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출감성명서’ 보관해 억울한 옥살이…2심도 “유족에 4381만원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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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2월 26일 10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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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정권 당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작성한 출감성명서를 보관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구타를 당하고, 약 10개월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의 가족들이 국가로부터 4381만원을 배상받게 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합의33부(부장판사 신숙희)는 사망한 A씨의 배우자와 자식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총 4381만원을 지급하라”며 원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 1978년 12월29일 서울 종로구 모 대강당에서 열린 금요기도회에 참석해 고 김 전 대통령이 작성한 출감성명서를 받았다. 이를 이듬해 2월10일 지인인 B씨에게 줄 때까지 소지한 혐의로 체포됐다. 해당 출감성명서는 유신체제 및 긴급조치 제9호를 비방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목포경찰서 경찰들에게 영장 없이 체포됐으며, 피의자신문조서 역시 경찰서가 아닌 여관에서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로 기소된 A씨는 같은해 6월20일 1심에서 징역1년6개월 및 자격정지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됐고, A씨는 면소판결을 받아 구금된지 289일만인 1979년 12월6일 구속집행 정지결정으로 석방됐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13년 3월 긴급조치 제9호를 위헌이라고 결정했고, 다음달인 4월18일 대법원 역시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라고 결정했다.

이에 A씨의 유가족들은 형사보상을 청구해 지난 2014년 3월 5618만원의 형사보상금을 받았다.

이와함께 A씨의 유가족들은 “A씨가 당시 경찰들로부터 강압수사를 받아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A씨가 출소한 후 정상적인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을 하지 못해 A씨의 가족들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정부 측은 “A씨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주화보상법)에 의한 생활지원금 지급에 동의하고 수령해, 면소판결과 관련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됐다”며 소가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2005년7월 1071만원의 생활지원금을 받고, 민주화보상법에 동의한 사실은 인정된다”며 “하지만 보상금에는 적극적, 소극적 손해만 포함됐을 뿐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됐지 않다”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Δ체포 후 A씨가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당한 점 Δ경찰들에 의해 구타, 욕설 등 가혹행위를 당한 점 Δ법정까지 심리적 압박상태가 이어진 점 등을 들어 위자료 지급의 의무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씨 유가족들이 낸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A씨가 석방된 후 정부 측이 A씨 가족들에게 불법행위를 했거나, 이로 인해 A씨 유가족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정부 측은 또 A씨의 손해배상 청구를 놓고 구속되거나 재판을 받은 지 3년 또는 5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대법원 및 헌법재판부의 긴급조치 제9호 위헌 결정 후에야 A씨의 유가족들이 형사보상금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A씨는 2013년 이전에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1심 재판부는 위자료, 형사보상금, 상속금액 등을 고려해 유가족들에게 총 4381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정부 측은 항소했고,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왔다.

2심도 1심이 옳다고 봤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정부 측은 상고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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