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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고도(Godot)가 올까?” “글쎄, 어쨌든 기다려 보자고.” 텅 빈 무대 위, 2m 남짓한 높이의 앙상한 나무 한 그루 앞에 허름한 차림의 두 사내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서 있다. 무려 50년째다. 낮이나 밤이나 ‘고도’라는 인물을 기다린다. 두 사내는 고도가 어떤 인물인지, 어디서 언제 고도를 만날 수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저 해 질 무렵 고도와 함께 양을 키우며 산다는 한 소년의 외침만을 듣고 매번 그를 기다릴 뿐. “고도 씨가 오늘은 못 온다고 전해 달래요. 내일은 꼭 온대요.” 두 사내가 고도를 기다리다 만난 포조와 그가 온갖 심부름을 시키며 개처럼 부리는 하인 러키가 몇 가지 해프닝을 보탤 뿐, 무의미한 동작과 공허한 말들이 오간다. 그런데 묘하다. 그 공허함 속에 묘한 ‘철학’이 비집고 들어온다. “내 삶의 ‘고도’는 무엇일까….”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에 위치한 산울림소극장(총 76석). 올해로 국내 초연 45주년을 맞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을 보기 위해 관객 76명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고도…’가 현대 연극의 고전으로 꼽히는 작품이라 그런지 이날 객석엔 연극영화과 출신 학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 큰 노트를 펼쳐 든 채 메모하며 관람했다. 한 장면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이들에게 ‘고도…’는 문화 콘텐츠이자 반드시 공부해야 할 그 무언가로 보였다. 임영웅 “죽을 때까지 고도 공연 올릴 것” 이날 공연 전 감기에 걸려 안색이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고령의 연출가 임영웅 씨(79)가 지팡이를 짚은 채 극장에 도착했다. 1969년 초연 공연부터 45년간 뚝심 있게 ‘고도…’를 연출해 눈감고도 장면을 연출할 수 있지만, 늘 공연장을 찾아 사전 점검을 한다. 지금의 ‘고도…’가 있기까지 연출가 임영웅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그가 처음 ‘고도…’를 접한 건 1960년대 초반 신문사 문화부에서 연극 담당 기자로 일할 때였다. “해외에서 화제가 된 작품이어서 일본어판으로 처음 읽었죠. 뭔가 묘한데 강렬하고…. 희한하더라고요.” 그러다 그는 1963년 동아방송 개국 때 라디오 PD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배우 최은희를 디스크자키로 내세운 프로그램과 한국 토크쇼의 원조인 ‘유쾌한 응접실’ 등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그에게 ‘기자’나 ‘PD’의 타이틀은 잠시 추위를 피하고자 걸친 ‘외투’와 같았다. 6·25전쟁 발발 후 부산으로 피란을 갔을 때 휘문고 연극반 동창들과 연극 무대를 올렸을 정도로 연극에 열정을 갖고 있었다. “늘 마음속엔 언젠가 연극판으로 돌아가야지 하는 염원이 있었죠.” 당시 그에게 연극계는 ‘고도’와 같았다. 그런데 기회가 왔다. “한창 동아방송에서 일하고 있을 때 예그린악단 박용구 선생이 최창봉 동아방송 방송부장에게 급한 부탁을 했어요. 국내 첫 창작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를 제작하는데 연출가로 임영웅을 좀 빌려 달라고요. 근데 예그린 악단에 박 선생을 추천한 게 최 부장이었거든. 하하. 그렇게 해서 잠시 예그린 악단의 뮤지컬 작품을 연출하러 갔다가 연달아 작품을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공연계에 발을 들여놓았죠.” ‘고도…’ 초연 때부터 포조 역을 맡은 배우 김무생과 극단 산울림의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인 ‘위기의 여자’의 주인공 박정자 등 숱한 배우와의 인연도 동아방송이 출발점이 됐다. “김무생 박정자 사미자 전원주 등 숱한 배우들이 동아방송 성우 1기였어요. 내가 라디오 드라마 PD로 일하다 보니 이들과 함께한 경험이 많았죠. 연극 연출을 하게 되면서 이들 배우들과 함께 작업도 많이 했어요.” 45년간 31번째 ‘고도…’를 연출하면서 총 41명의 배우와 작업한 그는 “초연을 포함해 내리 세 번 ‘에스트라공’ 역을 맡았던 고 함현진과 역시 초연 멤버인 고 김무생이 유독 내 기억에 남는 배우”라고 말했다. “함현진은 참 출중하고 독특한 배우였어요. 대사를 까먹어도 능청스럽게 즉석에서 대사를 만들어 내 상대 연기자를 당황시켰죠. 상도 받았고요. 해외여행이 금지되던 시절, 프랑스 파리에서 사는 게 평생 소원일 정도로 감성적인 사람이었어요. 그러다 이란에서 의문사하며 우리 곁을 떠났죠.” 임 연출가에게 ‘고도’의 초연은 애틋하다. “고도가 어려운 작품이라 흥행에 성공하리라 생각 못 했죠. 근데 공연 직전 고도 작가인 사뮈엘 베케트가 노벨상을 받으면서 전회 전석 매진되는 진기록을 세웠어요. 지금껏 고도를 해오지만 그때의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죠.” 그는 배우들에게 혹독한 지시를 하는 연출가로 유명하다. 대사 한 줄을 읊는 데에도 배우들은 그에게 동작, 표정, 톤 등 3개 이상의 주문을 받는다. “내가 완벽주의자라 그래요. 나는 지금도 동작 플랜 평면도를 그려요. ‘이 대사 할 때는 발을 세 발짝 떼고 가서 말해라’와 같은 주문이죠. 등장인물은 살아있는 사람 아닌가요. 완벽하게 구현해야죠. 배우들이 처음엔 힘들어해도 나중엔 오히려 편하다고 입을 모아요.” 임 연출가는 ‘고도…’를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자 1985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자신의 집을 헐고 사재를 털어 ‘산울림 소극장’을 세웠다. 개관작은 역시나 ‘고도…’였다. 그런 임 연출가를 평생 바라보며 자란 아들은 임수현 서울여대 불문과 교수(50). 그는 초등학교 때 이 극장에서 공연한 ‘고도…’를 보고 연극에 눈을 떴다. 임 연출가는 “나는 아들에게 강요와 간섭이란 걸 해본 적이 없는 아버지”라며 “아들이 프랑스 유학을 가서 석사학위 논문과 박사학위 논문을 ‘고도…’의 작가 베케트로 써서 학위를 받았는데, 나도 놀랐다”며 웃었다. “‘고도…’는 나에게 운명 같은 작품이에요. 그래서일까요. 죽기 전까진 매년 ‘고도…’를 무대에 올릴 겁니다. 나는 아직도 고도를 기다리니까요.”한명구 “국내에서 가장 오래 고도를 기다린 사람” 국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고도를 기다려 온 배우’는 연극배우 한명구 씨(55)다. 그는 이번 초연 45주년 기념 공연에서 ‘블라디미르’ 역을 맡아 무대에 선다. 1994년 블라디미르 역으로 처음 출연한 뒤 잠시 러키 역을 맡은 1996년과 박사학위 논문을 쓰던 2006∼2007년 시즌을 제외하곤 줄곧 블라디미르로 고도를 기다려 왔다. “벌써 22년째네요. 저도 몰랐는데 총 2000여 회 가운데 이번 공연 출연 회차까지 따지면 블라디미르로만 780회, 러키로 출연한 80회까지 합치면 800회가 훌쩍 넘네요. 제 연기 인생의 3분의 1을 ‘고도’와 함께한 거죠.” 유독 ‘고도…’ 작품을 선호한 이유가 뭘까. 그는 “작품이 좋아서”라고 답하며 활짝 웃었다. “이 작품의 특징이 인간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고 철학적 사유를 많이 하게 해요.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배우가 돼야 할지 늘 되돌아보게 됩니다. 희한하게 이 작품이 올라갈 때쯤 되면 스케줄이 비어요. 궁합이 잘 맞죠.” 이번 공연에서도 그는 1994년 첫 공연 때 입은 의상을 다시 입고 나온다. 다 떨어진 허름한 양복에 발가락이 삐죽 나온 구두. 그는 “구두는 제가 직접 대패로 밀어서 구멍 뚫은 겁니다. 매번 새로 살 필요도 없고, 낡을수록 빛을 더 발해 좋아요.” 오랜 시간 ‘고도…’ 작품을 하다 보니 에피소드도 많다. “2002년 공연 때는 너무 힘들더라고요. 두 달 사이에 몸무게가 10kg이나 빠졌죠, 소화가 늘 안 돼 애꿎은 소화제만 먹으며 79회 공연을 했죠. 이후 병원에 간 뒤에야 담석증 때문인 걸 알았을 정도로 둔했던 거죠. 하하.” ‘고도…’를 통해 몸은 망가졌어도 지식의 폭은 넓어졌다. ‘고도…’에선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고도를 기다리는 지루함을 잊고자 여러 가지 놀이를 하는데 그는 이 놀이의 특성을 주제로 석사학위 논문을 썼다. 현재 극동대 연극학과 교수로 재임 중인 그에게 고도가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동환 “25년 만에 마주한 고도” 이번 공연에서 한명구와 같은 역에 캐스팅된 배우 정동환 씨(66)는 25년 만에 다시 ‘고도…’와 마주한다. 1990년 정기공연에 참여한 그는 그해 10월 작가 베케트의 고향 아일랜드 더블린의 연극 페스티벌에서도 같은 역을 맡았다. “당시 1막이 시작됐는데 객석의 노신사들이 하나같이 ‘고도…’의 대본을 펴 놓고 연극을 관람하고 있어 흠칫했어요. 다 ‘고도…’ 전문가들처럼 보이니 머리털이 쭈뼛 서더라고요. 정말 넥타이에서 땀이 흐를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다음 날 대사관에서 연락이 왔죠. 빨리 신문을 사서 보라고요.” 가판대에서 신문을 본 그는 깜짝 놀랐다. “얼마나 많은 매체에서 저희 공연 사진을 지면에 실었는지 몰라요. 특히 아일리시타임스는 1면에 공연 사진을 넣어 톱기사로 처리했죠. ‘동양에서 온 고도를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제목과 함께요. 그때의 그 벅찬 감동은 잊을 수가 없어요.” 연기 경력 47년 차인 그는 요즘 신인의 자세로 ‘고도…’ 무대에 오르고 있다. 개막 전 연습량도 다른 배우들의 2배 이상이었다. “함께 무대에 오르는 후배들은 100번 이상 ‘고도…’에 출연한 게 기본이에요. 전 25년 전에 한 번 하고 안 했기 때문에 신인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죠. 조바심도 나지만 작품의 매력에 빠져 요즘 행복합니다.” 그가 이번 ‘고도…’ 공연을 위해 여러 작품 제안을 거절했고, 대학 강단에 서던 일도 잠시 내려놓았다. “이 작품에 배우로서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합니다.” 연극 ‘고도…’는 5월 17일까지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산울림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3만∼4만 원. 02-334-5915▼1969년 이후 2000회 넘게 공연… 관객 50만여 명▼‘고도를 기다리며’의 기록들 극단 산울림이 45년간 공연한 ‘고도를 기다리며’는 오랜 시간만큼 많은 기록을 지닌 작품이다. ‘고도…’는 이번 45주년 공연까지 2000여 회 공연됐다. 관객도 50만 명에 이른다. 1989년에는 한국 극단 최초로 프랑스 아비뇽 국제연극제에 참가했으며 1986년 동아연극상 연출상 등 45년간 총 15개의 상을 받았다. 이번 공연까지 ‘고도…’를 거쳐 간 배우는 모두 41명이다. 블라디미르 9명, 에스트라공 6명, 포조 8명, 러키 7명, 소년 16명 등 모두 46명이지만 송영창 전국환 한명구 전내진 이호성 씨가 각각 2개의 배역을 맡았다. 이 중 1994∼2015년 정기공연에 모두 참여한 한명구 씨가 최다 출연 배우다. 1990년부터 2005년, 2015년 아홉 시즌 동안 러키 역을 도맡은 배우 정재진 씨와 2005년부터 9년간 450회 출연한 박상종 씨도 일명 ‘고도 전문’ 배우들이다. 그동안 배우 네 명이 별세했는데 1969년 초연의 출연진인 함현진(에스트라공) 김무생(포조) 이재인 씨(소년)가 포함돼 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경기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에 구자흥 명동예술극장장(69·사진)이 18일 내정됐다. 취임식은 27일 안양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임기는 3년.}

40년째 한자리를 지켜온 국내 최초의 민간 소극장인 ‘삼일로창고극장’이 문을 닫는다. 정대경 삼일로창고극장 대표(56)는 17일 “한국 연극사에 큰 의미가 있는 극장이기에 어떻게든 지켜보려고 했으나 더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수익 창출이 어려운 구조라 힘든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내년 건물주가 이 건물을 개축하겠다고 해 공사 직전까지만 극장을 운영하고 이후 폐관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1970년대 중반 소극장 운동을 이끌었던 또 하나의 대표 공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당시 소극장 연극의 중심이 된 민간 소극장인 공간사랑, 민예소극장, 실험극장소극장, 엘칸토소극장, 중앙소극장 등은 이미 폐관됐다. 서울 중구 삼일대로 9길, 옛 삼일고가도로 남단 주택지대 한쪽 끝에 위치한 삼일로창고극장은 1975년 개관했다. 165.3m²(약 50평) 남짓한 100석 규모의 이 극장은 1976년 고 추송웅이 모노드라마 ‘빠알간 피터의 고백’을 초연한 곳이다. 이 모노드라마는 32일 만에 1만3000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기록을 남기며 연극계 1인극 열풍을 불러왔다. ‘티타임의 정사’ ‘유리동물원’ 등 지금까지도 꾸준히 공연되고 있는 작품도 모두 삼일로창고극장 무대에서 초연됐다. 삼일로창고극장은 당시로선 파격적인 연중 무휴 공연과 제작 PD시스템을 도입해 많은 연출가를 길러냈다. 고 이원경을 비롯해 강영걸 오태석 등의 연출가와 박정자 전무송 윤여정 유인촌 윤석화 등 많은 배우들이 삼일로창고극장 무대에서 데뷔하거나 활동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후 여러 차례 폐관 위기를 겪었다. 2011년 태광그룹 후원으로 명맥을 이어갔지만 2013년 10월 지원이 끊긴 뒤 한 달에 330만 원인 임차료도 1년 넘게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소극장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 대표는 “유서 깊은 극장을 지키고 싶어 사재까지 털어 넣는 등 노력을 했지만 작년에 9편의 작품을 올리고 빚을 1억8000만 원이나 졌다”며 “훗날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다른 지역으로 옮겨서라도 창고극장 이름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경숙 아버지. 우데 그리 갑니까.” “아부지, 우리도 델고 가면 안 됩니까.” 5년 만에 돌아온 연극 ‘경숙이, 경숙 아버지’는 6·25전쟁이 일어나자 가족을 버리고 혼자 피란길을 떠나는 경숙 아버지와 남겨진 경숙이 가족을 그린 작품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경숙 아버지는 여느 아버지들과는 사뭇 다르다. 가장이란 이름에 짓눌린 무게감, 가족에게 헌신하는 책임감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전쟁이 일어났는데도 집이 전 재산이란 이유로 아내와 어린 딸에게 집을 지키라 하고, 자신만 혼자 피란길을 나서는 ‘철없는 아버지’다. 헌데 희한하게 밉지 않고, 뭔가 짠하다. 경숙 아버지의 비상식적인 ‘기행’에는 근현대사의 아픔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힘은 극단 ‘골목길’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다. 경숙이 역의 주인영과 경숙 아버지 역의 김영필, 경숙 어머니 역의 고수희 권지숙, 불륜녀 자야 역의 황영희 강말금, 꺽꺽이 삼촌 역의 김상규 등 한 명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모든 배우들의 연기 내공이 상당하다. 굳이 베스트를 꼽자면 경숙 아버지 역의 김영필, 경숙이 역의 주인영이다. ‘버릴 게 없는 연기’가 무엇인지 두 배우는 공연 내내 몸짓, 목소리, 표정으로 말한다. 2006년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4개 부문(작품상, 희곡상, 연기상, 신인연기상),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올해의 예술상 등을 휩쓴 저력이 재공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다음 달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12길 수현재씨어터. 2만5000∼4만 원. 02-766-6506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주연이야, 조연이야?” 배우라면 누구나 주연을 꿈꾸지만 최근 뮤지컬 업계에서 명품 연기로 주연 못잖은 존재감을 보인 조연 배우들이 적지 않다. 명품 조연 3명에게 ‘주연 같은 조연’의 얘기를 들어봤다. 뮤지컬 ‘드림걸즈’의 주인공은 ‘더 드림스’의 전현직 멤버 에피 화이트, 디나 존스. 하지만 관객 반응을 쉼 없이 이끌어 내는 인물은 따로 있다. 한때 잘나가다 망가진 가수 ‘지미’ 역의 최민철이 주인공급 조연이다. 허세 가득한 표정과 100숟갈의 버터를 단숨에 삼킨 듯한 느끼한 목소리가 일품이다. 최민철은 16일 “이 바닥에선 지미처럼 잘나갔지만 망가진 사람들이 많다”며 “배우라면 지미라는 캐릭터에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작품에선 황후 암살범이나 중세시대 인물을 연기했죠. 우리가 실제로 만날 수 없는 캐릭터예요. 하지만 지미는 늘 우리 곁에 있는 듯한 사람이죠. 그래서인지, 연기할 때 더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어요. 특히 주연이란 마음으로 연기하는 것도 비결이죠.” 뮤지컬 ‘로빈훗’에서 최고의 존재감을 뽑으라면 단연 존 왕 역의 배우 서영주다.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인절미처럼 차진 대사 처리가 돋보인다는 평. 위엄 있는 왕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고, 나약하고 떼만 쓰는 존의 내면을 실감나게 드러냈다. 자신의 형을 몰아낸 반역자에게 아첨해 ‘허수아비’ 왕이 된 그가 늘 노심초사하는 모습은 얄밉다기보단 안타까울 정도다. 서영주는 “처음에 대본을 받고 존의 대사가 너무 가벼워 관객들이 ‘또라이’라고 느끼면 어쩌나 고민이 컸다”며 웃었다. 존 왕의 캐릭터를 확실히 잡은 계기는 ‘땅콩회항’ 사건. “왕용범 연출이 존 왕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닮은꼴이라고 하더군요. 갑이 별생각 없이 한 행동이 을에게 큰 상처를 줬다고요. 덕분에 캐릭터 분석이 쉬워져 맘 편히 연기할 수 있었죠.” 최근 막을 내린 뮤지컬 ‘라카지’는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에서 동성애 나이트클럽 ‘라카지오폴’을 운영하는 중년 남자 동성애 커플 조지와 앨빈이 주연인 뮤지컬이다. 앨빈의 하녀 인 자코브 역의 김호영의 연기가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두루 얻었다. 특히 장면 전환 때마다 출연해 관객의 혼을 빼놓을 정도로 수다스럽고 주책 맞은 연기를 능청스럽게 해냈다. 김호영은 직접 자코브의 대사를 쓰고 각색도 했다. 그는 자코브 역을 제안받기 전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에서 주연을 맡고 있었다. “다들 주연급이 왜 조연을 하냐며 말렸지요. 대본을 읽었는데 자코브의 대사가 입에 착착 감기더라고요. 비중이 작으면 어때요. 내가 하고 싶은 역할인데.”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경숙 아버지. 우데 그리 갑니까.” “아부지, 우리도 델고 가면 안됩니까” 5년 만에 돌아온 연극 ‘경숙이, 경숙 아버지’는 6·25전쟁이 일어나자 가족을 버리고 혼자 피난길을 떠나는 경숙 아버지와 남겨진 경숙이 가족을 그린 작품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경숙 아버지는 여느 아버지들과는 사뭇 다르다. 가장이란 이름에 짓눌린 무게감, 가족에게 헌신하는 책임감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전쟁이 일어났는데도 피난은커녕 집이 전 재산이란 이유로 아내와 어린 딸에게 집을 지키라 하고, 자신만 혼자 피난길을 나서는 ‘철없는 아버지’다. 헌데 희한하게 밉지 않고, 뭔가 짠하다. 경숙 아버지의 비상식적인 ‘기행’에는 근현대사의 아픔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힘은 극단 ‘골목길’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다. 경숙이 역의 주인영과 경숙 아버지 역의 김영필, 경숙 어머니 역의 고수희·권지숙, 불륜녀 자야 역의 황영희·강말금, 꺾꺽이 삼촌 역의 김상규 등 한명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모든 배우들의 연기 내공이 상당하다. 굳이 베스트를 꼽자면 경숙 아베 역의 김영필, 경숙이 역의 주인영이다. ‘버릴 게 없는 연기’가 무엇인지 두 배우는 공연 내내 몸짓, 목소리, 표정으로 말한다. 2006년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4개 부문(작품상, 희곡상, 연기상, 신인연기상), 한국연극평론가협회선정 올해의 연극, 올해의 예술상 등을 휩쓴 저력이 재공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다음달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12길 수현재씨어터. 2만 5000~4만 원, 02-766-6506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주연이야, 조연이야?” 배우라면 누구나 주연을 꿈꾸지만 최근 뮤지컬 업계에서 명품 연기로 주연 못잖은 존재감을 보인 조연 배우들이 적지 않다. 명품 조연 3명에게 ‘주연 같은 조연’의 얘기를 들어봤다. 뮤지컬 ‘드림걸즈’의 주인공은 ‘더 드림즈’의 전·현직 멤버 에피 화이트, 디나 존스. 하지만 관객 반응을 쉼없이 이끌어 내는 인물은 따로 있다. 한 때 잘나가다 망가진 가수 ‘지미’ 역의 최민철이 주인공급 조연이다. 허세 가득한 표정과 100숟갈의 버터를 단숨에 들이켠 듯한 느끼한 목소리가 일품이다. 최민철은 16일 “이 바닥에선 지미처럼 잘나갔지만 망가진 사람들이 많다”며 “배우라면 지미라는 캐릭터에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작품에선 황후 암살범이나 중세시대 인물을 연기했죠. 우리가 실제로 만날 수 없는 캐릭터예요. 하지만 지미는 늘 우리 곁에 있는 듯한 사람이죠. 그래서인지, 연기할 때 더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어요. 특히 주연이란 마음으로 연기하는 것도 비결이죠.” 뮤지컬 ‘로빈훗’에서 최고의 존재감을 뽑으라면 단연 존 왕 역의 배우 서영주다.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인절미처럼 찰진 대사 처리가 돋보인다는 평. 위엄 있는 왕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고, 나약하고 떼만 쓰는 존의 내면을 실감나게 드러냈다. 자신의 형을 몰아낸 반역자에게 아첨해 ‘허수아비’ 왕이 된 그가 늘 노심초사하는 모습은 얄밉다기보단 안타까울 정도다. 서영주는 “처음에 대본을 받고 존의 대사가 너무 가벼워 관객들이 ‘또라이’라고 느끼면 어쩌나 고민이 컸다”며 웃었다. 존 왕의 캐릭터를 확실히 잡은 계기는 ‘땅콩회항’ 사건. “왕용범 연출이 존 왕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닮은꼴이라고 하더군요. 갑이 별 생각 없이 한 행동이 을에게 큰 상처를 줬다고요. 덕분에 캐릭터 분석이 쉬워져 맘 편히 연기할 수 있었죠.” 최근 막을 내린 뮤지컬 ‘라카지’는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에서 동성애 나이트클럽 ‘라카지오폴’을 운영하는 중년 남자 동성애 커플 조지와 앨빈이 주연인 뮤지컬이다. 앨빈의 하녀 인 자코브 역의 김호영의 연기가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두루 얻었다. 특히 장면 전환 때마다 출연해 관객의 혼을 빼놓을 정도로 수다스럽고 주책 맞은 연기를 능청스럽게 해냈다. 김호영은 직접 자코브의 대사를 쓰고 각색도 했다. 그는 자코브 역을 제안받기 전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에서 주연을 맡고 있었다. “다들 주연급이 왜 조연을 하냐며 말렸지요. 대본을 읽었는데 자코브의 대사가 입에 착착 감기더라고요. 비중이 작으면 어때요. 내가 하고 싶은 역할인데.”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국립창극단이 또 한 번 파격 변신을 꾀한다. 국립창극단은 지난해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통해 창단 52년 만에 처음으로 ‘19금 창극’과 ‘한 달 장기 공연’을 시도해 성공을 거뒀다. 올해는 첫 작품으로 서양 희곡을 선택했다. 서사극의 아버지라 불리는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 ‘코카서스의 백묵원’에 한국의 판소리를 입혀 ‘동서양의 문화 융합’을 만든다. ‘코카서스…’의 연출은 2008년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으로 한국 연극계에서 화제를 모은 재일교포 3세 연출가 정의신(58)이 맡았다. 6일 국립극장에서 만난 그는 “연극과 오페라는 연출해 봤지만, 창극은 첫 도전”이라며 “한국인의 한과 슬픔이 농축된 판소리를 좋아해 온 터라 창극 연출만큼은 오랫동안 욕심을 내왔다. 내게 내재된 한국인 유전자(DNA)가 이 작품에서 활약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가 정통 가무극인 ‘창극’에 서양 희곡을 끌어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정 감독은 “독일 작가의 희곡이 한국 전통 판소리와 만났을 때 어떤 효과가 날지 실험하고 싶었다”며 “‘코카서스…’는 중국 원나라의 고전 ‘석필이야기’를 번안한 작품이기 때문에 한국 정서에도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카서스…’는 쉽게 말해 ‘낳은 정’ vs ‘기른 정’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영주 부인 나텔라는 전쟁 통에 아들을 버리고 도망쳤지만, 아들이 유산을 받게 되자 다시 그를 찾으려 한다. 반면 하녀 그루셰는 버려진 아들을 거둬 제 자식처럼 키웠다. 이 두 여인 간의 양육권 재판 과정이 극의 중심 내용이다. “생모와 양모가 가슴 절절한 판소리로 벌이는 대결을 통해 관객은 전쟁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진정한 모성애를 고민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정 감독은 원작의 결말을 살짝 비틀었다고 했다. 재판관이 나텔라와 그루셰에게 원 안에 서 있는 아이의 양손을 각각 잡아당기게 한다. 재판관은 순간 아이의 손을 놓아버린 그루셰에게 양육권을 부여한다. 솔로몬과 같은 판결이지만 창극 ‘코카서스…’에선 재판 이후 또다시 폭격과 총성이 울려 퍼진다. 각색된 결말에 대한 힌트를 달라 하자 그는 미안한 듯 웃으며 “이전 작품에서도 전쟁에서 비롯된 인간의 불안을 때론 슬프게, 때론 휴머니즘으로 그렸다”며 “희극과 비극은 종이 한 장 차이여서 관객 입장에선 비극일 수도, 희극일 수도 있는 열린 결말”이라고 말했다. 정의신은 이번 창극의 무대 설치와 캐스팅도 파격적으로 선택했다. 그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객석 1500석을 비워두고 그 대신 무대 위에 600개의 객석과 세트를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객석을 아예 비우는 이유는 뭘까. “관객과 배우, 무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예요. 관객들이 배우들의 생생한 움직임을 더 바라봐 줬으면 좋겠거든요.” 주역은 창극단의 인턴 단원들의 몫으로 넘어갔다. 하녀 그루셰 역은 창극단에 들어온 지 8개월 된 인턴 단원 조유아(28)가 맡게 됐다. 정 감독은 “오디션을 볼 때 과거 경력은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 이 작품의 역할에 가장 잘 맞는 배우들을 선택하는 거죠. 조유아 씨는 그야말로 하녀 그루셰와 같은 시골 소녀의 이미지가 있었어요.” ‘코카서스…’의 판소리는 김성국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가 새로 만들었다. 21∼2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 2만∼7만 원, 02-2280-4114∼6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국립창극단이 또 한번 파격 변신을 꾀한다. 국립창극단은 지난해 ‘변강쇠 점찍고 옹녀’를 통해 창단 52년 만에 처음으로 ‘19금 창극’과 ‘한달 장기 공연’을 시도해 성공을 거뒀다. 올해는 첫 작품으로 서양 희곡을 선택했다. 서사극의 아버지라 불리는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 ‘코카서스의 백묵원’에 한국의 판소리를 입혀 ‘동·서양의 문화 융합’을 만든다. ‘코카서스…’의 연출은 2008년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으로 한국 연극계에서 화제를 모은 재일교포 3세 연출가 정의신(58)이 맡았다. 6일 국립극장에서 만난 그는 “연극과 오페라는 연출해봤지만, 창극은 첫 도전”이라며 “한국인의 한과 슬픔이 농축된 판소리를 좋아해온 터라 창극 연출만큼은 오랫동안 욕심을 내왔다. 내게 내재된 한국인 유전자(DNA)가 이 작품에서 활약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가 정통 가무극인 ‘창극’에 서양 희곡을 끌어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정 감독은 “독일 작가의 희곡이 한국 전통 판소리와 만났을 때 어떤 효과가 날지 실험하고 싶었다”며 “‘코카서스…’는 중국 원나라의 고전 ‘석필이야기’를 번안한 작품이기 때문에 한국 정서에도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카서스…’는 쉽게 말해 ‘낳은 정’ VS ‘기른 정’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영주 부인 나텔라는 전쟁 통에 아들을 버리고 도망쳤지만, 아들이 유산을 받게 되자 다시 그를 찾으려는 한다. 반면 하녀 그루셰는 버려진 아들을 거둬 제 자식처럼 키웠다. 이 두 여인 간의 양육권 재판 과정이 극의 중심 내용이다. “생모와 양모가 가슴 절절한 판소리로 벌이는 대결을 통해 관객은 전쟁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진정한 모성애를 고민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정 감독은 원작의 결말을 살짝 비틀었다고 했다. 재판관이 나텔라와 그루셰에게 원 안에 서 있는 아이의 양손을 각각 잡아당기게 한다. 재판관은 순간 아이의 손을 놓아버린 그루셰에게 양육권을 부여한다. 솔로몬과 같은 판결이지만 창극 ‘코카서스…’에선 재판 이후 또다시 폭격과 총성이 울려 퍼진다. 각색된 결말에 대한 힌트를 달라 하자 그는 미안한 듯 웃으며 “이전 작품에서도 전쟁에서 비롯된 인간의 불안을 때론 슬프게, 때론 휴머니즘으로 그렸다”며 “희극과 비극은 종이 한 장 차이여서 관객 입장에선 비극일 수도, 희극일 수도 있는 열린 결말”이라고 말했다. 정의신은 이번 창극의 무대 설치와 캐스팅도 파격적으로 선택했다. 그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객석 1500석을 비워두고 대신 무대 위에 600개의 객석과 세트를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객석을 아예 비우는 이유는 뭘까. “관객과 배우, 무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예요. 관객들이 배우들의 생생한 움직임을 더 바라봐줬으면 좋겠거든요.” 주역은 창극단의 인턴 단원들의 몫으로 넘어갔다. 하녀 그루셰 역은 창극단에 들어온 지 8개월 된 인턴단원 조유아(28)가 맡게 됐다. 정 감독은 “오디션을 볼 때 과거 경력은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 이 작품의 역할에 가장 잘 맞는 배우들을 선택하는 거죠. 조유아 씨는 그야말로 하녀 그루셰와 같은 시골 소녀의 이미지가 있었어요.” ‘코카서스…’의 판소리는 김성국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가 새로 만들었다. 21~2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 2만~7만 원, 02-2280-4114~6.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씨. 귀를 여시고, 있는 소리 없는 소리 잘 담아가셨나요?^^ 지킬 10주년은 제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공연입니다. 대극장은 처음이라고 하셨는데 만족할 만한 공연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중략) 류 지킬 드림.’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지킬 역의 배우 류정한이 팬에게 보낸 손편지 내용이다. 이 작품의 주연 배우들은 한 주에 적어도 두 번은 손편지로 팬들과 소통한다. 요즘 공연계에서는 배우마다 형성된 팬덤(팬 집단과 그 문화)과 작품을 여러 차례 관람하는 ‘마니아 관객’ 관리를 위한 아이디어 짜내기가 한창이다.○ 온라인에서 느낄 수 없는 손편지의 묘미 ‘지킬…’의 손편지는 객석 2층 입구에 비치된 파란 우체통을 통해 시작된다. 관객들이 여기에 팬레터를 넣으면 해당 배우나 스태프에게 전달된다. 제작사인 블루스퀘어 관계자는 “매 공연마다 적게는 50통, 많게는 100여 통의 팬레터가 쏟아진다”며 “배우들이 팬들의 편지를 읽고 나서 몇 명을 선정한 뒤 직접 손으로 답장을 쓴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일주일에 평균 6∼10통의 답장을 쓴다. 이 중 일부는 사본을 만들어 공연장 내 게시판에 전시하고 있다. 손편지 쓰기에는 조승우 류정한 등 평소 언론 노출이 많지 않은 톱스타들도 기꺼이 동참한다. 가장 많은 답장을 쓰는 배우 중 한 명인 루시 역의 리사는 “멀리 지방에서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이나 뮤지컬 배우 지망생 등의 편지에선 간절함이 느껴져 그런 분들 위주로 선정해 답장을 쓴다”며 “요즘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도 팬들과 소통할 수 있지만 손편지를 주고받는 묘미가 특별하다”고 했다.○ 공연 최다 관람자에게 최고 등급석 무료 제공 원스 제작사인 신시컴퍼니는 지난해 12월에 4회 이상 ‘원스’를 관람한 관객 30여 명을 초청해 ‘원스 미니 콘서트’를 1월 24일에 열었다. 1시간가량 무료로 진행된 콘서트에선 출연 배우들이 나와 원스 뮤지컬 넘버뿐 아니라 팝송, 가요도 ‘서비스’로 열창했다. 콘서트 후에는 관객과 기념사진 촬영, 간담회 등을 진행했다. 2월에는 관객들의 사연을 받은 뒤 추첨으로 3명을 선정해 관객의 회사로 직접 찾아가 공연을 벌였다. 3월 행사는 더욱 화끈하다. 2월 한 달간 원스 공연을 최다 관람한 관객을 선정해 3월 1일부터 22일까지 R석(최고등급)인 1층 B구역 1번 자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일명 ‘너의 자리(Your Seat)’로 불리는 이벤트인데 당첨자는 12만 원짜리 이 좌석을 총 26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제값을 주고 볼 경우 티켓 값만 312만 원인 셈. 지난달 이벤트 당첨 주인공은 한 달 동안 ‘원스’를 21번이나 관람한 30대 여성 관객이다. 최근 막을 내린 연극 ‘해롤드 & 모드’에서 해롤드 역의 배우 강하늘도 누적 관객 1만 명이 넘어선 것을 기념해 지난달 4일 오후 3시 공연 종료 후 관객 전원에게 사비를 들여 커피와 떡볶이, 어묵 등 간식을 직접 나눠줬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국내에서 뮤지컬 등이 여전히 고급 장르로 인식되고 있어 마치 백화점이 고객 관리하는 듯한 마케팅을 한다”며 “공연 산업이 대중화된 영국 웨스트앤드나 미국 브로드웨이에선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씨. 귀를 여시고 있는 소리, 없는 소리 잘 담아가셨나요?^^ 지킬 10주년은 제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공연입니다. 대극장은 처음이라고 하셨는데 만족할만한 공연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중략) 류 지킬 드림.”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지킬 역의 배우 류정한이 팬에게 보낸 손 편지 내용이다. 이 작품의 주연 배우들은 한 주 적어도 두 번 손 편지로 팬들과 소통한다. 요즘 공연계에서는 배우마다 형성된 팬덤(fandom·팬 집단과 그 문화)과 작품을 여러 차례 관람하는 ‘마니아 관객’ 관리를 위한 아이디어 짜내기가 한창이다. ●온라인에서 느낄 수 없는 손 편지의 묘미 ‘지킬…’의 손 편지는 객석 2층 입구에 비치된 파란 우체통을 통해 시작된다. 관객들이 여기에 팬레터를 넣으면 해당 배우나 스태프에게 전달된다. 제작사인 블루스퀘어 관계자는 “매 공연마다 적게는 50통, 많게는 100여 통의 팬레터가 쏟아진다”며 “배우들이 팬들의 편지를 읽고 나서 몇 명을 선정한 뒤 직접 손으로 답장을 쓴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일주일에 평균 6~10통의 답장을 쓴다. 이중 일부 편지들은 사본을 만들어 공연장 내 게시판에 전시 중이다. 손편지 쓰기에는 조승우 류정한 등 평소 언론 노출이 많지 않은 톱스타들도 기꺼이 동참한다. 가장 많은 답장을 쓰는 배우 중 한명인 루시 역의 리사는 “멀리 지방에서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이나 뮤지컬 배우 지망생 등의 편지에선 간절함이 느껴져 그런 분들 위주로 선정해 답장을 쓴다”며 “요즘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도 팬들과 소통할 수 있지만 손편지를 주고받는 묘미가 특별하다”고 했다.●공연 최다 관람자에게 최고 등급석 무료 제공 원스 제작사인 신시컴퍼니는 지난해 12월에 4회 이상 ‘원스’를 관람한 관객 30여명을 초청해 ‘원스 미니 콘서트’를 1월 중순에 열었다. 1시간 가량 무료로 진행된 콘서트에선 출연 배우들이 나와 원스 뮤지컬 넘버 뿐 아니라 팝송, 가요도 ‘서비스’로 열창했다. 콘서트 후에는 관객과 기념사진 촬영, 간담회 등이 진행됐다. 2월에는 관객들의 사연을 받은 뒤 추첨으로 3명을 선정, 관객의 회사로 직접 찾아가 공연을 벌였다. 3월 행사는 더욱 화끈하다. 2월 한 달간 원스 공연을 최다 관람한 관객을 선정해 3월 1일부터 22일까지 R석(최고등급)인 1층 B구역 1번 자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일명 ‘너의 자리(Your Seat)’로 불리는 이벤트인데 당첨자는 12만원짜리 이 좌석을 총 26회 무료 로 이용할 수 있다. 제값을 주고 볼 경우 티켓 값만 312만원인 셈. 지난달 이벤트 당첨 주인공은 한 달 동안 ‘원스’를 21번이나 관람한 30대 여성 관객이다. 최근 막을 내린 연극 ‘해롤드 앤 모드’에서 해롤드 역의 배우 강하늘도 누적 관객 1만 명이 넘어선 것을 기념해 지난달 4일 오후 3시 공연 종료 후 관객 전원에게 사비로 커피와 떡볶이, 어묵 등 간식을 직접 나눠줬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국내에서 뮤지컬 등이 여전히 고급 장르로 인식되고 있어 마치 백화점이 고객 관리하는 듯한 마케팅을 한다”며 “공연 산업이 대중화된 영국 웨스트앤드나 미국 브로드웨이에선 찾아 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김정은기자 kimje@donga.com}

《 여배우에게 몸무게는 예민한 부분이다. 1kg이라도 줄여서 어떻게든 무대에서 좀 더 예쁘게 보이고자 때론 굶기도 하고, 별의별 운동을 다 섭렵한다. 특히 뮤지컬 무대에서 같은 역할을 두고 다른 여배우와 더블 캐스팅 될 때엔 아닌 척하지만, 은근슬쩍 외모와 몸매 다듬기에 더 열중하는 게 사실. 연기 못지않게 보이는 부분도 중요한 것이 배우의 숙명이라면 숙명이니까. 그런 여배우들 사이에서 요즘 경쟁하듯 몸무게를 늘리고 있는 작품이 있다. 뮤지컬 ‘드림걸즈’가 바로 그것. 뮤지컬 ‘드림걸즈’에서 3인조 여자그룹 ‘더 드림즈’의 메인 보컬 에피 화이트 역을 맡은 배우 차지연(33·사진)은 최근 한 달 새 몸무게를 10kg 이상 늘렸다. 트리플 캐스팅 된 박혜나, 최현선도 만만찮게 몸무게를 늘렸다는 후문이다. 》드림걸즈 연습이 한창이던 지난달 차지연을 만났다. 그는 “몸무게를 갑자기 10kg이나 늘리다 보니 몸도 아프고 생활이 힘들어지기도 한다”며 “여자로서, 아니 여배우로서는 늘어난 무게가 자신감을 떨어뜨린다. 우울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외형상 보기에 덜 아름다울지는 몰라도 드림걸즈 무대에 섰을 때 관객들이 배우 차지연이 아닌 에피 그 자체로 받아들이실 것”이라며 웃었다. “모든 역할에 있어 외모는 관객이 눈으로 배우를 마주하는 부분이잖아요. 조금이라도 더 그 역할에 맞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2009년 초연 때도 에피 역을 맡아 15kg 이상 찌웠어요. 그땐 스물일곱 살이라 금방 다시 뺐지만, 지금은….” 차지연은 자신의 모습과 에피가 많이 닮아 더 애착이 간다고 했다. 그는 “에피는 때론 투덜거리는 말투와 커다란 체구로 인해 자기주장이 강하고 과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겁도 많고 내면의 두려움이 많은 여성”이라며 “저 또한 사람들이 강해 보인다고 많이 오해하시는데, 알고 보면 겁도 많고 자신감도 없는 편이다. 에피의 모습에서 인간 차지연의 모습을 자주 만난다”고 했다. 극 중 에피와 더 드림즈의 멤버들은 가수 지미의 백코러스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실제로 차지연 역시 뮤지컬 무대에서 주연급으로 부상하던 2011년, MBC ‘나는 가수다’에서 임재범이 ‘빈잔’을 부를 때 코러스로 무대에 등장해 대중적으로 유명해졌다. 당시 카리스마 있는 무대 모습으로 ‘여자 임재범’이란 애칭도 얻었다. “에피랑 저랑 우연한 기회에 유명 가수의 코러스를 담당하며 존재감을 알린 것도 비슷한 것 같아요.” 차지연은 뮤지컬 배우가 되기 전 오랜 시간 가수를 꿈꿨다. 그는 “가수가 되기 위해 서울에 올라온 뒤 8년 동안 사기도 많이 당했고, 외모에 대한 지적으로 상처도 숱하게 받았다”며 “그래서인지 에피가 외모를 이유로 디나에게 메인 보컬 자리를 빼앗기는 장면에선 예전 속상했던 기억이 떠올라 그렇게 눈물이 많이 난다”며 웃었다. 드림걸즈 초연 무대에서 에피 역을 맡았던 그는 “6년 전 제가 놓쳤던 에피의 이야기를 이번 무대에서 제대로 전달하고 싶다”며 “초연과 달리 이번 공연에선 에피가 제작자 커티스와의 사이에서 낳아 홀로 키운 딸 매직이 등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에피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숨소리 하나하나 관객이 에피의 마음을 들으실 수 있도록 연기하고 노래하고 싶어요.” ‘드림걸즈’는 5월 25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관람료는 6만∼14만 원, 1588-5212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공연 개막 전 ‘B급 코드’ 뮤직비디오 한 편으로 화제를 모은 뮤지컬 작품이 있다. 27일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개막한 뮤지컬 ‘난쟁이들’이다. 작품 속 캐릭터 왕자 1·2·3이 한 번 들으면 귀에 꽂혀 계속 중얼거리게 만드는 후크송 멜로디에 허세 가득한 목소리로 “끼리끼리 끼리끼리 만나/사람들은 끼리끼리 만나”라고 툭툭 내뱉는데 희한하게 웃긴다. 작품 제목은 ‘난쟁이들’인데 왜 ‘왕자들’이 뮤직비디오에 등장했을까. 27일 무대에 오른 ‘난쟁이들’을 보자 궁금증은 단칼에 해결됐다. 제작진이 개막 전부터 전하고 싶었던 건 왕자들이 아니라 ‘끼리끼리 만나’라는 가사의 메시지, 그 자체였다. “옛날 옛날에…”로 시작해 “왕자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동화 속 ‘백설공주’ ‘난쟁이’ ‘신데렐라’ ‘인어공주’ ‘이웃나라 왕자들’ 등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그런데 이들에게선 우리가 알던 착하고 참한 성격 대신 욕망에 사로잡힌 현대인의 자화상이 엿보인다. 파격적인 캐릭터 비틀기다. 백설공주는 라이터 대신 촛불을 사용하는 애연가이고, 겉만 번지르르한 왕자들에게 질려 밤일 잘하는 남자를 오매불망 찾는다. 신데렐라는 한때 “평범녀에 불과했지만, 남자 잘 만나 팔자 고친 계집애”로 통했다. 하지만 결혼 생활에 실패해 이혼녀가 됐고, 인생 재역전을 위해 또 다른 왕자를 꿈꾼다. 왕자를 위해 희생했지만, 결국 버림받아 물거품이 된 인어공주는 순애보의 아이콘이 아니라 ‘실속 없는 바보 같은 인간’일 뿐이다. 난쟁이 찰리 역시 마녀의 마법 덕에 9등신 미남이 됐지만 왕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공주를 만나는 데 번번이 실패한다. 왜? 사람들은 끼리끼리 만나니까…. ‘난쟁이들’의 무대는 작지만 알차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책 모양의 스크린을 통해 비치는 각종 영상은 작은 무대의 단점을 가려주고 극의 재미를 배가한다. 가끔 난쟁이 아버지가 영상 스크린에 등장해 무대의 난쟁이한테 “절대 결혼해서 가장이 되지 마라”라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디즈니 만화에서 자주 본 공주들의 드레스, 난쟁이들의 복장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대사는 재치 있고, 노래는 귀에 쏙 들어온다. 다음 달 26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5만5000원, 1666-8662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동아일보가 ‘문화가 있는 날’ 시행 1주년을 맞아 지난달 24일부터 나흘간 국공립 공연장 및 민간 공연기획사 관계자와 평론가, 교수 등 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약 7명(67.4%)은 “현 정부가 끝나는 3년 뒤에는 없어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문화가 있는 날 1년간의 성과에 대한 평가는 10점 만점에 평균 5.8점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정해 미술관, 공연장, 박물관 등의 관람료를 할인 혹은 무료로 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응답자들은 가장 큰 문제로 인센티브 부족으로 인한 민간 공연 단체의 참여 저조(30.2%)를 꼽았다. 참여 단체들은 여전히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공립 단체 및 시설에 집중된 상태다. 2월 기준으로 1475개 참여 단체 중 민간 단체의 수는 588개로 39.9%였다. 응답자들은 △홍보 미흡(16.3%)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로 고정돼 탄력적이지 못한 운영(15.1%) △양질의 콘텐츠 부족(12.8%) △서울 등 수도권 중심의 운영으로 인한 지방 참여 저조(10.5%) △할인 효과 미미(8.1%)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유 중의 하나는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적 격차’를 줄이는 것이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위주로 운영된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작품에 대한 40∼50% 수준의 할인도 소셜커머스 등 다양한 형태의 기존 할인에 비해 별반 차이가 없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공연 제작사 대표 A 씨는 “매달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 리스트만 봐도 이 정책의 생명이 어디까지인지 감이 온다”며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공연이나 전시가 아니라 문화가 있는 날을 그저 유지하기 위해 끼워 넣은 프로그램이 다수”라고 지적했다.김정은 kimje@donga.com·김지영 기자}

‘지킬 앤 하이드’,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공연, ‘로빈훗’, ‘팬텀’, ‘라카지’. 공연 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가 2월 한 달간 집계한 뮤지컬 티켓 예매 순위 1∼5위를 차지한 작품들이다. 이 가운데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하는 작품은? 단 한 편도 없다. ‘문화가 있는 날’ 설문조사에서 문화예술계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은 인센티브 부족으로 인한 민간 공연 단체의 ‘참여 저조’(30.2%)다. 문화가 있는 날의 취지가 민간단체의 자율적 참여이긴 하지만 아무런 혜택이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할인해줘야 하는 현실이 민간단체들에는 부담이 된다는 것. 실제로 문화가 있는 날에 대한 평가도 10점 만점에 평균 5.81점이었지만 국립단체를 제외한 응답자들이 대부분 5점 이하의 ‘짠’ 점수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민간 공연단체 대표들 사이에선 아무런 지원책도 없는 문화가 있는 날에 ‘호구’처럼 계속 동참해야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민간단체의 참여 부족은 ‘양질의 콘텐츠 부족’(12.8%)이라는 또 다른 문제점으로 이어진다.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 입장에서는 볼만한 작품이 없는 셈이다. 양질의 콘텐츠 부족 문제는 민간 단체뿐만 아니라 국립 단체의 공연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국공립 단체도 ‘알아서 관객이 찾아오는’ 인기 공연보다 비인기 공연을 문화가 있는 날 운영 프로그램으로 선호한다. 문화가 있는 날인 지난달 2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NT Live 프랑켄슈타인’은 유료관객 점유율 98%를 기록할 만큼 흥행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문화가 있는 날 참여 작품이 아니었다. 국립극장에서 볼 수 있는 문화가 있는 날 참여 작품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어린이 오페라 ‘부니부니 음악탐험대’였다. 할인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8.1%)도 적지 않았다. ‘부니부니…’는 문화가 있는 날에 맞춰 티켓 가격을 60% 할인했지만 이미 소셜커머스에서는 63% 할인된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이날 뮤지컬 ‘원스’를 보기 위해 서울 예술의전당을 찾은 김은진 씨(21)는 “뮤지컬의 경우 카드사 할인이나 조기예매를 통해 30∼40% 할인된 가격으로 공연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위주의 운영에도 불만이 컸다(10.5%). 국립 공연 단체 중 국립오페라단, 국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현대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창극단, 국립국악원(서울)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문화가 있는 날 기획으로 지방에서 공연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대부분 서울에서 자체 무료 공연을 기획하거나 티켓 가격 할인 형태로 문화가 있는 날에 동참했다. 유일하게 국립발레단이 지난해 11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찾아가는 발레이야기’ 공연을 한 차례 진행했지만 이마저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행사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3년 후에도 문화가 있는 날이 유지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7.4%는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이유로는 ‘알맹이 없는 전시행정’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 위주의 정책’ ‘새 정부가 이전 정부의 정책을 이어받지 않으려 하기 때문’ 등이 많았다. 하지만 문화가 있는 날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76.7%는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 공연기획자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박근혜 정부가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금과 같은 문화가 있는 날의 방식에는 문제가 있지만 문화 저변을 넓히려는 문화 정책은 필요한 만큼 중간 점검을 통해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세계 공연의 메카인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는 매년 8월의 한 주에 ‘키즈 위크(Kids Week)’ 행사가 열린다. 부모와 같이 온 자녀는 무료여서 이 기간엔 아이 손을 잡고 공연장을 찾는 사람이 많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키즈 위크에는 공연 티켓뿐 아니라 숙박 및 교통편 할인도 동시에 이뤄진다”며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같은 인기 흥행작도 볼 수 있어 미래 관객인 아이들이 좋은 공연을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는 “고궁 무료입장 같은 하나 마나 한 할인 혜택보다 진짜 좋은 공연을 싸게 볼 수 있어야 한다”며 “영국은 매년 여름 로열오페라하우스 등 각 공연장이 기업의 후원으로 100파운드(약 17만 원)하는 공연을 5파운드(약 8500원)에 볼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제작사인 EMK 엄홍현 대표는 “수요일은 평소에도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 적어 민간단체들이 공연을 꺼린다”며 “국공립 기관, 민간단체, 대학로 등 각각의 성격에 맞게 문화가 있는 날을 운영하면 참여도가 높을 것 같다”고 했다. 한 국립예술단체 관계자는 “문화융성위원회는 꾸려졌지만 정작 문화가 있는 날을 진행할 ‘손발’이 없다”며 “참여작 홍보를 포함해 이를 전담할 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의 문화가 있는 날 사업 업체 선정 과정에서 심사위원을 맡았는데 예산이 턱없이 적어 놀랐다”며 “정부가 적절한 예산을 투입해야 민간단체의 적극적 참여와 양질의 콘텐츠 개발 등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이 보고 싶은 공연으로 확대되고, 할인율도 높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경복 씨(57·경기 오산시)는 “비싼 뮤지컬을 싸게 볼 수 있어 좋다. 한 달에 한 번은 부족하고 두 번 이상 운영되면 좋겠다”고 했다. 오영임 씨(67·서울 서초구)는 “미국 뉴욕 모마 현대미술관의 경우 성인 기준 입장료가 25달러(약 2만7500원)이지만 금요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는 무료입장이라 깜짝 놀란 적이 있다”며 “굳이 시간을 내서 보러 가고 싶지 않은 공연으로 물량 공세를 할 것이 아니라 돈과 시간을 들여서라도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설 연휴, 드라마가 아닌 실제 일상의 ‘아버지’ 모습으로 TV에 등장한 배우가 있다. SBS ‘아빠를 부탁해’에서 20대 딸과 함께 출연한 배우 조재현(50)이다. 아버지 조재현은 딸에게 무심하기 짝이 없는 ‘무언(無言)’의 중년 남성 그 자체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자이자 연극 제작사 ‘수현재 컴퍼니’와 ‘수현재 씨어터’를 설립한 조재현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조재현이 다음 달 수현재씨어터 개관 1주년을 맞아 올리는 작품이 공교롭게도 연극 ‘경숙이, 경숙 아버지’다. 이 작품은 2006년 초연 당시 호평받으며 그해 동아연극상 4개 부문(작품상 희곡상 연기상 신인연기상)을 휩쓸었다. 2009년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2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만난 조재현은 “2006년 초연을 보고 너무 좋아 박근형 연출을 찾아가 ‘출연시켜 달라’고 제안해 2007년 재공연 때 아버지로 출연했다”며 “배우 인생에서 가슴에 남는 공연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경숙이…’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숙이…’는 6·25전쟁이 일어나자 가족을 버리고 혼자 피란길에 나선 경숙 아버지와 세상에서 제일 싫지만 또 그만큼 아버지가 그리운 경숙이의 애증을 유쾌하게 그린 연극이다. “경숙이가 대학 졸업할 때 노숙자처럼 떠돌던 경숙 아버지가 신발을 사들고 졸업식장에 와요. ‘새 출발을 하니 새 신발을 신어’라는 말만 남기고 훌쩍 떠나죠. 경숙이가 ‘아버지, 등 좀 그만 보이고 가셔’라고 한마디 해요. 그 장면이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거 같아서….” ‘아빠를 부탁해’ 촬영 당시 조재현은 딸의 고백에 눈물을 흘렸다. 딸이 “어릴 때 바쁘게 지낸 아빠와의 추억이 없다”며 감춰 왔던 속내를 털어놨을 때다. 조재현은 “무뚝뚝하고 속내 표현 서투른 아버지 역을 맡고 싶었다”며 웃었다. ‘아빠를 부탁해’가 화제를 끌면서 그가 소유한 대학로의 수현재씨어터 건물이 350억 원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인터넷에 떠돌았다. 그는 “350억 원은 잘못 알려진 것이고 나는 그저 대학로에서 연극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수현재컴퍼니는 지난해 총 6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배우 김성령의 연극 데뷔작 ‘미스 프랑스’는 평균 객석 점유율 80%, 배우 공효진의 연극 데뷔작 ‘리타’는 97%에 달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경숙이…’는 다음 달 6일부터 4월 26일까지 공연된다. 2만5000원∼4만 원, 02-766-6506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뭐야, 진짜 화살을 쏜 거야? 눈 깜짝할 사이 화살이 명중했네.” 12세기 영국의 셔우드 숲을 배경으로 의적이 된 로빈훗이 반역 세력에 맞서 왕세자 필립을 수호하는 영웅담을 그린 뮤지컬 ‘로빈훗’을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궁금해 하는 장면이 있다. 바로 주인공 로빈훗이 활과 석궁을 이용해 목표물을 정확하게 맞히는 ‘화살 신’이다. 특히 로빈훗이 쏜 두 발의 화살이 포로의 머리 위를 스치고 나무에 정확히 꽂히는 아찔한 장면에서는 매번 객석에서 ‘진짜 화살을 쏜 것 맞느냐’는 대화가 오간다. 주인공 로빈훗 역할을 맡은 세 명의 배우(유준상 엄기준 이건명)는 2시간 30분 러닝타임 내내 총 7발의 화살을 쏜다. 이 중 실제 화살을 쏘는 건 2막 후반부에서 로빈훗이 자신이 묻힐 묘지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무대 뒤편으로 쏘는 장면이 유일하다. 나머지 6발은 모두 그럴싸한 ‘눈속임’에 의해 만들어진다. 화살 신의 비밀은 줄과 질소다. 이 작품의 특수효과를 총괄하는 이유원 기술감독은 “실제로 로빈훗의 활이나 석궁에는 화살이 달려 있지 않고 긴 줄이 매달려 있다”며 “배우가 팽팽하게 늘어난 줄을 쏘는 시늉을 하며 당기면 줄이 사라져 객석에서 볼 때는 발사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거의 동시에 반대편 나무에 꽂힌 화살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무 안에는 80cm 정도의 화살이 공기유압장치와 함께 내장돼 있다. 무대감독이 큐 사인을 주면 기술팀이 공기유압장치의 질소 유입 버튼을 누른다. 이때 유입된 질소의 압력에 의해 실린더 안에 있던 화살이 구멍을 통해 나무 밖으로 나오게 된다. 반대로 질소 차단 버튼을 누르면 화살은 실린더 안으로 다시 들어간다. 손수 수작업이 불가피한 장면도 있다. 로빈훗이 반역자 길버트의 부대원을 포로로 붙잡아 나무에 묶은 뒤 두 발의 화살을 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감독은 “이 장면만큼은 1, 2초 사이에 번갈아 두 발의 화살이 쏘아져야 하는 만큼, 스태프가 나무 안에 들어가 무대감독 큐 사인에 맞춰 화살을 손으로 밀어낸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꽃할배’와 ‘꽃할매’가 만났다. 원로 배우 신구 씨(79)와 ‘꽃할매’ 손숙 씨(71)가 국립극단의 봄 레퍼토리 연극 ‘3월의 눈’ 무대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3월의 눈은 국립극단 원로 배우 고 장민호 씨(1924∼2012)와 백성희 씨(90)를 위해 2011년 쓰인 헌정 연극이다. 오래 묵은 한옥을 배경으로 아내를 하늘로 보낸 남편 장오, 죽은 뒤에도 남편 곁을 떠나지 못하는 아내 이순의 하루를 담백하게 그렸다. 배우들의 감정과 움직임은 과하지 않고 담담하다. 그 기름기 없는 연기가 공연 내내 관객에게 처연함과 뭉클함을 전하며 눈물을 쏙 빼놓는 것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최근 서울 용산구 청파로 국립극단에서 신 씨와 손 씨를 만났다. 두 사람 모두 2011년 장민호 백성희 씨가 주연을 맡은 ‘3월의 눈’ 초연을 봤다. 손 씨는 “초연을 관람한 뒤, 연출을 맡은 손진책 감독에게 ‘백 선생님이 더이상 이순 역을 맡지 못하면 내가 맡고 싶다’고 얘기했다”며 “백 선생님의 역할을 잇고 싶다는 욕심과 후배로서의 의무감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곁에 있던 신 씨는 “올해가 4번째 공연인데, ‘꽃보다 할배’(tvN 예능 프로그램)에 같이 출연한 박근형도 이전에 장오 역을 한 적이 있다. 내심 ‘언젠가 나도 불러주겠지’ 기대를 했었다. 특히 손숙과 함께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었다. 손 씨는 손 감독에게 이순 역을 하고 싶다고 하면서 함께 출연하고 싶은 배우도 ‘콕 찍어’ 부탁했다. “그때 꼭 신구 씨랑 하고 싶다고 했지.” 손 씨가 신 씨와 함께 하고 싶다고 밝힌 이유는 뭘까. “50년 넘게 배우 생활 하면서 난 신구 씨처럼 사람 놀라게 하는 배우를 본 적이 없어. 이번에도 첫 대본 리딩을 2월 6일에 하고 3일 뒤 첫 연습 때 대본을 통으로 다 외워 온 거야. 남들 다 대본 보면서 하는데 말이지.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 성실함은 정말 따라올 사람이 없어.” 신 씨는 “3일 만에 대사를 다 외워온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며 웃었다. 15일부터 시작된 ‘꽃보다 할배’ 그리스 편 촬영 때문에 10일간 연습실을 떠나 있어야 했기 때문. 신 씨는 “한동안 연습에 동참할 수 없는지라 미안한 마음이고, 이를 보충하고자 대본이라도 먼저 외운 것”이라고 말했다. 손 감독은 두 노(老)배우에게 ‘연기하지 않는 연기를 보여 달라’고 주문한다고 했다. “신구 씨는 그냥 서 계셔도 그런 느낌이 나와.”(손숙) “에이 무슨. 이 작품이 요구하는 장오의 내공이 배우의 몸에 들어와야 가만히 있어도 발산이 될 수 있는데, 매우 어려운 연기지.”(신구) 50년 넘게 무대에 서 온 베테랑 배우들이지만, 여전히 연기에 대한 고민이 치열했다. 두 배우는 “초연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신구, 손숙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3월의 눈을 조금씩 만들어가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한국 나이로 올해 여든인 신 씨는 인터뷰 전 3시간가량 홀로 맹연습을 했다. 손 씨는 16일까지 약 보름간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 ‘어머니’를 공연하면서 3월의 눈 연습을 병행했다. 두 노배우는 “우리가 롱런할 수 있었던 건 체력이 비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 씨는 “40년 전부터 일주일에 5일은 하루 2시간 이상 자전거를 타고 있다”며 “연기의 기본인 체력을 관리한다는 건 배우로서 책임감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씨도 “연극을 1년에 꾸준히 4편 정도 하는데 지난해엔 지방 12곳을 돌며 공연했다”며 “아침에 매일 라디오 방송도 하고 있고, 내겐 삶이 곧 운동”이라고 말했다. 3월의 눈은 다음 달 13일부터 2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1만∼5만 원. 1688-5966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뭐야, 진짜 화살을 쏜 거야? 눈 깜짝할 사이 화살이 명중했네.” 12세기 영국의 셔우드 숲을 배경으로 의적이 된 로빈훗이 반역 세력에 맞서 왕세자 필립을 수호하는 영웅담을 그린 뮤지컬 ‘로빈훗’을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궁금해 하는 장면이 있다. 바로 주인공 로빈훗이 활과 석궁을 이용해 목표물을 정확하게 맞히는 ‘화살 씬’이다. 특히 로빈훗이 쏜 두발의 화살이 포로의 머리 위를 스치고 나무에 정확히 꽂히는 아찔한 장면은 매번 객석에서 ‘진짜 화살을 쏜 것 맞느냐’는 대화가 오간다. 주인공 로빈훗 역할을 맡은 세 명의 배우(유준상 엄기준 이건명)는 2시간 30분 러닝 타임 내내 총 7발의 화살을 쏜다. 이 중 실제 화살을 쏘는 건 2막 후반부에서 로빈훗이 자신이 묻힐 묘지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무대 뒤편으로 쏘는 장면이 유일하다. 나머지 6발은 모두 그럴싸한 ‘눈속임’에 의해 만들어진다. 화살 씬의 비밀은 줄과 질소다. 이 작품의 특수효과를 총괄하는 이유원 기술감독은 “실제로 로빈훗의 활이나 석궁에는 화살이 달려있지 않고 긴 줄이 매달려 있다”며 “팽팽하게 늘어난 줄을 배우가 쏘는 시늉을 하며 당기면 줄이 사라져 객석에서 볼 때는 발사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거의 동시에 반대편 나무에 꽂힌 화살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무 안에는 80cm 정도의 화살이 공기유압장치와 함께 내장돼 있다. 무대 감독이 큐 사인을 주면 기술팀이 공기유압장치의 질소유입 버튼을 누른다. 이때 유입된 질소가 압력을 이용해 실린더 안에 있던 화살이 구멍을 통해 나무 밖으로 나오게 된다. 반대로 질소 차단 버튼을 누르면 화살은 실린더 안으로 다시 들어온다. 손수 수작업이 불가피한 장면도 있다. 로빈훗이 반역자 길버트의 부대원을 포로로 붙잡아 나무에 묶은 뒤 두발의 화살을 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감독은 “이 장면만큼은 1, 2초 사이에 번갈아 두발의 화살이 쏘아져야 하는 만큼, 스태프가 나무 안에 들어가 무대 감독 큐 사인에 맞춰 화살을 손으로 밀어낸다”고 말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