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번 환자, 국내 첫 ‘中 광둥성’ 감염?…“아닐 땐 국내 유행 우려”

  • 뉴시스
  • 입력 2020년 2월 9일 12시 30분


코멘트

25번째 확진자 발생…73세 한국 여성
中광둥성 다녀온 아들·며느리와 동거
가족 양성시→후베이성外 지역 유행
"정부, 中입국제한 확대 결단 내려야"
음성일 땐 국내 감염원 '오리무중' 우려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국 후베이성 우한사가 아닌 광둥성 방문자와 관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사례가 나오면서 감염 경로 등에 이목이 집중된다.

감염 경로가 광둥성일 경우 후베이성뿐만 아니라 중국 내 다른 지역에서도 지역사회 유행이 확실시되는 만큼 입국 제한 범위를 후베이성에서 중국 전역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커진다.

9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현재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1명 추가로 발생했다. 7일 오전 우한 교민 중 24번째 환자(28세 남성, 한국인)가 발생한 지 이틀 만에 국내 환자는 총 25명으로 늘었다.

25번째 환자는 73세 한국인 여성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31일까지 중국 광둥성에 방문했던 아들, 며느리와 함께 살고 있었다. 이후 발열, 기침, 인후통 증상이 나타나 검사 결과 양성으로 확인됐다. 환자는 9일 오전 8시40분께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이 있는 분당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 가운데 감염 경로로 중국 광둥성이 지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첫번째 환자(35세 여성, 중국인)를 비롯해 우한 교민 2명(13번째, 24번째 환자) 등 중국 방문력이 있는 환자 11명은 모두 우한시에 살았거나 우한시를 방문했던 환자들이다. 다른 환자들은 국내에서 환자와 접촉한 2·3차 감염(8명)이거나 태국(16·18번째)과 싱가포르(17·19번째), 일본(12번째) 등을 방문했던 경우다.

중요한 건 광둥성을 3개월간 방문했던 아들과 며느리의 감염 여부다. 현재 질병관리본부 등은 환자와 함께 살았던 가족에 대한 진단 검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 확진 환자가 추가로 나온다면 허베이성뿐 아니라 광둥성 등 다른 중국 지역에서도 지역사회 유행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후베이성 우한시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그 지역 사람 등을 통해 감염돼 국내에서 2차 감염이 일어났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 통계(Situation Report)를 보면 8일 기준으로 중국 내 확진 환자 3만4598명 가운데 72.1%인 2만4953명이 후베이성에서 발생했는데, 그다음으로 환자가 많은 지역이 1075명이 발생한 광둥성이다. 이어 저장성에서도 1048명이 확인됐다. 환자 10명 중 3명가량은 후베이성 이외 지역에서 발생한 것이다.

국내에서 후베이성 이외 지역의 지역사회 유행이 확인된다면 14일 이내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에 대해서만 이뤄지고 있는 입국 제한 지역을 중국 내 다른 지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된다.

현재 정부는 14일내 후베이성을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고 내국인에 대해선 입국 후 14일간 자가 격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중국 지역으로부터 입국한 내외국인에 대해선 국내 거주지와 연락처를 확인하고 입국을 허용하는 특별입국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 내 후베이성 이외 지역의 정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내 다른 지역의 지역사회 감염이 시사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라며 “후베이성뿐 아니라 다른 중국 지역에서 온 사람들에 대해서도 관리를 확대해야 할지, 말지에 대해 정부가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가 특별입국절차 등을 발표하자 대한감염학회 등은 “위험군의 유입 차단 전략이 필요한 단계”라며 후베이성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입국 제한을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아들과 며느리 등 가족이 음성이라면 감염원을 확인할 수 없게 된다. 직접적인 중국 방문력이 없고 기존 확진 환자의 접촉자도 아닌 확진 사례라면 이는 국내 지역사회 감염일 수 있다는 의미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가족이 음성인데 이 환자(25번째)가 양성이라면 사태는 매우 심각해진다”며 “가족 중 감염자가 없으면 지역사회 어디에선가 감염이 됐다는 뜻인데 그 감염 경로를 파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환자의 기저질환 여부 등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25번째 환자는 나이가 73세로 지금까지 확인된 환자 가운데 첫 70대다. 이는 유일한 60대였던 8번째 환자(62세 여성, 한국인)보다 11세 많은 나이다.

앞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중국 데이터를 보면 65세 이상 고령, 특히 나이가 뒤로 갈수록 그리고 기저질환이 있으신 분들이 아무래도 좀더 중증이거나 예후가 안 좋은 것으로 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재갑 교수도 “중국 자료를 보면 사망자 등은 대부분 80대 고령에서 발생하고 만성질환과도 연관이 있다”며 “특히 연세보다 기저질환 여부가 환자 상태에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