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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밥도 못먹는 어르신, 2주간 격리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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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밥도 못먹는 어르신, 2주간 격리하라니…”

이소연 기자 , 김태성 기자 입력 2020-03-02 03:00수정 2020-03-02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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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요양보호사 코로나 확진에 중증 노인들까지 자가격리 조치
보호센터측 “굶어 죽으라는 거냐”… 벌금 300만원 무릅쓰고 간병나서
대구시 “거동 불편 노인은 못챙겨”… 전문가 “돌봄 공백 최소화 조치를”
“어르신 혼자선 밥도 못 챙겨 드시는데…. 2주간 자가 격리돼 있다가 나쁜 일이라도 생기면 누가 책임질 겁니까.”

대구에서 요양보호센터를 운영하는 A 센터장은 1일 동아일보와 통화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센터는 최근 요양보호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비상 사태다. 보건당국에선 확진자와 접촉해 온 할머니에게 자가 격리를 통보했다. 센터에도 “2주간 할머니와 접촉하지 말라”고 알렸다.

하지만 현재 센터는 보건당국의 지침을 어기고 있다.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전신 다발성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는 할머니는 요양사 도움 없이는 화장실도 갈 수 없다. 홀로 끼니를 챙길 수도 없다.


지난달 말 북구에 있는 할머니 집을 찾았을 때 상황은 A 센터장이 이런 결심을 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고심을 거듭하다 이틀 만에 찾아간 집 안은 숨을 쉬기 힘든 지린내로 가득했다. 할머니는 “이틀간 화장실을 갈 수 없어 결국 침대에서 소변을 봤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한 할머니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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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들러 보려고 했던 센터장은 결국 집 안으로 들어갔다. 식사를 챙겨드린 뒤 모든 물 컵과 그릇, 옷가지를 살균했다. A 센터장은 “보건소에서 ‘지침을 어기면 감염예방법에 따라 벌금 300만 원을 내야 한다’고 문자도 보냈다”며 “벌금 내라면 내는 수밖에 없다. 어르신들을 2주간 방치하는 건 굶어 죽으라는 것과 매한가지”라 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심각한 상황에서 어르신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마저 확진 판정을 받으며, 직접 방문해서 돌봐야 하는 노인 돌봄에도 공백이 생기고 있다. 보건당국에선 확진자와 접촉한 노인들을 2주간 자가 격리하고, 요양보호센터도 접촉을 피하라고 권고하지만 실상을 모르는 처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대구 지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홀몸노인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무료급식소마저 폐쇄해 더욱 심각하다. 노인요양보호센터를 운영하는 김모 센터장(51·여)은 “기초생활수급자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코로나19보다 2주 격리가 더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대구 고마운재가복지센터의 김영옥 센터장(59·여)도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무섭지만 요양사가 방문하지 않으면 어르신들은 굶어 쓰러진다”며 “사비로 도시락이라도 사드리고 기저귀라도 갈아드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구시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코로나19에 대응하다 보니 자가 격리에 들어간 어르신까지 일일이 파악할 여력이 없다. 시 관계자는 “환자와 접촉해 자가 격리된 대상이 1만 명이 넘었다”면서 “안타깝지만 솔직히 돌봄 어르신들에게 식사가 제공되는지는 확인을 못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현재 코로나19로 자가 격리된 장기요양 대상 노인들에게 제공되는 도시락은 대부분 요양보호센터에서 사비로 마련한다. 마스크, 방역복 등도 사비로 마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중증 노인들은 코로나19로 자가 격리 대상이 됐더라도 돌봄 공백이 있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가 협업해 노인요양복지센터에 우선 방역복과 마스크를 지급해서 격리 대상 노인들을 돌봐야 한다”며 “현재 지자체도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김태성 기자
#코로나19#대구시#홀몸노인#돌봄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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