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보국 실천한 거인, 고향에 잠들다… 신격호 롯데 창업주 영결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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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롯데 임직원 참석해 발인… 신동빈 “사명감-책임감 배웠다”
‘평생의 꿈’ 롯데월드타워 돈 뒤 울산 삼동면 선영에 묻혀

22일 오전 서울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영결식에 참석하기 위해 가족들이 이동하고있다.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아들 정열 씨가 영정을,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아들 유열 씨가 위패를 들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22일 오전 서울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영결식에 참석하기 위해 가족들이 이동하고있다.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아들 정열 씨가 영정을,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아들 유열 씨가 위패를 들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19일 타계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영결식이 22일 오전 7시 서울 롯데월드몰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고인의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해 유족과 롯데그룹 임직원 1400여 명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구자열 LS그룹 회장, 김윤 삼양그룹 회장 등도 영결식에 참석했다.

영결식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아들 정열 씨가 영정을, 신동빈 회장의 아들 유열 씨가 위패를 들고 들어서며 시작됐다. 고인의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 여사,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부회장 등이 무대에 올라 고인을 추모하며 헌화했다.

신동빈 회장은 “아버지는 타지에서 고난과 역경 끝에 성공을 거두셨을 때에도 조국을 먼저 떠올리셨고, 기업이 조국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평생 실천하셨다”면서 “저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기업인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배웠다”고 말했다. 점차 목소리가 떨리고 목이 잠기던 신 회장은 “역경과 고난이 닥쳐올 때마다 아버지의 태산 같은 열정을 떠올리며 길을 찾겠다”며 말을 맺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가족 대표로 한 인사말에서 “여러분의 따뜻한 위로와 방문에 저의 선친께서도 무척 기뻐하시리라 생각한다”면서 “가족들은 앞으로 선친의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기고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명예장례위원장인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당신은 참으로 위대한 거인이었다”면서 “모국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이 땅에서 사업을 시작했고, 당신이 일으킨 사업은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이 됐다”고 말했다. 해외 출장으로 참석하지 못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추도사에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견인했던 거목, 우리 삶이 어두웠던 시절 경제 성장의 앞날을 밝혀주었던 큰 별이었다”고 애도했다.

고인의 한평생 모습을 담은 영상이 나오자 유가족과 임직원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젊은 시절 한국과 일본을 오가고, 서울롯데호텔 롯데월드 롯데월드타워 등의 건립을 진두지휘하던 모습이 상영됐다. “미처 못 이룬 꿈이 있다면 우리가 이루겠습니다. 당신을 영원히 사랑합니다. 이제 편히 쉬십시오”라는 말이 나오자 일부 임직원은 눈시울을 붉혔다.

영결식 직후 운구 차량은 고인의 평생 숙원사업이었던 롯데월드타워를 한 바퀴 돌고 고향 땅이자 장지인 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 선영으로 떠났다. 롯데그룹 임직원 1000여 명이 타워를 빙 둘러싸고 서서 운구 차량이 지나자 목례했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고인의 마지막을 지켜봤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고향 땅에서 잠들고 싶다’는 고인의 뜻에 따라 고향 땅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모셨다”고 전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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