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절단·장기적출…쇼킹해야 영화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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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일 07시 00분


■ 한국영화 ‘불편한 흥행코드’

‘헤드’ 머리 절단…‘아저씨’ 아동 장기적출 장면
사회 비난의 장치…인간 존엄성 파괴 위험수위
제작사 “극단적 상황 짧지만 강렬한 표현일 뿐”


신체절단, 불법장기매매. 최근 한국영화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소재들이다. 지난해 흥행 성공을 거둔 ‘아저씨’, 올해 4월에 개봉한 ‘나는 아빠다’, 지금 상영 중인 ‘헤드’ 등의 영화에서는 이러한 소재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영화에서 보기 어렵던 이런 소재를 두고 영화계 내에서도 찬반양론이 엇갈린다. 그럼에도 현재 제작 단계인 다른 액션 영화에서도 이러한 소재를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 머리 절단 ‘헤드’…신체에 대한 존엄성 부재

5월26일 개봉한 박예진 주연의 액션영화 ‘헤드’는 의문 속에 죽은 천재 박사(오달수)의 머리가 사라지며 일어나는 이야기다. 박사의 뛰어난 뇌를 손에 넣으려는 장기밀매업자(백윤식)와 그를 뒤쫓는 여기자(박예진)의 대결을 그리는 과정에서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를 적출하려는 잔인한 상황이 여러번 등장한다. 영화에서 박사의 머리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나뒹굴기도 한다.

불법 장기 적출이나 신체 절단 장면은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이나 할리우드 영화 ‘테이큰’ 등을 통해 영화에서 다룬 소재들이다. 한국영화에서 중심 소재로 다룬 것은 600만 관객을 동원한 ‘아저씨’다. 원빈 주연의 이 영화는 아동을 상대로 한 장기 적출 장면까지 등장해 일부에서는 잔혹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장기 밀매는 아니지만 사지를 절단하고 훼손하는 끔찍한 장면들은 지난해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에서 한층 높은 수위로 다뤄졌다.

이에 대해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성보다 폭력 묘사를 관객들이 좀 더 관대하게 대하는 풍토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영섭 씨는 이어 “남성 감독들은 사회를 비난하는 도구나 장치로 비인간적인 장면,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장면을 넣는다”며 “금기를 깨는 매력이 있다보니 더 센 소재, 더 극단적인 장치를 찾는다”고 말했다.

● 극단의 상황 표현 “이 보다 적합한 소재 없다”

“너무 잔혹한 소재가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영화 제작진 측에서는 극단적인 상황을 묘사하는 데 장기 적출 같은 상황이 가장 극적이라고 설명한다. 제작비 50억 원 규모의 액션영화를 준비 중인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극과 극으로 나뉘는 캐릭터를 묘사하거나 주인공이 처한 극단적인 상황을 짧지만 강렬한 인상으로 설명할 때 신체에 해를 가하거나 장기를 거래하는 장면이 아무래도 관객에게 주는 임팩트가 크다”이라며 “중국 등에서는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현실성도 있다”고 밝혔다.

물론 자극만 있고 개연성은 없는 무차별적인 등장은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또 자극에 자극을 더하려는 일부의 경향도 우려를 낳고 있다.

심영섭 씨는 “가끔 마치 ‘나는 어디까지 갈 수 있나 보여주겠다’는 감독의 야심이 작용한 영화들도 눈에 띈다”며 “예술이란 점에서 면죄부를 받더라도 이해되지 않는 과정에서 나오는 잔혹한 상황은 관객에게는 폭력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리 기자 (트위터 @madeinharry)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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