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워’ 청소노동자 집회 고소한 대학생…“너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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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5월 20일 0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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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 직접적 관련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연세대학교 재학생이 교내에서 열리는 집회가 수업에 방해된다며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형사고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분회 측은 “학생이 고소를 했다고 하니까 너무 황당하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현옥 분회장은 19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과 인터뷰에서 “학교에 노동조합이 생긴 지가 15년이 됐는데 아직까지 그런 역사는 한 번도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연세대학교 재학생 A 씨는 학내 집회 소음으로 인해 수업을 방해받았다며 연세대분회를 업무방해 및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분회장은 “학생들 때문에 저희도 일하고 먹고사는 것이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피해를 안 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희가 집회 때마다 소형 앰프를 도서관 쪽으로 안 틀고 학생회관 쪽으로 틀어놓고 한다”며 “학생회관 앞에 유동인구가 많다. 우리는 또 목소리를 내야 하기 때문에 거기서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시험 기간만이라도 집회 앰프를 꺼달라는 요청을 노조 측에서 받아들여 주지 않아 고소했다’는 학생 측의 입장에는 “저희는 학교가 근로장소”라며 “하청노동자들도 노조 활동과 쟁의 행위를 할 수 있다고 판결이 나왔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실험을 한 번 해봤다. 앰프를 틀고 도서관 쪽으로 들어가 봤는데 도서관 쪽에서는 소리가 안 들렸다. 안내 데스크에서 학생들이 문을 여닫으면 그때만 살짝 들리더라”며 “그래서 저희도 (이후) 소리를 작게 했다”고 호소했다.

집회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집회신고를 안 해도 집회를 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며 “15년 동안 쟁의 기간마다 집회 신고를 안 하고 해왔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학교 측과의 교섭이 결렬돼 지난달 6일부터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서 매일 오전 11시 30분쯤 집회에 나섰다. 이들은 임금 인상과 학내 샤워실 설치, 정년퇴임에 따른 결원 충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 분회장은 “재작년과 작년에는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임금이 올랐다”며 “올해도 최저임금 인상액인 440원을 올려달라고 했는데 원청에서 올려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력 충원이 되지 않아 노동 강도가 심하다는 고충도 토로했다. 김 분회장은 “자리가 비면 동료들이 그걸 다 같이 해야 된다”며 “저희는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는데 오전 6시까지 오는 분들은 한 분도 없다. 4시 반 되면 거의 다 와서 일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나오기 전에 다 청소해야 되기 때문에 땀을 엄청 흘린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샤워시설이 없어 샤워를 못한다”며 “퇴근할 때 버스를 타고 가는데 ‘나한테 냄새나지 않을까’, ‘저 사람이 나를 쳐다보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샤워하고 싶은데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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