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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장강명]시장에 毒이 될 공정委의 상영일수 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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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장강명]시장에 毒이 될 공정委의 상영일수 간섭

입력 2008-01-18 03:00수정 2009-09-2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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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16일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프리머스시네마 등 4대 복합 상영관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시정조치를 내렸다. 시장 지배력이 막강한 이들 영화관이 2004년 1월부터 2007년 4월까지 211편의 영화를 ‘흥행이 안 된다’는 이유로 1주일도 안 돼 극장에서 내렸고, 그에 따라 배급사에 부당하게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영화 표 판매수익은 보통 배급사와 극장이 5 대 5로 나눠 갖기 때문에 배급사는 영화가 하루라도 더 걸려 있기를 원하지만, 극장은 관객 없는 영화에 냉정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저예산 독립영화들은 극장에서 ‘찬밥’ 신세고, 반면 영화 팬들은 “극장에는 대형 상업영화만 있고 작품성 있는 예술영화는 없다”고 불평한다.

그렇다면 공정위 주장대로 ‘이번 시정조치로 다양한 영화가 상영돼 소비자에게 폭넓은 영화 선택 기회를 제공’하게 될까. 앞으로 극장은 아무리 시시한 영화라도 한번 걸면 1주일은 상영해야 한다. 한 극장 관계자는 “이런 위험 부담을 피하기 위해 독립영화를 더 외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고가 너무 까다로우면 채용을 꺼리는 원리와 같다. 결국 관객이 독립영화를 접할 기회는 더 좁아지는 것이다.

일부 평론가는 “사실 조기 종영한 영화 211편의 상당수는 작품성과 거리가 먼 흥행 실패작”이라고 말한다.

극장 측은 “극장이 우월적 지위”라는 전제도 말이 안 된다고 볼멘소리다. 배급사에 흥행 영화가 있으면 배급사가 강자가 되고, 그런 영화가 없으면 극장 측의 목소리가 커지는 게 영화계 현실이라는 것.

게다가 법 규정 어디에도 ‘극장은 한 영화를 최소 1주일 이상 상영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영화 상영기간을 1주일 이상 보장하는 ‘거래 관행’을 위반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행정 당국에 관행 위반을 제재할 권한이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

문화의 다양성은 추구해야 할 가치이고, 관객은 독립영화도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저예산 독립영화 제작을 지원하고 전용관을 확충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일은 문화계에 맡기고, 상업영화의 상영일수 결정은 시장에 맡기는 게 낫다. 공정위가 끼어들 일이 아니다.

장강명 경제부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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