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비례연합, 소수당 2곳 공천 배제… “실컷 이용 뒤 헌신짝” 비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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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시민당 비례후보 34명 발표
2차례 연기-추가공모 등 진통속 권인숙-윤미향 등 12명 추천
민주당 후보 20명, 소수당 2명뿐
소수배려 취지 무색… 탈퇴 움직임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범여권 비례대표 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이 23일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55·여)과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55·여) 등 총선 비례대표 후보 34명을 발표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를 살려 소수 정당을 배려한다는 명분 아래 출범한 연합정당이었지만 정작 소수 정당 몫은 기본소득당 용혜인 전 대표, 시대전환 조정훈 전 대표 등 2명뿐이었다. 20명은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였고, 나머지 12명은 시민사회 공모 후보였다.

이에 후보를 내지 못한 소수 정당들은 “실컷 이용하고 헌신짝처럼 버려버린 더불어시민당의 사기”라며 연합정당 탈퇴를 선언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결국 소수 정당을 들러리 세워 사실상의 ‘비례민주당’을 졸속으로 창당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시민당은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내놓기까지 적잖은 진통을 겪었다. 당초 22일 밤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밤샘 심사 끝에 한 차례 미뤘다. 그러더니 23일 오전엔 갑작스레 공공보건의료 분야 추가 공모를 시작하며 또 미뤘다. 공천 심사 도중 후보를 추가 공모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 당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최일선에서 싸워온 정책 역량이 뛰어난 의사를 모시기 위해 추가 공모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분야에선 신현영 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39·여)이 추천됐다.

여성인권정책 부문으로 추천된 권인숙 원장은 1980년대 부천경찰서 성고문 피해자로 법무부 성희롱·성범죄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윤미향 이사장은 위안부 강제징용 전문가로 추천됐다. 이 밖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 시절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문아영 사단법인 피스모모 대표(36·여)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 등에 출연해 토지평등권을 주장했던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50), 이창현 전 KBS 이사(56) 등 친여권 성향의 인물들이 이름을 올렸다.

4개 군소정당 중 가자!평화인권당과 가자환경당이 낸 후보들이 탈락한 데에 대해 최배근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는 “그분들이 제출한 후보들의 결격사유가 확인돼 양해를 구했다”며 “(탈락한) 정당들은 정책연대로 가기로 했다. 처음 합의할 때 결과에 대해 승복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에 가자!평화인권당은 성명서를 내고 “우리가 낸 최용상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 행사 등에서 사진이 찍혔다는 이유로 부적격 통보를 받았다”며 “지금 민주당이 하는 행태는 일본 아베(신조 총리) 보다 더 나쁜 짓”이라고 규탄했다. 가자환경당도 “플랫폼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기준은 과연 무엇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파트너가 아닌 일방적 심사대상이 될 줄은 전혀 몰랐다”고 비판했다.

더불어시민당은 24일 당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순번을 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등 민주당 비례 후보들이 “‘듣보잡’ 소수 정당 후보들보다 전면 배치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어 잡음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비례 후보 선출에 참여했던 민주당 국민공천심사단 참가자들도 이날 성명을 내고 “국민경선으로 선출한 비례대표 후보를 방치하는 무책임한 민주당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더불어시민당은 총선 후에도 일정 기간 당을 존속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우희종 공동대표는 라디오에서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이 통합해 제3의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을 추천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총선 결과에 따라서 그렇게라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21대 총선#더불어시민당#비례연랍정당#공천#소수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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