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절 불참뒤 와병설 불거져… “韓美당국 ‘金 신변정보’ 공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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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건강이상설]CNN, 김정은 중태설 보도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 국내 핵심 기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변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다는 소식을 접한 건 4·15총선 전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후 다시 전개될 모멘텀을 찾고 있는 비핵화 협상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칠 김 위원장의 신변에 대해 청와대와 국정원은 모든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정보 수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20일 미국 CNN 보도로 김 위원장의 와병설이 터져 나온 것이다.

○ 靑-국정원 “수술 가능성은 없지 않지만 위중은 아니다”

CNN 방송은 이날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최근 수술을 받은 후 심각한 위험에 빠졌다는 첩보에 대해 미국이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정보 당국의 움직임에 밝은 다른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 관련 보도들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미 행정부 사정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이달 심장 관련 질환으로 수술을 받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미 행정부는 ‘매우 신빙성(high confidence)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보도가 나온 1차적 배경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 행사 때문이다. 북한 최대 명절인 태양절 행사 당일 김 위원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북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태양절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뉴스”라며 “백악관과 청와대 모두 전후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나섰다”고 전했다.

다만 청와대는 자체 정보 수집 결과 김 위원장의 ‘위독설’은 신뢰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데일리NK 보도에 이어 21일 CNN이 김 위원장의 신변이상설을 보도하자 청와대가 “근거가 없다”고 선을 긋고 나선 배경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평안북도 묘향산 지구에 있는 향산 진료소에서 김 위원장이 치료를 받았다고 보도가 나왔지만 향산에 수술 설비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위중설 보도를 주도하고 있는 CNN의 보도도 미묘하게 달라졌다. CNN은 최초 보도 뒤 “북한이 최고지도자를 둘러싼 정보를 매우 강하게 통제하며 이 때문에 그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때마다 그의 건강을 둘러싼 의심과 루머가 나온다”며 “전문가들도 그가 태양절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신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중앙정보국(CIA) 한국문제부 부대표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CNN 보도에 대해 “미국이 ‘정보를 입수했다(has intelligence)’는 표현 대신에 ‘분석 중’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에서 정보기관의 시진트(감청 등을 통한 신호 분석)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확정적인 정보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 한미 ‘김정은 신변’ 정보 공유…백악관은 “북한 상황 지켜보고 있어”


한미 정보 당국은 총선 직후부터 김 위원장의 신변 관련 정보를 긴밀하게 교환해 왔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위성 감시 등 장비 감시에 특화된 미국과 휴민트 등을 활용한 우리 정부가 상호 ‘크로스 체크’(교체 확인)에 들어갔다”며 “취합 결과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가동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한미 양국이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대북 연락창구인 공산당 대외연락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위독한 상태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1일(현지 시간)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CNN의) 보도를 매우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북한은 폐쇄적인 사회(closed society)여서 김정은 건강 등의 정보를 알기 어렵지만 북한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CNN에 따르면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이날 김 위원장 유고 시 권력 승계에 대해 “기본적인 가정은 (김 위원장) 가족 중 누군가가 될 것이라는 것”이라면서도 “김 위원장의 상태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아직 얘기하기는 이르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워싱턴=이정은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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