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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겪는 일화와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장면 1. 영숙 씨는 외동딸이다. 어렸을 때는 큰아버지 댁에 가서 차례도 치르고 차례도 지냈지만, 성인이 되고 나니 딸이란 이유로 ‘차례 필참인원’에서 제외됐다. 이제 명절에 하는 일이라곤 부모님 댁에 가서 식사하고 하루 자고 오는 것뿐이다. 영숙 씨는 ‘나중에 부모님 돌아가시면 명절엔 뭘 하지? 내가 차례라도 지내야 하나?’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장면 2. 영수 씨는 추석 연휴 전 주말에 부모님을 찾아뵀다. 연휴 기간에는 아내, 자녀와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성묘는 부모님만 따로 다녀오실 예정이다. 사실 분가한 뒤로 성묘에 따라간 건 결혼 첫해가 전부다. 장면 3. 영철, 영미 씨는 결혼 10년 차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다. 명절 때마다 ‘언제 손주 안겨줄 거냐’고 물으시던 양가 부모님들도 언제부턴가 포기하신 것 같다. 올 추석에는 각자 부모님을 모시고 따로 성묘 겸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위 사례들은 최근 추석을 앞두고 기자가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다. 이들이 영 황당하거나 신기하게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 요즘 주변에서 적잖이 벌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6년 새 혼인 반 토막… 모일 사람 사라진 명절음력 8월 15일 팔월대보름 날인 추석은 한국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세시명절이다. 한가위, 가배라고도 불린다. 중국이 중추절이라는 비슷한 명절을 쇠기 때문에 중국에서 유래했을 것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농작물 수확을 기념한다는 공통점이 있긴 해도 추석은 엄연히 우리 고유 유래를 갖는 명절이라고 한다. 삼국사기에도 신라 제3대 왕인 유리이사금(재위 24~57년)이 ‘6부(部)를 정한 뒤 패를 갈라 길쌈 승부를 한 데서 가배가 시작됐다’는 기록이 나온다. 오히려 중국의 중추절이 신라의 가배에서 유래했다는 학설도 있다. 이렇듯 유서 깊은 우리 고유의 명절, 대표 명절 추석이 근래 큰 변화를 맞고 있다. 핵가족화에 이어 저출산으로 1인 가구가 급속히 늘면서 ‘가족이 모여 여러 행사를 즐기는’ 명절의 의미 자체가 퇴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올 3월 발표한 ‘2022년 혼인·이혼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 2000건으로 1970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적었다. 1996년만 해도 혼인 건수가 43만 5000건에 이르렀는데 채 26년 만에 56% 급감했다. 결혼을 안 하니 출생아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같은 기간 출생아 수는 70만 명에서 20만 명대로 뚝 떨어졌다.만혼, 혹은 비혼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1인 가구 비율은 2000년 전체 15.5%에서 지난해 34.5%로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4인 가구의 비율은 31.1%에서 13.8%로 줄었다. 1인 가구와 4인 가구가 20여 년 새 자리를 맞바꾼 셈이다. 모여야 할 가족구성원이 줄고 가족 사이에 기쁨이자 끈이 되었던 아이들이 사라지면서 명절의 입지는 과거에 비해 현저히 위축됐다. 여기에 성차별, 뭇 어르신들의 무례한 질문 등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 세대분별적인 기존 명절 문화가 명절에 대한 거부감을 키웠다. 최근 벌어진 코로나19 사태는 이런 변화에 기름을 부었다. 감염 위험을 이유로 정부가 ‘비대면 명절’을 장려하자 안 그래도 명절 관례가 불편했던 다수 시민들이 적극 부응하며 전통 명절의 모습은 더욱 희미해졌다. 리서치 전문기업 KPRG한국정책리서치가 지난해 전국 20대 이상 성인 1117명에게 ‘코로나19 전후 (설) 명절 맞이하는 인식과 방식의 변화’에 대해 설문했더니 79.4%가 명절에 대한 인식과 방식이 코로나19 전과 달라졌다고 답했다. ●외동딸, 딩크… 차례상 차릴 사람 과연 있을까이런 명절의 변화는 갈수록 가속화될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수준의 합계출산율 0.84명만 유지해도 2020년 전체 인구 15.7%였던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030년 25.5%, 2050년 41.5%, 2070년 50.2%로 폭증한다. 그만큼 청·장년, 유소년 인구는 줄어든다. 과거 집안 어르신을 중심으로 가지처럼 뻗어있는 가족이 모이는 게 명절이었다면, 이제는 반대로 가지처럼 많은 어르신들 아래 모여야 할 자손은 한둘뿐인 ‘부담스러운’ 명절이 되는 셈이다.실제 갈수록 출생아 중 첫째의 비율이 늘고 있다. 한 해 전체 출생아 중 첫째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둘째, 셋째를 낳는 집이 적어서 상대적으로 첫째가 많다는 뜻이다. 지난해 이 첫째 비율이 62.7%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으로 앞서 제시한 영숙 씨 사례처럼 자녀가 외동딸뿐인 집도 늘어날 터다. 자연성비는 5:5인만큼 아이를 하나만 낳는다면 그 절반은 딸일 테니 말이다. 기존 명절 풍습에서 딸과 아들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돼 있었고 상대적으로 아들의 역할이 컸던 만큼, 영숙 씨네 같은 가족들은 각자 명절 문화를 새롭게 구축해 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영숙 씨가 고민한 것처럼 차례를 딸이 지내야 할 수 있다. 차례가 아닌 새로운 추모 방식을 찾거나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영미, 영철 씨네처럼 손이 끊기는 가족도 늘어날 터다. 결혼과 출산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미혼 남성은 12.9%, 여성은 4%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사회복지연구회 설문조사, 2021). 이는 핏줄, 혈통, 조상과 같이 명절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것들을 흔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가 전과 밀과, 유병 등을 제외하고 훨씬 간소하게 만든 ‘차례상 표준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과연 다음 세대 이런 차례상이라도 차릴 집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지금도 벌써 많은 가구가 명절 연휴 영수 씨네처럼 성묘 대신 여행을 가거나 개인 일을 본다. 올해 추석에 기자의 부모님도 친가 식구들과 모이지 않고 각자의 시간을 보내실 예정이라고 한다. 할머니께서 병환으로 요양원에 계시고, 형제들은 각자 따로 성묘를 다녀왔기 때문이다. 명절 당일 모이지 않는 것은 부모님 결혼하신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다. ● 한해 마무리하던 추석, 옛 의미 되살리면 돼갈수록 옛 모습을 잃고 옛 의미마저도 잃어가는 명절이 과연 계속 명절일 수 있을까. 그나마 설날은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라도 있는데, 추석은 가족 간의 만남이라는 의미는 물론 풍성한 수확을 축하한다는 의미도 진작에 퇴색된 지 오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추석 수확을 기뻐해야 할 농가인구는 지난해 기준 216만 명, 전체 인구의 5%에도 못 미친다. 다른 취재 섭외를 위해 이곳저곳 연락을 돌리다가 세시풍속에 대해 오래 연구한 한 민속학 전문가와 통화를 하게 됐다. 통화가 닿은 김에 그에게 미래에 추석이 어떤 의미로 남게 될지 물었다. 그는 “추석의 본뜻만 살린다면 충분히 미래에도 의미 있는 명절로서 역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농경사회에서 수확은 한 해의 마무리를 의미했다. 즉 추석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기념일이었다”며 “현대의 추석도 가족 구성원들이 모여 한 해를 마무리하고 돌아본다는 취지를 살린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명절로 영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간이 흐르면 문화도 관습도 시대에 맞게 변한다. 명절도 마찬가지일 터다. 고려시대에는 지금과 같은 제사, 차례 문화가 없었고 현재의 복잡한 제사상 규칙도 오래된 것이 아니라 대체로 1969년 군사독재 시절 발표된 가정의례준칙 이후 정례화된 것이라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가족이 만나고, 한해를 돌아보며 서로 격려하고, 무엇이 됐든 풍성한 음식을 나눠 먹는 기본 뼈대만 변하지 않는다면 형식이나 모습이야 어떤 형태로 변한대도 괜찮지 않을까. 그것이 외동딸의 추석이 됐든, 딩크의 추석이 됐든, 가족의 ‘가을 바캉스’ 추석이 됐든 말이다. 20년, 50년 뒤 추석이 감히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 본래의 긍정적인 의미만큼은 퇴색하지 않고 그대로이기를 기원해 본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겪는 일화와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얼마 전 학교 앞에서 아이가 상급생들로부터 불편한 상황을 겪는 일이 있었다. 관련해 학교에 건의하고 싶은 게 있어 교무실로 전화를 걸려다가 멈칫했다. 번뜩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요새 악성 민원으로 떠들썩한데, 전화했다가 괜히 나도 극성 엄마로 찍히는 거 아닐까?’ 초등학교 교사의 자살 사건으로 촉발된 교권 추락 이슈가 두 달째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악성 민원으로 괴롭힘당한 교사들의 안타까운 사연과 더불어 ‘왕의 DNA를 가진 아이’, ‘내 아들 손이 친구 뺨에 맞았다’ 등, 기상천외(!)한 학부모 사례가 일파만파 퍼지며 일명 ‘진상맘’으로 대표되는 극성스러운 부모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다. 이런 부모들이 학교뿐 아니라 학원, 기업, 심지어는 군대까지 민원을 넣는다는 보도가 줄이었다. 급기야 분노한 시민들이 교사 사망사건에 연루된 부모들에게 사적 응징을 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평상시 같았으면 당연히 건의할 수 있는 내용인데도, 학교에 전화하는 게 눈치 보일 수밖에 없었다. ● 교권 추락 원흉이 된 부모들작고한 교사분들을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이번 사태로 뒤늦게나마 극성 부모들의 존재와 심각한 행태가 드러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최근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이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 응답자 2390명 중 2370명(99.2%)이 ‘교권 침해를 당했다’고 답했다. 그 중 ‘학부모 악성 민원’(49%)이 가장 많은 유형을 차지했다. 일련의 사태와 이런 조사들에 힘입어, 정당한 사유 없이 ‘직위해제’ 처분 등을 받지 않도록 하는 아동학대처벌특레법 개정안을 포함한 이른바 ‘교권 회복 4법’이 국회에 상정됐다. 오는 21일 국회 본회의에 오를 예정이다.하지만 한 가지 짚고 가야 할 것은 교사의 99%, 49%가 교권을 침해당하거나 악성 민원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해서, 학부모의 99%, 49%가 그런 행위를 했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다. 설문은 교사의 업무 기간을 통틀어 교권 침해 경험을 조사한 것이다. 한 학부모가 여러 학년에 걸쳐 십수 명의 교사에게 피해를 끼쳤을 수도 있다.한데 최근 분위기를 보면 학부모 전체가 ‘진상맘, 극성맘’ 혹은 ‘잠재적 진상맘, 극성맘’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 학부모는 무너진 교권의 가장 큰 원흉이 되었다. 교사들의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뜨면 누구나 ‘학부모 민원이 있었겠거니’ 하고, 경찰 수사가 진행된 것도 아닌데 사망의 주요인처럼 확정돼버렸다. 기사 댓글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이 부모들에 대한 비난이 넘쳐난다. ‘요즘 부모’는 무슨 일이 터지면 남은 안중에도 없이 제 새끼 감싸기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하는 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모든 부모가 ‘극성 부모’는 아니다기자도 네 명의 아이 중 세 명을 학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다. 어느덧 부모 12년 차라 직간접적으로 접한 학부모들도 많다. 하지만 요즘 기사에 나오는 것처럼 ‘아이 수업에 방해되니 교사의 결혼식을 미루라고 주문’했다거나 ‘내 직업이 뭔지 아느냐고 호통’을 치고 ‘아이들 보는 앞에서 선생님을 폭행’하는 정도의 ‘진상 부모’는 아직까지 직접 보거나 사례를 듣지 못했다. 오히려 생각 외로 교사를 어려워하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고 느껴왔다. 일례로 1~2년 전만 해도 반마다 부모들의 ‘단체톡방’이 있었는데, 선생님 알림장 공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톡방에서 학부모들 간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교무실에 전화해서 선생님께 직접 문의하면 될 것을 왜 서로 토론하는 걸까’ 의아했는데, 나중에 보니 ‘학교 선생님께 고작 이런 일로 전화를 걸어도 되나’하는 조심스러움 때문이었다. 아이가 학교에서 무슨 일을 겪은 것 같은데 교사에게 대놓고 묻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학부모들도 많이 봤다. 물론 권위주의 시대에 비해 학교와 교사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졌고, 몇 년 새 알림장 앱이나 별도 메신저 등 소통 창구가 늘면서 불만이나 궁금한 점을 교사에게 직접 전달하는 부모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턱이 낮아졌다고 해서 누구나 뉴스에 나오는 극성 부모들처럼 문지방 넘듯 쉽게 과도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건 아니다. ● 비방·혐오, 문제 해결에 도움 안돼그럼에도 극성맘이 광범위하게 퍼져있고 일반적인 양 치부되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더구나 최근 부모들을 향한 일부의 비판은 건강한 비판을 넘어 과거 ‘맘충’이나 ‘노키즈존’ 논란 때 같은 혐오를 방불케 한다. 교권 관련 기사 댓글만 봐도 부모란 존재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원색적 비난과 욕설이 적지 않다. 도를 넘은 사적 보복도 그 연장선상이다. 이런 분위기는 되레 학교와 학부모 간 건강한 소통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아까 기자가 학교에 전화하기를 머뭇거린 것과 마찬가지다. 교사의 훈육에 대한 오해, 다툼은 학부모와 교사 간 ‘불통’에서 초래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논란이 됐던 한 유명인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발달장애아 자녀를 둔 이 유명인은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몰래 수업을 녹음하고 이를 빌미로 특수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을 샀다. 해당 교사는 직위해제 됐다. 논란이 커진 뒤 낸 입장문에서 그 유명인은 ‘(교사와) 서로 만나지 못한 채 재판에 들어가고 나서야 상대 교사의 입장을 언론보도를 통해 보았다’, ‘막연히 이렇게 고소를 하게 되면 중재가 이루어지고 문제가 해결될 거라 믿었다’고 밝혔다. 교사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에 앞서 일방적으로 수업을 녹취하고 곧장 법정에 가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건전한 질문이나 민원조차 제기하기 어렵게 만드는 과도한 ‘부모 탓’은 이런 오해의 골만 깊게 할 수 있다. ● 교권 추락 기저엔 공교육 붕괴사실 교권 붕괴의 기저에는 공교육 붕괴가 있다. 학교가 설 자리를 잃고 만만해지면서 교사들의 권위도 덩달아 떨어진 측면이 크다. 학교 수업 시간에는 졸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학원에서 저녁 늦게까지 ‘열공’하는 게 학생들의 일반적인 모습이 된 지 오래다. 학원 수업은 하루 빠지는 것도 아쉬워 보강을 챙겨 듣는다는데, 되레 학교를 개근하면 ‘체험학습(결석하고 체험, 여행 등 자유 활동을 하는 것) 한 번 못 한 개근거지’라는 말을 듣는 게 요즘 현실이다. 이렇게 공교육이 무너진 상황에서 교사의 교권인들 제대로 섰을 리 없다.(만만해진 학교, 만만해진 교사 [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 이를 등한시하고 부모 탓만 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물론 일부 극단적인 부모들의 잘못된 행태는 시정하고 처벌도 해야 한다. 하지만 교권 추락 현상은 복합적으로 발생한 문제다. 부모들의 아동학대 신고를 어렵게 하고, 교사 처벌의 허들을 높이면 당장 곤란한 상황에 처할 교사들은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궁극적인 교권 회복을 이뤄내긴 어렵다. 최근 정신과병원을 운영하는 지인으로부터 교사 환자와 상담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집단행동에 참여하고 있다는데, 집회 나가면 다 함께 구호를 외치면서 한참을 울다가 들어온다고 하더라”며 “어렵게 만들어진 변화의 기회인데 집회 내내 우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었나 싶어서 조금 안타까웠다”고 그는 말했다. 이번 주말부터 교사들의 집회가 다시 시작된다고 한다. 지금까지 질서 있는 단체행동으로 사회에 결기를 보여주었고 서로의 마음을 보듬었다면,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공교육 현장의 변화, 근본적인 해결에 대한 화두로 발전하길 기대해본다. 교권 추락 이슈가 그저 교사와 학부모 간 대결 구도, 한쪽의 다른 쪽을 향한 원망으로 단순화되지 않길 바란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생의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겪는 일화와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Korea is so screwed. Wow!)”외국인 여성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이 말을 읊는 장면이 하나의 ‘밈(meme)’처럼 인터넷에 돌고 있다. 영상 속 여성은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다. 최근 한 방송사가 방영한 저출산 관련 다큐멘터리에서 윌리엄스 교수가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 한 말을 듣고 보인 반응이라고 한다. 이처럼 외국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는 수치에, 정작 한국인들은 갈수록 둔감해지는 것 같다. 얼마 전 통계청이 올해 2분기(4~6월) 합계출산율을 0.7명으로 발표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다. 통상 연초 출산율이 높고 연말로 갈수록 낮아지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였던 지난해 기록을 갈아치우고 사상 최초 0.6명대를 찍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그러나 윌리엄스 교수처럼 충격적으로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럴 줄 알았다’거나 ‘늘 최저 아니었어?’하며 되레 시큰둥한 모습이다. 저출산과 관련한 잇따른 발표와 경고, 엄포에 이제 사람들에게 ‘저출산 내성’이 생겨버린 듯한 느낌이다. ● 1명 미만 출산율, 전 세계 전무후무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이었다. 이게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한 해 숫자만 들어서는 잘 감이 안 올 수 있다. 기자는 1980년대생인데 통계청에 따르면 1981년 출생아 수는 86만7409명이었다. 사망자 수는 23만7481명으로, 출생아 수가 사망자보다 4배 가까이 더 많았다.하지만 41년 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출생아 수는 1981년에서 반의 반토막이 났다. 사망자는 37만2800명으로 출생아 수를 훌쩍 뛰어넘었다. 인구 ‘순감’ 사회가 된 것이다. 최근 학교에 가보면 이런 현실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기자가 학교에 다닐 때 한 반 학생 수는 적게는 40명, 많게는 50명이었다. 맨 뒷자리 책상에 앉으면 거리도 거리지만 앞에 앉은 애들 머리 때문에 칠판이 잘 보이지 않아 고개를 연방 내뽑아야 했다. 반면 현재 초등학생인 기자의 자녀 학급당 학생 수는 많아야 25명, 적으면 20명이다. 41년이라는 터울이 다소 크다면 최근 10년만으로 한정해 보자. 2012년 출생아 수만 해도 48만4550명이었다. 지난해의 2배다. ‘여성 한 명이 평생 출산하는 아이 수의 평균’, 즉 합계출산율은 어떨까.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81년 2.57명이었다가 1996년 1.57명, 2005년 1.09명으로 줄었고, 2018년 0.98명으로 처음 1명 아래로 떨어진 이후에도 계속 하락 추세다. 출생아 수 감소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국가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렇게 짧은 기간 급감했고, 더구나 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진 국가는 한국 외에 전무후무하다. 저출산을 겪고 있다는 서구 선진국들의 출산율은 대부분 1.5명 전후다. 윌리엄스 교수가 한국 수치에 머리를 쥐며 놀랄만하다.● 14년간 215만 명↓…엄마도 줄고 있다그래도 이 정도까지는 신문이나 뉴스를 많이 접하는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는 이야기라 역시 시큰둥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음은 어떠한가.출생아가 줄어든다는 것은 당장 당대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나아가 재생산인력, 즉 향후 아이를 낳을 사람이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5세에서 49세까지 가임기간이 정해져 있는 여성을 중심으로 보자. 통계청 주민등록인구 조사에서 이들 가임기 여성은 2008년 1350만6636명이었다. 하지만 2014년에는 1294만5991명, 2020년에는 1182만4861명 등 12년간 12.5% 줄어든다. 쉽게 말해 아이뿐 아니라 ‘엄마’도 줄고 있는 셈이다. 1980년대 이후 진행된 저출산의 여파다. 앞으로 엄마는 더 가파른 속도로 줄어들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저출산이 전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고, 이제 그때 태어난 ‘저출산 키즈’들이 점차 엄마의 나이대로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본 수치에서도 처음 6년간은 가임기 여성 수가 56만 명 감소했는데, 최근 6년 동안에는 110만 명이 감소해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엄마가 줄고, 남은 엄마들마저 전보다 아이를 덜 낳는다면, 다시 그 다음 세대의 엄마가 줄면서 출생아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 ‘저출산의 악순환’이다. 아주 단순하게 계산해봐도 2008년 당시 1350만 명의 가임군 여성이 그때 출산율(1.19명)로 낳을 수 있는 아이 수와 지난해 가임군 1135만 명이 출산율 0.78명으로 낳을 수 있는 아이 수 간에는 약 1500만 명 이상 차이가 난다. ● ‘저출산 악순환’ 시작…대책 시급실제 출산율이 1.18명이던 2002년 출생아 수는 49만6911명이었는데, 출산율이 1.3명으로 더 높아진 2012년 출생아 수는 48만4550명으로 더 줄었다. 이런 ‘출산율의 역설’ 역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부모 세대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자연히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서 적은 것처럼 올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월별 출생아 수는 2015년 12월 이후 동기 대비 91개월째 감소 중이다. 지난달 28일 통계청이 공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에 따르면 지난해 19~34세 청년 가운데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이 좋다’고 답한 이는 3명 중 1명 수준(36.4%)으로 10년 전 조사보다 20% 포인트 넘게 줄었다. 2명 중 1명(53.5%)은 결혼해도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 익숙해짐은 물론 이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는 매우 우려스럽다. 종종 온라인으로 유(有)자녀, 다자녀 가구 지원책을 논한 기사를 보다 보면 이런 댓글을 볼 수 있다. ‘아이는 자기들이 낳고 싶어서 낳았는데 왜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데?’ 저출산 대책이 특정 계층을 위한 지원, 편향된 복지인 것처럼 잘못 인식하는 상황이다. 저출산 대책은 유자녀 가구를 돕기 위한 복지 정책이 아니다. 이런 가구들이 아이를 더 낳아주지 않으면 그 존재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국가의 ‘자구책’이다.지금까지 출생아 수가 80만 명이든, 20만 명이든, 국가라는 기차는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였을 수 있다. 그러나 올해 태어난 20만 명이 부모가 되어 0.7명의 아이를 낳는 순간이 되어도 그럴까.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가던 기차가 절벽으로 들어서고 있는데, 기차에 탄 사람들은 ‘늘 떨어지고 있었는데 뭘’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이 기차를 멈추거나 최소한 속도라도 늦추기 위해서는 이제 웬만한 대책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정치권과 시민들 모두 상기했으면 한다. 시간이 없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생의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겪는 일화와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이제 두 자녀부터 다자녀라니 좀 고까운 생각 들지 않아?”정부가 다자녀 혜택 기준을 세 자녀 이상에서 두 자녀 이상으로 통일하겠다고 발표한 16일, 몇몇 사람들로부터 이런 취지의 질문을 받았다. 그동안 기자와 같이 자녀 셋 이상인 가구만 누릴 수 있던 독점적 혜택을 이제 자녀가 둘뿐(!)인 가구와 나눠야 한다니, 아쉽고 서운한 마음이 들지 않냐는 이야기였다.개인적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너그러워서가 아니라, 그런 생각이 들 만큼 기존에 대단한 걸 누리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자녀 혜택 대상 확대한다는데…16일 정부는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다자녀 가구 지원 정책 추진 현황 및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다자녀 가구의 기준은 중앙부처, 지자체, 교육청 통틀어 ‘두 자녀 이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주요 핵심 영역에서 두 자녀 이상 기준을 점차 확대, 반영해나갈 것이라 덧붙였다.특히 정부는 공공분양주택 다자녀 특별공급 혜택 대상을 두 자녀까지 확대하고 민영 주택도 완화할 수 있도록 검토할 것이라 밝혔다. 일명 ‘다자녀 특공’ 대상이 세 자녀 이상 가구에서 두 자녀 이상 가구로 바뀌는 것이다. 자동차 취득세 면제·감면 대상도 두 자녀 가구까지 확대한다. 이 밖에 문화시설 다자녀 기준 통일, 초등돌봄교실·아이돌봄서비스 등 추가 지원 계획 등이 발표됐다.다자녀 특공과 자동차 취득세 면제·감면은 가장 대표적으로 꼽히던 다자녀 가구 혜택이다. 아이가 넷인 기자는 모두 누렸을까. 두 가지 혜택 중 자동차 취득세 면제·감면 혜택만 받아봤다. 8년 전, 셋째를 낳고 9인승 차량을 처음 장만했을 때 단 한 번이다. 이후 지금까지 차를 바꾸지 않으면서 혜택을 더는 누리지 못했다.다자녀 특공 혜택은? 시도조차 못 해봤다. 무주택자여야 대상이 되는데, 작은 집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을 팔아 무주택자가 되면서까지 도전해볼 일은 아니었다. 아이 넷을 포함해 6인 가족이 살만한 집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혹시 혜택을 이용할 수 있을까 해서 알아보았지만, 특공에 나오는 집들은 그 넓이가 대부분 59~84㎡로 6인 가족이 살기에 턱없이 좁았다. 결국 있으나 마나 한 혜택이었다.● 지금도 체감 어려운 다자녀 혜택흔히 다자녀 가구라고 하면 정부에서 대단한 혜택을 받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실상 따져 보면 그렇지도 않다. 크게 체감할 수 없는 혜택이 많고 소득 기준과 같이 제한을 걸어둔 혜택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문화시설의 경우 어차피 자주 이용하는 것이 아니고 그 비용도 크지 않은 편이라 크게 체감이 가는 혜택이 아니다. 공공요금 다자녀 감면 역시 마찬가지다. 기자는 전기, 도시가스, 상하수도 요금 등을 통틀어 한 달에 2만 원 정도 할인을 받고 있을 걸로 추산된다. 적지 않은 돈 같지만, 6인 가족이라 애초 남들보다 전기, 가스, 물을 많이 쓰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 큰 혜택이라 보기 어렵다.다자녀 혜택 하면 ‘세 자녀 이상 가구에 자녀 대학 등록금을 국가장학금으로 지원해주는 정책’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마저 기자는 대상이 아니다. 가구소득 상한 기준에 걸려 탈락이다.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보미 이용 지원 역시 마찬가지다.그런데 이런 혜택의 대상자를 더 확대한다고 한다. 아마 ‘기대할 만한 효과가 나타날까’ 하고 냉소적인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다자녀 가구만 혜택 준다고 볼멘소리했던 사람들도 이제 경험해보라지!’ 하고 외려 반기는 이도 있을지 모르겠다.● 두 자녀 이상 57.6%…‘통큰’ 지원 불가물론 수혜자가 아니거나 혜택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그 혜택이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다자녀 특공이나 대학 등록금 지원, 공공요금 할인을 요긴하게 이용한 가구도 많다. 이에 정부 발표에 분개하는 다자녀 가구도 적지 않다. 발표 다음 날인 17일 다자녀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부에 대한 비판 의견이 줄을 잇고 있었다. 다자녀 가구의 육아 부담과 사회에 대한 기여도, 저출산 시대의 상징성 등을 도외시했다는 지탄이었다.그러면 새로 혜택을 받게 된 두 자녀 가구는 환영할 일일까? 마냥 그럴 일은 아닌 듯하다.혜택을 받는 대상이 늘면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필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공을 예로 들어보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8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 가운데 두 자녀 이상 가구 비중은 전체의 57.6%다. 둘째 낳는 집이 줄고 있다지만 사실상 아직은 ‘절대다수’다. 반면 세 자녀 이상 가구는 9.7%다. 가구 비율이 곧 특공 지원 대상 비율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9.7%와 57.6%의 차이를 보면 앞으로 특공 지원 대상이 크게 증가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과거 세 자녀 기준이던 때에는 미성년 포함 가구 10가구 중 1가구만 다자녀 특공 대상이었다면 앞으로는 2가구 중 1가구가 대상이 되는 식이다.이렇게 되면 과연 특공을 더 이상 ‘특별’한 혜택이라 칭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좋은 지역 주택에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몰릴 테고, 과거보다 훨씬 많은 다자녀 대상자가 몰리면 결국 그 안에서도 붙고 떨어지는 경쟁이 발생할 터다.이는 비단 특공에서만 발생할 문제가 아니다. 대학 등록금 지원, 공공요금, 문화시설 이용료 감면도 앞으로 다자녀에 한해 ‘통 크게’ 지원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기엔 그 대상자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 등록금처럼 많은 비용이 드는 지원 정책은 소득 기준을 강화해 대상을 축소하거나 지원범위를 줄여야 할 수도 있다.정부도 16일 발표에서 “두 자녀 가구 수를 고려할 때 기계적인 요건 완화는 막대한 재정 소요가 불가피”하다며 “단계적·전략적 확대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다자녀 대상을 야심 차게 확대해놓고, 정작 그 때문에 혜택은 조금씩 눈치를 봐가며 늘릴 수밖에 없다고 고백한 셈이다. ‘예산은 예산대로 들었는데, 개개인이 느끼는 효과는 미미했던’ 과거 저출산 정책의 실패를 답습할 것 같은 우려가 드는 지점이다.● “한 자녀만 ‘왕따’”…이분법 탈피 필요해혜택에서 소외된 가구가 어떻게 느낄지도 따져 볼 문제다. 유치원생 아이 한 명을 키우는 지인은 이번 다자녀 가구 지원방안을 두고 “국가가 대놓고 한 자녀 가구를 ‘왕따’ 만든 느낌”이라며 “둘째를 갖게 할 만한 대단한 유인은 없고, 괜히 한 자녀 가구에 상대적 박탈감만 안긴 악수(惡手)”라고 비판했다. 아직 아이가 없는 또 다른 지인은 “하나 낳는 것도 엄두가 안 나는데 이제 하나는 혜택에서 소외된다니 ‘이렇게 된 거 낳지 말자’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 것 같다”고 전했다.물론 정부는 억울할 것이다. 다자녀 기준으로 모든 혜택을 나누는 것은 아니고 어떤 것은 보편적으로, 어떤 것은 더 세분화해서 적용하기도 할 것이라고 말이다.하지만 큰 틀이 다자녀와 비다자녀의 구분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세부 내용과 무관하게 이번 ‘다자녀 가구 지원 정책’이 사회적으로 던진 메시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정책은 아이를 키우는 가구 간에 선을 그었다. 기존 다자녀 가구는 물론 새롭게 비다자녀 가구가 된 한 자녀 가구에 박탈감을 안겨줬다. 머지않아 두 자녀 가구에는 허망함을 안길 것이다. 실질적인 득이 크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될 테니.언제까지 다자녀와 비다자녀로 나눠야 할까. 우리가 전범으로 삼는 저출산 극복 국가들은 대부분 아이 수 혹은 가구 상황에 따른 차등적 혜택을 제공하지, 다자녀이냐 아니냐로 혜택을 나누지 않는다. 어설픈 이분법 복지는 수혜를 입는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소외된 축에는 반감만 안긴다. 기존에 기관, 지자체별로 그 사정에 맞게 다양한 기준과 혜택을 구사하도록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이번 다자녀 기준 완화가 고깝진 않지만, 아쉽고 안타까운 이유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생의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겪는 일화와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2018년 여름은 아직도 기자에게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국내 기상 관측사상, 아니 단군 이래 가장 더웠다던 그 해 기자는 기상청을 담당했다. 연일 날씨 스케치, 예보를 포함한 폭염 기사를 썼다. 당시 서울의 한낮 기온은 체감기온이 아니라 실제 기온이 39.6도에 이르렀다. 강원 홍천의 한낮 기온은 41.0도를 기록해 국내 최고기온 기록을 111년 만에 갈아치웠다. 일명 ‘대프리카’라 불리던 대구 한낮 기온도 매일 39도를 넘나들어 당시 넷째를 임신 중이었던 기자가 직접 ‘폭염 체험’을 다녀오기도 했다.역대급 폭염에 지구 온난화를 우려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온실가스를 지금처럼 배출할 경우 30년 뒤 한반도의 여름은 4월에서 10월까지 5달가량 지속될 것이라는 등 폭염과 관련한 섬뜩한 경고가 담겼다. 정부와 정치권은 폭염을 재난으로 규정하고 각종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온난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 석탄 화력발전을 줄이고, 플라스틱 사용을 저감해야 한다는 등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중장기적인 제언들도 이어졌다. 기록적인 폭염에 식겁한 시민들도 공감했다. 5년이 지난 올해, 또 다시 고온에 태풍이 몰고 온 고습도가 더해진 무더위가 전국을 덮쳤다. 연일 35를 넘나드는 기온에 온열질환자가 전년 동기 대비 3배 늘면서 2018년 여름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역대 최초로 폭염 대응을 위한 2단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다시 온난화를 우려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사람들도 “정말 문제”라며 혀를 찬다. 2018년 이후 노력에도 불구하고 온난화는 돌이킬 수 없는 현상이 돼버린 걸까?● 목표에 못 미치는 온실가스 감축량2018년 이후 우리 기후 대응에는 여러 진전이 있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계획이 수립됐고, 플라스틱 등 폐자원 순환 정책도 대거 정비됐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따라 203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기로 국제사회와 약속한 것이다. 이른바 국가별 온실가스감축목표(NDC)다. 2021년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런 감축은 국내법으로도 의무화됐다. 국가 전체적으로 짧은 시간 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여야 하기에 NDC 달성은 분명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만 이런 부담을 떠안은 것은 아니다. 2030년까지 유럽연합(EU)은 1990년 대비 55%, 미국은 2005년 대비 50~52%, 일본은 2013년 대비 46% 감축하기로 했다. 최근 유럽은 이 목표치 상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지구의 온난화 속도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준연도인 2018년으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성적표는 어떨까? 솔직히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2018년 7억270만t(CO2-eq)으로 정점을 찍었던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7억129만t(전년 대비 3.5% 감소), 2020년 6억5620만t(전년비 6.4% 감소)으로 떨어졌다. 이렇게 보면 성과를 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2020년 감소폭은 코로나19로 사람들의 활동이 줄어든 영향이 컸고, 2019년 감소폭도 목표치에 못 미쳤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2021년 배출량은 6억7810만t(전년 대비 3.3% 증가)으로 오히려 늘었다. 2022년에 다시 6억5450만t으로 전년보다 3.5% 줄었지만, 여전히 목표치에는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30년까지 NDC 달성을 위해 매년 온실가스를 전년 대비 5.4%씩 감축해야 한다. ● 여름철 ‘반짝’ 관심…기업 온실가스 감축분 되레 줄여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한 큰 위기감을 찾아보긴 어렵다. 사실 2018년과 올해뿐 아니라 폭염으로 인한 재앙은 매 여름 화두였다. 2018년 정도는 아니지만 여름이 되면 짧게라도 극한의 무더위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더위만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에는 ‘극한호우’와 ‘초대형 태풍’이 이슈가 됐다. 이 역시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영향이다. 이런 일들이 발생하면 다시 기후변화와 관련한 위기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한때다. 여름철 ‘반짝’ 관심에 그쳤다. 여전히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내뿜는 화력발전소의 국내 가동기수는 59기에 이른다. 전체 전력 생산량 중 화력 의존율이 30%다. 재생에너지 기여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가운데 이번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서 산업 부문 감축 목표치까지 기존 계획 대비 3.1%포인트 낮췄다.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즉 산업계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존 계획 때보다 810만t가량 덜 줄여도 된다. 대신 정부는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개발하고 해외에서 녹색사업을 벌여 그를 통한 감축분으로 산업계 감축 감소분을 상쇄하겠다고 밝혔다. 감축 목표의 실현 가능성을 따지는 것은 워낙 복잡한 일인데다 전문가들 간에도 이견이 크기 때문에 기자가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만 걱정되는 점은 정부의 계획의 변경이 전 사회적으로 줬을 메시지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절대적인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해외에서는 주요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만 100% 사용하겠다는 ‘RE100’ 선언을 자발적으로 하는 등 탄소 저감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극히 일부 기업만 RE100을 선언하거나 선언할 계획임을 밝혔다.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터전을 깔고 독려하는 게 아니라, 여전히 화력 위주 발전을 운용하면서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줄여주는 분위기하에서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나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물론 정부나 기업만 탓할 일은 아니다. 우리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미세먼지가 한창 이슈였던 2017년 환경부 출입 기자로 연일 미세먼지 기사를 쓰며 가장 답답했던 것이 있는데 바로 ‘남 탓’만 하는 사람들이었다. 높아진 미세먼지 농도가 중국 탓, 발전소 탓, 기업 탓이라고 비판하면서, 정작 본인은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이거나 전기를 절약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중국 사람들이 내뿜는 매연이 다 한국으로 날아와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다”며 거세게 비판하던 지인이 있었는데, 정작 본인은 매일 내연기관차를 몰고 출근했다. 고농도 시 미세먼지 기여율 50%가 중국 등 해외라면 나머지 50%는 국내 발생이다. 남의 나라 사람들이 내뿜는 매연을 비난하려면 적어도 본인은 덜 뿜으면서 비난해야 하는 게 아닌가.기후변화도 마찬가지다. 매 여름마다 극한의 무더위, 강수 피해를 겪으며 사람들은 온난화가 문제라며 혀를 끌끌 찬다. 하지만 정작 온난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 작은 실천부터 하자는 사람들은 많이 보지 못했다. 상점 출입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하거나, 냉방병이 우려될 정도로 사무실 온도를 낮추고, 쓰지도 않는 전자기기의 전원을 켜놓은 채 외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기자는 최근 일본의 간사이 지방을 방문했는데, 한낮 기온이 38, 39도에 이르러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에도 거리에 수십 대의 자전거가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직장인은 물론 아이 엄마, 학생,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했다. 물론 그들이 온실가스 배출 저감만을 위해 자전거를 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런 더운 날씨에도 큰 불만 없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 자체가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흔히 불편하다고, 남들도 다 안 한다고 노력을 등한시 하기 쉬운데, 막상 해보면 큰 불편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더위 속 자전거 이용처럼 말이다.기술을 이용하면 불편함 없이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도 있다. 몇 달 전 기획기사를 쓰기 위해 직접 가정 내 온실가스 배출량 컨설팅을 받아본 적이 있다. 여러 이야기를 들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마트 콘센트만 활용해도 대기전력을 없애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콘센트를 별도로 사야 했지만, 향후 절약할 수 있는 전기와 온실가스 배출 저감효과를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이득이었다. 컨설팅 후 기자는 집안 내 오래된 콘센트들을 다수 교체했다. 현재 기자의 자택 베란다에는 작은 태양광판도 설치돼있다. 정부의 소규모 태양광 발전 지원제도에 따라 지자체에서 설치 금액 대부분을 지원받아 설치한 것이다. 6인 가족이라 전기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많은데, 직접 생산한 친환경적인 전기로 이를 일부 상쇄하고 있다. ● 국제사회와 후대에 부끄럽지 않으려면전북 새만금에서 개최되고 있는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연일 체감온도 40도를 넘나드는 고온, 고습도의 무더위에 대회 첫날부터 400여 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면서 외신에서도 보도되는 등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류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한 큰 기대를 품고 왔을 청소년들이 실망했을 생각에 미안하고 국제적으로도 민망한 일임은 맞다. 하지만 이곳 한국에 사는 국민들은 이런 더위를 매년 겪고 있다. 한 번 배출된 온실가스는 100년가량 공기 중에 잔존하기 때문에 우리 후대는 더 심한 더위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국민들과 후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이런 여름과 호우를 물려주는 것은 부끄럽지 않은가.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지난달 27일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상기후 때만 반짝 쏟아지는 기후변화 경고는 이제 그만 보았으면 좋겠다. 온난화는 돌이킬 수 없는 추세가 아니라 인간의 힘으로 늦추고 개선할 수 있는 현상이다. 국제사회와 약속한 NDC 기한이 7년 남았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한국이 감당해야 할 국제적 망신, 우리 아이들이 당할 피해는 잼버리 대회 수준이 아닐 것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생의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겪는 일화와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넌 학교 선생님들 문제는 취재 안 해? 요새 병원 찾아오는 교사들이 엄청 많은데.”정신과 의사인 지인과 식사하던 중 이런 이야기를 들은 게 몇 주 전이었다. 그는 “교사들을 상담해 보니 최근 학교 상황이 심각한 것 같다”고 했다. 각자 상황은 달랐지만,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만큼은 너나없이 동일하게 호소한다는 것이었다. “얼마 전에는 교감 선생님이라는 분까지 찾아왔는데, 문제를 일으킨 아이의 학부모가 교사에게 계속 민원을 넣고 학부모회까지 참석해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통에 결국 교사들이 몇 그만뒀고 본인도 스트레스를 극심하게 받아 병원을 찾았대.” 지인이 말했다.그렇게 식사 시간 환담 소재로 듣고 지나쳤던 이야기가 다시 생각난 것은 며칠 전 두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고 나서다.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남학생이 담임인 여성 교사의 얼굴 등을 여러 차례 가격하고 바닥에 넘어뜨려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또 다른 서울 초등학교 교내에서 20대 담임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동료 교사들은 고인이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증언했다. ● 교권 침해 경험 58% “부모·학생으로부터”실제 고인이 학생과 학부모 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아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는 향후 수사를 통해 밝힐 일이다. 하지만 진위와 관계없이 연달아 발생한 두 사건으로 그동안 쌓였던 교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고인의 빈소와 근무지 학교에는 교사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20일 학교를 방문했던 교육부 차관은 교사들과 유족 항의에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라는 스승의 날 노래 가사나 선생‘님’, 스승‘님’ 같은 호칭에서 볼 수 있듯이 과거 교사는 영예로운 직업이고, 공경의 대상이었다. 기자의 부모님도 모두 학교에서 근무하셨다. 어렸을 때 엄마를 따라 엄마의 학교에 가면 한참 큰 언니, 오빠들이 엄마를 향해 90도에 가까운 깍듯한 인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어린 눈으로 보기에도 그냥 하는 인사가 아니라 경외하는 존재를 향한 정중한 인사임을 느낄 수 있었다. 스승의 날이면 제자들이 쓴 정성 어린 손 편지들이 한 아름 답지했다. 부모님이 누군가에게 그런 대우를 받는 스승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학창 시절 기자의 장래 희망은 늘 교사 아니면 교수였다. 하지만 요새 교사들의 처지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따르면 교총에 접수되는 교권 침해 관련 상담 건수가 매년 400~500건에 이르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것이 학부모에 의한 침해다. 지난해 접수된 상담 520건 중 46.3%가 학부모 교권 침해 사례였다. 학생으로 인한 침해도 12.3%로 3위를 차지했다. 올 1월에는 설문 조사로 학부모 교권 침해 사례를 살펴봤는데 다음과 같았다. ‘다른 교사들이 있는 교무실에서 학생을 지도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신고’, ‘음료수 먹으면 살찐다고 말한 것이 아동학대라며 사과 요구’, ‘팔 다친 학생에게 상태가 앉아있으라고 했더니 정서적 아동학대라고 항의’, ‘학생에게 눈을 흘겼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신고’ 등이다. 직능단체가 과한 사례만 수집한 건 아닐까 했는데, 기자의 지인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전했다. “함께 대학원 수업을 듣는 사람이 교사인데, 받아쓰기 시험을 쳤다는 이유로 학부모로부터 ‘아이에게 무안을 줬으니 아동학대’라는 취지의 지적을 받았다더라,” “본인 카카오톡 프로필에 남자친구 사진을 올렸다고 학교 측에 ‘담임의 행실이 바르지 못하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한다.” ● 공교육 불신·‘개근 거지’…만만해진 학교어쩌다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던 선생님이 이처럼 ‘만만한’ 존재가 돼버렸을까. 사실 생각해 보면 만만해진 것이 비단 선생님만은 아니다. 학교 교육도 만만해진 지 오래다. 학교 수업 시간에는 집중하지 않고 엎드려 자거나 다른 일을 하다가, 학교가 끝난 뒤 학원에 가서야 열정적으로 수업을 듣고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어느덧 지극히 일반적인 것이 돼버렸다. 학교 수업 시간에 학원 숙제를 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이런 공교육 괄시, 불신은 사교육 시장을 계속 키우고 있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생이 쓴 학원·과외·인터넷강의 수강료 등 사교육비 총액이 26조 원에 이르렀다. 전년 대비 2조5000억 원(10.8%) 더 늘었다. 사교육 참여율도 78.3%, 528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자의 주변만 봐도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는다는 부모를 찾기 어렵다. 영유아도 예외가 아니다. 지인 중에는 7살 자녀를 총 10개 학원에 보내는 이도 있다. 오죽하면 공교육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조차 공교육 과정에는 없고 학원에서만 배울 수 있는 ‘킬러 문항’이라는 것이 출제돼왔을까. 교육뿐이랴. 학교 출석의 의미도 가벼워졌다. 기자는 ‘죽을 듯이 아파서 못 갈 정도가 아니라면 학교는 무조건 가야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던 시대를 살았다. 한데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 친구들은 가벼운 감기만 걸려도 결석한다고 한다. 물론 코로나19 사태 이후 감염 예방 차원에서 나라가 나서 이런 결석을 권장하긴 했지만, 아마 옛날이었다면 몸이 어지간히 아프지 않고서는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학교에 나왔을 것이다. 요즘은 오히려 학교에 개근하는 아이들을 가리켜 ‘개근 거지’라는 말까지 돈다. 학교 다니는 동안 외국어 연수, 외부 활동, 여행 등으로 체험학습 결석 한 번 하지 않는 아이는 ‘개근하는 거지’라는 말이다. 어느새 학교 출석은 외국어 연수나 외부 활동, 여행보다 가벼운 의미가 됐다. ● 공교육 붕괴, 교권에 영향교권이 추락하게 된 원인에 학생 인권 중시, 저출산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렇듯 공교육과 학교 전반에 대한 인식 변화 역시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들은 인상적인 이야기를 상기해본다. 지인이 사는 동네의 한 보습학원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아이들 실력을 잘 끌어 올려주기로 유명해서 학부모들이 줄을 서서 아이를 넣으려는 곳이라 한다. 지인도 대기 끝에 겨우 아이를 입소시켰는데, 막상 수강해보니 그곳 강사가 아이에게 너무 많은 과제를 내주고 이를 제대로 해 오지 않으면 화를 내거나 위협적인 언행도 서슴지 않아 아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럼 강사에게 문제를 제기하거나 학원을 그만두면 되는 거 아니냐”고 기자가 묻자 지인은 “아이 공부만큼은 확실히 시켜주는 강사인데 그렇게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며 든 생각은 ‘만약 그 강사의 행동이 학원이 아닌 학교에서 일어났으면 부모들의 반응이 어땠을까’하는 것이었다. ‘아이 공부만큼은 확실히 시켜주는 교사이기에 그런 행동은 용인할 수 있다’고 똑같이 생각했을까. 학교와 교사는 만만해지고, 사교육 같은 공적 영역 외 영역을 더 신뢰하는 사회. 이런 본말(本末)’이 전도된 사회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하다. 공교육이 빠르게 붕괴할 것이고, 양질의 인재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몰려들어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질 것이다. 지위는 대물림되고, 사회는 경직될 가능성이 높다. 교권 추락을 단순히 교육 현장에서의 지도 편달 체계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심각하게 인지하고 해결책을 논해야 하는 이유다. 이미지기자 image@donga.com}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생의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겪는 일화와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고등학교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가서 1년 정도 산 경험이 있다. 2000년이었으니 지금처럼 외국 1년살이나 여행이 흔하던 시기가 아니었다. 그래도 가기 전 미국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하고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접한 미국 생활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한국과 달랐다.● 충격·공포…그렇지만 수업다웠던 美 고교 수업 특히 가장 생경했던 것은 ‘읽고 토론하는’ 학교 수업 문화였다. 지금은 그리 신기한 이야기가 아니지만 당시 기자에겐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였다. 영어(거기서는 국어) 시간에는 늘 그날 배울 소설이나 글을 읽고 와야 했다. 읽어온 내용으로 선생님, 교우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지리나 역사 같은 사회 교과 시간에는 조를 나눠 토론하기 일쑤였다. ‘수학은 좀 낫겠지’하고 기대했지만 오산이었다. 수학 수업도 발표의 연속이었다. 한국 학생들의 수학 진도가 월등히 빠른 탓에 본의 아니게 ‘수학 우등생’이 된 기자는 거의 매 수업마다 칠판 앞으로 불려 나가 “식을 그리고 설명해 달라”는 선생님의 주문을 소화해야 했다. 처음 한두 달은 ‘오늘도 발표시키면 어떡하나,’ ‘토론 내 차례가 되면 뭐라 이야기하지’ 하는 걱정에 긴장해 수업 시간을 앞두고 손발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 한국처럼 고개 숙이고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고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조 활동과 발표가 일상적인 수업 특성상 내내 고개 숙이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앉아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기자가 적응해야 했다. ‘입시지옥’도 뚫는다는 불굴의 한국 고등학생 아닌가. 수험생 자세로 특훈에 돌입했다. 수업에 앞서 소설책을 두세 번씩 읽었다. 내 인생을 통틀어 단기간 그렇게 많은 영어책을 읽은 적은 없을 것이다. 토론 수업에 앞서서는 상대방이 낼 의견까지 미리 생각해 마치 연극 연습하듯 대사를 짜고 외웠다. 다행히 당시 미국엔 학원, 과외도 없어서 방과 후 자습할 시간이 많았다. 그렇게 몇 달 하자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말문이 조금 트이고 나서 보니 토론이란 게 별 게 아니었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내게 무슨 대단한 고견을 기대하는 게 아니었다. 수업 시간에 한다는 게 다를 뿐 토론은 그냥 대화의 연장선상 같은 것이었다.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남의 생각을 듣고, 거기에 내 생각을 첨언하고. 미국식 교육이 꼭 더 낫다는 건 아니지만, 지금 상기해 보면 적어도 그곳에서의 수업은 정말 ‘수업을 위한 수업, 수업 같은 수업’이었다. 프란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배우는 시간에는 정말 소설을 읽고 와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 과목 시간에는 주로 찬반 토론을 했는데, 토론을 하려면 예습이 필수이다 보니 자연히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수업 시간에 딴 짓을 한다거나 다른 공부를 꺼내놓고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 ● 대입 중심 한국 교육, 변화 시도 있었지만… 갑자기 20여 년 전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최근 수능을 위시한 교육 개혁을 보면서 그때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국과 달리 한국의 수업은 ‘대학입시를 위한, 대입에 의한, 대입용’ 수업이었다. 한국 고등학교에서 소설을 배운다고 하면 그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이 소설 문제가 어떻게 출제되는지’를 배우는 걸 뜻했다. 사회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정부는 수능에 올인하는 고교 교육을 정상화한다며 ‘특기 하나만 있으면 대학에 갈 수 있는 무시험 대학 전형’을 도입한다고 했다. 야간자율학습(야자)이 강제에서 자율로 바꾸고 아이들 수능 줄 세우기를 부채질하는 모의고사도 없앴다. 기자가 미국에 가기 전 이런 정책이 발표되었는데, 돌아와 보니 정말 야자가 자율로 바뀌고 모의고사도 사라져있었다. 이 정책의 대상이 된 학생들을 당시 교육부 장관 이름을 붙여 ‘이해찬 세대’라 부르는데 기자도 바로 그 이해찬 세대 중 한 명이다. 미국에서 야자도, 모의고사도 없고 SAT(미국 대입 자격시험)에 목매지 않아도 되는 학교생활을 경험해보았기에 정부의 개혁 방향에 큰 이견은 없었다. 하지만 학교에 복귀하고 나서 무언가 잘못됐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지난 십수 년간 특기를 키울 기회 없이 자란 한국 학생들은 대입에 들이밀 특기가 없었다. 단 1, 2년 남은 입시까지 믿을 건 내신과 성적 관련한 수상 기록뿐이었다. 결국 절대다수의 학생들이 다시 학교 시험과 수능 준비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 자율로 바뀐 야자엔 학원을 갈 여력이 없는 친구나 소위 ‘날라리’라고 하는 친구들만 남았다. 스스로 공부해 본 경험이 없는 대다수 친구들은 학원으로 달려갔다. 당시 개혁의 결과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에 따라 학생들 점수가 폭락하면서 이해찬 세대들에게는 ‘단군 이래 최저 학력’이라는 오명만 남았다. 그때 정부의 개혁이 잘못된 것이냐 묻는다면 꼭 그렇게 생각진 않는다. 개혁의 취지는 대입 준비기관으로 전락한 학교를 정상화하고, ‘시험 기계’ 아이들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키우자는 것이었다. 분명 성과는 있었다. 이후 대입 방식이 다변화했고, 학교에서도 다양한 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졌다. 하지만 20년 이상 지난 지금 다시 수능 개혁이 이슈가 되는 걸 보면 교육 현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과거 중·고등학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의대 진학반을 이제는 초등학교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영유아들조차 교과 사교육에 내몰린다. ● ‘정말 도움이 되는 공부일까’ 부모들도 자문해봐야 대학이란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무작정 달려온 아이들은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야 실질적인 진로 고민을 시작한다. 이미 중·고교 때부터 직업 교육을 받고 대학 졸업 전 취업할 곳이 정해진다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한 기획 기사를 준비하면서 20대 청년 여러 명을 취재한 적이 있는데 “대학을 점수 맞춰 선택했다”거나 “전공과 관계없이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취업을 위해 대학 졸업 후 전혀 새로운 분야를 다시 공부하고 있다”는 청년들이 정말 많았다. 20년 전 내가 대학교에 다닐 때와 달라진 게 없었다. 얼마 전 기사에서 한 명문대 교수가 “내가 기업인이라면 한국 대학생들은 뽑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 걸 봤다. 명문대 입시에 목을 매는 한국 학생들을 보면 전문성도 없고 그저 좋은 회사에 취업하고 싶을 뿐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자기 의견도 없기 때문이란다. 학창시절 스스로 공부하고 탐색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기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노동시장은 급변했는데, 우리의 교육은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큰 틀의 개혁은 정부가 이끌어가야겠지만, 부모들도 자문해봤으면 좋겠다. ‘과연 이것이 정말 아이 미래에 도움이 되는 공부인가?’ 기자는 아이들이 소설에 대해 겉핥기 지식만 배우는 게 아니라 실제 책을 많이 읽고, 사회 문제를 그저 외우는 게 아니라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며 문제를 자연스레 익히는 그런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갈수록 노동시장에서도 그런 인재가 필요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왜 20년 넘게 제자리인가.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고용노동부 위탁기관인 가사서비스종합지원센터는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근로자들, 이용자, 그리고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가사근로자의 명칭 및 호칭을 묻는 ‘가사근로자의 이름을 정해주세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는 이달 7일까지다. 센터 홈페이지나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전국고용서비스협회 홈페이지에서 참여할 수 있다. 명칭 후보는 가정관리사, 가사관리사, 홈매니저, 가사매니저 등 총 4가지다. 가정·가사관리사로 명칭이 정해지면 호칭은 ‘관리사님’, 홈·가사매니저로 정해지면 호칭은 ‘매니저님’이 된다. 참여자 가운데 추첨을 통해 1000명에게 편의점 기프티콘이 제공될 예정이다. 가사근로자 명칭과 호칭을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은 2021년 5월 가사근로자법의 국회 통과 후 꾸준히 제기됐다. 가사서비스 종사자가 법상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으며 하나의 직업인으로 자리 잡게 됐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아줌마’ ‘이모님’ 등으로 불린다면 직업인으로서 인식과 존중이 생길 수 없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김환희 가사서비스종합지원센터 교육팀장은 “가사서비스 종사자들은 ‘자식에게도 하는 일을 숨긴다’고 할 정도로 직업에 대한 자긍심이 낮다”며 “이용자 중 여전히 가사근로자들을 과거 ‘파출부’나 ‘식모’ 대하듯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정식 명칭 및 호칭이 보급되면 가사근로자에 대한 열악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처우도 개선돼 결과적으로 가사근로자 공급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사서비스 종사자 규모는 2016년 18만6000명에서 2022년 11만4000명으로 6년 새 38.7%나 줄었다.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정부의 아이돌봄 서비스에 종사하는 돌보미도 ‘아이돌보미’라는 명칭과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보급되면서 그 위상과 처우가 달라졌다”며 “업계 의견을 수렴해 몇 가지 명칭으로 추렸고, 설문조사를 통해 특정 명칭으로 의견이 모아지면 정부와 함께 홍보 및 캠페인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가사서비스종합지원센터 사무실에서는 가사근로자 교육훈련 관련 회의가 한창이었다. 올해 4월 개소한 센터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위탁을 받아 가사서비스 정부 인증기관을 발굴하고 가사근로자 교육훈련과 상담,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에 따른 각종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장영주 센터 홍보팀장은 “아직 정부 인증 서비스에 대해 모르는 시민들이 많아 홍보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법적 근로자 인정… “임금 등 개선”가사근로자법 시행 이전 가사종사자는 법적 근로자가 아니었다. 근로기준법은 ‘가사 사용인은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이 때문에 가사종사자는 4대 보험, 최저임금, 유급휴일과 같은 기본적인 노동자 권리에서 소외됐다. 처우도 열악하고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낮을 수밖에 없었다. 또 이용자와 종사자가 직접 계약을 맺거나 중개업체를 통해 알선을 받는 식이어서 근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종사자와 이용자 모두 보호를 받을 방법이 없었다. 이에 가사종사자들과 업계가 나섰고 오랜 투쟁 끝에 2021년 5월 가사근로자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2022년 6월부터 시행됐다.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가사종사자가 법상 근로자로 인정을 받으면서, 이들을 유급으로 (직접) 고용하고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인적·물적 손해에 대한 배상 수단을 갖추는 업체는 정부로부터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인증도 받게 됐다”고 소개했다. 정부 인증을 받으면 부가세 면제, 고용보험료·국민연금 같은 사회보험료 80%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고용부가 올 2월 정부 인증기관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부 인증기관 소속 가사근로자들은 월평균 임금 137만 원을 받으며, 월평균 89시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인증기관을 통해 단순히 알선만 받아 일하는 가사종사자(75만 원, 56시간)보다 근로조건이 나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보통 가사근로자는 정부로부터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인증받은 업체에 직접 고용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는 가사종사자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용자들도 보다 안심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정부 인증기관은 서비스 중 발생한 손해에 대한 보험, 치료비 등 배상 수단을 구비하고 있다.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비밀 보호 등 이용자 맞춤 제도도 운용한다. 서비스 이용요금도 투명하게 공개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 인증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서 가사근로자를 이용하고 싶다면 ‘가사랑’ 홈페이지에 방문해 인증 기관을 확인한 뒤 해당 기관에 연락해 가사서비스를 신청하면 된다”고 소개했다. ● 업체·근로자 유인할 혜택 늘려야다만 가사서비스 정부 인증기관은 여전히 소수다. 제도에 대한 인지도도 낮다. 지난달 28일 가사랑 홈페이지 기준 정부 인증기관은 41개에 그쳤다. 대부분 중소 규모 업체로, 소속 근로자는 총 420명에 불과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전체 가사서비스 종사자 수는 지난해 기준 11만4000명이다. 가사서비스 수요는 느는 가운데 가사근로자들의 수가 크게 늘지 않으면서 최근 정부는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가사 및 아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며 정부 인증을 받은 A업체 대표는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면 사회보험료, 주휴수당 등이 추가돼 인건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일부 지원한다 해도 업체 부담이 커지는 건 피할 수 없다”며 “더구나 정부 인증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 보니 인증을 받은 후에도 이용자 수요에 큰 차이가 없어 업체 입장에서 정부 인증을 받을 유인이 적다”고 전했다. 경기권 정부 인증 B업체 대표는 “가사근로자들을 구인할 유인도 부족하다”며 “정부 인증기관에 소속된 근로자들에게는 교통비 바우처나 할인이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더 많은 업체들이 인증을 받게 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3월부터 복지플랫폼 전문기업들과 협업해 일부 회사에서 사내복지포인트를 가사서비스 정부 인증기관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가사서비스 관련 사업을 수행할 때 인증기관을 우선적으로 선정하도록 협의하고 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1년간 41개 업체 인증이 결코 적은 성과는 아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업체를 끌어들여 가사근로자가 직접 고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자체 사업 수행기관을 정부 인증기관으로 한정하거나 세액공제, 이용자 바우처 제공과 같은 혜택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최 위원장은 “업체들이 30% 이상의 지출 증가를 무릅쓰고 인증을 받은 이유는 ‘앞으로에 대한 전망’과 ‘정부 지원사업 참여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며 “인증기관에 사회적 기업에 준하거나 버금가는 사업개발비 및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가사서비스 전문자격증 도입, 공동훈련센터 구축, 표준요금제와 월급제 도입 등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가사근로자법(가사근로자의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서비스 종사자를 근로자로 인정하고, 가사서비스 제공 기관이 이들 종사자를 직접 고용하면 정부 인증기관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법. 2021년 5월 21일 국회를 통과해 2022년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인 6월 16일부터 시행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일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면서 “이제는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고 밝혔다. 최근 통일부 장차관, 대통령통일비서관까지 동시에 교체한 윤 대통령이 통일정책 총괄라인을 전면 개편한 배경을 직접 강조한 것. 남북 협력에 치중한 기존 통일부 역할과 기조를 바꿔 북한 인권 문제 등까지 정면으로 제기해 달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앞서 지난달 29일 지명한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 통일부 인사와 관련해 참모들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통일부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 정신에 따라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통일은 남북한의 모든 주민이 더 잘사는 통일,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통일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일부는 북한 동향 분석과 대응, 북한 인권 관련 업무 등을 주로 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으로 이번에 차관에 내정된 5명을 인사 발표 전날인 지난달 28일(만찬), 발표 당일인 지난달 29일(오찬) 연달아 만났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저에게 충성하지 말고 헌법 정신에 충성하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이 여주지청장이던 2013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국정감사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윤 대통령은 2시간 반 동안 이어진 29일 오찬 자리에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근간이 되는 헌법 정신을 특별히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또 차관 내정자들에게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조금 버티다 보면 또 (정권이) 바뀌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은 정부가 아니라 국회로 가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또 “카르텔을, 기득권을 깨는 책임감을 갖고 국민과 국익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는 높이 평가하고 발탁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복지부동’하고 기득권 카르텔과 결탁하는 공무원들을 엄단하라고 주문한 것. 이런 가운데 각 부처는 고위공무원단 중심으로 대규모 내부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부처는 1급 공무원 전원이 사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1급 고위공무원들의 경우 인사철이 되면 관례적으로 사표를 내는 경우들이 있었다”면서도 “다만 과거에는 ‘재신임’ 차원에서 내는 것이었다면 올해는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게 사실”이라고 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택배 파업으로 상한 음식이 배송될까 걱정입니다.” 2일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29)는 3일부터 시작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총파업 소식을 듣고 이같이 말했다. 혼자 사는 김 씨는 장보러 갈 시간이 마땅치 않아 온라인 주문을 애용하는데, 택배노조가 파업에 동참하는 바람에 걱정이 커졌다. 민노총이 3일부터 2주간 예고한 총파업에 주요 산별노조가 번갈아가며 참여하겠다고 밝히면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택배 대란’은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일부 배송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 기간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도 연달아 예고됐는데 경찰은 “각종 불법 행위에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노총 “최대 50만 명 총파업”경찰과 노동계에 따르면 민노총은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을 비롯해 전국 15개 지역에서 ‘총파업 돌입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15일까지 파업에 돌입한다. 민노총은 전체 조합원 120만 명 중 최대 50만 명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택배기사와 가전제품 수리기사 같은 특수고용직 노동자 3000여 명이 가장 먼저 3일 업무를 중단한다. 6일에는 백화점 면세점 마트 노조, 12일에는 민노총 최대 산별노조이자 현대자동차 노조가 소속된 금속노조가 총파업에 나선다. 현대차 노조가 민노총 파업에 합류하는 건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13일에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으로 구성된 보건의료노조가 파업한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총파업 계획을 밝히면서 “윤석열 정권과의 전면적 싸움의 첫 출발”이라며 “내용이나 기간, 규모 면에서 어느 때보다 위력적인 총파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민들은 특히 3일 하루 예정된 택배노조 파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이번 파업엔 택배노조 조합원 7000여 명 중 1000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부분적으로 배송 차질이 생길 수 있지만 회사 차원에서 대체 차량이나 인력을 준비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수기, 안마의자 등 가전제품 수리기사들이 뭉친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도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업계는 소비자가 불편한 상황까지 벌어지진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코웨이 관계자는 “정수기를 수리하는 일부 매니저들이 연차를 내고 집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조에는 코웨이 바디프랜드 등이 포함돼 있으며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 경찰 “폭력행위 조합원 현행범 체포” 민노총은 총파업 기간 동안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와 행진도 예고했다. 민노총은 3일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조합원 약 4000명, 6일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2만5000명, 8일 영등포구 여의대로 일대에서 5만5000명이 집회 및 행진을 하겠다고 신고했다. 13일과 15일에도 각각 조합원 약 5만5000명과 약 3만5000명이 참여하는 집회, 행진을 예고했다. 경찰은 하루 최대 155개 기동대를 동원하는 등 총 1011개 기동대를 투입해 집회를 관리하기로 했다. 또 민노총 집회에서 도로 점거와 집단 노숙 등 불법 행위가 발생할 경우 엄정히 대응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을 폭행하거나 해산 조치에 불응하는 조합원은 현장에서 검거할 것”이라고 밝혔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4일부터 다시 전국이 장마의 영향권에 든다. 특히 이날 밤부터 5일 오전에 걸쳐 중부지방부터 남부지방 순으로 집중호우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밤중이나 새벽은 신속한 대응이 어려운 취약 시간대이기 때문에 산사태, 침수 피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3일에는 제주와 전남 지방을 중심으로 장맛비가 내린다. 예상 강수량은 전남 해안, 제주 30∼100mm 이상, 전남 내륙 10∼50mm 등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등 나머지 지역들은 이날 35도 전후의 폭염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라권과 제주에 내리던 비는 4일 새벽부터 수도권과 충청권, 경상권 등으로 점차 확대되면서 이날 오후에는 전국에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원인은 서쪽에서 다가오는 저기압이다. 이 저기압으로 인해 바람이 반시계 방향으로 불면서 한반도 남쪽의 정체전선(비구름대)을 끌어올려 북상시킨다. 그 결과로 4일 전국이 비구름대의 영향권에 든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특히 저기압 중심이 한반도를 지나는 시간대에 집중호우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4일 밤에서 5일 오전 사이다. 중부지방과 경북 북부는 4일 밤부터 5일 새벽까지, 전라와 제주에는 5일 새벽부터 오전까지 시간당 50mm 이상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기상청은 예측했다. 돌풍과 천둥, 번개도 동반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습기로 가득 찬 한반도 상공에 저기압이 들어오면서 비구름대가 강해지고,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는 것”이라며 “하필 그 시간대가 밤이나 새벽 시간이라 철저한 대피가 필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한밤중부터 새벽 사이는 집중호우 재난 대응이 어려운 시간대다. 최근 이 시간대에 폭우가 이어지면서 각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밤과 30일 오전 사이에는 남부지방에 폭우가 내렸다. 이 비로 경북 영주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일가족이 피할 새도 없이 매몰됐고, 결국 14개월 아기가 숨졌다. 정부는 산사태 발생 가능 지역 등 위험지역 거주민의 경우 사전에 배수시설을 점검해야 하고, 위험 요인을 발견했을 때 지방자치단체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대피계획과 비상연락처를 미리 작성해 두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장맛비는 5일 그친다. 6일부터 주말까지는 무더위가 이어진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일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면서 “이제는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고 밝혔다. 최근 통일부 장·차관, 대통령통일비서관까지 동시에 교체한 윤 대통령이 통일정책 총괄라인을 전면 개편한 배경을 직접 강조한 것. 남북 협력에 치중한 기존 통일부 역할과 기조를 바꿔 북한 인권 문제 등까지 정면으로 제기해달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앞서 지난달 29일 지명한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 통일부 인사 관련해 참모들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통일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 정신에 따라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통일은 남북한의 모든 주민들이 더 잘 사는 통일,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통일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일부는 북한 동향 분석과 대응, 북한 인권 관련 업무 등을 주로 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으로 이번에 차관에 내정된 5명을 인사 발표 전날인 지난달 28일(만찬), 발표 당일인 지난달 29일(오찬) 연달아 만났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저에게 충성하지 말고 헌법 정신에 충성하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이 여주지청장이던 2013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국정감사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윤 대통령은 2시간 반 동안 이어진 29일 오찬 자리에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근간이 되는 헌법정신을 특별히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또 차관 내정자들에게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조금 버티다 보면 또 (정권이) 바뀌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은 정부가 아니라 국회로 가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또 “카르텔을, 기득권을 깨는 책임감을 갖고 국민과 국익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는 높이 평가하고 발탁해 줘야 한다”고도 했다. ‘복지부동’하고 기득권 카르텔과 결탁하는 공무원들을 엄단하라고 주문한 것. 이런 가운데 각 부처는 고위공무원단 중심으로 대규모 내부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일부 부처는 1급 공무원 전원이 사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1급 고위공무원들의 경우 인사철이 되면 관례적으로 사표를 내는 경우들이 있었다”면서도 “다만 과거에는 ‘재신임’ 차원에서 내는 것이었다면 올해는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게 사실”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과학 분야의 국가 연구개발(R&D)에 대해서도 이권 카르텔 타파를 주문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30조 규모 국가 R&D 예산이 기존 나눠먹기식으로 운용돼 새로운 연구나 기술개발이 쉽지 않다고 보고있다”고 전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말도 안 되는 정치 보조금은 없애야 한다. 노조·비영리단체에 지원되는 정치적 성격의 보조금은 완전히 ‘제로베이스’에서 재점검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도덕적 해이 등 문제가 지적된 국고보조금 사업을 내년 예산부터 삭감하거나 폐지하는 등 국고보조금 사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 모든 예산 사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한다. 윤 대통령은 또 “일각에서 여전히 재정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빚을 내서라도 현금성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는 전형적인 미래세대 약탈이고,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정치 권력이라면 선거에서 지더라도 나라를 위해 건전 재정, 좀 더 이해하기 쉬운 말로 재정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35조 원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내년도 예산안과 향후 5년간 국가재정운용에서 무분별한 현금성 재정지출 확대를 배격하고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선거에서 지더라도 재정 다이어트 해야”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4시간 40분 동안 열린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인기 없는 긴축 재정, 건전 재정을 좋아할 정치 권력은 어디에도 없다. 정치적 야욕이 아니라 진정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긴축 건전 재정이 지금은 불가피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회의에서는 내년도 예산 편성 방향과 2027년까지의 중기재정운용 계획이 논의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회의에서 “임기 말까지 건전 재정 기조를 흔들림 없이 견지하겠다”며 “세수 부족이 있더라도 올해는 적자국채 발행 없이, 즉 추경 없이 재정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재정 운용 성과에 대해 “지난 1년은 전 정부의 무분별한 방만 재정을 건전 기조로 확실하게 전환했다”며 “무분별한 현금 살포와 정치 포퓰리즘을 배격해 절감한 재원으로 진정한 약자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선 “지난 정부에서만 나랏빚이 400조 원이 증가해서 70년간 600조 원이었던 국가 채무가 총 1000조 원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 채무 관리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 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며 “국제신용평가사들도 지난해 우리 정부의 재정 건전화 노력을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그러나 일각에선 여전히 재정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빚을 내서라도 현금성 재정지출을 늘려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전임 문재인 정부와 야당을 동시에 겨냥했다. 이어 “진정한 부모가 누군지 가리는 솔로몬 재판에서 보듯이 국민을 진정으로 아끼는 정부는 눈앞의 정치적 이해득실보다 국가와 미래세대를 위해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하는지 여부로 판가름할 수 있다”고 했다.● “매표 복지 예산 철저히 배격” 윤 대통령은 ‘재정 혁신’을 강조하며 그 대상에 대해 정치적 성격의 보조금, 매표 복지 예산을 예로 들었다. 윤 대통령은 “말도 안 되는 정치 보조금은 없애고, 경제 보조금은 살리고, 사회 보조금은 효율화·합리화해야 한다”며 “표를 의식하는 매표 복지 예산은 철저히 배격해야 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매년 평균 4000억 원 증가해 2조 원이 늘어난 5조4500억 원(2023년) 규모의 민간단체 국고보조금을 재점검하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국방, 법치 등 국가의 본질적 기능 강화와 미래 대비, 성장동력 확충, 약자 복지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자는 것”이라며 “군 장병 등에 대한 처우 개선,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 서비스 확대,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첨단과학기술 연구개발(R&D) 등에는 더 과감하고 효과적인 지원을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에 지급한 국고보조금 30억 원의 사용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30일 서울 중구 정동 민노총 본부 사무실을 찾아 현장 조사를 할 계획이다. 정부가 보조금 실태 조사를 위해 민노총 본부를 현장 조사하는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경기 안산에서 20년 넘게 삼겹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정동관 씨(64)는 최근 3년 새 직원을 4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 대신 오전, 오후 각각 아르바이트생을 1명씩 쓴다. 정 씨는 “매출은 뻔한데 인건비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정직원 4명을 쓰면 남는 게 없다”며 “지금도 한계치인데 앞으로 인건비가 더 오르면 월급을 주기 힘들다. 식당을 접고 운전 일이나 뛰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끝내야 할 법정 시한이 29일 도래한 가운데 정 씨의 음식점 같은 저임금 업종은 최저임금의 압박을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으로 최저임금은 이러한 업종 근로자들의 ‘중위임금’과 비슷한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다. 중위임금이란, 해당 분야 근로자를 임금 순으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에 있는 근로자의 임금을 말한다. 최저임금이 이 중위임금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해당 분야의 임금 수준이 갈수록 악화된다는 의미이자, 이 분야의 산업이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최저임금이 빠르게 올랐다는 의미다.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한국표준산업분류를 토대로 지난해 21개 업종별 중위임금과 최저임금을 비교해본 결과, 식당·숙박업의 중위임금(시급 1만132원)은 같은 해 최저임금(시급 9160원)과 불과 972원 차이 났다. 비율로 환산했을 때 중위임금이 100이었다면 최저임금은 90.4였다. 농업과 임업, 어업은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88.4%, 돌봄 직종을 포함한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은 79.6%, 예술·스포츠, 여가 관련 서비스업 76.5%, 도·소매업 71.6%, 운수·창고업은 63.6%로 나타났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1만2210원을 요구했다. 올해(9620원)보다 26.9% 높다. 반면 경영계는 동결을 요구했다. 현재도 일부 열악한 사업장에서는 근로자들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다. 이는 현행법 위반이지만 현실적으로 인건비를 지불할 능력이 떨어지는 영세 사업장은 어쩔 수 없다. 최저임금이 이대로 계속 상승하면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을 뛰어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우려도 제기된다. 경영계는 이미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이 높다고 지적해 왔다. 경총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전체 업종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은 평균 56.8%, 한국은 62.2%다. 미국 등 주요 7개 선진국(G7)은 49.8%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현재도 저임금 근로자 다수가 최저임금 혹은 그보다 못한 임금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 수준을 끌어올려 이들의 임금을 전반적으로 상향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저임금 업종의 경우 이미 지불 능력의 한계에 이른 업장이 많아 최저임금 상승이 오히려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이 너무 높아지면 오히려 사용자들이 고용원을 대거 줄여서 대규모 실직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저임금을 1만2000원대로 올리면 자영업자 19만 명이 ‘1인 자영업자’로 전락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김 교수는 “생계가 곤란한 취약층 근로자들은 최저임금을 계속 인상해 살리는 게 아니라 복지재정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취약계층을 살린다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을 민간으로 떠넘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심의 기한을 이틀 앞둔 27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가 근로자 위원 교체를 두고 벌어진 노정 갈등 끝에 근로자 위원들이 회의 도중 퇴장하면서 파행됐다. 이날 경영계는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 수준(시간당 9620원)으로 동결해 줄 것을 요구했다. 노사가 제안한 최저임금의 격차가 큰 데다 노정 갈등까지 격화되며 최저임금 논의는 법정시한인 29일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를 대변하는 근로자 위원 8명 전원은 근로자 위원인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의 구속과 정부의 해촉에 항의하며 전원 퇴장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와 사용자, 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김 위원이 지난달 전남 광양에서 망루 농성을 하다가 구속돼 위원에서 해촉되면서 현재는 근로자 위원 한 자리가 공석인 상태다. 노동계는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추천했으나, 고용노동부는 김 위원장이 김 위원과 함께 망루 농성에 참여해 수사받고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날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와 같은 시급 9620원으로 동결할 것을 요구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저임금이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적정 상한 수준이 중위임금의 60%라고 하는데, 현재 최저임금은 계속된 인상으로 2019년부터 60%를 초과하고 있다”며 “소상공인과 중소영세기업 지불 능력은 한계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임금 불평등 해소, 내수 소비 활성화 등을 이유로 올해 시급 9620원보다 2590원 높은 1만2210원을 요구한 상태다. 월 급여(209시간 기준)로 255만1890원이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25일부터 전국적으로 장마가 시작됐다. 올해는 평년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환경부와 행정안전부는 도시 침수를 막기 위해 26일부터 10월 15일까지 ‘빗물받이 막힘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7∼9월 평년보다 비가 적게 올 가능성, 비슷하게 올 가능성, 더 많이 올 가능성이 각각 20%, 40%, 40%로 예측됐다. 비가 적게 오기보다는 비슷하거나 더 많이 올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올해는 7년 만에 강한 엘니뇨도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엘니뇨란 동태평양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상시보다 올라가는 현상이다. 뜨거워진 바다로 인해 거대한 상승기류가 발생하면서 전 지구적으로 이상 기후 현상이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엘니뇨가 나타나는 해 7, 8월 남부지방 강수량이 늘어나곤 했다. 이에 대비해 정부는 20일 지방자치단체들에 빗물받이 일제 점검과 정비를 요청했다. 빗물받이는 폭우 시 빗물이 하수구로 빠질 수 있도록 연결된 통로다. 이곳에 이물질이 쌓여 막히면 빗물이 빠져나가지 못해 대규모 침수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시간당 141.5mm(서울 동작 기준)라는 기록적 폭우가 내린 서울에서는 도시 침수로 반지하 주택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현재 서울에만 빗물받이 55만8000여 개가 있다. 빗물받이 신고 대상은 구조물이 쓰레기, 덮개, 흙 등으로 막혀 있는 경우다. 행안부 ‘안전신문고(safetyreport.go.kr)’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안전신문고 애플리케이션(앱)에 신고하면 된다. 26일부터 ‘빗물받이 막힘’이 별도 신고 항목으로 추가됐다. 안전신문고 화면 상단의 신고메뉴에서 ‘안전’을 선택하고 ‘유형 선택’을 누른 뒤 ‘도로, 시설물 파손 및 고장’을 고르면 여러 항목 가운데 빗물받이 막힘 항목을 찾을 수 있다. 신고 시 빗물받이의 사진이나 동영상도 첨부해야 한다. 온라인 신고가 어렵다면 지자체 민원실에 방문·전화해 신고해도 된다. 이렇게 접수하면 신고 사례가 관할 지자체로 자동 이송된다. 류연기 환경부 물환경정책관은 “도시 침수 예방을 위해 막힌 빗물받이를 신고하는 것뿐 아니라 빗물받이에 담배꽁초를 버리지 않고 물건을 적재해 놓지 않는 등 국민 여러분의 실천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생의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겪는 일화와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근래 며칠간 믿기 힘든 소식으로 신문과 방송이 떠들썩했다. 감사원이 ‘출생했지만 출생등록이 안된 아이’들을 조사했는데, 2015년 이후 그런 아이가 무려 2236명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전체 출생아의 1%에 가까운 수다. 그 중 23명을 추출해 추적 조사를 해보았는데 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이미 여러 명이 사망했고, 그 중 가히 영화에나 나올법한 엽기적인 영아 살해 사례까지 나왔다. 한 여성이 갓 태어난 자녀 두 명을 살해하고 몇 년간 냉장고에 보관해오다 뒤늦게 발각된 것이다. 더욱 기가 막혔던 것은 그녀가 경찰 조사에서 밝힌 살해 이유였다. 기사에 따르면 이 여성은 ‘세 명의 자녀가 있는데 또 다시 아이가 태어나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할까봐 아이들을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두려워 제 손으로 갓 태어난 본인의 자녀들을 살해했다는 말이다. 설령 경제적 여건이 정말 열악한 상황이었다 해도 여성의 변을 납득할 수는 없다.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다면 애초 피임을 하고 임신을 하지 않았어야 옳다. 굳이 열 달을 품어 낳은 뒤 뒤늦게 살해할 게 아니고 말이다. 갓 태어난 아기도 엄연히 생명이다. 마치 마트에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샀다가 반품하는 것처럼 쉽게 물릴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여성은 경제적으로 힘들 것 같다는 이유로 그 생명을 제 손으로 영구히 반품했다. 변명의 여지 없이 잘못된 존속살해다. ● 동반자살? “자녀 살해”이 정도로 엽기적이진 않지만 사실 아이의 생존권을 부모가 마음대로 박탈하는 존속살해 사건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자녀와 함께 죽음을 꾀하는 일명 ‘가족 동반자살’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16일 기자는 제주에서 아동권리보장원과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연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기준 제정 기념 토론회에 다녀왔다. 보장원과 협회는 지난해 11월 아동학대 보도에 있어 반드시 지켜야 할 점을 담은 보도 권고기준을 발표했다. 기자는 권고기준 제정위원으로 2년간 활동했는데, 그 인연으로 이번 토론회에 초청을 받았다. 기준 제정 당시 위원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고 개선을 강조했던 것이 바로 가족 동반자살 보도 문제였다. 흔히 이렇게 불리는 사건에서 자녀가 자율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고 이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은 자녀 동의 없이 부모가 먼저 자녀를 보내고, 본인이 따라서 죽음을 감행한다. 즉 제대로 이야기하면 ‘자녀 살해 후 극단 선택’이 정확한 표현이다. 당시 제정위원들은 이것이 가정 내 아동학대의 가장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형태라며 동반자살이라는 온정적인 표현으로 호도돼선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논의 결과는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기준에 주요 항목으로 반영됐다. 그 항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부모가 아동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은 형법상 살인죄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이자 극도의 아동학대입니다. 이를 일가족 동반자살, 일가족 극단 선택 등으로 표현하지 않습니다.’ ● ‘자녀=부모 소유물’ 인식 여전하지만 여전히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처럼 생각하거나 자녀가 부모에게 종속된 것으로 여기는 인식은 곳곳에서 보인다. 16일 토론회에 참석한 김지혜 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아동을 학대하다 죽음에 이르게 한 부모와 아동을 살해하고 본인도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 실패한 부모, 둘 중 누가 더 나쁘냐고 물으면 모두 전자라고 답한다”며 “후자에 대해서는 ‘부모가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는 온정적 시선을 가진 이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자나 후자 사례 모두 부모가 자녀를 살해했다는 점은 같다. 하지만 그 사유에 따라 어떤 경우는 용납할 수 있고 심지어 동정할 정도로 아직 우리 사회의 아동 생명권과 인권에 대한 인식이 무디다는 지적이었다. 실제 기자도 별생각 없이 학생들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면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던 부모가 ‘덜 나쁘다’고 답했을지 모르겠다. 철저히 부모 중심적인 생각이다. 두 경우 모두 아이들은 부모의 일방적인 결정에 선택의 기회조차 없이 삶을 박탈당했는데 말이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아동 훈육과 학대에 대한 시선도 한때 매우 보수적이었고 지금도 일부 그런 측면이 남아있다. 과거 ‘사랑의 매’로 대표되던 신체 학대는 많이 줄었지만, 아이를 정서적으로 학대하거나 자기 방식으로 키우려고 강압적으로 교육하는 부모들은 여전히 많이 보인다.몇 주 전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수족관에 놀러 갔는데 통로를 막고 다른 관람객들의 진로를 방해하는 아이가 있어 아이 부모에게 주의를 부탁했다. 그런데 상대 부모로부터 돌아온 반응은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는 날 선 한 마디뿐이었다. 이것도 역시 ‘내 아이는 내가 알아서 한다’는 자녀에 대한 배타적인 소유 의식이 반영된 것일 터다. ● 조사 남은 2213명 무사하기를부모에게 신고 의무를 전담시켜온 현 출생신고제도도 어쩌면 부모에게 또 하나의 권력을 쥐어 준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는 일부 몰지각한 부모가 출생신고를 포기해도 그를 적발하거나 제재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아이가 사회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가 온전히 부모에 달린 셈이다. 사건이 화제가 된 덕분에 국회에서 잠자던 ‘출생통보제’가 뒤늦게 힘을 받고 있다. 부모가 아닌 의료기관이 아동 출생 정보 신고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한 출생통보제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었다. 정부와 여야가 오래간만에 한목소리로 제도를 조속히 도입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밝히면서 법 통과가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정부는 제도 시행 시 출산과 임신 사실을 밝히기 꺼려 하는 산모들이 오히려 음지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에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게 지원하는 ‘보호출산제’도 함께 도입할 방침이다. 흔히 부모를 ‘보호자’라 한다. 보호자는 말 그대로 자녀를 보호하고 양질의 삶을 살 수 있게 인도하는 사람이다. 자녀의 길을 결정하고 지배하거나 강제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부모와 자녀의 건강한 관계, 그리고 아동이 독립적·주체적 개체라는 인식 역시 새삼 환기되기를 기대한다. 또 2236명의 ‘유령 아이들’ 중 앞으로 조사가 남은 2213명이 부디 안전하고 무사히 지내고 있기를 기원한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대형 노조인 A단체는 지난해 ‘노동자 법률구조 상담사업’을 한다며 정부 노동단체 지원사업에 응모해 14억77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보조금을 쓸 때는 해당 사업과 관련성을 입증하는 카드 전표, 송금 내역 등을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올 4월까지 진행된 외부 감사 결과, 이 단체는 지난해 9월 26일 이후 100차례에 걸쳐 총 6억여 원의 돈을 지출했음에도 관련 증빙 서류를 단 한 건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동아일보는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합리적 노사관계 지원사업’(노동단체 지원사업)에 응모한 노동단체 38곳, 51개 사업의 외부 감사 결과를 입수해 살펴봤다. 그 결과, 보조금을 어디다 썼는지 알 수 없을 만큼 회계 관리가 허술하거나 도덕적 해이로 방만하게 운영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노사상생 프로그램’을 만든다며 1000만 원을 받아간 B단체는 지출 증빙은 물론이고 용역연구 결과물도 제출하지 않았다. 사업계획서대로 보조금을 집행했는지 아예 확인이 불가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C단체는 애초 계획서에 냈던 사업 기간이 끝난 뒤 보조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 단체 간부들에게 별다른 근거 없이 인건비를 배분하거나, 증빙자료의 금액과 실제 지출금액이 다른 경우, 사업과 무관한 직원 4대 보험료와 관리비, 임차료를 보조금에서 지출한 경우처럼 허술한 회계관리로 인해 보조금이 줄줄 새고 있었다. 도덕적 해이도 심각했다. ‘국제노동 정기간행물’ 발간 등 2개 사업에 응모해 총 2500만 원을 받아간 E단체는 업무지와 무관한 특정인 자택 주변 삼계탕 식당 등에서 200만 원이 넘는 돈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과 관련된 일정이 없는 날 주유비로 수십만 원을 쓴 단체도 있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F단체는 교육사업 참가자 식대라며 단 하루 동안 고깃집에서 348만 원을 썼다. 한 회계 전문가는 “국민 세금을 쓰는데 그 증빙이나 절차가 구멍가게보다 못한 수준”이라며 “보조금을 부정 사용한 단체도 문제지만, 이 정도로 손쉽게 쓸 수 있도록 방치한 정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회계 전문가는 “국민 세금을 정부는 본인 쌈짓돈처럼 나눠주고, 또 그걸 노동단체가 쓴 것 같다”고 했다. 고용부는 외부 감사 결과, 보조금 부정이 확인된 단체에 소명을 요구한 상태다. 조만간 소명 결과를 종합해 최종 환수금액을 각 단체별로 통보하고, 일부 단체에는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이번 주말부터 올해 장마가 시작될 것으로 예보됐다. 예년보다 엿새 가량 늦었다. 기상청은 24일과 25일 사이 제주부터 장마가 시작될 것이라고 21일 밝혔다. 20, 21일 전국에 비가 내리고 있는 가운데 제주는 이번 주말 정체전선에 의한 장맛비가 예보됐다. 장마는 한반도 남동쪽에 위치한 뜨겁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으로 확장하면서 차가운 공기를 만나 생성된 비구름대로 인해 장기간 비가 오는 기상현상을 뜻한다.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 사이에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년 장마 시작일은 제주 6월 19일, 남부 지방 23일, 중부 지방 25일 점차 북상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올해 장마는 예년보다 엿새 늦었다. 중부 지방 기준으로 역대 가장 빨랐던 장마 시작일은 1984년 6월 15일, 가장 늦었던 시작일은 1987년 7월 5일이다. 다만, 기상청은 남부 지방의 경우 25일 비가 잠시 오다 그칠 가능성이 있어 아직 장마 시작일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이 뜨거워지는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장맛비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엘니뇨가 발생하는 해에 우리나라에서는 강수량이 늘어나는 경향이 관측됐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