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0명이상 모이지 말라”… 뒤늦게 감염 심각성 시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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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코로나 가이드라인 직접 발표
“7, 8월 넘어갈수도” 위기감 드러내… ‘4월말 사태종식’ 전망서 선회
전국 차원 이동금지는 계획 없어… 실리콘밸리 3주간 자택밖 외출금지

미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6일 처음으로 강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두고 “(10점 만점에) 10점”이라고 자화자찬하면서도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내놓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번 위기에 대한 지금까지의 대응에 몇 점을 주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겠다”며 “우리는 훌륭하게 대응해 왔고 전문가들도 환상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중국발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웨스트버지니아를 제외한 49개 주와 수도 워싱턴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고 확진자 수는 4734명, 사망자 수는 93명으로 늘었다.

이에 캘리포니아주는 샌프란시스코 등 실리콘밸리 일대 7개 지역 주민들에게 3주간 자택에 머물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식료품 구입 등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한 외출에 대해선 하루 최대 1000달러의 벌금형이나 90일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방침이다. 수도 워싱턴과 인근 메릴랜드주는 모든 음식점과 주점 등을 폐쇄하기로 했다.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주도 식당과 술집, 체육관, 영화관, 카지노 등의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자 그동안 ‘잘 대처하고 있다’며 낙관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태도를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상황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대해 “잘 대응한다면 7, 8월에 위기가 지나갈 것이다. 그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답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4월 말에 사태가 종식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가능성을 두고는 “어쩌면 그럴 수 있다. 우리에겐 보이지 않는 적이 있다”고 시인했다. 그는 막내아들 배런(13)이 “코로나19가 얼마나 나쁜 것이냐”고 묻기에 “진짜 나쁘다”라고 답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미국을 위한 대통령의 코로나19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10명 이상 모임을 갖지 말라. 식당, 바, 푸드코트를 피하고 배달 주문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정부가 미 전역에 이동 금지 조치를 취할 가능성에 대해선 “상황이 심각한 특정 지역에 대해서는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전국 차원의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군 병력을 동원해 임시 병동을 짓는 안에 대해서는 “매우 강하게 검토 중”이라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 앞서 50명의 주지사와 전화 회의를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연방정부의 공백 속에서 상당수 주지사와 주요 도시 시장들이 일부 지역 봉쇄, 야간통금령 등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려운 결단을 내린 뒤에야 대통령이 등장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종의 ‘뒷북’ 대응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코로나19#미국 환자#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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