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로창고극장, 2016년 문 닫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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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송웅 ‘빠알간 피터’가 고백합니다

국내 최초의 민간 소극장으로 40년간 한자리를 지켜온 삼일로창고극장. 오랜 경영난 끝에 폐관이 결정됐다. 동아일보DB
국내 최초의 민간 소극장으로 40년간 한자리를 지켜온 삼일로창고극장. 오랜 경영난 끝에 폐관이 결정됐다. 동아일보DB
40년째 한자리를 지켜온 국내 최초의 민간 소극장인 ‘삼일로창고극장’이 문을 닫는다.

정대경 삼일로창고극장 대표(56)는 17일 “한국 연극사에 큰 의미가 있는 극장이기에 어떻게든 지켜보려고 했으나 더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수익 창출이 어려운 구조라 힘든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내년 건물주가 이 건물을 개축하겠다고 해 공사 직전까지만 극장을 운영하고 이후 폐관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1970년대 중반 소극장 운동을 이끌었던 또 하나의 대표 공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당시 소극장 연극의 중심이 된 민간 소극장인 공간사랑, 민예소극장, 실험극장소극장, 엘칸토소극장, 중앙소극장 등은 이미 폐관됐다.

서울 중구 삼일대로 9길, 옛 삼일고가도로 남단 주택지대 한쪽 끝에 위치한 삼일로창고극장은 1975년 개관했다. 165.3m²(약 50평) 남짓한 100석 규모의 이 극장은 1976년 고 추송웅이 모노드라마 ‘빠알간 피터의 고백’을 초연한 곳이다. 이 모노드라마는 32일 만에 1만3000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기록을 남기며 연극계 1인극 열풍을 불러왔다. ‘티타임의 정사’ ‘유리동물원’ 등 지금까지도 꾸준히 공연되고 있는 작품도 모두 삼일로창고극장 무대에서 초연됐다.

삼일로창고극장은 당시로선 파격적인 연중 무휴 공연과 제작 PD시스템을 도입해 많은 연출가를 길러냈다. 고 이원경을 비롯해 강영걸 오태석 등의 연출가와 박정자 전무송 윤여정 유인촌 윤석화 등 많은 배우들이 삼일로창고극장 무대에서 데뷔하거나 활동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후 여러 차례 폐관 위기를 겪었다. 2011년 태광그룹 후원으로 명맥을 이어갔지만 2013년 10월 지원이 끊긴 뒤 한 달에 330만 원인 임차료도 1년 넘게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소극장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 대표는 “유서 깊은 극장을 지키고 싶어 사재까지 털어 넣는 등 노력을 했지만 작년에 9편의 작품을 올리고 빚을 1억8000만 원이나 졌다”며 “훗날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다른 지역으로 옮겨서라도 창고극장 이름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삼일로창고극장#소극장#추송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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