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기본으로… 삼각편대 빠진 위기 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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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모색하는 문경은 SK감독

경기 용인시 SK나이츠양지체육관에서 만난 SK 문경은 감독. 최근 팀이 선두를 내준 데다 주전 선수 3명까지 부상으로 이탈하며 어려움에 처해 있는 문 감독은 “기본적인 것들을 다시 다지는 것에서 반전의 해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용인=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경기 용인시 SK나이츠양지체육관에서 만난 SK 문경은 감독. 최근 팀이 선두를 내준 데다 주전 선수 3명까지 부상으로 이탈하며 어려움에 처해 있는 문 감독은 “기본적인 것들을 다시 다지는 것에서 반전의 해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용인=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시즌 초반부터 선두를 질주하다가 최근 KGC와 DB에 자리를 내주며 3위까지 밀렸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력 선수인 김선형-최준용-안영준 ‘삼각편대’까지 부상으로 잃은 SK 문경은 감독(49)의 속은 어떨까. “비상사태”라는 문 감독은 지금까지 실행해 온 선수 관리, 운영 전략 등을 다시 다지는 것으로 위기 탈출의 해법을 찾고 있다.

○ SK 수식어에 ‘모래알’이 안 붙도록

문 감독은 ‘삼각편대’의 이탈로 경기당 적어도 15∼20득점 정도가 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부터 출전 시간을 늘려 3명의 공백을 메울 수밖에 없다. 문 감독은 “14일부터 약 2주 동안 국가대표 경기로 인한 휴식기를 앞두고 하위권인 LG, 삼성, 오리온과 격돌하는 만큼 선수 출전 시간 변화와 함께 상대를 더 압박할 수 있는 새로운 수비로 경기를 풀어 가겠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심리적 동요에 대해선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문 감독은 “팀에서 ‘문경은’에게 감독을 시킨 건 선수들과 함께 뒹굴면서 ‘모래알’ 같은 조직력부터 정리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체육관에 들어오는 선수들이 ‘감독 얼굴 또 보네’라며 찡그리던 표정부터 없애려고 노력했다. 지금도 어떤 상황이 됐든 행복하게 농구하는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문 감독이 조직력을 유난히 강조하는 건 연세대에 입학했을 때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있는 팀 문화가 경기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고교 3학년 겨울에 연세대 훈련에 합류했을 때였어요. 그 전까지 하던 것과는 너무 달라 두 번이나 농구를 그만두려고 했죠. 최희암 감독의 ‘가장 후배인 네가 주전 멤버로 뛰려면 선배들부터 너를 인정해야 된다. 혼자 하는 농구를 하지 말고 스타일을 바꿔라”라는 말씀에 정신이 번쩍 들었던 기억이 나요. 선배들이 어렵게 해준 패스를 받아 대충 슈팅을 하면 절대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팀에 녹아드니 자연스럽게 자기 개발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 위기가 기회?

문 감독은 지금의 위기가 되레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격 성향이 강한 선수가 많은 SK는 상대가 수비 전열을 갖추기 전에 빠른 공격을 주로 펼치는 팀. 하지만 공격력이 좋은 3명의 이탈로 공격 옵션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문 감독은 “상대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속공을 주로 시도하되, 충분히 공을 돌려 득점 성공률을 높이는 플랜도 가져갈 것”이라고 했다. 24초를 최대한 활용하는 지공 전개 능력을 자연스럽게 시험대에 올린 셈이다.

문 감독은 선수마다의 약점을 드러내지 않게 하는 큰 틀을 만들어 주고, 그 틀 안에서 자율적인 플레이를 할 것을 주문한다. 이번 기회에 전력 재편을 통해 나머지 선수들을 더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했다.

“중심이 높은 최준용은 드리블로 하프라인을 넘어가다가 뺏기는 경우가 많아요. 그것만 자제시키고 나머지는 간섭하지 않는 식이죠. 상대 팀 빠른 가드를 수비할 때면 애를 먹는 김선형은 상대 슈터의 수비를 맡게 하는 식으로 배려를 해주면서 장점을 극대화했던 것처럼 앞으로 다른 선수들도 단순히 눈에 보이는 기록뿐만 아니라 ‘포지션 메이킹’을 통해 더 성장하도록 이끌어주고 싶네요.”

위기가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자생력을 끌어올리는 데 좋은 자극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낸 문 감독. “시즌 전에 선수들에게 누군가에게 기대려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외국인 선수를 이용하면서 자기 농구를 해야 강팀이 된다고 누누이 강조했는데, 그것을 확인할 때가 된 것 같다”며 반전을 다짐했다.

용인=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문경은 감독#삼각편대 이탈#전력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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