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통조림 방부제 없어요! 안심하고 드세요

  • Array
  • 입력 2010년 4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식품 장기보존 위해 고안된 포장법, 통조림…세정 밀봉 살균 등 제조공정 거쳐 미생물, 공기 철저히 차단

다음 보기와 관련 있는 것은?

<보기>

1. 나폴레옹의 현상 공모에서 유래

2. 양철 판으로 만든 용기가 시초

3. 평균 유통기한 3년 4개월

4. 무방부제의 안전성

5.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제품

6. 황도, 참치, 번데기, 골뱅이…

정답은 바로 ‘통조림’이다. 통조림은 보기와 같이 안전하면서 친환경적인 제품이다. 영양도 신선 식품에 비해 손색이 없고 조리를 하지 않고도 섭취할 수 있는 간편 식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통조림은 때때로 ‘저급 식품’이라 여겨진다. 열처리로 인해 품질이 나쁘고 영양소도 파괴되었으리라는 잘못된 인식 탓이다.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방부제를 넣어 건강에 해롭다는 오해도 있다.

하지만 통조림은 자취생의 영양만점 반찬으로, 엄마의 수고를 덜어주는 간편 식품으로 우리 식탁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참치 캔만 하더라도 한 해 소비량이 2억 캔에 달한다. 제대로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통조림의 모든 것을 알아보자.

방부제 없이도 장기 보존 가능해

북극 탐험가로 유명한 페리 제독이 휴대했던 통조림이 115년이 지난 뒤 상하지 않은 채로 발견됐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통조림은 방부제를 쓰지 않고 식품을 장기보존하기 위해 고안된 포장법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참치, 옥수수, 과일 등 통조림 제품의 유통기한은 24∼60개월로 평균 3년 이상인 셈이다. 방부제를 넣지 않고도 내용물이 과연 어떻게 장시간 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 통조림의 제조공정을 살펴보면 이 같은 의문을 해결할 수 있다.

통조림은 일반적으로 △세정 △조리 △탈기(脫氣) △밀봉 △살균 등의 과정을 거친다. 먼저 세정과정에선 이물질, 세균, 농약, 기생충 등을 제거한다. 원료를 삶거나 찌는 조리과정에선 공기를 제거함으로써 나중에 빛이 바래거나 영양소 함량이 떨어지는 등의 변화를 방지한다. 탈기, 밀봉과정에선 살균과 더불어 미생물, 수분, 공기 등이 통조림 안에 ‘침투’하는 것을 차단한다. 이로 인해 제품의 부패나 변질을 막을 수 있고 장기간 보존도 가능한 것이다.

밀봉이 끝난 후에도 살균과정을 통해 세균, 곰팡이, 효모 등 미생물을 완전히 없앤다. 바로 이 과정이 저장성 유지의 핵심. 따라서 깡통에 넣어 밀봉한 제품이라고 해도 가열, 살균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통조림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분유, 과자류, 식용유 등이 이러한 경우에 속한다.

○ 신선 식품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영양소 함유

혹시 재료를 가열하는 과정에서 영양소가 파괴되진 않을까? 이것도 상당 부분 오해다. 통조림을 만들 땐 제철의 싱싱한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부 비타민을 제외하고는 다른 신선 식품과 비교해도 영양 차이가 거의 없거나 심지어는 영양소가 더 많이 함유된 경우도 있다.

통조림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영양소가 늘어날 수도 있을까? 그렇다. 특히 수산물을 재료로 한 통조림의 경우 원료를 삶거나 찌는 과정에서 단백질을 응고시켜 섬유질이 딱딱해진다. 열처리에 의해 작은 뼈가 부드러워지면서 뼈에 포함된 칼슘 성분이 살과 자연스레 섞여 칼슘 섭취율이 높아진다. 동원F&B의 참치 통조림이나 황도 통조림의 경우, 원료의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고 들어 있는 이유도 이런 원리다.

특히 참치 통조림에는 미네랄과 오메가3, DHA 등 참치에 함유된 영양소가 거의 모두 포함돼 있다. 이는 항산화 작용, 체력 증진, 학습능력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미국 농무부(USDA)는 참치 회와 참치 통조림의 영양성분 비교실험을 통해 ‘참치 통조림은 제조 과정을 거치면서 DHA, 비타민B6, 비타민E, 비타민D 등이 오히려 늘어났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동원F&B에 따르면, 황도 통조림에는 신선하고 잘 익은 상태의 복숭아가 사용된다. 복숭아에 풍부하게 함유된 비타민 A와 C, 식이섬유가 담겨 있는 것. 단맛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실제 당분은 10% 정도이며, 특히 식감이 부드러워 음식물 섭취가 힘들 때 먹기 좋다.

○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 제품

최근 인터넷 블로거들 사이에선 다 먹고 난 통조림을 재활용해 탁상시계, 미니 화분, 양념 통 등을 만드는 일명 ‘깡통 리폼’이 인기다. 재활용 통조림은 작게는 미술이나 건축 작품의 재료로, 크게는 제철, 제강사의 새로운 철강재 원료로 쓰인다.

사단법인 한국금속캔자원협회는 이런 맥락에서 금속 캔 재활용 캠페인인 ‘캔사랑’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철로 된 캔 한 개를 재활용하면 백열전구(60W)를 약 2시간, 알루미늄캔을 재활용하면 백열전구를 약 27시간 사용할 때 들어갈 전기를 아낄 수 있다는 것이 협회 측의 설명이다.

쓰레기의 양도 15% 감소된다. 제조과정에서 40∼60%에 이르는 불필요한 식품 부위가 미리 제거되기 때문. 이는 주부의 가사노동 시간을 약 30% 줄여주고 32% 정도의 에너지 절약 효과가 있다.

○ 통조림의 진화… 병조림에서 원터치 캔까지

통조림은 1804년 나폴레옹이 전쟁으로 식량 사정이 악화되자 식품을 장기보존할 수 있는 용기를 현상 공모한 데서 유래했다. 이때 조건이 하나 있었다. 바로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당시 과자제조기술자였던 니콜라 아페르는 샴페인 병에서 착안한 ‘병조림’을 고안했다.

이후 1810년 영국의 피터 듀런드는 병조림 대신 양철 판을 용기로 하는 통조림을 특허 출원했다. 이것이 현대 통조림의 시초. 하지만 이 통조림에는 따개장치가 없어서 ‘도끼나 망치로 열어주십시오’라는 사용법을 적어야 했다. ‘찢어야 따지는 캔’은 1996년 미국의 에멀 프레이즈에 의해 ‘원터치 캔’으로 발전하게 된다.

현재 전 세계에서 통조림으로 만드는 재료는 약 1200종. 농수산물은 물론 유아식, 환자식까지 재료와 사용대상도 다양하다. 국내 통조림 시장 규모는 황도, 옥수수 등 농산물과 참치, 꽁치, 골뱅이 등 수산물이 각각 850억 원가량으로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