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최병서]영화 속 선택의 딜레마

  • 입력 2007년 7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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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며 이를 해결하면서 일상생활을 영위한다. 이런 선택은 거의 다 경제적 문제와 연관된다. 점심식사를 무엇으로 해결할까 같은 작은 문제부터 주택의 구입, 대학 교육에 대한 투자, 결혼 등 모든 인간행위는 경제적 동기를 갖고 있다. 그런 면에서 경제학자의 관심은 모든 인간의 행동을 포함한다.

영화를 만드는 영화감독은 인간행위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의 갈등에도 카메라를 들이대고 싶어 한다. 영화감독에게는 인간의 삶 자체가 관심의 대상이다. 그런 면에서 경제학자와 영화감독은 공통점을 갖는다. 이들은 인간행위에 대한 소위 만물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을 구현하려는 욕심쟁이다.

경제학은 흔히들 선택의 과학이라고 한다. 선택 가능한 여러 대안 가운데 합리적이고 최적인 대안을 선택하는 방식에 관한 학문이란 뜻이리라. 우리가 일상에서 부닥치는 문제에 관한 의사 결정의 밑바닥에는 여러 대안이 가져다주는 혜택과 그에 따른 비용이 깔려 있다. 이들에 대한 저울질의 결과로서 최적인 대안을 선택한다. 이것을 합리적 선택이라고 부른다.

영화에서 선택의 문제는 훨씬 더 극적인 경우가 많다. 알 파치노가 열연한 영화 ‘여인의 향기’를 보자. 영화에서는 자살여행을 떠나는 주인공을 따라 나서는 고교졸업반 찰리의 선택의 문제가 극적으로 제시된다. 햄릿의 고민처럼 ‘고백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그는 부잣집 친구와 밤늦게 도서관에서 나오다 교장을 골탕 먹이려는 악동을 목격한다. 봉변을 당한 교장은 목격자 두 사람에게 문제의 악동들 이름을 밝히도록 강요한다. 교장은 찰리에게 그렇게 하면 하버드대 장학생으로 추천하겠다는 언질을 준다. 과연 친구들 이름을 불 것인가 아니면 침묵할 것인가?

이 문제는 경제학에서 ‘죄수의 딜레마’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게임과 아주 흡사하다. 예비역 장교인 프랭크(알 파치노)는 본능적으로 이 문제의 해답을 얘기해 준다.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지. 첫 번째 부류는 문제가 생겼을 때 당당히 맞서는 사람들이고 두 번째 부류는 숨으려고 도망가는 사람들이지. 그런데 숨는 편이 낫지.” 놀랍게도 프랭크의 조언은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인 수학자 존 내시가 제시한 해답과 일치한다. 이런 경우 최적 전략에 의한 선택을 내시 균형이라고 말한다.

결국 찰리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모든 학생이 모인 강당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본 것은 아마도 우리 학교 학생들이었을 겁니다.’ 그는 프랭크의 조언이나 최적전략에 따른 답을 끝내 뿌리쳤다. 그는 장학금을 선택하지 않았고 자신의 신실함을 지켰다.

영화의 백미는 바로 이때 등장하면서 인생에 있어서 올바른 선택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는 알 파치노의 모습이다. 그는 이전에도 영화 ‘대부’ 등을 통해서 강렬한 연기력을 보여 주었으나 이 영화를 통해서 비로소 오스카상을 거머쥐었다. 영화 속에서 장님인 그가 멋진 여인과 탱고를 추는 장면은 모든 사람의 뇌리에 인상 깊게 남았을 것이다.

우리도 언젠가는 이와 같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지 모른다. 그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킬 것인가? 영화에 흐르던 탱고 음악 ‘포르 우나 카베사’를 들으며, 프랭크가 즐겨 마셨던 잭 대니얼을 마시면서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최병서 동덕여대 교수·경영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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