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대신 고글 쓴 트럼프 “코로나 TF 해산할 것”…美언론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6일 1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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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서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허니웰의 마스크 공장을 찾았다. 38일 만에 외부 공식 일정을 재개한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당국 지침을 무시한 채 투명 고글만 썼다. 그는 공장에서의 연설 및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인명 피해에도 불구하고 경제정상화를 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피닉스=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서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허니웰의 마스크 공장을 찾았다. 38일 만에 외부 공식 일정을 재개한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당국 지침을 무시한 채 투명 고글만 썼다. 그는 공장에서의 연설 및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인명 피해에도 불구하고 경제정상화를 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피닉스=AP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후 거의 워싱턴 백악관에 상주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8일 만에 외부 일정을 소화했다. 사실상 재선 유세를 재개한 그가 당국 지침을 어기고 마스크를 끼지 않아 논란을 빚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허니웰의 마스크 공장을 찾아 “우리는 전투의 다음 단계에 와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아도 미국이 곧 재개돼야 한다”며 경제 정상화 의지를 강조했다. 공장의 모든 근로자와 취재진이 마스크를 썼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투명 고글만 끼고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보좌진 역시 쓰지 않았다. 내부 대형 모니터에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라’는 문구가 등장해 대통령 일행의 마스크 미착용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고 WP는 전했다. 백악관 측은 그의 방문 전 “규정이 마스크 착용이면 대통령이 마스크를 쓸 것”이라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28일 해군 병원선 ‘컴포트’호의 뉴욕행 출항식을 위해 버니지아주 노퍽을 방문했다. 이후 한 달 이상 중단했던 외부 행사를 재개하며 첫 목적지로 애리조나를 고른 것은 재선을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2016년 대선에서 538명의 선거인단 중 11명이 걸려 있는 애리조나를 차지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밀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을 2%포인트 앞섰지만 지난달에는 9%포인트 뒤졌다.

이날 공장에는 그가 유세 집회에서 애용하는 컨트리가수 리 그린우드의 ‘신이 미국을 축복하길’, 록의 전설 건스앤로지스의 ‘라이브 앤드 렛 다이’가 등장했다. 특히 건스앤로지스의 곡은 ‘다른 사람이 죽어도 내 인생을 살자’는 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경제활동 재개 시 생명을 잃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백악관의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를 해산하고 새 자문기구를 만들겠다는 뜻도 밝혔다. 2월 26일부터 TF 총책임자를 맡아 온 마이크 펜스 부통령 역시 “이달 25일 이전에 TF를 해산하고 해당 업무를 연방재난관리청(FEMA) 등으로 이관하는 일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NBC뉴스는 최근 TF 회의 시간이 눈에 띄게 짧아지고 어떤 날은 회의 자체가 열리지 않는 등 트럼프 행정부가 TF 해체를 꾸준히 시사해 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 내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123만 명, 7만2000명을 돌파한 상황에서 TF 해체가 타당하냐는 비판도 거세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중보건 전략을 사실상 포기했다. 다우존스지수와 생명을 맞바꾸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2016년 민주당의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위터에 “TF가 해산되면 미국인들이 고통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백악관에서 뉴욕포스트와 인터뷰를 갖고 “내가 희망하는 유산은 위대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라며 “나는 사람들을 돌보고 보호했다.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고 주장했다. 또 전임자들의 해외 개입을 비판하며 “미국은 더 이상 세계 경찰이 아니다. 내가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북한과 전쟁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200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이 “미 역사상 최악의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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