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선 요청 함장 행동은 순진하거나 멍청”… 美 해군장관 대행의 인신공격 발언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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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저 함장 경질한 당사자… “배신자가 순교자 된 듯” 비아냥
“리더의 자세 아니다”… SNS서 사임촉구 등 비난 쇄도
파장 커지자 “발언 잘못” 사과

미국에서 브렛 크로저 전 시어도어루스벨트함 함장에 대한 경질을 비판하는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해군 수장이 이를 원색적으로 비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크로저 전 함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위험에 처한 승조원들의 하선을 요청하는 편지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전격 경질됐다.

6일 CNN방송에 따르면 토머스 모들리 해군장관 대행은 이날 괌에 정박한 루스벨트함의 선박 내 방송으로 연설을 진행했다. 그는 크로저 함장이 복수의 당국자에게 편지를 보내 승조원의 하선을 요청하고 이것이 언론에 공개된 것에 대해 “매우 잘못된 행동이다. 그것이 공개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지나치게 순진하거나 혹은 멍청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고의적으로 편지를 언론에 흘렸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군법 위반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이를 ‘배반’이라고 표현하며 “그런 그가 ‘순교자’처럼 됐다”고 비아냥거렸다. 모들리 대행은 크로저 함장의 경질을 결정한 당사자다. 수백 명의 승조원들이 크로저 함장을 영웅처럼 떠나보내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궁지에 몰렸다. 그는 자신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승조원들을 향해 “여러분이 남은 평생 나에 대해 분노할지도 모른다”며 “내가 여러분의 사랑을 받는 함장을 교체했다는 이유로 여러분이 나에게 갖고 있는 분노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전직 해군 인사를 중심으로 “리더의 자세가 아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해군을 이끌 자질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거친 발언이었다.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파장이 커지자 모들리 대행은 이날 저녁 뒤늦게 성명을 내고 “크로저 함장이 순진하거나 멍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크로저 함장과 그의 가족 및 승조원들에게 줬을지 모를 고통에 대해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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