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수

홍정수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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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동아일보 홍정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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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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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의 마지막 선물 ‘조문 외교’… 트럼프, 젤렌스키 독대후 “러 제재 필요”

    26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엄수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미사에선 ‘조문 외교의 장’이 펼쳐졌다. 이날 장례미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등 세계 정상급 인사 81명이 참석했다. 이들을 포함해 대표단을 파견한 나라는 총 170여 개에 이른다.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장례 미사에 앞서 15분간 독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올 2월 말 이른바 ‘백악관 충돌 사태’가 발생한 지 두 달 만에 이뤄진 이번 회동에서 두 정상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X에 “좋은 회동이었다”라고 썼다. 백악관 관계자도 “매우 생산적인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뒤 트루스소셜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을 멈추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은행 (관련 제재) 또는 ‘2차 제재’를 통해 다른 방식으로 대처해야 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러시아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일각에선 이런 메시지가 이례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두 정상과 마크롱 대통령, 스타머 총리 등 4명이 함께 만나는 사진도 공개됐다. 영국과 프랑스는 우크라이나 전후(戰後) 안보를 위한 비공식 협의체 ‘의지의 연합’을 주도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이 관세 문제 등으로 갈등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악수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복장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바티칸 복장 규정에 따르면 장례 미사 때 남성은 어두운 정장에 검은색 넥타이를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푸른색 정장과 넥타이를 착용했다. 멜라니아 여사도 검은색이 아닌 다리가 비치는 살구색 스타킹을 신어 입방아에 올랐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반(反)이민 정책 등을 둘러싸고 프란치스코 교황과 여러 차례 맞부딪쳤지만, 이날 미사에선 귀빈석 맨 앞줄에서 교황의 관이 운구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평소 “부동산에서도, 정치에서도 자리가 전부”라는 지론을 펼치며 공식 행사의 자리 배치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바티칸 의전 관례상 프랑스어 알파벳 표기순으로 자리를 배치해야 하지만, 교황청은 전통을 깨고 막판에 자리 배치를 바꿨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한편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지각하는 바람에 조문하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헤럴드는 25일 “밀레이 대통령이 자신이 존경하는 스페인 경제학자의 박사 학위 수여식에 참석하느라 출발이 2시간 연기돼 교황의 관이 닫힌 후에야 이탈리아에 도착했다”고 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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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어폰을 빼길 잘했어[소소칼럼]

    그날은 간만에 날씨가 좋았다. 따뜻하고도 말갛던, 귀한 공기를 흘려보낼 수 없었다. 퇴근 후 청계천을 내리 걸었다. 습관처럼 배낭을 한쪽 어깨로 돌려 메고 앞주머니를 열었다. 걸을 때든 달릴 때든, 언제건 속도를 내고 빠른 발걸음을 오래 지키려면 꼭 필요한 소품이 있었다. 광화문에서 출발하는 천변 산책길은 바닥이 울퉁불퉁하다. 분당 130비트의 음악을 들으며 숨차게 걸을 만한 길은 아니었다. 그래도 마치 묵은 버릇처럼, 내 손은 조약돌 만한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향했다. 그때 맞은 편에서 걸어오던 두 여성이 숨넘어갈 듯 웃음을 쏟아냈다. “최종이 최최최최종까지 갔다니까….”뻔한 대화, 지친 얼굴인데도 둘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가득 묻었다. 저물어가는 햇살이 두 사람의 얼굴을 발갛게 비췄다. 앞뒤가 궁금해지는 잔향을 남기고 5초도 채 되지 않아 그들은 내 뒤로 멀어져갔다. 배낭 지퍼를 닫던 두 손이 멈칫했다. 산책길은 붐볐다. 재촉하는 발걸음을 막아서며 느릿하게도 걷던 이들의 얼굴은, 다시 보니 봄날을 즐기려는 상춘객처럼 밝았다. ‘길도 안 좋은데, 저 다음 다리까지만 맨 귀로 그냥 가 볼까.’ 슬그머니 이어폰을 다시 가방에 넣었다. 나중에야 알고 보니 사실은 조금도 속도를 낼 필요가 없었던 그날 그 길에서, 나는 깨달았다. 귀를 열면 눈과 마음도 함께 열리는 거였다.사회 초년생 같아 보이는 연인이 스쳐 갔다. 남자가 구시렁대자 여자가 웃음을 터뜨렸다. “너 말하는 게 그거 같애.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게 뭐야….”왼쪽 팔뚝에 문신이 가득한, 덩치 큰 남자가 지나가느라 좁은 길을 살짝 비켜서야 했다. 그의 왼손에는 보송보송한 줄무늬 털이 덮인, 저금통 만한 멧돼지 봉제 인형이 들려 있었다. 외지인인 것이 분명한 두 소녀가 청계천의 터줏대감인 왜가리를 유심히 지켜봤다. “꼼짝도 안 하는데?” “모형인가 봐. 살아있는 게 아닌 거 같아.” 듣다 못 한 왜가리가 보란 듯 날개를 한 번 퍼덕이자 꽥 소리를 지르던 그녀들.한쪽을 엄지로 살짝 문지른 듯한, 보름까지 하루 남은 달 주변으로 달무리가 번졌다. 낮과 밤의 경계에 어둠이 드리우자 낮은 담벼락에 바닥을 향한 간접조명이 드문드문 켜졌다.빛이 있는 곳에 어린 소년의 얼굴이 보였다가 어둠으로 사라지길 반복했다. “아빠, 내 얼굴 이제 보여요?” “아, 다시 안 보인다!” “다시 보여요?” 빛을 들락날락하던 소년의 가쁜 웃음소리. 아까까진 수면에 흔들림조차 없이 고요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돌다리를 지나며 구르는 맑은 물소리. 이윽고 이어진 다리 아래서 흰색 편의점 비닐봉지를 사이에 두고 주섬주섬 기타를 꺼내던 두 노인. 물소리에 섞여 희미하게 들려오던, 느릿한 옛 가요의 스트로크.고개를 들었다. 버드나무가 드리운 연둣빛 머리칼이 어둠에 폭 젖었다. 어디선가 불어온 라일락의 엷은 보랏빛 향기가 코끝을 건드리곤 사라졌다.물가에 시선을 두길, 초저녁 하늘의 달을 바라보길, 성급했던 발걸음을 늦추길, 사람들의 대화에 귀를 열길, 이어폰을 끼지 않길, 잘했다.[소소칼럼]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소소한 취향을 이야기하는 가벼운 글입니다. 소박하고 다정한 감정이 우리에게서 소실되지 않도록, 마음이 끌리는 작은 일을 기억하면서 기자들이 돌아가며 씁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5-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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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홍정수]찢기고 밟힌 ‘사랑의 질서’… 바로 세우라는 교황의 유산

    사랑에도 순서가 있다. ‘오르도 아모리스(Ordo Amoris·사랑의 질서)’는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모든 덕의 근본’으로 여긴 천주교 교리다. 여기에서 말하는 질서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게 최우선이며, 다음이 다른 사람, 마지막이 자기 자신이다. 천주교 신자인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1월 이 ‘사랑의 질서’를 인용해 강경 이민자 추방정책을 옹호했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가족이 먼저, 다음이 이웃, 소속 집단, 동료 시민, 국가 순서이며, 그 이후에 세상의 나머지를 사랑하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했다. 누군가가 이를 비판하는 글을 X에 올리자 밴스 부통령은 친히 답장까지 남겼다. “구글에 쳐 보세요.” 그가 “기본적인 상식”을 운운하며 오르도 아모리스를 ‘자국민 우선주의’처럼 강변하자, 몇 주 뒤 진짜 강적이 나타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이었다. 그는 2월 10일 쓴 ‘미국 주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대량 추방정책 등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대한 위기를 면밀히 주시해 왔다”고 운을 떼며 성경 속 ‘착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를 예시로 들었다.“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라는 율법에서 대체 ‘이웃’이 누구냐는 질문에 예수는 답한다. 강도를 만나 쓰러진 사람을 보고도 외면한 성직자보다, 유대인들에게 멸시받던 혼혈 민족이지만 그를 도우려 자비를 베푼 사마리아인이 우리가 따라야 할 이웃이라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진정한 사랑의 질서’는 모든 사람에게 예외 없이 열려 있는 형제애의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결코 차별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반박한 것이다.‘모두에게 열린 사랑’은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자취를 단적으로 요약한다. 천주교에서 금기로 여겨지는 동성애자에 대한 견해를 질문받았을 때조차도, 그는 “내가 누구라고 그들을 판단하겠는가”라는 겸허한 답변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또 모두에게 교회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3년 교황으로 선출된 그가 한편에서 사랑을 열어가는 동안, 다른 편에선 ‘사랑의 질서’를 충분히 알 만한 지도자들이 인간의 존엄성에 상처를 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밴스 부통령뿐만이 아니다. 본인이 천주교 신자인 것을 적극 알린 강경보수 성향의 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해상을 봉쇄해 불법 이민을 막자는 무관용 정책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역시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알려진 폴란드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성소수자 운동이 공산주의보다 해롭다”고 주장했다. 초유의 계엄 사태로 탄핵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도 천주교 세례를 받은 바 있다. 교황은 가톨릭의 수장인 동시에, 전 세계의 정치, 외교,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치는 지도자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종교를 초월해 나타나는 뜨거운 추모 열기는 교황이 생전 강조한 ‘열린 사랑’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는 증거다. 후임 교황을 뽑는 추기경단의 비밀회의인 ‘콘클라베’가 다음 달 초 진행될 예정이다. 보수파에서는 교리보다 포용을 중시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그의 선종은 무너진 사랑의 질서를 바로 세우라는 유산을 곱씹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파파’가 떠난 자리에 남은 건, 우리가 ‘어떤 사랑’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홍정수 국제부 기자 hong@donga.com}

    • 202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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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앞에 쪼그라든 트럼프 “2, 3주내 관세 조정”… 中 “전면 철폐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상전쟁 중인 중국에 부과한 145%의 관세율을 향후 2, 3주 안에 낮출 뜻을 23일(현지 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 중국에 대한 관세가 “너무 높다”며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이날 구체적인 인하 시점까지 거론했다. 그는 중국과의 직접 협상 또한 “매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거듭된 관세 위협에도 중국이 물러설 뜻을 보이지 않고 미국 금융시장의 하락세와 산업계의 우려가 이어지자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4일 베이징에서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관세 및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다. 세계 여러 나라와의 협력을 통해 중국의 권리와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중국 상무부와 외교부는 “현재 미국과 어떤 협상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부인했다. 또 허야둥(何亞東)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일방적인 관세 조치를 전면 철폐해야 한다”고 맞섰다.● 트럼프-베선트, 中에 유화 제스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향후 2, 3주 안에 관세율을 (새로) 정할 것”이라며 “(관세 조정 대상국에는) 중국도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얼마나 빨리 대(對)중국 관세율을 낮추겠느냐란 질문을 받자 “중국에 달렸다”고 답했다. 그는 ‘중국과 직접 협상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 매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협상을 관장하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또한 같은 날 워싱턴의 한 포럼에서 최근 양국의 관세 공방이 “무역 금수 조치에 해당하는 수준”이라며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과 ‘빅딜(big deal)’ 기회가 있을 수 있다”며 적극 협상할 뜻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또한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50∼65%로 낮추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23일 전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런 행보는 중국에 강경 발언만 계속했던 기존과 상당히 다르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환율 조작국’ ‘(미국을) 가장 많이 학대한 국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저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중국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중국산 선박에 입항 수수료도 부과하기로 했다.이런 압박에도 중국이 꿈쩍 않는 가운데 최근 미국 주식, 채권, 달러 가치가 급락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도 달라진 것이다. 다만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관세 인하가 중국에 대한 양보로 비치는 것을 염려한 듯 “중국 수입품에 대한 일방적인 관세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 美, 車-유통업계 “관세 유예” 호소 미국 자동차와 유통업계 경영자들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로 중국이 아닌 우리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호소한 것도 대중 관세 인하 검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오토스드라이브아메리카 등 미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6개 정책 단체는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서한을 보내 다음 달 3일부터 발효되는 25%의 자동차 부품 관세를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갑작스러운 관세로 인한 차질에 대비한 자본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업체가 생산 중단, 해고, 파산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백악관 또한 수입 중국산 자동차 부품에는 일부 관세 면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CNBC가 23일 전했다. 월마트, 타깃, 홈디포 등 미국 3대 유통업체 최고경영자(CEO)들도 21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때 “급격한 관세 계획을 자제하지 않으면 2주 내에 미국 내 공급망이 얼어붙어 주요 상점의 진열대가 텅텅 빌 수 있다”고 호소했다고 CBS 등이 보도했다. 한편 뉴욕, 애리조나, 네바다, 뉴멕시코주 등 미국 내 12개 주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경제에 혼란을 초래한다”며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연방국제통상법원에 제기했다. 애리조나와 네바다는 지난해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지역이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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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 자치정부 수장 “하마스 개XX들, 인질 풀어줘라”

    요르단강 서안 지구를 관할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수장이 가자지구를 장악한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전쟁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며 “개자식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2023년 10월 7일 가자 전쟁이 발발한 이후 가장 강도 높은 비난에 나선 것이다. 마무드 아바스(89) PA 수장은 23일(현지 시간) 서안 라말라의 팔레스타인 중앙 의회에서 한 연설에서 하마스에 이스라엘 인질을 석방하고 가자지구 통치권을 이양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하마스가 인질을 풀어주지 않아 이스라엘에 공격 구실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 개자식들아, 인질들을 넘겨주고 그냥 끝내라. 그들의 정당성을 막고 우리를 여기서 살려내라”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한편 하마스 측은 아바스의 거친 언사에 대해 “자기 국민의 상당수를 경멸적인 언어로 묘사하고 있다”며 “그는 이스라엘이 저지른 범죄와 (불법적인) 점령, 공격에 대한 책임을 우리 국민에게 지워왔다”고 비난했다.하마스와 PA는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통치 문제를 두고 수십 년간 마찰을 빚어왔다. PA는 2005년 이스라엘로부터 가자지구 통치권을 넘겨받았지만, 2006년 총선에서 하마스가 승리해 이듬해부터 PA 대신 통치권을 행사했다. 하마스는 PA 지도부는 무능하고 부패했다며 PA가 사실상 이스라엘과 협력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PA는 하마스의 과격한 행보가 팔레스타인 국가의 단합을 해친다고 반박하고 있다.아바스의 고강도 비난은 “국제사회로부터 가자지구 내 PA의 역할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이라고 AP통신 등은 분석했다. 아바스는 2009년 임기가 만료된 뒤 선거 없이 권력을 이어왔지만 낮은 지지율로 인해 고전하고 있다. AP는 아바스가 의장을 겸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집행위원회의 수석부의장직을 신설하는 안건이 23~24일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라며 “아바스의 후계자를 지명하기 위한 작업의 첫 단계로, 향후 가자 전쟁 평화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지난달 18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합의가 깨진 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 민방위대는 22일 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대피소로 쓰이던 학교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학교에 하마스 지휘 본부가 있어 공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FP통신은 이날 가자시티 학교를 포함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최소 25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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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밀 유출’ 美국방장관 경질론 고조…“백악관 후임 물색” 관측도

    “헤그세스 장관의 지도력이 심각한 문제에 처했다. 국방부를 이끌기에 부족하다.”각각 언론인, 가족 등이 포함된 민간 메신저 ‘시그널’의 단체 채팅방 2곳에서 예멘의 친(親)이란 반군 ‘후티’에 대한 공습 계획을 유출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에 대한 경질론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헤그세스 장관 본인의 거듭된 부인에도 집권 공화당에서도 그의 사퇴를 직간접적으로 주장하는 의원들이 늘어나 트럼프 대통령의 고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공군 장성 출신으로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도널드 베이컨 공화당 하원의원은 22일 정치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국방부의 기밀 유출, 내부 반목 등이 심각하다”며 헤그세스 장관의 해임을 요구했다. 러시아, 중국 등이 미국 고위 관료의 통신을 도청하기 위해 수천 명을 동원하는 상황에서 국방장관은 대통령 다음으로 중요한 표적이 될 수 있는데 그런 인물이 민감한 군사 정보를 소홀히 다룬다는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자 아마추어 같은 모습”이라고 질타했다.익명을 요구한 공화당 상원의원 또한 상원 인준 당시 “헤그세스를 지지한 것을 후회한다”고 토로했다. 폴리티코는 이 상원의원처럼 공화당 내에서 헤그세스 장관에 대한 호의를 거두며 분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장관 지명 당시부터 성비위, 음주 이력 등으로 비판받았던 헤그세스 장관은 올 1월 가까스로 인준을 통과했다. 상원 100석 중 53석을 점유한 공화당 상원의원 중 당시 미치 매코널, 수전 콜린스, 리사 머코우스키 상원의원 3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상원의장을 겸하는 J D 밴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간신히 인준을 성공시켰다.공영라디오 NPR은 이미 백악관이 헤그세스 장관의 후임자를 물색 중이라고 21일 보도했다. 백악관이 즉각 부인했지만 시사매체 디애틀랜틱은 22일 “백악관의 부인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인물을 해고하기 전 항상 그들을 칭찬했다”며 경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디애틀랜틱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내에서 헤그세스 장관을 반대하는 인사들이 존재하며, 헤그세스 장관의 반복되는 실수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 대통령 참모들이 그의 퇴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견해 차이로 사퇴한 존 볼턴 전 보좌관 또한 같은 날 헤그세스 장관의 해임을 촉구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까지 겉으로는 헤그세스 장관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는 이유로 취임 3개월 만에 국방장관 같은 고위 인사를 경질하면 이런 사람을 발탁한 자신이 비판받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헤그세스 장관의 거취 논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식으로든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진 샤힌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 사태의 책임은 자격이 부족한 인사를 국방장관으로 지명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꼬집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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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방 도둑 맞은 美안보장관… 현금-여권도 털려

    테러와 불법 이민으로부터 미국 안보를 지키는 게 주 업무인 미 국토안보부의 수장이 저녁 식사 도중 가방을 도난당했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장관은 20일 오후 8시경(현지 시간) 부활절을 맞아 워싱턴의 한 햄버거 식당에서 자녀와 손주 등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가방을 도둑맞았다. 그의 가방에는 현금 약 3000달러(약 426만 원)와 운전면허증, 약, 아파트 열쇠, 여권, 국토안보부 출입증, 화장품 파우치, 백지 수표 등이 들어 있었다.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놈 장관이 거액의 현금을 갖고 있었던 이유에 대해 “가족들에게 저녁과 부활절 선물을 사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놈 장관의 테이블과 식당 출입구 사이에는 그를 24시간 경호하는 비밀경호국(SS) 요원이 두 명 이상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놈 장관은 좌석 아래에 가방을 두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비밀경호국은 식당 내 보안 카메라 영상에서 의료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식당에 들어온 백인 남성이 놈 장관 가까이에 앉아 발로 가방을 끌어당긴 뒤 재킷 안에 숨겨 떠나는 장면을 포착했다고 NBC방송이 전했다. 당시 놈 장관은 자신의 다리에 무언가 스치는 것을 느꼈지만, 손주와의 접촉인 것으로 생각했다. 놈 장관은 21일 백악관에서 열린 부활절 행사 때 “아직 (도난 사건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범인이 놈 장관을 표적으로 삼았는지 등에 초점을 맞춰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 사우스다코타 주지사 출신인 놈 장관은 장관 취임 뒤 수차례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지난달 국토안보부가 추방한 불법 이민자들을 수용 중인 엘살바도르의 교도소에서 홍보 영상을 촬영하면서 6만 달러(약 8500만 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손목에 차 논란을 일으켰다. 8일에는 불법 이민자 체포 작전을 홍보하는 영상에서 총을 들고 등장했다. 이 영상에서 놈 장관은 총구를 옆에 서 있던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 쪽으로 향하게 해 ‘총기 사용의 미숙함만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았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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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불법이민 단속 장관 가방 도난…표적 범행 가능성 수사

    테러와 불법 이민으로부터 미국 안보를 지키는 게 주업무인 미 국토안보부의 수장이 저녁식사 도중 가방을 도난 당했다.CNN방송 등에 따르면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20일(현지 시간) 오후 8시경 부활절을 맞아 워싱턴의 한 햄버거 식당에서 자녀와 손주 등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하던 중 가방을 도둑맞았다. 그의 가방에는 현금 약 3000달러(426만 원)와 운전면허증, 약, 아파트 열쇠, 여권, 국토안보부 출입증, 화장품 파우치, 백지 수표 등이 들어 있었다.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놈 장관이 거액의 현금을 갖고 있었던 이유에 대해 “가족들에게 저녁과 부활절 선물을 사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이날 놈 장관의 테이블과 식당 출입구 사이에는 그를 24시간 경호하는 비밀경호국(SS) 요원이 두 명 이상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놈 장관은 좌석 아래에 가방을 두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비밀경호국은 식당 내 보안 카메라 영상에서 의료용 마스크를 착용한 백인 남성이 식당에 들어온 뒤 놈 장관 가까이에 앉아 발로 핸드백을 끌어당긴 뒤 재킷 안에 숨겨 떠나는 장면을 포착했다고 NBC방송이 전했다.당시 놈 장관은 자신의 다리에 무언가 스치는 것을 느꼈지만, 손주와의 접촉인 것으로 생각했다. 놈 장관은 21일 백악관에서 열린 부활절 행사 때 “아직 (도난 사건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범인이 놈 장관을 표적으로 삼았는지 등에 초점이 맞춰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미 사우스다코타 주지사 출신의 놈 장관은 장관 취임 뒤 수차례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지난 달 국토안보부가 추방한 불법 이민자들을 수용 중인 엘살바도르의 교도소에서 홍보 영상을 촬영하면서 6만 달러(약 8500만 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손목에 차 논란을 일으켰다. 8일에는 불법이민자 체포 작전을 홍보하는 영상에서 총을 들고 등장했다. 이 영상에서 놈 장관은 총구를 옆에 서 있던 이민세관집행국(ICE) 직원 쪽으로 향하게 해 ‘총기 사용의 미숙함만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았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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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대졸자 일주일에 0.5일 재택근무…40개국 중 ‘꼴찌’

    40개국 중 40위.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각국의 ‘재택근무’ 현황을 설문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의 주당 평균 재택근무 시간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탠퍼드대 경제정책연구소(SIEPR)가 40개국 출신의 대졸 근로자 1만6422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일주일당 재택근무 일수’를 조사한 결과를 14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전 세계 평균은 1.3일이었다. 국가별로는 캐나다 1.9일, 영국 1.8일, 핀란드 1.7일 순으로 재택근무가 가장 흔했다. 반면 가장 적었던 것은 한국(0.5일), 중국(0.6일), 일본(0.7일) 등 동북아시아 3국이었다. 연구를 이끈 니콜라스 블룸 경제학과 교수는 이 결과에 대해 “개인주의적인 국가일수록 노동자에 대한 신뢰가 높고 많은 자율성을 허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1일 이 연구결과를 다룬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실제로 ‘개인주의 지수’와 재택근무 시간은 정비례하는 관계를 보였다.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헤이르트 홉스테드가 개발한 ‘홉스테드 문화지수’의 한 축인 개인주의 지수에서도 우리나라가 40개국 중 가장 집단주의적 성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한·중·일의 낮은 출산율과 재택근무 성향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코노미스트는 “육아를 직장 생활과 양립할 수 있게 되면 장기적으로 출산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안타깝게도 출산율이 가장 급락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원격근무에 가장 회의적인 경향이 있다”라고 진단했다.한편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크게 늘어난 재택근무 추세는 2023년까지 다소 줄어들었지만, 이후로는 비슷하게 유지되는 추세를 보였다. SEIPR이 전 세계에서 3차례에 걸쳐 조사한 결과 주당 재택근무일 수는 2022년 평균 1.6일에서 2023년 1.33일로 급감했지만, 2024~2025년에는 1.27일로 비교적 안정된 것으로 나타났다.이코노미스트는 “대체로 출퇴근에 낭비되는 시간은 줄었지만, 사교와 자원봉사 시간이 모두 줄었다”라며 “코로나가 앞당긴 재택근무는 경제적으로는 효율적이겠지만 사람들을 좀 더 외롭게 만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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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름뒤 ‘콘클라베’… 아시아-아프리카계 교황 첫 선출 가능성도

    9일간의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면 추기경단의 비밀투표인 ‘콘클라베(Conclave·자물쇠가 채워진 방이란 뜻의 라틴어)’를 통해 차기 교황이 선출된다. 콘클라베는 통상 교황 선종 후 15∼20일 이내에 치러진다. 투표권을 갖는 만 80세 미만의 추기경 135명이 바티칸 교황청 내 시스티나 성당에서 콘클라베를 열게 된다. 외신에선 유럽계 혹은 비(非)유럽계, 교리적 차원에서 보수파 혹은 개혁파로 구분해 차기 교황 후보군을 거론하고 있다.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출신지(첫 아메리카 대륙 출신)나 성향(개혁성)이 파격적이었던 만큼 차기 교황도 예상치 못한 인물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측근 국무원장 유력 후보로 거론 로이터통신, CNN 등 주요 외신들이 거론하는 차기 교황 후보는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70)이다. 국무원장은 바티칸에서 교황 다음의 2인자다. 로이터통신은 그가 가톨릭 내 개혁파와 보수파로부터 두루 지지를 받는 후보라고 짚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추기경에 서임된 그는 팔레스타인 주민 인권 등 국제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 왔다. 다만, 파롤린 원장이 이탈리아인이라는 점은 최근의 다양성 추세에 비춰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교황은 전통적으로 이탈리아인이 많았지만, 최근엔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독일 출신 베네딕토 16세, 폴란드 출신 요한 바오로 2세 등 비이탈리아계가 많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리아 출신인 그레고리오 3세(731년) 이후 1282년 만에 선출된 비유럽 출신 교황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대척점에 있는 보수 성향의 인물이 차기 교황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영국의 가톨릭 전문지 가톨릭헤럴드는 프란치스코 교황 재임 중 교내 보수파를 대표한 헝가리 출신의 페테르 에르되 추기경(73)을 유력 후보로 지목했다. 2003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추기경에 서임된 그는 이혼 또는 재혼한 신자들이 성찬을 받는 데 반대해 왔다. ● 최초의 아프리카계 흑인 교황 등 물망 차기 교황 선출권을 쥔 만 80세 미만 추기경의 거의 절반은 상대적으로 저개발 상태에 놓인 남반구 출신이다. 최근 가톨릭의 교세가 유럽보다 남미, 아프리카 등 비유럽권에서 더 강하다는 점도 변수다. 이에 따라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프리돌린 암봉고 베숭구 추기경(65)과 가나 출신 피터 코드워 아피아 턱슨 추기경(76) 등이 최초의 아프리카계 흑인 교황 후보로 거론된다. 아메리카 대륙에선 미국 출신으로 보수적 성향인 레이먼드 리오 버크 추기경(77)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아시아 출신 추기경들도 잠재 후보다. 지난해 12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유흥식 추기경(74)을 후보군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한국의 가톨릭 교구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어서 선출 가능성도 다소 떨어진다는 관측이 많다. 가톨릭 신자가 8000만 명에 달하는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68)도 유력 후보로 꼽힌다. 개혁 성향인 그는 2013년 콘클라베 때도 교황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콘클라베 참석 추기경 3분의 2 이상 지지 얻어야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직후 장례 준비에 착수했다. 장례 절차는 교황의 비서 격인 궁내원장이 교황의 상징물 중 하나인 ‘어부의 반지’를 파기함으로써 시작된다. 교황청에는 조기가 게양되고, 교황의 유해는 일정 기간 바티칸 내 성베드로 대성당으로 옮겨져 일반에 공개된다. 9일간의 장례가 마무리된 뒤 열리는 콘클라베는 교황 선종 후 15∼20일 안에 열린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전 세계 추기경 252명 중 교황 선출권을 갖는 만 80세 미만 추기경은 현재 135명이다. 한국인 추기경의 경우 염수정 추기경(82)은 투표권이 없고, 유흥식 추기경은 투표가 가능하다. 콘클라베가 시작되면 추기경들이 모인 건물의 청동문이 봉쇄되고 모든 문과 창문도 납으로 봉인된다. 콘클라베 중에는 의사와 요리사, 지원 업무를 맡은 소수의 수녀 외에는 누구도 추기경들과 소통할 수 없다. 투표 과정에서 교황 선출에 실패했을 때는 젖은 밀짚을 태워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나게 한다. 반면 교황이 선출되면 마른 밀짚과 투표 용지를 같이 태워 흰 연기를 내보내게 된다. 투표는 콘클라베에 참석하는 추기경 각자가 적합하다고 보는 사람 이름을 적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콘클라베 참석자 3분의 2 이상을 득표한 추기경이 교황직을 수락하면 새 교황이 탄생하게 된다. 새 교황은 ‘눈물의 방’으로 불리는 시스티나 성당 내 성구실로 이동해 교황명을 직접 정한다. 이후 예복으로 갈아입고 성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나와 대중과 만난다. 교황청 관계자들과 대중은 이때 라틴어로 ‘교황이 나셨다’를 의미하는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을 외친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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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청 갈 돈으로 기부하라” 가장 낮은 곳 지킨 ‘빈자들의 아버지’

    21일(현지 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생 가난한 이들과 어울리며 복음을 실천한 인물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2013년 3월 즉위해, 가톨릭 교회 2000년 사상 첫 남미 출신이자 1282년 만의 비(非)유럽권 교황이란 기록도 세웠다. 교황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 시절에도 허름한 아파트에 살며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이런 소탈한 모습은 2019년 영화 ‘두 교황(The Two Popes)’에도 소개됐다. 교황청 방문 때도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했던 그는 “교황청 방문할 돈으로 빈자들에게 기부하라”고 했다.● “하느님 가르침을 따른 평범한 사람”‘아시시의 프란치스코’에서 즉위명을 딴 프란치스코 교황은 1936년 12월 17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철도 노동자의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본명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교황은 평소 어린 시절을 “고집불통에다 주먹이 먼저 나가던 문제아”라고 회고했다. 교황은 자서전에서 “여느 소년과 다를 바 없지만, 주님에게서 큰 선물을 받았다”며 “바로 부끄러워할 줄 아는 수치심”이라고 술회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지만, 1958년 예수회에 입문해 수도사의 길을 걸었다. 젊은 시절 폐렴 합병증으로 한쪽 폐를 떼어냈는데, 이 때문에 말년에 잦은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했다. 소탈한 면모는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 참석 때도 드러났다. 구두가 낡아 신부들이 새 구두를 사드렸을 정도였다. 가톨릭에서 추기경은 에미넨차(Eminenza), 주교는 에첼렌차(Eccellenza)로 부른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친근한 ‘파드레(신부)’로 불러주길 원했다.프란치스코 교황은 고령과 건강을 이유로 자진 사퇴한 베네딕토 16세에 이어 교황으로 선출됐다. 교황청 안팎에 대한 신뢰 회복이 절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교황은 평소 “교회 기본 정신은 복음을 전하는 것”이라며 “초창기 교회의 가르침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바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에 오른 뒤엔 교황궁 전용 숙소를 거부하고 사제들의 공동 숙소인 카사산타마르타에서 생활했다. 교황은 교회 내부 개혁에도 힘썼다. 취임 시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주던 관례를 폐지하고, 바티칸 은행감독위원회가 매년 추기경들에게 지급하던 보너스도 없앴다.● “타인의 비극에 눈감지 말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관한 관심과 지원은 교황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취임 넉 달 만에 교황청 밖 첫 미사를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에서 집전했다. 이 섬은 정치 불안과 가난을 피해 유럽으로 가는 북아프리카 난민들의 경유지였다.2014년 6월 중동을 방문해 평화 기도회를 열기도 했다. 교황은 당시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참석한 가운데 “이 땅은 평화 정착에 성공할 기회가 있었지만 실패했고, 이것이 우리가 여기에 모인 이유”라고 했다. 논쟁적인 사회 문제에도 전향적이었다. 2016년 “예수도 난민이었다”며 바티칸 특별미사에 빈민과 난민 6000여 명을 초대했다. 2023년엔 로마 가톨릭 사제들의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공식 승인해 “가톨릭 교회의 중대한 변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교황은 즉위 10주년 인터뷰에서 소망을 묻자 “평화”라는 한 단어로 답했다. 그는 “타인의 비극에 눈을 감고 ‘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무관심”이라며 국제사회에 ‘무관심의 세계화’를 경계할 것을 촉구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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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기 교황 누구?…최측근 파롤린, 보수파 에르되 등 물망

    9일간의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면 추기경단의 비밀투표인 ‘콘클라베(Conclave·자물쇠가 채워진 방이란 뜻의 라틴어)’를 통해 차기 교황이 선출된다. 콘클라베는 통상 교황 선종 후 15~20일 이내에 치러진다. 투표권을 갖는 만 80세 미만의 추기경 138명이 바티칸 교황청 내 시스티나 성당에서 콘클라베를 열게 된다.외신에선 유럽계 혹은 비(非)유럽계, 교리적 차원에서 보수파 혹은 개혁파로 구분해 차기 교황 후보군을 거론하고 있다.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출신지(첫 아메리카 대륙 출신)나 성향(개혁성)이 파격적이었던 만큼 차기 교황도 예상치 못한 인물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측근 국무원장 유력 후보로 거론로이터통신, CNN 등 주요 외신들이 거론하는 차기 교황 후보는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70)이다. 국무원장은 바티칸에서 교황 다음의 2인자다. 로이터통신은 그가 가톨릭 내 개혁파와 보수파로부터 두루 지지를 받는 후보라고 짚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추기경에 서임된 그는 팔레스타인 주민 인권 등 국제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 왔다.다만, 파롤린 원장이 이탈리아인이라는 점은 최근의 다양성 추세에 비춰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교황은 전통적으로 이탈리아인이 많았지만, 최근엔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독일 출신 베네딕토 16세, 폴란드 출신 요한 바오로 2세 등 비이탈리아계가 많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리아 출신인 그레고리오 3세(731년) 이후 1282년 만에 선출된 비유럽 출신 교황이었다.프란치스코 교황과 대척점에 있는 보수 성향의 인물이 차기 교황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영국의 가톨릭 전문지 가톨릭헤럴드는 프란치스코 교황 재임 중 교내 보수파를 대표한 헝가리 출신의 페테르 에르되 추기경(73)을 유력 후보로 지목했다. 2003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추기경에 서임된 그는 이혼 또는 재혼한 신자들이 성찬을 받는 데 반대해 왔다.● 최초의 아프리카계 흑인 교황 등 물망차기 교황 선출권을 쥔 만 80세 미만 추기경의 거의 절반은 상대적으로 저개발 상태에 놓인 남반구 출신이다. 최근 가톨릭의 교세가 유럽보다 남미, 아프리카 등 비유럽권에서 더 강하다는 점도 변수다. 이에 따라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프리돌린 암봉고 베숭구 추기경(65)과 가나 출신 피터 코도 아피아 턱슨(76) 추기경 등이 최초의 아프리카계 흑인 교황 후보로 거론된다. 아메리카 대륙에선 미국 출신으로 보수적 성향인 레이먼드 리오 버크 추기경(77)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아시아 출신 추기경들도 잠재 후보다. 지난해 12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유흥식 추기경(74)을 후보군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한국의 가톨릭 교구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어서 선출 가능성도 다소 떨어진다는 관측이 많다. 가톨릭 신자가 8000만 명에 달하는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68)도 유력 후보로 꼽힌다. 개혁 성향인 그는 2013년 콘클라베 때도 교황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콘클라베 참석 추기경 3분의 2 이상의 지지 얻어야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직후 장례 준비에 착수했다. 장례 절차는 교황의 비서 격인 궁내원장이 교황의 상징물 중 하나인 ‘어부의 반지’를 파기함으로써 시작된다. 교황청에는 조기가 게양되고, 교황의 유해는 일정 기간 바티칸 내 성베드로 대성당으로 옮겨져 일반에 공개된다.9일 간의 장례가 마무리된 뒤 열리는 콘클라베는 교황 선종 후 15~20일 안에 열린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전 세계 추기경 252명 중 교황 선출권을 갖는 만 80세 미만 추기경은 현재 135명이다. 한국인 추기경의 경우 염수정 추기경(82)은 투표권이 없고, 유흥식 추기경은 투표가 가능하다.콘클라베가 시작되면 추기경들이 모인 건물의 청동문이 봉쇄되고 모든 문과 창문도 납으로 봉인된다. 콘클라베 중에는 의사와 요리사, 지원 업무를 맡은 소수의 수녀 외에는 누구도 추기경들과 소통할 수 없다. 투표 과정에서 교황 선출에 실패했을 때는 젖은 밀짚을 태워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나게 한다. 반면 교황이 선출되면 마른 밀짚과 투표 용지를 같이 태워 흰 연기를 내보내게 된다.투표는 콘클라베에 참석하는 추기경 각자가 적합하다고 보는 사람 이름을 적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체 콘클라베 참석자 3분의 2 이상을 득표한 추기경이 탄생하고, 이 추기경이 교황직을 수락하면 새 교황으로 선출된다.새 교황은 ‘눈물의 방’으로 불리는 시스티나 성당 내 성구실로 이동해 교황명을 직접 정한다. 이후 예복으로 갈아입고 성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나와 대중과 만난다. 교황청 관계자들과 대중은 이때 라틴어로 ‘교황이 나셨다’를 의미하는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을 외친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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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민 집결지 찾아가 미사 집전한 교황 “예수도 난민이었다”[교황 선종]

    21일(현지 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생 가난한 이들과 어울리며 복음을 실천한 인물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2013년 3월 즉위해, 가톨릭 교회 2000년 사상 첫 남미 출신이자 1282년 만의 비(非)유럽권 교황이란 기록도 세웠다.교황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 시절에도 허름한 아파트에 살며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이런 소탈한 모습은 2019년 영화 ‘두 교황(The Two Popes)’에도 소개됐다. 교황청 방문 때도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했던 그는 “교황청 방문할 돈으로 빈자들에게 기부하라”고 했다.● “하느님 가르침을 따른 평범한 사람”‘아시시의 프란치스코’에서 즉위명을 딴 프란치스코 교황은 1936년 12월 17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철도 노동자의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본명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교황은 평소 어린 시절을 “고집불통에다 주먹이 먼저 나가던 문제아”라고 회고했다. 교황은 자서전에서 “여느 소년과 다를 바 없지만, 주님에게서 큰 선물을 받았다”며 “바로 부끄러워할 줄 아는 수치심”이라고 술회했다.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지만, 1958년 예수회에 입문해 수도사의 길을 걸었다. 젊은 시절 폐렴 합병증으로 한쪽 폐를 떼어냈는데, 이 때문에 말년에 잦은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했다.소탈한 면모는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 참석 때도 드러났다. 구두가 낡아 신부들이 새 구두를 사드렸을 정도였다. 가톨릭에서 추기경은 에미넨차(Eminenza), 주교는 에첼렌차(Eccellenza)로 부른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친근한 ‘파드레(신부)’로 불러주길 원했다.프란치스코 교황은 고령과 건강을 이유로 자진 사퇴한 베네딕토 16세에 이어 교황으로 선출됐다. 교황청 안팎에 대한 신뢰 회복이 절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교황은 평소 “교회 기본 정신은 복음을 전하는 것”이라며 “초창기 교회의 가르침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바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에 오른 뒤엔 교황궁 전용 숙소를 거부하고 사제들의 공동 숙소인 카사산타마르타에서 생활했다.교황은 교회 내부 개혁에도 힘썼다. 취임 시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주던 관례를 폐지하고, 바티칸 은행감독위원회가 매년 추기경들에게 지급하던 보너스도 없앴다. 교황청 부속 연구소들과 바티칸시국 부서들의 경제 운용 문제를 조정하는 ‘재무심의회(Consiglio per L’Economia)’도 신설했다.● “타인의 비극에 눈감지 말라”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관한 관심과 지원은 교황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취임 넉 달 만에 교황청 밖 첫 미사를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에서 집전했다. 이 섬은 정치 불안과 가난을 피해 유럽으로 가는 북아프리카 난민들의 경유지였다.2014년 6월 중동을 방문해 평화 기도회를 열기도 했다. 교황은 당시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참석한 가운데 “이 땅은 평화 정착에 성공할 기회가 있었지만 실패했고, 이것이 우리가 여기에 모인 이유”라고 했다.논쟁적인 사회 문제에도 전향적이었다. 2016년 “예수도 난민이었다”며 바티칸 특별미사에 빈민과 난민 6000여 명을 초대했다. 2023년엔 로마 가톨릭 사제들의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공식 승인해 “가톨릭 교회의 중대한 변화”라는 평가를 받았다.교황의 인기에 힘입어 신자 수가 늘어나며 ‘프란치스코 효과’란 신조어도 나왔다. 교황이 미사에 입장하면 성당 곳곳에서 주교와 추기경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곤 했다. 교황의 공식 ‘X’ 팔로어는 현재 1864만 명에 이른다.교황은 즉위 10주년 인터뷰에서 소망을 묻자 “평화”라는 한 단어로 답했다. 그는 “타인의 비극에 눈을 감고 ‘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무관심”이라며 국제사회에 ‘무관심의 세계화’를 경계할 것을 촉구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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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난한 이들의 성자’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가톨릭 사상 첫 남미 출신으로 ‘가난한 이들의 성자’로 불렸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 시간) 선종(善終)했다. 향년 88세.교황청 궁무처장인 케빈 페렐 추기경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 오전 7시 35분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셨다”라며 “그는 우리에게 복음의 가치를 충실히 하고, 용기를 갖고 보편적인 사랑을 실천하며 살도록 가르쳤다”고 발표했다. 페렐 추기경은 이어 “교황은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헌신했다”며 “예수님의 진정한 제자로서 보여준 모범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한다”라고 덧붙였다.2013년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위 12년 동안 청빈하고 소탈한 행보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평소 호흡기가 약했던 교황은 올해 2월 14일 이탈리아 로마 제멜리 병원에 입원해 폐렴이 확인돼 “심각한 상황”이란 진단을 받았다. 젊은 시절 폐렴을 앓아 한쪽 폐 일부를 절제한 것으로 알려진 교황은 겨울이면 만성 호흡기 질환에 시달려 왔다.한때 위중한 상태에 빠졌던 교황은 상태가 호전되며 지난달 23일 38일간의 입원을 마치고 퇴원했다. 이후 찰스 3세 영국 국왕을 접견하고 로마 시내 교도소를 방문하는 등 조금씩 활동을 재개했다. 선종 전날인 20일 부활절 대축일에도 성 베드로 광장에 모습을 드러내 부활절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장례는 교황의 생전 뜻에 따라 간소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발간된 자서전 ‘희망’에서 “장례 준비는 끝났다. 교황 장례 예식이 성대해 담당자와 상의해 간소화했다”며 “품위는 지키되, 다른 그리스도인들처럼 소박하게 치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장례 규정을 개정해 역대 교황들이 묻힌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이 아닌 로마 시내에 있는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안장될 예정이다.교황의 선종에 따라 바티칸 애도 의식은 9일간 이어진다. 교황청은 21일 오후 8시경 교황 거처인 카사산타마르타 예배당에 마련된 관에 유해를 안치하며 장례 절차에 들어갔다. 일반인 조문은 23일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장례식과 안장 일정은 향후 추기경들이 결정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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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30시간 부활절 휴전’ 예고대로 종료…美는 연장 압박

    러시아가 부활절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우크라이나와의 ‘30시간 휴전’을 예고대로 종료했다. 이에 미국 국무부가 휴전안 연장을 촉구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트루스소셜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이번 주 (휴전에) 합의하기를 바란다”고 밝히는 등 휴전 압박에 또한번 나섰다.러시아 국영매체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20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휴전 연장 등) 다른 명령은 없었다”며 “휴전은 오늘 밤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19일 오후 6시부터 21일 오전 0시까지 ‘부활절 휴전’을 선언했다.미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중재 중단’을 거론하는 등 대러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휴전 협상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금주 중 합의를 촉구하며 “양국은 (휴전) 이후 우리와 큰 사업을 시작해 큰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24일에 광물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도 예고한 바 있다.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측이 30시간 휴전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휴전 선언 당일 러시아의 포격이 오히려 증가하는 등 러시아가 21일까지 약 3000회가량 휴전 약속을 위반했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30일 전면 휴전’을 제안했지만 러시아로부터 아무 답변도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진지를 444차례 공격하는 등 1000번 넘게 휴전을 위반했다고 반박했다. 로이터통신은 “휴전 기간에도 실질적인 교전 중지는 없었다”고 전했다.특히 러시아의 공세는 최근 강도 높게 이어지고 있는거으로 나타났다. 20일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전날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군이 장악했던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지역의 99.5% 이상을 탈환했다고 보고했다. 양국의 최대 격전지인 쿠르스크에선 지난해 11월부터 북한군이 파병돼 러시아군과 함께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공세를 펼치고 있다.이런 가운데 미국이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을 인정하는 내용의 종전안을 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국들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미국, 우크라이나, 프랑스, 독일, 영국 등 5개국 대표단 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이런 구상을 담은 기밀문서를 공유했다. 미국은 이번 주 영국 런던에서 열릴 2차 회의 때 이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미국이 제시한 종전안에는 우크라이나가 요구해 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은 제외됐다. 키스 켈로그 미 백악관 우크라이나 담당 특사도 1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협상 테이블 위에 없다”고 못 박았다. 유럽 최대 원전인 우크라이나 동부의 자포리자 원전 주변을 미국이 통제하는 중립 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은 미국의 종전안에 포함됐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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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금융자산 60%가 美채권” 재산 지키려 관세유예 의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에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기로 결정한 핵심 이유가 본인의 자산 보호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 시간)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유예 발표를 하며 “채권 시장을 지켜보고 있었다”면서 미 국채 시장의 불안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실제로는 주식보다 채권 비중이 높은 자신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때문이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 채권에 1억2500만∼4억4300만 달러(약 1780억∼6310억 원)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의 전체 금융자산은 2억600만∼6억2000만 달러에 이른다. 이를 감안할 때,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채권 비율이 60%에 달해 채권 가격 등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주식 비중은 10% 미만으로 알려졌다. 전체 채권 보유액의 약 80%는 뉴욕, 시카고 같은 대도시 당국이 발행한 지방채였다. 또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대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는 1800만∼7500만 달러, 국채는 900만∼4200만 달러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NYT는 재집권 후 줄곧 관세 부과를 공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유예를 선언한 게 이런 자산 현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여파로 미 주식시장만 급락할 때는 크게 동요하지 않다 충격이 채권시장으로 확산되자 태연함을 잃었다. 관세 유예 발표 뒤 채권시장이 다소 안정세를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채권시장이 아름답다”며 반색했다. 권력자의 사적 이익에 따라 주요 정책이 추진되거나 보류되는 것에 대한 이해 상충 논란도 계속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금리 인하 요구에 미온적인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해임할 가능성은 낮다고 NYT는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금리 인하를 놓고 걸핏하면 파월 의장 해임을 거론했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고금리에 정적이다. 특히 그는 최근 미 자산시장 하락으로 자신의 두 번째 임기 중 1929년 대공황 수준의 경기침체가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고, 파월 의장의 신중한 금리 인하 방침을 껄끄럽게 여긴다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백악관 취재진에게 “내가 원한다면 그는 물러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참모들이 “법적으로 쉽지 않고 금융시장에도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는 결정”이라고 만류하자 트럼프 대통령도 일단 해임 시도는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임이 가능한 연준 의장은 4년 임기를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다. 미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해임한 사례는 없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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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민주당 전 대통령 3인, 불문율 깨고 트럼프 공개 비판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등 세 명의 민주당 소속 전직 미국 대통령들이 이달 들어 공개석상에서 현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릴레이’로 비판했다. 미국 정치권에선 대통령을 먼저 지낸 인사가 후임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이다. 이에 따라 전직 대통령들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개 비판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에서 폭탄 테러 발생 30년 추모행사에 참석해 “최근 나라가 더 양극화했다”며 “모두가 누구의 분노가 가장 중요하고 타당한지를 논쟁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1995년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벌어진 폭탄 테러로 168명이 사망했을 당시 대통령으로 재임 중이었다. 그는 이어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억누르려는 노력에 우리의 삶이 좌우된다면 (미국 건국 이래) 250년간 더 나은 나라를 향해온 여정을 위험에 빠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시달리는 연방정부 공무원들의 노고를 위로한 뒤 “가끔은 자기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게 본인에게도 좋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전임 대통령 3인방’의 연쇄 비판을 개시한 인물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다. 그는 3일 뉴욕 해밀턴 칼리지 강연에서 “이렇게 공개 연설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대학들과 사법기관 등을 위협하는 것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어 “지금 침묵하고 있는 정당들이 저나 제 전임자들이 그런 행동을 했다면 용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그건 옳지 않다’라고 말하는 평범한 시민”이라며 저항을 촉구하기도 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 역시 15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장애인 단체 행사 연설에서 “새 행정부는 취임 100일도 안 돼 엄청난 피해와 파괴를 가져왔다”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특히 “그들(트럼프 행정부)은 미 사회보장국(SSA)에 도끼질을 하고 있다”라며 “사회보장 제도는 단지 하나의 정부 프로그램이 아니라 신성한 약속”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거명하며 직접 겨냥해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세 명이 내놓은 메시지는 모두 뚜렷하게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월 트럼프 취임 이후 공개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은 전직 대통령은 공화당 출신 조지 W. 부시뿐이지만 그 역시 트럼프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는 ‘원활한 권력 이양’을 위해 현직 대통령을 존중하는 것이 관례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새 대통령이 취임한 뒤 100일은 새 행정부의 안착을 위해 언론과 의회도 비판을 자제하는 ‘허니문’ 기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채 100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세 전임자들이 연달아 비판에 나선 것은 전례 없이 드문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과 트럼프 대통령의 감정적인 악연도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보다 4살 많은 바이든 전 대통령을 ‘슬리피(sleepy·졸린) 조’라고 부르며 조롱했고 장남 헌터 바이든의 범죄 및 마약 혐의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는 케냐에서 태어난 무슬림이라는 거짓 주장을 줄기차게 반복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는 2016년 대선에서 격돌하며 막말을 쏟아낸 바 있다. 이에 맞서 지난해 대선 유세 과정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은 트럼프 지지자들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불렀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친 음모론에 고함을 지르며 열광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생일이 두 달 차이로 거의 동갑인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아직도 자신이 더 젊다며 트럼프를 비꼬기도 했다. WP는 “세 전직 대통령들이 보이는 원한은 국가 지도자들로서는 흔치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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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살바도르 최대 교도소… “2배 키워 美추방자 수용”

    엘살바도르가 세계 최대 교도소이자 가혹한 인권침해로 악명 높은 ‘테러범수용센터(CECOT)’를 두 배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 전했다. 최대 4만 명의 수용 인원을 8만 명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엘살바도르는 갱단 소탕을 위해 2023년 만든 이 교도소에 지난달부터 미국이 추방한 불법 이민자들을 수용하고 있다. 앞서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 만나 미국의 이민자 추방 정책을 논의했다. 엘살바도르가 교정시설을 대폭 확충하며 미국의 불법이민자 추방 아웃소싱(외주화)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부켈레 대통령이 ‘트럼프 코드 맞추기’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감옥 확장” 요구에 부켈레 “가능” 화답‘범죄와의 전쟁’을 밀어붙여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엘살바도르를 방문한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장관에게 교도소 확장 계획을 밝혔다. 자칭 “세계에서 가장 쿨한 독재자”라는 부켈레 대통령은 무자비한 범죄 혐의자 체포 및 처벌로 인권 침해 비판을 받지만, 갱단 범죄율을 크게 낮춰 80%가 넘는 재선 득표율을 거뒀다. 놈 장관은 테러범수용센터를 방문해 창살에 갇힌 죄수들을 배경으로 불법 이민자들을 향해 “당신도 이 감옥에 갇힐 수 있다”는 경고성 연설을 남겼다. 부켈레 대통령이 갱단 소탕을 위해 세운 테러범수용센터는 치안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와 함께 수감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이곳엔 현재 1만5000명가량이 수용돼 있는데, 이 중 약 260명이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체류 중인 갱단 조직원으로 지목해 지난달 추방된 사람들이다. 부켈레 대통령은 이들을 1년간 수용하는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600만 달러(약 85억 원)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부켈레 대통령을 만나 “(교도소를) 5곳 정도는 더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이에 부켈레 대통령은 “그럴 만한 공간이 있다”고 호응했다. 교도소를 확장할 경우 자국 범죄자보다는 외국인들을 수용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엘살바도르의 소식통은 WSJ에 “늘어난 수용 인원을 채울 수 있을지는 미국에 달렸다”고 말했다.● 백악관, 법원 합법 이민자 송환 명령도 거부 엘살바도르의 이민자 추방 위탁 수용은 올 2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방문 이후 본격화됐다. 당시 부켈레 대통령은 “미국이 내는 비용은 미국에는 비교적 저렴하겠지만 우리에게는 교정 제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중요한 돈”이라고 했다. 루비오 장관은 “어떤 나라도 이런 우정을 제안한 적이 없다”고 자화자찬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자 정책은 미국에서 상당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10여 년 전 엘살바도르에서 미국으로 망명해 2019년부터 합법적으로 메릴랜드주에 체류 중인 30세 남성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가 갱단원으로 몰려 테러범수용센터에 갇힌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미 법무부가 그의 추방이 ‘행정적 실수’였다고 인정하고, 연방대법원이 그의 송환을 만장일치로 결정했지만 백악관은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아브레고 가르시아는 갱단원이라는 주장을 반복하며 “그가 메릴랜드주에서 평화로운 삶을 살 시나리오는 없다”고 못 박았다. 메릴랜드주가 지역구인 민주당의 크리스 밴홀런 상원의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엘살바도르를 직접 방문했다. 하지만 그는 16일 현지 기자회견에서 엘살바도르 정부가 아브레고 가르시아의 석방은 물론이고 그를 면회하게 해달라는 요청조차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이날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2년 전 엘살바도르 출신 불법 입국자에 의해 강간, 살해당한 미국 여성 레이철 모린의 어머니를 단상에 세웠다. 그는 이 자리에서 딸이 겪은 범죄 피해를 자세히 진술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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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단 내전 2년, 15만명 사망보다 무서운 ‘국제적 무관심’[지금, 여기]

    군벌 간 권력 투쟁으로 발발한 북아프리카 수단의 내전이 15일로 2주년을 맞았다. 인구 5100만 명 중 1300만 명(25.5%)이 난민으로 내몰렸고 최대 15만 명의 사망자 또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인도주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등에 밀려 국제사회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 등이 논평했다. 이날 영국, 아프리카연합(AU), 유럽연합(EU), 프랑스, 독일 등은 영국 런던에서 회의를 열고 내전을 종식하고 민간인을 보호할 방안을 논의했다. 과거 수단을 식민 통치했던 영국은 1억2000만 파운드(약 2272억 원)를 지원할 계획이라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내무장관은 “1년 후에도 똑같은 회의를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수단 정부군, 반군 민병대인 신속지원군(RSF)이 모두 참가하지 않아 내전 종식은 아직 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단 내전은 인종, 종교, 경제 갈등의 골이 심각하다. 수니파 이슬람을 믿는 수단 북부의 부유한 아랍계와 기독교를 믿는 남부의 가난한 아프리카계 흑인들은 오랫동안 대립했다. 영국은 식민통치 내내 고의적으로 양측의 갈등을 부추겼고, 1956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에도 분열이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이 와중에 유전을 대거 보유한 남부는 2011년 ‘남수단’으로 독립했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열악한 경제 상황이 더 나빠졌고 갈등 또한 증폭됐다. 2023년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수단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533달러(약 76만 원)로 세계 171위에 불과하다. 1993∼2019년 장기 집권한 독재자 오마르 알 바시르 전 대통령도 잔혹한 철권통치를 펼쳤다. 현재 정부군을 이끄는 압둘 팟타흐 알 부르한 총사령관(65)과 RSF 수장 무함마드 함단 다갈로(50)는 한때 모두 바시르의 수하였지만 쿠데타를 일으켜 독재자를 몰아냈다. 부르한과 다갈로는 이후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격렬하게 대립했다. 결국 2023년 4월 15일 양측의 전면전이 발발했다. 현재 정부군이 북동부, RSF가 남서부를 각각 통제하고 있다. 양측 모두 고문, 성폭행 등 수많은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단은 국제구조위원회(IRC)가 발표하는 ‘세계 위기 국가 보고서’에서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국제 구호단체 옥스팜 또한 수단 내전이 난민, 기아 등 모든 위기의 기록을 깨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다갈로 사령관은 이날 RSF 통제지역에 ‘평화와 통합의 정부’를 수립하고, 지역별 대표 15명으로 대통령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AFP통신은 양측의 격렬한 대립이 사실상 분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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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단 내전 2년…영구분단 우려 속 국민 4분의 1 난민으로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초래한 북아프리카 수단의 내전이 15일(현지 시간)로 발발 2주년을 맞았다. 총 인구5100만 명 중 약 1300만 명이 난민으로 내몰렸다. 사망자 수는 최소 2만 명에서 15만 명 사이로 추정될 뿐 정확히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 휴전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영국과 아프리카연합(AU), 유럽연합(EU), 프랑스, 독일은 이날 런던에서 국제회의를 열고 분쟁 종식 및 민간인 보호 방안을 논의했다. 영국은 식량과 영양 공급, 성폭력 피해자 긴급 지원 등에 1억2000만 파운드(약 2272억 원)를 추가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내무장관은 “인내심 있는 외교가 필요하다”라며 “1년 후에 다시 여기서 똑같은 토론을 할 수는 없다”고 호소했다. 참가국들도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휴전”을 촉구하며 수단의 분열을 막을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영국 일간 가디언은 “수단 내전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 등에 밀려 세계 외교 우선순위에서도 최하위로 냉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 초청받지 못한 수단 정부 측 정규군과 반군 측 민병대인 신속지원군(RSF)도 불만을 표했다. 특히 정부군 측은 RSF를 배후에서 지원한다는 의혹을 받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케냐가 참석한 것에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무함마드 함단 다갈로 RSF 사령관은 이날 자신들이 통제하는 지역에 별도 정부인 ‘평화와 통합의 정부’를 수립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텔레그램에 올린 성명에서 지역별 대표 15명으로 대통령위원회를 구성하는 ‘과도헌법’에 서명했다고도 밝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샤라스 스리니바산 국제정치학 교수는 AFP통신에 “현재 수단에서 일어나고 있는 영토 분열은 사실상 영구적인 분단을 의미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내전 3년째에 접어든 수단은 1956년 영국에서 독립한 뒤 70여년간 사실상 전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니파 이슬람을 믿는 북부의 부유한 아랍계와 기독교를 믿는 남부의 가난한 아프리카계 흑인 간에 종교, 인종, 경제 갈등 등 다방면의 갈등이 수십 년간 깊이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현재 정규군을 이끄는 압둘 팟타흐 알 부르한과 다갈로는 2019년 악명 높은 독재자 오마르 바시르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의기투합했던 ‘동지’였지만, 이후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과정에서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 결국 양측의 갈등은 2023년 4월 전면전으로 번졌다. 초반에 RSF는 서부 다르푸르 권역을 대부분 장악하고 한때 수도 하르툼까지 점령했다가 지난달 정부군에 다시 내줬다. 현재는 정부군이 동북부, RSF가 서남부를 각각 통제하며 대치하는 구도로 굳어졌다. 특히 11, 12일엔 RSF가 자행한 대규모 공습으로 4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최대 4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고 유엔은 설명했다. 수단은 국제구조위원회(IRC)가 발표하는 ‘세계 위기 국가 보고서’에서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구호단체 옥스팜은 “수단 내전은 인도적 위기, 난민 위기, 기아 위기 등 모든 종류의 기록을 깨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양측 모두 고문, 강간 등 수많은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내전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비영리단체 ‘수단계미국인의사협회(SAPA)’ 소속 의사인 마하 술리만은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지에 “총알과 폭탄보다 기아와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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