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사건]경찰 수사 진행중에도…디스코드에선 “n번방 영상 팝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8일 17시 01분


코멘트
“희귀 영상 판다. DM(다이렉트 메시지) 부탁.”

7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단은 그간 온라인 메신저 ‘디스코드’에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유포하거나 판매한 10명을 붙잡았다. 하지만 이날 저녁 오후 8시경, 디스코드에는 여전히 이런 글들이 올라왔다. 텔레그램 ‘n번방’에서 유포된 불법 영상 2700여 개를 4만 원에 팔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판매자는 이날 다른 게시판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갖고 있는 영상이 103GB(영상 20여 개)가 넘는다. 2만 원에 판다”는 글을 남긴 뒤, 관심을 보이는 이들에게 “‘박사’ 조주빈(25)이 운영한 ‘박사방’ 영상 1, 2개도 주겠다”며 흥정을 하기도 했다. 자신이 가진 성 착취 동영상과 교환하자는 글도 눈에 띄었다.

성 착취물을 팔겠다고 나선 이들은 대부분 경찰 수사를 우습게 여기며 자신만만해했다. 한 판매자는 “공개 게시판이 아니라 1대1 채팅방에서 거래하면 경찰 수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두 달 전부터 6일까지 80명 이상이 (성 착취물을) 사갔다”고 했다. 또 다른 판매자도 “박사처럼 (성 착취를) 시킨 게 아니라서 괜찮다”며 “경찰에 걸려도 바로 채널을 폭파시키면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른바 ‘지인능욕’을 해주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이 세계의 은어인 지인능욕은 주변 지인의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해 모욕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디스코드 게시판에는 “지인합성 공짜로 해준다. 첫 고객은 무료”라며 합성물 1장 당 1000원을 받고 합성을 대신 해주는 이들도 있었다.

이런 성 착취물 유포나 판매 내용은 공개 게시판에도 버젓이 올라와 미성년자들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몇몇 디스코드 채널은 입장할 때 ‘연령제한 채널’이란 경고문이 뜨긴 하지만, 이마저도 ‘계속하기’ 버튼을 누르면 별도 절차 없이 들어갈 수 있다. 실제로 이번 디스코드 아동 성 착취물 유포 및 거래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내사하거나 수사하는 관련자 96명 가운데 80%는 미성년자였다.

디스코드에서 아동 성 착취물 등을 유포하거나 사고파는 이들은 모두 경찰의 수사대상이다. 경찰에 따르면 유포나 거래 과정에 계좌내역과 IP 등 흔적이 남는다. 경찰 관계자는 “국제공조와 디스코드 본사에 협조 요청을 해놓았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