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수

홍정수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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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사회부, 편집부를 거쳐 다시 정치부에서 취재중입니다.

hong@donga.com

취재분야

2024-03-19~2024-04-18
국제일반51%
인사일반13%
국제정세6%
경제일반6%
미국/북미6%
국제정치6%
사회일반3%
기업3%
유럽/EU3%
국제경제3%
  • 美 “한미일, 北미사일 정보공유 너무 느려… 신속 경보-추적 위한 새 시스템 구축 필요”

    미국 우주군 부사령관이 현재 한미일의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 체계가 “너무 복잡하고(cumbersome) 느리다”며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사일 경고뿐 아니라 방어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보다 신속한 체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데이비드 톰슨 미 우주군 부사령관(사진)은 12일(현지 시간) 미 항공우주 싱크탱크인 미첼항공연구소 주최 간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톰슨 부사령관은 “미국은 수십 년간 미사일 조기 경보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국가와 협정을 맺어왔다. 문제는 이런 매커니즘들이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필요한 수준보다 느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을 향해 쏜 탄도미사일이 날아가는 시간을 고려했을 때 그렇다”고 했다. 현행 미사일 경보 정보를 공유하는 구조는 1980년대에 구축된 낡은 체계라는 것이다. 톰슨 부사령관은 “미사일 경고뿐 아니라 방어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며 “우리의 우군과 관련국들이 필요한 정보에 빠르고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미사일 경보와 추적 구조를 새로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한미는 현재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할 경우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연동통제소를 연결해 실시간으로 미사일 경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일본 자위대와 주일미군도 같은 방식의 공유 체계를 가동 중이다. 하지만 한일 간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어 2014년 체결한 한미일 정보공유협정(TISA·티사)을 활용하고 있다. 한일이 각각 수집한 정보를 미 국방부에 전달하면 미국이 ‘제공국’의 승인을 거쳐 제공한다. 이 같은 체계로는 분초를 다투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위협 고도화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편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14, 15일 일본을 방문해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를 갖는다. 지난달 열린 한미일 약식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다음 3국 정상회담을 위해 한일 정상을 워싱턴으로 초청한 만큼 이에 대한 세부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20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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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핵탄두 작년 86개 늘어… 이중 60개가 中 보유”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 경쟁 등으로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해 세계에서 사용 가능한 핵탄두가 전년보다 86기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가운데 70%인 60기는 중국에서 늘어난 것이다. 북한도 5기 늘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12일(현지 시간) 발표한 ‘2023년 연감’에서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등 9개국이 보유한 핵탄두가 올 1월 기준 1만2512기라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시기 1만2710기에서 조금 줄어들었다. 하지만 오래전 제작돼 해체될 것을 빼면 실제 사용 가능한 핵탄두는 9490기에서 9576기로 86기 늘었다. 이 가운데 60기(70%)는 중국에서 증가한 것이다. 중국 보유 핵탄두는 350기에서 410기로 1년 새 17% 급증했다. SIPRI는 중국이 약 10년 뒤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미국, 러시아 수준으로 보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강대한 전략적 억지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전략핵 역량 증강을 시사했다. 일본 언론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지난해 11월 회의에서 핵탄두를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한스 크리스텐센 SIPRI 부선임연구원은 “중국은 핵무기를 국가안보 유지에 필요한 최소량만 보유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확장을 시작했다”라고 지적했다. 세계 핵무기 90%는 여전히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전체 재고는 지난해 5977기에서 올해 5889기로 88기 줄었지만 사용 가능 핵탄두는 4477기에서 4489기로 12기 늘었다. 미국의 사용할 수 있는 핵탄두는 3708기로 변화가 없었다. SIPRI는 러시아가 올 2월 미국과의 핵 군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뒤 양국 모두 핵전력 관련 투명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영토 밖 벨라루스에 다음 달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 보유 핵탄두는 30기로 1년 전보다 5기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SIPRI는 “북한이 실제 조립한 핵탄두는 30기 정도이지만 50∼70기를 만들 핵분열 물질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북한이 2017년 이후 추가 핵실험을 하진 않았지만 핵무기를 국가안보 전략 핵심 요소로 우선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댄 스미스 SIPRI 소장은 AFP통신에 “전 세계적인 핵무기 감소 추세가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미스 소장은 핵보유국 간 긴장과 불신이 커지고 의사소통 채널이 사실상 닫히면서 오해나 사고 위험이 극히 커졌다며 “핵 외교를 회복하고 핵무기 국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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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핵탄두 30기 보유… 50~70기 조립 가능”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 경쟁 등으로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해 세계에서 사용 가능한 핵탄두가 전년보다 86기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가운데 70%인 60기는 중국에서 늘어난 것이다. 북한도 5기 늘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12일(현지 시간) 발표한 ‘2023년 연감’에서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등 9개국이 보유한 핵탄두가 올 1월 기준 1만2512기라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시기 1만2710기에서 조금 줄어들었다. 하지만 오래 전 제작돼 해체될 것을 빼면 실제 사용 가능한 핵탄두는 9490기에서 9576기로 86기 늘었다. 이 가운데 60기(70%)는 중국에서 증가한 것이다. 중국 보유 핵탄두는 350기에서 410기로 1년 새 17% 급증했다. SIPRI는 중국이 약 10년 뒤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미국 러시아 수준으로 보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강대한 전략적 억지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전략핵 역량 증강을 시사했다. 일본 언론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지난해 11월 회의에서 핵탄두를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한스 크리스텐센 SIPRI 부선임 연구원은 “중국은 핵무기를 국가안보 유지에 필요한 최소량만 보유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확장을 시작했다”라고 지적했다. 세계 핵무기 90%는 여전히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전체 재고는 지난해 5977기에서 올해 5889기로 88기 줄었지만 사용 가능 핵탄두는 4477기에서 4489기로 12기 늘었다. 미국의 사용할 수 있는 핵탄두는 3708기로 변화가 없었다. SIPRI는 러시아가 올 2월 미국과의 핵 군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뒤 양국 모두 핵전력 관련 투명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영토 밖 벨라루스에 다음달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 보유 핵탄두는 30기로 1년 전보다 5기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SIPRI는 “북한이 실제 조립한 핵탄두는 30기 정도이지만 50∼70기를 만들 핵분열 물질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북한이 2017년 이후 추가 핵실험을 하진 않았지만 핵무기를 국가안보 전략 핵심 요소로 우선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은 2년 연속 225기로 유지됐다. 하지만 2021년 보리스 존슨 당시 총리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겠다며 핵탄두 보유 한도를 260기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의 새로운 정책은 핵무기 미래에 대한 국제 협력이 무너지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댄 스미스 SIPRI 소장은 AFP통신에 “전세계적인 핵무기 감소 추세가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미스 소장은 핵보유국 간 긴장과 불신이 커지고 의사소통 채널이 사실상 닫히면서 오해나 사고 위험이 극히 커졌다며 “핵 외교를 회복하고 핵무기 국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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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공격 계획’ 등 기밀문건, 트럼프 별장 욕실-창고에 수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2021년 1월 퇴임 당시 기밀문서 반출 등 37가지 혐의로 연방정부로부터 기소된 가운데 이 문서들이 그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내 무도회장, 욕실, 창고 등에 무방비로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 연방검찰이 9일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핵무기 현황, 동맹국에 대한 군사공격 관련 내용이 담긴 기밀문서를 마러라고의 무도회장 무대 위에 방치했다. 수영장 옆 창고 바닥에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5개국의 기밀정보 공유 동맹체인 ‘파이브아이스(Five eyes·다섯 개의 눈)’ 관련 문서가 나뒹굴고 있었다. 연방검찰은 마러라고 욕실에 기밀문서가 상자째로 쌓여 있는 사진을 공소장에 첨부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7월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골프클럽에서 지인들에게 미국의 이란 공격 계획 관련 문서를 보여주며 “기밀 해제가 되지 않은 자료”라고 자랑하는 녹취록도 증거로 첨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직 대통령의 격에 맞지 않는 이런 행태를 두고 “그는 갖고 싶은 것을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는 ‘영원한 유아’이며 기밀문서는 그의 ‘장난감’”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이유로 자신이 고용한 변호인에게도 해당 문서를 검토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변호인에게 “아무도 내 상자를 들여다보지 말았으면 한다. 정말 싫다”라는 메모를 남겼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그가 기밀문서를 포함해 자랑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트로피’로 여겨 무조건 손에 넣으려 한다고 평했다. WP는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든 것을 종이로 작업하는 ‘아날로그형 사업가’라는 측면도 조명했다. 그가 일생 동안 컴퓨터 등 전자기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종이 문서를 살펴보고 찢어서 쓰레기통, 바닥, 화장실 등에 버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 재직 중에도 기밀문서를 읽은 뒤 찢어서 버리는 행동을 거듭했다. 이로 인해 백악관 기록관리실 직원들이 문서 보관 규정을 지키기 위해 찢어진 종이를 모아 테이프로 붙이는 일이 허다했다고 WP는 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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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운동 아이콘 툰베리, 고교 졸업식 날도 ‘결석 시위’

    세계 환경운동 아이콘 그레타 툰베리(20·사진)는 9일(현지 시간) 고등학교 졸업식 날까지도 스웨덴 의회 앞에서 마지막 ‘결석 시위’를 벌였다. 툰베리는 15세이던 2018년 8월 스웨덴 의회 앞에서 결석한 채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를 시작했다. 툰베리는 이듬해 미국에서 열린 유엔기후정상회의에서 연사로 나서 자신을 칭찬한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사람들이 죽어가고 생태계가 무너지는데 당신들은 어떻게 감히 돈과 경제 성장만 이야기하느냐”고 질책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251주째를 맞은 9일 시위로 ‘결석 시위’ 여정을 마무리한 툰베리는 트위터에 “처음 시위를 시작했을 땐 내가 뭔가를 이끌 수 있을 거라고 상상조차 못했는데 어느 순간 세계 학생들이 수업을 빠지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며 소회를 밝혔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는 2019년 180여 개국, 400만 명이 함께하는 시위로 커졌다. 영국 BBC방송은 “툰베리는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세계 젊은이들의 투쟁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툰베리는 비행기 대신 배나 열차를 타고 노르웨이 독일 등 각국 환경운동 현장을 찾아 힘을 보태왔다. 그는 “금요일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며 “가능한 일은 전부 하는 수밖에 없다.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고 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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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 北규탄-민주주의 수호위해 6·25참전”

    지난달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대사관 건물을 재개관한 주한 프랑스대사관은 두 신축 건물 이름을 각각 ‘몽클라르관’과 ‘장루이관’으로 붙였다. 6·25전쟁 당시 유엔군 프랑스 대대를 지휘한 랄프 몽클라르 장군과 군의관 쥘 장루이 소령을 기린 것이다.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는 지난달 3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두 나라 전우애를 상징하는 인물들인 만큼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육해군 총 3421명을 파병해 262명이 전사하고 1008명이 부상했다. 르포르 대사는 “참전 경험이 풍부한 지원병들이었기 때문에 최전선에 자주 섰다”며 지평리 전투와 ‘단장의 능선’ 전투 같은 핵심 전투에서 전세를 역전시키는 데에 프랑스군이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대사관에 따르면 프랑스 대대는 미국 대통령 표창 3개, 한국 대통령 표창 2개, 군 표창 4개를 받아 참전 외국 부대 중 가장 많은 표창을 받았다. 그는 “당시 프랑스군에 한국은 매우 낯선 나라였다”며 “인도차이나 국가들처럼 따뜻한 날씨를 예상했다가 당황했지만 빠르게 적응해 영하 30도 혹한에도 참호를 파서 버티는 경륜을 보였다”고 전했다. 현재 생존한 프랑스 참전용사는 100여 명. 르포르 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한국 정부가 프랑스를 비롯해 세계 6·25전쟁 참전용사에게 마스크를 긴급 전달하는 등 관심을 보여 감사하다”면서 지난해 프랑스 정부도 같은 대대 소속으로 참전한 박동하 박문준 옹에게 최고 훈장 ‘레지옹 도뇌르 슈발리에’를 수여했다고 말했다. 르포르 대사는 “프랑스는 1950년 북한을 규탄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는 정신으로 참전했다”며 “오늘도 이 정신을 이어 (대만 해협) ‘항행의 자유’를 수호하는 등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한국과 프랑스 관계에 대해 그는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대단히 큰 애정을 갖고 있는 만큼 국제적 현안에서 같은 비전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화학 분야 협력을 강화하며 더 많은 한국 기업이 프랑스에 진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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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공격 계획’ 등 기밀문건, 트럼프 별장 욕실-창고에 수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2021년 1월 퇴임 당시 기밀문서 반출 등 37가지 혐의로 연방정부로부터 기소된 가운데 이 문서들이 그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내 무도회장, 욕실, 창고 등에 무방비로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 연방검찰이 9일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핵무기 현황, 동맹국에 대한 군사공격 관련 내용이 담긴 기밀문서를 마러라고의 무도회장 무대 위에 방치했다. 수영장 옆 창고 바닥에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5개국의 기밀정보 공유 동맹체인 ‘파이브아이즈(Five eyes·다섯 개의 눈)’ 관련 문서가 나뒹굴고 있었다. 연방검찰은 마러라고 욕실에 기밀문서가 상자 채로 쌓여있는 사진을 공소장에 첨부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7월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골프클럽에서 지인들에게 미국의 이란 공격 계획 관련 문서를 보여주며 “기밀 해제가 되지 않은 자료”라고 자랑하는 녹취록도 증거로 첨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직 대통령의 격에 맞지 않는 이런 행태를 두고 “그는 갖고 싶은 것을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는 ‘영원한 유아’이며 기밀문서는 그의 ‘장난감’”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이유로 자신이 고용한 변호인에게도 해당 문서를 검토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변호인에게 “아무도 내 상자를 들여다보지 말았으면 한다. 정말 싫다”라는 메모를 남겼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그가 기밀문서를 포함해 자랑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트로피’로 여겨 무조건 손에 넣으려 한다고 평했다. WP는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든 것을 종이로 작업하는 ‘아날로그형 사업가’라는 측면도 조명했다. 그가 일생 동안 컴퓨터 등 전자기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종이 문서를 살펴보고 찢어서 쓰레기통, 바닥, 화장실 등에 버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 재직 중에도 기밀문서를 읽은 뒤 찢어서 버리는 행동을 거듭했다. 이로 인해 백악관 기록관리실 직원들이 문서 보관 규정을 지키기 위해 찢어진 종이를 모아 테이프로 붙이는 일이 허다했다고 WP는 전했다.홍정수기자 hong@donga.com}

    • 2023-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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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르 대사 “참전경험 풍부한 프랑스군, 지평리전투 기여”

    지난달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대사관 건물을 재개관한 주한 프랑스대사관은 두 신축 건물 이름을 각각 ‘몽클라르관’과 ‘장루이관’으로 붙였다. 6·25전쟁 당시 유엔군 프랑스 대대를 지휘한 랄프 몽클라르 장군과 군의관 쥘 장루이 소령을 기린 것이다.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는 지난달 30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두 나라 전우애를 상징하는 인물들인 만큼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육해군 총 3421명을 파병해 262명이 전사하고 1008명이 부상했다. 르포르 대사는 “참전 경험이 풍부한 지원병들이었기 때문에 최전선에 자주 섰다”며 지평리 전투와 ‘단장의 능선’ 전투 같은 핵심 전투에서 전세를 역전시키는 데에 프랑스군이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대사관에 따르면 프랑스 대대는 미국 대통령 표창 3개, 한국 대통령 표창 2개, 군 표창 4개를 받아 참전 외국 부대 중 가장 많은 표창을 받았다. 그는 “당시 프랑스군에 한국은 매우 낯선 나라였다”며 “인도차이나 국가들처럼 따뜻한 날씨를 예상했다가 당황했지만 빠르게 적응해 영하 30도 혹한에도 참호를 파서 버티는 경륜을 보였다”고 전했다. 현재 생존한 프랑스 참전용사는 100여 명. 르포르 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한국 정부가 프랑스를 비롯해 세계 6·25전쟁 참전용사에게 마스크를 긴급 전달하는 등 관심을 보여 감사하다”면서 지난해 프랑스 정부도 같은 대대 소속으로 참전한 박동하 박문준 옹에게 최고 훈장 ‘레지옹 도뇌르 슈발리에’를 수여했다고 말했다. 르포르 대사는 “프랑스는 1950년 북한을 규탄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는 정신으로 참전했다”며 “오늘도 이 정신을 이어 (대만해협) ‘항행의 자유’를 수호하는 등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한국과 프랑스 관계에 대해 그는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대단히 큰 애정을 갖고 있는 만큼 국제적 현안에서 같은 비전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화학 분야 협력을 강화하며 더 많은 한국 기업이 프랑스에 진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홍정수기자 hong@donga.com}

    • 2023-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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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독-성폭력 질문에… 챗GPT, 정보없이 조언만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어려운 고민에 대해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이 쉽게 해결책을 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까지 챗봇은 학대나 중독, 성폭력 등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을 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존 에어스 박사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오픈AI의 생성형 AI 챗봇 ‘챗GPT’에 던진 23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분석해 7일(현지 시간) 미국의사협회 국제 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중독과 폭력, 정신 건강, 신체 건강 등 4가지 범주 관련 질문들을 던져 챗GPT 응답이 충분한 근거를 기반으로 하는지, 질문자가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을 소개했는지 평가했다. 챗GPT는 대부분 친절한 어조로 답했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 연락처를 알려준 경우는 5개(22%)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일반적 수준의 조언이었다. 예를 들어 “두통이 있다”고 하면 주변 의료기관 연락처를 알려주는 대신 “머리가 아프다니 유감입니다”라며 “독서나 컴퓨터 화면 보기처럼 눈을 긴장시키는 일을 잠시 쉬고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를 복용해 보세요. 물을 많이 마시고 휴식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라고 답했다. 연구진은 “AI 비서는 이용자가 실제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할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제안했다. 에어스 박사는 미 CNN방송에 “사람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지 않도록 하려면 지금이 적기”라고 강조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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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와달라” 챗GPT에 자살-중독-성폭력 고민 상담해봤더니…

    다른 사람에게 쉽게 말하기 어려운 고민을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에 묻는 것이 쉬울지 모른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까지 챗봇은 학대나 중독, 성폭력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 존 에어스 박사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오픈AI사 생성형 AI챗봇 ‘챗GPT’에게 던진 23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분석해 7일(현지 시간) 미국의사협회 국제 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에 발표했다.● “도와달라”고 하면 “유감이네요”… 공감과 조언이 다수 연구진은 중독과 폭력, 정신 건강, 신체 건강 등 4가지 범주 관련 질문들을 던져 챗GPT 응답이 충분한 근거를 기반으로 하는지, 질문자가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을 소개했는지 평가했다. 담배 술 마약 같은 중독성 물질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질문이 14개로 가장 많았다. 성폭행, 학대, 극단적 선택, 심장마비 등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는 질문도 포함됐다. 챗GPT는 대부분 친절한 어조로 답했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 연락처를 알려준 경우는 5개(22%)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일반적 수준 조언이었다. 예를 들어 “두통이 있다”고 하면 주변 의료기관 연락처를 알려주는 대신 “머리가 아프다니 유감입니다. 두통에는 여러 원인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유형과 정도를 알아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독서나 컴퓨터 화면 보기처럼 눈을 긴장시키는 일을 잠시 쉬고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를 복용해보세요. 물을 많이 마시고 휴식을 취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라고 답변했다. 본보 기자가 챗GPT에 극단적 선택 관련 도움을 영어로 청하자 “유감이지만 당신에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수 없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 연락해보라”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위 사진). 이어 한글로 묻자 “혼자서 이런 감정을 견뎌내기 어렵다”고 공감을 표하며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한국생명의전화(1588-9191) 등의 전화번호를 안내했다. 하지만 ‘정신건강증진회’라는 존재하지 않는 협회와 먹통인 링크를 알려주기도 했다(아래 사진).● “챗봇에 의지하는 사람 점점 늘 것… 정부-개발사 나서야”연구진이 챗GPT에 이런 질문들을 던진 이유는 갈수록 신체 및 정신 건강 정보를 AI 챗봇에 더 많이 의존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특히 지금이 챗GPT를 필두로 생성형 AI 서비스가 쏟아지는 초기 단계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연구진은 과거 비슷한 연구에서 “챗봇은 의사에 비해 좀 더 공감을 잘 해주는 편”이라고 진단했다. 에어스 박사는 당시 “실제 전문가에게 의존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챗GPT 같은 AI 비서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신기술 리더들이 직접 나서 사람들을 전문 인력과 연결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함의에 대해 “AI 비서는 이용자가 실제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할 더 큰 책임이 있다”며 의학적 질문에 대한 응답을 관리하고 관련 정책을 홍보할 수 있도록 정부 및 해당 기관이 AI 회사와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에어스 박사는 미 CNN방송에 “사람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지 않도록 하려면 지금이 적기”라고 강조했다. 챗GPT가 공공영역에서 쓰일 가능성도 점점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날 정부기관용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 거버먼트’에 오픈AI 최신 대규모언어모델 GPT-4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며9ㄴ 빅테크(대규모 정보기술 기업)가 미 연방정부 기관에 챗봇 기술을 제공하는 첫 사례다. MS는 이 서비스가 콘텐츠 생성과 코드 요약 등에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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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김수키 “외교-안보 조언 부탁”… 악성메일로 前장차관 3명 해킹

    “교수님이 쓰신 글을 읽는 동안 무릎을 치며 공감했습니다. 제가 쓴 미숙한 글에도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국내의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이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읽고 무심코 발송자가 보낸 대용량 문서 파일을 내려받았다. ‘해킹이 심하다 보니 보안이 강화돼 파일을 열려면 본인 인증을 해야 한다’는 안내에 따라 인증까지 했다. 하지만 해당 이메일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조직인 ‘김수키(kimsuky)’가 보낸 ‘피싱용 이메일’이었다.● 전직 장차관급 공무원도 털려 7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북한 해킹조직 김수키가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인 지난해 4∼7월 전·현직 고위공무원 등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에게 ‘피싱용 이메일’을 보내 해킹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정보 유출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전직 장관급 공무원 2명과 차관급 공무원 1명, 학계 전문가 4명, 현직 간부급 공무원 1명, 언론사 기자 1명 등 9명으로 집계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수키는 국내외 서버 138개를 경유하며 인터넷주소(IP주소)를 바꾼 뒤 통일·안보 전문가, 기자 등을 사칭하며 외교안보 전문가 등 150명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주로 책자 발간이나 논문 관련 조언, 인터뷰 등을 요청했다. 김수키는 “건강 유의하시고 한반도 평화 증진에 애써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접근한 뒤 대용량 문서 파일을 보내 다운로드를 유도했다. 이후 보안상 절차라며 본인 인증을 하도록 하며 피해자의 컴퓨터에 악성 코드를 심었다. 이어 피해자가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해킹조직이 이 정보를 가로채 피해자 이메일 계정에 접속해 자료나 주소록 등을 수개월 동안 수시로 들여다본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 해커들은 해킹 성공 후에도 “졸고를 꼼꼼히 봐주셔서 감사하다” “단 몇 글자 주심에도 책 전체가 탈바꿈한 듯하다” 등의 답장을 보내며 의심을 피했다. 경찰은 “이메일에 ‘봉사기’(서버), ‘랠’(내일), ‘적중한 분’(적합한 분) 등 북한식 어휘를 사용했고 공격지 IP주소, 경유지 구축 방식 등을 토대로 김수키 소행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해킹조직이 새 정부에서 입각하거나 대북 정책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문가들을 목표로 해킹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를 입은 장차관 3명은 10여 년 전 외교부와 통일부에서 장차관을 지낸 인물이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A 씨는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경찰 연락을 받고서야 해킹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자료가 나도 모르게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北, 3500만 달러 가상화폐도 해킹한 듯 경찰은 이들이 장악한 서버에서 가상화폐 지갑 주소 2개를 발견했는데 해당 지갑에선 200만 원 상당의 거래가 이뤄졌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금전 탈취 시도가 있었던 건 아닌지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유명 가상화폐 지갑 플랫폼 ‘아토믹 월렛’에서 발생한 3500만 달러(약 455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 탈취 사건 배후에 북한 해킹그룹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데이터 분석 업체 일립틱은 해당 자산이 북한 해킹그룹 라자루스가 자금 세탁에 주로 사용하는 믹서 플랫폼 ‘신바드’로 이동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6일(현지 시간) 내놨다. 믹서는 가상화폐를 쪼개고 섞는 기술로, 여러 번 되풀이하면 자금 출처 등을 추적하기가 어려워진다. 앞서 5월 미 재무부는 라자루스의 대규모 해킹 사건에 연루됐던 믹서 ‘블렌더’를 제재했다. 일립틱은 신바드가 블렌더의 변형 버전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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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멘트 좀” 北김수키 ‘피싱 메일’에… 前장차관도 털렸다

    “교수님이 쓰신 글을 읽는 동안 무릎을 치며 공감했습니다. 제가 쓴 미숙한 글에도 코멘트 부탁드립니다.”국내의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이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읽고 무심코 발송자가 보낸 대용량 문서 파일을 내려받았다. ‘해킹이 심하다 보니 보안이 강화돼 파일을 열려면 본인 인증을 해야 한다’는 안내에 따라 인증까지 했다. 하지만 해당 메일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조직인 ‘김수키(kimsuky)’가 보낸 ‘피싱용 이메일’이었다.● 전직 장차관급 공무원도 털려7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북한 해킹조직 김수키가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인 지난해 4~7월 전·현직 고위공무원 등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에게 ‘피싱용 이메일’을 보내 해킹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정보 유출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전직 장관급 공무원 2명과 차관급 공무원 1명, 학계 전문가 4명, 현직 간부급 공무원 1명, 언론사 기자 1명 등 9명으로 집계됐다.경찰에 따르면 김수키는 국내외 서버 138개를 경유하며 인터넷 주소(IP)를 바꾼 뒤 통일‧안보 전문가, 기자 등을 사칭하며 외교안보 전문가 등 150명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주로 책자 발간이나 논문 관련 조언, 인터뷰 등을 요청했다.김수키는 “건강 유의하시고 한반도 평화 증진에 애써주셔서 감사드린다”라며 접근한 뒤 대용량 문서 파일을 보내 다운로드를 유도했다. 이후 보안상 절차라며 본인 인증을 하도록 하며 피해자의 컴퓨터에 악성 코드를 심었다. 이어 피해자가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해킹조직이 이 정보를 가로채 피해자 이메일 계정에 접속해 자료나 주소록 등을 수개월 동안 수시로 들여다본 것으로 밝혀졌다.북한 해커들은 해킹 성공 후에도 “졸고를 꼼꼼히 봐주셔서 감사하다”, “단 몇 글자 주심에도 책 전체가 탈바꿈한 듯하다” 등의 답장을 보내며 의심을 피했다. 이 때문에 경찰이 통보할 때까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경우도 있었다. 경찰은 “이메일에 ‘봉사기’(서버), ‘랠’(내일), ‘적중한 분’(적합한 분) 등 북한식 어휘를 사용했고 공격지 IP주소, 경유지 구축 방식 등을 토대로 김수키 소행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경찰은 해킹조직이 새 정부에서 입각하거나 대북정책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문가들을 목표로 해킹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를 입은 장차관 3명은 10, 20년 전 외교부와 통일부에서 장·차관을 지내고 현재는 학계에 몸담고 있다고 한다.● 北, 3500만 달러 가상화폐도 해킹한 듯경찰은 이들이 장악한 서버에서 가상화폐 지갑 주소 2개를 발견했는데 해당 지갑에선 200만 원 상당의 거래가 이뤄졌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금전 탈취 시도가 있었던 건 아닌지 등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한편 최근 유명 가상화폐 지갑 플랫폼 ‘아토믹 월렛’에서 발생한 3500만 달러(약 455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 탈취 사건 배후에 북한 해킹그룹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데이터분석업체 일립틱은 해당 자산이 북한 해킹그룹 라자루스가 자금 세탁에 주로 사용하는 믹서 플랫폼 ‘신바드’로 이동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6일(현지 시간) 내놨다. 믹서는 가상화폐를 쪼개고 섞는 기술로, 여러 번 되풀이하면 자금 출처 등을 추적하기가 어려워진다.앞서 5월 미 재무부는 라자루스의 대규모 해킹 사건에 연루됐던 믹서 ‘블렌더’를 제재했다. 일립틱은 신바드가 블렌더의 변형 버전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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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가 시각 바꿨다… 글로벌 기업 절반 “사무 공간 줄일것”

    세계 대기업 절반은 앞으로 3년간 사무 공간을 줄일 계획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원격 재택근무 열풍은 사그라들었지만 사무실에 대한 대기업 시각이 바꾸었다는 해석이 나온다.영국 부동산 컨설팅 업체 나이트프랭크가 글로벌 기업 347개사를 대상으로 3년간 부동산 관련 계획을 설문조사한 결과 직원 5만 명 이상 기업 65곳 가운데 절반가량이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축소 규모는 대부분 10~20%로 내다봤다. 직원 1000명 이하 기업 가운데 13%만 ‘줄이겠다’고 답했고 63%는 오히려 ‘확장할 것’이라고 한 것과는 상반된다.최근 많은 대기업이 원격 근무 대신 사무실 출근을 장려하고 있음에도 대기업이 사무 공간을 줄이려는 것에 대해 리 엘리엇 나이트프랭크 리서치 책임자는 “기업이 사무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양보다 질’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그는 “진정한 ‘포스트 팬데믹’ 세계가 온 만큼 기업은 눈가리개를 벗고 부동산 전략을 판단하고 있다”라며 “자사 업무 공간이 유연근무제에 적합한지, 에너지 효율 기준을 충족하는지, 신기술이 직원 규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 여러 가지가 고려 대상”이라고 설명했다.실제 미래 근무 형태에 대해 전체 응답자 56%가 원격 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섞은 ‘하이브리드’ 형태가 대세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직원에게 고정석을 주는 대신, 책상을 공유하는 유연한 사무 공간을 운영할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사무 공간 축소 움직임이 특히 미국 주요 도시 상업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엘리엇 책임자는 “미국 1인당 사무 공간은 유럽과 아시아보다 훨씬 큰 편이어서 다른 도시도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파이낸셜타임스(FT)는 부동산 대출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대기업 사무 공간 효율화가 진행되면 인기가 낮은 지역 상업부동산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낡고 오래된 건물 공실률이 치솟고 있다”면서도 “대기업이 탄소 배출 저감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재택근무에 익숙한 직원들을 사무실로 유인할 수 있을 만한 ‘최고 공간’은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최근 영국 부동산 업체 세빌스는 상업부동산 공실로 가장 고통받는 도시가 미 샌프란시스코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공실률은 팬데믹 이전 9.5%로 미국에서 가장 붐비는 도시로 꼽혔지만 현재는 30%가 비어 있거나 내년에 빌 예정이다. 30년 만에 가장 높은 공실률이다. 세빌스는 “단순히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난 추세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전체적인 경기 추이, 인구 구조 변화 등이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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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니 거장 미야자키 감독 은퇴작, 예고 없이 내달 개봉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거장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 예고편이나 그 어떤 광고 없이 다음 달 개봉한다. 5일(현지 시간) 미국 영화 전문 매체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스튜디오 지브리의 스즈키 도시오(鈴木敏夫) 대표이사 겸 프로듀서는 2일 일본 월간 ‘분게이슌주(文藝春秋)’ 인터뷰에서 미야자키 감독 은퇴작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홍보 마케팅 없이 개봉한다고 말했다. 2013년 은퇴를 선언하고 4년 만에 철회한 미야자키 감독의 신작이자 은퇴작 개봉 소식을 알린 것이다. 제목인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는 1937년 요시노 겐자부로의 동명(同名) 소설에서 따왔다. 하지만 작품 줄거리는 물론이고 등장인물, 출연 성우를 비롯해 영화 관련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공개된 것은 거칠고 대담한 붓놀림의 영화 포스터(사진)뿐이다. 미야자키 감독은 스즈키 대표에게 “당신이 만든 최고의 포스터”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미야자키 감독 오른팔로 불리는 스즈키 대표는 “1984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함께 작업했지만 진심으로 칭찬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그 칭찬을 힌트 삼아 포스터만으로 홍보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고편을 보면 영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 알 수 있고, 그 때문에 극장에 가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며 “이번엔 (일반적 마케팅과) 반대로 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은 다음 달 14일 일본에서 개봉된다. 해외 개봉 계획은 미정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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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가상화폐 거래량 부풀려”… 세계1위 거래소 바이낸스 제소, 비트코인 3개월새 최저 급락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및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를 증권법 위반 혐의로 5일(현지 시간) 법원에 제소했다. SEC는 이날 미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바이낸스와 자오 CEO는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자들 자산을 큰 위험에 노출시켰다”고 주장했다. 중국계 캐나다인 자오 CEO는 2017년 중국에서 바이낸스를 설립했다. SEC에 따르면 자오 CEO는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별도 법인들에 바이낸스 고객 자산을 송금한 뒤 다시 바이낸스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에 투자하게 만들어 거래량을 부풀렸다. 또 미국 큰손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가상사설망(VPN)을 활용해 규제망을 회피하도록 했다고도 지적했다. 미국인의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 직접 투자를 금지한 법망을 우회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은 이날 성명에서 “혐의 13건을 통해 자오 CEO와 바이낸스 법인이 광범위한 속임수, 이해 상충, 투명성 부족, 의도적 법 회피에 연루된 점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바이낸스 소송 소식이 알려지자 가상화폐는 물론 미 증시 상장 관련주들도 일제히 폭락했다. 비트코인은 5일 2만5636달러(약 3350만 원)를 기록하며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바이낸스 자체 가상화폐 BNB도 8% 이상 급락했다. 미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주가는 9% 이상 떨어졌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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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야자키 하야오 은퇴작, 예고편-홍보 없이 내달 개봉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거장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 예고편이나 그 어떤 광고 없이 다음달 개봉한다. 5일(현지 시간) 미국 영화 전문 매체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스튜디오 지브리의 스즈키 도시오(鈴木敏夫) 대표이사 겸 프로듀서는 2일 일본 월간 ‘분게이슌주(文藝春秋)’ 인터뷰에서 미야자키 감독 은퇴작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홍보 마케팅 없이 개봉한다고 말했다. 2013년 은퇴를 선언하고 4년 만에 철회한 미야자키 감독이 신작이자 은퇴작 개봉 소식을 알린 것이다. 제목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는 1937년 요시노 겐자부로의 동명(同名) 소설에서 따왔다. 하지만 작품 줄거리는 물론 등장인물, 출연 성우를 비롯해 영화 관련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공개된 것은 거칠고 대담한 붓놀림의 영화 포스터뿐이다. 미야자키 감독은 스즈키 대표에게 “당신이 만든 최고의 포스터”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미야자키 감독 오른팔로 불리는 스즈키 대표는 “1984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함께 작업했지만 진심으로 칭찬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그 칭찬을 힌트 삼아 포스터만으로 홍보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고편을 보면 영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 알 수 있고, 그 때문에 극장에 가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며 “이번엔 (일반적 마케팅과) 반대로 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은 다음 달 14일 일본에서 개봉된다. 해외 개봉 계획은 미정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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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금리 고수’ 에르도안, 親시장 재무장관 임명

    지난달 대선 승리로 종신 집권 기반을 닦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글로벌 투자은행 출신 인사를 재무장관에 임명했다. 그동안 고수하던 ‘금리를 낮춰야 물가가 잡힌다’는 비상식적 경제 정책을 정상으로 되돌리겠다는 뜻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3일 취임 선서를 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새 내각을 발표하면서 경제 정책을 지휘하는 재무장관에 메흐메트 심셰크 전 부총리를 임명했다. 심셰크 신임 재무장관은 글로벌 투자은행 메릴린치 출신 경제 전문가로 2009년 재무장관에 임명됐다. 2015∼2018년 부총리를 지내며 시장친화적 경제사령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17년 5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을 통해 1인 지배 체제를 굳힌 에르도안 대통령에 의해 2018년 해임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80%가 넘는 인플레이션에도 금리를 높이지 않고 저금리를 유지하며 경제난을 부채질했다. 또 자신의 사위를 재무장관에 앉히고 최근 4년간 중앙은행 총재를 3번이나 갈아치우는 등 경제 정책을 손아귀에 넣고 제멋대로 휘둘렀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른 극심한 경제 위기와 민심 동요는 대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 재집권 가도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부통령에도 정통 경제 관료로 평가받는 제브데트 이을마즈가 임명됐다. AP통신은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이 비정통으로 낙인찍힌 경제 정책을 포기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도 앞으로 몇 달간 금리를 올릴 기반이 마련됐다며 “명백한 유턴 신호”라고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에서 “선거 기간 분노를 뒤로하고 상처받은 감정을 만회하자”며 재건을 강조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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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튀르키예 재무장관 등 내각 인선…정통 경제노선으로 유턴하나

    지난달 대선 승리로 종신 집권 기반을 닦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글로벌 투자은행 출신 인사를 재무장관에 임명했다. 그동안 고수하던 ‘금리를 낮춰야 물가가 잡힌다’는 비상식적 경제 정책을 정상으로 되돌리겠다는 뜻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3일 취임 선서를 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새 내각을 발표하면서 경제 정책을 지휘하는 재무장관에 메흐멧 심세크 전 부총리를 임명했다. 메흐멧 신임 재무장관은 글로벌 투자은행 메릴린치 출신 경제 전문가로 2009년 재무장관을 역임했다. 2018년 부총리에 임명되며 시장친화적 경제 사령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17년 5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을 통해 1인 지배 체제를 굳힌 에르도안 대통령에 의해 2018년 해임당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80%가 넘는 인플레이션에도 금리를 높이지 않고 저금리를 유지하며 경제난을 부채질했다. 또 자신의 사위를 재무장관에 앉히고 최근 4년간 중앙은행 총재를 3번이나 갈아치우는 등 경제 정책을 손아귀에 넣고 제멋대로 휘둘렀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른 극심한 경제 위기와 민심 동요는 대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 재집권 가도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부통령에도 정통 경제 관료로 평가 받는 세브데트 일마즈가 임명됐다. AP통신은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이 비정통으로 낙인 찍힌 경제 정책을 포기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도 앞으로 몇 달간 금리를 올릴 기반이 마련됐다며 “명백한 유턴 신호”라고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에서 “선거 기간 분노를 뒤로하고 상처받은 감정을 만회하자”며 재건을 강조했다.홍정수기자 hong@donga.com}

    • 2023-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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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헤미안 랩소디, 초고엔 ‘몽골리안 랩소디’

    영국 록밴드 퀸의 대표곡 ‘보헤미안 랩소디’의 제목이 ‘몽골리안 랩소디’로 붙여질 뻔한 정황이 뒤늦게 밝혀져 화제다.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쓴 이 노래의 가사 초고에서 이 사실이 확인됐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그간 머큐리의 친구이자 상속인인 메리 오스틴이 보관해 온 이 초고는 9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소더비 경매에 출품된다. 소더비가 이날 공개한 15쪽 분량의 초고에 따르면 머큐리는 당초 ‘몽골리안 랩소디’라는 문구를 적었다가 ‘몽골리안’에 줄을 긋고 위에 ‘보헤미안’을 다시 적었다. 머큐리가 곡의 제목을 ‘몽골리안 랩소디’로 생각했다가 수정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노래 도입부 가사 또한 초고와 최종본이 달랐다. 초고에는 “엄마, 전쟁이 시작됐어요(Mama. There’s a war began). 오늘 밤 떠나야 해요”였지만 이후 “엄마, 방금 사람을 죽였어요(Mama. Just killed a man)”로 바뀌었다. 이 초고는 영국 항공사 브리티시 미들랜드가 1974년 발행한 메모지에 작성됐다. 소더비 측은 낙찰 예상가를 최소 120만 파운드(약 19억7000만 원)로 예상하고 있다. 머큐리가 공연 때 사용한 왕관, 빨간 망토, 신발 등도 출품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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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인종 눌렀다 총맞은 美흑인소년, 이웃과 다시 세상으로[사람, 세계]

    29일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한 공원에서 왼쪽 이마에 흉터가 있는 16세 흑인 소년 랠프 얄이 메달을 받았다.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를 맞아 열린 36회 ‘뇌 손상을 위한 레이스’에서 1.5마일(약 2.4km)을 완주한 랠프는 주최 측 관계자가 목에 메달을 걸어주자 나지막이 “와우”라고 읊조렸다. 랠프는 46일 전인 지난달 13일 총을 맞았다. 이웃집에 놀러 간 두 동생을 데리러 갔다가 실수로 다른 집의 초인종을 눌러 변을 당했다. 집주인인 84세 백인 남성 앤드루 레스터가 쏜 권총에 머리와 팔을 맞은 것이다. 머리에 날아든 총알이 아슬아슬하게 비껴가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총격의 트라우마는 오래 남았다. 촉망받는 ‘음악 소년’인 랠프는 매일 학교에 나가 합주를 하는 일상으로 돌아가길 갈망한다. 하지만 아직 많은 시간을 공처럼 몸을 웅크린 채 침대에서 보낸다. 편두통과 불안감, 감정 기복 때문이다.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레스터는 아직도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모인 페이스 스푼모어는 “랠프에게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는 크지 않을 수 있다. 정말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고 단번에 치유할 수도 없는 상처”라고 말했다. 다행히도 랠프는 혼자가 아니다. 캔자스시티스타 등 현지 매체들은 이날 ‘팀 랠프’라는 이름으로 등록한 뒤 연두색 티셔츠를 입은 랠프의 가족과 친구들을 비롯해 1000명 가까운 참가자들이 공원에서 함께 걷고 달렸다고 전했다. 이날 레이스는 뇌 손상 환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연례 모금 행사였다. 사고 이후 사람들과 만나기를 꺼리던 랠프는 이날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나섰다. 출발선에 설 때까지도 말이 없었지만 완주를 한 뒤엔 같이 달린 ‘동료’들과 웃으며 주먹 인사도 나눴다. 대회 시작에 앞서 랠프의 어머니인 클레오 나그베는 “모두가 뇌 손상에 대해 더 많이 알고, 뇌 손상 환자들을 돕기 위해 노력해 주면 좋겠다”며 총기 폭력을 막는 데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스푼모어는 “랠프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사고를 당한 뒤에도 여전히 좋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느꼈으면 한다”고 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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