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달동네 청수골, 도시재생 거쳐 명소 탈바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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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도로 개설하고 폐가 철거… 5년간 68억원 투입 주거환경 개선
한옥 리모델링해 카페로 활용, 지난해 1만5000명 방문 명소로

24일 전남 순천시 금곡동 청수정 카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손님이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외부인이 찾았다. 청수정 협동조합 제공
24일 전남 순천시 금곡동 청수정 카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손님이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외부인이 찾았다. 청수정 협동조합 제공
전남 순천시 금곡동 청수골은 옛 도심에서 손꼽히는 달동네였다. 인근 순천향교 샘물은 물이 맑기로 유명했다. 주민 240여 명 가운데 20∼50대가 20명 이하로 60세 이상 노인이 약 90%를 차지한다. 청수골은 2015년 이전에는 도로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하수도 보급률 30%, 도시가스 공급률이 0%일 정도로 생활 인프라가 부족했다. 낡고 허름한 동네 분위기에 외부 사람들 발길도 드물어 활력을 잃었다.

순천시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청수골에 68억 원을 투입해 새뜰마을 사업을 진행했다. 국토교통부가 낙후된 도시 달동네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청수골은 새뜰마을 사업을 통해 소방도로를 개설하고 공·폐가를 철거하는 등 정비사업을 벌였다.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붕괴 위험이 있던 축대와 담장을 보강하는 등 주거 환경을 개선했다. 청수정(淸水井) 카페나 청수정 쉼터, 안력산 의료문화센터 등 주민 친화시설도 조성했다.

청수정 카페는 1939년 지어진 빈 한옥(68m²)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카페는 주민 18명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청수정협동조합이 운영하고 있다. 카페에서는 어머니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백반을 1인당 7000원에 판매한다. 카페에서 쓰는 채소는 마을 노인들이 빈집을 철거하고 조성한 공동 텃밭에서 키운 것이다. 한식과 차는 물론 옛날 과자인 오란다를 만들어 팔고 있다.

청수정 카페 직원 이선정 씨(28·여)는 “마을 어르신들과 일하는 것이 무척 재미있다”며 “지난해 청년 일자리 사업으로 취업했는데 올해 정식 직원이 됐다”고 말했다. 카페에는 하루 100명 이상의 손님이 찾는다. 청년과 노인 일자리 창출에 보탬이 되고 있는 카페는 수익금 일부를 주민에게 환원한다.

경로당이자 마을 공작소 역할을 하는 청수정 쉼터(153m²)는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인기가 많다. 한 달에 한두 번 의료진이 찾아와 진료를 하는 안력산 의료문화센터(139m²)도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백정숙 청수정협동조합 이사장(74·여)은 “새뜰마을 사업으로 소방도로가 개설되고 산 밑 몇 가구를 제외하고는 도시가스가 보급되고 하수도도 설치돼 생활이 편리해졌다”며 “동네가 깨끗해지고 손님들이 많이 찾아 활력이 넘친다”고 말했다. 백 이사장은 “주민들이 각종 사업을 하면서 자주 만나다 보니 이웃 간 정도 깊어졌다”고 덧붙였다.

청수골 새뜰마을 사업은 국토부 평가에서 3년 연속 최우수 사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1만5790명이 방문할 정도로 핫플레이스가 됐다.

청수골 새뜰마을 사업이 성공을 거두자 순천시는 지난해부터 덕연동 신화 새뜰마을 사업과 주암면 행정 새뜰마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양효정 순천시 도시재생과장은 “청수골이 새뜰마을 사업으로 순천 옛 도심 명소로 재탄생 했다”며 “주거환경 개선과 일자리 창출 등 활력사업으로 달동네 등 취약지역을 더 나은 삶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순천 달동네#청수골#새뜰마을 사업#청수정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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