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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송평인 칼럼니스트입니다.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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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7~202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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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칼럼]송평인/공책 살 돈은 줘도 급식비는 받는 佛

    유럽에서 프랑스와 영국은 학교 급식제도를 발전시켜온 대표적 나라다. 두 나라 모두 유료급식이 원칙이며 무료 혹은 무료에 가까운 급식은 예외적인 경우다. 독일은 최근까지만 해도 오전 수업만 하는 나라여서 급식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프랑스 교육의 아버지 쥘 페리는 1881년 최초로 무료 의무교육 제도를 도입했으나 급식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점심시간에 교실 문을 닫고 아이들은 집에 가서 밥을 먹고 오는 학교를 상정했다. 그러나 시골에서는 학교가 집에서 멀다는 이유로, 도시에서는 부모가 모두 직장에 나가 밥을 챙겨줄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급식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로부터 부모가 누군가 자기 대신 점심을 마련해주는 대가로 돈을 대는 유료급식 제도가 등장했다. 이렇게 무료교육과 유료급식은 제도적 짝이 됐다. 파리의 경우 초등학교 급식은 구(mairie)별로 하나씩 있는 ‘케스 데제콜(Caisse des Ecoles)’이란 곳에서 관리한다. 케스 데제콜은 구내 전체 급식비 중 시 지원금을 뺀 금액을 급식 희망학생 수로 나눠 1인당 평균비용을 계산하고 소득에 따라 어느 가정에는 평균 이상으로, 어느 가정에는 평균 이하로 분담금을 책정해 전체 수지를 맞춘다. 최저 등급 가정이 내는 급식비는 한 끼에 0.15∼0.20유로로 거의 무료에 가깝다. 가구당 평균으로 치면 한 끼에 3.66유로를 낸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다. 파리의 한 공립초등학교에 다니던 우리 아이는 지난해 평균에 가까운 등급을 받아 두 달에 한 번씩 약 100유로(약 16만 원)를 냈다. 방학기간 두 달을 빼면 1년에 500유로(약 80만 원) 정도를 낸 것이다. 최고 등급은 한 끼에 약 4.5유로로 1년에 약 750유로(약 120만 원)를 낸다는 계산이 나온다. 프랑스는 학비가 없고 교과서 등 교재도 무료로 제공하며 학기 초에 200∼300유로씩 학용품 살 돈까지 대주는 나라지만 급식비만큼은 예외다. 급식은 무료교육의 일부가 아니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사실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는 것은 개인적 영역에 속한다. 프랑스에서 점심시간은 교사의 책임영역 밖이다. 학생은 점심시간에 모두 교실 밖으로 나가야 한다. 교사의 책임 아래 교실에서 전 학생이 급식을 하는 모습은 프랑스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 학생들은 학교 식당에서 급식을 받아먹을 수도 있고 집에서 점심을 먹고 올 수도 있다. 지금도 적지 않은 학생이 점심시간에 자기 집으로 가 밥을 먹고 다닌다. 급식을 안 하는 학생이 초등학생 2명 중 1명, 중고교생 3명 중 1명꼴이다. 급식은 선택사항이다. 의무사항이 아닌 것은 소득수준에 따라 돈을 내고 제공받아야 한다는 것이 프랑스 법 정신이다. 프랑스나 영국에서 무료나 무료에 가까운 급식이 나온 것은 가난한 아이들의 영양 상태가 사회 문제가 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시대에 따라 비중이 때로는 컸고 때로는 작았지만 무료급식의 영역은 늘 유료급식의 예외였다. 영국의 경우 현재 약 15%의 학생이 무료급식을 받고 있다. 프랑스에서 최저등급은 수입이 최저생계비 수준인 사람들에게나 적용된다. 무료급식의 전면화는 전통적인 복지국가인 프랑스나 영국에도 없는 일이다. 이들 나라가 안한다고 한국이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무료교육의 이념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돈을 써야 할 곳이 수두룩한데 최우선순위를 무료급식에 둬야 할 것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송평인 파리 특파원 pisong@donga.com}

    • 2010-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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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속 150km 강풍… 佛 국가재난사태 선포

    허리케인과 맞먹는 위력의 폭풍우가 지난달 27일과 28일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서유럽 국가들을 강타해 최소한 62명이 숨졌다. 수백만 가구가 전력이 끊기는 등 피해를 봤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1일 폭풍우가 강타한 프랑스 서부 해안지방을 방문해 300만 유로(약 47억 원)를 긴급구호자금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피용 총리는 공식적으로 ‘국가재난’ 사태를 선포하고 피해지역의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신시아’로 이름 붙여진 폭풍우는 이날 프랑스와 스페인 서부 해안에 상륙해 이동하면서 포르투갈에서 독일까지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시속 150km의 강풍이 불고 8m의 파도가 밀어닥친 프랑스 서부 비스케이 만 해안지대의 피해가 심했다. 프랑스에서의 사망자는 51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대부분은 방데와 샤랑트마리팀 지방 주민으로 갑자기 불어난 물에 익사했다. 독일에서는 흑림지대의 오토바이 운전자, 베르그하임 마을의 조깅하던 여성, 프랑크푸르트 서쪽 숲에서 길을 걷던 남성이 갑자기 쓰러진 나무에 깔려 숨졌다. 스페인에서는 51세와 41세의 남성이 차를 타고가다 차가 나무에 깔리면서 숨졌고 82세 여성은 무너진 벽에 압사했다. 포르투갈에서는 10세 소년이 둑이 무너지면서 사망했다. 벨기에에서도 60대 남성이 나무에 깔려 숨졌다. 프랑스에서는 강풍으로 브르타뉴 지방에서 마시프상트랄 고지대까지 500km에 걸쳐 100만 가구 이상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프랑스전력공사(EDF)는 지난달 28일 밤 현재 여전히 전력 공급을 받지 못해 암흑 속에 밤을 보낸 사람이 50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EDF 측은 모든 지역에서 전력 공급이 정상화되는 데는 며칠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파리 샤를드골 공항 등은 이날 저녁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낮 동안 활주로에 물이 차 항공기 100여 편의 이착륙이 금지됐다. 라디오 방송 ‘유럽 1’은 파리 에펠탑 상공에서 시속 175km의 바람이 관측됐다고 전했다. 유럽에서는 1999년 최고 시속 200km의 강풍이 몰아닥쳐 92명의 사망자를 낸 바 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201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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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하늘 곳곳 ‘항공파업 난기류’

    유럽 항공편이 혼란에 휩싸였다. 독일에서는 국적항공사 루프트한자의 하루 파업 여진이 23일에도 계속되고 있고 프랑스에서는 관제사 노조가 이날부터 5일간 파업에 돌입해 항공편이 대거 취소됐다. 영국에서는 브리티시에어(BA) 승무원 노조가 22일 새로운 파업안을 가결시켜 언제라도 파업에 들어갈 준비를 갖췄다. 프랑스에서는 관제사를 대표하는 5개 노조가 23일 파업에 돌입했다. 프랑스 관제당국(DGAC)은 이날 파리 샤를드골 공항발 항공편 25%, 파리 오를리 공항발 항공편의 50%를 취소했다. 또 포, 비아리츠, 그르노블, 라로셸, 샹베리 등의 지방공항은 폐쇄했다. 프랑스 국적항공사인 에어프랑스는 국내선과 유럽 노선을 위주로 항공편이 취소됐으며 국제선은 정상적으로 운행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관제사 노조는 정부가 2012년을 목표로 독일 스위스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과 함께 각국 관제업무를 통합하는 공동관제국을 창설하면서 자국의 관제국을 해체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유럽 최대 규모 항공사인 독일 루프트한자의 조종사 파업은 당초 나흘로 예정돼 있었으나 22일 하루로 끝났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노동법원은 “노사 양측의 합의에 따라 파업은 3월 9일 이후로 연기됐다”고 밝혔다. 22일 독일에서는 하루 1800편의 루프트한자 항공편 중 800편이 취소되면서 승객 약 1만 명의 발이 묶이는 혼란이 빚어졌다. 22일 밤 12시를 기해 파업 중단이 선언됐지만 루프트한자 화물기와 저가항공 자회사 저먼윙스의 파업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루프트한자 여객기의 경우 조종사들이 업무에 복귀하고 있지만 정상적인 운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루프트한자 조종사들은 회사가 비용 절감을 위해 일부 인원을 계열사인 오스트리아 항공(AUA)이나 루프트한자 이탈리아 등으로 이동 배치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휴가기간 파업에 돌입하려다 법원의 제지로 파업을 연기한 BA 승무원 노조가 22일 다시 파업안을 가결시켰다. 그러나 언제 파업을 시작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노조는 파업을 결정하면 28일 안에 파업에 들어가야 한다. 지난해 기록적인 적자를 기록한 BA는 경쟁사에 비해 보수가 많은 자사 승무원의 근로조건을 조정할 계획이다. 노조는 회사 측이 임금을 동결하고 비행기 편당 탑승 승무원의 수를 줄이기로 하자 이에 반대하고 있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201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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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 영화 ‘벌꿀’ 베를린영화제 금곰상

    감독상은 로만 폴란스키 터키 영화 ‘벌꿀(Honey)’이 20일 제60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인 금곰상을 수상했다. 감독상은 33년 전 미국에서 13세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스위스에 가택연금된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게 돌아갔다. 세미흐 카플라노을루 감독의 ‘벌꿀’은 생계를 위해 꿀을 채집하는 아버지가 실종되자 말을 하지 않게 된 6세 소년이 숲 속으로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다뤘다. 터키 영화로는 1964년 이후 46년 만의 금곰상이다. 폴란스키 감독은 전 영국 총리(피어스 브로스넌)가 회고록을 쓰기 위해 전문 작가(이언 맥그리거)를 고용한다는 내용의 ‘대리 작가(The ghost writer)’로 상을 받았다. 남우주연상은 러시아 알렉세이 포포그렙스키 감독의 ‘올여름을 나는 이렇게 끝냈다’에 출연해 한 북극 기지에서 서로 다투는 노소(老少) 연구자를 맡은 그리고리 도브리긴과 세르게이 푸스케팔리스가 공동 수상했다. 여우주연상은 일본 와카마쓰 고지(若松孝二) 감독의 ‘캐터필러’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불구로 돌아온 남편의 학대를 견디며 살아가는 아내 역을 맡은 데라지마 시노부에게 돌아갔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2010-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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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 그리스 추가 긴축 압박… 부채 감추기 의혹 해명 요구

    “그리스 지원 방안을 공개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재무장관들은 15일 회의를 열고 그리스 지원 방안은 공개하지 않은 채 그리스 측에 재정적자 감축을 취한 추가 조치만 요구했다. 그리스는 유로존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로존 재무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3월 점검 때 그리스가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면 추가적인 긴축 조처를 마련한다는 데 그리스 정부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유럽연합(EU) 정상들은 그리스가 지급 불능에 빠질 경우 지원을 약속했다”며 “그러나 지원에 앞서 그리스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선 시장 일각에서 관측해온 그리스 지원 세부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12.7%에 달한 재정적자를 올해 8.7%로 낮추는 데 이어 2012년까지 EU ‘안정 및 성장에 관한 협약’에서 규정하는 3% 이하로 축소한다는 목표 아래 재정적자 감축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한편 EU 통계당국은 파생금융상품인 통화스와프 거래를 통해 정부부채를 감췄다는 의혹에 대해 이달 말까지 해명할 것을 그리스 정부에 요구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은 그리스 정부가 EU의 감시를 피해 부채를 늘리며 재정위기를 키우는 과정에 골드만삭스와의 JP모건체이스 등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리스 정부는 유로존에 편입된 직후인 2001년 골드만삭스와 통화스와프 거래를 통해 10억 달러를 조달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에 게오르게 파파콘스탄티누 그리스 재무장관은 이날 브뤼셀에서 기자들에게 “NYT가 제기된 파생상품 거래는 그 당시엔 합법적이었고 그리스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도 있었던 관행이었다”며 “나중에 그런 거래가 불법화됐고 그때부터 그리스는 그런 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201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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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두사미’로 끝난 佛 국가정체성 토론

    ‘프랑스다운 것’이 무엇인지 묻는 국가정체성 토론이 용두사미로 끝나가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참석하에 각료세미나로 지난 3개월간 국가정체성 토론의 대미를 장식하려 했으나 총리 주관으로 상징적인 조치를 발표하는 것으로 행사를 대폭 축소했다. 프랑수아 피용 총리는 8일 국가정체성에 대한 각료세미나를 시작하면서 앞으로 학교에 국기를 게양하고 학생들은 1년에 최소한 한 차례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를 부르고 교실에 프랑스혁명 당시 인권선언문을 붙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도 프랑스 국기를 달지 않은 학교가 거의 없고 많은 학생이 이런저런 계기로 프랑스 국가를 한 번씩은 부르고 있어 이번 조치가 실질적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프랑스 언론들은 국내의 비판 여론과 낮은 호응도 등을 감안해 토론을 조용히 마무리 지으려는 정부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용 총리는 애초 국가정체성의 화두를 던지고 토론회에 발동을 건 사르코지 대통령의 침묵과 관련해 “지방선거가 끝난 뒤인 4월경 자신의 의견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정체성 토론회를 주관한 에리크 베송 이민부 장관은 1일 라디오방송 ‘프랑스앵포’와의 인터뷰에서 “토론회가 건설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며 “토론회가 스위스의 이슬람 사원첨탑 건설 금지 같은 외부적 사건에 의해 오염됐다”는 견해를 밝혔다. 8일 총리 주관 각료세미나에서 베송 장관은 몇몇 동료 각료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알제리계인 파델라 아마라 주택담당 부장관은 “베송 장관은 프랑스에서 이민이 기여한 공로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브뤼노 르 메르 농업부 장관은 “국가정체성에 대한 토론이 아니라 국민통합이란 관점에서 국민을 분열시킨 토론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해 베송 장관과 설전을 벌였다. 프랑스 야당은 그동안 국가정체성 토론에 대해 3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파 유권자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한편 높은 실업률 등 당면한 어려움을 회피하려는 정략이라고 비난해 왔으며 유럽 최대 규모인 프랑스 내 이슬람 사회는 토론회가 프랑스의 반이슬람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201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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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의 눈/송평인]위험성 뻥튀기기… 또 도진 광우병 거짓말

    또다시 광우병 거짓말이 시작됐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소위 전문가임을 자처하는 일부 단체가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제수역사무국(OIE) 홈페이지에 ‘다우너 소와 같은 보행 불능의 소는 광우병(BSE) 고위험군으로 간주된다’고 적혀 있다”며 “다우너 소를 광우병 위험 소로 간주하는 것은 국제적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여기서 그들이 ‘고위험’으로 번역한 부분은 ‘at higher risk’란 말인데 ‘higher’는 절대적으로 높다는 뜻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높다는 뜻이다. 무엇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지를 알려면 OIE의 수역규정을 뒤져봐야 한다. OIE의 수역규정은 광우병 검사와 관련해 소를 4가지로 분류한다. 광우병 의심 증상을 보이는 30개월 이상 소, 걸을 수 없거나 긴급 도축된 30개월 이상 소, 자연사한 30개월 이상 된 소, 정상적으로 도축된 36개월 이상 소 등이다. 이렇게 4가지로 나눈 데는 실제적인 이유가 있다. 광우병 검사에서 광우병 가능성이 높은 소를 표본(sample)으로 택할 때 더 많은 가중치를 주기 위한 것이다. 수역규정에 따르면 네 번째 유형의 정상적인 소는 0.1의 표본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세 번째 유형의 자연사한 소는 0.2, 둘째 유형의 다우너 소는 0.4의 표본가치를 지닌다. 이에 반해 첫 번째 유형의 광우병 의심 소는 260의 표본가치를 지닌다. 즉, 첫 번째 유형의 광우병 의심 소가 광우병 소로 나타날 가능성이 두 번째 유형의 다우너 소에 비해 무려 650배가 높다고 본 것이다. 물론 다우너 소가 정상 소에 비해, 혹은 자연사한 소에 비해 4배 혹은 2배 정도 높은 위험 가중치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차이는 다우너 소와 광우병이 의심되는 소 간 차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2003년 북미지역에서 2마리의 광우병 소가 발견된 이후 즉각 도축된 다우너 소를 식용으로 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것은 광우병과 관련해서 자국 국민들과 국제사회로부터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일 뿐이지 과학적으로 ‘다우너 소=광우병 소’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광우병 소가 발생하기 전에도 미국에는 많은 다우너 소가 있었다. 지금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다우너 소가 주저앉는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OIE의 수역규정에서 보듯 다우너 소와 광우병 의심 소 사이에는 650배라는 넘을 수 없는 간격이 존재하는 것이다.송평인 파리특파원 pisong@donga.com}

    • 201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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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찐 고양이 목에 ‘규제 방울’ 달까

    ‘금융시스템 개혁과 중국의 부상.’ 27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5일간 일정으로 개막되는 세계경제포럼(WEF)의 화두다. 올해 다보스포럼에는 세계 정재계의 주요 인물 2500명 이상이 참여해 ‘더 나은 세계: 다시 생각하고 다시 구상하고 다시 세우자’는 주제로 경제위기를 겪고 난 이후의 좀 더 건전하고 좀 더 분권화된 세계 경제에 대해 논의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밝힌 강력한 금융개혁 구상은 월가 등 금융권에 큰 파장을 던졌다. 은행의 크기와 활동에 제약을 가하려는 그의 구상에 대해 은행가들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많은 의견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부상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중국에서는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리커창(李克强) 부총리가 참석한다. 중국은 지난해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다보스포럼에 보내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이라고 지목하고 새 국제 경제 질서를 수립하자고 제안했다. 리 부총리 역시 금융시스템 개혁에 관해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다보스포럼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은 개막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올해 40회를 맞는 다보스포럼은 축하 대신 반성의 분위기 속에서 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경기가 좋던 시절 다보스는 세계 정재계 거물들의 화려한 파티와 거침없는 씀씀이로 이름이 높았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실업률이 급증하고 경제회복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열리는 올해 다보스의 분위기는 전과 다르다. 슈바프 회장은 새로운 위기를 피하기 위해 과거의 금융지배구조 모델이 변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은행가들의 보너스 문제가 다보스포럼에서 다뤄질 것”이라며 “일부 은행가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총리 등 국가정상급 30명 이상이 참석할 예정인 이번 포럼에서는 도덕적 자본주의를 외치며 국가 중심의 금융개혁을 주장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개막 연설을 한다. AP통신은 참석하는 주요 정치인으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다음에 이명박 대통령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으로 28일 특별연설이 예정돼 있다. 이 밖에 제이컵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 등도 참석한다. 눈에 띄는 국가정상급 참석자는 과거에 비해 훨씬 줄어들었다. 미국에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참석한다. 그러나 그는 유엔 아이티 대사로 경제문제보다 아이티 지원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의료개혁 과제 및 높은 실업률과 싸우는 오바마 대통령은 27일 미국 의회에서 국정연설을 할 예정이다. 문화인물로는 영화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 씨가 참석한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한국 재계 별들도 다보스에 ‘총총’ 기업총수 출국 잇따라▼기업 총수 등 재계 지도자들도 27일(현지 시간)부터 닷새 동안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례 회의에 참석하러 속속 출국했다. 이번 다보스포럼에 처음 참석하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6일 장남 김동관 ㈜한화 차장과 함께 출국해 눈길을 끌었다. 한화그룹 측은 “경영수업의 일환으로 다보스포럼에 참석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번 포럼 기간에 세계 각국의 경제 리더들과 교류를 통해 향후 세계 경제의 흐름과 기업의 미래 성장에 대한 견해를 나눌 계획이다. 포럼 참석 후에는 곧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태양광, 2차전지, 자동차용 특수플라스틱업체들을 직접 찾아 그룹 사업 현황을 챙길 계획이다. 이 밖에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기아차그룹 부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등도 다보스포럼 참석차 스위스로 떠났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자격으로 28일 다보스에서 ‘한국의 밤’ 행사를 주관할 예정이다.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 2010-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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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문제에 제3의 길은 없어… 좌우 넘어 대타협 이뤄야”

    《영국 사회학자이자 상원의원인 앤서니 기든스 경을 19일 영국 웨스트민스터 상원건물 입구에서 만났다. 상원의원은 방문자를 입구까지 직접 내려와 맞는 관행이 있다. 하원 건물은 커튼 카펫 의자 등 내부의 주조색이 소박한 녹색인 데 비해 상원 건물은 적색이라 느낌이 아주 달랐다. 안에는 티룸도 있고 펍(pub)도 있다. 작은 마을 같다. 기든스 경과 마주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의 책 ‘기후변화의 정치학’ 얘기를 했다. 기든스 경과 티룸에서 마주 앉았다.》“너무 춥다고? 온난화는 현실이다, 강력하고 피할수 없는” ―북반구에서 올겨울은 유난히 춥다. 그런데도 지금 지구온난화를 확신하는가. 과학적 진실이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과 다를 때 어떻게 지구온난화의 위기가 실재한다고 받아들일 수 있나. “웨더(weather)와 클라이밋(climate)을 구별해야 한다. 웨더가 그날그날의 날씨를 의미한다면 클라이밋은 일정 기간 날씨의 평균을 의미한다. 또 웨더가 지구상의 어떤 특정 지역의 기후를 의미한다면 클라이밋은 전 지구에 걸친 기후를 의미한다. 최근 영국은 추웠지만 이웃나라 아일랜드는 예년보다 훨씬 따뜻했다. 지구온난화는 웨더가 아니라 클라이밋에 관련된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또 하나의 특징은 단순히 덥다, 춥다가 아니라 극단적인 기후 패턴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호주는 오랜 기간 가뭄에 시달리고 영국은 예전보다 훨씬 빈번한 홍수에 시달린다. 최근 아이티 지진은 지구온난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지만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크다. 그건 자연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준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강력할 것이고 게다가 아무도 피해 갈 수 없다.” ―‘2012’란 영화를 본 적이 있나. 지구 종말에 관한 영화다. 우리는 오늘날 지구 종말을 주제로 다룬 소설 영화 만화에 둘러싸여 있다. 지구온난화도 이런 유행 중 하나가 아닌가. “그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어쨌든 일반인은 이런 종류의 지구 종말 얘기와 기후변화를 거의 구별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픽션과 현실을 구별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현실이다. 기후변화는 세계 각국의 과학자 100여 명이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를 통해 과학적 발견에 기초해서 내린 결론이다. 물론 미래 위험을 100% 장담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무시한다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2012’ 대신 괜찮은 영화를 하나 소개하고 싶다. 지난해 영국 여성감독 프래니 암스트롱이 만든 ‘에이지 오브 스튜피드(Age of Stupid)’라는 영화다. 기후변화를 다룬 이 영화로 영국에서는 201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난해보다 10% 줄이기 위한 10 대 10 캠페인이 시작됐다.” ―지난해 펴낸 저서 ‘기후변화의 정치학’에서 기후변화는 좌·우파의 문제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어떤 의미인가. “기후변화 정책은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기후변화 정책은 미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와 사회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나라인 미국을 보자. 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후 기후변화 이슈에서 일부 공화당의 지지를 받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우리가 목격한 것은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의 정치적 양극화다. 그 결과는 글로벌한 차원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바마는 덴마크 코펜하겐 회의에 참석했지만 내놓을 제안이 없었다. 좌우 대립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가능한 곳에서 어떻게든 ‘정치적 대타협(political concordat)’을 이뤄내야 한다. 기후변화 정책은 정권의 부침과 상관없이 살아남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정권 교체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 목표에 천착하는 ‘공무 영역(civil service)’을 확보해야 한다.” ―환경운동과 기후변화 정책은 어떤 관련이 있는가. “환경운동은 기후변화를 정치적 의제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지만 그 자체는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 환경운동가들이 가진 극단적인 탈집권화, 제로 성장 사회, 비폭력 같은 신조는 현실 정치와 부합하지 않는다. ‘자연으로 돌아가자’ 같은 구호는 지키려는 사람에게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구온난화와 싸우는 것과는 상관없다. 환경운동가들은 ‘지구를 구하자’는 말을 흔히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가 추구하는 기후변화 정치는 지구를 구하는 것과 아무 상관이 없다. 지구 자체는 우리가 무엇을 해도 살아남는다. 문제는 거기에 사는 사람이다.” ―원자력 발전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원자력은 신뢰할 만하고 경쟁력이 있는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그러나 원자력은 핵 확산, 테러리즘과도 관련돼 있기 때문에 복잡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계 주요국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맞추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국제적인 핵 관리의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원자력 발전을 대규모로 확대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원자력과 핵무기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북한과 이란이 원자력으로 핵무기를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핵 확산과 관련해서 중동은 특히 위험한 곳이다.”▼“향후 20년 저탄소 녹색혁명 시대깵 일자리도 많이 생길 것”▼ ―기술 발전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기술의 발전은 ‘저탄소 경제(low carbon economy)’를 이루는 데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지금 재생에너지 기술을 중심으로 해서 저탄소 경제로 가기 위한 더 큰 산업혁명의 시작단계에 있다. 최근 20년간 정보기술(IT)이 세계 경제를 이끌었듯이 앞으로 20년은 새로운 환경기술이 세계를 이끌 것이다. 재생에너지 기술 없이 저탄소 경제로 이행할 수 없다. 중국과 인도는 지금 새로운 발전모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국가가 단순히 옛 서방 선진국의 길을 따른다면 그것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오늘날 중국과 인도의 리더십이 서서히 인정받고 있다. 이들 국가가 새로운 발전모델을 찾는 데 기술 혁신은 아주 중요하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지속가능한 개발’이란 개념 대신에 ‘녹색 성장’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나는 녹색성장을 저탄소 경제로 가기 위한 출발이라고 보며 그 개념에 매우 호의적이다. 한국이 광범위한 지속가능한 투자에 힘을 기울이기로 한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 이행 과정을 통해 일자리를 더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사람들이 이제는 기후변화 정책을 비용이 더 드는 골치 아픈 문제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 분야에서 더 많은 진전을 이루는 나라일수록 글로벌화된 저탄소 경제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제3의 길’의 이론가로 유명하다. ‘기후변화의 정치학’은 기후변화에 관한 제3의 길을 모색하는 것인가. “아니다. 기후변화의 정치학은 좌파, 우파의 구별을 넘어선 문제를 다룬 것이다. 제3의 길은 글로벌 시대에 대응해 전통 좌파와는 다른 중도 좌파의 새로운 전략을 모색한 것이다.” ―당신의 부지런함과 끈기에 늘 놀란다. 70세가 넘도록 책을 2년에 한 권, 어떨 때는 한 해에 한 권 펴내고 있다. (기자가 나이를 확인하기 위해 ‘72세가 맞느냐’고 물으니 ‘완전히 틀렸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자가 놀라 ‘그럼 몇 살이냐’고 물으니까 ‘29세’라고 했다. 기자가 폭소를 터뜨리자 그가 ‘어쨌든 질문을 계속하고 보자’고 말했다.) 어떻게 그 나이에도 계속 그렇게 일할 수 있나. “내가 좋아하는 모토 중 하나는 윌리엄 베버리지의 것이다. 그는 영국 복지국가 건설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유명한 ‘베버리지 보고서’의 저자다. 그가 80세가 됐을 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여전히 급진적이 되기에 충분할 만큼 젊고 여전히 누군가가 산을 옮길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게 나의 모토이고 우리가 따라야 할 아주 좋은 모토라고 생각한다.”런던=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앤서니 기든스는…1998년 ‘제3의 길’ 주창 좌파의 중도화 이끌어앤서니 기든스 경(72)은 세계적 명성을 지닌 영국 사회학자. 1987년 케임브리지대 교수, 1997 런던정경대(LSE) 학장 등을 지냈으며 2003년 이후 LSE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초기에는 사회학 연구에 집중했으나 1990년대 이후 모더니즘이 사회 및 개인에게 미친 구체적 결과를 탐구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1998년 그가 제시한 ‘제3의 길’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등에게 영향을 미쳐 좌파의 중도화를 이끌었다. 2004년 영국 노동당 소속의 1대 종신 상원의원이 됐다. 지난해에는 환경 문제를 다룬 ‘기후변화의 정치학’을 펴내 또다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주요 저서로 ‘사회학’ ‘자본주의와 현대사회이론’ ‘모더니즘과 자아정체성’ 등이 있다.}

    • 201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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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송평인]독일의 反통일세력이 됐던 사람들

    민중의 진정한 바람을 이른바 양심적이라는 지식인들이 배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올해 20주년을 맞는 독일 통일의 역사에도 그런 측면이 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당초 동독주민이 원한 것은 동독을 떠나는 것이었다. ‘우리는 나가고 싶다(Wir wollen aus)’라는 시위구호는 이런 심정을 나타낸 것이었다. 딱딱한 표현을 빌리자면 여행의 자유, 출국의 자유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수많은 동독 주민이 체코로, 폴란드로, 헝가리로 탈출할 기회를 엿보았다. 그해 가을 라이프치히의 월요 시위가 시작되고 10월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동독 주민의 입에서 ‘우리는 여기에 남겠다(Wir bleiben hier)’는 구호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우리가 인민이다(Wir sind das Volk)’는 구호가 함께 등장했다. 동독의 주인은 공산당이나 슈타지(비밀경찰)가 아니라 인민이고 그 인민은 바로 우리라는 뜻이다. 동독 공산당의 진정한 위기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동독에서 내보내 주기만 해달라던 사람들이 생각을 바꿔 남겠다고 했을 때 단순히 여행규정 완화조치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사태가 다가온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그해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여전히 ‘우리가 인민이다’는 구호가 나오고 있었지만 그 사이에 ‘우리는 한 민족이다(Wir sind ein Volk)’라는 새로운 구호가 등장했다. 동독 주민이 통일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라이프치히의 월요 시위를 주도한 ‘노이에스 포룸(Neues Forum)’ 구성원 대부분은 단지 사회주의를 개혁하길 원했을 뿐이다. 노이에스 포룸의 구성원은 이른바 빌둥스뷔르거툼(Bildungsb¨urgertum·교양시민층)이라고 해서 작가 예술가 학자 교사 등 ‘먹물 든’ 지식인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동독에서 특혜를 누리던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슨 박해 같은 것을 당한 사람도 아니었다. 이들은 시위대가 “우리가 인민이다”라고 선언한 데 대해서는 흡족해했지만 11월 9일 이후 “우리는 한 민족이다”라고 외치고 나서자 깜짝 놀랐다. 어찌된 일인지 막상 통일을 앞두고 서독의 좌파 지식인 대부분도 통일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 자체를 꺼리고 그 희망을 부추기는 세력을 비판하는 데 앞장섰다. 주간 신문 ‘디 차이트’의 테오 조머 같은 이는 “독일 통일의 해골을 납골당에서 도로 꺼내오는 것은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공포와 테러를 안겨줄 뿐”이라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동독 주민은 단순히 통일도 아니고 하루빨리 통일이 실현되기를 원했다. 사실 그들이 원한 통일의 속도는 통일의 주역이 된 기민당(CDU)의 헬무트 콜 총리조차 처음에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빠른 것이었다. 오스카어 라퐁텐이 이끌던 사민당(SPD)은 이 과정에서 완전히 반(反)통일 세력이 됐다. 과거 동방정책을 이끌었던 빌리 브란트 전 총리가 속한 정당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사민당이 통일 지연으로 초래될 수 있는 정치적 혼란은 아랑곳없이 통일헌법이 필요하다고 떠들고 있을 때 동독 주민은 계속 서독으로 넘어가면서 조속한 통일을 온몸으로 촉구했다. 결국 독일은 국민에게서 사랑받던 기본법을 그대로 둔 채 초단기간인 11개월 만에 통일을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툭하면 분단의 모순을 거론하는 사람들이 진짜 통일을 필요로 하는 순간, 그것을 요구하는 인민 앞에서 반(反)통일세력이 되는 극적인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송평인 파리 특파원 pisong@donga.com}

    • 2010-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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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러범, 속옷에 폭탄 숨겨 탑승… 착륙직전 폭파 시도

    성탄절 아침에 들려온 항공기 폭파테러 기도 소식에 미국 국민은 경악했다. CNN과 폭스뉴스 등 미국의 뉴스전문 채널은 성탄절부터 이튿날까지 온통 ‘테러 뉴스’만을 쏟아냈다.○ ‘꽝’ 소리와 함께 자욱한 연기 속에 화염“폭죽이 터지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샴페인병이 열리는 소리 같기도 했고…. 유리창이 깨졌거나 비행기 동체에 뭐가 부딪힌 줄 알았다.” 테러용의자 좌석에서 6열 앞인 13열에 앉아 있었던 비나 사이갈 씨는 화공약품 냄새를 맡고 뒤를 돌아보자 화염이 솟아올랐다고 전했다. 비행기 안은 순식간에 승객들의 비명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사업차 에티오피아를 방문한 뒤 귀국하던 칼스 키프먼 씨는 “당혹감이 공포와 절망으로 바뀐 것은 한순간이었다”며 “승무원들의 눈에서도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용의자는 폭발 시도 전에 20분 동안 화장실에 가 있었고, 다시 자리에 돌아와서는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속이 안 좋다”고 얘기한 뒤 배와 무릎을 담요로 덮었고 그 순간 연기와 함께 ‘퍽’ 하는 소리가 시작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용의자는 고성능 폭발물질 PETN을 속옷에 꿰매 탑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PETN은 TNT의 1.66배의 폭발력을 가진 고성능 폭발물질. 뉴욕포스트는 “용의자는 속옷 안 사타구니 근처에 PETN 분말을 채운 콘돔을 꿰맨 것으로 나타났다”며 “PETN에 주사기로 화학물질을 주입해 폭발시키려 했다”고 전했다. 불발 원인에 대해 ABC방송은 “뇌관 역할을 하는 액체가 미처 분말에 주입되지 못했거나 주입된 액체가 너무 적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전했다. ○ 구멍 난 보안체계이번 폭탄테러 시도는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이 테러 방지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정작 보안체계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용의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히폴 공항에서 탑승할 때 보안검색에서 걸리지 않았다. 미국의 국가대테러센터가 의심스러운 인물 데이터베이스(55만 명)에는 올라 있었지만 탑승 금지 대상자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더욱이 범인의 아버지 알하지 우마루 무탈라브 씨는 이미 6개월 전에 나이지리아 정부와 미 대사관에 아들의 극단적인 행동을 신고했지만 당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터 호에크스트라 하원 의원(공화·미시간 주)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는 그가 알 카에다 조직과 연계돼 있다는 것을 최소한 2, 3개월 내에 알았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미 ABC방송은 용의자가 인터넷을 통해 예멘의 한 과격 지도자와 접촉했다고 미 당국에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검색 강화 후폭풍사건 직후 항공기보안 검색이 대폭 강화됐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국제선 항공기 승객들은 착륙 1시간 전부터는 기내에서 움직이지 말고 좌석에 앉아 있도록 하고 어떤 개인소지품도 무릎 위에 놓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국제선 승객들은 기내에 반입할 수 있는 가방을 1개씩만 허용하며 미국 국내선 항공 승객들도 강화된 보안검색을 받게 된다고 항공사들은 발표했다.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을 비롯해 유럽 각국 공항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 국제공항에서는 여성 핸드백만 기내 반입이 허용됐을 뿐 모든 짐을 수하물로 부치도록 했다. 영국 런던 히스로 국제공항에서도 미국행 여객기 탑승객을 대상으로 이중의 보안검색과 기내 반입품 제한 등 종전보다 훨씬 강화된 보안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현지 반응ABC, NBC 등 공중파 방송과 CNN, 폭스뉴스 등은 테러전문가들을 출연시켜 용의자가 알 카에다와의 연루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전하면서 “미국이 아직도 테러의 위협에 노출돼 있으며 비행기 등 대중교통수단이 주요 타깃”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용의자가 착륙 직전까지 비행기 폭발 시도를 하지 않은 이유, 공모자는 없는지 등 주요 의문점을 분석하기도 했다.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도 1면 머리기사로 테러 미수사건을 다뤘다. 뉴욕타임스는 테러용의자가 알 카에다와 연루된 예멘의 폭탄전문가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번번이 테러의 위험에 노출되면서도 보안에 구멍이 뚫리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타임지는 ‘증오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기사에서 “9·11테러 이후 공항보안 검색을 피하기 위한 기발한 수법들이 나오고 있다”며 “자살을 각오하고 속옷 안에 교묘히 폭발물을 숨기는 등의 방식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나이지리아 부유한 은행가의 아들이슬람교 전파 앞장서 ‘알파’ 별명▼■ 범인은 23세 런던 유학생 미 여객기 폭파미수범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는 올해 23세로 영국 런던에서 유학한 열성적인 이슬람 신자로 밝혀졌다.압둘무탈라브는 나이지리아의 부유한 은행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알하지 우마루 무탈라브 씨는 나이지리아 퍼스트뱅크 은행장을 최근까지 지냈고 1970년대에는 나이지리아 정부에서 장관급 관료로 일했다. 이런 아버지를 둔 덕분에 압둘무탈라브는 지난해까지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런던(UCL)에서 3년간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그 전에는 아프리카 토고의 수도 로메의 브리티시 인터내셔널 스쿨(BIS)에서 고교과정을 수학했다. 압둘무탈라브는 고교 재학 당시부터 동급생에게 열성적으로 이슬람교를 전도했으며, 그 때문에 이슬람 학자를 뜻하는 신조어인 ‘알파’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런던을 떠난 이후 아버지와의 접촉을 끊고 이집트와 두바이에서 거주해 왔다. 아버지는 아들이 극단적 종교 성향을 지닌 것을 우려해 6개월 전 아부자 주재 미국대사관과 나이지리아 보안기관에 그의 활동내용을 신고했다. DPA통신에 따르면 현재 나이지리아 당국의 수사에 협조하고 있는 그의 아버지는 자신이 신고를 했는데도 아들이 어떻게 미국까지 갈 수 있었는지 의아해한 것으로 전해졌다.압둘무탈라브는 런던에 거주할 당시 UCL에서 멀지 않은 고급 주택가인 메릴번 구역의 한 아파트에 살았다. 그와 UCL를 같이 다닌 파브리치오 카발로 마린콜라 씨(22)는 영국 인디펜던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매우 종교적이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극단적인 행동을 보인 적은 없다”고 말했다.압둘무탈라브는 5월 대학에서 6개월짜리 코스를 더 밟겠다는 이유로 영국 정부에 비자 신청을 했으나 거부됐다. 선데이타임스는 영국 출입국 당국이 그가 공부를 하겠다는 대학이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 그의 비자 신청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는 16일 가나 수도 아크라의 KLM항공 사무소에서 현금 2831달러를 주고 항공권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여행 경로는 당초 24일 밤 나이지리아의 라고스→네덜란드 암스테르담→미국 디트로이트에 도착한 뒤 다시 암스테르담을 거쳐 아크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그는 지난 2년간 이슬람 테러조직과 관련이 있는 인물로 미국의 감시리스트에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런던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복수 비자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그는 영국 첩보기관 MI5의 감시망에도 걸려들었으나 지속적인 감시를 할 만큼 위협적이지는 않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영화속 영웅’처럼 참사 막은 영화감독▼■ 범인 제압한 승객은 ‘크리스마스 재앙’을 막은 야스퍼르 스휘링아 씨(32·사진)는 네덜란드 영화감독. 플로리다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비행기를 탄 스휘링아 씨는 “갑자기 ‘뻥’ 하는 소리를 들었고 30초쯤 지나자 연기가 났다”며 “일부가 비명을 질렀고 (나는) 주저하지 않고 연기가 나는 쪽으로 점프를 했다”고 숨 가쁜 상황을 전했다. 범인 좌석(19A)에서 오른쪽 반대편인 20J에 앉아 있었던 그는 승객 4명의 머리 위를 다이빙하듯 훌쩍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의 무릎 담요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본 그는 재빨리 용의자의 몸을 뒤져 다리에 붙어 있던 폭발물을 제거했다. 그는 곧 “물을 달라”고 외쳤고 승무원들이 소화기를 갖고 달려와 불을 껐다. 스휘링아 씨는 범인의 목을 조른 상태로 1등석으로 데려 갔다. 용의자와 격투하다 오른손에 화상을 입은 그는 “내가 영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무엇인가 해야 할 상황이었고 너무 늦지 않았음에 행복하다”고 말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09-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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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방문때 대규모 시위” 세계 환경전사 450명 기후열차 타고 코펜하겐 입성

    약 450명의 ‘에코(Eco) 전사’를 태운 ‘기후 특급열차(Climate Express)’가 6일 덴마크 코펜하겐 중앙역에 들어섰다. 전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출발한 이 열차는 독일과 덴마크의 국경을 넘어 14시간을 달려왔다. 교통수단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의 27%가량을 차지하는 큰 오염원이다. 브뤼셀에서 코펜하겐까지는 약 800km. 여객기로는 1시간 45분에 갈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이 경우 1인당 115kg의 CO₂를 배출한다. 기차로 가면 33kg의 CO₂를 배출하는 데 그친다. 이들이 항공기를 마다하고 14시간씩 열차로 달려 코펜하겐에 온 이유다. 열차는 세계 곳곳의 다양한 사람들을 싣고 왔다. 공통점이 있다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을 크게 우려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히말라야의 빙하를 구하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는 네팔인 셰르파도 있었고, 청정 바다를 살려야 한다는 의미에서 대서양을 노를 저어 건넌 여성도 있었다. 미래의 스키장에 눈이 녹을 것을 걱정하는 익스트림 스키어도 있었다. 특히 멀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모스크바에 내려 다시 기후 특급열차가 기다리는 브뤼셀까지 와 기차를 탄 기후전문가도 있었다. 이들은 지난달 5일 교토의정서가 채택된 일본 교토에서 모여 지구를 온난화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상징적인 의미에서 코펜하겐까지 열차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이 코펜하겐에 몰려온 것은 유엔 기후회의를 이끌게 될 정상들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당초 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문 일정에 맞춰 대규모 시위를 계획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 일정이 9일에서 18일로 변경되면서 대규모 시위는 다음 주로 연기됐다. 이에 따라 벨라센터 회의장 주변의 보안 조치도 다소 완화된 모습이다. 이번 회의에는 전 세계 5000여 명의 기자가 프레스센터 이용을 신청할 정도로 취재 열기도 뜨겁다. 코펜하겐 시내의 호텔은 비어있는 방이 거의 없다. 코펜하겐에 숙소를 확보하지 못한 일부 참가자는 50km 이상 떨어진 국경 너머 스웨덴 말뫼 등에까지 가서 방을 잡았다.코펜하겐=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2009-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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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펜하겐을 희망의 호펜하겐으로”

    덴마크 코펜하겐 유엔 기후회의가 7일 시작된다. 회의를 앞두고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던 코펜하겐 벨라센터 회의장 주변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막판에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6일 긍정적 분위기로 돌아섰다. ‘기후 특급열차’ 등을 타고 세계 각국에서 몰려들기 시작한 환경운동가들은 상황의 반전을 환영하며 코펜하겐(Copenhagen)을 희망(Hope)의 호펜하겐(Hopenhagen)으로 바꾸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는 노벨 평화상 수상식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코펜하겐에 잠시 들를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바꿔 정상회의가 열리는 마지막 날인 18일 참석하기로 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중국과 인도가 각각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하는 등의 진전된 상황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코펜하겐 회의 참석을 이날 공식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17일 출국해 19일 귀국한다. 이 대통령은 18일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과 개발도상국 감축활동 등록부(NAMA Registry) 제안 등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선도적 역할을 국제사회에 설명하고 동참을 호소할 예정이다.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협약을 마련하기 위한 이번 회의는 18일까지 열리며 현재까지 세계 105개국 정상이 참여키로 했다. 이들 105개국은 세계 인구의 82%, 국내총생산(GDP)의 89%, 온실가스 배출량의 80%를 차지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으로 편입될지도 관심거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의무감축국이 아닌 나라는 한국과 멕시코뿐이다. 코펜하겐=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2009-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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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를 구할 2주일…코펜하겐 유엔 기후회의 7~18일 열려

    2012년 만료되는 교토기후변화협약(교토의정서·Kyoto Protocol) 이후의 세계 기후 질서를 결정할 덴마크 코펜하겐 유엔기후회의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라는 공식 명칭을 가진 이번 회의는 전 세계 192개국에서 1만5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7∼18일 코펜하겐 벨라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4일 “이번 회의에는 92개국 국가 정상이 참가할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 당시에는 단 한 명의 정상도 참석하지 않았다. 정상들 대부분은 회의 막바지인 17, 18일로 예정된 정상회의에 맞춰 코펜하겐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러 가는 길에 코펜하겐에 들른다. 17, 18일 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말 “코펜하겐에서 성공이 가시화되고 있다. 구속력 있는 협정을 위한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견해차가 커 구속력 있는 합의가 나올지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4개 개도국은 1일 예비모임에서 주최국 덴마크가 마련한 초안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거부하고 공동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들 국가는 앞서 자국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치를 발표했으나 그 목표치는 교토의정서 체제에서처럼 구속력이 없는 것이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국 등에 앞서 선제적으로 감축 목표를 발표한 한국도 역시 자발적 감축을 바라고 있다. 회의를 앞두고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3일 영국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유엔 측이 대기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를 450ppm에 묶어 지구 기온 상승을 섭씨 2도 이하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은 불충분하다”고 실망을 드러냈다. 그는 또 16일 코펜하겐에서 열 계획이었던 대중강연을 취소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200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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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2, 난 덜 줄이고 넌 더…” 192개국 뜨거운 實利전쟁

    《‘어떻게 하면 나는 (온실가스를) 덜 줄이고 남들은 더 줄이게 할 수 있을까.’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7∼18일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회의 당사국 총회를 관통하는 테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은 비용이 많이 들고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정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산업을 발전시키고 자동차를 많이 타며 넉넉하게 냉난방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러면 온실가스가 많이 발생하고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기후’는 망가진다. 이른바 ‘공유지(共有地)의 비극’인 셈이다.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보다 아무런 합의가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것은 이 때문이다. 7일 개막을 앞두고 이번 기후변화회의의 5대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의미 있는 결과 나올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2012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된 국제적인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가이다. 각국은 올해 3월부터 다섯 번에 걸쳐 독일과 스페인 등지에서 협상을 해 왔다. 이 결과 코펜하겐에서 논의할 200쪽에 이르는 협상 문안이 마련됐다. 여기엔 각국이 제안한 모든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합의가 안 된 부분엔 괄호가 쳐져 있다. 그런데 이 괄호의 수가 1000여 개에 이른다. 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려면 괄호를 모두 없애서 30쪽 정도인 교토의정서 수준의 문서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번 회의에서 끝내기에는 사실 벅차다”고 말했다. 더욱이 세계 192개국에서 1만5000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회의라 각국 대표가 돌아가며 3분씩만 발언을 해도 꼬박 이틀이 걸린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법적 합의문의 전 단계인 ‘선언문’ 수준의 정치적 합의문을 이끌어 내는 한편 향후 협상시한과 방향에 대한 결정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핵심은 비켜가는 미국과 중국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두 나라인 미국과 중국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일 코펜하겐에 잠시 들러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17%의 감축 목표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90년에 비해서는 3% 감축하는 수준이어서 교토의정서에서 당초 미국에 요구됐던 감축 수준보다도 낮다. 오바마 대통령이 코펜하겐 방문 계획을 밝히자 중국도 처음으로 감축 목표를 언급하며 구체적인 수치를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절대치 목표도 아니고 배출전망치(BAU) 대비도 아닌 ‘탄소집약도(국내총생산·GDP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라는 어려운 개념을 들고 나왔다.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탄소집약도를 40∼45%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탄소집약도는 GDP 대비이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경우 탄소집약도가 줄어들어도 탄소 배출량 자체는 늘어날 수 있다. 양국이 코펜하겐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 관심이 쏠려 있지만 협상이 타결될 정도의 획기적인 태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 문제는 역시 돈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으로부터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기술이전과 재정 지원을 원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온실가스를 배출해온 역사적 책임이 있다. 반면 개도국들은 현재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지만 역사적으로는 배출량이 많지 않다. 온실가스를 줄이기보다 당장 경제개발을 통해 성장을 하는 게 급하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선진국은 재산세를 낼 만큼의 부(富)를 이뤘지만 개도국들은 아직 소득세를 내는 수준”이라고 비유하고 있다. 국제회의에서 지원금액 등의 구체적인 수치가 나오면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이 일정 수준 이상의 금액을 제시하기 전에는 이번 회의에서 감축 목표와 관련된 합의가 이뤄지기는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 선진국들, 각종 ‘조건’ 떼어내나 일본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25% 감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여기엔 ‘선진국과 주요 개도국들이 동참할 경우’라는 전제조건이 달려있다. EU와 호주, 뉴질랜드도 다른 나라의 동참 등 각종 조건을 내걸고 감축목표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들의 무조건적인 감축 목표를 원하고 있다. 각국이 이번 회의에서 이런 전제조건들을 떼어낼지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 아이디어 만발 시위대 11월 스페인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회의에선 한 시민단체가 회담장을 쇠사슬로 둘러싸는 퍼포먼스를 했다. 각국 대표들이 합의하기 전에는 나오지 못하게 한 것이다. 마치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들의 회의인 ‘콘클라베’를 연상시키는 이벤트였다고 한국 협상단 관계자는 전했다. 수백 개의 탁상시계를 회담장 로비에 늘어놓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를 하거나 얼음동상을 세워놓고 녹아내리게 만드는 등 환경단체 시위대의 아이디어는 다양하다. 협상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이번 코펜하겐 회의에서도 기발한 시위 아이디어가 대거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2도냐 6도냐 방치 땐 금세기말 기온 6도 치솟아 대재앙감축해도 2도↑… “더는 타협할 때 아니다” ▼2012년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 이후의 세계 기후 질서를 결정할 코펜하겐 기후회의가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은 7∼18일을 ‘지구를 구할 2주일’이라고 부른다. 회담이 실패할 경우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폭풍 홍수 가뭄 열파 등 재앙으로 이어지고 지구 곳곳에서 대량 이주와 이로 인한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회담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큰 변화가 예상되기는 마찬가지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경제 구조를 친환경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코펜하겐 회담의 절박성은 ‘2도냐 6도냐의 선택’이란 말로 흔히 설명된다. 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지고 약속대로 실천한다 해도 금세기 말 지구의 기온은 지금보다 약 2도 올라가게 돼 있다. 코펜하겐 회담은 지금 이대로 둘 경우 6도까지 기온이 올라가 지구가 대재앙에 직면하게 되는 상황을 막자는 것이다. 많은 과학자가 2012년을 1년 남짓 남기고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는 더는 타협이 있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저명한 기후학자이며 미국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연구소장인 제임스 한센 박사는 2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온난화는 링컨이 직면했던 노예제도 문제나 윈스턴 처칠이 직면했던 나치즘의 문제와 유사한 것”이라며 “타협점을 찾아 노예제도를 50%, 혹은 40% 줄이자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세계 각국의 협상가들이 주최 측인 덴마크가 작성한 초안을 바탕으로 회의에 회의를 거듭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날은 16일이다. 이날 새로운 기후 질서의 윤곽이 드러난다. 이 초안을 놓고 92개국 정상들이 17, 18일 결론을 낼 예정이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한국=자율감축 선도국’ 이미지 공세감축 의무 없는 개도국 지위 유지전략2005년 한국 배출량 세계 16위EU “선진국 포함시켜야” 주장 ▼미국 중국보다는 덜하지만 한국도 이번 코펜하겐 회의에서 국제적 관심을 받고 있다. 경제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개발도상국’에 포함됐지만 개도국 중 처음으로 온실가스 자율감축 목표를 세운 나라라는 점에서 찬사를 듣고 있다. 교토의정서는 세계 각국이 자발적으로 선진국과 개도국 2개 범주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선진국은 온실가스 감축의무국(Annex I)이고 개도국은 온실가스 감축의무국이 아니다(Non-Annex I). 한국은 스스로를 개도국으로 분류했다. 따라서 최소한 교토의정서가 끝날 때까진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없다. 그러나 유럽을 중심으로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해 의무감축국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돼 있고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이라는 점 때문이다. 한국이 뿜어내는 온실가스 배출량도 이런 수준에 근접해 있다. 2005년 한 해 동안 배출량이 5억9400만 t으로 세계 16위를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달 개도국 가운데 처음으로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추정 배출량(BAU)의 30%까지 줄이겠다”고 수치를 제시하며 자율감축 의지를 세계에 발표했다. 국내 경제단체들은 “달성하기 부담스러운 수치”라고 반발했지만 그 덕분에 한국은 의무감축국 포함 논란에서 한 발짝 멀어졌다. 특히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주요 개도국이 자율감축 목표를 잇달아 발표하면서 “한국이 개도국의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는 호평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번 코펜하겐 회의에서 ‘한국=온실가스 자율감축에 앞장서는 개도국’이라는 인식을 굳힌다는 방침이다. 개도국 지위는 유지하되 ‘자율감축’에 방점을 찍어 선진국에 맞먹는 의무를 다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회의장에서 ‘개도국 감축행동 등록부’ 마련도 제안할 예정이다. 개도국이 감축한 온실가스 양을 이곳에 공개할 경우 국제사회가 공식적으로 감축량을 인정하고 이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자는 아이디어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0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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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치스크린 누르면 웰컴 대신 “안녕하세요”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이 1일(현지 시간)부터 한국어 작품안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로써 영국 대영박물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러시아 에르미타시 박물관 등 세계 3대 박물관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멀티미디어 기기를 이용한 한국어 작품안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서비스는 모두 대한항공이 각 박물관과 계약을 체결하고 후원하는 것이다. 이날 오전 8시 반 대한항공은 대영박물관 인라이튼먼트 갤러리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닐 맥그리거 대영박물관장, 한승수 전 국무총리, 유의상 주영 한국대사관 공사, 원용기 주영 한국문화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어 작품안내 서비스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식과 시연행사를 열었다. 맥그리거 관장은 “세계 모든 문명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이곳에 한국어로 한국인 관람객들에게 주요 작품을 설명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조 회장도 “대영박물관의 유물은 한 국가, 한 인종만이 독점할 수 없다”며 “이번 서비스를 계기로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유물을 한국의 문화예술 애호가도 골고루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비스의 첫 관람객이 된 김준성 씨(39·관광객)는 “대영박물관에서 첨단 디지털 기기를 통해 한국어 작품안내를 받게 돼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어 작품설명은 ‘로제타스톤’ ‘람세스 2세 두상’ ‘파르테논신전’ ‘길가메시 신화 점토’ 등 대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주요 작품 220여 점에 대해 이뤄지며 다른 9개 언어로 제공되는 작품안내 서비스와 내용 등이 동일하다. 특히 한국어 오디오가이드는 첨단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설명을 듣고 싶은 작품이미지를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대한항공은 2008년 2월 루브르박물관을 시작으로 올해 6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시박물관에 이어 이번에 대영박물관에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동아시아 언어 중에 세계 3대 박물관에서 모두 자국어 안내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은 한국어가 유일하다. 루브르박물관에는 중국어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고 에르미타시박물관에는 일본어와 중국어 서비스가 없다. 런던=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200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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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송평인]“삼성-LG는 알지만 한국은…”

    프랑스 파리7대학은 한국학 중국학 일본학 등 동아시아 학과가 많기로 유명하다. 이 밖에 동아시아를 가르치는 프랑스 내 또 다른 중요한 학교로는 동양어학교(INALCO)가 있다. 그러나 이 학교에는 중국학과 일본학과만 있지 한국학과가 없다. 따라서 프랑스에서 한국학은 파리7대학이 근거지와 같은 곳이다. 파리7대학의 올 한국학과 신입생을 상대로 한 앙케트 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한국어를 공부한다고 하면 친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에블린 에야모라는 학생은 “깜짝 놀랄 것이다. 평소 생각지도 않았던 나라에 내가 왜 관심을 갖는지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발레리 로지에라는 학생은 “친구들은 한국어는 중요한 언어가 아니며 차라리 중국어를 공부하라고 충고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학생 대부분이 비슷한 응답을 했다. 그럼에도 올해 이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은 지난해 54명에서 70명으로 크게 늘었다. 물론 이 수는 일본학과 174명, 중국학과 99명에 비하면 적은 것이다. 게다가 동양어학교 중국학과와 일본학과에 훨씬 더 많은 학생이 입학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세 나라를 나란히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프랑스에서 여전히 압도적으로 중요한 동아시아어는 일본어와 중국어다. 그렇다고 해도 이 대학 한국학과 신입생이 2001년 7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10배로 늘어난 70명은 놀라운 것이다. 이들 학생 중 상당수가 한국학을 택한 이유에 대해 “한국 기업에서 한국어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이들은 주변의 불안해하는 시선에도 한국어를 선택하면 취업의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삼성 등 한국 기업의 약진은 눈부시다. 프랑스 경제일간지 ‘레제코’는 9일자에서 삼성 휴대전화가 프랑스 시장의 40%를 점유해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세계시장 점유율 38%를 차지하고 있는 노키아가 프랑스 시장에서는 삼성에 발목이 잡혀 그 절반 수준인 20%에 묶여 있는 현상을 ‘미스터리’라고까지 보도했다. 여기에 3위는 LG가 차지하고 있다. 삼성과 LG를 합칠 경우 점유율은 절반을 훌쩍 넘어선다. TV는 말할 것도 없다. 액정표시장치(LCD),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등 전 분야에서 삼성 TV는 프랑스 1위다. LG는 PDP 분야에서 프랑스 3위다. 이제 프랑스에서 삼성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프랑스인은 삼성이 한국 기업인지 잘 모른다. 어렴풋이 일본이나 중국 기업쯤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한국학과를 지원할 정도의 학생들은 삼성 LG 기아 현대가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주변 사람들의 불안해하는 시선을 받고 있고, 그 주변 사람들이란 자기가 쓰는 삼성 휴대전화가 한국 것인지를 모르는 사람들인 것도 사실이다.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기업이 어느 나라 기업임을 스스로 광고하고 다니는 일은 없다. 노키아가 핀란드 기업이지만 굳이 핀란드 기업임을 선전할 필요는 없었다. 노키아는 오히려 그 이름 때문에 일본 기업처럼 보여 잘나가기도 했던 기업이다. 그러나 노키아가 핀란드 기업임이 알려지면서 핀란드의 이미지가 크게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프랑스에서 한국 기업의 약진을 어떻게 한국의 이미지와 더 잘 연결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송평인 파리 특파원 pisong@donga.com}

    • 200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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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일환 대사 佛국가공로훈장

    조일환 주프랑스 한국대사(사진)가 최근 프랑스 정부로부터 국가공로 훈장인 그랑 오피시에를 받았다고 대사관이 21일 밝혔다. 그랑 오피시에는 프랑스 정부의 1등급 국가 훈장으로 1963년 샤를 드골 당시 대통령에 의해 처음 제정된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퇴임을 앞둔 조 대사가 주프랑스 대사로 재직하면서 한국과 프랑스 양국 간 우호관계 확대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무대에서의 협력관계 강화에도 이바지한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고 훈장 수여 이유를 밝혔다.}

    • 200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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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 톱 모델 김다울 씨 숨진채 발견

    톱 모델로 활동해 온 김다울 씨(20)가 19일 프랑스 파리 10구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프랑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김 씨가 숨져 있는 것을 친구가 발견해 신고한 것으로 봐서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유서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김 씨의 소속사인 ‘에스팀’의 직원들과 동료 모델들은 20일 “자살 사실을 믿을 수 없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김소연 에스팀 대표는 직원 몇 명과 함께 급히 파리로 떠났다. 에스팀 관계자는 “다울이가 파리 컬렉션이 있던 최근까지 파리에 상주하며 잡지 촬영 등 모델 일을 해왔고 다음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평소 동료 모델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었다”고 말했다.김 씨의 사망 소식은 뉴욕매거진닷컴이 19일(현지 시간)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김 씨의 현지 에이전시인 넥스트는 성명을 통해 “그녀는 최고의 모델이었고 좋은 친구였다”며 “슬픈 시간에 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해 달라”고 밝혔다.1989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 씨는 8세 때 싱가포르로 이민을 갔으며 13세 때 싱가포르 로레알 화장품 광고에 등장하며 모델로 정식 데뷔했다. ‘개성파’ 모델 이미지가 강했고, 영어 실력이 좋아 소속사에선 어릴 때부터 김 씨를 해외 무대로 내보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2006년 파리 컬렉션을 시작으로 샤넬, DKNY 등 유명 브랜드의 패션쇼 무대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4월 세계 패션모델 랭킹을 소개하는 ‘모델스닷컴’ 사이트 내 ‘세계 여성 모델 톱 50’ 순위에 한국 여성 모델로서는 혜박 이후 두 번째로 올랐으며, 지난해에는 미국의 유명 잡지인 ‘뉴욕 매거진’에서 선정한 ‘주목해야 할 모델 톱 10’에 들기도 했다.김 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뉴욕 매거진 사이트는 이를 톱뉴스로 보도했다. 국내에선 케이블TV 채널들이 그의 생전 활동을 소개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급히 편성하는 등 추모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200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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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롬파위, 벨기에 언어갈등 해결한 ‘조용한 리더’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 선출된 헤르만 판롬파위 벨기에 총리(62)는 조용한 리더로 불린다. 지난해 12월 플레미시(네덜란드어권)와 왈롱(프랑스어권) 간 갈등이 극심한 상황에서 총리가 된 이후 더는 벨기에가 둘로 쪼개질 것 같은 갈등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플레미시에 속하면서도 프랑스어를 할 줄 알고 영어에도 능숙한 그는 언어적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갈등을 풀어가는 솜씨를 갖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판롬파위 의장은 1947년 브뤼셀 교외 에테르베크에서 태어났다. 브뤼셀에서 교육을 받고 성장했으며 대학에서 철학과 경제학을 공부했다. 가톨릭 신자로 EU의 첫 퍼스트레이디가 될 부인 헤이르트라위 씨와의 사이에 네 자녀를 두고 있다. 여러 권의 책을 썼으며 시에 관심이 많다. 일본 전통 시 하이쿠를 짓기도 한다. 1988∼1993년 기독민주당의 당수를 지냈고 플레미시와 왈롱 간 대립이 격화된 2007년 하원의장을 지냈다. 한편 EU의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로 지명된 캐서린 애슈턴 통상담당 집행위원(53)은 지난해 피터 맨덜슨 집행위원이 영국 통상산업장관 직을 맡기 위해 EU를 갑자기 떠나면서 빈자리를 맡았고 이후 1년 만에 EU 외교총책의 자리까지 오른 ‘신데렐라’ 같은 인물이다. 그는 런던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경제 전문가이지만 1999년 업홀랜드의 애슈턴 남작부인이라는 일대(一代) 귀족 작위를 받아 영국 상원의원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시민단체나 보건기구에서 일한 경력이 전부. 2001년부터 교육기술부 등 부처에서 차관보 혹은 차관을 지낸 후 2007년 고든 브라운 총리에 의해 상원의 노동당 지도자로 지명됐다. 유럽의회 의원 중 일부는 특히 그의 국제경험 부족을 걱정한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아주 능력 있는 인물”로 평가했다.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파트너로 활동했다.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200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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