜 기간 재택 요양 정책을 추진해 왔다. 고령층과 환자들이 병원이나 요양원 등에 들어가기보다는 최대한 지역사회에 머물면서 돌봄을 받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환자와 방문간호사, 간병사는 이웃으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그렇다고 생전에 마냥 자택에서 죽음을 차분히 준비하는 건 아니다. 죽음에 대해 쉽게 언급하지 않고 임종이 가까워지면 여전히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려는 가족들도 많다. 오베 고르보에 호르센스병원 교수는 “의료진도 사망에 대해 언급하기를 금기시하기도 한다”며 “그래도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고 적절한 시기에 계획해야 바람대로 집에서 사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코펜하겐시에 사는 80대 노인 포울 소렌센 씨의 집에는 하루 최대 돌봄 인력 3명이 방문한다. 그는 호흡이 약해져 산소 호흡기를 착용하며 비상 상황을 대비해 오른손 손목에는 인근 병원으로 연결되는 호출 벨을 착용하고 있다. 소렌센 씨의 아내 수산 씨는 “방문간호사가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함께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떤다”며 “돌봄 서비스도 만족스럽지만 좋은 말동무가 생겼다는 점도 고령자에게 기쁨이 크다”고 말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이상 정책사회부)}

7일(현지 시간) 덴마크 칼룬보르 지역 공공요양원인 뉘방스파르켄. 이곳에서는 올 3월 전체 66개실 중 30개실에 고령 거주자의 움직임과 호흡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분석하는 인공지능(AI) 센서를 천장에 설치했다. 요양원장 율리 쇼프 씨는 “전에는 낙상을 우려해 거주자가 잘 자고 있는지 2시간마다 방문해 살폈다”며 “어르신을 불필요하게 깨우는 경우가 많았다. 센서를 설치한 뒤 따로 방문하지 않아도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덴마크는 고령자 요양 서비스를 담당하는 돌봄 인력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AI, 로봇, 디지털 기기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덴마크는 65세 이상 비율이 2019년 19.6%에서 2050년 24.4%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2035년 고령자 간병 인력은 필요 대비 1만5000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키르스텐 한센 덴마크 고령부 차관(사진)은 본보 인터뷰에서 “지난달 노인법을 개정해 공공 돌봄 서비스 제공자를 민간 기업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추가적인 법 개정을 통해 AI 돌봄 기술에 현재보다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AI 등 기술 기업 약 35곳과 파트너십을 맺고 지방자치단체별로 다양한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공공요양원에 설치된 AI 센서는 의료기기 제작사 테톤이 만들었다. 간병사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이 맡고 있는 거주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어떤 행동을 할 때 알림을 받을지 직접 설정할 수 있다. 치매 거주자의 경우 사소한 움직임을 보여도 낙상 등이 발생할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올리베르 옌센 테톤 사업개발디렉터는 “과거 요양원에서 낙상이 발생했을 때 간병사가 거주자에게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47분이었다. AI 센서 설치 뒤에는 3, 4분으로 줄었다”고 말했다.이 기기는 호흡 분석 등을 통해 향후 발병 소지가 있는 질병까지 예측한다. 호흡이 가빠지거나 일시적인 호흡 곤란이 반복될 경우 호흡기 관련 질환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후 담당 간병사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한다. 걸음걸이 패턴이 바뀌었을 때 어떤 운동을 늘려야 하는지도 조언한다. 디사 크론시외 테톤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현재는 고령층에게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유형을 분류하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이 기기는 설치 비용이 100만 원 소요되고 매달 수십만 원의 유지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비용은 지자체와 요양원이 예산에서 모두 충당하고 있다. 70대 거주자 혼 테일 씨는 “방에 처음 센서가 설치됐을 때는 나를 감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며 “하지만 현재는 위급 상황 때 직원들이 나를 훨씬 빨리 찾을 수 있어 오히려 안심된다”고 말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이상 정책사회부)}

의료 취약 지역의 주민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소와 보건지소 의사 수가 10년 새 40%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수는 줄었지만 보건소와 보건지소 수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의사 없는 동네’도 늘어났다. 의대생의 현역병 입대 선호로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자원이 감소하고 지역 근무 기피 현상도 심해지면서 지역 1차 의료에 ‘빨간불’이 켜졌다.● 보건소-보건지소 의사 40% 감소 17일 보건복지부와 통계청 등이 공개한 ‘보건소 및 보건지소 운영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보건소와 보건지소에 근무한 의사(소장 포함)는 1400명으로 2014년 2386명과 비교해 41.3% 감소했다. 보건소 근무 의사는 2014년 962명에서 지난해 627명으로, 보건지소 근무 의사는 2014년 1424명에서 지난해 773명으로 급감했다. 보건소는 시군구 단위에 설치되고 보건지소는 보건소 하위 기관으로 읍면 지역에 설치된다. 보건진료소는 의료 취약 지역에 설치돼 간호사 1인이 배치된다. 주로 공보의가 배치되는 보건지소 근무 의사의 경우 2014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의사 없는 보건지소’도 늘어났다. 의사가 줄었지만, 보건지소 수는 2014년 1339곳에서 지난해 1337곳으로 비슷한 수를 유지했다. 순회진료를 하는 보건진료소가 지난해 1895곳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건지소 의사 1명당 평균 4.2곳의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를 담당한 셈이다. 보건소와 보건지소 의사 수가 급감한 이유로는 의대 재학생이 현역병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공보의 자원이 줄어들었다는 점이 꼽힌다. 이성환 대한공보의협의회(공보의협) 회장은 “공보의 복무 기간은 군사훈련기간을 포함해 38개월이지만 육군 현역병 근무 기간은 18개월”이라며 “후자를 선택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고, 공보의에 대한 처우 개선도 더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정 갈등 전부터 현역 복무 의대생은 증가 추세였다. 공보의협은 올해 상반기에만 의대생 2430명이 현역 입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의대 학생 중 여학생 비율이 늘어난 것도 공보의 자원 감소의 이유 중 하나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봉직의(페이닥터)를 채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예산 부족과 지역 근무 기피 등으로 쉽지 않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봉직의 채용 시 2억, 3억 원가량의 연봉을 줘야 하는데 재정 상황이 열악한 지자체 입장에서는 어렵다”며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보건소 무너지면 1차 의료 약해져” 보건소와 보건지소의 의사 인력 감소는 지역 1차 의료 시스템 약화로 이어진다. 이종철 서울 강남구 보건소장(전 삼성의료원장)은 “1차 의료 중 공공 기능을 담당하는 곳이 보건소와 보건지소인데, 거기서 근무하는 의사들이 부족하면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망이 약해지게 된다”고 꼬집었다.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 통합지원법)’에서 의료에 대한 부분은 보건소와 보건지소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할 경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 소장은 “시니어 의사가 보건소와 보건지소에서 많이 일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을 지원하는 방안 등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보의 자원 감소는 인구 감소와 맞물려 피할 수 없는 흐름인 만큼, 기존 체계를 효율적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건희 평창의료원장은 “공보의 수가 줄어들면 일부 보건지소는 보건진료소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보건진료소와 보건지소 사이의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순회진료와 원격협진을 확대하고, 대체인력 채용을 늘리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의료 취약 지역의 주민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소와 보건지소 의사 수가 10년 새 40%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수는 줄었지만, 보건소와 보건지소 수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의사 없는 동네’도 늘어났다. 의대생의 현역병 입대 선호로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자원이 감소하고 지역 근무 기피 현상도 심해지면서 지역 1차 의료에 ‘빨간 불’이 켜졌다.● 보건소-보건지소 의사 40% 감소17일 보건복지부와 통계청 등이 공개한 ‘보건소 및 보건지소 운영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보건소와 보건지소에 근무한 의사(소장 포함)는 1400명으로 2014년 2386명과 비교해 41.3% 감소했다. 보건소 근무 의사는 2014년 962명에서 지난해 627명으로, 보건지소 근무 의사는 2014년 1424명에서 지난해 773명으로 급감했다. 보건소는 시군구 단위에 설치되고 보건지소는 보건소 하위 기관으로 읍면 지역에 설치된다. 보건진료소는 의료 취약 지역에 설치돼 간호사 1인이 배치된다.주로 공보의가 배치되는 보건지소 근무 의사의 경우 2014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의사 없는 보건지소’도 늘어났다. 의사가 줄었지만, 보건지소 수는 2014년 1339곳에서 지난해 1337곳으로 비슷한 수를 유지했다. 순회진료를 하는 보건진료소가 지난해 1895곳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건지소 의사 1명당 평균 4.2곳의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를 담당한 셈이다.보건소와 보건지소 의사 수가 급감한 이유로는 의대 재학생이 현역병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공보의 자원이 줄어들었다는 점이 꼽힌다. 육군 현역병 복무 기간은 1년 6개월이지만, 공보의 복무 기간은 3년이다. 의정 갈등 전부터 현역 복무 의대생은 증가 추세였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올해 상반기에만 의대생 2430명이 현역 입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의대 학생 중 여학생 비율이 늘어난 것도 공보의 자원 감소의 이유 중 하나다.각 지자체에서 봉직의(페이닥터)를 채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예산 부족과 지역 근무 기피 등으로 쉽지 않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봉직의 채용 시 2, 3억 원가량의 연봉을 줘야 하는데 재정 상황이 열악한 지자체 입장에서는 어렵다”며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 “보건소 무너지면 1차의료 약해져”보건소와 보건지소의 의사 인력 감소는 지역 1차 의료 시스템 약화로 이어진다. 이종철 서울 강남구 보건소장(전 삼성의료원장)은 “1차 의료 중 공공 기능을 담당하는 곳이 보건소와 보건지소인데, 거기서 근무하는 의사들이 부족하면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망이 약해지게 된다”고 꼬집었다.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 통합지원법)’에서 의료에 대한 부분은 보건소와 보건지소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할 경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전문가들은 공보의 자원 감소는 인수 감소와 맞물려 피할 수 없는 흐름인 만큼, 기존 체계를 효율적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건희 평창의료원장은 “공보의 수가 줄어들면 일부 보건지소는 보건진료소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보건진료소와 보건지소 사이의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시니어 의사가 보건소와 보건지소에서 많이 일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을 지원하는 방안 등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순회진료와 원격협진을 확대하고, 대체인력 채용을 늘리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집에서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가정형 호스피스’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한 의료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정부가 간호사 경력 기준을 낮추기로 했다.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 시행규칙을 다음 달 22일까지 입법 예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입법 예고 내용에 따르면 가정형 호스피스 전문기관은 가정전문간호사, 호스피스전문간호사, 방문간호에 관한 업무에 3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는 간호사 중 1명 이상을 채용해야 한다.현재는 가정전문간호사, 호스피스전문간호사 또는 호스피스 전문기관에서 2년 이상 호스피스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 간호사 중 1명 이상을 채용해야 한다. 여기에 호스피스 기관 2년 이상 경력 대신 방문간호 경력이 있는 간호사를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문형 호스피스 전문기관도 가정형 호스피스 전문기관에 준해 인력 기준이 바뀐다.전문가들은 가정형 호스피스 전문기관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인력 확충과 더불어 수가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5월 기준 호스피스 전문기관은 202개이며, 이 중 입원형 호스피스는 103곳에 달하지만, 가정형 호스피스 기관과 자문형 호스피스 기관은 각각 39곳, 42곳에 불과하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가정형 호스피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인력 확충과 더불어 입원형 호스피스보다 낮게 책정된 가정형 호스피스 수가를 개선하고, 임종 장소에 대한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죽어도 고국에 가서 묻혀야 한다’는 부모님 말씀 따라 한국에 왔지요. 와서 보니 우리 민족은 생명력이 강인해 ‘바위 위에 놓아도 먹고산다’는 말이 맞다고 느꼈습니다.” 12일 인천 남동구 대한노인회 사할린경로당에서 만난 사할린 한인 2세 한복순 씨(86)는 유창한 한국어로 영주 귀국한 소감을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경남 거제에 거주하던 한 씨 부모는 1939년 강제 징용돼 사할린으로 끌려갔다. 사할린에서 태어난 한 씨는 올 2월 부모의 유지를 따라 한국으로 영주 귀국했다. 일제 패망 이후 소련이 들어서면서 사할린에 강제 징용된 한인들은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래도 정체성은 잊지 않았다. 2007년 영주 귀국한 문정현 사할린경로당 회장(87)은 “가장 서러웠던 것은 무국적과 민족 차별이었다”며 “누구나 할 것 없이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부모는 매일 밤 이불 속에 숨어서 한국 라디오를 들으며 고향에 남은 가족과 친척을 그리워했다. 문 회장은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에서 단속했지만 부모들은 오전 2시만 되면 한국 라디오를 들었다”며 “제사나 생일은 음력으로 지냈는데 달력이 없다 보니 한국 라디오를 듣고 날짜를 맞추기도 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사할린 한인회관 역할을 하는 사할린경로당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작은 행사를 준비 중이다. 문 회장은 “작은 선물로 떡을 나눠 먹으면서 광복절을 기념할 계획”이라며 웃었다.인천=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경기 고양시에 사는 김모 씨(56)는 올해 초 자동차 추돌 사고로 2개월간 어깨 치료를 받으면서 상대 차량 운전자 자동차 보험사에서 합의금(향후 치료비) 150만 원을 받았다. 김 씨는 합의금을 받은 뒤에도 통증을 느껴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받았다. 진료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회당 2만 원만 부담했다.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합의금을 받은 뒤 건보 치료를 받는 것은 규정 위반이다. 이러한 경우를 막기 위해 정부는 자동차보험 진료 및 합의금 정보를 건강보험 자료와 연계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 씨처럼 자동차보험 합의금을 받고 같은 증상으로 건보 치료를 받은 걸로 파악된 인원이 2019∼2023년 405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보공단이 이들에게 지원한 진료비는 △2019년 29억6700만 원 △2020년 20억8500만 원 △2021년 22억5200만 원 △2022년 19억2000만 원 △2023년 16억3600만 원 등 5년간 총 108억6000만 원이었다. 자동차보험 합의금은 사고를 당한 사람이 앞으로 치료할 비용을 미리 받는 ‘미래 진료비’ 성격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합의금을 받고 같은 질병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는 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보험으로 척추염좌 진료를 받은 뒤 합의금으로 100만 원을 받았다면 치료비로 100만 원을 다 쓸 때까지는 척추염좌 치료에 건보 적용을 받을 수 없다. 건보공단에 적발되면 건보 적용 금액을 회수할 수 있다. 건보공단의 최근 5년간 부당 지원금 회수 금액은 63억5200만 원(환수율 58.5%)에 그쳤다. 지금까지 건보공단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동차보험 심사 자료와 경찰청의 교통사고 신고자료를 대조해 중복 수급을 파악했다. 그러나 경찰에 신고된 교통사고는 2023년 기준 전체 사고의 17.2%에 불과해 다수의 자동차보험 합의금 수령 후 건보 진료를 받은 사례가 조사 대상에서 누락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건보 재정이 새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복지부는 심평원 자동차보험 심사 자료, 자동차 보험사 합의금 지급 내역을 건보공단 자료와 연계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합의금을 받고도 같은 질병으로 건보 진료를 계속해서 보는 환자를 쉽게 적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콧줄 끼고 제대로 말씀도 못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죄송했어요. 그 모습을 보니 저는 죽음이 가까워졌을 때 억지로 삶을 연장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경기 파주시에 사는 이모 씨(63)는 2년 전 남편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그는 “현대 의학으로 치료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의식이 있을 때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며 생을 마감하고 싶다”며 “나중에 자식들에게 치료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짐을 얹어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씨처럼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이 300만 명을 넘어섰다.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존엄사법) 시행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도입된 지 7년 6개월 만이다. 정부는 연명치료 중단 시기를 앞당기는 제도 정비에 착수할 방침이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거부” 300만 명 서명10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사람은 9일 기준 300만3117명이었다. 전체 성인 인구의 6.8%다. 연명의료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기간만 연장하는 치료를 가리킨다. 인공호흡기 부착 등이 대표적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인원은 2018년 8만6691명에서 2021년 115만8585명, 2023년 214만4273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의향서 작성자가 많다. 전체 작성자 중 74.6%인 222만9659명이 65세 이상이었다. 65세 이상 노인 5명 중 1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성별로는 여성(199만818명)이 남성(99만8994명)보다 2배 이상으로 많았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들이 남성보다 노년기에 복지관 활동 등 사회적 관계망에 더 많이 노출되면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관한 정보를 더 많이 접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장년층 의향서 작성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죽음의 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다. 2019년 8.1%였던 50∼59세 작성자 비율은 올해 7월 기준 10.1%로 늘었다. 조정숙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연명의료센터장은 “부모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40∼60대에서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연명의료 중단’도 40만 명 돌파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이행한 사람은 40만 명을 넘어섰다. 연명의료 중단은 의학적 조치가 더 이상 치료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는 환자 중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거나 △말기 또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의사와 상의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 환자 본인이 중단 의사를 밝히거나 △가족이 연명의료 중단에 동의한 경우에 담당 의사 확인을 거쳐 이뤄진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이행한 인원은 2020년 13만 명을 넘어선 뒤 지난해 30만 명을 넘어섰고 올해는 7월 기준 44만1862명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연명의료 중단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해서만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데, 이를 수개월 이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말기 환자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치매, 거동 불편 등으로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해 타인 도움을 받다가 숨진 환자의 12.7%만 연명의료를 중단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연명의료 유보·중단 결정 이행은 임종기에 국한돼 환자의 자기 결정권 및 최선의 이익 보장이 제한된다는 지적이 있어 이행 범위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장에서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조속히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출범시켜 사회적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콧줄 끼고 제대로 말씀도 못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죄송했어요. 그 모습을 보니 저는 죽음이 가까워졌을 때 억지로 삶을 연장하고 싶지 않더라고요.”경기 파주시에 사는 이모 씨(63)는 2년 전 남편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그는 “현대 의학으로 치료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의식이 있을 때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며 생을 마감하고 싶다”며 “나중에 자식들에게 치료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짐을 얹어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이 씨처럼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이 300만 명을 넘어섰다.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존엄사법) 시행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도입된 지 7년 6개월 만이다. 정부는 연명치료 중단 시기를 앞당기는 제도 정비에 착수할 방침이다.●“무의미한 연명치료 거부” 300만 명 서명10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사람은 9일 기준 300만3117명이었다. 전체 성인 인구의 6.8%다.연명의료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기간만 연장하는 치료를 가리킨다. 인공호흡기 부착 등이 대표적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인원은 2018년 8만6991명에서 2021년 115만8585명, 2023년 214만4273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연령대가 높을수록 의향서 작성자가 많다. 전체 작성자 중 74.6%인 222만9659명이 65세 이상이었다. 65세 이상 노인 5명 중 1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성별로는 여성(199만818명)이 남성(99만8994명)보다 2배 이상으로 많았다.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들이 남성보다 노년기에 복지관 활동 등 사회적 관계망에 더 많이 노출되면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관한 정보를 더 많이 접한다”고 말했다.최근에는 중장년층 의향서 작성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죽음의 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다. 2019년 8.1%였던 50~59세 작성자 비율은 올해 7월 기준 10.1%로 늘었다. 조정숙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연명의료센터장은 “부모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40~60대에서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연명의료 중단’도 40만 명 돌파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이행한 사람은 40만 명을 넘어섰다. 연명의료 중단은 의학적 조치가 더 이상 치료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는 환자 중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거나 △말기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의사와 상의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 환자 본인이 중단 의사를 밝히거나 △가족이 연명의료 중단에 동의한 경우에 담당 의사 확인을 거쳐 이뤄진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이행한 인원은 2020년 13만 명을 넘어선 뒤 지난해 30만 명을 넘어섰고 올해는 7월 기준 44만1862명에 달했다.일각에서는 연명의료 중단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해서만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데, 이를 수개월 이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말기 환자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치매, 거동 불편 등으로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해 타인 도움을 받다가 숨진 환자의 12.7%만 연명의료를 중단했다.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연명의료 유보·중단 결정 이행은 임종기에 국한돼 환자의 자기 결정권 및 최선의 이익 보장이 제한된다는 지적이 있어 이행 범위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장에서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조속히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출범시켜 사회적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경기 고양시에 사는 김모 씨(56)는 올해 초 자동차 추돌 사고로 2개월간 어깨 치료를 받으면서 상대 차량 운전자 자동차 보험사에게 합의금(향후 치료비) 150만 원을 받았다. 김 씨는 합의금을 받은 뒤에도 통증을 느껴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받았다. 진료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회당 2만 원만 부담했다.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합의금을 받은 뒤 건보 치료를 받는 것은 규정 위반이다. 이러한 경우를 막기 위해 정부는 자동차보험 진료 및 합의금 정보를 건강보험 자료와 연계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 씨처럼 자동차보험 합의금을 받고 같은 증상으로 건보 치료를 받은 걸로 파악된 인원이 2019~2023년 405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보공단이 이들에게 지원한 진료비는 △2019년 29억6700만 원 △2020년 20억8500만 원 △2021년 22억5200만 원 △2022년 19억2000만 원 △2023년 16억3600만 원 등 5년간 총 108억6000만 원이었다. 건보공단이 환수한 금액은 60%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는 건보공단이 파악한 경우에 한정돼 실제론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자동차보험 합의금은 사고를 당한 사람이 앞으로 치료할 비용을 미리 받는 ‘미래 진료비’ 성격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합의금을 받고 같은 질병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는 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보험으로 척추염좌 진료를 받은 뒤 합의금으로 100만 원을 받았다면, 치료비로 100만 원을 다 쓸 때까지는 척추염좌 치료에 건보 적용을 받을 수 없다. 건보공단에 적발되면 건보 적용 금액을 회수할 수 있다. 건보공단의 최근 5년간 부당 지원금 회수 금액은 63억5200만 원(환수율 58.5%)에 그쳤다.지금까지 건보공단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동차보험 심사 자료와 경찰청의 교통사고 신고자료를 대조해 중복 수급을 파악했다. 그러나 경찰에 신고된 교통사고는 2023년 기준 전체 사고의 17.2%에 불과해 다수의 자동차보험 합의금 수령 후 건보 진료를 받은 사례가 조사 대상에서 누락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건보 재정이 새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복지부는 심평원 자동차보험 심사 자료, 자동차 보험사 합의금 지급 내역을 건보공단 자료와 연계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합의금을 받고도 같은 질병으로 건보 진료를 계속해서 보는 환자를 쉽게 적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생의 마지막에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이 300만 명을 넘어섰다. 2018년 2월 연명의료 결정법(존엄사법) 시행으로 사전연명의료 의향서가 도입된 지 7년 6개월 만이다.10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를 등록한 사람은 9일 기준 300만3117명을 기록했다. 연명의료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시행하는 의학적 시술로 치료 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을 지칭한다.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인공호흡기 부착 등이 포함된다. 연명의료 중단 서약을 한 인원은 2018년 8만6991명에서 2021년 115만8585명, 2023년 214만4273명을 넘어섰다.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등록자 중 여성은 199만818명으로 남성(99만8994명)의 두 배였다.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작성자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많아져 65세 이상 노인은 전체 인구 5명 중 1명인 21.0%가 등록했다. 특히 65세 이상 여성의 24.9%가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밝혔다.사전연명의료 의향서 등에 의한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이행한 사람도 올 1월 40만 명을 넘어서 지난달 말 기준 44만1862명으로 집계됐다. 연명의료 중단은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거나, 가족 등 보호자가 사전에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확인해 주거나 연명의료 중단에 동의하는 경우 이뤄진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이행한 인원은 2020년 5월 10만2805명을 넘어선 이후 2022년 2월 20만2016명으로 20만 명을 넘었으며, 2023년 8월 30만3350명을 넘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70대 이상 노인 3명 중 1명만 건강정보를 적절히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7일 질병관리청은 2023년 건강정보 이해능력 조사 결과를 전문 학술지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건강정보 이행능력은 건강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하는데 필요한 건강정보 또는 서비스를 찾고 이해하며 활용하는 능력이다. 이번에 발표된 내용은 2023년 국민건강 영양조사와 함께 시행된 첫 건강정보 이해능력 조사 결과다.건강정보 이해능력 측정은 총 10개 문항으로 구성된다. 질병예방 3문항, 건강증진 1문항, 건간광리 4문항, 자원활용 2문항으로 구성되며 문항별로 4점 척도로 답변하게 된다. 총 40점 중 30점 이상인 경우 적절한 건강정보 이해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된다.연구진이 2023년 국민건강 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5906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 성인의 60.4%가 적절한 수준의 건강정보 이해능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19~29세가 70.5%로 가장 높았다. 70대 이상은 36.0%만 적절한 건강정보 이해능력을 갖춘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건강정보 이해능력이 올라갔으며, 성별로는 여성(62.2%)이 남성(58.6%)보다 적절한 건강정보 이해능력을 갖춘 비율이 높았다.또한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할수록 건강정보 이해능력 수준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흡연자(53.2%)보다 비흡연자(64.3%)에서 적절한 건강정보 이해능력을 갖춘 사람이 많았으며, 신체활동이 충분한 사람(65.4%)가 불충분한 사람(59.6%)보다 건강정보 이해능력이 높았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하반기 레지던트 1년 차 필기시험이 16일로 확정됐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복귀 일정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1일 대한병원협회 수련환경위원회는 ‘2025년도 하반기 레지던트 1년 차 필기시험 안내’ 공고를 통해 4, 5일 응시자를 접수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인턴 수료자나 예정자로 과거 레지던트 1년 차 모집에 지원한 사실이 없거나 불합격한 의사 면허 소지자다. 사직 전공의가 이전에 근무하던 수련병원에서 같은 전공으로 복귀한다면 이번에는 응시하지 않아도 된다. 이 경우 필기시험 없이 별도 전형에 따라 기존 수련병원에 이전 전공과목 소속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와 의료계가 사직 전공의 복귀를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정부는 의료계와 수련협의체를 통해 다음 주까지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에 대한 구체적인 자격 요건 등에 대한 합의를 마칠 계획이다. 다만 수련하다가 사직했더라도 근무 병원과 전공과목을 바꾸려고 한다면 이번 필기시험에 응시해야 한다. 한편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를 이끌던 이선우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사퇴했다. 이 위원장이 지난달 12일 ‘의대생 전원 수업 복귀’를 선언한 지 약 3주 만이다. 이 위원장의 사퇴와 함께 의대협 비대위도 해산됐다. 의대생의 공동 집단행동을 주도하던 비대위 체제가 1년 5개월 만에 종료되면서 수업 거부 등 의대생 집단 행동도 사실상 끝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내년 기초생활수급자가 받는 생계급여액이 4인 가구 기준 207만8316원으로 올해보다 6.51% 올라 처음으로 200만 원을 넘는다. 31일 보건복지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제77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열고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을 올해 609만7773원(월 소득 기준)에서 내년 649만4738원으로 6.51% 인상하기로 했다. 기준 중위소득은 2022년 이후 5년째 최고 인상률을 경신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생계급여액을 비롯한 각종 복지사업의 기준선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부터 국가장학금, 행복주택 공급, 아이돌봄서비스 등 14개 부처 80개 복지 사업의 선정 기준으로 쓰이고 있다.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은 2017∼2021년 1∼2%대를 유지하다 2022년 5.47%, 2023년 5.47%, 2024년 6.09%, 올해 6.42%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기준 중위소득이 높아지면 그만큼 복지사업 대상자가 늘어난다. 생계급여는 약 4만 명이 새롭게 받을 것으로 복지부는 전망했다. 기초생활보장수급 가구의 74.4%를 차지하는 1인 가구의 내년 중위소득은 4인 가구보다 높은 인상률이 적용됐다. 1인 가구의 중위소득은 올해 월 239만2013원에서 내년에는 7.20% 오른 월 256만4238원으로 결정됐다. 기준 중위소득의 32% 이하가 받을 수 있는 생계급여는 4인 가구 기준 올해 195만1287원에서 내년 207만8316원으로 올랐다. 1인 가구는 올해 76만5444원에서 내년 82만556원을 받을 수 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내년 기초생활수급자가 받는 생계급여액이 4인 가구 기준 207만8316원으로 올해보다 6.51% 올라 처음으로 200만 원을 넘는다.31일 보건복지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제77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열고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을 올해 609만7773원(월 소득 기준)에서 내년 649만4738원으로 6.51% 인상하기로 했다. 기준 중위소득은 2022년 이후 5년째 최고 인상률을 경신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생계급여액을 비롯한 각종 복지사업의 기준선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부터 국가장학금, 행복주택 공급, 아이돌봄서비스 등 14개 부처 80개 복지 사업의 선정 기준으로 쓰이고 있다.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은 2017~2021년 1~2%대를 유지하다 2022년 5.47%, 2023년 5.47%, 2024년 6.09%, 올해 6.42%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기준 중위소득이 높아지면 그만큼 복지사업 대상자가 늘어난다. 생계급여는 약 4만명이 새롭게 받을 것으로 복지부는 전망했다.기초생활보장수급 가구의 74.4%를 차지하는 1인 가구의 내년 중위소득은 4인 가구보다 높은 인상률이 적용됐다. 1인 가구의 중위소득은 올해 월 239만2013원에서 내년에는 7.20% 오른 월 256만4238원으로 결정됐다.기준 중위소득의 32% 이하가 받을 수 있는 생계급여는 4인 가구 기준 올해 195만1287원에서 내년 207만8316원으로 올랐다. 1인 가구는 올해 76만5444원에서 내년 82만556원을 받을 수 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올 3월 국회에서 18년 만에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인상하는 연금 개혁이 이뤄지면서 당초 2027년 적자 전환될 예정이었던 보험료 수지가 2029년까지 흑자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31일 국민연금공단 산하 국민연금연구원은 국민연금 2025~2029년 중기재정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기 재정전망은 5년 간의 국민연금 재정 추이를 분석하는 연례보고서로 국가 재정운영계획에 반영되는 정부의 공식 전망치다. 이번 보고서는 연금개혁 이후 첫 중기재정전망이다.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초 이뤄진 연금개혁으로 2027년부터 적자 전환될 것으로 예상됐던 국민연금 보험료 수지(보험료 수입에서 연금 지급액을 뺀 금액)는 2029년까지 흑자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올 3월 국회는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올해 기준 41.5%인 소득대체율을 43%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연금개혁을 단행했다.연금개혁 이전인 지난해에 발표한 2024~2028년 중기재정전망에서는 보험료 수지가 2027년 3조2536억 원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연금개혁 이후 이뤄진 이번 중기재정전망에서는 올해 12조5854억 원, 내년 10조188억 원, 2027년 7조1268억 원, 2028년 6조1584억 원, 2029년 5조28억 원으로 흑자 유지될 것으로 분석됐다.연도별로 흑자 폭이 줄어드는 이유는 연금개혁으로 인해 소득대체율이 인상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험료율은 내년부터 매년 0.5%포인트 씩 8년 간 인상되지만, 소득대체율은 내년에 일괄 43%로 인상된다. 중기재정전망에 따르면 올해 연금 수급자는 783만2574명, 연금 급여액은 50조623억 원이다. 그러나 1955~1963년 태어난 ‘1차 베이비붐 세대’가 연금 수급자로 빠르게 전환되며 2029년에는 연금 수급자는 956만9963명, 연금 급여액은 74조956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료율 인상에 따른 영향으로 국민연금기금(연기금)은 올해 1273조3235억 원에서 2029년 1554조863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연금개혁에도 불구하고 연기금이 2071년 소진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추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서면답변을 통해 “기초·퇴직·개인·주택연금 등 다층 연금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노후 실질소득을 높여야 한다”며 “기금수익률 제고 등을 통해 재정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국고 지원 확대 등 추가 조치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의 불신이 있는 상황에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추가 개혁이 필요하다”며 “기초·퇴직·개인·주택연금 등 노후 소득보장체계의 다층 구조에 대한 틀을 새로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 복지국가 정책위원장도 “국민연금 군복무 크레딧 확대, 도시 지역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등과 함께 기초연금 개편도 필요하다”고 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어머니가 밭에 나가신 것 같은데 연락이 안 됩니다.” 29일 경남 하동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38분경 이런 신고가 접수됐다. 즉각 출동한 구급대가 하동군 적량면의 한 밭에 쓰러져 있는 80대 여성을 발견했지만 이미 숨져 있었다. 이 여성은 당일 오전 10시경 밭일에 나섰으며,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동은 23일부터 폭염경보가 발효된 상태로 이 여성이 숨진 28일은 낮 최고기온이 36.9도에 달했다. 연일 전국적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날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28일 오후 11시 기준 올해 누적 온열질환자는 총 243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57명)과 비교해 2.5배 이상 발생했다. 이 가운데 11명이 사망했다. 전북 김제시 공덕면에서는 폭염경보가 내려진 24일 오후 1시 30분경 한 하천 인근에서 측량 작업 중이던 50대 A 씨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이틀 뒤 결국 숨졌다. 사고 당시 고압 가스관 매설지역에서 배관 수심을 측정하던 A 씨의 체온은 40도를 넘은 것으로 전해진다. 등산 등 실외 활동 중 사망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28일 오후 1시 19분경 칠곡군 약목면 남계리 야산에서 산행하던 80대 남성이 고열로 사망했다. 이례적인 더위 속에 가축도 올해 103만5859마리가 폐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6만5654마리)과 비교해 피해가 6배 이상으로 불어난 수치다. 양식 어류도 2030마리가 폐사했다. 행안부는 25일 오후 2시부로 폭염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중대본 1단계를 가동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위기 경보 심각 단계는 전국 40% 지역에서 3일 이상 일 최고 체감온도 35도 이상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한다. 28일 중대본 회의를 연 정부는 올해 산불과 폭우 피해를 본 경북지역 이재민들이 폭염으로 인한 2차 피해를 겪지 않도록 우선 관리하고, 호우 피해 복구·수색 인력이 온열질환에 노출되지 않도록 지원한다고 밝혔다.송진호 기자jino@donga.com하동=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익산=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어머니가 밭에 나가신 것 같은데 연락이 안 됩니다.”29일 경남 하동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38분경 이런 신고가 접수됐다. 즉각 출동한 구급대가 하동군 적량면의 한 밭에 쓰러져 있는 80대 여성을 발견했지만 이미 숨져 있었다. 이 여성은 당일 오전 10시경 밭일에 나섰으며,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동은 23일부터 폭염경보가 발효된 상태로 이 여성이 숨진 28일은 낮 최고기온이 36.9도에 달했다.연일 전국적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인명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날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28일 밤 11시 기준 올해 누적 온열질환자는 총 243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57명)과 비교해 2.5배 이상 발생했다.이 가운데 11명이 사망했다. 전북 김제시 공덕면에서는 폭염경보가 내려진 24일 오후 1시30분경 한 하천 인근에서 측량 작업 중이던 50대 A 씨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으나, 이틀 뒤 결국 숨졌다. 사고 당시 고압 가스관 매설지역에서 배관 수심을 측정하던 A 씨의 체온은 40도를 넘긴 것으로 전해진다.등산 등 실외 활동 중 사망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28일 오후 1시19분경 칠곡군 약목면 남계리 야산에서 산행하던 80대 남성이 고열로 사망했다. 이례적인 더위 속에 가축도 올해 103만5859마리가 폐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6만5654마리)과 비교해 피해가 6배 이상 불어난 수치다. 양식 어류도 2030마리가 폐사했다.행안부는 25일 오후 2시부로 폭염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위기 경보 심각 단계는 전국 40% 지역에서 3일 이상 일 최고 체감온도 35도 이상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할 때 발효한다.28일 중대본 회의를 연 정부는 올해 산불과 폭우 피해를 본 경북지역 이재민들이 폭염으로 인한 2차 피해를 겪지 않도록 우선 관리하고, 호우 피해 복구·수색 인력이 온열질환에 노출되지 않도록 지원한다고 밝혔다.송진호 기자jino@donga.com하동=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익산=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딸기향, 포도향 등 특정 향을 첨가한 가향 담배가 인기를 끌면서 흡연는 고2 학생 5명 중 4명은 가향 담배로 처음 담배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학생은 액상형 전자담배를 가장 선호하고 고2 학생 5명 중 3명은 술을 마신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29일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청소년건강패널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2019년 시작된 패널조사는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학생 5051명을 10년 간 추적조사하는 연구다. 흡연, 음주, 신체활동, 식생활 등 건강 행태 변화와 함께 가족, 친구 및 사회환경 등 변화에 주는 요인을 확인하기 위해 실시된다. 지난해 조사는 2019~2023년 조사에 모두 참여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 386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조사 결과 학년이 올라갈수록 담배 제품의 사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2 남학생 중 궐련형 일반 담배를 사용하는 비율은 5.50%로 가장 높았으며, 액상형 전자담배 3.57%, 궐련형 전자담배 1.67% 순(중복응답)이었다. 이들이 고1이었던 2023년 조사에서는 궐련형 일반담배 2.12%, 액상형 전자담배 1.19%, 궐련형 전자담배 0.65%였다.여학생도 고1 때보다 고2 때 담배 사용이 증가했다. 고2 여학생은 액상형 전자담배 1.54%, 궐련형 일반담배 1.33%, 궐련형 전자담배 0.32% 순이었다. 고1 때에는 궐련형 일반담배(1.19%)의 사용률이 가장 높았으며 액상형 전자담배는 0.94%에 불과했으나 1년 만에 순위가 바뀌었다.평생동안 술을 한 모금이라도 마셔본 경험이 있는 비율은 이들이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2019년 당시 36.4%에서 고2인 지난해 60.8%로 증가했다. 술을 처음 마시게 된 이유로는 가족 및 집안 어른의 권유(48.9%)가 가장 많았다. 맛이나 향이 궁금해서(19.7%), 물 등으로 착각해 실수로(8.2%) 등이 뒤를 이었다.청소년은 연령이 올라갈수록 식생활이 악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가족과 매일 식사하는 빈도는 초6 66.3%에서 고2 22.2%로 급감했다. 1일 1회 이상 우유 및 유제품 섭취율도 초6 45.7%에서 고2 18.4%로 낮아졌으며, 1일 3회 이상 채소 섭취율은 초6 18.0%에서 고2 6.8%로 악화됐다. 반면 주 5일 이상 아침식사 결식률은 초6 17.9%에서 고2 33.0%로, 주 3회 단맛음료 섭취율은 초6 50.9%에서 고2 66.6%로 올랐다.신체활동 실천 또한 고등학교 진학 이후 줄어들었다. 하루 60분 주 5일 이상 신체활동을 하는 고2 학생은 13.5%에 불과했으며, 주 3일 이상 근력 강화 운동을 하는 학생은 21.9%에 머물렀다.연구진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경각심을 제고하기 위해 청소년 눈높이에 맞는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어린 시절 단순한 한 두 모금의 음주 경험이 청소년 음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명절 연휴 음복 음주를 권하는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청소년의 담배제품 사용이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학생의 경우 기존의 궐련보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더 선호하는 양상이 뚜렷이 나타났다”며 “청소년 흡연 예방을 위해 제품 유형별 규제 강화와 정책적 대응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