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치료 길터야” vs “인간복제 우려”

  • 입력 2009년 2월 5일 02시 55분


■ 생명윤리위, 오늘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안 심의

작년 황우석땐 거부… 승인땐 형평성 논란 일듯

불허땐 “외국에 뒤처질 것” 과학계 반발 예상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차병원이 신청한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승인 혹은 불허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리더라도 사회적 파장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승인 시엔 체세포 복제를 둘러싼 윤리적 논쟁이 다시 불거질 수 있고, 불허 시엔 과학기술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반발이 예상된다.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인간복제 가능성이 있고, 여성의 난자를 사용한다는 점 때문에 윤리적 논란이 따라다녔다.

여성의 난자를 상업적 목적으로 채취하게 될 뿐 아니라 인간 복제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를 반대하는 종교계와 윤리론자들은 “체세포 복제는 생명 윤리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지만 현재로서는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며 “연구를 승인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해 왔다.

또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의 실제 성공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는데도 일부에서 연구를 시작하면 곧 성과가 나올 것처럼 ‘장밋빛 전망’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 역시 비판받고 있다.

반대로 연구를 불허할 경우엔 희귀난치병 환자와 가족들, 과학계로부터 반발이 예상된다. 희귀난치병 환자와 가족들은 질병 극복을 위해 연구를 재개해야 한다고 계속 요구해 왔다.

또 “외국에 앞서 연구를 시작했으면서도 국내 연구가 사실상 중단되는 바람에 오히려 외국에 뒤지게 됐다”는 비난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찬성론자들은 영국에서 2건의 연구가 진행 중이고, 미국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 연방정부에서 연구자금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연구 승인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형민 차병원 차바이오텍 대표는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 개발 성공을 장담할 순 없지만 우리의 줄기세포 생산능력을 볼 때 가능하다는 판단하에 승인을 신청했다”며 “불임 치료를 하고 남은 난자를 이용할 계획이기 때문에 난자 대량 이용에 대한 윤리 문제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진행하는 곳은 황우석 박사가 이끄는 수암생명공학원과 차병원 두 곳뿐이다.

차병원의 연구는 황 박사 때와 달리 연구자의 윤리적 자질이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승인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보건복지가족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황 박사는 2007년 12월 연구 재개 승인을 요청했으나 복지부는 “황 박사의 윤리적 자질이 의심되는 데다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인 상태”라는 위원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불허했다.

그러나 찬반이 팽팽해 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가늠하기 어렵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노재경 연세대 의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윤리론자 측 7명, 과학계 7명 등 민간위원 14명과 복지부 지식경제부 여성부 법무부 법제처 교육과학기술부 소속 공무원 6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수정란 배아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핵을 제거한 난자에 체세포핵을 이식해 얻은 배아로부터 줄기세포 추출. 면역거부반응이 거의 없고 분화능력 뛰어남. 인간복제 가능성.

수정란 배아줄기세포: 정자, 난자의 인공수정을 통해 얻은 배아로부터 줄기세포 추출. 분화능력 뛰어남. 연구용 배아 쉽게 얻을 수 있음. 면역거부반응 가능성 있음.

성체줄기세포: 분화 끝난 조직 속에 섞인 극소량의 줄기세포를 분리해 사용. 배아 사용하지 않고, 일부 이미 실용화돼 있음. 분화능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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