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 “그럴듯한 1인실서 사망하는 준비에 정신 팔리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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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8월 29일 15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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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제76회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필즈상’ 수상 허준이 교수가 축사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2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제76회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필즈상’ 수상 허준이 교수가 축사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가 서울대 학위 수여식에서 후배들에게 “취업, 창업, 결혼,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 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의 그럴듯한 1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정신 팔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29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후기 학위수여식에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겸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가 축사를 하러 연단에 올라 이같이 말했다.

청바지에 티셔츠, 정장 재킷의 편안한 차림으로 연단에 선 허 교수는 “제 대학 생활은 포장해 이야기해도 길 잃음의 연속이었다”며 “똑똑하면서 건강하고 성실하기까지 한 주위 수많은 친구를 보면서 나 같은 사람은 뭘 하며 살아야 하나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듣고 계신 분들도 정도의 차이와 방향의 다름이 있을지언정 지난 몇 년간 본질적으로 비슷한 과정을 거쳤으리라 생각한다”며 “그리고 이제 더 큰 도전, 불확실하고 불투명하고 끝은 있지만 잘 보이진 않는 매일의 반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생각보다 힘들 수도, 생각만큼 힘들 수도 있다”고 전했다.

허 교수는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마시길,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시길 (빈다)”며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반갑게 맞이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허 교수는 여러 수학적 난제들을 증명하고 새로운 수학 분야를 연 업적을 인정받아 지난달 수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국제수학연맹(IMU) 필즈상을 받았다. 그는 2002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입학해 수리과학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서울대 동문이다.

서울대는 허 교수의 축사 전 그에게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상을 수여했다.

이날 학위수여식은 2019년 8월 후기 학위수여식 이후 3년 만의 첫 대면 졸업식이기도 하다. 서울대는 지난 3년간 비대면 졸업식을 치른 졸업생 중 희망자들도 이날 행사에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대는 이날 졸업식에서 민주화운동 당시 사망 등의 이유로 제적돼 졸업하지 못한 7명의 민주화 운동 열사 유가족에게 명예졸업증서를 전달했다.

이날 학위수여식에서는 학사 959명, 석사 1041명, 박사 700명 등 총 2700명이 학위를 받았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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